자동차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가 대리점에 순정품만 쓰도록 강제한 것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백만 종이 넘는 부품 시장도 품목별 시장으로 나누지 않고, "부품별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전체 부품시장을 관련 시장으로 정할 수 있다"며 현실을 반영해 다품종 거래 시장을 획정했다. 이번 판결은 불공정거래행위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을 모두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현대모비스는 2004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자동차 정비용 부품대리점에 부품을 판매하면서 '부품대리점 경영매뉴얼', '부품대리점 계약서' 등을 통해 대리점들이 순정품만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순정품이란 자동차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사용하는 '제조용 부품'과 같은 정비용 부품을 말하며, 정비용 목적으로만 공급되는 시중품이나 재활용부품, 시판품 등은 비순정품으로 분류된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들이 비순정품을 취급하면 대리점 등급관리제도를 통해 부품 공급단가를 인상하거나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6월 현대모비스가 국내 정비용 자동차부품 제조·판매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라고 보고, 대리점에 불이익을 준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한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150억 2800만원의 과징급을 납부하도록 했다.
현대모비스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지를 판단할 때 관련 시장을 '국내 정비용 자동자부품 제조·판매 시장 전체'가 아니라 '품목별 부품 시장'으로 봐야 한다"며 "일부 품목별 부품시장에서는 비순정품 제조·판매업체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 현대모비스의 시장점유율이 낮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법원 행정6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10일 현대모비스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를 모두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비용 부품이 100만종이 넘고 부품별로 개별적인 거래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워 상품시장을 전체 차량 정비용 부품시장으로 정할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순정품 취급을 강제하고 비순정품 거래를 통제한 것은 정비용 부품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경쟁부품의 판매 유통망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으로 이뤄졌음이 명백하고 시장에서는 다양성과 가격경쟁이 감소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서 해당한다고 한 원심(2012두6308)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 8월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NHN)에 대해 "동영상 업체들과 검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다"며 "계약을 중단하고 과징금 2억2700만원을 내라"고 명령했지만, NHN은 공정위를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