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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에 따른 임신을 상해로 볼 수 있는가?
대상판례 A: 대법원 2019. 4. 17. 선고 2018도17410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사실혼 관계인 처가 부재 중인 틈에 딸(11세)의 저항을 힘으로 제압하고 수차례에 걸쳐 강간 및 유사성교행위를 하였고 피해자는 이로 인하여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강간치상)으로 기소하였다. 1심은 강간에 의한 임신을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요소로 반영하는데 이는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다. 또 이미 피고인을 충분히 무겁게 처벌하고 있고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도 여성의 생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건강상태의 불량한 변경이나 생리기능 상의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은 점, 태아는 피해여성과 별개의 독립된 생명체이며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이를 상해로 본다면 합의된 성관계에 따른 원하지 않은 임신도 상해 내지 과실치상죄로 처벌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13세 미만 미성년자강간 및 유사성행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사실만을 인정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항소심 역시 건강상태가 불량한 변경이나 생활기능 상 장애가 초래되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더라도 이를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 판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자칫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1심 판단을 지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의 상해의 개념과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 관련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입법으로 강간의 범죄에 의하여 여성 피해자가 임신을 하게 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대상판례 B: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방에 누워있던 피해자(여·27세)를 강간하였고 이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준강간치상으로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1심은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피해여성이 이를 원하였는지는 고려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에 큰 변화와 불편이 생기지만 이는 임신이라는 생리적 기능의 정상적 발현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기 어렵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가 모호할 뿐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수반한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원하지 않는 다태아의 임신을 상해 또는 과실치상으로 처벌하여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에서 임신을 특별가중요소로 규정한 것도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한 것으로 성범죄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가중처벌하는 새로운 입법적 조치는 별론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하여 준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부정하고 준강간죄만을 인정하였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 정한 상해의 의미와 헌법에서 정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준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Ⅰ. 문제제기 성범죄 피해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최악의 피해로 강간으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RRP, Rape Related Pregnancy)을 들 수 있고 그 어떤 경우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대상판례에서 피해여성의 임신을 '상해'로 파악해 강간치상으로 기소한 검사의 시도에서 이러한 필요성이 판례실무를 통해 적절히 충족되지 못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Ⅱ. 강간으로 인한 임신과 상해 임신이 상해가 아니라는 기존 일관된 견해의 논거는 대상판례의 하급심이 상세하게 들고 있지만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상해개념에 대한 기존 판례의 정의에 대비시켜 보면 그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흔히 신체의 완전성설과 생리적 기능훼손설을 축으로 몇 가지 개념적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폭행과의 구별을 고려할 때 대체로 생리적 기능훼손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간과하기 어려운 중대한 신체적 변형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 생리적 기능훼손을 수반하고 일정한 의료적 개입이 요구된다). 판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일률적이 아닌 각각의 사실관계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별도의 치료(의료적 개입)를 요할 정도로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한 경우'로 상해개념을 정의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등). 또한 상해를 신체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적 것으로도 확장하고 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등). 상해 개념을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에 투영시키면 어떨까? 임신은 분명히 여성의 신체에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 생리적 변화를 유발한다. 의료수준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변화와 위험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을 뿐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상판례 A와 같이 피해여성이 15세 이하 미성년 임부의 예에서 위험성은 더욱 극단적이 된다. 결국 임신은 의료적 개입이 요구되는 생리적 기능저하를 수반하는 점에서 '상해'로 볼 수 있다. 합의 하의 성관계에 따른 의도하지 않는 임신이나 다태아 출산 사례에 수반한 해석상 난맥을 들면서 임신을 상해범주에서 제외하는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경우 이미 예견가능성이 부정되어 과실치상죄로 포착하기 어렵다. 합의 하의 성관계라도 의도적 또는 무모하게 상대여성에게 원하지 않는 임신을 야기하였다면 얼마든지 상해로 포착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처벌의 필요성도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 또한 양형기준에 이미 임신을 가중요소로 하여 임신을 상해로 파악하여 강간치상죄를 적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양형기준이 실무사례에서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은 여전하며 본질적으로 불법과 양형요소로서의 평가를 동일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비교법적 사례로 미국판례 가운데 임신에 수반한 병리적 현상과 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적 개입의 필요성에 착안하여 임신을 상해(serious bodily injury)로 판단하거나[State v. Smith, 910 S.W.2d 457, 461 (Tenn. 1995); State v. Jones, 889 S.W.2d 225, 231 (Tenn. Crim. App. 1994)], 미성년 피해여성과 같이 구체적 사례에 따라 임신이 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예[United States v. Shannon, 110 F.3d 382, 396-87 (7th Cir. 1997); People v. Cross, 190 P.3d 706, 712 (Cal. 2008); People v. Sargent, 86 Cal. App. 3d 148, 152 (1978)]가 있다. 한편 미국 위스콘신 주 법률과 같이 강간죄의 가중사유로 임신을 명시한 예도 있다[Wisconsin Statutes chap. 940 §. 225, Michigan Penal Code Act 750. §520a(n), Nebraska Statutes §. 28-318(4), Florida Statutes § 827.04 (3)]. Ⅲ. 맺음말 결론적으로 입법론적 대안에 앞서 현재의 해석론에서도 강간에 의한 피해여성의 임신을 강간치상으로 파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 CDC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통산 1800만명 정도의 강간피해여성 중 약 300만명 정도가 강간으로 인한 임신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관련 통계의 부재로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우리사회에서 강간으로 인한 피해여성의 임신이 제한된 사례는 아닐 것이다. 피해여성이 감당하게 될 고통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인식은 형법의 해석론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강간치상
임신
강간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2020-07-06
지식재산권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4후7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의 발명에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료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속성을 표현함으로써 의약이라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발명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후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2. 청구항 분석을 통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 이 사건 특허발명의 청구항 1은 ‘유리염기 또는 산부가염의 형태의 하기 일반식 (I)의 (S)-N-에틸-3[(1-디메틸아미노)에틸]-N-메틸-페닐-카르바메이트 및 전신 경피투여에 적합한 약학적 담체 또는 희석제를 포함하는 전신 경피투여용 약학조성물’ 이다.(그림) 발명의 특허성 판단에 적용될 기준을 찾기 위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을 위 청구항의 기재에 의하여 파악하면, 이 사건 특허발명은 그 청구범위가 전체적으로 물건의 발명 형태로 기재되어 있고, 의약물질의 쓰임새로서 그 권리범위를 특정하는 요소로서 경피투여라는 용도가 그 부가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의약용도발명이다. 3.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기준 가. 구성의 곤란성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통상의 발명과 같은 의미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필요한지는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소송실무상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의약용도발명을 통상의 발명과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제1설),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이 없고 예외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제2설), 의약의 용도별로 개별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판별해야 한다는 견해(제3설) 등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은 선택발명에 관한 판시(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등)와 같이 구성의 곤란성에 관한 아무런 언급 없이 효과의 현저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살피건대, 의약의 용도발명은 선택발명에서의‘후행물질’을 ‘용도’로 바꾼 것일 뿐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마찬가지로 ‘발명’즉‘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 아닌 ‘발견’에 대하여 정책적인 이유로 특허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점, 의약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통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경험칙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제2설 또는 제3설을 따를 경우,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없다는 점은 민사소송법상 사실상의 추정의 하나로서 일응의 추정에 해당하므로, 당해 용법용량의 한정을 방해하는 취지의 기재나 기술적 편견 등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특허권자가 주장,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최초로 문제된 사안에서, 특허법원 2017. 2. 3. 선고 2015허7889 판결(대법원 2017. 6. 29.자 2017후547 판결로 상고기각)은 투여용량 등을 최적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 내에 속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나. 효과의 현저성 대상판결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효과의 현저성은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 규정된 유용성과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우리나라 특허법상 산업상 이용가능성에 대응되는 미국법상의 유용성이 있다고 하여 진보성 판단 시 곧바로 효과의 현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효과의 현저성 없이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의약 발명의 경우 인체에 사용될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인체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발명의 목적이자 본질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쉽게 진보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효과의 현저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견해가 가능하다. 의약용도발명은 명세서에 선행발명과 비교될 수 있는 발명 효과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 또는 대비결과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효과에 대해서 추후 입증이 가능한 선택발명과 달리, 효과에 대한 추후 입증이 불가능하다. 이는 선택발명에서 효과는 구성이 아닌 반면, 의약용도발명에서의 용도는 그 자체가 구성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차이다. 4. 대상판결의 검토 가. 대상판결은 비교대상발명 1, 4 및 경피흡수제의 공지, 공연실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리바스티그민의 경피흡수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다만, 경피흡수성의 예측가능성은 화합물 사이의 침투율 등 경피흡수성의 실증적 대비 등 당해 기술분야에서 사실문제로서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이 부분 대법원 판시는 별도의 사실이나 증거는 적시하지 않고, 논리학상 RA7의 높은 지질용해도 등의 성질은 경피흡수성에 대한 관계에서 참인 명제의 충분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워 원심의 판단과 결론을 달리하였는바, 그 논증과정이 향후 투여용량, 방법에 관한 사안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될 정도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대상판결은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도출할 수 없고,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 판시는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견해(제2, 3설)에 따를 때, 구성의 곤란성의 존재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다소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즉, 통상의 기술자가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특허를 무효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허권자가 이를 주장, 증명하는 것으로 심리, 판단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은‘경피투여 용도는 출원일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질적인 효과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용도는 발명을 한정하는 구성이고 용도 자체를 바로 효과로 보기는 어려운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기재된 작용효과인 경피투여하였을 경우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활성에 대한 장기간의 일정한 억제 활성이 유지되며, 활성의 시작은 느린데 이것은 화합물의 안정성(tolerability)를 생각할 때 특히 유리하다는 점을 실험결과를 통한 정량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을 대비 대상으로 삼아 비교대상발명들과 효과상 차이를 비교,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발명에서 구성으로 한정된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진보성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하였는바, 이는 용량발명 등 의약용도발명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진보성 판단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의약용도발명이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및 의약개발 과정에 존재하는 경험칙에 비추어 정당한 판시로 이해된다. 다만 각국의 산업발달 단계, 특허의 본질과 제도적 기능에 대한 이해, 특허를 둘러싼 정책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여 진보성의 수준과 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결론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에서는 구성의 곤란성 유무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가 분명치 않고 효과의 현저성 판단에서도 대비 대상을 삼은 효과가 적절한지 또한 효과의 이질적인 효과가 존재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 근거와 논증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진보성
특허발명
의약용도발명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8-04-10
지식재산권
반제품 수출의 특허권 간접침해 여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I. 사실관계 이 사건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甲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수출한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의 제품이 甲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우선 피고의 행위가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면,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제2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5. 29. 선고 2013나70790판결) 과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모두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고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반제품의 수출행위가 특허권의 간접침해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이른바 간접침해 규정에 관하여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동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용품 생산의 장소적 제한이 국내로 한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중요한 설시를 하였다. 간접침해를 구성하는 행위태양으로서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가 매우 협소한 상황임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여 전용물 침해('-에만' 요건)를 요구하고 있어서 간접침해의 인정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구법과 같은 태도(소위 'のみ' 요건)이다. 일본에서도 전용물침해만 인정하던 상황에서 간접침해가 판례상 드물게 인정되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이에 대한 필자의 선행연구로 미국법상 주관적 요건의 의미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성립여부와 주관적 요건의 판단', 정보법학 제15권 제2호, 한국정보법학회, 2011 및 우리 특허법상 전용물침해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판단과 상업적, 경제적 용도의 의미', 특허법원 특허소송실무연구 2014 참조). 최소한 우리 특허법도 일본이 2002년, 2006년 등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정한 현행 제101조(침해로 보는 행위) 규정 정도로의 간접침해인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2 판결의 의의 및 입법의 필요성 이 판결은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모두 문제가 되었던 쟁점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긍정하지 않음으로써 입법론적인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 역시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본 하급심 판결례와 같은 태도이다.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2007년 2월 27일 선고 판결(判タ 1253?241頁)에서 법문상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일본국내에서의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 한편 이 쟁점에 대해서 미국은 특허법 제271조(f)를 개정하여 침해로 의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비교법적으로 향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특허법 개정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특허법이 외국의 다른 법률과 달리 특허침해자의 주관적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내용으로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특허침해 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법리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한 이상, 우리 법원은 미국 대법원이 특허법 제271조(f) 입법 전의 법문의 해석으로는 해외에서 직접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부분만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우리 특허법 제127조에 의한 간접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제 입법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향후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의 특허법 개정은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을 토대로 특허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될 것이다. 다만 일본, 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되 이러한 국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특허 침해 혐의자의 주관적 인식의 범위를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권
간접침해
2016-03-03
민간기업에 의한 公用收用의 위헌성 판단과 '公共必要'의 개념해석
Ⅰ.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1) N군수는 2009. 10. 26. 골프장 및 리조트 건설을 목적으로 한 '남해 ○○클럽' 조성사업을 위하여 주식회사 A를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균형개발법'이라 한다)의 개발촉진지구에서 시행되는 지역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지정?고시하였고, 2010. 6. 1. 및 2010. 10. 20.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하였다. 주식회사 A는 위 개발사업에 편입된 경상남도 N군 ○○면 △△리 소재 4필지의 토지와 그 지상건물을 취득하기 위하여 그 소유자인 청구인(甲)과 보상협의를 하였으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구 지역균형개발법 제19조 제1항에 의하여 경상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위 토지에 대한 수용재결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2010. 12. 21. 수용재결을 하였다. (2) 주식회사 A는 이 사건 수용재결의 취지에 따라 보상금을 공탁한 뒤, 청구인을 상대로 부동산인도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 계속 중 甲은 구 지역균형개발법 제18조 제1항, 제19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2011. 7. 4.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11헌바129). 한편, 甲은 경상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수용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 소송 계속 중에 구 지역균형개발법 제16조 제1항 제4호, 제18조 제1항, 제19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2011. 8. 5.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11헌바172). (3)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지역균형개발법(2005. 11. 8. 법률 제7695호로 개정되고, 2011. 5. 30. 법률 제107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의 '시행자' 부분 중 '제16조 제1항 제4호'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1)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필요'는 국민의 재산권을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라도 취득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으로서, '공공필요'의 개념은 '공익성'과 '필요성'이라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공익성'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용수용을 허용하고 있는 개별법의 입법목적, 사업내용, 사업이 입법목적에 이바지 하는 정도는 물론, 특히 그 사업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영업인 경우에는 그 사업 시설에 대한 대중의 이용·접근가능성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용수용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하여 재산권을 침해당하는 사인의 이익 사이의 형량에서 사인의 재산권침해를 정당화할 정도로 공익의 우월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사업시행자가 사인인 경우에는 그 사업 시행으로 획득할 수 있는 공익이 현저히 해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규율도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지구개발사업의 하나인 '관광휴양지 조성사업' 중에는 고급골프장, 고급리조트 등(이하 '고급골프장 등'이라 한다)의 사업과 같이 입법목적에 대한 기여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이용·접근가능성이 작아 공익성이 낮은 사업도 있다. 또한 고급골프장 등 사업은 그 특성상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세수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부수적인 공익일 뿐이고, 이 정도의 공익이 그 사업으로 인하여 강제수용 당하는 주민들의 기본권침해를 정당화할 정도로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민간개발자의 지구개발사업을 위해서까지 공공수용이 허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반된다. (2)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면, 공공필요성이 있는 지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민간개발자의 공공수용까지 허용되지 않는 결과가 되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과 혼란이 예상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한다. Ⅲ. 평석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는 민간기업에 의한 공용수용의 위헌성 판단과 관련하여, 공공필요성의 개념해석이 쟁점이 되고 있다. 즉 골프장 건설을 위해 시행자인 민간개발자에게 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는 법률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종전과 달리 '공공필요성'의 개념을 엄격히 판단하고 있고,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대의견은 종전과 대체로 동일하게 합헌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민간기업이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 수용을 하는 것이 공공필요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아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09. 9. 24. 2007헌바114). 또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등 위헌소원 등 사건에서 회원제 골프장의 건설을 위한 토지계획시설사업이 공공필요성의 요건을 결하거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나, 같은 법 제2조 제6호 라목 중 "체육시설" 부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헌재 2011. 6. 30. 2008헌바166 등). 대상판례는 이러한 종전의 입장과 달리 '공공필요'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고, 민간기업에 의한 공용수용의 위헌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우리 수용법의 발전에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며, 공용수용권의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진취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공공필요'의 개념을 공익성과 필요성이 포함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러한 개념해석은 공용수용의 요건과 한계(허용성)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것에서 연유하고 있다. 2. 공용수용의 요건으로서 '공공필요'의 개념해석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는 추상적이며, 전형적인 불확정개념에 속한다. 이러한 개념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와 동일하게 보거나 넓게 이해하는 견해도 있으나,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본질에 비추어 일반적인 공익이나 공공복리의 개념보다는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도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대상판결에서 존속보장을 위해 기본권의 일반적인 제한 사유인 '공공복리'보다는 좁게 보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매우 전향적이고, 또한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개별사안에서 침해되는 사익과의 형량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개념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후술하는 공용수용의 한계에서 판단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개별 법률에서 공용수용의 요건을 구체화하거나, 또는 이를 엄격히 규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독일의 건설법전(BauGB) 제87조 제1항에서는 공용수용의 허용을 위한 요건을 규정하면서,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고 수용목적이 다른 수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우리의 입법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된다. 앞으로 토지의 수용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의 입안이나 개정을 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공용수용의 요건이 보다 엄격히 규정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공용수용의 한계로서 '공익성'과 '비례성(比例性)'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는 가분적(加分的) 개념이 아니며, 그 자체 독자적 의미를 고유한 개념이다. 예컨대 독일 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공공복리(Wohle der Allgemeinheit), 미연방헌법 수정 제5조의 공적 사용(public use)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러한 개념은 각국의 입법례에 따라 규정된 고유한 개념이다. 공용수용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도 수용권의 행사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여기에는 적법성(법률상 수권), 공익성 및 비례성이 고려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졸저, 행정구제의 기본원리, 제1전정판, 106면 이하 참조). 특히 수용행위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공용수용의 남용이 된다. 수용행위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적합하고 필요한 수단이어야 한다. 또한 공익성 여부는 침해되는 토지소유권자의 재산적 이익과의 형량을 통해 구체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공익성과 비례성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자가 중첩되거나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공공필요의 개념을 '공익적 필요성'으로 보고 엄격히 해석한 것은 매우 타당하나, 이를 '공익성'과 '필요성'을 포함한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필요성' 개념은 비례원칙과 혼동될 우려도 있고, 공익성 없이 그 자체만으로 독자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2015-04-20
압수·수색의 관련성 요건과 그 법적 효과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소위 선거기획 전문가이고, 을과 병은 각각 P정당 M, N지역구 공천후보자이다. 을이 갑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혐의로 갑의 주거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수사기관은 갑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고, 휴대전화에서 갑과 병 사이의 금품제공요구 및 약속에 관한 ㉠녹음파일을 발견하였다. 검사는 갑을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공판절차에서 검사는 ㉠녹음파일을 제시하면서 갑을 신문하였고, 갑은 녹음파일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법원은 갑의 ㉡법정진술을 증거의 하나로 채택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 (전략) 결국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인 피고인 을이 이 사건 녹음파일에 의하여 의심되는 '갑과 병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상, 수사기관이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압수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압수에 준용되는… 제106조 제1항이 규정하는 '피고사건' 내지 같은 법 제21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압수에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항 본문이 규정하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따라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절차적 위법은 헌법상 규정된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는 이상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 (3)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중략)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4) 위 피고인들의 제1심 법정진술의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할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제시받거나 그 대화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진술과 이 사건 녹음파일 수집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의 사이에는 여전히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원심이 이 부분 진술까지 그 증거능력이 있다고 단정한 데에는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다. 3. 판례 평석 2011년 7월18일 개정되어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압수ㆍ수색의 요건을 강화한 점에 특징이 있다. 즉 2012년 개정 형소법 제106조 제1항은 공판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압수·수색의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이는 형소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된다. 개정 형소법은 또한 제215조에서 수사절차에서의 압수·수색 요건을 규정하면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사건 내지 피의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ㆍ수색이 허용된다는 제한을 가리켜서 관련성 요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압수·수색에 관한 관련성 요건은 우리 입법자가 최근에 새로이 도입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있었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그 판단기준과 법적 효과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먼저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피고인(피의자)라는 주관적 표지와 범죄사실(피의사실)이라는 객관적 표지를 동시에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수사기관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혐의사실로 압수ㆍ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혐의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금품제공요구와 이에 따른 금품의 제공은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피의사실은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ㆍ수색의 1차적 결과물을 놓고 그 법적 효과에 대해 판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에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나)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차적 결과물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형소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고, (다) 그 위법은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상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본 판례의 사실관계에 문제된 1차적 증거, 즉 ㉠녹음파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후에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은 별도로 따져보아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종전의 판단기준을 재확인한다. 그 기준은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 물론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살펴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대법원은 검사가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신문하여 얻어낸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파일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법정진술까지 유죄의 증거에 넣어 판단한 항소심판결은 잘못된 점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법정진술을 제외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 가지고도 갑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갑의 상고를 기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2차적 증거 가운데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2차적 증거와 관련하여 내린 판례들을 보면, 위법수사 시점으로부터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법정진술의 경우에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거나 희석되었다는 이유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2013. 3. 28. 선고 2012도13607). 그러나 본 판례는 법정진술의 형태로 이루어진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판례와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본 판례는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2차적 증거를 획득하려는 검사의 법정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게 되면 그 이후의 법정진술이 증거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형사법정의 변론에서 검사와 피고인ㆍ변호인 모두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2015-01-08
해상 유류화물의 인도시기
Ⅰ. 사실관계 1. 경유수입계약의 체결 및 신용장의 개설 주식회사 P는 2003년 9월경 싱가포르 소재 무역상 N으로부터 경유 5,600㎘를 수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입계약을 체결하고 수입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원고에게 신용장 발행을 신청하였고, 원고는 수익자를 N으로 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었다. N사는 위 매매계약에 따라 2003. 9.24.경 대만의 마이랴오 항에서 J해운이 운항하는 이 사건 유류 운반선 포천헤베호(Fortune Hebe,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함)에 경유 4,678.642메트릭톤(이하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고 J해운으로부터 수하인이 도이체 방크 아게 싱가포르(이하 ‘도이체 방크’)가 지시하는 자, 통지처가 P사로 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 받았다. 2. 이 사건 화물의 육상 저장탱크 입고 피고는 온산항에서 액체화물에 대한 보세창고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피고와 P사는 2002. 5.1. 부터 2004. 4.30.까지 온산항 탱크 터미널 내에 위치한 피고의7,000㎘짜리 6기를 전용으로 사용하는 액체화물 저장탱크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P사는 피고의 저장탱크를 사용하여 왔다. 이 사건 화물을 적재한 선박은 약 3일 정도 항해를 한 끝에 2003. 9.27. 온산항에 도착하였으며, 2003. 9.29.경 P사의 요청에 의하여 J해운이 이 사건 화물을 피고 소유의 유류화물 저장탱크(이하 ‘이 사건 탱크’)에 입고하였다. 한편, 이 사건 화물보다 이 사건 선하증권이 양하지에 늦게 도착할 것이 명백하였으므로 2003. 9.26.경 P사는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함이 없이 이 사건 화물을 P사에게 인도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서 그로 인하여 J해운이 부담하게 되는 채무, 손해 등을 면책시키겠다는 내용의 소위 면책각서(Letter of Indemnity, 이하 ‘면책각서’)를 발행하여 주었으며 J해운은 이의없이 이를 수령하였다. 3. 이 사건 화물의 반출 2003. 9.30.부터 2003. 10.9.까지 사이에 피고가 P사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선하증권의 원본이나 운송인인 J해운의 화물인도지시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P사에게 이 사건 화물을 모두 반출하여 주었다. 4. 신용장 대금의 지급 N사는 2003년 12월경에 이르러서 이 사건 신용장 기재에 따라 도이체 방크 에게 선적서류 일체를 매도하였고 도이체 방크는 이를 원고에게 송부하였으며 원고는 2003. 12.17. 도이체 방크에게 신용장 대금 1,126,421.32 달러를 지급하고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 5.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그런데 P사가 이 사건 화물을 인도 받아가 모두 소비한 뒤 도산하여 버리자 원고는 P사로부터 신용장 대금의 상환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는 관련 당사자 중 자력이 있는 피고를 상대로 하여금 447,293,228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006. 8.경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J해운은 원고 승계참가인 겸 보조참가인으로 참가 신청을 하였다. Ⅱ.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2006. 12.15. 선고 2004가합74274 판결) 위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는 보세창고사업자로서 운송인인 J해운으로부터 통관 전의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아 보관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우 피고는 J해운의 인도지시가 있거나 선하증권의 제시되기 이전까지는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것이고 J해운은 피고를 통하여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지배(간접점유)를 계속하는 지위에 있는 것이므로, J해운과 피고의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며 피고는 J해운이 운송인으로서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부담하는 이 사건 화물의 인도의무에 관하여 그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서는 것이다”라고 설시하면서, 대법원 2004. 1.27. 선고 2000다63639 판결, 대법원 2004. 5.14 선고 2001다33918 판결을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1심 판결이 적시한 이 두 대법원 판결은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이론을 확립시킨 것이다. 위 1심 법원은 계속하여 “따라서 피고는 위 임치계약에 따라 J해운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J해운의 이행보조자로서 선하증권과 상환하여서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만약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실수입자가 화물의 인도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피고는 먼저 운송인인 J해운의 동의를 받거나 화물의 인도를 요구하는 자에게 J해운의 화물인도지시서를 받아 오도록 요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피고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피고가 항소를 하였다. 한편 J해운의 승계참가신청에 대하여는 각하를 하였다. 이후 J해운은 보조참가인의 자격으로만 참가를 하였다. Ⅲ. 서울고등법원 판결(2008. 3.27. 선고 2007나11837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화물이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위 영구호스(필자 주 : 선박측에 고정되어 있는 강관부분으로서 선박 내 탱크와 육상탱크로 가는 고무호스를 연결시키는 부분을 말함) 연결점을 지날 때 또는 늦어도 피고의 저장탱크에 입고된 때 P사에 인도된 것으로 본다면 그 시점에 이미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는 성립하는 것이고, 따라서 인도 후에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게 되는 피고가 운송인인 J해운의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지도 아니하며 불법행위 이후 피고가 이를 P사에게 반출하여 주었다고 한들 별도로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여기까지가 피고의 주장], 반면 원고 승계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화물이 피고의 저장탱크에서 P사에게 반출되는 시점에서 운송인인 J해운으로부터 P사에게 이 사건 화물이 인도된 것이라고 본다면, 피고는 적어도 운송인인 J해운과 사이의 묵시적인 임치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임치인인 J해운의 지시나 선하증권과 상환없이 이 사건 화물을 무권리자에게 인도한 것으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뒷부분은 원고측의 주장]. 그러므로 이 사건 화물이 언제 운송인의 지배를 떠나 P사의 지배 하에 들어갔는지, 즉 그 인도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라고 법적 쟁점을 우선 명료하게 정리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그와 같은 정리 아래에서 유류화물 운송의 관행상 인도의 시점이 “화물이 선박의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날 때에 인도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관행, 유류화물과 컨테이너 화물의 보관상의 차이 등 제반요소를 들어 이 사건 화물의 인도는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날 때 또는 늦어도 피고의 저장탱크에 입고된 때”라고 판단한 뒤, 그렇다면 피고가 P사에게 선하증권을 상환함이 없이 이 사건 화물을 반출하여 주었다고 하여도 별도로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즉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하였다. Ⅳ.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이와 같은 약정에 따라 운송인이 유조선 도착 후 갑판 위의 용구호스 연결점을 통하여 수입업자가 미리 확보한 육상의 저장탱크에 연결된 파이프 라인으로 유류화물을 보낸 경우에, 위 약정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입업자와 별도로 육상의 저장탱크를 관리하는 창고업자에게 수입된 유류화물을 임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창고업자는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유류화물이 위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나는 때에 운송인의 점유를 떠나 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업자에게 인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10.15. 선고 2004다2137 판결 참조). 2. 이 경우 그 창고업자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이 창고업자에 대하여 인도하는 때에 수입업자에 대한 인도가 종료되어 운송인은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비롯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하게 되고, 운송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하고 있던 선하증권 소지인 역시 유류화물에 관한 사실상의 지배를 잃게 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다. 따라서 선하증권 소지인이 유류화물의 인도에 동의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운송인은 면책각서의효력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주장할 수 없으므로,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없이 수입업자로부터 위임받은 창고업자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유류화물에 대한 지배를 상실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되어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할 것이고, 그 이후 창고업자가 임치물인 유류화물을 수입업자에게 출고하면서 선하증권 등을 교부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임치인인 수입업자와의 사이에 이루어진 임치 약정에 따른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새로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3.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를 설시하면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Ⅴ. 평석 1. 해상화물의 인도시기 화물의 인도란 화물에 대한 사실상 지배의 이전이다(졸고, 국제항공화물인도와 관련된 법률문제, 한국해법학회지 제22권 제1호263면). 이러한 점은 해상화물이나 항공화물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인도시점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은 세 가지가 주목된다. 첫째, 대법원은 인도 시점과 관련하여 “운송인이 수입업자와 별도로 육상의 저장탱크를 관리하는 창고업자에게 수입된 유류화물을 임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창고업자는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유류화물이 위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나는 때에 운송인의 점유를 떠나 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업자에게 인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시를 하고 있다. 둘째, 유류화물에 대한 지배와 관련하여 “수입업자로부터 위임받은 창고업자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유류화물에 대한 지배를 상실”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셋째, 창고업자의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 가능성에 대하여 “그 이후 [필자 주: 즉, 창고에 인도된 이후] 창고업자가 임치물인 유류화물을 수입업자에게 출고하면서 선하증권 등을 교부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임치인인 수입업자와의 사이에 이루어진 임치 약정에 따른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새로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세 가지의 판시사항은 모두 지극히 타당한 것이다. 사실, 이 사건의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이 종래 적용하여 오던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였다면 보세창고업자인 피고는 운송인인 J해운이나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하여 선하증권을 상환 받고 적법하게 화물을 반출해야 할 계약상 또는 법적인 의무를 지게 되는데, 이를 위반하고 화물을 반출하여 주었으므로 피고는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결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대법원 판결은 피고가 그러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는 바, 결론은 물론 위 이유의 측면에서 대법원의 위 판결은 그 이전의 대법원 판결을 광정한 것이라고 본다. 2. 대법원의 판결 이유에서 주목할 판시사항 위 세 가지 판시사항을 가지고 살펴 보면, 첫째의 판시사항은 유류화물에 대하여 인도시기를 화물이 고무 호스를 통하여 육상 탱크로 들어 가기 위하여 선상의 영구호스를 떠나는 순간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유류화물의 인도시기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이다. 둘째는 보세창고가 수입업자에 의하여 위임을 받았으므로 그 창고로 들어 가게 되면 해상운송인의 점유는 상실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이다. 종래 대법원 판결은 보세창고 설 영인 이 그 화물을 선하증권을 상환하면서 정당하게 인도하는 순간까지 해상운송인은 보세창고 설영인 을 통하여 간접점유를 하는 것이고, 운송인의 화물인도의무는 종료되지 않는 것이라고 이론 구성을 하였었다. 마지막으로 보세창고 설영인 이 임치인의 요청에 따라 화물을 반출한 경우, 비록 선하증권을 상환함이 없이 이를 하였다 하더라도 선하증권의 소지인이나 해상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이다. 이 사항 역시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그 동안 ‘중첩적 임치계약이론’이 적용된 결과 보세창고 설영인 은 그 동안 선하증권 소지인이나 해상운송인에게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으로 판결이 내려져 왔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실로 획기적인 전환이다. 3. 중첩적임치계약 이론이 폐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내려진 위 대법원 판결이 종래 적용하여 오던 중첩적 임치계약이론을 전면적으로 폐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법 형식논리적으로 말한다면 그렇게 단정하기에 이르다. 왜냐하면 이번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도 아니고 마치 대법원의 이 사건 판결이유가 유류화물에 국한하여 적용되는 것과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에 내려진 위 대법원 판결이 종래 적용하여 오던 중첩적 임치계약이론을 전면적으로 폐지한 것이라고 선언하지 않았어도 앞으로 중첩적 임치계약이론이 적용될 여지는 없어 졌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중첩적 임치계약이론은 탄생시부터 문제가 허다하게 많았고, 그로 인하여 왜곡된 판결이 양산되었으며, 왜곡은 또 다른 왜곡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졸고, 위 국제항공화물인도와 관련된 법률문제, 263 내지 265면, 졸고, 수입화물의 흐름에 대한 실무적 이해, 국제거래법학회지 제15집 제2호 (2006), 241 내지 244면, 대법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광정할 기회를 기다리다가 위 대법원 판결에 이르러 이러한 중첩적 임치계약이론을 완전히 폐기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2009-10-29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국제 저작권 분쟁의 국제재판관할
I.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 원칙 속지주의는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 뿐만 아니라 저작권 등 창작행위 만으로 권리가 발생하는 지적재산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저작권보호에 관한 베른협약 제5조 제1항이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속지주의원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특허권과는 달리 사권인 저작권에 있어서는 준거법이 문제될 수 있고 그 물권적 성격 때문에 소재지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속지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속지주의 원칙이 바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침해분쟁의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배제하여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에 대하여도 국내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져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II. 사안의 개요 원고는 한국인 시나리오 작가인데 자신이 창작한 ‘기호를 읽어라’라는 시나리오를 스필버그 감독과 그 감독이 속해 있는 드림웍스(Dreamworks L.L.C.)에 송부하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일본 공포 영화 ‘더링’을 리메이크 하여 제작한 영화 ‘The Ring"을 전세계적으로 배포ㆍ상영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에서도 씨제이(CJ Entertainment)가 수입, 상영하였다. 원고는 이 영화가 자신이 스필버그 감독에게 보낸 시나리오와 그 구성 및 모티브 등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드림웍스 및 씨제이를 상대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III. 지적재산권침해의 재판관할에 관한 외국판례의 태도 1. 미국 미연방법원에 저작권침해소송의 재판관할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사물관할과 인적관할의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외국특허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미국에서의 재판관할권 행사를 자제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Timberlane Lumber Co. v. Bank of America, 549 F. 2d 597(9th Cir.1987); Mars v. Conlux 24 F. 3d 13(Fed. Cir 1994); Glaverbel Societe Anonyme v. Northlake Marketing & Supply Inc. 48 USPQ 2d 1344(N.D.Ill 1998) 등.)이나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와 이에 반대하는 판례가 병존하고 있고 전자가 힘을 얻고 있다.(Frink Am, Inc. v. Champion Road Mach. Ltd. 961F. Supp. 398(NDNY 1997) 등.) 한편, 인적관할에 관하여는 법정지 주 내에서의 ‘계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의도적 향유(purposeful availment)’와 ‘피소 예견가능성(foreseeability)’이 재판관할 인정근거로서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2. 유럽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지적재산권침해사건에는 전속관할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불법행위에 관한 특별관할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브랏셀 규정은 특허, 상표, 디자인 기타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 또는 등록에 관한 사건은 그 등록지의 전속관할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권리의 침해사건과 저작권 등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지 아니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이나 침해에 관한 사건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지 않고 판례에 맡겨두고 있다. 유럽이사회규칙 제44호 2001. 12. 22. 제22조 제4항 참조.) 이점에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침해사건은 아니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에 관한 1995년 Fiona Shevill판결(Case 68/93, Fiona Shevill v. Press Alliance SA. 1995. E.C.R. 415)에서 유럽사법법원(ECJ)은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자국 내에서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만 인정하고 외국에서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침해자의 소재지국 법원을 제외하고는 그 관할을 부인하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다. 3. 일본 일본 최고재판소는 미국특허권을 가진 일본인 원고가 일본인 피고의 일본에서의 미국특허침해제품 제조ㆍ수출행위에 대하여 미국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에 일본법원의 재판관할을 긍정하면서 다만 특허침해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하였다. (일본최고재판소 평성 14. 9. 26., 평성 12, 580 판결.)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대체로 이를 긍정하고 있다. IV. 국제사법상 국제재판관할원칙 1. 실질적 관련의 원칙 개정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며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국제재판관할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국내법 관할규정 참작의 원칙 나아가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실질적 관련’이라는 제2조 제1항의 기준이 추상적이므로 그 구체적 판단기준을 일응 국내법의 관할규정에서 발견하되 그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적 관점에서 국제재판관할결정원칙을 정립해 나갈 것을 규정한다. 3.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특칙의 부존재 개정 국제사법은 제27조에 소비자계약에 관한, 제28조에 근로자계약에 관한 각 국제재판관할의 특칙을 규정하고 한편 제24조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지적재산권의 준거법에 관한 특칙을 두었으나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는 아무런 특칙을 두고 있지 않다. 4. 국제소송에 있어서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 현행 민사소송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객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제2항에서는 주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민사소송법에서는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을 일정한 요건 하에 모두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헤이그협약 및 WIPO협약안에서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법원은 계속 중인 관련소송을 병합하고 그 소송에 관련된 모든 지적재산청구를 단일한 법정지에서 주장하도록 당사자에게 촉구함으로써 당사자간의 분쟁을 전세계적으로 해결하는 이점에 관하여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한편, 청구들이 동일한 거래나 일련의 거래 또는 발생으로부터 비롯될 때에는 권리나 요청하고 있는 구제의 속지적 기원에 관계없이 이들을 관련된 청구로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동조 제2항).) V. 외국인 피고에 대한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본 사건으로 돌아와 피고 드림웍스는 외국회사로서 외국인 피고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문제된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위 쟁점에 관하여 (1)피고 씨제이, 소외 씨제이, 피고 드림웍스간의 지분관계 (2)피고 씨제이가 피고 드림웍스의 아시아시장 배급처인 점 (3)한국영화시장의 규모 (4)피고 드림웍스와 피고 씨제이의 수익배분관계 (5)피고 드림웍스가 전세계적 기업인 점등을 종합하여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 제소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실질적 관련성과 예견가능성간의 관계 그런데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에 관한 위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바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고 그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을 끌어내고 나아가 그 예견가능성을 실질적 관련여부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논리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서 동법원이 예견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시한 것은 위 두가지 요건을 합리적으로 연결지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나 피고의 예견가능성 유무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 국제사법 제2조의 명문규정에 배치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중첩적 판단과정에서 국제사법이 제시한 ‘실질적 관련’의 요건이 왜곡될 위험까지 있으므로 재고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예견가능성의 부존재를 소극적 요건으로 보아 당사자와 법정지국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일응 보일지라도 만약 예견가능성이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실질적 관련성은 부인하도록 이론 구성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4. 주관적 병합의 인정여부 본건에서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건의 경우 한국과 피고 드림웍스 사이에 설사 실질적 관련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 씨제이는 한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는 법인이고 피고 씨제이와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 원고의 저작권 내지 아이디어침해라는 동일한 원인에 기인하여 발생한 권리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 씨제이 뿐만 아니라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도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주관적 병합의 법리에 따라 한국법원에 그 재판관할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VI.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금지등 청구의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피고 드림웍스가 원고의 시나리오에 의거하여 제작한 영화를 대한민국 외 외국에서 배급ㆍ상영한 행위, 즉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관련한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지 문제되었다. 2. 법원의 판단 동법원은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 한국영화시장의 규모,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응소하더라도 베른협약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불리한 것이 없는 점, 국내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과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여 대한민국에서 위 두 청구부분 모두에 대하여 재판을 함이 바람직하다는 점등을 종합하여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에 대하여도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3. 판결의 문제점 그러나 동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와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의 고려요소로서 들고 있는 사실(예를 들어 한국의 영화시장규모, 한국의 TRIPs협정 및 베른협약 가입사실)들은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부당하다. 또한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의 피소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드림웍스 자신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지라도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한국법원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는 될 수 없고 또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 부분과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다는 점도 소의 객관적 병합의 요건은 충족시킬지언정 그 점이 바로 외국에서의 침해와 대한민국간의 실질적 관련을 인정하는 근거로는 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4. 객관적 병합 인정여부 본건 판시에서 법원은‘두 청구부분이 모두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고 쟁점 또한 동일하므로 대한민국에서 재판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객관적 병합 청구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으나 사실상 피고 드림웍스에 대한 원고의 청구들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이를 병합하여 한국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논리로서 결과적으로 청구들 간의 객관적 병합을 인정하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VII. 저작권 침해의 준거법 1. 법원의 판단 법원은 본건 판시에서 저작권 침해의 요건인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준거법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외국법 적용에 대한 검토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외국에서의 침해행위 청구부분에 관하여도 한국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한국법이 적용되고 외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침해지의 외국법이 적용되나 한국법 또는 미국법에 의거ㆍ판단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어야 할 것이다. 2. 주장의 부담이론 준거법 결정에 있어서 속지주의 원칙과 보호국법주의를 관철하면 침해행위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준거법으로서 침해행위가 일어난 전세계 각국의 법을 모두 적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더라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침해자의 상거소지법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되겠으나 특정 국가의 법을 적용하였을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그 다른 결과가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당사자가 그 특정국가의 법의 존재와 내용을 주장하여 그 적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 침해의 성립여부와 그 정도를 주장하는 자가 당해 침해지법의 존재와 그 내용을 주장ㆍ제시하여야 하는 ‘주장의 부담’을 진다고 해석함으로써 침해가 문제된 각국의 법을 조사, 적용하여야 하는 법원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VIII. 결론 이 사건에서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뿐만 아니라 침해금지청구에 대하여도 한국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판단은 획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던 외국인 피고 및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 청구부분과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인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동법원이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이론에 의거하여 판단하였을 뿐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침해에 있어서의 국제재판관할결정의 특수성 특히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점은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론이 그대로 타당할 수 있다는 이 사건에서의 판시취지는 저작권침해사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특허 등 산업재산권 침해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향후 판례의 발전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2005-10-06
국회의원 선거 기탁금제도의 합헌성
I. 문제의 제기 정치개혁의 의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상정되어 있다. 집권세력의 정략적인 의도나 특정 정당 내에서의 정파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기되던 이전의 이른바 ‘정풍운동’등과는 그 맥락과 성격이 사뭇 다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약함)가 그동안 정치법제와 관련하여 많은 결정을 내려왔지만, 특히 이런 상황에서의 정치제도와 관련된 결정은 정치개혁논의에 대한 준거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으로 약함)상의 기탁금제도와 관련된 헌재의 결정이 더욱 주목되거니와, 이는 개별 사건에 대한 결정의 내용보다는 설시를 통해 드러난 국회의원선거에 대한 헌재의 기본적인 시각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의민주정치의 성패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선거법제에 달려 있고, 선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시각은 대의민주주의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추상성과 개방성이 두드러지고, 그렇기 때문에 해석을 통한 법형성의 기능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정치헌법’의 경우 헌법에 대한 최고의 유권해석기관인 헌재의 ‘관점’(topos)은 정치법제의 형성과 운용에 대하여 기본적인 지침과 한계로 작용된다. 현행 ‘선거법’상의 기탁금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한 헌재의 결정은 대의민주주의의 본질과 현상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평가의 폭을 감안 할 때 하나의 가능한 ‘관점’에 따른 학리해석론으로서는 수긍될 수 있는 점이 없지 아니하지만, 최고의 유권헌법해석기관인 헌재의 해석론으로서는 그 ‘관점’의 타당성에 대하여 의문이 없지 아니하여 이의를 제기한다. - 결 정 요 지 - 국회의원선거 기탁금제도의 시행여부와 기탁금 액수 및 반환의 기준 등은 과잉 금지의 헌법적 한계내에서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현행 선거법상의 기탁금 액수와 반환기준은 과다하거나 자의적인 기준이라 할 수 없다 II. 결정요지 헌재는 국회의원선거 기탁금제도의 시행 여부와 기탁금의 액수 및 반환의 기준 등은 과잉금지의 헌법적 한계 내에서 선거 및 정치문화와 풍토, 국민경제적 여건, 국민의 법감정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본다. 다만 현행 ‘선거법’상의 기탁금의 액수와 반환기준은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에 따른 현실적인 필요성을 감안할 때 과다하거나 자의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 기탁금제도 자체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헌재는 입후보자수의 ‘적정한 제한’을 핵심논거로 제시한다. 정치세력간의 세력구도를 결정하는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적 정당성에 상응하는 대의기관의 구성과 그에 따른 정국안정의 요청이 그 요체인데, 일정한 범위 이상으로 입후보자가 난립하여 선거의 진지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면 선거의 제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바, 우리의 정치문화나 선거풍토 등의 현실과 경제적 부담 등을 감안할 때 기탁금제도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500만원의 기탁금 수준(‘선거법’ 제56조)은 천만원 내지 2천만원의 기탁금이 요구되는 경우 후보자의 수가 4∼5명 정도로 고정되고 있는 경향과 함께 그것이 도시근로자 평균임금의 약 3∼6개월분에 해당되는 수준임을 감안 할 때 과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다. ‘유효투표총수를 후보자수로 나눈 수(이하 n분의 1로 기술함) 또는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5이상’으로 정해진 반환기준(동 법 제57조)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거제시 없이 그 자의성을 부인한다. - 평 석 요 지 - 선거법상의 기탁금 액수와 그 반환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헌재의 긍정적인 판단은 의문이며, 특히 반환기준에 관해 헌법적 한계를 제시하는 외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III. 평석 헌재는 기탁금제도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핵심논거로 후보자수의 ‘적정한 제한’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는바, 대의기관인 국회구성의 기능적 관점에서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지 아니하다. 국회가 민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구성되고, 책임정치에 부응하는 정책결정기관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뜻’이 난립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리·집적되어서 표출되고, 그에 따라 안정적이고 계속적인 세력구도가 형성되어야만 하고, 이는 ‘국민의 뜻’을 형성하고 확인하는 절차인 선거의 진지성과 신뢰성이 담보되는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특히 국회의원선거는 단순히 대의공직자의 선출이나 대의기관구성의 방법으로서만 그 정치적 의미와 기능이 이해되어서는 아니 된다. 국회의원선거는 후보자들 개인에 대한 선택인 동시에 정치 및 정책운용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배분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절차이기도 하다. 또한 이 심판절차는 공식적으로 장래 국가운영의 방향과 중요한 정책방안들이 의제로 상정되고 논의되는 제도화된 국민토론장이다. 오늘날 정치현실에서 선거는 시민들이 사실상의 결정력을 갖는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함께 생각하는 시민’과 능력 있는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정치교육의 장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심판, 토론과 정치교육의 장 등으로서 선거의 복합적인 민주정치적 순기능은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속에서만 살아날 수 있다. 선거의 진지성과 함께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후보자로서, 유권자로서 같이 참여하는 한 마당의 축제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축제성을 담보하는 제1의 조건은 가능한 한 부담은 줄이고, ‘함께 하는 즐거움’에 대한 충분한 기대치를 약속하여 최대한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격과 내용은 선거제도와 방식에 의해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기탁금제도도 일견 하나의 미시적인 차원의 기술적인 제도인 듯 보이지만, 적어도 참여정치와 선거의 축제성의 관점에서는 거시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본질을 규정하는 매우 중대한 역기능이 우려되는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치선진국들은 기탁금제도를 두지 않거나 또는 명목상의 상징적인 소액 수준으로 운용하고 있고, 이러한 외국입법례에 대해서는 기탁금제도가 ‘구시대의 역사적인 유물’이라는 판단과 함께 이미 헌재가 조사·검토하여 설시에 담은 바 있다(1989.9.8, 88헌가6, 판례집 제1권, 240면 이하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선거법’상의 기탁금액수와 그 반환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헌재의 긍정적인 판단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헌재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기탁금 1,500만원이 도시근로자 평균임금의 3~6개월분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이는 가구당 평균저축률을 30%로 가정하는 경우에(통계청이 발행하는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할 때 민간저축률은 25% 내외이고,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흑자율은 30%를 넘지 아니한다) 실제로는 6개월에서 1년 반 이상을 저축해야만 마련할 수 있는 금액으로 그 부담은 결코 가벼운 것으로 평가되지 아니한다. 특히 취업초기에 있는 청년층이나 빈곤층에게 이 정도의 부담은 그 자체로서 이미 입후보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유력한 정당 등 기존의 정치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정견을 내세우는 정치신인들의 경우, 기탁금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한 번의 축제참가비 또는 메가폰 사용료로서 1,500만원은 과다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환기준에 관해서, 헌재는 ‘진지하게 입후보를 고려하는 자가 입후보를 포기할 정도로 높은 기준’은 안된다는 헌법적 한계를 제시하는 외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유효투표총수의 n분의 1 또는 15% 이상으로 정해진 기준을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입법사적으로 볼 때, 1963년에 폐지되었던 기탁금제도가 1972년(12.30. 법률 제 2404호)에 부활된 이래 그 반환기준은 대체로 유효투표총수의 2n분의 1(1991년 개정) 또는 3분의 1(1972년-1981년 개정선거법 까지)이상 내지는 유효투표총수의 n분의 1 또는 20%(1998.4.30, 법률 제 5537호) 이상으로 정해져 왔었는바, 현행 ‘선거법’상의 반환기준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상대적인 낮음이 적정성을 뒷받침한다고 보기에는 절대기준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 전술한바, 헌재의 설시에 포함된 조사에 따르면 소액의 명목상 기탁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에도 그 반환기준은 당선자득표수의 4분의 1 내지 5분의 이상(뉴질랜드, 호주 하원선거)에서부터 유효투표수의 10분의 1 내지 100분의 1이상 등 매우 경미한 수준에서 정해져 있다.(판례집 제1권, 241면 참조) 이렇게 경미한 수준에서 반환기준을 정한 것이 최소한의 선거의 진지성과 함께 최대한의 참여를 필수조건으로 선거의 민주정치적 기능을 각별하게 고려한 입법정책적 의도가 반영된 것임은 물론이다. 이러한 입법례를 떠나서 또는 기탁금액수의 과다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게 판단하는 경우에도 n분의 1 또는 15% 이상의 반환기준이 우리 헌법과 선거법체계에 적합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현행 ‘선거법’(제189조)은 비례대표선거제도의 의석배분과 관련, 원칙적으로 전체유효투표총수의 5%, 예외적으로는 3%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저지규정’을 두고 있는 바, 이 제도가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고, 정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임은 재론을 요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 선거법의 체계논리상 적어도 유효투표총수의 3-5%정도의 득표를 한 후보자와 그 후보자가 낸 목소리를 선거의 진지성과 신뢰성을 해친 난립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다고 여겨진다. 더구나 이러한 ‘저지규정’의 기준이 전국단위의 비례대표의 의석배분과 관련하여 정당득표수를 기준으로 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인적인 신임의 요소가 크게 작용되고, 따라서 정치신인에게 가능한 한 진입문턱을 낮추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는 지역구선거에서의 유의미한 득표에 대한 판단기준은 적어도 ‘저지규정’의 기준보다는 더 낮은 수준에서 정해져야 할 것이다. IV. 맺는말 이미 전술한 1989년의 기탁금제도에 관한 결정에서 헌재는 기탁금제도를 ‘구시대의 역사적인 유물’로 단정하면서 ‘민주정치와 선거제도의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참여확대와 기회균등의 요청을 강조한 바 있다. 그 후 여러 차례 기탁금의 액수와 반환기준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는 헌재가 2003년의 시점에서 제시한 민주정치와 선거제도의 관계에 대한 ‘관점’과 기탁금제도에 판단은 무려 14년 전의 그것에 비해 크게 퇴보한 것으로 여겨진다. 헌재가 고려한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가 14년 전에 비해서 더 악화된 것이라면 모르겠으되, 그렇지 않다면 헌재의 결정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의 정치현실을 반환기준이 높게 설정된 고액의 기탁금제도가 필요불가결한 수준으로 보는 헌재의 인식이 정확한 것인지 또한 1,500만원의 기탁금 때문에 입후보자수가 4-5명으로 고정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면 차라리 기탁금제도 없이 또는 경미한 수준의 기탁금액과 예컨대 유효투표총수의 3% 정도의 낮은 반환기준으로 국회의원선거를 한번 실험해보는 것이 가장 간명하고 확실한 검증수단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2003-12-08
의약품 소송(3)
미국 법원이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와 관련하여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두통약 타이레놀을 술과 함께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785만불의 실제 손해배상과 100만불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이다(Benedi v. McNeil-P.P.C., Inc., 66 F.3d 1378). 원고 Benedi는 평소 매일밤 서너잔의 와인을 마시는 애주가로서 1993년 2월 몸살 때문에 5일동안 타이레놀을 복용했을 따름인데 간과 신장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었다. 배심원들은 피고 McNeil사가 1992년말까지 60건의 간손상사례를 보고 받았고, 또한 의학학술지에도 타이레놀을 술과 같이 복용했을 때의 간손상 위험이 증대된다는 논문이 여러차례 발표되어 그 위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 McNeil사는 이와 같은 위험에 대하여 경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 법원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와 관련, 매우 엄격한 입장 다른 회사 약과 함께 복용할 때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경고의무 이 사건 이후 타이레놀에는 ‘당신이 하루에 3잔이상 술을 마신다면, 이 약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십시요’라는 Alcohol War ning이 추가되었다. 환자는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제약회사는 자기회사의 약으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이것이 다른 약과 함께 복용되면 상승작용으로 인하여 부작용의 위험이 높아지는지를 시험을 통해 확인하고 이를 경고할 의무가 있다. 원고 Wagner의 피부과 의사는 그녀의 심한 여드름을 치료하기 위하여 기존에 처방하였던 테트라싸이클린계 항생제 Minocin에 추가하여 피고 Roche사의 Accutane을 처방하였다. 약 50일간 두가지 약을 복용했던 원고는 눈이 잘 안보이고, 두통이 생겨 의사를 다시 찾게 되었다. 검진결과 가뇌종양(pseudotumor cerebri, 약칭 PTC), 즉 약때문에 뇌가 부어 안압상승, 시력저하, 구토, 심한 두통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고의 PTC를 치료하기 위하여 스테로이드요법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뼈에 혈액공급이 감소되어 원고는 골반관절과 어깨 관절을 교체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배심원들은 피고 Roche사가 Accutane의 구조가 비타민 A와 매우 유사하여 비타민 A 중독으로 발생하는 PTC가 Accutane에 의하여 유발되는 지를 확인했어야 했고, 원고가 복용하고 있었던 Minocin도 PTC를 초래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환자가 이 두가지 약을 복용할 경우 상승작용으로 PTC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으므로 피고 Roche사는 Accutane복용시 Minocin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를 했어야 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35만불의 승소평결을 내렸다(Wagner v. Roche Laboratories et. al., 671 N.E. 2d 252). 지금 미국에서는 의약품에 대하여 대규모의 소송들이 여러건 진행되고 있다. Parke-Davis사(Pfizer의 계열사)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동안 190만명이 복용한 인슈린저항성 Type II 당뇨병치료제인 Rezulin이 간을 손상시키는 부작용 때문에 많은 환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다. Parke-Davis사는 Rezulin으로 인하여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61세 여환자인 원고 Sanchez에게 4천3백만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원고와 3천만불에 화해하였다(Sanchez v. Parke-Davis Co., No. 00-6523-F, Nueces Co., Texas, Dist. Ct.). Johnson & Johnson사는 위산역류치료제인 Propulsid가 심장부정맥을 초래하는 부작용으로 집단소송에 걸려있고, Bayer사는 콜레스테롤강하제 Baycol이 근육세포가 근육에서 빠져나가는 횡문근변성을 초래하는 것 때문에 많은 제소를 당하고 이중 1,683건을 화해하면서 6억2천만불 가량을 지급하였고, 갱년기 여성호르몬 치료제인 Prempro를 판매한 Wyeth사는 유방암, 혈전, 뇌일혈 등의 부작용 때문에 집단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jasonha@lawdw.com
200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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