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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재량통제와 직권탐지주의
Ⅰ. 사건의 개요 원고는 가축분뇨를 저장탱크에 일시 저장한 후에 위탁업체가 이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가축분뇨 배출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이를 가축분뇨를 해당 시설에서 완전히 분해하여 배출하는 방식의 '액비화 처리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 한다)'을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원고는 가축분뇨 처리를 위한 이 사건 시설 등 공작물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에 따라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 행정청은 이 사건 시설이 ○○저수지와 인접하여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고 인근 주민들에게 악취 등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원고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거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은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광주고법 2020. 9. 25. 선고 2019누12288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Ⅱ. 판결 요지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사정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소재 대상판결은 재량통제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주고 있다. 대법원은 법률의 구성요건에 규정된 불확정개념을 근거로 재량행위를 판단하고 있으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한 증명책임을 원고에게 귀속시키고 있다. 환경이익의 중요성을 고려한 판단은 이해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있다. 선행판례도 대체로 같은 입장이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두45579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재량행위의 특성과 환경이익의 우월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허가신청의 거부에 대한 권리구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 개발행위허가의 법적 성질과 재량행위의 논증방식 대상판결은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를 '재량행위'로 보고 있다. 그 논거로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행위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등이 대부분이다. 국토계획법 제58조는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청은 상대방의 신청이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지를 심사하여 개발행위허가를 발급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소위 '요건재량설'을 따른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러한 논거는 적절하지 않다.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를 억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면제하는 '예외적 승인(Ausnahmebewilligung)'에 해당한다(상론은 졸저, 한국행정법론, 법문사, 2020, 120면 참조). 예외적 승인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개발제한구역 내의 개발행위허가가 여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두12837 판결). 판례는 이를 '예외적 허가'라고 부르고 있다. 재량행위와 재량하자에 관한 이론은 오래전에 한국행정법에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자유재량과 기속재량의 구분은 19세기 독일의 고전학파 이론에서 연유하고 있다(Otto Mayer, Deutsches Verwaltungsrecht, Bd. I, 3. Aufl., S. 99 f.). 이러한 이론은 일본을 거쳐 도입된 것인데, 이를 한국 행정법의 고유한 이론으로 보는 것은 오해이다. 판례는 다행히 '재량행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 '기속재량'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 독일에서는 '결정재량'과 '선택재량'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Maurer/Waldhoff,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19. Aufl., § 7 Rn. 7). 판례 중에는 '선택재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용어 사용이 독일 학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판례에서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재량 구분을 도입하는 것은 재량통제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법리를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3. 재량하자의 판단과 직권탐지주의의 적용 대법원은 재량하자에 관한 치밀한 논증을 하지 않고 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한 증명책임을 원고에게 귀속시키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타당한가? 행정소송법 제26조는 직권심리주의(직권증거조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도 판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두고 대법원 판례의 주류는 대체로 변론주의의 예외로 이해하고 있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1182 판결; 대법원 2000. 3. 23. 선고 98두2768 판결 등). 그러나 일부 판례는 행정소송상 '직권탐지주의'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적도 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두18035 판결). 행정소송은 민사소송과 달리 권리구제의 기능뿐만 아니라 행정의 적법성 통제의 기능을 수행한다(행정소송법 제1조 참조). 법원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판단에 직권탐지주의를 적용하여 해당 처분의 위법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 이는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과 구별되는 점이다. 행정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장이나 사실 등에 의존하지 않고 직권탐지주의를 인정하는 것은 판결의 정당성 확보라는 공익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심은 원고가 가축분뇨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러한 거부처분이 수질오염 방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시설이 인근 마을의 농업용수 취수원과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되는 ○○저수지와 불과 24m로 인접해 있으며, 시설이 노후되거나 시설 관리자가 무단방류하는 경우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거부처분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개발행위허가 또는 그 거부에 대해 재량행위를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법원은 해당 처분이 어떠한 재량하자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판례는 대체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포괄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원고가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거부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였다면,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이라도 이에 대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 피고 행정청의 주장에 비추어 재량권의 행사는 존재하며, 재량권의 유월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재량권의 '남용(Mißbrauch)'이다. 재량권의 남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량의 수권 목적이 중요하다. 법률이 수권한 재량규정의 취지나 목적에 위배되게 재량권이 행사되었는지를 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거 법령에서 재량의 수권 목적을 검토해야 한다. 대상판례는 그러한 논증을 하지 않고 환경이익의 우월이나 재량의 성격 등을 포괄적인 근거로 삼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 사건의 처분은 예컨대 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하천·호소·습지의 배수 등 주변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심사해야 한다. 이 사건의 시설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원심은 이 사건 시설이 기존의 수거 방식보다 환경상 위해 우려가 적다고 판단하였다. 액비화 처리 시설은 가축분뇨를 퇴비나 액비 등으로 자원화하고 자연순환농업을 활성화하여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러한 시설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기존 방식보다 환경상 위해를 더 크게 주는지는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이 부분에 대한 논증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시설의 입지나 무단방류의 가능성만을 고려하고 있을 뿐이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개발행위허가의 성질을 먼저 규명하고 재량행위를 논증하여야 하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한 심사를 원고의 증명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직권탐지주의를 적용하여 그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향후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 발상(發想)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가축분뇨
저수지
악취
수질오염
환경오염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2021-05-27
행정사건
수익적 행정처분에서 경원관계에 있는 자의 원고적격 요건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두27517 판결 - 1. 사안의 정리 가. 피고는 2012. 4. 3. 부산 강서구 봉림동 봉림지하차도와 김해시 장유면 화목교(시 경계) 사이에 주유소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안 주유소배치계획을 변경한 후 이를 공고하였고, 같은 날 주유소 운영사업자를 모집하는 모집공고(이하 '이 사건 모집공고')를 하였는데,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은 "1)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1971. 12. 29.) 해당 구역안에 거주하고 있던 자로서 개발제한구역에 주택 또는 토지를 소유하고(지정당시거주자), 2) 생업을 위하여 3년 내의 기간 동안 개발제한구역 밖에 거주하였던 자를 포함하되 세대주 또는 직계비속 등의 취학을 위하여 개발제한구역 밖에서 거주한 기간은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거주한 기간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나. 같은 날 원고, 소외인 등은 피고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2. 8. 22. 원고에게는 '개발제한구역 밖으로 전출한 사실이 있어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조건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주유소 운영사업자 불선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는 대신, 경원자인 소외인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부산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 12. 11. 청구가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소가 소위 '경원자소송'으로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곧바로 본안판단으로 들어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제3호의 '지정당시거주자'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뿐만 아니라, 허가신청일 당시까지도 개발제한구역 안에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되는바(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두3165 판결 참조), 위 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등 공적인 기록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주민등록표 기재와 다른 내용의 거주사실 등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라 요건구비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원고의 경우는 자녀들이 종전 학교에 개근한 사실, 원고가 종전 주소지 통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을 들어 이 사건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출 기간 동안 실제로는 이 사건 주소지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상 주소지만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여러 사람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될 수밖에 없는 때에는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있고, 다만 구체적인 경우에 그 처분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불이익이 회복된다고 볼 수 없을 때에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8두6272판결 등 참조)고 할 것인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 라고 하여 본안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ㆍ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그 취소판결로 인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에만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의 직접 상대방으로서 원칙적으로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여, 이 사건을 파기환송 하여 다시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경원자관계에서의 원고적격(소의 이익) 여부 경원자관계란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수인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서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원관계에 있는 자가 인허가처분에 대하여 제기하는 항고소송을 경원자소송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원자소송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제기될 수 있다. 즉, 경원자가 자신에게 내려진 거부처분을 곧바로 다투는 형태와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을 다투는 형태이다. 종전 판례는 후자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 자신의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경원관계에서 탈락한 자는 비록 경원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허가 등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 적격이 있다'(대판 2009. 12. 10. 2009구8359 판결)고 하여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사안은 전자에 관한 것으로, 이러한 소송은 비록 동 소송에서 원고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곧바로 인허가처분이 내려진다거나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어서 과연 이러한 청구에 소의 이익을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원심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하여 각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그 판결의 직접적인 효과로 경원자에 대한 허가 등 처분이 취소되거나 그 효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행정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취소판결의 원고와 경원자의 각 신청에 관하여 처분요건의 구비 여부와 우열을 다시 심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그 재심사 결과 경원자에 대한 수익적 처분이 직권취소 되고 취소판결의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종전 학문적으로 본 사안과 같은 경우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지 않는 한 원고적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에 대하여는 원심판단처럼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바로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음을 들어 무의미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이라 함은 구체적 사안에서 계쟁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 할 것인 바, 지나치게 소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여 처음부터 본안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5. 결 어 결국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앞으로 본 사안과 같은 형태의 경원자소송에서 쟁점은 본안으로 들어가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될 것이고, 원고적격 단계에서는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처음부터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예 배제되어 있지만 않다면 원고에게 소의 이익은 인정되는 것으로 정리될 것으로 여겨진다.
개발제한구역
경원자소송
원고적격
행정소송
2016-05-30
관세소송 중 다른 품목번호를 처분사유로 추가할 수 있는지 여부
1. 서론 관세소송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품목분류가 적절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도 있다. 산업기술의 발달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물품이 수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해당 물품을 품목분류표상 어느 항목으로 분류할지가 소송으로 다투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소송과정에서 처분청이 당초 주장하였던 품목분류 번호를 변경하거나, 다른 품목번호를 추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이 쟁점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소송 진행 중에 처분청이 다른 품목번호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소송의 대상 물품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Metal Organic Vaper Deposition)에 사용되는 서셉터(Susceptor)에 대하여, 관세율표 품목분류 제6909.19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법리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된 것이라는 이유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심(광주고등법원 2013. 7. 25. 선고 2012누1739 판결)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이 관세율표 중 6903.10-3000호(기타 내화성의 도자제품 중 반응그릇)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그 후 소송 과정에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이 관세율표의 다른 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변경 전후에 있어서 같은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만 달리 하는 것일 뿐 기본적 사실관계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공격방어방법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여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품목번호의 변경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하여, 대법원 판단이 없는 것은 아쉬우나, 이 사건을 계기로 이 쟁점에 대해 검토한다. 3. 평석 (1) 품목분류의 의미와 법률상 효력 수입물품에 대한 품목분류는 국내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하여 관세율을 결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세관절차이다. 세계관세기구(World Customs Organization)에서 정한 '통일상품명 및 부호체계에 관한 국제협약'(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Harmonized commodity and coding System, 약칭 HS협약)에 따라 품목분류 번호가 결정된다. 세계관세기구는 HS 품목분류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기 또는 수시로 HS 관세율표해설서를 발행하고 있고, 세계관세기구 회원국들은 이들 간행물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법으로 수용하여 품목분류의 실무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HS 관세율표해설서는 세계관세기구가 승인한 HS 품목분류에 관한 공식 해설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 관세법 제85조 제1항, 시행령 제99조 제1항에 따라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관세청 고시)를 마련하여 위 HS 관세율표 해설서를 그대로 인용하여 같은 내용의 해설서를 두고 있다. 따라서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는 상위법령으로부터 관세율표상 품목분류의 적용기준에 관한 위임을 받아 품목분류의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서 상위법령의 내용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효력을 가지게 되는 법규명령이고(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592 판결), 위 고시 제3조 [별표]에 규정된 관세율표해설서도 법규명령으로 효력이 있다. (2)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에 대한 법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행정청이 처분 이후 처분의 법률적 근거와 사실적 근거를 추가겢允펯변경 또는 보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는 절차경제의 관점과 국민의 권리보호의 관점이 충돌한다. 판례는 기본적 사실관계에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는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으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은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 것을 말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6두4899 판결). 따라서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판례상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로는,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에서, 당초의 처분사유인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비치하지 아니한 사실과 새로 주장한 관계서류 제출명령에 위반하였다는 사실(대법원 99두6392 판결), 거부처분 당시의 처분사유인 배치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유와 새로 추가한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거주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사유(대법원 2007두9365판결)등이 있다. 원심법원은 품목번호 변경은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당초처분사유인 '내화성의 도자제품 중 반응그릇'과 추가된 처분사유인 '실험실용·화학용이나 기타의 공업용 도자제품' 또는 '석제품 또는 기타 광물성 재료의 제품'은 법률적 평가만 달리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제품은 품목분류표상 완전히 다른 물품이다. 만일 원심과 같은 논리라면, 수입된 물품은 특정되어 있으므로 품목번호는 이것 아니면 저것 이라는 주장을 끝도 없이 이어갈 수 있다. 이 세상의 어떤 물건이라도 품목번호표 중 어느 한 항목에는 해당하기 때문이다. (3) 대상 판결의 사례 검토 이 사건 물품은 일응 제8486.90-2010호의 '반도체 웨이퍼 상에 막을 형성하거나 금속을 증착하는 기계 부분품 및 부속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은 다툼이 없다. 그런데 관세율표 제84류의 주는 "제68류의 밀스톤 등 물품과 제69류의 도자제의 기계류와 도자제 부분품은 제84류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는 이 사건 물품의 제조과정, 물품의 특성, 제84류와 제68류 내지 제69류의 차이점 등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졌고, 도자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증인신문과 전문가 진술서가 제출되었다. 하급심의 판단은 서로 엇갈렸다. 1심은 관세율표 제6903호의 도자제품(내화제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형된 고형물을 만든 후, 그 고형물의 입자 상호간에 화학적 변이, 부분적 융용의 결과로 밀접하게 결합하여 모양이 고정(경화)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물품의 제조과정은 이미 소성·가공과정을 거쳐 모양이 고정된 인조흑연 기판의 표면에 탄화규소의 막을 형성할 뿐이므로 소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6903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원심 재판과정에서 처분청은 이 사건 물품은 제6903호이나, 만일 이 번호가 아니라면 제6909호(실험실용·화학용이나 기타의 공업용 도자제품) 또는 제6815호(석제품 또는 기타 광물성 재료의 제품)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원심 법원은 당초의 처분사유인 제6903호에 해당하지 않지만, 추가된 처분사유인 제6909호나 제6815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제6903호와 제6909호 및 제6815호는 물품의 특성이 서로 다르다. 특히 품목분류를 통해 관세율표상 세율이 정해지는 점, 이러한 품목분류가 과세요건이 되는 점, 과세요건의 증명책임은 처분청에 있는 점,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납세의무자의 절차적 권리보장과 관련되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품목번호의 변경은 신중히 취급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처분청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처분사유를 여러 가지로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세부과처분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법령에 근거하여 신중히 행해져야 한다. 만일 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면, 설령 절차적 잘못이라도 취소되어야 한다. 법원은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기관이지 행정청의 잘못된 처분을 추인해 주는 곳이 아니다. 4. 결론 이 사건 재판에서, 처분청이 부과근거로 삼은 품목번호가 잘못되었다는 점이 밝혀졌음에도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처분청이 심리 과정에서 당초의 품목번호 A가 잘못되었다면, 또 다른 품목번호인 B 또는 C 라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처분청이 추가로 주장한 또 다른 품목번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런 논리는 상식에도 맞지 않고,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에 관한 법리에도 위배된다. 원심법원은 조세소송의 소송물은 정당한 세액이라는 논리에 기대어, 관세소송에서도 부과금액을 변경하지 않는 한 처분사유는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결과중심적인 사고거나 행정편의적인 태도다. 당초 품목번호가 잘못되었다면 부과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만일 처분청이 다른 품목번호에 해당한다고 견해를 바꾼다면, 당초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과세할 것이지, 재판과정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를 허용할 것은 아니다.
2014-07-07
위헌소원 사건을 계기로 본 개발훼손부담금 제도에 관한 소고
1. 위 사건의 개요 개발제한구역 내에 위치한 의정부시 소재 대지 1,107㎡는 제조공장의 부지로 이용되고 있었는데, 그 중 일부(356㎡)가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사업부지로 편입되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1. 3. 15. 협의매수 되었다. 청구인은 레미콘공장을 신축하기 위하여 위 협의매수된 대지 356㎡에 대한 이축권(移築權)과 함께 나머지 토지 및 그 지상 공장건물을 포괄적으로 매수하였다. 그리고 주변 토지를 추가 매입하여 위 토지 중 355㎡를 포함한 합계 2,653㎡에 대하여 공장업종을 레미콘제조업으로, 공장면적을 2,653㎡로 변경하는 공장등록변경승인신청을 하였다. 나아가 위 토지 상에 레미콘공장 및 공장사무실을 건축하기 위한 건축허가신청과 함께 이축권에 근거하여 위 답 355㎡에 대하여 공장부지로 토지형질을 변경하기 위한 토지형질변경허가신청을 하여, 2002. 12. 30. 의정부시장으로부터 위 신청내용대로 개발제한구역 내 건축허가 및 토지형질변경허가를 받았다. 한편 의정부시장이 2005. 1. 4. 위 답 355㎡가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라는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0조 내지 제24조에 근거하여 청구인에게 개발제한구역훼손부담금 96,870,080원을 부과하자,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의정부지방법원에 위 부담금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2005구합1034)함과 동시에 위 부담금부과처분의 근거가 된 위 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제22조, 제23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위 법원은 2005. 5. 4.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2005아48), 청구인은 같은 해 6. 9. 위 특별조치법 제22조, 제23조 제1항 및 위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34조, 제35조가 자신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 [1] 훼손부담금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입지하는 시설 등의 설치에 따른 토지형질변경에 대하여 구역 내·외의 토지가격 차액에 상당하는 경제적 부담을 부과함으로써 구역 내로의 입지선호를 제거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경우로 입지를 제한하여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을 억제하는 한편,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관리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의 성격을 갖는다. [2]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토지형질변경 또는 이를 수반하는 행위허가를 받은 훼손부담금의 납부의무자 집단은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억제와 그 관리라는 특수한 공적 과제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뿐 아니라, 이로써 개발제한구역의 관리를 위한 특별한 재정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토지형질변경을 수반하는 행위허가를 받은 사람에게 훼손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훼손부담금제도 역시 주민의 생존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므로 개발제한구역 내라도 ‘주민의 주거·생활편익·생업을 위한 시설의 설치 및 영농’ 또는 ‘국가안보상 필요한 시설 등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행하는 공공용시설 및 공용시설’의 건축을 위한 토지형질변경의 경우에는 이를 감면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같은 이축권에 기한 행위허가라고 하더라도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훼손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것과 달리 공장의 경우 이를 전액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에 해당하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개발제한구역 내의 입지선호가 주로 개발제한구역 내의 저렴한 토지가격에서 비롯되므로 구역 내·외의 지가차액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하는 것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침해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청구인 등 납부의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도 아니한다. [ 심판대상조문 : 구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2005. 1. 27. 법률 제7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2조, 제23조 제1항, 구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2001. 9. 6. 대통령령 제17353호로 개정되고, 2005. 3. 8. 대통령령 제187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5조 ] 3. 개발이익 및 개발훼손부담금 제도의 의의 개발이익이란 개발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정상 지가상승분을 초과하여 개발사업시행자에 귀속되는 토지가액의 증가분과 공공사업의 시행, 토지이용계획의 변경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정상 지가상승분을 초과하여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는 토지가액의 증가분을 지칭한다. (석종현 신토지공법, 부산지방변호사회 1997년 제14호 회지) 그런데, 개발사업의 시행은 국민의 조세부담으로 시행하면서도 그 개발의 결과인 개발이익은 토지소유자 등이 독점하도록 한 현행 손실보상제도는 형평성 및 공평부담의 원칙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비판되었으며, 그런 연유로 개발이익의 사회 환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개발훼손부담금은 위 개발이익 중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등에 의거하여 국가가 부과·징수하는 금액을 말한다. 이러한 개발훼손부담금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입지하는 건축물의 건축 등 행위에 따른 토지형질변경에 대하여 구역 내·외의 토지가격의 차액에 상당하는 경제적 부담을 행위자에게 부과함으로써 구역 내 입지선호를 제거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경우로 입지를 제한하여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을 억제하고, 이를 통하여 개발제한구역의 관리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만들어진 제도인 것이다. 4. 개발부담금 내지 개발훼손부담금의 법적 성격 개발부담금 또는 개발훼손부담금의 법적성격과 관련하여 위 부담금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입지하는 시설 등의 설치에 따른 토지형질변경에 대하여 구역 내·외의 토지가격 차액에 상당하는 경제적 부담을 부과함으로써 구역 내 입지선호를 제거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경우로 입지를 제한하여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을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관리를 위한 재원의 확보에 그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내용상으로는 개발제한구역 훼손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부과하는 원인자 부담금 또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를 통한 쾌적한 생활공간의 확보에서 발생하는 유·무형적 수익에 대한 수익자 부담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기능상으로는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토지형질변경을 초래하는 건축물의 건축 등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행위자에게 일정한 금전적 부담을 지움으로써 위와 같은 행위를 간접적·경제적으로 규제하고 억제하려는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견해(이는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건설교통부 도시국 도시관리과 “개발부담금의 산정 및 부과 절차”, 정병윤,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개요”)와 개발부담금은 토지로부터 발생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이를 적정하게 배분함으로써 토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고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규제수단의 하나로 등장되었으므로 전통적인 공용부담 법리론에 따른 인적공용부담으로 보기 어렵고, 투기방지와 개발이익에 관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개입수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투기방지를 위한 법령상의 부작위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형태의 의무이행 확보수단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다(석종현, “개발이익과 개발부담금”). 필자의 사견으로는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이른바, ‘정책실현목적부담금’이 지닌 의미 속에는 위 석종현 교수가 주창한 의무이행 확보수단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부담금의 성격까지 모두 함축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개발훼손부담금의 법적 성격은 위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을 억제하는 한편,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관리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으로서의 성격은 물론, 개발이익에 관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부동산 투기방지를 위한 국민적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의무이행 확보수단으로서의 성질을 모두 가진다고 하겠다. 5. 개발부담금 내지 개발훼손부담금의 부과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 기준 위 헌재판례에서 헌법재판소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헌법상 보장되므로(헌법 제23조 제1항) 국민에게 조세 외의 재산상의 부담을 부과할 경우 이에 대한 헌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우리 헌법은 국가의 특별한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입법권한을 입법자에게 포괄적으로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헌법 제40조, 제119조, 제120조, 제122조 등), 기본권에 관한 일반적 유보조항을 두고 있으므로(헌법 제37조 제2항)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으며, 이는 부담금 부과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에도 적용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법률에 의한 부담금제도의 설정은 헌법이 허용하는 기본권 제한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 위와 같은 헌법적 근거에 의하여 부담금제도의 설정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부담금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인 사정이 고려되어야 한다(헌재 2005. 3. 31. 2003헌가20, 판례집 17-1, 294, 301-302 참조). 정책 실현목적 부담금은 개별행위에 대한 명령·금지와 같은 직접적인 규제수단을 사용하는 대신 부담금이라는 금전적 부담의 부과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국민의 행위를 유도하고 조정함으로써 사회적·경제적 정책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담금을 사회적·경제적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헌재 1998. 12. 24. 98헌가1, 판례집 10-2, 819, 830). 그러나 적어도 정책실현목적의 부담금이 사회적·정책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법 앞의 평등원칙에서 파생되는 공과금 부담의 형평성을 벗어나서도 안 될 것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는바, 생각건대, 개발부담금 내지 개발훼손부담금의 부과의 경우에도, 헌법상 일반 기본권제한 및 그 한계와 관련된 심사원칙이 일응 적용된다고 보되 다만, 위 부담금의 부과목적이 특수 공익실현에 있다는 점에서 그 심사기준을 다른 기본권제한 및 침해의 경우보다 다소 완화하여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6. 개발(훼손)부담금 제도에 관한 몇 가지 제언 지가급등에 따른 토지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개발부담금 및 훼손부담금제도가 시행이 되면서 정부가 의도했던 부동산투기는 어느 정도 근절되었다고 보여지나, 헌법상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등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면서 개발사업시행자를 포함한 관련 국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개발부담금제도가 당면한 문제 및 향후 방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개발부담금제도의 평가와 향후 개선방향, 서희열, 김상철 공저) 첫째, 개발부담금의 산정방식과 관련하여 착수 및 완료시점의 지가산정에 있어서 평가의 오류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인바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 둘째,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토지소유자, 개발사업자, APT 분양당첨자 정부 등 여러 계층의 경제주체들에게 귀속되고 있음에도 개발사업시행자들에게만 개발부담금을 부과함으로서 발생하는 불공정성은 개발이익 향유자와 개발부담금 납부자간의 불공평 문제로 확대되는바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 셋째, 현대의 개발사업은 점선적 개발에서 면적개발로 광범위하게 이행됨에 따라 개발이익과 개발손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개발손실에 따른 보상 도입 등이 필요하다. 넷째, 공시지가제도 등 개발부담금제도를 지원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의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도소득세제의 보완 및 강화와 종합토지세, 종합부동산세 및 토지관련 각종 공개념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새로운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의욕과 눈앞의 성과를 앞세워 제도의 신설이나 법률의 제정을 통해서만 그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 원인이 있었다. 앞으로 형평의 원리가 중요시되면서도 민간의 자율이 존중되는 가운데 좁은 우리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좀 더 깊이 고민하는 이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2007-10-25
이유보완을 통한 하자의 치료
Ⅰ. 問題의 意義 및 所在 상대방에게 불리한 일을 하고자 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미리 그러한 사실 내지는 이유를 알려 주고, 상대방에게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를 영국인 들은 자연적 정의(natural justice)의 요소로 간주하며 일찍부터 발전시켜 왔다(이러한 사실에 관하여는 졸저, 行政法Ⅰ, 제7판, 383면 참조). 청문과 이유제시를 핵심적 요소로 하는 사전절차(행정절차)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개별법 또는 학설·판례를 통해 도입된지 오래이며, 그에 관한 일반법(행정절차법)이 제정된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이유제시(처분의 근거와 이유제시)와 관련하여 법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유제시를 사전에 올바로 하지 않은 경우, 사후에 그것을 추완 또는 보완할 수 있는가? 그것이 가능하다면, 시기는 어느 때까지인가? 등의 문제가 그에 해당한다. 다른 한편, 법원은 ‘소송단계에서의 이유보완’의 성격을 가지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행정절차(행정과정)에서의 이유보완’에 대해서는 이를 무시 또는 경시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고 하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마침,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판례가 발견되기에 그 내용부터 살펴 보기로 한다. ○ 판결요지 당사자가 근거규정 등을 명시하여 신청하는 인.허가 등을 거부하는 처 분을 함에 있어 당사자가 그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이유를 제시한 경우에는 당해 처분의 근거 및 이유를 구체적 조항 및 내용 까지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한 것이 된다고 할 수 없다 Ⅱ. 大法院의 判決 要旨 (1)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의 명확한 내용을 밝혀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대하여, 1998. 12. 15. 이 사건 처분에 대한 관계 규정은 도시계획법시행령 제20조 제1항이고, 이 사건 임야는 1996. 12. 29. 경제수 식재를 위한 입목벌채허가를 득한 자력조림지로서 도시계획법 등 관계 법령 및 현지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임야를 훼손하는 토지형질변경(개간)을 하여 토지를 이용하기보다 이미 허가를 득한 바와 같이 현 지형상태에서 당초 목적대로 조림지로 이용함이 개발제한구역관리 및 산림의 보호측면에서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되어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회신하였다는 요지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 평석요지 행정청이 처분을 함에 있어 처분근거를 단순히 '도시계획법'이라는 식 으로 법률의 명칭만 적었다면 그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적법시 해서는 안되며, 법원이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을 폭넓게 인정 하면서도행정과정에서의 이유보완에 대해서는 왜 무관심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2) 원심은 이러한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① 이 사건 처분을 고지함에 있어 구체적인 관계 규정과 불허가사유를 명시하지 아니하여 절차상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이미 입목벌채허가를 얻은 원고로서는 피고가 어떠한 근거와 사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인지를 알 수 있고, 설령 당초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어떠한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그 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이 도시계획법시행령 제20조라고 통보함으로써 그 하자가 치유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② 이 사건 임야는 경사도가 21도 이하이고, 입목본수도가 15% 미만으로 개간이 가능하며, 심영식에게 이 사건 임야의 일부에 이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하였으면서도, 원고의 토지형질변경신청을 불허한 것은 일관성이 없고, 원고가 조림의무를 소홀히 한 바 없는데도 조림의무를 계속 강제하는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식재한 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조림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형질변경허가기준에 적합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허가할 경우 도시계획법에 의한 개발제한구역 지정 목적을 참탈하게 되어 부당하므로, 이를 불허한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3).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은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근거규정 등을 명시하여 신청하는 인·허가 등을 거부하는 처분을 함에 있어 당사자가 그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이유를 제시한 경우에는 당해 처분의 근거 및 이유를 구체적 조항 및 내용까지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한 것이 된다고 할 수 없다. (4) 기록에 의하니, 피고가 1998. 12. 15. 원고의 요청에 대한 회신을 함에 있어 ‘도시계획법’이라고만 하였을 뿐 ‘도시계획법시행령 제20조’를 명시하지 아니하였던 사실은 알 수 있으나, 원고가 도시계획법(2000. 1. 28. 법률 제624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도시계획법시행령(2000. 7. 1. 대통령령 제1689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개발제한구역의 지정목적에 지장이 없다고 하여 토지형질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1996. 12. 29.(1996. 11. 27.의 오기로 보인다) 벌채허가를 득한 내용대로 조림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불허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원고로서는 당초 벌채허가와 달리 이 사건 임야를 이용하기 위한 원고의 신청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목적에 현저히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도시계획법시행령 제2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불허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가 근거규정을 단지 ‘도시계획법’이라고만 하였다고 하여 그 처분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5) 원심이 원고의 조림의무 불이행을 이 사건 처분의 사유로 본 듯한 부분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결론은 결국 정당하고, 거기에 토지형질변경불허처분에 있어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Ⅲ. 評 釋 1. 二重的 矛盾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중적 모순을 범했다고 판단된다. 첫째는, 피고가 근거규정을 ‘도시계획법’이라고만 표시하였는데도 “그 처분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점이다(위 판결요지의 (4) 끝 부분 참조). 행정청이 처분을 행함에 있어, 처분근거를 단순히 ‘도시계획법’이라는 식으로 법률의 명칭만 적었다면, 어떠한 이유로도 그것을 적법시 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는 대법원의 판결문에 표시되어 있는대로, 피고가 ‘그 뒤 이 사건의 근거가 도시계획법 시행령 제20조라고 통보함으로써 그 하자가 치유’된 점을 무시 또는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위 판결요지 (2)의 ① 참조). 오늘날-다행스럽게도-처분의 이유제시가 행정청의 의무가 되어 있기는 하나(행정절차법 제23조, 국세징수법 제9조 등 참조), 일정한 한도에서 그 이유제시의 追完(Nachholung der Begruendung) 내지 理由補完(Nachschieben von Gruenden)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상세는 졸저, 전게서, 290면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이유보완을 통한 하자의 치유’의 법리로써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다른 논리를 펴고 있다고 하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2. ‘處分事由의 追加·變更’과의 不均衡 우리 법원이 행정소송에서의 이유보완(Nachschieben von Gruenden im Verwaltungsprozess)의 성격을 지니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음은 근년의 다음의 판례에도 잘 나타나 있다(이에 관한 그밖의 상세에 관하여는 졸저, 전게서, 684면 이하 참조). [과세관청으로서는 소송 도중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당해 처분에서 인정한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거나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그 사유를 교환·변경할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처분 당시의 자료만에 의하여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거나 처분 당시의 처분사유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판 2002. 10. 11, 2001두1994). 결론적으로, 우리 법원이 ‘행정소송에서의 이유보완의 성격을 지니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폭넓게 인정하면서-이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행정과정에서의 이유보완(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대하여는 왜 그토록 무관심한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2003-09-04
주민투표법 미제정의 위헌여부
Ⅰ. 사건의 개요 등 1. 事件의 槪要 (1) 정부는 1998. 12. 울산 울주군 등지에 핵발전소 8기의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고 울주군수는 세수증대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 지지하였는데, 정작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격렬하게 핵발전소의 유치를 반대하여 왔다. (2) 정부는 2000. 9. 산업자원부 고시제2000-88호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신리 일대를 4기의 가압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하는 한편, 위 서생면 비학리에 신고리원전 1호기를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라 울산광역시 주민 13만여명은 국회에 그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3) 위 서생면 주민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원전유치 문제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 보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소정의 주민투표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입법조치가 없어 그 실시가 불가능하자 2000. 11. 이와 같은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주민투표권(참정권), 주민자치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審判의 對象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의 여부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주민투표)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②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3. 決定의 要旨 (1)<입법자가 주민투표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하는 것이 「헌법상 의무」인지 여부(소극)>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가 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의 존재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다. 따라서 「헌법」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를 통하여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지 주민투표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대표제 지방자치제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에게 주민투표권, 조례의 제정·개폐청구권, 주민감사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입법에 의하여 채택된 것일 뿐 헌법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가 주민투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와 사항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와 사항에 대하여 입법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국회에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2)<주민투표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우리 헌법상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인 참정권(국민투표권)과 국민이 국가기관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권리인 간접적인 참정권(공무원선거권, 공무담임권)으로 나눌 수 있는바,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은 그 성질상 이를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Ⅱ. 평 석 1. 住民投票權이 憲法上 參政權이 아닌지 與否 헌법재판소는 주민투표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바, 그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헌법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성문규정에서 참정권의 근거를 찾는 형식논리에 의존하고 있을 뿐 그 실질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이유로 주민투표권을 국민투표권과 달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참정권)로 보지 않는지 및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 기본권적 수준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먼저 헌법에서 인정된 참정권으로서의 선거권, 공무담임권 및 국민투표권은 ‘국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고, 이들 각 기본권은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국민인 지방자치단체 ‘주민’으로서도 당연히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는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한 헌법 제1조 제2항과 조화로운 해석하에서 헌법 제118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인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한 주민투표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인 ‘참정권’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주민투표권은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정치)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므로 정치적 기본권(참정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주민참정권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투표권은 참정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그 자체로서 이미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지방자치단체 구역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국민인 주민’으로서 지역 차원의 투표권 즉, 주민투표권을 갖는 것은 헌법상의 정치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과 성질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헌법 제37조 제1항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주민투표권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는 개별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질 것이지만, 그 개별법률 역시 기본권(참정권) 내지 헌법상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주민투표권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眞正立法不作爲에 대한 憲法訴願의 許容與否 (1) 眞正立法不作爲訴願의 許容要件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가 있는바, 청구인들이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은 아직까지 전혀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의문이 없다. 그런데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①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②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례태도이다. (2) 眞正立法不作爲訴願 許容要件의 充足 그렇다면 ‘따로 법률로 정’하지 않고 있는 이 건 입법자의 부작위가 이같은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인가? 먼저 주민투표법의 제정을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입법위임한 것이 아니므로 위 ①의 요건은 당연히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과 같은 형식의 입법인 경우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명시적 입법위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다소 유연하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주민투표에 관한 권리는 헌법상의 지방정치에의 참정권의 하나 내지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서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은 그에 관한 헌법위임규정인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의 근거규정에 따라 제정된 것인 점에서, ‘헌법상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래의 여러 논거에 따르면 ②의 요건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 제118조 및 제1조 제2항의 해석상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 (범위를 획정할 수 있는) 이해관계 있는 주민에게 기본권인 참정권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지방의회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미치는 구체적인 주민투표권이 발생하여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헌법에 의하여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다고 할 것임에도, 입법자가 주민투표법의 제정이라는 입법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입법 당시의 논의과정을 살펴볼 때, 구체적인 근거법률인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1994년 3월 16일이고 보면 이미 그 입법조치의 불이행상태가 7년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정도 이상의 지체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즉, 동 조항의 신설 당시는 총선거와 맞물려 공직선거법,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의 제정 또는 개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법률과 함께 진행되던 지방정치 영역에서의 개정안의 핵심내용 중 하나였던 주민투표 조항의 형성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시급한 정치일정에 쫓겨 추후 계속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따로 정하기로 하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의 형식으로 규정하는데 그쳤던 것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법상의 주민투표 조항의 신설논의가 위 정치관계법과 달리 지방선거 등에 있어서는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같은 합의가 가능하였던 것임을 고려한다면 7년이상의 입법의 지체는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입법실제를 볼 때,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은 이미 입법과정에서 시급히 제정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따로 법률로 정’하는 입법형식은 단일 법률로 제정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의 규율을 별개 법률로 독립시키고자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라 할 것이므로 당해 ‘다른 법률’은 입법상태의 공백이 없도록 가능한 한 동시에 또는 신속하게 제정함이 타당한 것이다. 따라서 동 조항의 제정으로부터 7년이상 입법이 지체되었다는 것은 합리적 기간을 넘어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예컨대, 최근 2000년 7월 1일 도시계획법이 전면 개정 시행되었는바, 동법 제34조 및 제56조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행위제한 등에 관하여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함과 동시에, 같은 날에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을 공포 시행하고 있는바, 이러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입법의 형식이 곧 이를 합리적 기간을 넘어설 정도로 장기간 방치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제까지 입법부작위가 위헌임을 인정하는 「위헌확인」결정을 2건 판시한 바 있다(1994. 12. 29, 89헌마2; 1998. 7. 16, 96헌마246). 특히 헌법재판소는 전문의자격시험불실시 위헌확인등 사건(96헌마246)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과 대통령령의 위임에 따라 치과전문의자격시험제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필요한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소원대상인 진정입법부작위로서 위헌”이라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한 바 있다. 『① 삼권분립의 원칙, 법치행정의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 행정권의 행정입법 등 법집행의무는 헌법적 의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행정입법이나 처분의 개입 없이도 법률이 집행될 수 있거나 법률의 시행여부나 시행시기까지 행정권에 위임된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과 같이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법률 및 대통령령이 규정하고 있고 그 실시를 위하여 시행규칙의 개정 등이 행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권이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행정입법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정권에 의하여 입법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행정입법의 작위의무”가 있다. ② 상위법령을 시행하기 위하여 하위법령을 제정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인 기간내의 지체”를 위헌적인 부작위로 볼 수 없으나, 이 사건의 경우 현행 규정이 제정된 때(1976. 4. 15)로부터 이미 20년이상이 경과되었음에도 아직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합리적 기간내의 지체”라고 볼 수 없고, 법률의 시행에 반대하는 여론의 압력이나 이익단체의 반대와 같은 사유는 지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시행규칙의 문제인 점을 제외하고는 본 사안과 관련하여 그 입법실제, 입법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볼 때 논리적 및 법리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결론에 이른 본 사안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結 論 이 사건 결정은 유사한 선판례가 있음에도 그에 대한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이 선판례를 뒤엎는 듯한 결론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결정문을 보면 비록 각하 결정이기는 하나 그 논리적 정치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논의의 순서상 진정입법부작위 소원의 허용요건과 관련하여 법령에의 명시적 입법위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스스로 제시한 허용요건에의 해당 여부에 대한 검토조차 엄밀히 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또한 주민투표권의 기본권성에 대하여도 형식논리에만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함이 옳았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적어도 진정입법부작위소원의 허용요건을 인정한 후 본안판단에 이르러 -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과 같이 - 주민투표입법의 곤란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헌적인 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2001-07-23
기부금품모집허가의 성질 등
Ⅰ. 사건의 개요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인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는 1997. 7. 18. 내무부장관(현 행정자치부장관)에게 기부금품모집허가신청을 하였으나 거부당했다. (2) 피고는 거부사유로서, ① 국민과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어 온 준조세 폐해를 근절하고 최근의 경제난 극복과 지역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부금품모집허가를 일관성있게 억제해 오고 있다, ②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규정은 북한과 같은 적국을 위한 기부금품의 모집을 예상하고 있지 아니하다 등을 내세웠다. (3) 이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신청은 동포애적·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구호활동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남북한 민간교류를 촉진하고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의의를 가지므로 그 정당성과 중요성이 인정된다. ② 이 사건 처분은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 Ⅱ 대법원의 판결요지 (1) 북한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나, 그러한 사정은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 자체를 금기시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원심이 북한어린이를 위한 성금 및 의약품 등을 모금하는 행위가 기부금품모집규제법 제4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국제적으로 행하여지는 구제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입법취지와 북한관련법률 등과의 관계에 대한 심리미진,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은 ‘법’이 비록 기부금품의 모집허가 대상사업을 법 제4조 제2항 각 호에 규정된 사업에 국한시킴으로써 위 규정에 열거한 사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을 소극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기부금품모집허가의 법적 성질이 강학상의 허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행위가 법 제4조 제2항 제1호의 ‘국제적으로 행하여지는 구제사업’에 해당하는 이상 ‘준조세 폐해 근절 및 경제난 극복’이라는 이유를 붙여 불허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나서, 나아가 이 사건 모집행위는 적국인 북한을 위한 행위로서 대북정책, 국제정세, 국내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시기, 방법 등에 있어서 부적절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모집행위가 법 제4조 제2항 각 호에 정한 사업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가 주장하는 대북정책 등의 고려는 모집절차 및 그 방법과 모집된 기부금품의 사용에 대한 통제 등을 통하여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모집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계 법령과 기록에 비추어 살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기부금품모집허가에 관한 법리오해, 북한과의 관계에 관한 심리미진,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Ⅲ. 평 석 1. 기본권적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행위인가? (1) 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기부금품모집허가와 관련하여, 그 허가가 기본권적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강학상의 허가”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허가되어야 할 행위로서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그러나, 기부금품모집허가는, 법원이 말하는 “강학상의 허가”라기 보다 “예외적 승인”으로서의 성질을 더 많이 가지는 것으로 보고 싶다. 그 “예외적 승인(Ausnahmebewilligung)”이란 사회적으로 有害한(sozialsch adlich) 행위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예외적으로 할 수 있게 하여 주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 예컨대, 주거지역 내의 주택건축은 “강학상 허가(통제허가)”의 대상이 되는데 대하여, 개발제한구역 내의 건축은 예외적 승인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상세는 졸저, 行政法 Ⅰ, 제6판, 250-251면 참조). (2) 기부금품모집허가를 “예외적 승인”으로 보게 되는 실정법적 근거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 동법에 열거되어 있는 네 가지 사업만 허가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점(제4조), 국회의원을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하는 합의기관(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를 거쳐 허가를 결정케 하고 있는 점(동법 제4조 3항 및 동법시행령 7조, 9조) 등이 그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기부금품규제법상의 기부금품모집허가는 “강학상의 허가”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금지를 해제해 주어야 하는 성격의 행정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행위를 신중하고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예외적으로 승인해 주는 행정행위(예외적 승인)의 성질을 보다 강하게 가진다고 봄이 타당시 된다. 2. “판단여지”의 시각 (1) 법률이 행정행위(허가 등)의 요건에 예컨대 “출국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출입국관리법 4조 1호)”와 같은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고 있음으로써 어떤 사실이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간단히 확정되기 어려운 때, 그에 대한 사법심사가 제약될 수 있는 “판단여지”가 존재할 수 있다. 행정기관의 판단에 대한 법원의 심사가 제약되는 점에 있어서는 재량과 판단여지간에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판단여지에 있어서는 행정청에게 “복수행위간의 선택의 자유(재량)”가 인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개념을 통해 ‘기속’되어 있는 것이므로, 양자는 다르다고 보지 않으면 안된다. 앞의 예에 있어서, 행정기관에게 어떤 사람을 “대한민국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할 염려가 있는 자”로 인정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 자유, 즉 “재량”이 인정될 수는 없는 일이다(상세는 졸저, 전게서 225면 이하 참조). (2)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의도하는 사업이 기부금품모집규제법(제4조 2항)에 정해진 “국제적으로 행하여지는 구제사업”에 해당하는가의 문제 역시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은 “불확정개념의 해석과 적용”에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 사건에서의 원고가 “북한”이라는 특수지역에의 지원을 의도하는 만큼, 허가권자가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더욱 다기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각에서 문제를 고찰하면, “이 사건 모집행위는 적국인 북한을 위한 행위로서 대북정책, 국내정세, 국내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시기·방법 등에 있어 부적절하다”고 한 피고의 주장을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지 않나 생각을 가지게 된다. (3) 이른바, “판단여지”의 존재 여부, 그의 한계유월 등과 관련하여서는, 제3자로서의 법원은 그의 실체적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적법하게 구성된 합의기관의 심의를 올바로 거쳤는가 등 절차적 통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상세는 졸저, 전게서, 239면 이하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그러한 점을 경시한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은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라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그 점에 대하여 판단한 흔적이 없다. 그리하여, 피고가 법이 정한 “합의기관의 심의(의결)”를 거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법원이 그 점을 심도있게 심리하지 않은 사실만 가지고 판결에 “심리미진”의 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3. 맺는 말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의 처분(불허가처분)을 위법으로 판시한 법원의 판결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누어질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이 판례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론” 보다도 “문제를 보는 시각, 관점”에 있음을 다시 한번 밝혀 두는 바이다. 그 시각, 관점이란, 본문에 기술해 놓은 바, “전통적 또는 강학상의 허가와 예외적 승인의 구별”, “재량과 판단여지의 구별”과 같은 것을 말한다.
200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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