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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⑨ 행정처분의 이유제시와 하자의 치유
불법에 가담한 원장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는 대상판결은 그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하고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이유제시의 하자에 대한 판단은 법리적 관점에서 정치성이 아쉬워 보인다. 이러한 논리적 불완전함은 치유 규정의 미비에도 기인함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조사 시기나 자료수집의 한계가 존재하고 그럼에도 처분을 늦출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1심 변론 종결 시까지 처분 근거의 보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I. 사실관계 원고들 6인은 사립유치원의 각 원장이며, 모든 유치원은 설립자 1인에게 귀속되어 있다. 피고(부산광역시 교육감)는 2017. 2. 감사를 통해 2014∼2016년 원장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설립자의 계좌로 전달한 정황을 확인한 후, 2017. 3. 설립자와는 별도로 원고들에게 다음 각호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사안을 단순화함). 1. 방과 후 과정 운영비를 학부모에게 환불할 것 2. 정원 외 원아 운영으로 수령한 지원금을 교육청에 반환할 것 3. 미지급된 보결수당을 해당교원에게 환불할 것 4. 직원(설립자의 친인척)에게 부적절하게 지급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5. 허위 또는 과다 회계서류를 작성하여 주거래업체로부터 부당하게 수령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항소심은 1∼5 모두 위법, 상고심은 1∼2는 위법, 3∼5는 적법으로 판단함) II. 대법원판결의 요지 원심(항소심)은 피고가 처분 시 총액만 제시하였고 금액 산정의 자료가 부족한 경우 추정을 가미하여 공백을 메우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위법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그 산정방식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어서 불복하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처분의 근거와 이유제시가 불충분하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추산의 방식으로 위반 금액을 특정하였다는 사정은 그 액수의 타당성 등에 관한 실체적 위법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에 대한 시정명령은 이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립자에 대한 처분으로 족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교비회계에 속하여야 할 수입이 결과적으로 설립자에게 귀속되었다고 하여 그 결과를 초래한 원장의 교비회계 관리 업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설립자에 대한 시정명령으로 원장에 대한 시정명령이 실익이 없거나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 판결의 의미 일반적으로 조세사건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서 형식적 명의자의 경우 구제를 해주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명의자인 유치원 원장이 불법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항소심에서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점에 비추어, 종래의 판례는 설립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말미암아 과거 양자의 관계는 종속성이 강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판결을 계기로 어느 정도 대등해짐으로써 유치원의 회계는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시정명령의 대상에서 원장을 제외할 경우 불법 편취의 관행이 더욱 만연될 수 있음을 고려한 대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다만, 처분의 절차적 위법이 명확해 보임에도 적법하다고 결론지은 것은, 다분히 방향성 제시의 필요에 의한 정책적인 판단이라 평가할 수 있을듯 하다. 이하에서는 논제에 따라서 절차 하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행정절차로서 이유제시제도와 하자에 대한 판례의 기본입장 처분의 이유(제시)는 “이유제시 사후추완”과 “처분 사유 추가변경”의 문제영역에서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이는 절차법과 실체법의 경계영역에 위치하며, 법도그마적 관심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 중요성을 띠고 있다. 이유제시의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가 결합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나 본 판결은 전자와 관련된다. 불이익 처분에 대한 이유제시는 법치국가의 본질적 요소이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처분에 있어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어야 함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이유제시의 정도, 하자가 있는 경우 치유가 가능한지 여부,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판례는 처분이 실체적으로 적법하여도 절차의 하자만으로 취소되는 것으로 보는 한편,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는 행정쟁송제시 전까지로 제한함으로써, 판례가 행정절차를 중시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법원이 행정절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본 판결에서 엿볼 수 있다. 3. 절차적 하자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절차의 하자로 위법하게 된 처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각국의 법체계마다 상이하다. 독일의 경우 실체적으로 올바른 결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그 결정에 도달하는 방법과 형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우선적으로 행정청이 헌법과 수권 규범상의 내용을 준수하였는지를 심사한다. 독일 행정절차법상 절차의 하자는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치유될 수 있고(제45조 제2항), - 더 나아가 치유되지 않거나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 종국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는 것이 명백할 경우에는 절차의 위반만을 이유로 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제46조). 다만, 절대적 절차 하자는 행정절차법 제4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환경영향평가 실시되지 않았고 치유되지 않은 경우, 사안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취소청구권이 존재한다(환경권리구제법 제4조 제1항). 이와 함께, 치유로 말미암아 인용되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행정청 측에서 부담토록 하여 행정능률 및 소송경제와 권리구제의 균형을 일정부분 도모하고 있다(행정절차법 제80조 제1항, 행정법원법 제155조 제4항, 제161조 제2항).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절차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며, 권리보호는 실체법보다는 권한 행사 때 요구되는 절차적 사항을 통해 실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수권 규범에는 행정청이 유념하여야 할 실체적 요구사항들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으므로, 결국 행정 결정에 대한 법원의 감독은 내용에 대한 적법성 심사가 아니라 절차의 엄격한 통제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어느 법체계에서도 절차법과 실체법 양자에 대한 통제를 동시에 극대화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에서는 인과관계의 요소를 고려하여 절차상의 하자가 없었더라도 계쟁 처분이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명백히 존재할 때에는 권리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며, 다만 그 입증책임은 행정청이나 법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유럽사법재판소 2020.5.20.(C-535/18): 2013.11.7(C-72/12) 참조]. 이는 독일의 입장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4. 절차적 하자에 대한 이 사건 판결의 평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산출 근거를 누락함은 물론이고 몇몇 항목은 추산에 의한 방식으로 총액만을 제시한 처분에 이유제시의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긍키 어려우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대법원의 이와 같은 접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만일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하고 절차적 위법만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할 경우 소멸시효의 문제에 직면한다. 지방재정법상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며 이는 부정수급액을 지급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반환명령일을 기준으로 이미 시효가 지난 경우 회수가 불가능하게 된다. 사정판결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절차의 하자가 종국적 처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백히 인정될 경우에는 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서만 처분의 취소를 구하지 못한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결정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판례가 절차하자의 독자적 위법성을 인정하고 행정절차를 중시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근래 불충분한 이유제시가 문제 된 대표적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치의 의미를 알 수 있어서 불복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므로 처분의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지를 이어오고 있다(2007두20348: 2019두49359). 즉, 하자를 인정한 후 치유의 문제로 해결하는 대신, 아예 이유제시 하자의 위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회수조치 시 총액만을 제시하였음에도 위 2007두20348판결을 인용하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상투적 논리라면 그 어떠한 처분도 이유제시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적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와 같은 법리구성이 적절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입법 취지를 살려서 절차의 하자가 있음을 전제하고, 치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올바르다. 즉, 본 사안에서는 제1심 변론 중반 이후 산출 근거가 제시되었으므로,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한 후 - 추완된 자료가 적정하다는 전제하에 -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 시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82누420판결 이후로 행정쟁송제기시까지인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이 사건에서 치유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하자의 치유 시기를 쟁송제기시까지로 하는 것이 모든 사안에서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행정청이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확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사건의 경우 편취금액의 항목이 다양하고 수십억에 이르는 등 사안이 복잡하여 산출 근거를 위한 처분청의 조사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소송단계에서 법원이 증거를 보강하는 것은 용이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멸시효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처분을 마냥 방치해 둘 수도 없다. 지출된 총액만을 기재하여 불가피하게 한 번에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에서는 소송 과정에서도 치유를 인정함으로써 그 시기를 늦추어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 소송의 어느 단계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처럼 절차 하자의 치유 시기를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를 하나의 대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항소심 단계에서도 이유제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소송경제 또는 행정능률의 측면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1심부터 심리가 충실히 되어 당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가 적절하다고 보인다. IV. 맺음말 “니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원님재판이 떠올려진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이에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무엇보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로서 상호 구분되는 것이 마땅하다. 일벌백계의 명목으로 추산방식으로 총액만 기재한 행정처분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유제시의 하자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절차의 하자를 인정하고 치유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논리적, 법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절차 하자에 대한 대법원의 무리한 해석은 하자의 치유에 대한 명문 규정이 흠결된 점에 기인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입법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치유 시기를 - 1심 변론 종결 시까지로 - 늦추는 한편, 치유로 패소한 원고의 손해는 피고가 부담하게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로써 일회적 분쟁 해결의 절차경제와 권리구제의 양 이념이 다소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수집이 어렵고, 그럼에도 처분을 해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보완하여 제출 가능하다는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컨대, 추산에 의한 처분으로 불가피하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법 위반의 정도와 비난 가능성의 경중을 떠나서- 행정청은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에 관한 법적 분쟁의 판단에서도 법원 역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2023-11-26
노동·근로
민사일반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불인정한 판결
비록 파업으로 공연을 취소하였더라도 적법한 쟁의행위로 보아 업무방해 및 조업 방해를 불인정한 판결쟁의행위 과정에서 취소된 공연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최초 판결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 재단법인 강동문화재단은 지방출자출연법 및 강동구 조례에 의거 강동구가 출연·설립한 재단으로서 강동아트센터와 강동구 관내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고, 피고들은 원고 재단의 근로자로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강동문화재단분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의 분회장 및 강동아트센터에 근무하는 무대·조명·음향·기계감독들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1. 강동문화재단 출범 이전의 호봉제 임금체계 복구 등을 주장하며 2021년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섭이 결렬되자, 당시 상급단체인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해 2021. 6. 21.자로 조정 종료 결정을 내렸고, 그 직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가 가결되어 있었다. 이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1. 11. 11. 오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11. 12. 18:30시에 파업전야제 소집 공고를 올린 후, 2021. 11. 12. 오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소식지로 11. 13. (토)부터 11. 14. (일)까지 양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고했다. 한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및 소극장에는 2021. 11. 12. (금) 저녁부터 같은 달 14. (일) 오후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파업전야제가 예고된 2021. 11. 12. (금) 저녁 19:30시에는 각각 발레 <돈키호테>, 뮤지컬 <두근두근 움스프렌드> 공연이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피고들은 위 11. 12. (금) 저녁 파업전야제 참석에 관해 확답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18시경 대극장 및 소극장의 음향·조명·기계 등 장비 전원을 끄고 모두 퇴근했고, 원고 재단은 같은 날 15시경 ‘공연이 불완전한 상태로 진행되고 110% 환불을 하겠다’고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가 17:58시경 발레 <돈키호테>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공지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이후 피고들은 2021. 11. 13. (토) 오전 11:30시경 노동조합의 양해 하에 파업을 중단하고 사업장에 복귀했으나 원고 재단은 이날 공연도 모두 취소한 상태를 유지했고(소극장 공연 1회차는 비공식 초청 공연으로 진행했다), 11. 14. (일) 예정된 공연도 모두 취소되었다. 해를 넘겨 2022. 1. 3. 원고 재단은 피고들에게 이 사건 소 제기를 하는 한편, 거의 동시에 업무방해죄 혐의로 피고들을 고소했다. 2. 원·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변론 전 과정에서 피고 1. 분회장이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나머지 피고들(공연감독들)과 순차 공모해 예정된 공연을 불가능하게 하도록 대극장과 소극장의 무대 메인 구동장치를 잠그고 철수함으로써 업무방해죄를 저지르고 원고 재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이유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함으로써 이를 다시 켜기 어렵도록 하는 방식으로 극장 장비의 사용을 불능케 했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공연 제작비용·티켓 환불 비용·재공연비용·지원금 반납금·장소변경에 따른 손해 등 합계 345,760,020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극장 장비를 조작하는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를 저지른 바가 전혀 없고, 공연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연장근로를 할 의무 없이 퇴근하는 것은 위법하지 아니하며, 퇴근 시 각자 담당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는 것은 극장 장비의 전문적인 유지·관리의 일환으로 적법하고, 이는 ‘점유를 배제’하거나 ‘폭행·협박’ 등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조업방해’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하며, 원고 재단은 피고들이 18시경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하기 전에 이미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으므로 손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하였다. 변론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켤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들이 각자 담당한 장비 전원을 켜서 시연하는 동영상도 제출했다. 담당 재판부는 변론 막바지에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양측 주장을 정리해보라’는 취지로 지휘했고, 이에 원고 재단은 다수의 근로자가 상호 의사연락 하에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것 자체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며, 피고들은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판결에 의거 이 사건 쟁의행위가 예측불가능하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지 아니했으므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불성립한다고 주장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정시퇴근한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돌입 경과에 비추어 원고 재단이 당시 파업전야제 개최 및 전면파업 돌입이나 피고들의 파업 참여를 전혀 예측할 수 없지 않았고, 파업전야제 참가시에는 극장 장비 전원을 끄는 조치도 예상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각 공연이 취소되었고 원고 재단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에 의한 것이고 실제 재공연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들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나. 피고들이 집단적으로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을 한 것 자체가 위법한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피고들이 공연을 앞두고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쟁의행위의 일환에 해당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며 피고 또한 이것이 적법한 쟁의행위임을 다투고 있지 아니하는 점,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무력행사나 원고의 소유권 침해 등이 수반되지는 않았던 점,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켜는 데는 특별한 용법이나 장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 측이 이를 다시 켜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공연 직전에 퇴근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쟁의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지 아니했다. 다. 선고 이후의 경과 대상판결은 증인신문 등을 거쳐 소 제기일로부터 약 1년 6개월만에 판결이 선고되었고, 선고 직후 원고 재단이 항소했다가 이를 취하해 확정되었다. 위 민사소송이 계속될 동안 동일한 사실관계로 고소된 업무방해죄 형사사건은 2022년 말 불송치결정이 내려졌지만 원고 재단의 이의신청으로 재수사를 거친 후 2023년 8월 현재 아직도 기소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했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및 업무방해죄 기소가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위력 행사의 수단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실태를 확인해 주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가. ‘공연 취소’로 인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에 대한 선례 이 사건 변론과정 및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원고 재단은 쟁의행위로 인해 발레·뮤지컬 등 공연이 취소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이 사건과 같이 공연 직전인 약 1시간 30분 이전에 공연이 취소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파업중이라도 적어도 공연 진행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공연을 장기간 준비한 공연단체 구성원들의 노력 등을 고려하면 그러한 주장에 일견 공감할 부분도 있고, 공연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공연 자체가 취소된다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도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이 타당하다면 공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쟁의행위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사용자의 업무 지장의 일환으로서 공연의 취소 내지 불완전한 진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치 공연만큼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으로부터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부당성을 피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비록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면서 설시한 부분이기는 하나,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업무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가 당연히 불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고, 이에 기초해 비록 예정된 공연들이 취소되었더라도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다고 인정하지 아니했다. 이와 같은 대상판결의 설시는, 업무방해죄의 위력 판단에 있어 헌법상 기본권 행사인 쟁의행위로 초래된 결과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보인다. 또한 적어도 앞으로 공연노동자의 노무제공 거부로 인해 공연 진행에 지장이 발생해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또는 불법한 쟁의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선례로서 의의가 있다. 나. 근로자가 관리하는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가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주장으로 인해 특이하게도 민사소송에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결국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정시에 퇴근한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쟁의행위의 방법으로서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의의가 있다. 변론과정에서 피고들 또한 이 사건 쟁의행위의 정당성·적법성에 기초해 이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어야 하고(노동조합법 제3조), 피고들의 구체적인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조업방해’의 요건 즉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거나(제37조 제3항),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제38조 제1항)에 해당될 수 없음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노동조합법 제38조 제1항의 조업방해는 그 대상이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해야 성립할 것인데(대체근로자는 대상의 예외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 사건 피고들의 행위는 본래 자신이 관리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한 것일 뿐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조업방해의 방법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의 방해에 이를 수 없음을 강조했다. 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 인정 범위의 제한 비록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는데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판단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일부 제한하는 듯한 판시를 남겼다. 원고는 이 사건 공연 취소로 인해 ① 기 투입된 제작비용, ② 취소된 공연의 판매액 및 추가 환불금, ③ 재공연 비용, ④ 반환해야 할 공연 지원금 상당을 손해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공연이 이루어졌거나 예정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각 공연의 순수 제작비용이 원고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공연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바 위 금액 전부를 원고가 입은 손해로 보기 어려워 보이는 점’이라고 판시하면서 제작비용을 손해로 불인정하는 한편 재공연 수익까지 손해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공연 취소의 경우 뿐만 아니라 일정한 인적 용역의 결과물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의 손해 범위 판단에 관해 시사점을 제공하면서도, 만약 사용자가 임의로 재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로 인해 손해의 범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잔존가치가 측정될 수 있는 일정한 ‘재화’가 아닌 점에서 제작비용 전액이 손해로 계상되는 특성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재공연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소극적 손해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전부 손해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다. 라. 원고 재단이 공연 취소를 스스로 결정한 점에 관한 판단의 한계 한편 피고들은 변론과정에서, 2021. 11. 12. (금) 오후경 원고 재단이 피고들의 파업 전야제 참여 ‘가능성’만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미 당일 19:30시에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17:58경 관객들에게 공지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결정과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는 선후관계로나 인과관계상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실관계 판단에는 구체적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다만 피고들의 적법한 쟁의행위의 일환인 파업전야제 참석으로 인해 원고 재단이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전제하고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했다. 원고 재단이 스스로 내린 공연 취소 결정은 피고들의 일부 내지 전부 근로제공 거부 가능성을 예상해 공연의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이는 사용자로서 내린 일종의 경영판단으로서 그에 대한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되지 아니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5. 결어 대상판결은 소극적 근로제공의 거부 및 이에 수반되는 관리행위로써 사용자가 예정된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등 업무상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또는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의한 적법한 쟁의행위의 보장 차원에서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한 의의가 있다. 향후 공공영역·문화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영역에서도 적법한 행의행위와 조업방해를 구분하는 하나의 선례가 마련되었다고 보인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동쟁의
파업
업무방해
조업방해
공연취소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2023-10-22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관한 소송관계
1. 사안의 개요와 소송의 경과 A는 X토지에서 관광지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피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X토지 지상에 Y건물을 설치하였다. A는 원고에게 X토지를 양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Y건물의 철거 및 X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소송계속 중 원고는 원고 승계참가인 B에게 X토지를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후 소송탈퇴하였고, B는 승계참가를 신청한 후 다시 X토지를 원고 재승계참가인 C에게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C는 승계참가를 신청하였고, B는 C의 권리승계 여부를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C의 청구에 대하여 인용하면서 B의 청구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항소심 법원은 C의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고, B의 항소는 항소장에 항소취지를 밝히지 않아 부적법한 방식으로 제기된 것이고 제1심 판결이 B의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아 불복의 대상이 되는 재판이 없이 항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B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법 제81조(이하 민사소송법의 조항을 인용할 때는 조항만을 표시함)에 따라 소송에 참가한 경우, 피승계인이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피승계인이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을 근거로 하여, B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문제의 제기 연구대상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더라도 B의 청구에 대한 판단과 C의 청구에 대한 판단이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는 없었다.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사안에서는 피승계인의 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과 승계참가인의 청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서로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상황이었다. 대상판결과 같이 판결이 모순·저촉되지 않은 상황을 포함한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는 것이 어떠한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논의한다. 4.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대법원 1965. 3. 16. 선고 64다1691, 1692 판결은 참가승계를 독립적인 소송승계참가로 보지 않고 독립당사자참가와 동일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 1969. 12. 9. 선고 69다1578 판결 이후 대법원은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와는 소송구조상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피승계인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다. 5. 학설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현재 시점에서 이 쟁점에 관하여 대립되는 견해는 다음과 같다.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어 피승계인이 권리자이냐 승계참가인이 권리자이냐의 양립되지 않는 권리자의 문제가 쟁점이 되면 권리자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형태가 되므로 제79조를 적용하여야 하고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지 않는 경우에는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간에는 통상의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후 독립당사자참가에서 편면참가가 가능하고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피승계인이 권리승계여부를 다투지 않는 승계참가인과 피승계인의 관계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계쟁목적물의 양수인은 양도인과 관계없이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편면참가에 의하여 피고에게 계쟁목적물에 관한 권리를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되고 참가승계는 예비적 공동소송이나 독립당사자참가 중 한 가지 형태라는 견해,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 피고, 승계참가인 사이에 삼면소송관계가 성립되어 제67조가 준용되므로 이들 사이의 소송관계는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필수적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제81조를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견해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가 소송물의 양도를 이유로 하는 경우에 소 제기로 인한 시효중단 등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형 승계참가를 포함한 참가승계는 제79조에서 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의 일종이라는 견해 등이 있다. 6. 검토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별개의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고, 학설상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해석하고 있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다. 그런데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즉, 제81조는 그 문언해석상 승계참가의 절차를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에 의하도록 하는 참가승계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규정일 뿐이고, 제79조 제2항에서 제67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도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79조 제2항을 준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제67조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권리승계형 참가소송은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이나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고, 제81조에 제79조 제2항 또는 제67조를 준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범주를 일탈하였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참고로 참가승계를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51조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하여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0조를 준용하는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7조를 명시적으로 준용한다. 그러나 어떠한 소송절차의 본질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론상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제82조 제1항은 인수승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피승계인의 소송탈퇴와 탈퇴한 피승계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82조 제3항과 같은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설과 판례는 참가승계의 경우에도 피승계인의 소송탈퇴가 가능하고 탈퇴한 피승계인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변론종결 전 권리승계가 있는 경우, 승계인이 제81조에 따라 승계참가를 하는 것과 피승계인이 승계인으로 하여금 제82조에 따라 소송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누가 주도적으로 승계절차를 취하는가, 어떤 형식의 절차를 취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에 의한 소송승계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81조를 ‘제79조의 규정에 따라 승계참가인이 피승계인에 대하여 소송에 참가한다.’라는 내용으로 해석하여 단지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와 방식에만 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규정이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79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 또한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독일민사소송법 제265조는 소송계속 중 소송물을 양도할 수 있고 종전의 당사자가 여전히 승계인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할 권한을 가지게 되고 그 판결의 효력도 승계인에게 미치도록 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당사자항정주의를 취한 것이다.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승계인이 소송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은 결국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사이에는 서로 모순·저촉되는 내용의 판결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일종의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당위성이라는 개념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라는 독자적 소송형태에서 합일확정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이는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전면적으로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있어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이 같은 소송에서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 제67조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판례법리는 피승계인의 승계참가인의 권리승계 여부에 대한 다툼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대하여 일반화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과 그 근거는 타당하다.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필수적공동소송
합일확정
소취하
승계참가
소송탈퇴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2023-09-03
가사·상속
민사일반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준시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 9. 12. 사망하였는데, 자녀인 원고들과 피고가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소외 1은 1995. 5. 30.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1995. 5. 25.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 11. 3. 이 사건 각 토지를 수용하였고, 피고는 2009. 12. 11.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5,118,316,500원을 수령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증여로 인하여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유류분 반환을 명하였는데,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 위 토지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 7,233,034,000 원으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보아야 할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구) 1. 서론 대법원 판결에 찬성한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윤진수,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시기와 증여 가액의 산정 시점, 비교사법 29권 4호, 2022), 또 이 사건에 관하여도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의견서가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2.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은,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피고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원고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당시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514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면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반환할 가액의 산정 기준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와 반환의무자가 모두 가액반환에 동의한 사건이었다. 한편 대상결정과 같이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은, 상속개시 전에 증여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반환하여야 할 증여재산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학설 이처럼 상속개시 전에 증여받은 목적물의 원물반환이 이미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기준시에 관하여는 몇 가지 학설이 주장되고 있다. 제1설은 유류분액을 산정하여 유류분 침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1단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 모두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설은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시가 기준이 되지만, 제2단계에서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때, 즉 처분시 또는 멸실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설은 제2단계의 유류분 산정시에는 수증재산의 대상인 처분대가가 상속개시시에 갖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제2설과 마찬가지이지만, 1단계에서도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수증재산의 처분시 시가에 상속개시 시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검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이 변동하는 경우에, 그 변동의 이익 또는 위험을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하는 수증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된다면, 그 수증재산의 가액을 반환함에 있어서 목적물의 가치 산정은 수증재산을 처분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것이 상속개시 후라면,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 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고,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제2단계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후의 수증재산의 가치 변동은 더 이상 수증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로 인하여 수증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수증재산의 시가가 올랐다면, 그 오른 가격을 수증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프랑스의 문헌이 설명하는 것처럼, 증여에 의하여 받은 이익과 관계없는 것까지 청구함으로써 수증자를 파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불공정(injust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목적물의 시가가 떨어졌다고 하여 시가가 떨어진 시점의 가액만을 반환하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만큼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처분이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졌을 때에는 처분 당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에 상속개시 당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수증자가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된다. 반면 처분이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때에는 처분 당시의 증여 목적물 가액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때 수증재산을 대가를 받고 처분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그 대가를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도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이다. 즉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상속개시 사이에 그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수증자나 기타 공동상속인들이 관여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인데, 그럼에도 상속개시시까지 처분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한 다음 수증자에 의하여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다고 하여 그 재산의 시가상승 이익을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재산가액을 산정한다면 수증자의 재산 처분을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필자의 표현(위 논문 279면)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6. 여론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증여는 1995. 5. 25. 있었고, 상속 개시는 2014. 9. 12.이었다. 종래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등)와 통설은,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그것이 특별수익에 해당할 때에는 민법 1118조가 특별수익에 관한 100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114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도 같은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8조로부터는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증여
유류분산정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7
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과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가. 사실관계 재항고인은 피재항고인을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전소-前訴)을 제기하였는데, 이혼 청구는 인용되었고, 재산분할 청구는 재항고인 명의의 순재산이 재항고인에게 귀속될 재산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제1심 판결이 2018. 7. 5. 확정되었다. 피재항고인(청구인)은 2020. 6. 17. 전소에서 재항고인(상대방)의 초과보유재산으로 인정된 액수 상당의 재산분할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하급심의 판단 원심은 피재항고인의 재산분할청구를 인용한 제1심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원심은 전소에서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피재항고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재항고인의 주장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대법원 결정의 요지 가.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제843조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기간은 제척기간이고,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나.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8스18 결정). 다.청구인 지위에서 대상 재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기된 재산분할청구 사건의 상대방 지위에서 분할대상 재산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데, 민법 규정의 문언상 명백히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되어 있고, 방어방법을 행사하는 상대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가사비송사건은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재산분할 대상을 직권으로 사실조사에 포함시키거나 제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분할대상 재산 주장에 대하여 제척기간을 적용하면, 제척기간 도과가 임박한 시점에 청구인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분할대상 재산을 선별하여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한 경우 상대방으로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봉쇄되어 공평에 반하여 부당하다. 라.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추가되어야 한다’는 상대방의 주장에 민법 제843조, 제839조의2 제3항이 정한 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심판청구서 제출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재판 확정 후 추가 은닉 재산 발견 등 예외적인 경우만 분할대상 재산을 특정할 것을 요구해야 하며, 이는 청구인과 상대방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3. 평석 가. 제척기간 및 소제기(심판청구)의 의미 (1)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하는 제척기간의 제약이 있는데, 제척기간은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2) 소장(당사자,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작성한 날짜 및 법원을 기재)이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소를 제기한다고 하고(민사소송법 제249조, 제274조), 청구취지는 원고가 어떤 내용과 종류의 판결을 구하는 결론 부분을 간단명료하게 적고, 청구원인은 청구취지를 보충하여 소송물(청구)을 특정함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적으면 된다. 원고가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을 바꿀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한편, 심판청구서(당사자,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 청구 연월일, 가정법원을 기재)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심판청구를 한다고 한다(가사소송법 제36조). (3)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제척기간은 준수한 것이 되고, 청구원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절차가 진행 중에 청구를 변경할 수 있다. 나. 대법원 2018. 6. 22.자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요지 :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고,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소멸한다.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0므582 판결). 다만 추가 재산분할청구 역시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라는 제척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2) 문제점 또는 적용의 한계 : 대법원 2018스18 결정에서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시한 것은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앞선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되어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즉, 이혼한 날부터 2년의 제척기간 내에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청구 목적물을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3) 재산분할 청구 방법 : 제척기간 내에 명시적 일부 청구를 한 채권에 터 잡아 잔부를 확장하였다고 하여도, 제척기간 내에 청구한 수액을 초과한 부분의 청구는 제척기간의 도과로 소멸된다(대법원 70다737 판결, 대법원 97누8106 판결).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후에 발생하지만,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이혼 확정과 동시에 재산분할도 확정되기 때문에 제척기간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혼 후 재산분할만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 발생 후 2년 내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4) 재산분할 청구의 대상 : 대법원 2018스18 결정(대상 결정도 동일)의 이유에 의하면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제척기간 경과 전에 분할대상 재산도 확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산분할 대상은 개별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부 공동 재산이라면 포괄적으로 분할 대상이 되고, 부부 일방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 중 일상가사에 관한 것과 공동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 분할대상이 되는 등 전체로서의 부부 공동 재산이다. (5) 재산분할 청구 대상의 특정 필요성 여부 :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1므718 판결 등).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등 연금수급이 유일한 예외다(대법원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재산분할 비율은 연금을 제외하고는 개별 재산이 아니라 부부 공동재산 전체를 대상으로 정하게 된다. 제척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재산분할 청구를 했더라도 제척기간 도과 전까지 확장한 청구취지를 초과한 부분은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하는 것은 제척기간의 본질상 당연하다. 그러나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이혼 후 2년 내에 제출한 이상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청구취지를 확장한 금액의 범위 내라면 비록 제척기간 경과 후에 분할대상을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 (6)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 : 재산분할재판은 비송사건이므로 재판의 형식이 판결(이혼 또는 위자료 등 소송사건과 병합된 경우)이든 심판(재산분할만 청구하는 경우)이든 관계없이 비록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예외적으로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4. 대상 결정의 의의와 한계 가. 재산분할 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방어방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에 대상 결정의 의의가 있다. 나. 그런데 청구에 대응하는 것은 방어방법뿐만 아니라 “공격방법”도 포함된다. 재산분할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공격방법과 방어방법 등 주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재산분할 재판 확정 후 새로 발견된 재산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산분할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할 필요는 없고 제척기간 이후에도 자유로이 주장할 수 있다. 다. 대상 결정은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방어방법으로 주장하는 것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권리를 구제한 결론은 타당하나, 마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여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적용범위를 부적절하게 확대 또는 강화하는 데 일조한 것은 안타깝다.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바로잡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재산분할
이혼
퇴직수당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3-03-16
금융·보험
민사일반
민법 제923조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과 민법 제974조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부양의무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결 소외 망 A는 1993년 피고와 혼인하여 자녀로 B(1993년생)와 C(1997년생)를 둔 뒤 1998년 이혼하였는데, A가 2011년 추락 사망하여 피고는 2012. 6. 27. B, C의 친권자로서 A의 사망보험금으로 약 1억7000만 원을 원고(보험회사)로부터 수령하였다. 그 후 A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원고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보험계약 내용에 따라 2012. 12. 27. B와 C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2015년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되었고, 원고는 그 직후 채무자 B와 C, 제3채무자 피고, 피압류채권 ‘B와 C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반환청구권’으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으며, 위 명령은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은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행사상의 일신전속권이므로 피압류채권으로서 적격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추심명령이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일신전속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B는 성년이 된 후 피고의 반환의무를 면제하였거나 B(자녀)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고, C의 보험금은 피고가 모두 소비하였으므로 반환할 보험금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상고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원심의 부가적·가정적 판단 부분은 수긍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 가. 부모와 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가 민법 제974조 제1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대법원 1994. 6. 2.자 93스11 결정,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대법원 2017. 8. 25.자 2017스5 결정). 그런데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에 대하여는 친권자의 의무라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직계혈족간 부양의무를 규정한 민법 제974조 제1호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민법 제975조와 관계에서 ‘부양을 받을 미성년 자녀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부모가 부양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지’가 문제 된다. 이런 이유로 종래 민법 제974조 제1호가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라고 해석하는데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친권자는 자녀가 그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을 관리할 권한이 있는데(민법 제916조), 그 재산 관리 권한이 소멸하면 자녀의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을 하여야 한다(민법 제923조 제1항). 여기서 관리의 계산이란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던 기간의 그 재산에 관한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결산하여 자녀에게 귀속되어야 할 재산과 그 액수를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 친권자가 자녀의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을 하는 경우 그 자녀의 재산으로부터 수취한 과실은 그 자녀의 양육, 재산관리의 비용과 상계한 것으로 본다는 민법 제923조 제2항의 규정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에서 지적하다시피 친권자는 자녀의 특유재산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임의로 사용할 수 없음은 물론 자녀의 통상적인 양육비용으로도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 원칙이고, 친권자가 자신의 자력으로는 자녀를 부양하거나 생활을 영위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친권자의 자산, 수입, 생활 수준, 가정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현저한 양육비용이 필요한 경우 등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자녀의 특유재산을 그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라. 결국 부모는 부양받을 미성년 자녀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양의무가 발생하는데, 그 근거는 민법 제974조 제1호 직계혈족 간 부양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특별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민법 제923조 규정이 우선 적용되므로 민법 제97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판시를 한 것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의도하지 않은 성과라 할 만하다.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3. 피압류 적격에 관한 판단 : 일신전속권인지 여부 가. 친권자의 특유재산반환의무는 민법 제923조 제1항의 계산 의무 이행 여부를 불문하고 그 재산 관리 권한이 소멸한 때 발생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녀의 친권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재산적 권리로서 일신전속적인 권리가 아니므로 자녀의 채권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나.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사건은 가사소송법이나 가사소송규칙 그 밖의 법률에서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가사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민사사건으로 지방법원에서 심리 재판해야 한다.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 아니라는 판시만 한 것은 법률심으로서 대법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방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고, 간접적으로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밝히는 데 일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4. 피압류채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직권조사사항 :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하여야 할 것(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 등)이므로 당사자적격에 관한 사항은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이고(대법원 1994. 9. 30. 선고 93다27703 판결 등) 변론주의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나. B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의 존부 (1) 대법원은 B가 2012. 8. 22. 성년에 달한 후 묵시적으로 특유재산반환의무를 면제하거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단을 근거로 B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소멸되었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대상으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B가 성년에 달하기 2개월 전에 피고가 법정대리인(친권자)으로서 보험금을 수령한 점, B가 성년에 달하고 4개월 후 원고가 B와 미성년자인 C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점을 고려하면 B가 특유재산반환의무를 면제하거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것은 원고의 보험금을 회수하려는 일련의 노력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다. C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의 존부 (1) 대법원은 C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과 관련하여 A가 사망한 2011년부터 2017년 군입대 전까지 C는 피고 및 피고의 재혼 남편 X와 함께 살아온 점, 피고가 소득활동을 하였으나 교육비, 생활비를 포함하여 C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보험금에서 충당한 점, 피고의 재혼 남편 X가 C의 2017년 1학기 대학등록금을 대신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C가 성년에 달하여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발생한 2017. 7. 2. 무렵에는 피고가 C의 양육비 등으로 보험금을 모두 소비하여 C에게 반환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민법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이란 며느리와 시부모 관계, 사위와 장인·장모 관계, 계친자 관계(계부와 처의 자녀 사이, 계모와 남편의 자녀 사이)를 의미한다. 물론 직계혈족간은 부모자식간, 조부모와 손자녀간 등 직계혈족 사이를 의미한다. 한편, 민법 제833조는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피고의 재혼 남편 X는 피고의 남편으로서 C와는 민법 제974조 제1호에서 정한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 해당하여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 만약 피고가 사망하였다면 배우자 관계가 소멸하여 (X가 재혼하지 않는 이상) X와 B, C는 단순 인척 관계에 불과하므로 X는 B, C와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하여 부양의무가 발생하지만(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피고가 생존해 있는 한 X는 B, C와 생계를 같이 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이므로 부양의무가 발생한다. 한편, X는 피고의 남편으로서 부부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X와 피고가 공동으로 부담하므로 X가 C를 부양한 것은 민법상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C는 부당이득을 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피고는 자신의 재혼 남편 X가 C를 부양한 것을 이유로 C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의무의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 5. 결론 특유재산반환청구사건은 가사사건이 아니라 일반 민사사건이므로 대법원이 상고기각으로 자판을 할 것이 아니라 파기환송하여 사실심에서 B와 C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사실 심리를 한 후 판단하도록 했어야 한다.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적속권이 아니라는 판시만 한 것은 법률심으로서 대법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방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고, 간접적으로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밝히는 데 일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반환청구권
재산관리
친권자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12-18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예외적 허용 사유의 구체적 판단기준 및 방법
[대상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와 피고는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이고 그 사이에 2010년 12월 출생한 딸인 사건본인이 있다. 나. 원고는 피고와의 지속된 갈등으로 2011년에는 부부상담을 받고 2013년에는 이혼소송 준비 중 피고의 사과를 받고 철회하였으나 그 후에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2016년 5월 집을 나가 피고를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이하 '종전 이혼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2017년 7월 원고에게 혼인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종전 이혼소송 제기 직후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채권가압류를 하였으나 본안소송은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종전 이혼소송에서는 이혼에 반대하였다. 다. 원고는 종전 이혼소송 패소 확정 후 여전히 피고와 별거 중이나 양육비는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 지급하고 있고 피고와 사건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취득하여 그 담보대출금을 계속 변제하고 있다. 라.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본인을 만나려면 자신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하였고 아파트의 잠금장치를 변경한 후 열쇠 교부를 거절하면서 원고가 먼저 집에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고는 피고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였다. 마. 원고는 2019년 9월 이 사건 이혼청구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일관하여 이혼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2. 제1,2심의 경과 제1,2심은 원고가 종전 이혼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후 가정에 복귀하지 않고 혼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판결선고 후 2년 만에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점, 피고가 이혼의사가 절대로 없음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였다. 3. 대상 판결의 판단 대상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원심이 ①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드러난 피고의 언행 및 태도, 피고와 사건본인이 처해 있는 구체적 정황, 혼인관계의 회복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피고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채 그 혼인계속의사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 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만 판단하고 ② 과거 원고의 이혼청구가 기각되었어도 그 후 피고 역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반면 피고 및 사건본인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짐으로써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이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피고의 분쟁상황을 고려할 때 혼인관계의 유지가 미성년자인 사건본인의 정서적 상태와 복리를 저해하고 있는지 및 그 정도 등을 심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청구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해석 및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으로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상 판결은 기존의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의 예외적 허용사유의 판단기준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완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대상 판결을 통하여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추후 파탄주의가 인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탄주의의 도입은 사회적 변화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 사회적 여건 마련 등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다 신중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대상 판결은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유책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준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연구]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지 여부 및 범위에 관한 기존 판례의 변천 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와 관련하여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라면 그러한 혼인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위 조항의 해석론으로 논의되어 왔다. 나. 대법원은 일찍부터 민법 제840조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 밝히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해왔다(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므37 판결, 대법원 1971. 3. 23. 선고 71므41 판결 등). 다. 이후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면서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였거나 오로지 오기나 보복의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고 실제로는 혼인의 계속과 양립 불가능한 행위를 하는 등 혼인유지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예외사유 ①)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도 인용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하였다(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므28 판결 등). 라. 한편 이후 대법원은 원고가 가출 후 장기간 별거 중 사실혼 관계에서 혼외자를 낳은 사안에서 피고의 책임이 경합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원고의 유책성도 약화되고, 원고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유책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가 달라지게 되는 등으로 혼인제도의 추구 목적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중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를 인정하여(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130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므1256 판결) 기존의 유책주의를 조금 더 완화하기도 하였다. 2.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 이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으나 7인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종래 대법원 입장을 유지하면서 그 예외적 허용 사유를 확장하여 기존의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계속의사가 없는 경우(예외사유 ①) 외에도 그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로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 파탄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예외사유 ②)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의 예외적 허용 여부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였다. 3. 대상 판결의 구체적 내용 및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예외사유 ①과 관련하여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의 판단기준 및 방법을 구체화하여 제시하였다. 즉 대상 판결은 (1)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과정 중 그 배우자가 표명한 주관적 의사뿐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소송과정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하여 그 배우자가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여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 배우자가 원만한 혼인관계 복원을 위한 협조 없이 일방 배우자를 비난하고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경우 이혼소송 중 가정법원이 권유하는 부부상담 등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혼인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함에 신중하여야 한다 (2) 다만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그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또한 대상 판결은 일방 배우자가 과거 이혼소송에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받은 기각판결 확정 후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어도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되어 예외사유 ②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즉 대상 판결은 이 경우 과거 기각판결 확정 이후 상대방 배우자도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일방 배우자의 전면적 양보만 요구하거나 민·형사소송 등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을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와해되었고 회복될 가능성도 없으며 협의에 의한 이혼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종전 이혼소송에서 현저하였던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이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현재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 나아가 대상 판결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혼인의 유지가 그 자녀의 복리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과 더불어 파탄된 혼인관계의 유지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까지 모두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4. 결어 대상 판결은 기존의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의 예외적 허용사유의 판단기준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완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대상 판결을 통하여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추후 파탄주의가 인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탄주의의 도입은 사회적 변화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 사회적 여건 마련 등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다 신중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대상 판결은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유책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준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혼인파탄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아울러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유경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유책
이혼
파탄주의
이유경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2-08-15
지식재산권
정정심결의 재심사유 배제 판결 문제점
Ⅰ. 들어가기 대법원은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사건에서, 상고심에서 재심사유로 규정된 특허심판원의 '정정 심결'에 대하여 이것이 있다할지라도 '재심 사유'로 취급하지 아니하고 '정정 전 명세서 등'에 의하여 '법률심'은 물론 '사실심'까지도 심리하는 대변혁을 가져오는 판결을 했었다. 이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Ⅱ.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 1. 이 사건 판결의 결론 이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2016후당2522. 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에 있어서의 결론은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이하 '명세서 등'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하 '정정심결'이라고 한다)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행정소송법 제8조에 따라 심결취소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2. 문제의 판결문 문구 이 사건 판례는 "특허의 정정제도는 종전 특허발명과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정정사항은 정정 후 명세서 등의 내용을 구성하고, 정정심결이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이 정정된 명세서 등이 사실심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이 된다. 결국 (중략) 정정을 인정하는 내용의 심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발명의 내용이 그에 따라 '확정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점은 '특허의 정정제도는 종전 특허발명과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하 이 사건 판례상 '가정'이라 한다)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정정심결 요건은 명세서나 도면 내에서 확장·변경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청구범위를 감축하는 범위'(이하, 법률상 '요건'이라 한다)인데, 이들 양자 개념이 상이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Ⅲ. 정정심판의 '정정요건'과 '실질적 동일성'의 차이 1. 특허법 제136조의 정정심판 규정 가. 특허법 제136조(정정심판)의 동일성 요건 관련 규정 1)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2호(동일성 범위) [심판편람] 정정시 '잘못된 기재를 정정하는 경우'에서 "잘못된 정정이라 함은 착오 등에 의하여 불명확하게 된 것을 명세서 또는 도면의 기재를 본래의 의미를 나타내도록 내용의 자구, 어구 등을 바르게 고치는 것이므로 정정 전의 기재내용과 정정후의 기재 내용이 '동일한 의미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2)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3호(동일성 범위) [심판편람] 정정시 '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란 "문언상 그 자체의미가 명확하지 않거나 명세서 또는 도면의 기재불비로 인해 생긴 불명료한 기재를 본래의 의미로 명확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3)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1호(감축 범위) 청구범위를 감축하는 경우는 동법 ③항에서는 "제1항에 따른 명세서 또는 도면의 정정은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으며, ④항에서는 "제1항에 따른 명세서 또는 도면의 정정은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라고 정해져 있는 것이다. 4) 특허법 제136조 제4항(확장/변경금지) 따라서, 특허법 제136조(정정심판) ①, ③항과 ④항은 각각의 취지나 의미가 다른 조항이며, 이들 법조항의 공통점이 발명의 '실질적 동일성'이 아니라, 각각 별개의 '정정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 특허법 제136조(정정심판)의 정정범위 상기 제136조(정정심판) ①, ③항과 ④항의 의미를 살펴보면, 발명A+B로부터 아래 큰 원(명세서 및 도면) 내에서의 청구항 감축(A+B, A+B+C)과 큰 원 외에서의 청구항 감축(A+B+C)에서 '감축'이라는 개념은 동일하지만, C의 구성이 발명의 명세서 및 도면 내·외에 있느냐에 따라 정정 가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정심결의 요건> 2. 발명의 '실질적 동일성'에 대한 의미 가. 발명의 '동일성'에 대한 사용된 대법원 판례 판례상 이의 용어는 ⅰ) 발명이 동일하다(93후1940 판결)와 ⅱ) 양 발명은 동일성이 있는 발명이다(2006후3052 판결)와 ⅲ) 양 발명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이다(2017후424 판결)라고 사용하고 있다. 나. 발명의 동일성 영역 구분 두 발명의 차이가 과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수단에서 주지관용기술의 부가·삭제·변경 등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 두 발명은 서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0후2179 판결 등 참조). <정정의 감축범위가 동일성 범위 내인 경우> 상기 A+B의 기술에 대응하여 A+B에 α(주지/관용기술)를 부가하여 감축하였다하더라도 여전히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다. 발명의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의 동일성 차이 공지의 발명에 구성요건이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으로 구성된 특허발명에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한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기 어려워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의 발명으로부터 특허발명을 용이하게 발명해 낼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그 특허발명이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과 동일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1후2375 판결). 3. 발명의 '동일성'과 청구범위의 '감축'과의 차이 이 사건 판결은 정정요건을 '실질적 동일성'으로 전제하고 있으나, 청구범위의 감축이 명세서 등의 범위 내에서 정정될 경우에는 상기 '감축범위'는 발명의 '동일성 범위'를 벗어나므로, 도저히 맥을 같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실질적 동일성과 감축범위와의 비교> 4. 이 사건 판례문구의 반대 해석 이 사건 판례에서, 발명의 '동일성'을 전제조건으로 한 것에 대하여 반대로 해석하면 결국, 상기와 같이 '실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는 발명(예로서, 상기 실무적 예시 및 정정 요건 그림 참조)'에 대하여는 이 사건 판례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바(재심사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의 판례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정요건 또한 부분적으로 발명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잘못 기재된 사항을 정정하는 경우 및 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는 것(감축 사항)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Ⅴ. 결론 전술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판례상 '가정'과 법률상 '요건'과는 그 법리와 실무가 일치되지 않는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제안컨대 정정제도에서 '발명의 동일성'을 '전제'로 한 판결은 논리는 물론 합리성(후속 조치의 일관성)이 결여된 판결로서, 아래와 같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다시 변경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 방안(현행 실무를 정립하는 방안) : 정정의 범위가 '발명의 동일성 범위'로 심결된 것인지를 1차 판단한다. 그 다음 동일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처리한다. 그래야 대법원의 부담경감 및 법률심에 한 할 수 있다. 둘째 방안(정정심결의 취지와 대법원 실무를 일치시키는 방안) : 재판의 공정성·신속성·경제성을 위하여 대법원 상고 중에 '정정심결'이 있는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 '정정 후 명세서 등'으로 '사실심'과 '법률심'을 모두 심리·판결한다. 필자는 우리의 특허재판(사실심과 법률심)이 모두 3심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바람으로써 후자를 건의하고 싶다. 박대진 변리사(특허법인 아주)
특허발명
특허
특허의정정
박대진 변리사(특허법인 아주)
2022-05-09
가사·상속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처분권주의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사건본인의 장남인 청구인은 사건본인이 1997년경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참가인은 2002년경부터 사건본인을 간병하며 동거해오다가 2018년 혼인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은 2018년 11월경 혈관성 치매 등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였고, 참가인은 사건본인과의 혼인신고와 2019년경 사건본인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하는 등의 문제로 사건본인의 자녀들과 갈등이 있었다. 청구인은 사건본인에 대한 성년후견의 개시와 자녀들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한정후견을 개시하고 법무사를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사건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한정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개시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고, 사건본인은 후견개시가 불필요하고 후견이 개시되더라도 참가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다. 원심은 사건본인에 대한 정신감정 없이, 조사 결과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사건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각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민법이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구별하여 개시 요건과 청구권자 등을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의 요건 중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와 '사무처리 능력의 부족'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는 가사비송사건이므로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청구취지와 원인, 본인의 의사,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절차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청구인이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하고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고,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 가사비송사건과 처분권주의 소송물에 대한 당사자의 결정권을 보장하는 처분권주의는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과 범위, 절차의 종결을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변론주의는 변론에서 재판의 기초가 되는 내용을 당사자가 제출하도록 하는 소송자료 수집에 관한 것으로, 소송물 결정에 관한 처분권주의와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변론주의와 대비되는 원칙인 직권탐지주의와 처분권주의는 양립 가능한 것이므로,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고 해서 처분권주의가 바로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법원이 청구권자의 청구와 무관하게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결정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법원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가사비송사건에도 적용되는 처분권주의의 제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비롯한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라류 가사비송 사건이지만 법원의 후견개시 심판의 경우 실무상 청구권자 사이의 대립과 청구권자와 사건본인과의 대립양상이 많이 있어 청구인과 관계인 사이의 다툼이 존재하기 때문에 처분권주의를 보장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불측의 판결을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한정후견 개시 성년후견개시심판과 한정후견개시심판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여 소송물이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소송물의 동일성에 관한 판단기준에는 구실체법설(구소송물이론), 소송법설(신소송물이론), 신실체법설 등 여러 견해가 있으나, 판례는 실체법상의 적용법조가 달라지면 그 권리관계를 소송물로 보아 청구를 달리 보고 있다. 성년후견개시심판(민법 제9조)과 한정후견개시심판(민법 제12조)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2호 가목 1)에, 한정후견개시심판은 동법 제2조 제2호 가목 1)의3에 규정된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실체법이나 소송법상으로 각각 소송물이 다른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정 전 민법의 행위무능력 제도에서는 재산관리와 거래 안전에만 목적을 두고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였지만, 성년후견제도는 이러한 획일적인 행위무능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러 후견유형을 인정하여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입법하였다. 잔존능력의 활용, 본인 의사의 존중, 정상화의 원칙, 필요성과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성년후견제도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누어서 피성년후견인에게 적절한 후견을 개시하도록 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청구인이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직권탐지주의에 의한 사실조사 등의 심리 결과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심리에서 석명 등을 통하여 청구인이 청구취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서 한정후견의 개시가 필요함에도 청구인이 청구취지 변경에 응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개시 결정을 하기보다는 청구를 기각해야 할 것이다. 4. 한정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 개시 대상판결에서는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정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성년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은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무처리 능력을 가진 본인을 상정한 것이다. 후견이 개시될 경우 피성년후견인은 행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피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인정되고, 성년후견인은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지게 되지만 한정후견인은 동의권을 행사하며 지정된 범위에서 대리권을 행사한다. 이처럼 한정후견제도는 단순히 성년후견제도와 사무처리 능력 정도의 양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제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에서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하는 경우보다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은 특히 경계하여야 한다.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취지가 본인의 잔존 의사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을 때, 사건본인의 의사결정능력을 대체하는 성년후견의 개시는 당사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직권 탐지를 통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청구권자가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였는데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는 것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건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행위능력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잔존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특히 사건본인이 청구인일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맺음말 성년후견제도의 목적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평등하게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인이 본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능력을 인정하고, 장애인이 법적 능력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한국의 성년후견제도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하여 성년후견인이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그러한 성년후견제도는 협약 제12조의 규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성년후견제도와 같은 의사결정대행 제도에서 의사결정지원 제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은 사건본인의 행위능력을 대체하여 성년후견인이 재산 관계 뿐만 아니라 신상에 관한 결정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 피성년후견인의 기본적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판이고, 청구인에게도 신분 관계 및 상속 등 재산 관계에 대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개시와 법원의 판단 범위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원의 직권조사에도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을 보장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직권조사에 관하여도 당사자에 대한 절차보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상판결의 내용이 앞으로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한 후견제도의 종류 및 실체법상 청구권자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성년후견
한정후견
자기결정권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2022-01-10
노동·근로
민사일반
무기계약 전환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차별금지 원칙
Ⅰ. 사실관계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광고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각각 피고 회사에 기간제근로자로 입사하여, 그때부터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속 피고 회사에서 근로자로 재직하였다. 원고들은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에 따라 이 법 시행 이후 2년을 초과하게 된 날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하 '무기계약직'이라 한다)로 각각 전환되었다. 피고는 원고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매 1~2년마다 원고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에게 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액수는 피고 소속 정규직으로서의 일반직 및 기능직 직원들(이하 '정규직 직원들'이라 한다)에 대한 기본급 및 상여금의 80% 수준이었다. 한편, 피고는 직무수당, 면허수당, 물가수당, 주택수당, 식대 등의 수당을 정규직 직원들이나 원고들에게 동일한 액수와 방식으로 지급하였다. 다만, 정규직 직원들에게 매월 지급한 근속수당은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았고,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자가운전 보조금으로 월 30만 원씩 지급하였으나 원고들에게는 월 20만 원씩 지급하였다. 그밖에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서의 호봉은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그 이후 원고들에 대한 호봉 정기승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후부터 원고들에 대하여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하여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도, 원고들을 기간제근로자와 같이 취급하여 위와 같이 처우한 것은 위법한 차별행위로서 기간제법 제8조 또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정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원심(대전고법 2015. 11. 26. 선고 2014나11589 판결)은 피고의 취업규칙 제2조(직원의 정의) 및 직제규정 제3조(직원)의 문언, 피고가 위와 같은 규정을 마련한 취지나 관행적 의미, 피고 소속 전체 근로자의 공통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과 체결한 '고용계약서'는 원고들처럼 기간제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인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원고들에게 근속수당을 미지급한 것과 자가운전 보조금의 일부를 미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의 내용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 그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것만이 무효로 된다거나, 또는 근로계약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존 근로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②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해석된다. ③ 기간제법의 목적, 관련 규정 체계와 취지, 제정 경위 등을 종합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부터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원고들과 같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마련한 바 없다. 한편, 원고들과 동일한 부서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면,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의 질이나 양 등 제반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원고들에게는 동일한 부서 내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동종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Ⅲ.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억제하고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사용자가 객관적 사유없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기간의 정함 부분을 무효로 하여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효과를 부여하였다. 다만, 이 규정이 무기계약직 전환 후의 근로조건까지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화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법률에 의하여 고용형태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내용까지 강제로 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계약자유 원칙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그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정규직 취업규칙의 적용범위에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를 포함하거나 그 적용에 관한 당사자의 개별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고는 정규직 취업규칙을 무기계약직에게 적용한 바가 없고, 원고들과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조건을 결정하였을 뿐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에 대하여 별도의 취업규칙을 두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처럼 곧바로 정규직 직원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전 기간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 중 기간의 정함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조건, 즉 임금, 근로시간, 복무규율, 복리후생 등은 계속해서 그대로 적용된다(독일과 일본의 통설).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 당연히 피고의 정규직 직원으로 그 지위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에 관한 새로운 근로계약의 체결이 있어야 한다. 취업규칙은 반드시 사업 또는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사업에서도 직군·직종별, 고용형태별로 복수의 취업규칙이 병존할 수 있다. 또한 명칭에 관계없이 전체 또는 특정 근로자집단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이라면 일응 취업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공통적으로 작성되어 특정 근로자집단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표준근로계약서도 취업규칙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에도 1~2년마다 작성된 '고용계약서'에 따라 해당 근로자를 처우하였는데, 이 계약서에는 근무 부서 및 업무 내용, 임금·수당 등 급여, 원고들의 의무, 근무시간 및 휴게시간, 휴일 및 휴가, 복리후생 등의 근로조건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급여의 기본적인 항목과 구성, 복무규율 등의 근로조건은 모든 '고용계약서'마다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고용계약서'는 일종의 표준계약서이며 해당 근로자집단의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으로서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원칙을 정한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이 무기계약직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간제법은 차별적 처우 금지 및 그 시정절차의 주체가 기간제근로자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동 규정을 무기계약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법률을 거스른 해석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원심판결은 무기계약직을 사업장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서는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라고 보고 이를 균등처우원칙을 정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이 견해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사회적 신분'이란 장기간 점유되어 개인적 노력으로는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정화된 개인적 속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사적자치(계약)에 의하여 형성된 고용상 지위에 대해서까지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금지 또는 균등대우 원칙을 정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헌법의 평등원칙과 민법상 신의칙에 기하여 노동법의 일반원칙으로서 균형처우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사용자는 업무내용이나 임금·수당 등 근로조건을 정함에 있어서 공정한 재량권행사의 원칙에 따라 무기계약직의 근로조건을 다른 근로자집단의 그것과 비교해서 공정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만약 사용자가 무기계약직과 같은 특정 근로자집단의 근로조건을 다른 근로자집단에 비하여 불리하게 정할 경우에는 그와 같은 차이가 어느 정도 합리적 사유에 의하여 정당화되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구체적인 임금액 등 당사자 간의 개별 합의로 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일반 균형처우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임금
기간제법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근로자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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