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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7) 의료법
[민사판례] 1. 비의료인으로부터 고용된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불가(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가. 사실관계 종합병원을 개설·운영하는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용하면서 병원 운영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이후 피고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의사인 원고와 병원 시설 일체 등을 양도하기로 예약하고, 원고가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해야 한다는 자산양수도예약을 체결하였고 병원 부지와 건물은 소외 회사의 자회사에 매도하면서 자회사에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서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한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으로 피고의 양도대금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명의변경 절차 이행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장차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 아래 일시적으로나마 원고가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사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서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피고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 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 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한편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 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일시적으로 병원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도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려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의료인이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하여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라. 평석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 제한 규정으로써,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소위 사무장 병원에 의해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이며, 판례는 이를 강행법규로 보고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가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임은 다수의 판례(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두52897,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등)를 통해 분명히 정리되었다. 그러나 실제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살펴보면, 실질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인을 고용한 것으로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이나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가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적인 방법이 성행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금전 관계 등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불법적인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대상판결은 수사기관의 소외 회사 관계자들과 원고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없음 처분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비의료인의 개설행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충분히 살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예약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의사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필요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가. 사실관계 다발성 간농양 진단을 받은 망인(갑)을 상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고 외과적 배액술을 시도하지 않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유족들인 원고들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원심에서는 간농양 배농 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만한 피고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갑이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농양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시도하다가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갑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갑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라 선택 가능한 진료 방법 중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특히 경피적 배액술로도 갑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갑에 대한 외과적 배액술의 실시가 실제 가능한 상태였는지, 수술기술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수술적 조치를 받았더라면 사망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해당 분야 전문의의 감정 등을 거쳐 확인한 후, 당시 갑의 임상상태나 의학상식에 비추어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 만한 정도였는지를 면밀히 살펴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했음에도, 갑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피고 병원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수술적 배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곧바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를 밝힘으로써 기존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형사판례] 3.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 한의사인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 한의학적 진단행위에 대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법리에 따라 한의사인 피고인에 대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 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의 ‘종전 판단기준’과 달리,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이하 ‘새로운 판단기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종전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한의사가 서양 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및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 등을 고려하여,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고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그 특성 및 사용에 관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4.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들이 입원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간호사의 사망진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가. 사실관계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피고인이 부재중에 입원환자가 사망한 경우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다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발급하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 및 이에 대한 교사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죽음이 예정되어 있던 환자가 야간에 사망한 경우, 사망을 확인(검안)하고, 그 사망 얼마 전 의사인 피고인이 미리 작성해 놓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구성요건에는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유예(벌금 각 30만 원 또는 각 100만 원)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관찰은 구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 사망의 진단은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행위로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의사 등이 하여야 하는 사망의 진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 등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로 보면서,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진료를 보조하는 경우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 등이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 등이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 등이 그의 주도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15248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사망진단이라는 의료행위의 성질 및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취지를 고려하면 사망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음을 밝힘으로써, 의료행위의 성질, 위험성, 관련 법령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어떠한 의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로 하여금 이를 보조하게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가. 사실관계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내용·입법 취지와 규율의 대상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영리 목적’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이때의 ‘대가’는 간접적·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이는 치료행위를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진단서 발급 등 널리 의료행위 관련 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과 관련한 행위이자 해당 환자에게 비용 대납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은 환자의 소개·알선·유인에 대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이 지급하는 대가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뢰받은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 및 이를 이용한 보험처리라는 결과·조건의 성취에 대하여 환자 측이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구성요건인 ‘영리 목적’이나 그 입법 취지와도 무관하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의료인 사이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에 관한 중개·유도 또는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대가 지급 원인 및 주체를 불문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를 모두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치료 위임계약의 편의를 도모하고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 행위가 모두 위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영리목적’ 및 그 ‘대가’의 의미를 동 조항의 입법 취지와 규율 대상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태양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행정판례] 6.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대물적 성격을 가지므로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폐업한 요양기관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가. 사실관계 의사인 원고는 병원을 개설·운영하다가 폐업하였고, 폐업 후 두 달 뒤에 새로운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 원고는 폐업한 병원에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새로 개설한 병원에 대해 1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요양기관의 영업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폐업한 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고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은 처분의 대상이 아닌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것이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는 없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법리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이와 같이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안에서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을 확장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사유를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제재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보이며 단지 제재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해당 처분의 성격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사무장병원
의료기관개설
의료법제33조제2항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2023-11-26
인터넷
헌법사건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5
표현의자유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민사일반
입법 미비를 이유로 한 장애인등록 거부처분에 대한 사법심사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14년 이상 뚜렛증후군[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불시에 통제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음성 틱) 목, 어깨, 얼굴, 몸통 등 신체 일부분을 매우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이상 증상(운동 틱) 모두를 1년 이상 앓는 병증으로서 의학적 원인은 미규명 상태임]을 앓아 오다가 2015년 7월 22일 관할 군수인 피고에게 장애인등록 신청을 하였다. 신청 당시에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의 위임에 의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1](이하 '시행령 별표1'이라 한다)의 등록 대상인 장애인의 종류와 기준에 틱 장애나 뚜렛증후군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원고는 장애인등록용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고는 2015년 7월 28일 장애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반려·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뚜렛증후군을 장애인등록대상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시행령 별표1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장애인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헌법 제34조 제1항, 제5항, 장애인복지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2항,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의 체계, 장애인복지법의 취지와 장애인등록으로 받게 되는 이익, 위임규정과 시행령 규정의 형식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시행령 별표1은 위임조항의 취지에 따라 모법의 장애인에 관한 정의규정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15가지 종류의 장애인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오로지 그 조항에 규정된 장애에 한하여 법적 보호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보아 그 보호의 대상인 장애인을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새길 수는 없다. 2. 어느 특정한 장애가 시행령 별표1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행정입법의 미비가 있을 뿐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그 장애가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 이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위 시행령 조항 중 해당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의 유형에 관한 규정을 찾아 유추 적용함으로써 위 시행령 조항을 최대한 모법의 취지와 평등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용하여야 한다. 3. 원고는 뚜렛증후군이라는 내부기관의 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해당하는 점, 위 시행령 조항이 원고가 가진 장애를 장애인복지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행정청은 원고의 장애가 위 시행령 조항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처분은 위법하고, 피고로서는 위 시행령 조항 중 원고가 가진 장애와 가장 유사한 종류의 장애 유형(뇌전증·간질장애 또는 정신분열·반복성 우울장애)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원고의 장애등급을 판정함으로써 원고에게 장애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제기 행정쟁송 실무에서는 장애인등록 대상과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분쟁이 흔히 발생하고 있으나, 이는 시행령 별표1에 열거된 장애 종류·유형의 해당성 여부를 다투는 경우이다. 본 사안은 시행령 별표1에 명시되지 않은 뚜렛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장애에 대해 장애인등록이 가능할 것인지를 다투는 사건으로서 차이가 있다. 대상판결은 시행령 별표1의 입법 미비와 그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선언에 그치지 않고, 행정청에게 유추 적용을 통한 장애등급 부여를 후속 조치로 지시한다는 점에서 적극적·파격적인 판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원고의 권익구제라는 결과에는 찬성하지만, 대상판결의 법리구성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2. 장애인등록대상을 한정·열거한 입법 미비와 처분의 위법성 문제 가. 예시적 열거로 본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시행령 별표1의 장애인의 종류와 기준 규정을 예시적 열거로 봄으로써 원고의 장애유형도 법원의 법해석을 통해 보호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을 찾고 있다. 원고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장애인이 명백한 이상, 예시적 열거인 시행령 별표1의 명시적 규정 없이도 장애인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의 입법취지와 장애인 보호의 당위성만으로는 특정한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의 복지수급권의 내용과 대상을 구체화하는 법령이 제정되기 전임에도 헌법규정, 일반조항이나 정의규정에서 장애인 복지수급권이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행령 별표1이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라는 문언을 두지 않은 점, 복지수급권의 내용과 대상은 재정상황이나 사회복지 정책의 우선순위 등에 따라 선별적·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점, 새로운 장애유형에 대한 보호 여부는 신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한정적 열거로 봄이 더 자연스럽다. 나. 복지급부에 관한 입법재량권과 입법 미비 여부 대상판결은 뚜렛증후군을 규정하지 않은 시행령 별표1을 단순한 행정입법의 미비로 보았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급부의 이행 시기, 방법 등의 구체적 내용은 복지정책별 우선순위, 전체적인 복지의 수준, 재정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광범위한 입법재량 사항이다. 이러한 입법재량으로 인해 특정 장애를 가진 대상자에 대한 복지급부 근거규정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쉽사리 해당 행정입법이 입법 미비 상태라거나 다른 장애에 비하여 평등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입법 미비 상태에서의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 시행령 별표1에 규정되지 않은 장애인등록신청에 대하여 담당 공무원이 -대상판결과 같이 신청인의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담당 공무원에게 시행령 별표1의 제·개정 권한이 없고,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장애인등록을 통일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처리할 경우 추후 징계책임이 우려될 수 있다. 행정기본법 제4조의 적극행정을 고려하더라도, 행정입법의 개선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행정청이 복지급부의 근거가 되는 행정입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는 거부처분을 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판시가 일반화될 경우, 급부행정에서 공무원의 자의적 법해석과 복지급부의 임의집행 우려, 입법공백임에도 수급권의 무리한 주장과 신청의 남발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장애인등록신청 거부가 불완전 입법상태, 즉 부진정입법부작위라는 객관적 위법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3. 행정입법 미비상태에 대한 법원의 타당한 사법심사 방식 가. 명령·규칙 심사권에 의한 해결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의 본질이 처분 근거법령의 미비라는 객관적 위법상태에 있다면, 그 사법심사는 시행령 별표1에 대한 명령·규칙 심사권(헌법 제107조 제2항)으로 귀결됨이 타당하다. 법원은 판결 주문에서 별도로 명령·규칙의 폐지나 적용 배제를 선고함이 없이, 판결 이유에서 시행령 별표1 중 뚜렛증후군을 장애인등록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을 선언하면 된다. 이러한 판단만으로도 시행령 별표1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 행정의 후속조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대상판결 판시의 문제점 대상판결이 유추 적용에 의한 장애등급 부여의 행정조치를 요구한 것은, ①장애인 복지행정에서의 입법재량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고, ②의무이행소송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제에서 마치 특정행위 명령판결(Vornahmeurteil)을 선고한 것과 결과적으로 다를 바 없으며, ③입법재량 영역임에도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하여 적극 제시하는 것이어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만을 심사하던 종래의 재량행정에 대한 판례와도 배치된다. 행정입법의 개선의무는 취소확정판결의 기속력을 통해서도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선고 후 1년 7개월 만에 시행령 별표1의 개정으로 뚜렛증후군이 정신장애의 한 유형으로 명문화되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치료가 어렵게 된 장애인이 되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도 너무 힘들었을 장애인 본인과 그 가족이, 다음 단계로서 장애인등록의 문턱에서 또다시 쓰라린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장애인등록이 이루어지기까지 신청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엄중히 생각하고 적극적인 개선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가치는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다만, 행정입법 미비 상태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시 논리와 사법심사 방식은 법리적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고, 그 문제점에 관하여 앞으로 대법원 판례의 정밀한 개선을 기대한다. 이은상 교수 (아주대 로스쿨)
장애인
장애등급
장애인복지법
이은상 교수 (아주대 로스쿨)
2021-09-13
지식재산권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선택의 곤란성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 등이 명칭을 '인자 Ⅹa 억제제로서의 락탐-함유 화합물 및 그의 유도체'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 을 외국회사를 상대로 특허발명이 선택발명으로서 진보성 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이 이를 인용하였다. 나.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제1항 발명을 선택발명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제1항 발명과 선행발명의 구조를 비교하면 선행발명에서 제1항 발명인 아픽사반을 배제하는 부정적 교시 또는 시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선행발명 명세서에는 치환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픽사반의 모든 선택요소의 구체적인 명칭이 직접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예에서 각 치환기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구체적으로 도시하고 치환기들이 모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까지도 특정되어 있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의 상위개념으로 일반화하여 제1항 발명의 아픽사반과 같은 하위개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경우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 엄격한 특허요건이 완화되어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또 특허발명 명세서에 제1항 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해 약동학적 특성 및 병용투여 효과 개선이라는 이질적 효과나 인자 Ⅹa 친화력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에 관한 명확한 기재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제1항 발명이 위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1항 발명은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한 사례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는 청구항에 기재된 복수의 구성을 분해한 후 각각 분해된 개별 구성요소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아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하며 이 때 결합된 전체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진보성 판단기준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상위개념이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등은 '이른바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므로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지도 아니한 채 효과의 현저성 유무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평석 가. 기존 대법원 판결 선택발명의 경우 공지기술로부터 실험적으로 최적(最適) 또는 호적(好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의 발휘에 해당하여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선택발명이 인용발명에 비하여 더 나은 효과를 가질 경우 즉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인용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런 판례기준에 의하여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판단은 거의 대부분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대한 드문 예외가 올란자핀 판결(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이다. 정신병 치료 효과면에서 올란자핀이 에틸올란자핀에 비하여 현저히 우수한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콜레스테롤 증가 부작용 감소라는 이질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인정되므로 위 특허발명은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우리 법원 판결과 일본 법원의 판결 우리 법원이 선택발명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면 효과를 봐서 이질적인 효과가 있거나 동질적인 효과라면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원류(源流)는 일본법원의 판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이에 대한 상세는 최승재,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선택의 곤란성', 대법원 특별법연구 (2020), 465-470면 참조). 일본법원은 선택발명은 중복발명으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산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특허를 인정하여야 할 필요는 있으므로 선택발명은 효과만을 엄격하게 보고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 일본 법원의 판단이었다. 다만 2018년 일본 지재고재(知的財産高等裁判所平成30年4月13日判決平成28年(行ケ)第10182)는 피리미딘 유도체 사건에서 "당해간행물에 화합물이 일반식의 형식으로 기재되고, 당해 일반식이 선택지가 다수 있고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적극적 또는 우선적인 선택을 하여야 할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간행물의 기재로부터 당해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이런 태도변화의 여지가 보이는 상황이다. 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 내지 선택의 의미와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 1) 특허법은 선택발명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서로 특유의 진보성 판단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선택발명이라는 발명의 특성상 구성 내지 선택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신규성 판단에서 이런 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최승재, '선택발명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신규성 판단기준에 대한 연구', 창작과 발명 73호 (2013) 참조). 그런데 진보성 판단에서 선택발명이라고 해서 발명의 구성은 보지 않고 효과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독특한 사고구조, 즉 원래는 특허를 주지 않아야 할 발명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으면 도출할 수 없는 논증방식이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의 곤란성은 선택의 곤란성으로 귀결되고, 이는 미국 특허청의 심사기준(MPEP)에서 진보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논의되는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의 적용을 통해서 선택의 곤란성이 있는지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최승재, 특별법연구 458, 472-475면).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① 선행발명에는 위와 같은 락탐 고리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도 않다. ② 선행발명의 '보다 더더욱 바람직한 실시태양'으로 기재된 총 107개의 구체적 화합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치환기 B로서 락탐 고리를 갖는 화합물을 찾아볼 수 없다. ③ 우수한 약리 효과를 가지는 화합물을 실험 없이 화학 구조에만 기초하여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신규 화합물을 개발하는 통상의 기술자는 이미 알려진 생물학적 활성을 가진 화합물을 기초로 구조적으로 유사한 화합물이나 유도체를 설계하고 합성한 후 그 약효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개선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게 되고 보다 우수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을 때까지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선행발명과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주목하고 있는 화합물 및 그 구조가 다르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기술적 가치가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왜곡되어 있던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을 당연한 지점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판결로 이 판결을 한 것은 판시에서도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판결들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이지 선택발명은 다른 발명의 범주와 다르기 때문에 효과만을 봐서 판단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런 좋은 판결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아서 쉽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기 어렵게 된 것으로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구성 내지 선택의 곤란성은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특허발명
진보성
선택발명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2021-04-19
가사·상속
민사일반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가족법
1.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등기기록 정정 기준[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가. 대상결정의 요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검토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金**)'로 표기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유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는 경우이거나 제105조 제1항의 창설적 신고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신청인의 정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성명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온 사정,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였다. 대상결정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함께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2. 재판상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 기준[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 대상판결의 요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토 대상판결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 부모가 가까운 장래에 공동양육과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공동양육을 통하여 부모 각자의 거주지를 오갈 자녀의 경제적·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의 방법을 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재의 유책주의 이혼법제에서는 당사자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사정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고 부모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실제로 공동양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대법원 2020. 6. 7.자 2020스575 결정] 가.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신청인은 2013년 8월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Y와 사이에서 딸인 사건본인이 출생하자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에는 Y의 성명,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Y는 이미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어 Y의 혼인관계증명서나 Y가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등 서류 등 혼인 외 자녀의 父가 출생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제출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법원과 항고심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헌법 제10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다.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부의 출생신고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무는 모에게 있지만(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부(父)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비혼모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부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 있지만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제정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 모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는 없다.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모가 부(夫)가 아닌 생부를 자녀의 부(父)로 기재하는 출생신고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나 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녀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후 관할 가정법원으로부터 자녀의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을 받고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 및 인지신고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생부가 자녀의 부로 기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도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비록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런 어려움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에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법률 제13285호, 일명 '사랑이법'). 이 법은 친부가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일선 법원에서는 모의 인적 사항을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에 있어 비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라. 검토 대상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사랑이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와 위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비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간소한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쟁점 A(1909년 8월 10일 사망)는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A는 1남 2녀를 두었고 장녀 망 B의 자녀인 b가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년 2월 17일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A의 장남 망 C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가 검사를 상대로 A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A에게 다른 손자녀(차녀의 자녀들)가 있어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기권자(원고적격)의 구체적 기준이 문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다.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 제86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다른 조항의 제소권자로 명기되어 있거나 별도의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판례 변경에는 찬성하지만 원고가 제소권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다.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제865조에 열거된 각 규정(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이 정하는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865조 및 제862조에 따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원고의 주장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와 같은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로 인한 실무적 부작용 등을 우려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약 4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과 동시에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다. 친생자관계는 인간의 혈연적·정서적 뿌리와 연결된 기초적 신분관계이다. 따라서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자가 문제삼지 않는 친생자관계에 대해 제3자가 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허용하려면 그럴만한 정당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5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851조의 보충적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인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5.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과 법정대리인[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채무자인 A의 상속인들(배우자 B, 자녀 C와 원고)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년 12월 20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후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데 B는 위 두 번의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B, C, 원고(성년)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고는 2017년 8월 31일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25일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 동안 상속인을 대리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다. 검토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모두 일치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입법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자를 구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법률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제도적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6. 그 밖에 부모에게 양육비를 분담하고 공동명의계좌를 개설하도록 명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도 중요하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3-04
헌법사건
대통령은 어떤 사유로 탄핵되는가
I.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대통령 탄핵사유 1.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의원 234인의 찬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이라 함)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헌법위반 5개항, 법률위반 8개항을 소추사유로 삼았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의 공익실현의무 위반과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최순실(결정문에서는 개명 후 이름 '최서원'을 사용함)에게 국정에 관한 문건들이 유출되도록 지시·방치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탄핵사유로 인정했다. 여기서 공익실현의무 위반은 대통령이 최순실 추천 인사를 다수 공직에 임명했고 이렇게 임명된 공직자들이 최순실의 이권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으며, 기업의 자금 출연으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출연을 요구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는 대통령이 직접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기업에 출연 요구를 한 것은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닌 구속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기업의 사적자치 영역에 간섭하여 기업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2.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대통령'이라 함) 탄핵사건 결정 이래로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외에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요한다고 판시해 오면서, 이 사건 결정 말미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의 판단'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重大)한 법 위배행위'라고 결론지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론을 내린 논증과정에서의 대전제는 앞부분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논증의 다음과 같은 판시이다. 즉,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는 것이다(노 대통령 탄핵사건의 선례 인용 판시임). 헌법재판소는 '중대성'을 이렇게 이해하고 그 판단 기준으로 탄핵심판이 헌법을 수호하는 제도라는 관점과 파면결정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한다는 관점을 들었다. 앞의 관점에서는 파면결정을 통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파면이 정당화되고, 뒤의 관점에서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 위배행위를 통해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탄핵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II. 대통령 탄핵사유로서의 권한남용과 중대성 1. 1948년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회에서는 당초 의원내각제 채택이 유력하다가 대통령제로 변경됐는데 탄핵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가 직무수행에 관하여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한 때가 탄핵사유였다. 현행 헌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대통령의 권한행사정지조항은 1960년 헌법 개정으로 들어갔다. 탄핵소추결의를 받으면 탄핵판결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내용의 희귀한 입법은 현행 헌법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럼 이러한 헌법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수행과 관련해 여하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저지르기만 하면 탄핵·파면이 가능한가? 결론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중대성' 법리에 따르면 말이다. 2. 중대성 논증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어야 한다는 중대성 법리의 근거로 그렇지 않다면 사소한 법 위배에 대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결론이 되어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을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됨을 들었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논증 외에 헌법재판소의 위 판시대로 대통령 탄핵이 선거를 통해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의 임기 내 박탈로써 이로 인해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인 큰 손실이 초래되는 관계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삼을 수 있겠다. 대통령 탄핵의 절차나 요건 면에서의 '엄격성'은 탄핵사유의 면에서의 '중대성'과 연결되는 것으로 중대성은 탄핵소추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엄격성의 실체적 측면으로 보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엄격성과 중대성의 논거로 위 이유와 더불어 우리 헌법의 권력분립의 체계 하에서 대통령이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의 중대성을 근거로 드는 것 역시 설득력이 있다. 3.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기준 문제는 중대성 판단의 기준인데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탄핵심판이 헌법수호 제도라는 관점과 대통령 파면은 국민 신임의 박탈이라는 관점에서의 중대성이다. 앞의 관점에서 핵심은 헌법질서다. 헌법재판소 판시가 '헌법'과 '헌법질서'를 혼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질서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두 기둥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새겼다. 헌법질서를 수호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은 헌법질서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이 중대하기 때문에 헌법질서를 파괴하거나 파괴하려고 하는 경우 그 해악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질서에 손상을 끼치는 대통령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탄핵사유로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에서의 '위배'는 정당해산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것처럼 법 조항의 단순한 '저촉'이 아니라 헌법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로 새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위배'는 당연히 중대하겠다. 또 한 가지는 대통령 탄핵을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는 규범적인 시각에서만 볼 경우 대통령이 국민 직선제로 선출되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의민주기관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인바, 이 때문에 선거를 통해 부여된 ‘국민 신임 박탈 관점의 중대성’이라는 또 다른 관점의 중대성이 대두된다.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의 중대성을 이렇게 다층적·입체적으로 이해하면,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앞서 본 두 가지 관점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은 옳지 않다. 중첩적인 것으로 봄이 옳다(중첩적 중대성). 4. 대통령의 권한남용 탄핵제도, 특히 대통령제 국가에서의 대통령 탄핵제도는 탄핵이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라는 헌법이론의 틀과 대통령제 헌법질서에서 최고 권력자(대통령)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차원을 벗어나 언제나 이를 확장적으로 행사하려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헌법현실의 경험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권력자가 권력분립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부의 권한을 침범하거나 권한 범위 내의 권력 행사일지라도 지지자나 지지층의 부분 이익의 추구 또는 반대자나 반대파 탄압 등의 부당한 동기로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 때문이다. 탄핵은 비록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초래 등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를 헌법질서에서 제거함으로써 헌법(질서)을 수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권력분립원칙 위반과 권력의 일탈·남용 문제는 대통령 탄핵의 단골 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분립의 도그마틱은 입법부 국회가 3분의 2 다수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의 인정이라는 실체 판단은 물론이고 절차 진행의 측면에서도 입법부, 행정부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적법절차(due process)를 요구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이 되면 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돼 버리는, 찾아보기 드문 헌법조항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재판이니 더더욱 말이다. III. 미국 대통령 탄핵사유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탄핵의 사유로 대통령 권력남용이 문제되고 있는바 미국 연방헌법상 탄핵사유는 반역, 수뢰,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이다. 1787년 미국 연방헌법 제정과정에서 헌법제정의 아버지들은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이론을 바탕으로 권력 간의 엄격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대통령제 공화국 시스템을 만들어 내면서 탄핵제도도 함께 규정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연방국가 미국의 최고 행정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여 제왕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다만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킬 것인지 여부도 헌법제정과정에서 논의되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었다(우리는 1980년 헌법 개정으로 명시됐음).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소추의결을 받은 클린턴 대통령이 1999년 2월 상원에서 탄핵기각결정을 받을 때까지 백악관에서 정상적으로 집무한 이유다. 향후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이 탄핵심판하게 된다면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을 마땅히 참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과 기각의 양 경우가 상세한 이유와 함께 설시된 최근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말이다.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탄핵소추
재판관
대통령탄핵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2019-10-28
행정사건
하천수 사용허가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인가
1. 대법원의 판시 내용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하천법 제33조에 의한 하천점용허가권과 마찬가지로 특허에 의한 공물사용권의 일종으로서,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이 양도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민사집행법상의 집행 역시 가능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구체적인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6조 제1항이 손실보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 2. 평석 1) 하천수 사용허가의 법적 성격과 재산적 권리성 하천법 제50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하천수 사용허가는 허가를 받은 자에게 일정 기간 하천수라는 일종의 자연공물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설정해 주는 형성적인 특허처분이다. 하천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서 생활·공업·농업·환경개선·발전·주운(舟運) 등의 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하천법 제33조에 따르는 하천점용허가에 비하여 제55조의 하천수 사용허가에 대한 판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하천점용허가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례를 근거로 하여 하천수 사용허가를 형성적 특허처분으로 정의한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다만, 필자는 기존에 판례와 학설상 특허처분으로 인하여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가 형성된다는 일종의 교조적(敎條的)인 법리가 가지는 타당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가 댐건설사업 과정에서 원고의 용수시설을 포함한 발전설비 일체를 토지보상법에 따라서 수용하였는데, 원고의 이 사건 댐을 구성하는 지장물 및 영업권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졌으나 하천수 사용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금이 산정·지급되지 않았다. 원고는 그에 관한 재결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처분이 공물에 대한 특별사용권을 설정하는 특허처분으로서 강제집행의 대상으로서 독립된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권리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미시적으로는 양도가 자유로운 권리와 민사집행법과 같은 민사법 영역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또는 공공부문이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인의 권리를 수용하고 그에 따라 제기되는 보상이 원인이 된 헌법과 토지보상법 등의 공법적 문제임을 간과할 수 없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가 권리이며 민사집행의 대상이 되는 가의 문제와 동시에 하천수 사용허가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해당하는지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우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댐건설을 위한 헌법상 공공필요와 토지보상법의 수용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하천수 사용허가에 따르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라는 재산적 권리가 침해되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사적 유용성과 임의적인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보다 세부적으로 ‘사적 유용성’, ‘임의적 처분권’, ‘구체적인 권리’라는 세 부분의 구성요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하여 발생한 법적 지위는 특정한 하천수의 물량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 유용성을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권리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임의적인 처분과 관련하여서는 하천수 사용허가를 대상으로 하여 이를 매매하거나 담보제공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시장이나 장외거래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는 이를 임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개념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천수 사용허가가 이루어지는 경우 허가신청자가 상당한 액수의 부담금 등을 하천관리청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이는 일종의 자기기여금(自己寄與金)으로서 하천수 사용허가가 재산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하천관리청이 하천수 사용허가를 하는 경우 신청인은 행정업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수수료조차 지급하지 않는 것이 실무상의 관행이다. 향후 입법적인 조치에 따라서 호주나 미국의 텍사스주 등과 같이 하천수 사용허가권을 자유롭게 사고 파는 시장이 법제화 되어 일정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모르되, 단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허가량을 사용하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머무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하천관리청이 공익의 실현자로서 하천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자원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의 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하는데 그 제도적인 설계의 중심이 두어질 뿐 이를 거래의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인에게 재산권과 같은 고착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는 취지를 달리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기득화된 권리의 보장보다는 미래의 수자원 예측에 따르는 행정의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의 원리가 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천법 제53조에 따라서 환경부장관은 가뭄의 장기화 등으로 하천수 사용 허가수량을 조정하지 아니하면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등 하천수의 적정관리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하천수 사용자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하천수 허가수량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향후 기후변화와 건천화(乾川化)에 따르는 수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고 산업활동에 필요한 수자원의 전반적인 이용배분을 재조정하려고 하여도 하천수 사용허가를 재산적 권리로 인정하는 경우 손실보상에 필요한 국고부담은 물론 기득하천사용권자의 저항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2) 하천관리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운 양도가 가능한가? 대법원은 하천법 제5조와 제33조 제1항을 거론하면서 하천수 사용허가를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천법 제5조는 ‘권리·의무의 승계’라는 표제 하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허가 또는 승인으로 발생한 권리·의무를 가진 자가 사망하거나 그 권리·의무를 양도한 때 또는 그 권리·의무를 가진 법인의 합병이 있는 때에는 그 상속인, 권리·의무를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이 그 지위를 승계한다(제1항). 제1항에 따라 권리·의무를 승계한 자는 국토교통부령 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관리청 또는 환경부장관에 신고하여야 한다(제2항). 물론 이 규정에는 ‘양도, 양수’라는 용어가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양도와 양수는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권리와 의무가 상속이나 법인의 합병 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것이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를 매매하거나 임대차의 대상으로 하는 등 적극적인 양도나 양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허가수리권이 거래되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허가수리권을 매매하거나 임대차, 담보제공 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상황이 아니다. 하천법 제5조의 제목 자체도 ‘권리·의무의 양도’가 아니라 단순 ‘승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가 실무상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A라는 회사가 하천관리청으로부터 공업용수의 사용을 위하여 하루 10톤의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A회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공정에서 물사용을 효율화한 결과 상당 부분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고 남는 물 전부 또는 일부를 최근 설립한 자회사인 B회사와의 계약을 통하여 유상으로 양도하였다. B회사는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고 하천관리청에 신고만하면, 양자 간의 계약은 유효한가?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긍정적인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긍정한다면 사인간의 약정으로 하천수 관리라는 국가의 자원관리행위를 우회하고 잠탈하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며, 하천관리행정은 무력화되고 강행규범인 하천법 제50조는 형해화된다. 3. 맺는 말 기본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만 할 생각은 없다. 법원은 국회나 정부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일정한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기관은 아니고 일차적으로는 당해 소송사건에 집중하여 심리하고 법률적인 판단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헌법상 권한과 의무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이 하천수 사용허가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에너지원과 자연자원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허가나 특허처분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과도한 법적 지위를 설정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는 전향적인 입장선회를 기대한다. 굳이 공공신탁이론(公共信託理論)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헌법 제120조 제2항에 따라서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므로 그 누구도 이를 독점하거나 과용(過用)할 수 없으며, 미래세대와 자손만대를 위하여 세대 간의 정의와 형평성을 우리 기성세대가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하천수
사용허가
수자원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9-02-11
헌법사건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명령의 위헌성 고찰
- 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에 대한 평석 - Ⅰ. 대상 사건(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 1. 쟁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은 치료명령에 치료대상자(성범죄자) 본인 동의 요건이 없고, 피해자 연령제한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하고, 약물치료 기간을 최장 15년 이내에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 법 시행으로 아동 대상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장기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물론 약물치료라는 삼중의 (보안)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초범이라 할지라도 성도착증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보다 강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성충동약물치료의 법적 성격과 위헌성과 관련하여 최근 내려진 헌재 결정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핀다. 2. 헌법재판소 판단 다수견해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약물치료의 근거가 되는 심판대상조항들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의 동종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도착증 환자의 성적 환상이 충동 또는 실행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근간이 남성호르몬에 있다고 보고, 남성호로몬의 생성 및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청구되며,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을 요구하여 치료대상자가 좁게 설정되고, 한정된 기간 동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부작용 검사 및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며,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해제가 가능하고, 치료 중단시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 한편,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 및 사회방위의 공익은 매우 중요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소수견해는, 현재로서는 약물치료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고, 또한 명령조항은 치료명령의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에 집행 시점에서 만약 치료 필요성이 제거된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성폭력범죄의 동기나 행위태양의 다양성에 비추어 성기능 무력화가 성폭력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보기 어려워 수단의 적절성도 부정된다. 또한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는 치료대상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성폭력범죄의 원인이 된 성도착증의 치료와 재범방지는 현행법상 치료감호제도 및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등 대책을 결합하여 대처할 수 있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하며,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한 재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한시적이고 그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나, 피치료자가 받는 불이익은 심대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Ⅱ.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먼저, 캘리포니아주는 화학적 거세를 최초로 시행한 선두주자다. 주 형법 645조(California Penal Code Section 645)는,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의 초범자들이 가석방되기 전에 메드록시프로게스트론 아세테이트(medroxyprogesterone acetate: MPA) 치료나 이에 상당하는 약물치료를 받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재범자들의 경우 가석방 전 반드시 약물치료명령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범죄자들은 화학적 치료 대신 물리적 거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화학적 거세 약물치료는 주 교정부(the Department of Corrections, DOC)가 관장하는데, 가석방대상자들은 구금으로부터 풀려나기 일주일 전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DOC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텍사스주는 화학적 거세를 인정하지 않고, 물리적/시술적 거세만을 인정하고 있다. 주형법(Texas Penal Code) 501.061에 따르면 텍사스 사법부(Texas Department Of Criminal Justice)에 의해 고용되거나 의뢰받은 외과의사는 14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가중 성폭행,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또는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외설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재범자들 중 21세 이상으로 서면으로 고환절제술을 요청 및 동의하고, 정신과의사, 심리학자의 진단과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 모니터요원과의 상담을 거친 수형자에게 고환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단, 그 결정을 시술 실시 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으며, 고환절제술이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석방의 조건이 될 수는 없고, 법 집행자는 범죄자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로 석방되어야할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시술을 받겠다는 그 범죄자의 결정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독일 독일은 '자의적 거세 및 기타 치료방법에 관한 법률(Gesetzuberdie freiwillige Kastration und die andere Behandlungsmethoden)'이 1969년(BGB1. I. S. 1143) 제정된 이후, 2008년 12월(BGB1. I. S.2586) 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비정상적인 성충동을 가진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물리·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범죄자 뿐 아니라 살인, 상해 등 중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 의사의 진단과 법원의 승인을 거쳐 외과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25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만 거세 시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거세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형사제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는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에 대해 그 인지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지행동 이론이 대세이다. Ⅲ. 평석 1. 화학적 거세의 법적 성질 형벌과 보안처분은 형사제재에 해당하지만, 형벌은 과거 불법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재이고,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 위험성을 전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비형벌적 제재에 해당한다는 것이 학계 주류 입장인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다. 그러나 성충동 약물치료는 신체에 직접 가해지거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도가 형벌에 준하므로 형벌적 성격이 강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목적이 단순히 '재범의 위험성 있는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형벌 외에 성충동 약물치료라는 추가 제재를 부가함으로써 그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비동의 조항(약물치료 강제성)의 문제 동법에 의한 약물치료는 대상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인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신체의 처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치료행위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인데, 제8조에 의한 약물치료는 이를 위반하는 것이다. 둘째, 성행위 및 아이를 가질 자유와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일시적인 제한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제한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3. 이중처벌 문제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 병과 등 형벌에 보호감호나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거나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를 병과하는 경우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헌재 태도에서 볼 때, 이 사건 약물치료조치는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처벌에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뿐만 아니라 형벌과 유사한 당사자 비동의 하의 약물치료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4. 소급입법 문제 동법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제22조 및 제25조에 따른 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이 법 시행 당시 형의 집행 또는 치료감호ㆍ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른바 '형집행시법주의'를 취하여 소급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가 형벌적 성격을 갖는 이상, 약물치료를 명하기 위해서는 그 범행 당시에 이미 근거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부칙조항은 동법이 제정·시행되기 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약물치료를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 Ⅳ. 결론 피치료자의 기본권의 침해 소지를 줄이고 약물치료명령의 본래적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치료대상자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헌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지적하듯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충동약물치료
성폭행범
화학적거세
2016-07-18
성폭력범의 치료감호처분과 화학적 거세
1. 사건의 개요 및 원심 판단 피고인은 1992. 6.경 12세의 여아를 강간하고 상해를 가하여 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2003. 4.경부터 2003. 8.경까지 4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11세의 여아 3명, 12세의 여아 1명, 18세의 여자 청소년 1명을 상대로 반복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 등 치상)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4. 5.경 판결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형 집행 중으로 2013. 11.경 출소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는데, 2003. 7.경 14세 여자 어린이를 넥타이로 양손을 묶고 강간한 사실, 2003. 9.경 11세 여자 어린이를 비슷한 수법으로 강간한 사실이 뒤늦게 증명되어 검찰은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주거침입강간 등)으로 기소하면서 전자발찌 부착명령, 치료감호, 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였다. 이에 1심, 2심 법원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2심은 징역 5년으로 감형)하면서 동시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치료감호처분과 함께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을 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은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는 점, 치료감호는 법에 따른 수용기간을 한도로 피치료감호자가 치유되어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없을 때 종료되는 것이 원칙인 점,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된 경우에는 치료감호의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이 집행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경우에는,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 피청구자에게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고 피청구자의 동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치료감호와 함께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심으로서는 치료감호의 요건으로서의 재범의 위험성과는 별도로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에 신중하게 치료명령청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치료명령 판결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치료명령부분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성충동 약물치료 및 논란 가. 성충동 약물치료제도 성충동 약물치료는 재범위험성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를 말하는데, 검사가 공소제기시 또는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법원에 치료명령을 청구하여[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함) 제4조] 법원이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한다(제8조). 치료명령의 집행은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가석방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는 경우 보호관찰관이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치료명령을 집행한다(제14조 제3항). 나. 성충동 억제 약물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법무부장관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성호르몬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약물'로서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Medroxyprogesterone acetate),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Leuprolide acetate), 고세렐린 아세테이트(Goserelin acetate), 트립토렐린 아세테이트(Triptorelin acetate), '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약물'로서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yproteron acetate)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법무부고시 제2014-393호). 이러한 약물들은 피치료자의 성충동이나 성기능을 영구적으로 소멸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투여 받는 기간 동안 성적 욕구 내지 성충동을 약화 또는 정상화 시키는 작용을 하고 약물투여를 중단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약물투여 전 상태로 회복되므로 이른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보다는 '성충동 억제약물 투여'라는 용어가 더 정확하다. 위 약물 중에 실제로 사용된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 고세렐린 아세테이트 두 가지 약물은 현재 전립선암, 유방암 등에 호르몬요법 치료제로 현재 병원에서도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지각착오, 척수압박, 심부전, 혈압변동, 다한증, 발진, 여성형유방,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 찬반 논란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성충동 약물치료를 도입할 초반에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에 따른 오해 내지 거부감으로 제도의 정확한 취지가 왜곡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한 찬반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바,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의 재발을 방지하여 성폭력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고, 실제로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전립선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며 영구적인 성기능 장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중단하면 성기능이 회복되고 성충동 약물치료가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통계결과가 있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대전지방법원은 2013. 2.경, 피고인이 5세, 6세 여아를 강제추행 한 범죄사실로 기소되면서 치료감호,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사건에서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는데,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하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에서의 통계를 판결에 의해 약물치료가 강제되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고 강제 약물치료로 피치료자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자유, 자기결정권, 인격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성충동 약물치료를 중단할 경우 피치료자의 성기능이 회복되므로 재범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증명이 없는 점, 사용되는 약물도 전립선암 치료제로 임상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져 있는 점, 약물치료명령의 선고와 실제 집행에는 시차 간극이 크므로 장기간의 수형, 치료감호 후 약물치료 집행시에도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불필요한 약물치료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위헌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성충동 약물치료의 실효성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 속에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약물치료명령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성폭력범죄를 반복적으로 범하고 재범위험성이 있다면 비교적 장기간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고 치료감호,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되면 그 선고시기와 약물치료명령의 집행시기와는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대법원의 지적은 타당하고 현재 검찰은 치료감호와 약물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는 경우에는 변론종결당시를 기준으로 가장 최근의 재범가능성, 치료감호로 예상되는 효과 등 여러 평가자료를 제출하여 판결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검사의 약물치료명령 청구는 공소제기 되거나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만 가능하므로 이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미래의 약물치료명령 집행시기에 있어서까지 재범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는지, 치료감호를 통해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기간이 얼마나 감소될 것인지 등에 관하여 변론종결 이전에 미리 예측하여 평가함에는 오류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이 세상 어떤 약물도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단 하나도 없으므로 성충동 약물치료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 부분에 대해 지나친 우려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나(성충동약물치료법 시행령 제11조에 일정한 약물부작용 발생시 치료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치료자의 기본권침해를 줄이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본인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5-02-16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의 위헌성
Ⅰ. 사실관계 및 대상결정 요지 청구인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각 유죄판결을 받아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는데, 신상정보 등록의 근거인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신상정보의 제출의무를 부과한 같은 법 제33조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구 성폭력특례법 제3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로 보고 위헌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수의견(7인)은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며, 소수의견(2인)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해당 규정의 적법절차원칙 위배여부에 관해 "성폭력특례법은 법원이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범위, 신상정보 제출의무의 내용 및 신상정보의 등록·보존·관리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위헌성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상정보등록제도가 보안처분이라고 보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기에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구 사회보호법상 제5조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을 사실 등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7조 제2항 및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8, 89헌가44(병합)).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행위자에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의 핵심이며,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보안처분은 그 부과에 있어서 재판의 형식에 의하든, 법률 자체에서 정하고 있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일률적인 장기간의 보안처분 및 가종료 규정 부재로 인한 위헌성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부과될 수 있기에 재판단계에서 미리 재범의 위험성 및 그 소멸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성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들은 아래 표와 같이 재범의 위험성을 주요요건으로 부과되며 재판상 부과시점에서 보안처분 기간을 정하도록 하거나 사후 집행과정에서 심사를 통한 종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구 성폭력특례법상 신상정보등록은 법률 자체에서 10년으로 일률적으로 등록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사후 불복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심사를 통한 종료가능성 자체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적법절차원리에 반하여 위헌성이 있다. 3. 현행 성폭력특례법의 위헌성 가중 및 개선입법 제언 2012년 12월18일자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성폭력특례법(법률 제11556호)에서는 신상정보등록대상자를 기존 제외되었던 경미한 성폭력범죄(가령,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중화장실 등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면 확대하였으며, 기존 10년이던 등록기간도 20년으로 연장하여 위헌성이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부칙에서 과거 신상정보공개 ·고지명령 대상자가 아니었던 자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후 공개·고지명령이 부과된 경우 그 시점부터 20년간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칙규정은 법원의 심사를 통한 향후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소급적용으로 새로이 20년간이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이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를 하였기에 초범으로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 자체를 피하기 힘들며 형벌을 압도할 20년간의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검찰에서는 초범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등록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이유에서 판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선고유예 실효조건부 신상정보등록의무부과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대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도3564 판결)은 신상정보등록의무가 선고유예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며, 다만 선고유예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때부터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면한다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 자체의 과도한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도 '입법자에 대한 권고'라는 항을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상자의 연령·직업·재범의 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동기·범행과정·결과 및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신상정보 등록으로 인하여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를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이정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성폭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컨대 법원이 산상정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마쳐진 신상정보 등록에 관하여도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입법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보안처분의 본질인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의 위헌성 자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입법론을 제언하자면, 부과단계에서 신상정보등록의 요건과 기간을 신상공개·고지명령과 동일하게 규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긴 하나, 신상정보등록의 독자적인 재범방지 등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20년의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성범죄자에 대한 다른 보안처분과 같이 보호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에서 등록의무 가종료심사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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