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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 법리의 혼선
1. 판결의 요지 (1) 대상판결의 사안과 판지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즉, 원고가 A 상표에 대해 선출원(2014. 9. 5.), 선등록(2014. 12. 18.)을 마친 상태에서 피고가 A와 유사한 상표를 그와 유사한 지정상품에 후출원(2016. 8. 10.) 후등록(2017. 8. 8.) 받아 사용하고 있다면, 피고의 행위는 비록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라 해도 원고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저촉되고 그 자체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은 나아가 위와 같은 저촉과 침해의 법리가 특허법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분명히 하면서(보충의견) 그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의 의의는 정작 이 부분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대상판결의 판시 중 특허권 저촉관계의 법률효과 부분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특허법 제98조의 해석 특허법 제98조는, '후출원 특허발명이 선출원 특허발명과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 비록 후출원 발명이 특허를 받았다 하더라도 선출원 특허권자의 허락 없는 실시는 침해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으나 선, 후출원 발명이 서로 동일한 저촉관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위 규정에는 본래 이용과 저촉의 경우 모두 선출원 권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다가 1986년 법 개정 시 이용만 남겨두고 저촉이 삭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삭제가 저촉관계에서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 없는 실시를 정당한 것으로 하려는 반성적 고려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특허법 등에서 선, 후출원 경합 시 선출원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기본적 법리이므로 결국 이용 외에 저촉관계의 경우에도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되며, 동의 없는 실시는 선출원 특허권의 침해가 된다. ② 중용권(특허법 제104조)와의 관계 특허권의 저촉으로 인해 후출원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 후출원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04조에 의한 통상실시권(중용권)을 가지게 되지만, 위 중용권은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침해를 구성함을 전제로 한 항변에 해당하며 그 성립요건이 온전히 주장·증명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중용권의 성립 가능성과 후출원 특허의 침해 인정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2. 검토 가. 특허법 제98조의 해석에 관한 기존 논의 저촉관계인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를 구성하는지를 두고는 침해설과 비 침해설이 대립하고 있다. 침해설의 주된 논거는, ① 선출원 특허발명을 단지 이용하는 데 불과한 후출원 특허발명이 침해라면 선출원 특허발명과 동일한 후출원 특허발명을 실시함은 당연히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것, ② 선행권리 우선 취급은 지적재산권법 전반에서 기본원리이므로 당연히 특허권의 저촉관계에서는 별도의 무효심판이 없더라도 선출원 권리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반면 비침해설은 ① 특허법 제98조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저촉을 포함시키는 것은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는 것, ② 중용권과의 관계에서, 후출원 특허가 등록무효 되기 전에는 침해를 구성하였다가 등록무효로 된 이후에는 중용권에 기해 침해를 구성하지 않게 되어 논리에 어긋난다는 것, ③ 종래 판례가 등록특허 사이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며 다만 이용발명의 경우에만 예외로 하고 있다는 것 등을 논거로 한다. 나. 대상판결의 입장 및 권리범위확인 심판과의 관계 대상판결은 비 침해설의 논거 중 ①, ②를 침해설의 입장에서 명백히 배척하고 있는 반면(다만, 그 당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③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무효심판 등을 거치지 않고도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가 된다는 대상판결의 판지는 "권리 대 권리 간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는 상대방의 등록권리를 등록무효절차 없이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 되어 부적법하다"는 확고한 판례들(대법원 1986. 3. 25. 선고 84후6 판결 외 다수)과 맞지 않는다. 결국 대상판결은 특허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적용되는 법리가 서로 상충하는 '또 하나의' 국면을 창출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부조화 상황은 이미 다른 국면에서도 있어 왔다. 침해소송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여 그 권리범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그 예이다(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은 그 결론이 선행 판결과 모순됨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편, 권리범위 판단과 침해 판단의 차별 취급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입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대개 현실에서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침해소송의 전제로 혹은 그와 병행해서 활용되고, "권리범위에는 속하나 침해는 아니다"라거나 "권리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침해이다"라는 말은 실시권의 존재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납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 방향성과 혼란 상황 이처럼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권의 실체적 효력 유무에 대한 판단을 제한하면서 침해소송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는,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할 제도로서, 무효심판이나 침해소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위상이나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판례해설 제100호, 제108호, 사법지 제57호 등에서 발견되는 해당 판례들에 대한 재판연구관들의 해설 참조).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인식의 실효성이나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판례들도 혼재한다. 그런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하여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어떤 발명에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믿는 이해관계인이라면 어차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하기보다는 궁극적·대세적으로 특허권을 부정할 수 있고 훨씬 높은 협상력을 주는 무효심판 청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허용치 않는다면, 특허권자로서는 자유롭게 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그 절차에서 진보성 부재 판단을 받을 위험이 사라지고, 이는 해당 심판절차를 이용하는 강한 매력요인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위 판결은 무효심판 절차의 유지·활성화에 기여하는 면보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활성화에 봉사하는 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②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등: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피고는 특허권 침해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기술의 항변을 통해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해당 발명에 진보성 부재로 인한 무효사유가 있다는 항변과 다르지 않은바, 이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지를 다시 스스로 축소한 셈이 되었다. ③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1후3698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등록 당시 식별력이 없던 상표이더라도 권리범위확인 심결 시까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획득하였다면 권리범위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식별력 부재로 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를 근거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권리남용의 항변을 할 수 있거니와(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어차피 무효로 될 상표임에도 그 식별력 판단 시점을 굳이 심결 시까지로 늦추어 권리범위를 인정함으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제도의 독자성을 필요 이상 강조하고 분쟁의 1회적 해결을 도외시 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3. 결론 대상판결은 저촉관계에 관한 특허법 제98조의 해석기준을 제시한 외에,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위상 차별화를 암묵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극복해야 할 법리상 난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상충하는 여러 판례들이 뒤섞여 일관성이 희석되고 실효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①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명확히 표현하고 침해판단과 구별 취급할 합당한 법리를 제시하는 한편, 그 방향성과 충돌하는 판례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②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모두 자유기술의 항변이 가능하다고 한 예처럼 통일된 법리를 적용해 나가는 한편, 대상판결의 취지와 어긋나는 종전 판례들(등록 특허 사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은 부적법하다는 것들)도 모두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변경하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법
상표권
상표
특허
상표권침해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11
지식재산권
형사일반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
1. 서론 상표권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가? 용어부터 생소한 권리소진(權利消盡)의 원칙(the rule of exhaustion) 또는 최초판매이론(the first sale doctrin)이란 특허권이나 상표권 또는 저작권의 행사로 인해 제작된 물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경우 해당 권리자가 이에 대하여 재차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론상 상품이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상표권자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상표권자가 상품을 판매한 경우 상표권은 완전히 행사된 것으로 소진되고 이후 상표권자는 그 상품이 추가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법원 및 학계는 권리소진의 원칙을 받아들여 지식재산권과 소유권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사용권자가 상표권자와의 계약에 위반하여 상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는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로서 국내에서는 아직 논의가 충분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도 없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8년 Quanta 판결 및 2017년 Lexmark 판결, 그리고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2009년 Dior v. Copad 판결 등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는데 위 각 사안은 특정한 계약위반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사법 제52호(2020. 7.)}'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2. 사안의 개요 'Metrocity' 브랜드 상표권자는 통상사용권자와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며 인터넷쇼핑몰에서의 판매를 제한하였다. 이후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인터넷쇼핑몰울 운영하는 피고인에게 시계를 공급하고 피고인이 인터넷으로 판매하였는데 검찰은 피고인이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으로 상품을 판매한 것은 상표권 침해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상표권 소진 주장 및 침해 고의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며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고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학설 국내 상표법 분야에서는 '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바 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찾기 어렵다. 특허법 분야에서는 계약위반은 채무불이행 문제일 뿐이라는 견해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고 저작권법 분야에서는 이용방법과 조건을 구분하는 견해, 저작권의 본래적 내용 여부를 구분하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이 국내 및 일본에서 제시되고 있다. 나. 국내의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은 상표의 권리소진과 그 적용 범위를 명시한 최초의 판결이고 이후 병행수입에 관한 일련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6. 10. 13. 2006다40423 판결 등)이 있었으나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판례는 없었다. 하급심에서는 특허법원 2018. 10. 10. 선고 2018나1343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이 문제되었으나 대법원의 법리 설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 외국의 판결 먼저 미국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특허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기 위해 최초판매의 원칙이 생성되어 왔는데 종래 미국의 판례는 특허권자가 적법한 제한을 가하여 특허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으나 연방대법원의 2008년의 Quanta 판결, 2017년 Lexmark 판결을 통해 권리소진을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된다. 2008년 연방대법원의 Quanta v. LG 판결은 일부 계약조건에 위반된 경우에도 권리소진을 인정했으나 이는 허락된 판매(Authorized Sale)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었다. 이후 2017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Lexmark 판결에서 "특허권자가 특허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하면 특허권자가 부과하는 어떠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권은 소진된다"고 판단하여 권리소진의 적용범위를 넓혔으나 Lexmark case는 '특허권자에 의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다만 판매 후의 반환조건(post sale restriction, PSR)만이 추가된 것이므로 통상사용권자에 의해 판매된 우리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 2009년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Copad v. Dior 판결은 소위 '선택적 판매망(selective distribution)'에 관한 것으로 대상판결 사안과 유사하다. 선택적 판매망 시스템이란 특정한 양적·질적 조건을 충족하는 허가받은 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고 해당 판매업자는 소비자 또는 (위 네트워크 내의) 허가받은 재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데 CJEU는 위 사건에서 고급 브랜드(luxury brand)의 선택적 공급 약정(할인매장에서의 판매 금지) 위반은 채무불이행(breach of contract) 뿐만 아니라 상표권 침해(infringement)에도 해당하고 제3자에 대해서도 침해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단지 라이선스 계약 위반 때문이 아니고 사치품에 있어서 할인매장 판매는 상표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것으로서 유럽상표지침 7(2)에 규정된 권리소진의 예외조항 중 품질손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다만 사치품이 아닌 일반 제품에까지 위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특허와 관련된 2003년 5월 27일 오사카 고등재판소 판결이 계약 위반과 관련된 쟁점을 다루며 '특허권자는 라이선스 계약에서 라이선스 범위를 한정할 수 있으나 특허발명의 실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수적 조건의 위반은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특허침해가 아니다'고 한 바 있다. 라. 종합적인 검토 먼저 계약 조건에 위반하여 통상사용권자가 물품을 유통한 경우 항상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계약 위반행위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인정하는 범위는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 모든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의 합의로 지식재산권 침해가 성립하는 범위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계약위반으로 규율할 수 있는 문제이며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 계약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되었다고 해도 이는 진정상품에 해당하여 사실상 상품출처의 혼동이나 품질에 대한 오인의 우려가 없으며 앞서 본 미국 및 유럽의 판결 역시 계약조건 위반만으로 바로 권리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권리소진 원칙의 이론적 배경, 해당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충돌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상표사용계약에 있어서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판단기준으로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권리소진이 인정되었다. 4. 결론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제적인 논의에서도 한걸음 더 나아간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상표법은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상표법 제1조) 권리소진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도 충돌하는 이익 사이의 균형 있는 조화가 필요하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별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나 위 판결을 계기로 향후 더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상표법
상표권침해
통상사용권자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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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방조책임 성립요건
[사실관계] 피고는 대형 포털사이트 운영자이다. 원고는, 피고의 회원이 원고의 저작물인 동영상을 피고 사이트 카페에 무단으로 업로드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조치해 달라는 요구서를 보내면서, 해당 카페 주소들을 기재하고, 키워드 검색결과 화면 및 해당 동영상 중 1개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첨부하였다. 피고는 원고 제공 자료로 특정 가능한 동영상은 삭제하였으나, 카페 주소만으로는 침해 게시물 특정이 불가능하므로 URL 등 게시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요청과 답변이 수차례 오간 후 원고는 부작위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하며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의 책임을 부정하였으나, 항소심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방조책임을 부정하며 파기환송하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고 그 검색 기능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위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중략) 갑이 을 회사에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알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냈으나 그 요청서에 동영상을 찾기 위한 검색어와 동영상이 업로드된 위 사이트 내 카페의 대표주소만을 기재하였을 뿐 동영상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URL)나 게시물의 제목 등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이 을 회사에 동영상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삭제와 차단 요구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을 회사가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며, 을 회사는 갑이 제공한 검색어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고, 그와 같은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하여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을 회사가 위 동영상에 관한 갑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을 회사의 사이트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후략)." [평석] 1. 문제의 제기 인터넷을 통한 권리 침해 사안에서 직접 침해자 외에 매개자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 책임 근거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으로 이론구성된다. 즉, 서비스의 내용, 구체적인 행위 태양 등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직접 침해자로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작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를 근거로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 사전적 감시의무는 인정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 침해 사실 통보가 있고 기술적 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다시 말해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새로운 게시물이 등록되고 대량의 정보가 수시로 오고가기 때문에, 어느 범위에서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을 인정할지에 따라 실제 책임 범위나 의무 부담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판단되었지만, 구체적 요건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 종래부터 대법원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책임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등).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떠한 경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특히 '피해자가 URL로 적시한 당해 특정 게시물'에 한하여 책임이 인정되는지 아니면 'URL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까지 책임 범위가 확장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판례 중에서도, 예를 들어 명예훼손에 관한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에서는 이를 긍정한 반면, 상표권에 관한 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에서는 이를 부정하여 결과적으로 상반되는 판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2010년 중반 이후로 저작권법 등에 규정된 통지 및 차단조치(notice and takedown) 절차가 실무상 빈번히 이용되고 있다. 위 규정에 근거해 권리주장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URL 등으로 특정된 게시물의 복제·전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당해 게시물에 대하여 즉시 차단조치를 취한다. 피해자가 URL 등으로 특정한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키워드 검색 등으로 도출되는 수많은 침해물을 직접 찾아내서 걸러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해결 방안으로 사실상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 사안에서 피해자인 원고는 URL 등으로 게시물을 특정하지 않고, 피고에게 직접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침해물을 찾아내도록 요구하였다. 항소심 판시에 의하면 키워드 검색시 100건 이하 비교적 소량의 게시물이 검색되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항소심은 URL 제공 없이도 피고 스스로 침해 게시물을 발견·조치할 수 있다고 하며 그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URL 등으로 구체적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서 도출되는 게시물 중 어느 게시물이 명백히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게시물인지 곧바로 알 수 없고, 일반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규모, 권리침해 신고 건수,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수, 동영상의 재생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일일이 검색을 통해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이다. 즉,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직접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하여 인식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모두 부정하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종래 판례에서 모호하게 언급하였던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3. 시사점 및 향후 전망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침해물을 특정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고, 피해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어떠한 가치판단이나 확인절차 없이 침해물을 확정·차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여야만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약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키워드 검색을 통해 불법 게시물을 확인·판단한다면, 이는 일종의 검열이 될 위험이 있다. 또한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불법성을 정확히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가능한 판단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인터넷 특성상 키워드 검색 및 검색 결과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가하는 것으로, 극단적으로는 서비스 존속 자체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량의 침해물 유통이 전제되는 웹하드나 P2P 등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닌, 포털 사이트 등 일반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나 정보유통의 자율성을 넓게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피해자 입장에서도 URL 주소 등만을 특정한다면 언제든지 게시물 삭제 등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대상판결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인격모독 게시물이나 불법촬영 음란물 등으로 그 불법성이 심각·명백하고, 게시물 확산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적극적 조력 없이는 피해자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는 등 극단적인 경우에는, URL 등 특정 없이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성립요건을 엄격히 보았으나, 위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까지도 대상판결의 책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기준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저작권에 관한 사안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주로 문제되는 상표권이나 인격권 등 다른 법익 영역 분쟁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저작권침해
인터넷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19-11-18
부정사용취소심판에 있어 상표의 동일성 판단기준
1. 사안의 개요 및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는 등록상표(상표등록 제0834637호, 지정상품 캐디백, 보스톤백 등; 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로서 이 사건 등록상표를 <그림1>과 같은 형태로 변형한 상표(이하 '실사용상표')를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캐디백 등에 사용하였다. 이에 <그림2>와 같은 형태의 상표(이하 '대상상표')를 역시 캐디백 등에 사용하고 있던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의 오인 또는 타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을 생기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취소심판을 제기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실사용상표들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는 이유로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특허법원은 실사용상표들은 변용의 정도가 지나쳐 이 사건 등록상표의 통상의 사용범위 내에서 변경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심결을 취소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의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그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 것인지는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의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상표 동일성 판단기준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를 타인의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하게 보이도록 변형한 것이어서 그 사용으로 인하여 대상상표와의 관계에서 등록상표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보다 수요자가 상품출처를 오인·혼동할 우려가 더 커지게 되었다면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그 실사용상표의 사용을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평석 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에서의 상표의 동일성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는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거나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의 오인 또는 타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을 생기게 한 경우를 상표등록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상표권자가 자신의 등록상표를 그 사용권 범위를 넘어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타인의 상표의 신용이나 명성에 편승하려는 행위를 방지하여 거래자와 수요자의 이익보호는 물론 다른 상표를 사용하는 사람의 영업상 신용과 권익도 아울러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위 조항의 요건 중 상표권자가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 것인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된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상표권자인 피고가 사용한 실사용상표가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는지, 아니면 그 변형의 정도가 지나쳐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난 유사상표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나.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와의 관계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심판청구일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상표등록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등록된 형상과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뿐 아니라 이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존재하는바, 대법원은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경우라 함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경우를 말하고, 동일한 상표라고 함은 등록상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거래 사회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포함하나, 유사상표를 사용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후665 판결 등). 여기서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와 제3호의 상표 동일성 판단기준을 동일하게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양자의 기준을 동일하게 본다면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사회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로 인정된 상표의 사용은 부정사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반면, 양자의 기준을 다르게 본다면 불사용취소를 면하는 경우에도 부정사용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이는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판단할 때, 대상상표(즉, 타인의 상표)와의 유사성 여부를 고려할 것인지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즉, 대상상표를 전제로 하지 않는 불사용취소심판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도 대상상표는 상표 동일성 판단의 고려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 반면, 양자의 기준을 다르게 본다면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실사용상표와 대상상표의 유사성을 고려할 여지가 있게 되는 것이다. 다. 상표의 '동일성' 개념의 통일적 해석 여부에 대한 논의 위 문제에 관하여 종래의 판결 중에는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 없었으나, 불사용취소심판과 관련하여 동일성 범위 내의 사용으로 인정된 상표의 사용을 부정사용으로 본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판례는 양자의 기준을 동일하게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되고 있었다(원유석, 등록상표의 불사용취소와 부정사용취소의 실무적 재검토, 사법논집 제49집, 43면). 학설은,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등록취소를 일단 면하였던 자가 다시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취소를 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양자의 기준을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는 견해(박준석, 판례상 상표의 동일·유사성 판단기준, 사법논집 제39집, 505면)도 있으나,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의 상표 동일성은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동일성의 범위보다 좁은 개념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문삼섭, 상표법, 제2판, 951면). 라.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한 것인지 여부는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동일성 판단기준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실사용상표와 등록상표의 동일성 여부 판단에 대상상표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부정사용취소심판의 목적이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음을 기화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의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킨 상표권자를 제재하기 위하여 오인·혼동 야기 수단이 된 등록상표를 취소하고자 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표의 동일성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대상상표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부정사용 취소사유의 요건을 기계적으로 분리하여 상표의 동일성 판단에 있어서는 대상상표를 고려함이 없이 등록상표와 실사용상표만을 비교하고, 그 결과 동일성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되는 상표에 대해서만 오인·혼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경우, 대상상표를 염두에 두고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등록상표를 변형하여 오인·혼동의 우려가 현존하는 사안임에도 부정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당한 결론이 도출될 우려가 있다. 또한, 불사용취소심판에 있어 상표의 동일성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등록상표를 어느 정도 변형하여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경우까지 상표를 취소하는 것은 상표권자에게 가혹하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러한 상표 동일성의 판단기준을 부정사용취소심판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대상상표와 유사하게 등록상표를 변형하여 사용한 상표권자까지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당초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 동일성의 범위를 확대하여 인정하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이 경우 불사용취소심판에서는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성의 범위에 있는 것으로 인정받아 취소를 면한 상표권자가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상표가 취소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대상판결이 판시하였듯이 양 제도는 그 취지가 서로 다른 것이므로 이러한 결과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간 부정사용취소심판에 있어 실사용상표와 등록상표의 동일성 판단기준에 대하여 실무상 혼란이 있었으나, 대상판결로써 이러한 혼란이 해소되고, 나아가 대상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 실사용상표와 대상상표와의 유사성을 어느 정도나 고려해야 하는지, 대상상표가 수요자들에게 알려진 정도에 따라 동일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등 세부적인 문제는 향후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할 것인바, 앞으로 판결의 축적을 통하여 구체적인 기준이 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4-01-27
영문자와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경우, 영문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의 사용이 동일상표에 해당 하는지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원고의 등록상표 '' (상표등록번호 제287071호, 지정상품 상품류 구분 제7류의 고무브이벨트, 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이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 중 상단 영문자 부분 'CONTINENTAL'로만 구성된 표장(이하 '실사용 상표')을 사용하였는데,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에서는 상단 영문자 부분과 하단 한글 음역 부분은 '대륙(풍)의'라는 의미로 관념 될 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는 아니하고, 영문자 부분은 한글의 병기 없이도 '콘티넨탈'로 호칭될 것이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 중 상단의 영문자 부분만으로 된 실사용 상표는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이 사건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한 호칭과 관념을 일으킨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에는 상표의 동일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석 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 규정의 내용 및 취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를 상표등록의 취소심판 사유로서 규정하고 있다. 불사용 취소심판 청구는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상표에 대하여는 상표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의 신용을 보호할 필요가 없어 등록주의 하에서의 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할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된 제도로서, 등록상표와 실제 사용 표장의 유형들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동일한 상표 사용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불사용취소 심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목적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나.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의 결합상표에 있어서의 '동일한 상표 사용'의 판단 기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에서는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한 경우'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경우를 말하고 유사상표를 사용한 경우는 포함하지 아니하나, '동일한 상표'에는 등록상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도 포함된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3후1824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 판결)고 하여 종전 대법원 판결의 판시 취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의 결합상표에 대한 동일한 상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제반 사정들로, 1) 상품의 특성, 상품의 판매 시장, 시대의 변화 등에 따라 등록상표를 다소 변형하여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 거래의 현실이어서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의 결합상표를 등록한 후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한 채 사용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는 점, 2) 이 사건 등록상표의 한글 부분은 영문자의 발음을 그대로 표시한 것임을 일반 수요자가 거래자가 쉽게 알 수 있고, 호칭 내지 발음이 표시하는 영문 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한글 음영의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는 경우에는 영문자나 그 한글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는 위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호칭, 관념 되는 같은 상표가 사용된다고 인식되어 그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므로, 그 상표들 사이의 동일성을 부정한다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의 신뢰를 깨뜨리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을 제시하면서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상표권자의 상표 사용의 자유 내지는 그 상표의 동일성 인식에 대한 일반 수요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을 구성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등록상표를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으로 1)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서 그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았다는 점, 2) 영문자 부분과 한글 음역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적으로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하게 호칭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제시하고, 이 경우에는 그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의 의미에 대하여 '거래사회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종전 대법원 판결들의 기본 취지를 따르면서도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라는 특정한 유형의 상표에 대하여 거래 통념상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상표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어서는 종전 대법원 판결들의 취지와 다른 구체적 해석 기준을 제시하였는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결론과 그 논거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등록상표의 불사용 취소심판 제도 본연의 취지와 목적에 충실하게 '동일한 상표'의 의미를 해석하였다. 불사용 취소심판 제도는 사용하지 않는 등록상표에 대하여 상표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의 신용 역시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사후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절차이다. 이 사건의 경우 문제되고 있는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 상표는 영문자 부분만이 실제 사용된 경우로 이러한 유형의 결합상표에 있어서는 실제로도 매우 빈번하게 생기고 있다. 결합상표 중 일부만이 실제 사용되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나 거래계에서도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음역 부분만으로 호칭, 관념되고 있고,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는 실사용 표장에 대한 업무상의 신용 역시 보호되어야 함이 당연한 것인바, 이러한 유형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불사용 취소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둘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동일한 상표 사용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종전의 형식적, 획일적 기준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인 사용태양과 거래 실정 등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마다 등록상표와 실사용 상표의 비교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등록상표의 일부 구성을 변경 또는 삭제하는 형태로 사용되는 유형은 등록상표의 한 구성 부분을 변경하는 것이어서 그 변경이나 삭제가 등록상표의 전체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닌 이상 동일성이 부정되어 왔고, 특히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유형인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되는 경우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이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되어 왔는데(대법원 2004. 8. 20.선고 2003후1437 판결,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후698 판결 등), 이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으로 구성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등록상표의 한 구성 부분만을 사용한 것으로서 등록상표와 동일한 표장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형식적,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으로 된 결합상표의 경우에는 실제 영문자나 그 한글음역 중 한 부분을 생략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거래의 현실인바, 획일적으로 등록상표의 일부 구성 부분만을 사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등록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상표의 실제 사용태양이나 거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타당성도 결여한 해석이 된다. 이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사용에 해당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새로운 해석기준을 제시하였다. 즉, (1)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서 그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2) 영문자 부분과 한글 음역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적으로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하게 호칭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 기준에 의하면, 영문자와 이를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결합으로 새로운 관념이 생긴다면 동일한 상표 사용 여부에 대하여 결합상표 전체가 비교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고,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 각각의 호칭이 등록상표와 호칭과 다르다면 이 역시 등록상표 중 일부분의 사용이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상표의 동일, 유사 여부 판단에 있어서 그 주요 평가 요소인 관념 및 호칭 등에 의하여 동일한 상표 사용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합리적인 해석 기준의 제시로 평가된다. 3. 대법원 판결의 의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영문자과 그 한글 음역의 결합으로 구성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결합상표의 일부분인 영문자 또는 그 한글음역만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요건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한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매우 한정된 유형에 대한 것으로 상표 사용의 실거래에서는 매우 다양한 사용의 태양이 존재하고 있고, 거래의 현실은 변화되어 오고 있는바, 향후 상표의 실 사용태양의 고려와 상표 사용으로 인한 신용 보호라는 목적 하에 구체적이고 다양한 해석 기준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제시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2013-11-18
상표의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인정
1. 사건의 개요 학교법인 한마학원은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상대로,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등록서비스표(등록번호 제179255호) '경남국립대학교'가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등록서비스표(등록번호 제113018호)인 ''(이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라 함)와 동일·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식별력이 없다고 다투었고, 이에 대해 학교법인 한마학원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특허법원 2011. 7. 8. 선고 2010허8191 판결)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표장이 사용된 결과 수요자 사이에 서비스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 현저하게 인식되어 식별력을 가지게 되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것은 실제로 사용된 서비스표와 그 서비스표가 사용된 서비스업에 한하고, 그와 유사한 서비스표 및 서비스업에 대해서까지 식별력 취득을 인정할 수는 없다. 경남대학교라는 학교 명칭 또는 '', ''와 같은 학교 표장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등록결정일인 2005. 1. 7.경 무렵 일반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실사용서비스표인 ''와 비교하면 영문 'KYUNGNAM UNIVERSITY' 또는 한자 '慶南大學校' 부분이 부가되어 있고, 실사용서비스표인 '' 와 비교하면 도형 부분이 없는 대신에 한자 부분이 부가되어 있어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를 위 실사용서비스표들과 동일한 서비스표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등록결정시에 위 실사용서비스표들 이외에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도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기에 이르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을 추인하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후1982 판결: 원심 파기환송) 등록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과 동일한 표장이 거래사회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결과 상표의 등록 전부터 수요자 간에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은 사용된 상품에 관하여 식별력을 가지게 되므로, 위와 같이 식별력을 취득한 부분을 그대로 포함함으로써 그 이외의 구성 부분과의 결합으로 인하여 이미 취득한 식별력이 감쇄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등록상표는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그 사용된 상품에 관하여는 자타상품의 식별력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상표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서비스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구성 중 '경남대학교' 부분은 그 자체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경상남도'의 약어인 '경남'과 보통명칭인 '대학교'를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아 식별력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오랜 기간 이 사건 지정서비스업에 사용된 결과 이 사건 등록결정일인 2005. 1. 7.경에는 수요자 사이에 그 표장이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기에 이르렀으므로 그 표장이 사용된 이 사건 지정서비스업에 관하여 식별력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식별력을 취득한 '경남대학교' 부분을 그대로 포함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영문 'KYUNGNAM UNIVERSITY' 및 한자 '慶南大學校'와의 결합으로 인하여 이미 취득한 식별력이 감쇄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그 지정서비스업에 대해서 자타서비스업의 식별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상표법 제6조 제2항의 규정 내용 상표법 제6조 제2항은 기술적 표장,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히 있는 성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과 같이 식별력이 없는 상표라도 상표등록출원 전에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간에 그 상표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다면, 그 상표를 사용한 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그 상표, 즉 '동일한 상표'의 상표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그 자체로는 식별력을 갖추지 못한 표장이라 하더라도 사용에 의해 거래상의 식별력을 획득하였다면, 그러한 표장은 이미 거래자나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승인된 셈이어서 사후적으로 상표로서 보호할 필요와 적격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사용에 의해 식별력이 인정되는 '동일한 상표'의 범위에 관한 판단기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이 인정되는 '동일한 상표'의 범위에 관하여,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것은 실제로 사용된 서비스표에 한하고, 그와 유사한 서비스표에 대해서까지 식별력 취득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실무적 경향(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후1356 판결 등 참조)이었다. 법원은 타원형 안에 영문자 'SK'를 표기한 표장과 출원상표 'sk'는 호칭이 '에스케이'로 동일하나 외관상 차이가 있어 일반 수요자의 입장에서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유사한 상표로 볼 수는 있을지언정 동일상표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러한 유사 상표를 사용한 것을 출원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특허법원 1999. 2. 11. 선고 98허9574 판결)하여, '동일한 상표'의 범위를 외관, 관념 및 호칭이 일치하는 상표에 한정하여 왔다. 한편 그 후 대법원은 소위 'K2 사건'(대법원 2008. 9. 5. 선고 2006후2288 판결)에서, 원고 회사는 '' 등 '' 상표와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는 상표를 20여 년 동안 등산화 등에 대한 광고에 사용하여 왔고, 2002년부터는 고딕화된 형태의 '' 상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여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일까지 3년 6개월간 사용하였으므로 등산용품에 관한 거래자 및 수요자의 대다수에게 '' 상표는 원고 회사의 상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즉 외관이 일치하지 않은 상표라 하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의 고려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K2 사건'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된 상표와 외관이 동일한 상표인 '' 상표를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시까지 계속하여 사용하여 온 사건이고, 외관이 동일하지 않은 상표의 사용은 부수적으로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이 '동일한 상표'의 범위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한 것인지 다소 불명확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2011후1982 판결에서는, 종래의 대법원 입장과는 달리, 상표의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즉 등록서비스표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된 상표와 외관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록서비스표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된 상표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고 이에 결합된 부분으로 인해 이미 취득한 식별력이 감쇄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등록서비스표에 대하여도 전체적으로 식별력을 인정한 것이다. 다. '동일한 상표' 판단에 대한 대상판결의 타당성 여부 관념과 호칭을 가지는 '문자상표'의 경우에는 관념과 호칭이 식별력 여부를 판정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므로 실제 상표를 사용한 결과 관념 또는 호칭의 면에 있어서 식별력을 취득하였고 출원상표와 실제 사용상표가 관념 및 호칭의 면에서 일치한다면 외관이 다소 다르더라도 출원상표를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상표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 상표를 사용한 결과 그 관념 및 호칭이 수요자로 하여금 누구의 업무에 관한 상표인지를 인식하게 하였다면 외관의 차이가 있더라도 다른 상표사용자들이 동일한 관념과 호칭을 갖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므로, 실제 사용상표와 외관에서 차이가 있는 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하더라도 그로 인해 다른 상표사용자의 권리가 더 제한되는 결과는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1후1982 판결에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상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는 학교 명칭인 '경남대학교'의 국문, 영문, 한문 표기일 뿐이고, 그 관념 및 호칭은 '경남대학교' 하나뿐이며, 그 외 부가적인 호칭이나 관념은 전혀 생길 수 없었다. 나아가 학교법인 한마학원이 '경남대학교'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들이 이 서비스표의 관념 및 호칭이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업무에 관한 것임을 인식하게 되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은 위 서비스표와 외관이 다르더라도 관념 및 호칭이 동일 또는 유사한 서비스표를 사용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등록을 허용하더라도 그것이 위 서비스표의 등록을 허용하는 것에 비하여 다른 상표사용자의 권리를 더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원심이 식별력 취득을 인정한 서비스표와 동일한 서비스표로서 상표법 제6조 제2항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한 서비스표에 해당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표의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대법원이 '동일한 상표'의 범위를 넓게 인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하는 판단기준을 정립하여 이를 조금 더 상세하게 기술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2-12-20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등록무효사유에 대한 심리 판단
Ⅰ. 사실의 개요(법률신문 2012년 10월 25일 5면 보도) 1) 원고와 피고는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서로 다른 법인이다. `원고는 2006.10.부터 2008.5. 사이에 건축용 비금속제 문틀/창틀/천정판 등과 그 상품들의 판매대행/알선업 등에 대하여 , , 와 같은 상표/서비스표를 등록받았다. 2) 소외 김○○는 1994.4.에 Hi-Wood가 작게 표시되어 포함된 상표를 창문틀, 천정판 등에 대하여 등록받았다. 피고는 2004.3.에 김○○으로부터 영업권과 상표권을 양수하였고(상표권은 그 직후에 관리소홀로 소멸함), , 등의 상표를 원고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상고 기각. 상표법의 목적과 재산권의 행사에 관한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며, 상표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상표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상표등록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 Ⅲ. 해설 1. 학설 및 판례 가. 우리나라 특허법의 경우 행정행위의 공정력 이론이나 특허청과 법원의 권한분배론 등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특허권 또는 상표권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그 전제로서 당해 특허 또는 상표등록의 무효에 대하여 심리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르면 침해소송에서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 당해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침해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 등을 명하여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되어 소송경제와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게 되고, 판결 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면 그 판결은 재심사유로 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꾀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서 공지기술을 제외하거나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이라는 이유로 침해를 부정하는 방법을 취해 왔고, 최근에는 침해사건 담당 법원이 권리남용의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까지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나. 일본 특허법과 상표법의 경우 상기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소위 킬비 사건의 판결(최고재판소 2000. 4. 11. 제3소법정 판결)을 따른 것이다. 일본은 킬비 판결 이후에 특허법 제104조의3을 신설하여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당해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해 무효로 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상대방에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이 규정을 일본 상표법 제39조가 준용하고 있다.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을 들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한 것은 대부분 타인이 선취득한 권리 또는 선사용한 상표에 대하여 상표권을 행사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불사용 상표를 양수하여 상표권을 행사한 경우, 금반언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에 그치고, 등록상표가 식별력 흠결을 이유로 등록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 우리나라 상표법의 경우 대법원이 상표법의 영역에서 처음으로 권리남용이론을 적용한 것은 1993. 1. 19. 선고 92도2054 판결(소위 사임당가구 사건)에서 이다. 그 후로 대법원은 K2 사건(2008. 9. 11.자 2007마1569결정), 헬로키티 사건(2001. 4. 10. 선고 2000다4487 판결), 캠브리지멤버스 사건(2007. 6. 14. 선고 2006도8958 판결), 비제바노 사건(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 등에서, 타인의 선사용 유명상표가 미등록임을 기화로 모방상표를 등록한 자가 자기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것은 상표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되어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진한커피 사건(2007. 1. 25. 선고 2005다67223 판결), 에이씨엠파이워터 사건(2007. 2. 22. 선고 2005다39099 판결), 스타스위트 사건(2008. 7. 24. 선고 2006다40461, 40478 판결) 등에서, 타인의 미등록 유명상표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받은 자가 그 타인이나 그 타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상표를 사용하는 자에게 상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대법원은 주로 모방상표등록에 한하여 상표권의 효력을 부정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후등록 상표권에 대하여 선등록 상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한 경우에 있어서 그 무효심결 확정 전이라도 후등록 상표권자에 의한 상표의 사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거나(2009. 6. 11. 선고 2007다65139 판결), 형사상 상표권 침해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2012.4.12. 선고 2011도4037 판결). 2. 이 사건 판결의 타당성 여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인정'될 것을 넘어 '명백'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것은 행정행위의 공정력 및 특허법원과 일반법원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무상 명백성의 판단이 쉽지 않고,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로 되는 것과의 구별도 쉽지 않으므로 이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박정희, '특허침해소송 등에서의 당해 특허의 무효사유에 대한 심리판단', 특허판례연구(개정판), 523면), 현 상황에서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기 보다는 어떤 경우가 명백한 것인지 구체적인 판단요소(factor)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명백성의 요건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이우드'는 상품의 특성을 직감하게 하기 보다는 암시하는 정도의 상표라고 볼 여지가 있고, 상품류구분 제19류에는 건축용 재료/자재에 대하여 '하이샤시', '하이도어', '하이멘트', '하이패널시스템', '하이텍스' 등의 상표가 다수 등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고급 목재, 좋은 목재' 등의 의미로 직감되어 그 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것은 명백성 요건에 비추어 의문이다. 오히려 피고의 상표가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2호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하는 것이 간명하지 않았을까? 셋째,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였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킬비 판결에서 정정심판이 청구되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상표 분야에서는 그 의미를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넷째, 선사용 유명상표의 모방상표에 대해서는 권리남용의 항변을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모방상표와 관련이 없는 선원의 존재, 조약위반, 공익적 부등록사유 등의 무효사유가 있는 상표등록에 대해서는 그러한 무효사유 해당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특허법에서의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등록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권의 행사에 대해서 권리남용의 법리를 확대하고 그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ⅰ)상표등록 무효사유는 해당성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 ⅱ)대부분은 상표법 제51조 제1항(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을 적용하거나 또는 상표적 사용의 법리, 불사용 등록상표의 권리행사 제한의 법리 등을 적용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ⅲ)권리남용이론은 일반조항에 기초한 법리로 성문법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 ⅳ)우리나라는 심판전치주의를 취하고 있고, 심결취소소송과 침해소송의 관할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 ⅴ)특허와 달리 상표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타인은 계쟁상표와 다른 상표를 선택할 수 있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할 논리필연성이 특허만큼 크지 않다는 점, ⅵ) 2010다95390 판결과 달리 대상판결은 무효사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ⅶ)권리남용은 추상적이고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당사자가 쉽게 수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이론의 확대 적용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명상표의 모방상표등록과 같은 경우에 한하여 권리남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하되, 굳이 대상판결과 같이 상표등록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권리남용이론에 의할 것이 아니라 일본 특허법 제104조의3과 같이 '무효의 항변'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그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일반법원의 심리능력이 강화되고,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이 집중되면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는 것도 검토할 여지가 있다.)
2012-11-12
'변론주의 원칙위배론'에 대한 반론
1. 대법원 판결의 요지 최근의 대법원판결(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후3509판결)에서 변론주의 위배를 이유로 파기 환송한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행정소송의 일종인 심결취소소송에 직권주의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변론주의를 기본 구조로 하는 이상, 심결의 위법을 들어 그 취소를 청구할 때에는 직권조사사항을 제외하고는 그 취소를 구하는 자가 위법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먼저 주장하여야 하고, 따라서 법원이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법률요건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2] '화장용 팩 마스크'에 관한 등록디자인이 그 출원 전에 국내에서 공지된 비교대상디자인 등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에서, 당사자가 심결의 위법사유로서 등록디자인이 비교대상디자인 등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디자인보호법 제5조 제2항에서 정한 등록무효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만을 하였음에도, 그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채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유에 기초하여 등록디자인이 비교대상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하므로 디자인보호법 제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하였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출처 : 대법원 2011.3.24. 선고 2010후3509 판결【등록무효(디)심결취소의소】[공2011상,842]) 2. 판결에 대한 반론 대법원의 이 판결(변론주의 원칙위배라는 판단)은 첫째로 심결불복사건을 심결취소소송 이라 하여 행정소송의 일종으로 보고 변론주의를 기본구조로 한다고 단정한 것은 특허심결취소소송의 성질에 대한 판단으로서는 적절치 않다. 둘째로 특허권의 본질에 대한 인식, 즉 민법상의 소유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셋째로 특허법의 명문 규정을 간과내지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직권주의 관련 규정이 특허법에 명시되어 있고 실용신안법, 디자인 보호법, 상표법은 특허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특허법을 중심으로 살피기로 한다. 첫째로 심결취소소송을 행정소송의 일종으로 보고 변론주의를 기본구조로 한다고 단정한 것은 심결취소송의 특성을 간과한 것으로 본다. "행정소송의 일종인 심결취소소송에 직권주의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변론주의를 기본 구조로 하는 이상…"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바로 이 점에서 사건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결취소소송'이라는 명칭은 특허법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심결(또는 ... 결정) 에 대한 소'(특허법 제186조)라고만 표현되어 있고 특허청장(또는 당사자)을 피고로 하는 경우가 있어(특허법 제187조), 이런 경우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므로 이를 심결취소소송이라고 이름 부친 것이다. 이 명칭만으로 특허법에 의한 심판사건을 특허청장의 행정처분취소소송으로 보아 행정소송법의 일반 원칙이 적용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법령의 명문규정(직권주의원칙; 특허법 제159조)에 반한다. 특허법에 의한 심결이라는 행위를 행정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하더라도 일반적 행정처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첫째로 심판과 심결의 형성과정은 그 심결취소소송에서 피고로 규정하고 있는 특허청장의 관여나 지시 감독은 전혀 불가능하고 법률적으로 독립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심판관의 자격은 따로 정하고 심판관은 직무상 독립하여 심판하고(법 제143조) 심판은 3인 또는 5인의 합의체가 행하고 심판관에 대하여 제척, 기피 등의 규정이 있고 무효심판은 구두심리에 의하고 심결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며 심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에 의해서만 가능하고(행정소송에 의하지 아니함) 확정 심결에 대하여는 수정, 변경 등이 불가능 한 공정력, 확정력을 가진다. 사실상의 사법적 재판의 일심판결과 같은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법 제149조 이하. 확정심결에 대한 재심은 민소법의 절차에 따라서만 가능) 다만 그 심결기관이 행정기관에 소속되어 있고 심판관의 신분이 일반직공무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일반 행정처분과 동일 한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심결취소소송이 행정소송의 일종이라고 단정하고 변론주의를 기본구조로 하는 사건으로 단정한 것은 법률의 규정에 명시된 특징을 간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둘째로 특허권은 사적권리로 등록되지만 공공성을 띤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민법상의 소유권과 다르다. 따라서 변론주의 원칙을 입법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특허법(제1조)은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상표법(제1조)은 "…산업발전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허의 등록이나 그 무효화의 과정도 결코 당사자만의 이해관계에 있는 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등록된 특허의 권리는 비록 특정 권리자의 권리로만 등록이 된다 하더라도 그 권리의 존속과 행사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권리로 보기 때문에 (1)그 권리의 설정등록 과정에 누구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법 제59조에 의한 심사청구, 제 87조에 의한 등록공고) (2)그 권리의 불행사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등의 경우에 이를 취소하거나 강제로 실시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88조, 제106조 내지 114조) (3)나아가 공무의 집행자인 공무원이 심사관의 자격으로 특허권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3조) (4)뿐만 아니라 권리의 존속에 일정한 기간을 설정하고 그 이후에는 국민에게 이를 개방하고 독점권은 소멸된다.(법 제88조) (5)또한 특허권을 침해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고 (법 제225조)기타 행정적 사법적 제재규정도 설정되어 있다. 민사소송사건에 있어서 당사자주의와 함께 변론주의는 국가는 당사자들의 분쟁에 있어 그들에게 사실의 주장과 자료의 수집이나 증거의 신청을 일임하고, 국가는 그것들을 법규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만을 하고, 당사자가 변론에서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신청하지 아니한 증거들을 재판의 기초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함은 당연하다. 예컨대 당사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지 아니하였는데 법원이 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이 소멸되었다고 판단한다든가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직권으로 조사하여 이를 인정한 것은 변론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판결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많은 판례가 확인하는 사적자치의 원칙, 주장책임의 원칙이다. 특허법상의 심판사건에서는 이 같은 변론주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음은 민법상의 소유권과 특허법상의 특허권의 본질적 차이 때문에 불가피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셋째로 특허법은 위와 같은 관점에서 행정소송법이나 민사소송법상의 변론주의를 배제하는 직권주의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1] 특허법 제159조는 "심판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이유에 대하여도 이를 심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오래 동안 특허 심판원이나 법원의 판결에서도 이점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없이 변론주의 원칙을 배제하고 직권으로 심리 판단하여 왔다. (대법원1972.4.28 선고, 71후 33판결 등) [2] 또한 특허법 제158조는 "심판장은 당사자 또는 참가인이 법정기간 또는 지정기간 내에 절차를 밟지 아니하거나……규정한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도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3] 나아가 특허법 제133조는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이해당사자만이 아니라 국가의 공익을 대변하는 공무원인 심사관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특허권이 공익적 요소가 있는 권리라는 사실에 입법적 근거를 명백히 제공한다 할 것이다. 넷째로, 외국의 예를 보아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제도와 관행이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직접비교하기가 적절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제도와 관행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구 일본 특허법 제152조(직권에 의한 심리) …불출석하더라도 심판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구 일본특허법 제153조(직권심리) 당사자 또는 참가인이 신청하지 아니한 이유에 대하여도 심리할 수 있다. 이때 그이유의 결과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에게 통지하고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3. 결론 특허심판사건의 심결취소소송(심판원의 특허심판 절차를 포함하여)에 있어서 특허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 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나 명문으로 민사소송법을 배제하는 직권주의규정과 불출석 심리의 진행 등 특별 심리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론주의 원칙을 특허 심판에 적용하려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 판결에서 직접 언급된 바는 없지만, 위와 같은 특허권의 특성과 특허법의 규정에 비추어 '당사자 쌍방이 2회 이상 불출석하거나 출석하여도 변론하지 않으면 1월내에 기일 지정신청이 없는 한, 소의 취하가 있는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268조2항) 는 소위 쌍불취하의 민사소송법의 제도도 특허심판사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원칙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2012-08-06
도메인이전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사건에서의 준거법
I. 사실관계 원고는 1999. 11. 23. 도메인이름 "hpweb.com"을 미국의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사에 등록하였다. 피고 휴렛트-팩커드 컴퍼니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이하 "아이칸")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UDRP, 이하 "분쟁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에 따라 2000. 8. 3.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보유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아이칸이 승인한 분쟁해결기관 중의 하나인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National Arbitration Forum)에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신청을 하였고,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는 2000. 9. 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라는 내용의 판정을 하여 도메인이름이 피고에게 이전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판정에 불복하여 2000. 9. 18. 서울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하여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II.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세 차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이 있었다. 그 중 본 평석은 마지막 대법원 판결에 관한 것이다. [1] 구 섭외사법 제13조에서 정한 '부당이득의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이득이 발생한 곳을 의미한다.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으로 이득이 발생한 곳은 피고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이므로, 부당이득 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에 관하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이 준거법이 된다. [2]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 당시 피고에게 위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비록 분쟁해결기관의 결정에 따른 이전등록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위 이전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피고에게 부당이득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의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하는데, 이는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에 관하여는 구 섭외사법의 규정에 따라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3] 그런데 피고의 위 도메인이름 사용금지청구권은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하는 것이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상표에 대한 피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임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 제13조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고, 여기서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의하여 피고의 상표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행하여지고 권리침해라는 결과가 발생한 미국이라고 할 것이므로, 미국법이 그 준거법이 된다. III. 평석 1. 들어가기 위 대법원 판결은 구 섭외사법에 따른 판결이다. 만일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위 세 가지 결론이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논해보고자 한다. 2.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결정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이 발생한 장소의 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부당이득지법주의와 부당이득의 원인이 된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있다. 국제사법이 제정되기 전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은 "사무관리,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의 성립 및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부당이득지법주의를 받아들였다. 현재의 국제사법 제31조도 "부당이득은 그 이득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지법주의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단서에서 "다만, 부당이득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하여 행하여진 이행으로부터 발생한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의 무효·취소·해제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같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을 따르도록 하는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다. 따라서 현행 국제사법은 부당이득지주의와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혼합된 형태이다. 한편,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과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은 표현에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 의미의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대체로 통용되고 있다(임채웅,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분쟁에 관한 연구, 인터넷 법률 47호(2009. 06), 197면). 따라서 기존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에도 적용된다.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하여 어떤 이득이 부당이득으로 되는지의 문제와 이러한 이득의 기초에 놓여 있는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해석되어 왔다(이호정, 국제사법, 1981, 292면). 이와 같이 부당이득의 준거법과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따로 보는 이유는 구 섭외사법이 부당이득지법주의를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기본관계인 매매계약의 준거법이 미국법인 경우에 비록 부당이득이 한국에서 발생하더라도 매매계약의 효력은 여전히 미국법에 따라서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관계의 이행의 결과가 발생하는 부당이득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과 효력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 대법원판결 사안과 같이 부당이득이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경우에 대하여 국제사법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해석과 같이 기본관계인 불법행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 및 효력을 구분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당이득지에 관계없이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준거법이 되는지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에 대하여 위 대법원판결은 기존의 해석에 충실하게 피고가 불법행위를 근거로 원고에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우리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와 달리 유럽연합의 비계약적 채무 준거법에 대한 준거법규칙(Rome II) 제10조 제1항에서는 계약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 의하여 부당이득이 발생한 경우에도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의 준거법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독일 국제사법 제38조 제2항에서도 법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침해부당이득(Eingriffskondiktion)은 침해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들은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하여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를 불법행위가 발생한 국가로 본 것이다. 우리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서는 당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다는 연결원칙을 간접적으로 선언하고 있고,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한 이유도 급부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급부의 청산에서도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기 때문이다(석광현, 국제사법, 2003, 278면). 위와 같은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지국가보다 불법행위지국가가 보다 밀접한 국가가 되어 불법행위지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당이득이 도메인이름의 경우에는 부당이득지가 우연적 사정에 의하여 발생되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3.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 도메인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로 볼 수 있는 장소는 이전등록지, 이전받은 자가 도메인이름을 사용하여 주된 영업을 하는 장소,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이다. 이중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를 부당이득의 발생지로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가 미국에 소재하지만 주된 영업을 캐나다에서 수행하더라도 이득의 발생지는 미국이 된다.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주의를 채택한 국제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며, 심지어 모든 부당이득사건에서 이득의 발생지가 이득자의 소재지라고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를 재화의 이전이 현실로 행해진 장소라고 보고 있는 통설과 기존의 판례에도 반한다. 오히려 도메인이름이 이전된 등록기관의 소재지가 부당이득지라고 보는 것이 좀 더 기존의 해석에 가깝다고 본다. 한편, 아이칸이 지정한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은 여러 곳이어서 이전받는 자가 임의로 장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전등록지는 우연적 사정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주된 영업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도메인이름이 물리적, 지리적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장소를 기준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메인이름에 대하여 부당이득지를 특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이에 대하여는 입법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임채웅, 전게논문, 198-199). 결론적으로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를 특정하는 것은 난해하며 위 세 장소 중 어떠한 장소를 부당이득지로 결정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다. 4. 결론 만일 위 대법원판례 사안에 대하여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도메인이름의 이전에 따른 부당이득지를 고려할 필요 없이 불법행위지인 미국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로서 미국법이 준거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12-01-30
최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합리성의 원칙
1. 사실관계 제약회사인 원고는 도매상들과 도매거래약정을 하면서, 약정서에 원고가 생산하는 보험의약품을 보험약가로 출하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원고가 약정을 해지하고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두었으며, 실제 도매상들의 보험약가 준수 감시와 위반 시 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자 원고는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경재제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아래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를 밝히면서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요지 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 제29조 제1항 등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당해 상표 내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 할지라도, 시장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행위가 관련 상품시장에서의 상표 간 경쟁을 촉진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후생을 증대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관련시장에서 상표 간 경쟁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여부, 그 행위로 인하여 유통업자들의 소비자에 대한 가격 이외의 서비스 경쟁이 촉진되는지 여부, 소비자의 상품 선택이 다양화되는지 여부, 신규사업자로 하여금 유통망을 원활히 확보함으로써 관련 상품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관련 규정의 취지상 사업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평석 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외국의 규제 입장 (1) 미국의 경우 미국에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규제는 수직적 합의에 따른 가격제한의 일종이므로 수평적 가격담합과 마찬가지로 셔먼법 제1조가 적용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11년 Dr. Miles Medical Co. v. John D. Park & Sons Co. 판결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을 적용한 후 이를 유지하여 오다가, 2007년 6월 29일 Leegin 판결(Leegin Creative Leather Products, Inc. v. PSKS, Inc.)을 통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당연위법(per se illegal)의 법리에 따라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경쟁제한적 측면과 경쟁촉진적 측면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Leegin 판결이 선고된 직후 미국 내 여러 주에서는 위 판결을 비판하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였고(멜린랜드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 상원의회는 2007년 10월경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하였으며, 하원의회는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여 위 판결을 사실상 폐기하는 H. R. 3190 Discount Pricing Consumer Protection Act 2009 법안을 발의 하여 심사 중이다. 따라서 Leegin 판결 이후에도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규제 방향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 EU의 경우 EU 경쟁위원회는 최저가격유지행위를 경성 제한행위로 분류하여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Leegin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0년 4월에 제정되고 2010년 6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EU 위원회 규정 330/2010호(2010)' 및 '수직적 제한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2010)'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손금주·한상욱,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대한 합리성과 원칙 적용 가능성, 경쟁저널 2010년 7월호, 한국공정경쟁연합회, 35~37면). 나. 국내 학설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태도 현행법 해석상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이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위법성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는 유일한 조항이라는 견해(임영철, 공정거래법, 법문사, 2007, 417면), ㈁법 제29조 제1항의 문리해석상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부당성' 또는 경쟁제한성' 등을 별도의 성립요건으로 인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견해(이호영, 독점규제법, 개정판, 홍문사, 2010, 417면), ㈂합리성 원칙에 따라 위법성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되,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것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당해 행위를 한 사업자의 몫이라는 견해(정호열, 경제법, 제2판, 박영사, 2008, 437, 438면) 등이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 8. 12. 개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제68호인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심사지침'에서 "최저가격유지행위에 해당되면 유통단계에서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경쟁 제한성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분석 없이 당연위법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 위 판결 선고 전의 하급심 판례 하급심 판례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0. 4. 21. 선고 2009누5482 한국캘러웨이골프 유한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으면 경쟁제한성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별도로 당해 행위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함이 없이 위법한 행위로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하여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으며, 2010. 9. 16. 선고 2010누5433 코카콜라음료 주식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07년 Leegin 판결의 취지를 곧바로 받아들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있어서 경쟁촉진효과 내지 소비자후생증대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경쟁제한효과와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공정거래법 제29조 본문은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 또는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등과 같은 위법성 요건을 따로 요구하지 있지 않은 점, 공정거래법 제29조 단서에서 최고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여 금지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다."라고 판시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라. 판결에 대한 검토 공정거래법은 2001. 1. 16. 제6371호 공정거래법 법률개정을 통하여 최저가격유지행위를 최고가격유지행위와 명백하게 구별하여 규정하였다(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 공정거래법 제29조의 2001. 1. 16. 개정 전후 비교 개 정 전(이하 '개정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상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현 행(이하 '현행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1.1.16.> 위 개정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효과를 인정하여 이를 당연위법으로 다루었던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합리성의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State Oil Co. v. Khan 판결 및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개연성을 강조한 국내외 많은 이론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이호영, 같은 책, 411면 참조). 2001. 1. 16. 공정거래법 법률개정 당시 입법자는 그 당시까지 논의되던 최신의 학설과 외국 판례를 참조하여,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았던 공정거래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구별하고,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여전히 이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되,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하여는 사업자가 그 정당성을 입증하여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사업자가 지게 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입법자가 공정거래법 제29조를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써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달리 규율하였음에도, 법률 해석을 통하여 이러한 입법자의 의사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규율 차이가 법률 해석을 통하여 없어지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 이후 선고된 2010. 12. 23. 선고 2008두22815 판결에서도,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은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데에도 있고, 제29조 제1항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도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거래가격을 미리 정하여 거래함으로써 유통단계에서의 가격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는 내용을 추가로 밝히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도 허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이와 같은 해석이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있음을 더욱 명확하게 밝혔다. 공정거래법의 추상적인 입법목적 등을 통하여 경쟁제한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점은, 기존에 계속적으로 이어지던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11841 제주도 관광협회사건 판결 등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위 판결에 관한 자세한 비판에 대하여는 이봉의, 공정거래관련 주요 판례연구, 2006년 연구용역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 5~9면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이 추상적인 공정거래법의 목적조항 및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근거하여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규정 체제와 내용이 다른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을 적용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공정거래법 제29조와 같은 규율형태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서도 Leegin 판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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