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6일(금)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약속어음
검색한 결과
21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항소심서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 가능한가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X는 약속어음 배서와 대환대출 등으로 A에 대한 대여금 또는 구상금 등(이하 '이 사건 대여금'이라고 한다)으로서 3억 5,500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A는 X에게 A가 임대사업을 위하여 건축한 이 사건 아파트 중 아직 임대하지 않은 101동 802호를 비롯한 총 16세대의 아파트를 X가 임차인을 물색하여 임대한 후 그들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수령하여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대물변제예약과 유사한 계약(이하 '이 사건 대물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 후 A는 이 사건 대물아파트에 관하여 원고 및 원고가 지정한 X-2부터 X-16 총 15명을 임차인으로 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A는 1998. 10.경 부도를 내면서 자금난 등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2004. 9. 10. 이 사건 아파트의 건축 등에 대한 연대보증사인 Y와 사이에 위 부동산에 대해 A가 가진 권리 및 의무를 지위 승계하고 양도·양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이라 한다). 2. 사건의 경과 (1) 제1심 X 및 X-2부터 X-16은 X를 선정당사자로 선정하여 Y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X(원고, 선정당사자)는, ① 피고는 위 임대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인으로서 원고 및 선정자들(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각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② 피고는 A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으므로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인수채무금(임차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① 주장에 대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이 A에게 현실로 임차보증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하여, ② 주장에 있어서 원고에 대하여는, A가 이 사건 대여금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선정자들에 대하여는 A가 부담하는 채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원심(제2심) 제2심에 이르러 원고는 A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청구를 추가하면서 이를 주위적으로 구하고, 원고 및 선정자들의 위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는 예비적으로 구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전부 인용하면서, 원고 및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에 관하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소정의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는 바(원고의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객관적·예비적 병합의 관계에 있다), 이러한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서로간의 다툼을 하나의 소송절차로 한꺼번에 모순 없이 해결하는 소송형태로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하고, 그 중 일부 공동소송인에 대하여만 판결을 하거나, 남겨진 자를 위한 추가판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모두 인용하더라도 다른 공동소송인인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에 관하여도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와 달리 선정자들의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판결을 하지 않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Ⅱ. 평석 1. 관련 제도의 이해 (1)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에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신설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에서 70조에서,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의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의 청구(원고 측)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거나 또는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에 대한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피고 측)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별규정을 신설하였다. 원고 측(능동형)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도 허용하고 있고, 후발적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도(68조의 준용) 허용하고 있다(민사소송법 70조 1항, 이하 민사소송법 조문). 그리고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더라도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한다(70조 2항). (2) 선정당사자제도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사람은 선정당사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53조 1항). 선정당사자는 선정자 모두를 위하여 당사자로서 소송수행을 할 수 있는 자격(당사자적격)을 취득하고, 동시에 자기 고유의 소송수행권도 보유한다. 선정당사자는 선정자의 대리인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다. 소송상의 청구는 선정당사자가 하는 것이고, 선정자는 소송상의 청구를 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선정행위는 선정자 자신의 권리에 대하여 관리처분권을 부여하는 사법상의 행위가 아니고, 단순히 소송수행권을 부여하는 소송행위이므로 선정자는 계쟁권리에 관한 실체적인 관리처분권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한편, 선정자가 그 소송에 관한 소송수행권을 상실하는가에 대하여는, 선정에 영향없이 선정자는 여전히 소송수행권을 보유한다는 견해(유지설)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견해(상실설)의 대립이 있다. 선정자의 권리·의무의 내용을 주문에 표시하는 방식은 개별적 기재방식과 포괄적 기재방식이 있는데, 모두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포괄적 기재방식에 의할 때에는 판결의 이유(보통은 별지로 기재한다)에서 선정자별 권리 범위를 특정하여야 한다. 판결문의 당사자표시에 있어서는 선정당사자만을 표시하고, 선정자목록을 판결문 뒤에 별지로 첨부한다. 선정당사자가 받은 판결의 효력은 선정자에게도 미치게 된다(민소법 218조). 일부 선정자의 소변경과 일부 선정자의 청구에 대한 반소는 그 선정자가 선정한 선정당사자만이 또는 그 선정당사자에 대하여서만 하면 된다고 본다. 그렇게 새기지 않으면 선정에 의한 절차의 간이화는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의문 (1) 사안을 예비적 공동소송 관계로 볼 것인가?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은 제1심에서는 각 임대차계약에 의한 각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다가 제2심에 이르러 선정자들을 제외한 원고가 약속어음 배서와 대환대출 등으로 말미암은 A에 대한 대여금청구를 추가하면서 이를 주위적으로 구하고(이하 ①청구라고 한다), 원고 및 선정자들의 위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위 대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대물계약을 체결하였고, 대물아파트에 관한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는 예비적으로 구하는 것(이하 ②청구라고 한다)으로 변경하였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예비적 청구를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 부분과 선정자들의 청구 부분으로 둘로 쪼개,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았고, 원고의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객관적·예비적 병합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아래 그림 참조). 우선, 제기할 문제점은 선정자를 당사자로 볼 것인가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선정당사자만이 당사자이고, 선정자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 특별히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선정자들 ②청구 부분을 독립된 당사자의 청구로 보아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의 관계를 복수의 당사자(비록 예비적이지만, 공동소송) 관계로 포착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안에서 선정자들을 당사자로 포착하였기 때문에 선정자들의 ②청구에 대하여 선정당사자의 ①청구를 주위적으로 보면서 그 관계를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선정자를 위해 당사자로서 소송수행을 하는 선정당사자가 소송중에 자기 청구를 내세우는 형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최초의 사안인 것 같다. 보통 선정당사자가 소송 중인데 선정자가 스스로 별도의 소를 제기하면 이는 중복된 소제기로(259조) 허용되지 않는 것 등이 이론적으로 문제된 경우인데, 위 사안은 이러한 경우와 다르다. 굳이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을 복수의 당사자 내지는 공동소송의 관계로(즉,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 보려고 한다면, 선정자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위 경우는 실질적으로 소송의 목적이 되는 법률관계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뒤,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원고가 선정당사자가 아니고 선정자들이라고 하여야 이론적 정합성이 있게 된다. (2)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을 항소심에서도 인정할 것인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원·피고 사이에 소송계속 중 후발적으로도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다(70조 1항 본문, 68조 준용).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가 다른 사람이 주위적 원고가 되고, 종전의 원고가 예비적 원고가 되는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도 가능하다. 그런데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원고가 선정당사자가 아니고, 선정자들이라고 보아 일단 공동소송의 형태를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사안에서 예비적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것에 문제가 남는다. 왜냐하면, 민사소송법 68조를 보면,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는 시점을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위 사안은 분명 항소심에서 원고(선정당사자)를 주위적 원고로 하는 주위적 청구를 추가하면서,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을 예비적 원고로 하는(제1심에서 심판이 있었던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하는) 내용이다. 사안은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만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다는 68조 명문의 규정에 어긋난다. 물론 항소심에서도 상대방이 동의하면,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다는 입장(강현중, 민사소송법(2002), 207면)도 없지 않지만, 판례가 이러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고, 만약 명문의 규정과 달리,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입장이라면, 적어도 그에 대한 상세한 설시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는 것에 비추어 원심 및 대법원은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만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다는 명문의 규정을 간과한 듯하다. 3. 마치며 원심이 사안의 소송관계의 전제를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으로 보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2002년 신설된 예비적 공동소송과 별도로, 종전의 강학상 주장된 주관적·예비적 병합을 인정한 것(즉, 주위적 청구가 인정되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심판할 필요가 없는 것)일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신설된 예비적 공동소송에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70조 2항)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선정당사자 및 선정자의 지위에 관한 아무런 설시 없이 위 소송관계를 (예비적)공동소송 관계로 포착하였고, 또한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을 항소심 단계에서 허용한 원심의 판단을 바로잡지 못하였다.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동소송이 이루어진 것은 민사소송법 68조 명문의 규정에 어긋남에도, 나름의 이론 전개를 하여 시기적으로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동소송이 허용될 수 있음을 나타내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당연히 사안의 소송관계의 전제를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사견으로는 사안에서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관계를 단일한 당사자 사이의 객관적·예비적 병합으로 포착하고, 객관적·예비적 병합에서는 주위적 청구가 인용되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심판할 필요가 없게 되므로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지 않은 부분에 한정해서 본다면, 원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2010-08-12
회생채권의 출자전환과 채무의 소멸범위
Ⅰ. 사실의 개요 원고는 1997. 12.8. 소외 D주식회사(이하 'D보증인회사'라 한다)의 연대보증 하에 피고회사와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 3장을 취득하였다. 피고회사는 2007. 1.9.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회합1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7. 10.16.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한편 D보증인회사는 2000. 11.24.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1. 6.12.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그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D보증인회사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회생계획에 따라 2006. 6.1. 채권 25,000주 당 액면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배정받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D보증인회사의 주식 610,000주를 받았다. 원고는 2007. 2.21.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면서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을 변제충당하는 등 채권액을 산출하여 합계 141,575,146,693원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의 관리인은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그 신주효력발생일인 2006. 6.1. 시가 72,000원으로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을 채권소멸액으로 보는 등 원고의 회생채권액을 94,478,131,615원으로 산정하여, 그 중 65,683,348원을 회생담보권으로 나머지 94,412,448,267원을 회생채권으로 각 시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회사의 관리인을 상대로 이 법원 2007회확55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여, 'D보증인회사'의 회생계획에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출자전환 주식 1주당 25,000원의 채권이 그 효력발생일에 소멸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생채권액은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에 불과하다며 관리인이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과의 차액 상당액인 28,670,000,000원의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였으나, 담당 재판부는 2007. 8.10. "보증인에 대한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한 신주의 시가 상당액만큼 그 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주채무도 그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회사정리법(2005. 3.31. 법률 7428호 채무자회생법의 제정으로 폐지된 것) 제240조 제2항은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가 정리회사인 때에는 그 보증한 보증인이, 보증인이 정리회사인 때에는 주채무자가 정리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 회생계획에서 주채무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변경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이고, 주채무에 관한 권리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권리변경의 효력은 채무자회사의 보증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변경된 회생채권에 대하여 실제로 돈이 지급되는 변제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는 그만큼 보증채무가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회생채권자가 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무자회사 발행의 신주를 인수한 경우, i)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 주채무의 감면으로 보아야 하는지, ii) 아니면 회생채권자가 돈으로 변제를 받은 것과 같이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관점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 여부 및 소멸된다면 그 소멸되는 범위에 관한 논의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인 정리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들로서는 회생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2003. 8. 22. 선고 2001다64073 판결, 2003. 1.10. 선고 2002다12703·12710 판결 등)"라고 판시함으로써,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교부된 신주에 의하여 회생채권자가 변제와 같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 및 그 만족의 정도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범위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 1주당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 관한 것으로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의 1주당 변제액을 초과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리하면 ① 보증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 즉 '신주의 발행가액'(= 1주당 발행가액×발행주식수)로 보아야 하고, ② 이로 인하여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에 미달할 경우에는 위 시가 상당액을, i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상당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법리는 주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와 그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에 관한 논의에서도 그 결론을 같이 할 것으로 판단된다. IV.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D보증인회사가 2001. 6.12.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음에도 출자전환이 2006. 6.1.에 이루어진 점으로 보아, 아마도 회생계획안에서 출자전환의 시기를 2006년으로 미루어둔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안 인가시의 발행가액과 출자전환시의 시가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것인데,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위험은 회생계획안의 의결에 직접 참여한 회생채권자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회생채권자가 신주발행에 의한 출자전환을 정한 회생계획을 의결할 당시 이미 채무자회사의 회생과 신주발행에 의한 득실을 고려하였을 것이므로, 회생채권자가 그 의결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대물변제 약정을 하면서 이행기를 위 약정시기 이후의 특정 시점으로 정할 경우, 채권자로 하여금 그 대물의 가액이 상승 또는 하락함에 따라 발생되는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찬성한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과 달리,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10,000원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즉,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고 보아야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결 뿐만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설시에 따르면,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액은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10,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이 된다. (3) 그렇다면 결국 회생채권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하면서도,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자세한 설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필자의 견해로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위와 같은 문제는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구를 더욱 보호해야 하는가의 논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변제자력의 궁핍으로 인한 파산이나 회생 등의 절차야말로 보증의 본래 목적이 기능해야 할 전형적 상황이라 할 수 있고, 회생계획에 의한 권리의 감축 변경으로 인한 채권자의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0조 제2항에서는 채무의 일부 감면 또는 책임의 감면이 행해지는 경우에도 보증인이나 물상보증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어 부종성 원칙을 수정·완화하고 있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채무자회사의 갱생을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지만 가급적 그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정당하므로,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감면의 효력이 보증인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정책적인 고려의 산물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상판결 역시 이와 같은 고려에 따라 회생채권자를 보증인(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보다 더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판시를 한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실무상 관리인이 발행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그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즉, 이론적으로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에 따라 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신주의 발행가액이 그 실질가치에 따라 정하여지는지는 의문이고, 오히려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보다 훨씬 고가의 금액으로 정하여 발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는 상황이라면 회생채권자가 출자전환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지만) 현실적으로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회생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시킬 경우, 이는 회생계획안을 결의할 당시의 회생채권자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회생채권자의 희생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V. 결 어 대상판결은 보증인의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하였는데,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0-08-09
상업(商業)어음할인(割引)의 법률관계
1. 서언 상업어음은 상거래가 원인이 되어 거래상 대금결제를 위하여 발행 또는 교부된 어음을 말한다. 그래서 상업어음을 상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어음이라는 의미에서 진정어음 또는 진성어음이라고 한다. 반면에 실제 상거래 없이 오직 자금융통의 목적을 위하여 발행된 어음을 융통어음이라고 한다. 융통어음은 상거래 없이 발행된 어음이므로 남발되기 쉽고 따라서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은행이 상업어음의 할인을 통하여 기업에게 단기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은행의 중요한 업무이고, 또 은행은 한국은행에서 이 할인어음에 대하여 재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은행은 상업어음할인 과정에서 할인의뢰인 또는 어음발행인의 신용이 부족할 경우 물적 담보의 제공이나 연대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대보증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공적 기관이 바로 신용보증기금이다. 다만 신용보증기금은 은행의 상업어음할인의 경우에 한하여 유효한 보증을 제공하고 융통어음의 경우에는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할인은행과의 보증계약서에서 특약을 맺고 있다. 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특약과 관련한 할인은행의 주의의무에 대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가. 사실관계 (1) 피고 1 주식회사(어음할인 의뢰인겸 신용보증 의뢰인)는 2002년 5월15일 보증원금 1억 6,000만원, 보증기한 2003년 5월14일까지로 정하여 원고(신용보증기금)와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이 사건 신용보증약정) 피고 2, 4는 위 신용보증약정에 기하여 피고 1이 원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연대보증하였다. (2)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의 내용은,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보증채무를 이행한 때에는 피고 1은 원고에게 그 대위변제 금액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정한 지연손해금, 위약금, 구상채권의 행사 또는 보전에 지출된 법적절차 비용을 지급하는 것 등이다. (3) 피고 1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의한 신용보증서를 보조참가인(할인은행)에게 제출하고 보조참가인과 2억원을 한도로 한 어음할인 대출약정을 체결한 후, 피고 5 주식회사가 발행한 액면금 9,850만원, 지급기일 2003년 3월5일로 된 약속어음(이 사건 약속어음)에 배서하여 이를 보조참가인에게 교부하고 대출금(어음할인금)을 지급받았다. (4) 보조참가인은 그 후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에 그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였으나 어음금의 지급이 거절되자, 원고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03년 10월23일 대출원금 78,800,000원과 이자 금 3,756,493원을 합한 금 82,556,493원을 보조참가인에게 대위변제하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았다. (5)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 보조참가인 앞으로 발행한 신용보증서에 특약 제2항으로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 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 할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6) 피고 2는 2002년 12월5일 그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일자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 3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 주었다. 나.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 2, 4는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의 연대보증인들로서, 원고가 보조참가인에게 대위변제한 금 82,556,493원과 위약금 260,570원, 법적절차비용 금 970,940원을 합한 금 83,788,003원 및 그 중 위 대위변제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연대하여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2, 4는, 원고는 상업어음의 할인에 대하여서만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건 약속어음은 융통어음이므로 원고는 위 어음에 관한 어음할인 대출금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보조참가인에게 그 대출금을 임의로 대위변제하였더라도 피고 2, 4에 대하여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구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3. 쟁점과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상업어음 할인대출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보증을 하였는데, 금융기관이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인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래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 주된 쟁점이다. 가. 항소심의 판단 위 신용보증서 특약 제2항은 그 문언상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주채무의 내용을 한정하는 취지로 되어 있고, 달리 대출 금융기관인 보조참가인이 보증채무의 성립 후에 취하여야 할 조치나 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며, 보조참가인의 입장에서 이 사건 특약을 준수하기 위하여 상업어음인지를 확인할 필요성은 주채무인 대출채무의 성립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성립 후에 어떠한 조치나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특약은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 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라면 그 대출채무는 이 사건 신용보증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그 대출채무에 관하여는 신용보증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어음할인 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이상 원고는 위 특약에 기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대출 금융기관인 보조참가인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 대출을 할 당시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관한 조사에 있어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하여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대법원의 판단 신용보증기금이 발급한 신용보증서에 신용보증 대상이 되는 ‘대출과목’이 ‘할인어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 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의 할인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신용보증서에 기재된 대출과목과 특약사항의 내용, 신용보증기금의 설립 취지, 신용보증이 이루어지는 동기와 경위, 신용보증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신용보증에 의하여 인수되는 위험 및 상업어음 할인대출 절차의 엄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신용보증서의 상업어음할인 특약에 의해 신용보증을 한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고, 따라서 금융기관이 상업어음으로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님이 드러났다 하여도 그 할인에 의한 대출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에 대하여는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한다. 금융기관이 이 사건과 같은 상업어음할인 특약이 있는 신용보증서에 기하여 할인을 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 어음할인 대출채무에 대하여는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하고, 금융기관이 어음할인대출을 할 당시 할인 대상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1년 11월9일 선고 2000다23952 판결, 대법원 2002년 1월22일 선고 2001다57983 판결, 대법원 2003년 2월11일 선고 2002다55953 판결, 대법원 2003년 10월10일 선고 2003다38108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결어 기존 대법원 판례 위 2003다38108 판결 등은 “이 사건 신용보증조건에 관한 특약은 그 문언상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주채무의 내용을 한정하는 취지로 되어 있고 달리 대출 금융기관이 보증채무의 성립 후에 취하여야 할 조치나 의무에 관한 것은 아니며, 대출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이 사건 특약을 준수하기 위하여 상업어음인지를 확인할 필요성은 주채무인 대출채무의 성립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성립 후에 어떠한 조치나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특약은 대출 금융기관이 이 사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라면 그 대출채무는 이 사건 신용보증의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그 대출채무에 관하여는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사실심 판결은 이러한 기존 판례의 취지에 맞춰 할인은행이 상업어음이 아닌 융통어음을 할인한 경우에는 그 은행이 할인해 준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신용보증기금은 신용보증서 특약 제2항에 의하여 신용보증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할인은행이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하여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행한 대출에 대하여는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가령 할인은행이 상업어음으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임이 드러났다고 해도 그 할인과정에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였다면 그에 대하여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위 특약은 할인은행에 대하여 사실상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은 과실책임이 원칙이고, 이 사건의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할인은행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킬 하등의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이나 할인은행 모두 금융기관으로 신용보증기금 역시 신용보증기금법에 의하여 할인 의뢰인의 신용상태·경영상태·사업전망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모든 책임을 할인은행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점에서 위 특약은 그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일종의 공공기관으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부당한 특약을 할인은행에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소수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타당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09-01-01
만기백지어음의 보충권의 유효기간
Ⅰ. 사실과 판결 1. 사실관계 1) Y는 X에게 1993. 1.26. 액면금 1억 원, 지급일 1993. 7. 30으로 된 약속어음 1매를, 1993. 4. 29. 액면금 1억 원, 지급일 1993. 12. 30으로 된 약속어음 1매를 각 발행·교부한 사실, 그 후 Y는 1993. 8. 18. 뇌물공여죄로 입건되어 구속된 일이 있었는데, Y가 구속 중이던 같은 달 하순경 처인 소외 1 을 통해 원고에게 위 각 어음을 은행에 지급제시하면 Y가 발행한 거액의 수표가 부도날 우려가 있으니 지급제시를 유예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X는 이에 응하면서 위 소외 1에게 위 각 어음상의 지급일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 이에 소외 1은 위 각 어음의 지급일란에 두 줄의 횡선을 긋고 그 위에 Y의 인장을 날인하여 준 사실, X는 2000. 4.경 위 각 어음의 지급일을 2000. 4. 4.로 기재하여 지급제시했으나 무거래로 지급거절하였다. 2) 원심은 X와 Y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당초의 지급일이 삭제되었다 하더라도 X의 위 지급일 보충은 보충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 사건 어음금청구권도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Y의 항변에 대해 Y가 자신의 구속을 이유로 X에게 위 각 약속어음의 지급유예를 부탁한 다음 지급일란을 삭제하였다면 당시 X와 Y 사이에는 Y가 구속에서 풀려난 후에 지급일을 보충하여 어음의 지급제시를 해달라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 위 백지어음 보충권은 Y가 석방된 날인 1994. 1. 26.로부터 시효가 진행돼 그 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97. 1. 26.에 시효로 소멸되었다 할 것이라는 이유로, Y의 위 항변을 인용하였다. 따라서 X가 상고하게 된 것이다. 2. 상고심 판결요지 만기를 백지로 한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그 보충권의 소멸시효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어음발행의 원인관계에 비추어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하게 된 때부터 진행하고 (대판 1997. 5. 28, 96다25050, 동 2001. 10. 23, 99다64018 등 참조), 백지약속어음의 보충권 행사에 의해 생기는 채권은 어음금 채권이며 어음법 제77조 1항 8호, 제70조 1항, 제78조 1항에 의하면 약속어음의 발행인에 대한 어음금 채권은 만기의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만기를 백지로 하여 발행된 약속어음의 백지보충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3년으로 봄이 상당하고(다만, 만기 이외의 어음요건이 백지인 경우 그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기를 기준으로 할 것이다), 당사자 사이에 백지를 보충할 수 있는 시기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된 시기부터 백지보충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것이다. Ⅱ. 판례평석 1. 사안의 쟁점 만기를 백지로 하여 발행된 약속어음의 백지보충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3년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만기백지어음의 백지보충권의 행사기간(소멸시효의 기산점 및 소멸시효기간)에 관하여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하여는 백지보충권의 법적성격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국내외에 실로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판례가 만기백지어음의 보충권의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본 것은 확정일어음의 소멸시효기간이 주채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만기로부터 3년인 점을 고려한 것인데, 이 어음은 보충한 일자로부터 다시 3년의 어음채무 시효가 진행하게 되어 동일어음에 2번의 시효를 원용하는 문제와 이로 인한 어음기간의 장기화로 일반채권소멸시효보다 짧은 단기소멸시효를 법정하고 있는 어음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2. 쟁점 검토 가. 보충권의 의의와 법적성질 ‘보충권’이라 함은 백지어음의 흠결된 요건을 보충하여 이를 완전한 어음으로 할 수 있는 권능·자격을 말한다. 백지어음의 보충권의 법적성질이 무엇인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보충권은 권리자의 일방적 행위에 의하여, 백지어음을 완성어음으로 만들어, 증권(백지어음)상의 백지어음행위에 완성된 어음행위로서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권리라 하여, 우리나라와 日本에서는 통상 形成權의 일종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를 대리권으로 보는 견해, 수권이라고 보는 견해, 어느 것도 아닌 특수한 권한이라고 보는 견해 등이 있다. 사견으로는, 보충권이란 어음행위자가 수취인에게 후일 합의한 내용대로 어음을 완성할 수 있도록 위임(수여)한 권한이라는 점에서는 대리권에 가깝다고 본다. 그러나 대리권으로 보는 경우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약점(현명주의 문제)이 있기 때문에 대리권에 가까운 특수한 수권이라고 본다. 나. 만기백지어음의 보충권의 유효기간 (1) 보충권 행사기간에 제한을 가하는 경우 보충권의 수여가 어음외의 계약에 의한다는 통설적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계약의 내용으로 보충권의 행사기간을 정할 수도 있고, 특히 만기가 없는 백지어음의 경우 보충권의 행사기간을 합의 또는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경우일 것이다. 이 합의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예컨대, 지금 당장은 자금사정이 어려워 발행일로부터 6개월 후 1년 이내에 보충하여 지급청구하라는 식의 ‘期間’을 정해 만기백지어음을 교부하는 경우가 있고, 단순히 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보충하여 지급청구하라는 식의 ‘終期’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고, 발행일로부터 6개월 이후에 보충하여 지급청구하라는 식의 ‘始期’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다음은 장기간의 공사하도급계약이 체결되어 장래 발생할지도 모르는 손해배상채무 내지는 하자담보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만기가 백지인 어음을 교부한 경우, ‘구체적인 채무가 발행한 때’, 또는 장기간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물품대금조로 만기백지어음을 교부하는 경우에는, ‘물품공급이 종료된 때’, 공사도급계약에서 공사대금조로 만기백지어음을 교부하는 경우, ‘공사가 완료되었을 때’ 만기를 보충해 지급하라고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백지보충권의 행사에 조건을 부가한 것으로서 ‘조건의 성취’가 보충권 행사의 ‘時期’가 된다. 어음외계약설에 따르는 경우 어음외계약에 의해 조건을 부가하여 제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보충권의 행사기간 제한에 대한 합의에 위반해서 보충이 행해진 경우의 소지인(제3취득자)의 보호는 어음法 제10조에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 (2) 보충권의 행사기간에 제한이 없는 경우 일반적인 백지어음의 경우, 보충권의 행사기간에 대해 별다른 약정이 없다면 당연히 어음 자체의 시효기간이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만기백지어음의 경우에는 보충권의 행사기간에 제한이 없거나 제한이 있더라도 조건이나 시기만 제한한 경우에는 어음 자체의 시효기간(만기로부터 3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주지하는 바와 같이 보충권의 시효나 행사기간 등을 둘러싸고 견해가 여러가지로 나뉘어 있다. 다. 만기백지어음의 보충권 유효기간에 대한 다양한 견해 우리나라에서는 보충권의 시효로 어음의 유효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견해, 제척기간을 두어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 보충권의 성질상 시효를 정할 수 없기 때문에 행사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 보충권의 시효를 인정하는 견해 가운데서도 그 시효기간을 20년, 10년, 10년 또는 5년, 5년, 3년, 1년 등으로 실로 다양한 견해가 나와 있다. 日本에서도 만기백지어음 또는 발행일백지의 수표 등의 보충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역시 학설과 판례가 나누어진다. 통설 및 판례는, 만기의 기재가 있는 백지어음에 관해서는 백지보충권의 소멸시효를 역시 특별히 문제 삼지 않으나, 만기의 기재가 없는 백지어음에 관해서는 대체적으로 보충권 자체의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있으며, 어음에 관한 행위가 절대적상행위로 돼 있으므로 5년설이 통설·판례이다. 라. 검토 및 대안 1) 만기 백지어음에 있어서 만기의 보충권의 행사기간 내지 유효기간에 관한 국내외의 학설과 판례를 살펴보았다. 각 학설 중 20년설, 10년설, 5년설 등은 어음의 유효기간(어음기간)이 너무 장기화 된다. 예컨대 10년설을 취하면, 이때부터 어음의 시효(주채무자에 대해서는 만기로부터 3년)가 기산되어 이 어음의 최장 유효기간은 13년이 되며, 5년설에 따르더라도 최장 어음기간이 8년(5년+시효3년)이 되어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는 어음법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다. 2) 3년설을 주장하는 견해(및 판례)와 4년설(1년+3년의 어음채무 시효기간 원용)을 취하는 분의 견해에 따르면, 이 어음의 최장 유효기간은 최장 6년(보충권의 시효3년+어음자체의 시효3년) 또는 7년(4년+어음채무 시효기간 3년)이어서, 이 경우에도 역시 어음을 장기화한다는 난점이 있고, 또한 동일한 어음에 어음채무시효를 2번 원용한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3년설을 주장하는 견해는 보충권 행사의 始期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3) 필자는 만기백지어음의 보충권행사기간과 어음기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 만기백지어음의 경우에도 보충권 행사기간을 정하였거나 단순히 종기만을 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중 또는 그 종기까지 행사하여 청구하여야 하고, 어음은 보충일자(기재된 일자)로부터 3년간의 시효가 진행한다고 본다. - 만기백지어음에 제한(합의)을 하였더라도 조건을 붙여 보충권을 수여한 경우에는 조건의 성취일(판례에서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하게 된 때 =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이 보충권을 행사할 수 있는 始期이고, 단순이 시기만을 제한한 경우에는 그 도래한 일자가 보충권을 행사할 수 있는 始期라고 본다. 이 경우에 문제는 始期는 알 수 있으나(합의한 일자 도래, 조건성취)그 행사기간이 언제까지인가의 문제가 있다. 필자는 그 기간을 1년이 적당하다고 본다. 이는 만기백지어음을 일람출급어음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일람출급어음의 제시기간이 1년(어음법 34조)인 점에 따른다. 따라서 보충할 始期만 제한한 만기백지어음, 보충의 條件이 부가된 만기백지어음의 경우에는 始期도래일 또는 條件성취일로부터 1년 이내에 보충권을 행사하여 제시하여야 하고, 이 어음채무는 보충일자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주채무자에 대해서는 시효소멸한다고 본다. - 만기백지어음의 경우에는 보충의 의미는 공란을 기입하여 제시하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기입+제시)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보충권 행사를 단순이 공란기입만으로 본다면 시기도래일로부터 보충하지 않고 1년이 경과하였더라도 기입일자(보충내용)를 1년 이내의 일자로 기재한다면 1년이라는 보충권행사기간을 정하는 일이 무의미해진다. 또한 만기보충권의 행사기간을 공란을 기입하여야 하는 기간으로만 이해할 경우, 만기를 보충하는 기간은 합의한 시기로부터 1년 이내에 준수하였더라도 보충한 만기의 일자(내용)에 대한 제한이 없다면 만기백지어음의 보충권유효기간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 시기와 조건을 정함도 없이 만기백지어음을 교부한 경우에는, 이 어음은 일람출급어음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일랍출급어음에 준하여 보충권의 행사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년으로 하고 실제 보충한 일자를 기준으로 어음채무는 3년의 시효가 진행한다고 본다. 이때의 어음기간은 최장 4년이 된다. 시기와 조건을 정함도 없이 교부된 만기백지어음과 일람출급어음의 차이점을 찾는 다면, 전자는 제시시 만기를 보충하여야 하고, 후자는 보충없이 청구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제시된 때에 만기로 된다; 어음법 34조1항). 5. 대상판례의 검토 판례에 따라 Y의 석방일인 1994. 1.26일이 보충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로 보아 3년후인 1997년 1. 16일까지 X가 보충하였더라면, 이 어음의 시효는 이 때부터 다시 진행하여 최장 2000. 1. 26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은 어음기간이 너무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고,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동일한 어음에 특별한 근거 없이 어음시효를 2번 원용(보충권의 유효기간에도 3년 원용, 어음자체의 시효에도 3년 적용)하는 난점이 있다. 대상판례가 확인한 사실에 의하면, Y는 어음의 만기를 말소하고 X에게 다시 이를 교부할 때, 백지보충권 행사의 시기를 Y의 석방일로 제한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다. 즉 Y는 보충권을 수여하면서 그 행사의 시기를 Y의 석방을 조건으로 하였고, Y의 석방사실이 보충권 행사조건의 성취가 된다. 사견으로는 앞서 제시한 대안과 같이 이 경우의 보충권의 유효기간은 Y가 석방된 일로부터 1년인 1995. 1. 26일까지이고, 이 어음채무는 실제 보충한 일자로부터 3년후에 시효소멸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X는 1995. 1. 26일까지 보충권을 행사해서 제시하지 않으면 이 어음은 무효화되고, 이 때까지 보충하였더라면 이 어음은 최장 1998. 1. 26일까지 유효하게 된다고 본다.
2006-06-05
환배서와 인적항변 및 숨은 추심위임피배서인의 소송대위
【사실】 ‘원고는 소외 A가 피고로부터 발행받은 이 사건 약속어음을 자신과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고 A로부터 이를 배서·양도받은 후, 위 어음에 피배서인을 백지로 하여 자신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의 받을어음추심수탁통장에 보관하여 두었으나 그 지급기일에 지급이 거절된 사실, 이에 원고는 어음금을 받아주겠다는 B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피배서인이 백지인 배서가 되어 있는 상태로 교부하였고 B는 이를 다시 A에게 교부하였는바,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A가 피고를 상대로 한 위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후 A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아’ 스스로 어음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고 할 것이고, 한편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이치는 환배서인 기한후배서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원고는 지급기일에 이미 부도가 된 약속어음을 A로부터 교부받은 것인데 피고는 A에 대하여 원인관계 해제의 항변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항변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해설】 1. 緖論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대위에 관한 문제를 회피하고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에서의 인적항변 절단여부의 문제로 쉽게 해결하였다. 이러한 해결이 허용된다면 대법원의 태도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이 허용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하여, 먼저 어음발행인(피고)은 원고에게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피배서인이라는 이유로 수치인(이○○)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검토한 다음, 이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이 어음발행인(피고)에게 제기한 어음금 지급청구소송에서 어음발행인(피고)은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 자신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이 추심위임인(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還背書와 期限後背書의 被背書人에 대한 人的抗辯 우선 첫째로 본 판결이 첫머리에 선언한 바와 같이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 인적항변은 특정인 사이에 어음관계 외의 사유로 인하여 제기할 수 있는 항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A에게 발행한 어음은 원고에게 배서되었다가 원고의 백지식배서에 의하여 A에게 교부된 후 다시 원고에게 반환되었다. 그러므로 백지식배서가 된 어음이 이미 소지인이었던 자에게 교부된 환배서는 두 번 있었다. 그중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에 대한 환배서는 A에 대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원고는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위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본 판결은 우선 이 점에서 착각을 한 듯하다. 둘째로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적항변을 인정한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원고는 이 어음을 먼저 수취인 A로부터 기한 전에 배서양도 받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에 맡겨두었다가 만기에 이 지점을 통하여 피고에게 제시하였으나 지급이 거절된 사실을 이 판결은 간과하고 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지급이 거절되자 자기에 대한 배서인인 A에게 추심을 의뢰하였다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여 어음을 다시 회수한 사실만을 염두에 두고 기한후배서라는 이유로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A에게 어음을 교부하였다가 회수한 것은 피고가 지급기일에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에 어음금을 추심하기 위한 조치였다. 피고가 원고의 적법한 지급제시에 대하여 거절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A에게 어음금추심을 의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급기일에 피고가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이다. 즉 원고가 A로부터 지급기일 전에 배서를 받았을 때 피고는 A에 대한 항변을 원고에게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그런데 원고가 이 배서를 받을 때 害意가 있었다는 입증이 없으면 항변은 절단된다(어음법 제17조). 그러므로 피고가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인정한 본 판결은 부당하다. 3.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 自身에 대한 人的抗辯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을 추심 해줄 의사로 이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원고가 백지식배서를 한 어음을 A에게 교부한 것은 숨은 추심위임배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송에서 어음채무자인 피고가 피배서인인 A 자신에 대한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信託背書說(우리나라의 통설·판례)에서는 이를 긍정하고(예 : 정찬형, 어음·수표법강의 제3개정판, 홍문사 1999, 428면) 資格授與說(富山康吉, ‘取立委任裏書’, 「手形法小切手法講座 3」, 有斐閣 1965, 250면·254면)에서는 부정한다. 신탁배서설도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으로 숨은 추심위임배서의 피배서인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논리에는 맞겠지만 주로 이 피배서인에게는 독자적인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피배서인에 대한 이 항변의 제기를 인정한다(대판 1994. 11. 22, 94다30201 ; 대판 1990. 4. 13, 89다카1084).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피배서인 자신에 대한 항변은 제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일 것이다. 鈴木竹雄 교수는 자격수여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양도배서의 형식대로 법률관계를 처리해야 한다고 인정한다면 어음채무자도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隱れた取立委任裏書と人的抗辯’, 「商法演習 III」, 有斐閣 1963, 239면), 채무자 측에는 양도배서의 외관에 대한 신뢰이익에 견줄 만한 것은 없다. 어음에 있어서 표시나 형식을 존중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인데,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뿐 아니라 피배서인에 대한 항변도 대항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제3자 보호의 요청을 넘어서는 것이다(富山康吉, 전게서 250면, 254면). 어떻든 A의 피고에 대한 패소판결이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본 사안에서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본 판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A가 받은 패소판결의 기판력이 숨은 추심 위임자인 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이다. 4.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에 대한 判決의 旣判力 1) 辯護士代理 또는 訴訟信託禁止의 原則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귀속주체를 대신하여 또는 예외적으로 이와 함께 제3자가 자기의 명의로 당사자로서 소송을 추행하는 권능(訴訟追行權) 또는 자격이 인정되어 소송하는 것을 訴訟代位라고 하는데, Prozessstandschaft의 번역으로서 보통 소송신탁 또는 제3자의 소송담당이라고 한다. 소송대위에서는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주체가 소송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대리와 다르다. 그러나 임의적 소송담당자는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본인을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는 점에서 소송대리인과 성질이 같은 점이 있다. 그래서 변호사대리(민사소송법 제80조) 또는 소송신탁금지(신탁법 제7조)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가 있다. 이 원칙에 위반한 행위는 무효이다(대판 1982.3.23, 81다540). 공연한 추심위임배서는 제3자에 의한 임의적 소송담당을 법(어음법 제18조)이 명시적으로 인정한 예이다(新堂幸司, ‘訴訟代位’, 民事法辭典, 有斐閣 1960, 1248면). 그러나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담당에는 문제가 있으며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허용된다. 다만 원고가 피고로부터 어음금 지급을 받지 아니하면 A는 소구의무를 부담하므로 소송의 결과에 대하여 법률상의 이해관계(自己固有의 利益)가 있으므로 A의 원고를 위한 소송담당에는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 위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는 없다고 인정된다(伊藤 眞, ‘任意的訴訟擔當とその限界’, 「民事訴訟法の爭點」[新版], 有斐閣 1988, 109면 2단). A의 소송담당이 이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였으면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을 받지 않고 본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었을 뻔했다. 2) 代位訴訟 判決의 旣判力 이러한 소송추행권이 있는 資格當事者가 받은 판결의 기판력은 본래의 자격자인 권리 또는 이익의 주체에 대하여 그가 스스로 판결을 받은 것처럼 효력을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04조 제3항).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는지에 관하여 학설에서는 적극설(방순원, 전정개판 민사소송법(상), 한국사법행정학회 1987, 616면 ; 이영섭, 신민사소송법(상) 제7개정판, 박영사1972, 198면 ; 곽윤직, 채권총론 신정판, 박영사 1996, 264면 - 송상현, 민사소송법 신정이판, 박영사 1999, 479면에서 재인용함)이 우세하고 판례에서도 大全判 1975. 5. 13, 74다1664는 종래의 소극설을 버리고 채권자가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이 채무자에게 미친다는 절충설을 취하였다. 본 사안에서 원고가 A의 피고에 대한 소송제기를 알았다면 판례의 절충설에 의해서도 그 판결의 기판력은 원고에게도 미칠 것이다. 5. 結語 본 판결이 이 사안에 대하여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인적항변에 대한 관계에 관한 법리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지만, 본 판결에서는 검토되지 않았지만 숨은 추심위임배서와 임의적 소송담당에 관하여 상술한 바에 따르면 결론에는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에 있어서도 원고는 A에게 어음을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었고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 추심소송을 스스로 담당한 점에 미루어 원고는 양수할 때에 인적항변사유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판결의 결론은 더욱 타당하다. 그러나 법관은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여 국민도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2002-10-17
재개발조합장의 과다수수료계약에 대한 형사법적 문제
Ⅰ. 사건개요 갑은 서울 중구소재 A동에 대한 주택개량재개발조합의 조합장으로 위 조합의 목적사업인 아파트건축을 위하여 해당지역내에 있는 조합원들을 이주시키기 위하여 시공회사들로 하여금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대여하게 하고 그 대여금채권확보를 위하여 토지소유자인 조합원에게는 대출원금에 30%를 가산한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하여 그 소유토지에 대한 근저당권등기를 설정하고, 토지소유자가 아닌 조합원에게는 대출원금에 30%를 가산한 금액을 액면금으로 한 약속어음을 대출회사에 발행하게 하여 이를 공증하게 하면서 그 신청업무를 법무사로 하여금 대행하게 하는 용역계약을 갑이 조합의 대표자로서 체결하게 되었다. 갑이 이러한 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특정의 법무사와 수의계약으로 공증인수수료규칙에 정하여진 수수료이외에 법무사에 대한 출장비와 공증신청대행수수료로 건당 50,000원씩을 지불하기로 약정하여 500여명의 조합원들의 공증신청을 대행하게 하여 대행법무사에게 금 2,530만원을 취득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조합장 갑의 행위에 대하여 원심은 갑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은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있다. Ⅱ. 대법원판결요지 대법원은 조합장 갑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서울지법 1997. 2. 6 선고 96노7473 판결)을 파기하면서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이유 즉, 원심이 확정한 사실인 공증인규칙이 정한 약속어음공증수수료이외에 별도로 법무사출장비와 공증대행신청수수료로서 50,000원을 지급하기로 한 대행법무사와의 약정은 그 금액이 다소 비싸다고 하여도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대행에 따른 수수료는 보수규칙에 있지만 약속어음공증신청대행수수료의 경우 보수규칙에 규정이 없으며 이에 대행법무사가 갑에게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여준 사실, 갑이 대행법무사에게 차후에 보수가 과다하게 책정되었다고 인정되면 사후에 감액하여도 이의가 없다는 각서를 작성하였다는 점으로 보아 갑이 이러한 계약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였다는 증거가 없고 또한 법무사출장비와 공증대행신청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는 단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조합장 갑 또는 대행법무사에게 이득을 취한다는 의사가 없으며 조합에 손해가 없다고 판시한 사실에 대하여, 대법원은 조합장 갑에게는 조합원을 대표하여 대행법무사와 약속어음공증신청대행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조합원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경비만을 부담하게 하는 등 그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게 하여야 하는 업무상의 임무가 있다는 점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택개발사업의 대규모에 비추어 위 신청용역대행계약의 체결로 큰 수익이 보장됨을 조합장인 갑이 알고 있고 또한 갑이 조합원들의 수수료부담을 낮추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아니하고 당해 약속어음의 공정증서작성수수료인 금86,000원의 58%에 해당하는 공증신청대행에 대한 출장비와 수수료로 50,000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과다한 액수이므로 이러한 대행용역계약체결은 갑의 조합장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고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과는 달리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Ⅲ. 판례평석 대상판결에서 나타난 사례는 재개발사업과정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의 하나로 이에 대한 시정이 요구되어져 왔다. 그러나 등기나 공증대행신청에 있어서의 수수료의 과다지급에 대한 법적 문제에 대한 판단이 명쾌하게 행하여지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종래 신청대행수수료는 개별계약의 형태로서 이루어져 왔기도 하지만 금액이 작다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재개발사업처럼 비록 소액이지만 다수의 조합원이 있는 경우에는 수수료금액이 상당한 규모로 되어 진다. 특히 등기나 공증신청대행계약이 공정한 입찰이 아닌 조합장등 소수의 사람에 의한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다한 수수료책정이 자주 문제시되었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주택재개량조합에 있어서 아파트건축을 위하여 시공회사인 건설회사로 하여금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대출하여 주는 과정에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조합원들에게 대출원금의 30%를 초과하는 금액을 액면금으로 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게 하여 이를 공증하면서 공증신청업무를 조합의 대표자인 조합장인 갑으로 하여금 대행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 공증신청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내용으로 공증인수수료규칙이 정하고 있는 약속어음공증수수료이외 별도로 건당 법무사출장비로 금10,000원과 공증신청대행수수료로서 금40,000원씩 총 50,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 이러한 약정에 의하여 조합원 약 500여명으로부터 총 2,530여만원을 대행법무사에게 지불하게 되었다. 대행계약의 약정중 공증인수수료규칙에 존재하지 아니한 법무사출장비로 금10,000원과 공증신청대행수수료비 금40,000원이 별도로 약정이 되어 조합원들로 하여금 지불하지 않아도 될 성격의 금액을 지불하게 하였다. 결국 본 사안에서 문제로 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법무사출장비와 공증신청수수료부분이다. 이러한 점은 별도약정부분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는 것인가에 따라서 법적 결론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원심이 이러한 약정을 체결한 조합장인 갑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이유로서 들고 있는 것은 법무사에게 지불할 수수료는 대행법무사가 작성촵제시한 사실, 대행법무사가 약정을 체결할 당시 약속어음공증신청대행의 경우 법무사보수규정에 정한 바가 없으므로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금액을 산정하였으며 약정시 이러한 사정을 법무사가 조합장등에게 사전에 설명하였으며 갑이 대행법무사와의 약정후 사후에 법무사출장비와 공증신청수수료약정이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감액하여도 법무사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하는 각서를 작성하여 제출받았다는 점등으로 조합장인 갑이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바가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는 조합장인 갑의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한다. 출장비 및 대행수수료부분에 대하여 대행법무사가 일방적으로 산정하였고 또한 대행법무사가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사전에 설명하였으며 사후 감액부분에 대한 각서를 작성촵제시하였다는 점은 실질적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위하여 조합장으로서의 자신의 업무를 신의칙에 맞게 수행하였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사무를 처리할 것을 요한다. 즉 배임행위를 할 것을 요한다. 배임죄에 있어서의 배임행위여부는 일괄적촵형식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사무의 성질과 내용 및 행위시의 상황, 거래에 있어서의 신의성실의 원칙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즉, 배임죄의 본질에 관하여 판례가 취하고 있는 배신설의 입장에서 본다면 배임행위의 판단에는 이러한 사무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배임행위는 자신의 권한의 남용, 법률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도 포함하며 작위 또는 부작위를 불문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조합장인 갑이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있는 전체조합원의 사무인 약속어음의 공증대행을 공정히 행하였다고 하기 위하여 동종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약속어음공증대행보수기준을 기초로 하여 보수를 산정하여야 하며 특히 주택재개발업무와 같이 동종등기를 다수처리하게 되어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상당한 정도로 이르게 되는 경우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조합장으로서의 업무수행의 공정성여부를 파악하여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등기대행금액이 2,500여만원에 이르는 상당한 금액인 경우 이를 보다 더 합리적으로 처리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실례로 다수의 대행법무사로 하여금 공개입찰을 하게 한다던가 다수고액의 대행계약인 경우 대행법무사와 합리적인 선에서 할인을 할 수 있는 사회일반적인 경험에 비추어 조합원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회일반적인 관념에 비추어 본다면 위의 사례는 조합장 갑이 공개경쟁입찰계약의 형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공증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 일방적으로 법무사가 작성한 보수표를 기준으로 계약을 작성하였다는 점, 당해 약속어음 공정증서작성수수료인 금86,000원의 58%에 해당하는 공증신청대행에 대한 출장비와 수수료로 50,000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과다한 액수로서 합리적 수준으로 대행수수료를 할인하려고 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합장 갑은 사무처리에 있어서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대법원판결은 타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합장 갑이 사후에 대행수수료가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감액하여도 무방하다는 내용의 각서를 대행법무사로부터 작성케 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사무처리에 충실하다고 할 수 없으며 대행수수료를 합리적으로 낮추지 아니함으로써 이미 조합원들이 입은 손해는 발생하였다는 점을 치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1-04-23
수취인·발행일 기재 없는 어음의 효력
1. 사실관계 청구인 K는 J1이 발행한 액면금 1,500만원, 지급일 1995.10.10. 지급지 서울, 지급장소 한일은행 퇴계로지점, 발행지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1가 69, 발행일란 및 수취인란이 각 백지로된 약속어음 1매를 J2로부터 지급거절증서작성의무가 면제된 채로 배서양도받았다. K는 이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서 지급기일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당하자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J1과 배서인인 J2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약속어음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96가단 11576). 이에 대해 배서인인 J2는 이 약속어음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발행일란과 수취인란이 백지인 채 지급제시되어 무효이므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였다. 이에 K는 같은 법원에 약속어음의 효력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 및 제75조 제6호중 ‘발행일’부분이, 발행일과 수취인 기재가 누락된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7카기157)을 하였으나, 동법원이 이를 1997.6.11. 기각하자 1997.6.30. 그 기각결정정본을 송달받고 1997.7.7. 위 어음법규정들이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과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03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 점 어음법 제75조 제5호에서 “지급을 받을 자 또는 지급을 받을 자를 지시할 자의 명칭”(수취인)을, 그리고 제75조 제6호에서 “발행일”을 각각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제76조 제1항에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의 어음거래에 있어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되지 아니한 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되어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일 및 수취인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지급·결제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부도가 되어 법률상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음소지인이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하며(어음법 제38조 제1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적법한 지급제시는 원칙으로 제시기간내에 완성된 어음을 제시하는 것이고, 완성된 어음이란 어음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흠결없이 모두 갖춘 자를 말한다. 그 중 하나라도 흠결하면 완성된 어음이 아니며, 그런 어음을 제시하는 것은 적법한 제시가 아니다. 특히 배서인에 대해 소구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만기일 또는 만기일에 이은 2거래일 이내에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한다(어음법 제53조 제1항, 제38조 제1항). 그런데 이 기간은 매우 짧아서 수취인 및 발행일이 흠결된 어음이 부도처리되어 반환된 경우에는 이미 이 기간을 경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상의 쟁점은 실제에는 약속어음소지인이 수취인이나 발행일의 기재가 흠결된 어음을 지급제시할 경우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3. 외국의 입법례 제네바에서 체결한 1930년의 어음법통일조약의 내용에 따라 제정된 통일법계어음법들에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은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법은 발행일을 어음의 필요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14조 제1항). 미국법은 종전에는 수취인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없는 증권은 흠결증권으로 하여 증권상의 권리가 상실되는 것으로 하였으나, 1994년 법개정을 하여 수취인을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소지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09조(a)(2)항). 영국법은 발행일을 임의적 기재요건으로 규정(영국환어음법 제3조(4)(a)항)하고 있는 반면에 수취인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영국환어음법 제6조(1)항). 그 밖에 198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환어음, 국제약속어음에 관한 UN협약’안에서는 발행일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였으나, 수취인은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4. 헌법재판소의 판단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그렇지만 입법형성권을 통하여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고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입법자가 어음법을 입법하고 이 사건의 법률조항들을 형성함에 있어서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한 입법목적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가) 입법자는 어음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어음면상에 기재할 어음요건들을 특히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원활한 유통을 보장해야 하며, 이러한 입법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취인과 발행일 역시 다른 어음요건과 함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어음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 것이다. 국제간의 어음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독일 등 국가와 보조를 맞추어 제네바 통일조약의 내용들을 수용하여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나) 발행일은 발행일자후 정기출급어음의 만기를 정하는 표준이 되고(어음법 제36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원칙으로 일람출급어음의 지급을 위한 제시기간을 정하는 표준이 된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다) 수취인을 기재하지 아니한 어음은 ‘소지인출급식 어음’이 되어 수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입법자가 입법목적에 비추어 어음관계자의 이해와 공익적 필요 등을 비교형량하고 조정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발행일과 수취인을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함과 동시에 그 기재를 흠결하는 경우 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더라도 그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이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어음제도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포함한 어음법은 사유재산권을 부인한 것이 아니며,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 어음상의 권리의 득실·변경·행사 등에 관한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서 정하여 형성한 것이다. 그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규정한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를 누락하여 소지인이 어음요건흠결로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한다하더라도 이는 기본권의 제한을 정한 규정이라 할 수 없다. 5. 평 석 종래 대법원은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대법원 전원합의체 1998.4.23. 선고, 95다36466판결)(이 판결에 대하여 반대하는 평석으로는 이기수,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법률신문 1998년 5월 18일, 14쪽; 최기원, 발행지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6월 1일, 14, 15쪽이 있고, 찬성하는 평석으로는 정찬형, 발행지의 기재없는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5월 11일(제2692호), 14, 15면이 있다) 및 발행지기재 없는 수표의 효력(대법원 전원합의체 1999.8.19. 선고, 99다23383 판결)에 대한 판결에서 어음과 수표에서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발행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도 어음·수표로서의 효력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이전의 판단을 번복한 바가 있다. 어음은 엄격한 요식증권으로서 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다 구비하여야 하고 그 요건가운데 일부라도 흠결되면 특히 법에서 구제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한 증권으로서 효력이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5쪽 아래). 그런데 어음(수표)요건으로서 발행지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수취인(수표의 경우에는 수취인의 기재는 필요적 사항이 아니다), 발행일을 차별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는 특히 환영하여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은 제네바 어음법통일조약, 수표법통일조약에 근거하여 제정되었고 어음은 엄격한 요식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부 실무계에서의 관행을 고려하여 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법률의 명문규정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국민의 법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문제가 심각하다. 종래 발행일, 수취인(발행지도 마찬가지이다) 미기재의 어음·수표(수표에서 수취인의 기재는 예외)에 대하여 일부 지급이 이루어졌던 것은 은행실무가들의 법의 규정의 취지의 무지로 요건흠결의 증권에 대하여 지급을 하였던 것이고 그것은 결코 현행법하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위의 대법원판례는 그러한 잘못된 법위반행위를 도와주는 격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발행일과 수취인에 대하여 어음의 엄격한 요식성을 들어 그 기재없는 어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결정을 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는 한 수 위임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하면서 크게 환영한다. 종래 우리의 법제도의 정비·운용의 실상을 보면 입법부는 지키기 어려운 법을 치밀한 준비없이 제정하는 경우가 있었고 또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행정기관이나 사법부가 위법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사법부의 최고의 위치에 있는 대법원이 실정법을 저버리고 판례의 법형성(Rechtsfortbildung)의 한계를 일탈하는 판단을 내렸었는데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그래도 명백한 실정법을 준수하는 쪽으로 판단을 하여 많은 지지를 보낸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법개정을 통하여 합리적인 내용의 법률규정을 마련하고 그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관건이다. 이 때에도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이 서 있는 토양 내지 뿌리의 인식과 제외국 가운데 특히 그러한 같은 토양위에 서 있는 국가들의 논의 및 법개정과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안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단계에서는 발행지, 수취인(수표의 경우 예외), 발행일은 명백한 어음요건으로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채 지급제시한 경우는 소구요건을 흠결하여 배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국 어음·수표의 엄격한 요식성, 우리법의 성립토양, 근대국가의 삼권분립의 원리 및 국민의 실정법파악과 그의 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이번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2000-03-20
발행지 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事實關係】 소외 주식회사 Y가 1993년7월15일에 약속어음 5매(액면합계액은 2억 2천만원)를 소외 P에게 발행하였고, P는 이를 피고 R에게 背書讓渡하였는데, R은 그 중 4매를 원심공동피고 B에게, 나머지 1매를 원고 X에게 배서양도하였다. 위 B는 다시 4매의 어음을 원고 X에게 배서양도하여 원고 X가 각 어음의 最終所持人으로 발행지의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년10월30일에 支給場所에 지급제시하였으나 無去來를 이유로 지급거절되어, 원고는 背書人에 대하여 溯求權을 행사하였다. 【大法院 判決要旨】 어음면의 기재자체로 보아 國內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發行地의 記載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같이 유통결제되는 거래의 실정등에 비추어 어음면상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판결들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1. 多數意見 (1) 어음에 있어서 發行地의 記載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國土를 달리하거나 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國際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에 있어서 중요한 解釋基準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國內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2) 國內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 여부는 어음면상의 發行地와 支給地가 국내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支給地와 支給場所, 發行人과 受取人, 지급할 어음金額을 표시하는 貨幣, 어음文句를 표기한 文字, 어음交換所의 名稱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發行地를 白地로 발행한 것인지 여부에도 불구하고 국내 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 (3)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交換所와 銀行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當事者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그 어음면상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경우라도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 2. 反對意見 (1) 發行地와 發行人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은 그 효력이 없고 적법한 지급제시가 될 수 없다. (2) 법규가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에 의하여 그 法規의 適用範圍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모름지기 國會의 立法作用에 의한 改正을 기다려야 할 것인지 명문의 효력규정의 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안된다. (3) 제네바 統一어음法은 어음요건에 관하여 아무런 留保條項도 두지 아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法的 根據도 없이 어음을 국내어음과 국제어음으로 구분한 다음, 國內어음의 경우에는 영미법계에 속하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보아 유효하다고 하고 國際어음에 대하여는 제네바 통일법계에 속하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우리나라만의 獨自的인 法運用으로서 국제적인 신뢰를 손상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크다. (4) 지금까지 大法院은 발행지의 기재를 요건으로 하는 명문의 규정을 무시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가능한 한 유효하게 해석하려는 견해를 최근까지 유지하여 왔는데, 특별한 상황의 변화도 없이 갑자기 强行法規的 性格의 법규이며 效力規定인 어음요건에 관한 명문규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부당하다. 【評 釋】 본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내에서 이용되는 어음에 관하여는 어음요건 중에 發行地의 要件性을 부정한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의 다수 의견에 의하면 發行地의 記載는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 행위의 중요한 해석 기준이 되지만,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發行地이 記載가 없어도 유효한 국내어음의 판단기준을 열거하고 있다. 그 判斷基準을 보면 지급지나 지급 장소가 국내이고 발행인과 수취인이 한국인이고 어음 금액이 원화로 표시되고 있으며 어음 문구가 한글 또는 한자를 혼용하여 기재한 것이어야 하고 어음교환소의 명칭이 국내인 경우 등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기준이 모두 합리적인 것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國內어음은 約束어음의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급인이나 인수인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어음법이 어음금액은 일정하기만 하면 어떠한 국가의 통화라도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오늘날과 같은 國際化 時代에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貨幣를 기준으로 어음의 유·무효가 좌우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어음상의 기재사항도 아닌 어음交換所의 名稱이 국내어음의 기준이 된다고 한 것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英美에서는 어음이 부도가 된 경우에 拒絶證書의 作成이 면제되는 국내어음(inland bill)의 기준을, 國內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이거나 內國人이 발행한 어음이라고 하고 있다(英어 4조 1항). 그리고 다수의견은 일반의 거래에 있어서 發行地가 記載되지 아니한 어음도 발행자가 기재된 어음과 같이 취급되고 있음이 慣行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발행지는 물론이고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장소의 기재도 없는 어음의 유통이 바람직한 관행인가 하는 것은 검토의 여지가 있다. 그러한 관행을 상관습으로 인정한다 하여도 강행법규에 반하는 경우에는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행지를 기재하지 않고 어음을 유통시키는 관행이 商慣習法으로 확립되었을 때에만 强行法規의 變更力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발행의 관행을 상관습법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러한 慣行이 實定法에 상응하는 法的 確信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또한 다수의견에서는 그 근거의 하나로, 1988년에 채택된 國際어음 UN協約에서 發行地의 記載는 어음요건의 하나가 아니라고 한 점을 들고 있다. 동협약 제3조의 어음요건에는 환어음과 약속어음 모두에 발행지는 제외되고 있다. 그러나 제2조의 協約의 適用要件에서는 환어음의 경우는 발행지와 지급지 중 하나는 어음상에 기재하여야 하고, 약속어음의 경우도 발행지, 발행인의 서명에 부기한 지, 수취인의 서명에 부기한 지, 지급지 중 2개 이상의 장소를 어음에 기재하여야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음요건에 관한 규정만 보고 발행지는 필요적 기재사항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주의를 결여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어음법統一條約에 기하여 제정한 법률의 强行法規를 판결에 의하여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는 法律의 改正에 의하여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 어음법이 통일법계에 속한다고 하는 것은 이 판례의 태도와 같이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즉 국제통일조약에는 발행지를 어음요건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留保條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12월6일에 개정된 어음법에서 종래의 기명날인을 記名捺印 또는 署名으로 개정한 것은 統一條約에 더욱 접근한 것이고, 종래에 조약상의 서명을 記名捺印으로 법정한 것도 統一條約의 議事錄에 의하여 서명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른 방식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지난 1995년에 기명날인을 記名捺印 또는 署名으로 개정할 때도 일부에서는 어음 요건에서 發行地를 削除하여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어음법이 통일법계에 속한다는 점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판례의 보충의견에서는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하여 법률로 규정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에는 法院의 法形成的 活動이 개입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번 판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할 수 있다. 발행지의 어음요건성은 법률로 충분하고 완전하게 규정하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충의견에서는 법률에 명문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필요한 한도내에서 그 규정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거나 축소 제한 해석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법형성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종래의 발행지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國際法과 法律에 반하는(contra legem) 法形成的 解釋이라고 할 것이다. 어음법은 통일조약에 留保條項이 없는 규정이라도 무엇이든 법률개정절차에 따라서는 개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모든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술한 바와 같이 국제조약에 기한 법률은 조약이 허용하지 않는 규정을 개정한 때에는 통일법계의 어음법으로서의 순수성을 파괴하여 국적없는 어음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46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國會議員들이 2001년8월부터 約束어음制度를 廢止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어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 大法院 判決이 지각없는 발상에 名分을 주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발행지의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이나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어음거래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음용지는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교부한 것이다. 만약에 최근의 일부 약관에서 발행지는 미리 한국으로 인쇄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이 모든 金融機關의 어음用紙에 發行地를 韓國으로 인쇄하여 교부한다면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발행지의 기재뿐만 아니라 발행지의 기재가 없으면 이를 보충해주는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도 기재하지 않은 어음의 발행을 유효한 어음발행의 관행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의문이다.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는 發行地와 支給地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에도 어음의 무효를 구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데, 그 기재마저도 없는 어음을 무효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타당성을 결여한다. 발행지는 특히 약속어음의 경우에는 지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여 어음의 무효를 구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보아도(어 76조3항), 어음요건은 각기 어음의 형성을 위한 버팀목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인데 發行地의 機能만을 들어 그 기재가 무의미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發行地의 記載와 특히 약속어음의 경우 主債務者인 發行人의 名稱에 부기한 지도 없는 어음의 유·무효를 가리기 위하여 法的 根據도 없는 모호한 기준을 설정하여 어음을 國內어음과 國際어음으로 구별하는 것은, 엄격한 요식증권성을 전제로 고도의 유통성을 보장하는 어음거래의 원활과 안전을 해하게 될 것이다.
1998-06-01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유성경금속은 1993.7.15. 약속어음 5매(액면 합계 금 220,000,000원)를 박재헌에게 발행하였다. 박재헌은 이를 윤진호(피고)에게 배서·양도하였는데, 피고는 그 중 4매를 박상근(원심공동피고)에게, 나머지 1매를 서석재(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다. 박상근은 다시 4매의 어음을 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다. 원고가 이러한 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 발행지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10.30. 지급장소에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지급거절되었다. 2. 쟁 점 어음의 발행지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지급제시한 경우 그 지급제시가 부적법하여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는가 하는 점이 쟁점이다. 3. 법원의 판단 1) 판결내용 『어음의 발행지란 실제로 발행행위를 한 장소가 아니라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의욕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서, 어음의 발행지에 관련된 어음법 제37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제41조 제4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제76조 제3항 등과 섭외사법의 관련규정 들을 살펴보면, 어음에 있어서의 발행지의 기재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토를 달리하거나 세력(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기준의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기준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여부는 어음면상의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내인지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지급지와 지급장소, 발행인과 수취인, 지급할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화폐, 어음문구를 표기한 문자, 어음교환소의 명칭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발행지를 백지로 발행한 것인지 여부에 불구하고 국내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양도 등의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나아가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 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 결제되고 있는 거래의 실정 등에 비추어,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 금융기관인 부산은행이 교부한 용지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지급지는 양산군, 지급장소는 부산은행 양산지점으로 되어 있으며, 그 발행인과 수취인은 국내의 법인과 자연인이고, 어음금액은 원화로 표시되어 있으며, 어음문구 등 어음면상의 문자가 국한문 혼용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음 표면 우측 상단에 어음용지를 교부한 은행점포를 관할하는 어음교환소명으로 「부산」이라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국내어음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여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어음에 대한 지급제시가 비록 발행지의 기재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하게 지급제시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이돈희, 신성택, 이용훈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반대의견 위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윤관, 최종영, 천경송, 정귀호, 김형선, 이임수 대법관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어음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 또는 합헌해석의 요청에 의하여 그 법규의 적용범위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수의견과 같이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하는 점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모름지기 국회의 입법작용에 의한 개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지 명문의 효력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법원의 법률해석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4. 평 석 1) 약속어음요건 어음은 당연히 서면형식을 요한다. 그리고 법률은 기본적으로 약속어음의 경우 다음과 같은 형식요건을 요구한다(어음법 제75조) i) 어음임을 표시하는 문자(어음문구) ii)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뜻의 무조건의 약속 iii) 만기의 표시 iv) 지급지 v) 수취인 vi) 발행일, 발행지 vii) 발행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이상의 법정기재사항이 기재된 어음을 기본어음이라 하지만, 이 중에서 다음의 사항은 기재하지 않아도 무효로 되지 않는다. 즉 만기의 기재가 없으면 그 어음은 일람출급어음으로 본다(어음법 제76조 제2항). 또한 장소에 관한 사항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체될 수 있다. 즉 지급지나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때에는 지급인에 부기된 장소를 지급지, 발행인에 부기된 장소를 발행지로 본다(어음법 제76조 제4항)(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6, 406∼407쪽). 2) 학 설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견해가 나뉘어진다. (1) 무효로 보는 견해 어음법상 발행지를 어음요건으로 규정하고 이의 흠결시에는 어음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규정(어음법 제2조 제1항, 제76조 제1항, 수표법 제2조 제1항)에서 보면 「발행지」및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地」(어음법 제2조 제4항, 제76조 제4항)의 기재없는 어음은 당연히 무효가 되고 설사 백지어음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의 보충없이 한 지급 제시는 위의 경우와 같이 효력이 없다(최기원, 어음·수표법, 신정증보판, 1993, 252쪽; 강위두, 어음·수표법, 1996, 308쪽; 이철송, 어음·수표법, 1995, 221쪽)(이에 대하여 발행지를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로는 정동윤, 어음·수표법, 제4정판, 1996, 378∼379쪽 참조). (2) 유효로 보는 견해 발행지는 어음상의 권리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다만 준거법을 정하는데 일응 추정력을 가지는 데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아 발행지의 기재없는 어음을 유효어음으로 보아 이의 효력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양승규, 어음법·수표법, 1994, 258쪽; 김교창, 발행지의 기재없는 어음, 사법행정 1986.7., 22쪽 아래; 정찬형, 어음·수표법강의, 제2개정판, 1998, 320쪽). 3) 은행의 발행지백지어음의 보충촉구의무 백지어음이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 중에는 발행일백지의 확정일출급어음 및 수취인백지의 어음이 많다. 이러한 백지어음은 타점권이고 미보충인 채로도 보통예금구좌, 당좌예금구좌에 입금되기도 하고, 은행이 대금추심을 인수하기도 하며, 그대로 어음교환소에 교부된 경우에도 지급은행은 백지어음에 대하여 지급한다. 대금추심거래의 경우나 어음에 의한 예금구좌에의 입금이 있을 때에는 은행과 고객사이에 어음의 추심위임계약이 성립한다고 해석한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128쪽). 당좌예금약관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증권 중 백지의 보충, 배서 또는 영수란의 기재가 필요한 것은 꼭 그 절차를 밟아주십시오, 저희은행은 백지보충의 의무를 아니 집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당좌예금약관 제3조 제2항과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것은 동약관 제11조 제1항인데 이에는 『수표·어음을 발행하거나 환어음을 인수하실 때에는 수표요건·어음요건을되도록 빠짐없이 기재하여 주십시오. 만일 수표 또는 만기의 기재가 있는 어음으로서 발행일의 기재없는 것 또는 어음으로서 수취인의 기재가 없는 것이 지급제시된 때에는 연락을 아니하고 지급할 수 있기로 합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바로 이 규정이 은행실무에서 백지어음을 보충하지 않고도 지급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로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제1항의 처리로 말미암아 손해가 생겨도 저희 은행은 책임을 아니 지기로 합니다』(제11조 제2항)라고 하여 은행의 면책까지 규정하고 있다. 만기일 기재있는 어음의 발행일과 어음의 수취인의 기재가 어음의 요건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백지어음은 미완성인 어음이며, 백지미보충인 채로는 유통에 관한 취득자의 보호(어음법 제10조)의 측면을 제외하고는 본래 어음상의 효력을 결하여, 백지어음으로서는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없고 또 이 백지어음에 의한 지급제시는 무효이며, 백지어음에 의해서는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보전할 수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128쪽). 은행 자신의 직접적인 백지보충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이는 은행에 있어 불측의 손실을 부담시킬 위험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은행은 항상 고객이 추심을 위임한 어음에 관하여 백지를 보충하여 형식상 완전어음을 만들도록 재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보며, 이 의무를 위의 약관조항에 의해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무의 배제는 은행의 어음법 거래전반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전제로 하는 이상 은행과 고객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거래관계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위의 의무에 위반하고서 백지인채로 교환제시하여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면 은행은 고객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은행이 백지보충을 재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스스로 보충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충불요의 의사가 표명되어 있지 않은 한에서 은행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백지보충의 위임이 행하여져 은행은 추심의 인수에 의하여 백지보충도 인수한 것으로 보게 된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1998, 134쪽). 4) 사 견 우리나라는 실정법을 중시하는 대륙법계의 국가에 속한다. 그런데 영미법과는 달리 발행지의 기재를 실정법에서 명시적으로 어음요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또 발행지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가 없는 한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어음법 제2조, 제76조)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법률의 명문규정이 있고 그 의미 내용도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이에 대하여는 Zollner, Wertpapierrecht, 14.Aufl., 1987, S.73; Hueck/Canaris, Recht der Wertpapiere, 12.Aufl., 1986, S.66; Baumbach/Hefermehl, Wechselgesetz und Scheckgesetz, 17.Aufl., 1990, S.106; Muller-Christmann/Schnauder, Wertpapierrecht, 1992, S.50 참조) 이 판결은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효력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제한 해석한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유추해석이나 목적론적 해석이 인정되더라도 법률의 문리해석에 명백하게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법률의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어음요건에서 발행지의 기재를 제외할 만한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행으로서도 발행지미보충의 어음을 받은 경우 그의 보충을 촉구하여야 하며 백지인 채로 지급하는 것을 수긍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국내어음」에 한하여 그러한 해석을 한다는 것은 우리 어음법이 1930년 어음법통일조약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수긍할 수 없다. 어음·수표는 국제성이 강한 유가증권으로서 국내증권과 국제증권을 달리 취급하여서는 아니된다. 즉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지가 국내인 어음이라도 국외에서도 유통되는 경우를 예정할 수 있다. 따라서 발행지가 단순히 준거법의 표준이 되는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이 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번의 대법원판결은 우리법이 서 있는 토양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며 어음의 절대적 요식증권성에 반하여 부당하다. 또한 성문법주의 국가에서 강행법규이며 효력규정인 명문의 규정을 무시함으로써 사법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파기되어야 한다. 다만 입법론으로서 어음법을 개정하여 발행지를 어음요건에서 배제하자는 논의는 별개의 문제이다.
1998-05-18
발행지의 기재없는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의 효력
【事實關係】 주식회사 A는 1993. 7. 15. 발행지 및 발행인의 주소 (발행인의 명칭에 부가한 지)를 기재하지 않고 약속어음 5매 액면 합계 금220,000,000원을 B에게 발행하고, B는 이를 Y (피고) 에게 배서.양도하였는데, Y는 그 중 4매를 C (원심공동피고)에게, 나머지 1매를 X에게 각 배서.양도하였고, 위 C는 다시 위 4매의 어음을 X에게 배서.양도하여 X가 위 각 어음의 최종소지인이 되었다. X는 발행지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 10. 30 지급장소에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지급 거절되어 Y에게 소구권을 행사하였다. 그런데 Y는 X가 (지급제시기간 내에) 위 각 어음의 발행지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지급제시하였으므로 그 지급제시는 부적법하여 배서인인 Y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약속어음의 발행지 기재가 없더라도 어음면의 기재에 의하여 국내에서 발행 유통되는 어음임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어음면의 기재에 의하여 발행지를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이 엿보이는 한 발행지의 기재가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각 어음의 우측 상단에 「부산」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또한 위 각 어음의 지급지가 양산군이고 그 지급장소도 주식회사 부산은행 양산지점인 점, 위 각 어음의 발행지가 국내회사인 주식회사 A인 점 등에 비추어보면 위 각 어음은 발행지의 기재가 있는 것으로 못 볼 바 없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위 각 어음의 발행지란이 백지인 채로 지급제시되었다 하더라도 그 지급제시는 적법하고, 따라서 X의 Y에 대한 이 사건 소구권 행사 역시 적법한 지급제시에 의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한 것이다. 【大法院判決 (전원합의체판결) 의 要旨】 어음법은 발행지를 어음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어 1조 7호, 75조 6호), 발행지를 기재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어음은 효력이 없으나, 다만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가 있는 때에는 그 곳을 발행지로 보며 (어 2조 1항.4항, 76조 1항.4항), 지급지의 기재가 없는 때에는 발행지를 지급지로 본다 (어 2조 3항, 76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음의 발행지란 실제로 발행행위를 한 장소가 아니라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의욕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서, 어음의 발행지에 관련된 어음법 제37조, 제77조 1항 2호, 제41조 4항, 제77조 1항 3호, 제76조 3항 등과 섭외사법의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면, 어음에 있어서 발행지의 기재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토를 달리하거나 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 기준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 여부는 어음면상의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내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지급지와 지급장소, 발행인과 수취인, 지급할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화폐, 어음문구를 표기한 문자, 어음교환소의 명칭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발행지를 백지로 한 것인지 여부에 불구하고 국내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양도 등의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나아가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아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 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 결제되고 있는 거래의 실정 등에 비추어,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일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 1967.9.5.선고 67다1471판결, 1976.11.23.선고 76다214판결, 1979.8.14.선고 79다1189판결, 1985.8.13.선고 85다카123판결, 1988.8.9.선고 86다카1858판결, 1991.4.23.선고 90다카7958판결, 1992.10.27선고 91다24724판결, 1995.9.15.선고 95다23071판결 및 이와 같은 취지의 종래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이 사건의 경우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금융기관인 부산은행이 교부한 용지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지급지는 양산군, 지급장소는 부산은행 양산지점으로 되어 있으며, 어음문구 등 어음면상의 문자가 국한문 혼용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음 표면 우측 상단에 어음용지를 교부한 은행 점포를 관할하는 어음교환소명으로 「부산」이라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국내어음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하여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어음에 대한 지급제시가 비록 발행지의 기재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하게 지급제시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설시한 법리와는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의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상태로 한 지급제시가 적법하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시 세 분의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고,발행지의 보충이 없는 어음의 지급제시는 적법한 지급제시가 아니고 또한 이 어음의 표면 우측 상단의 「부산」이라는 표시는 어음교환소명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발행지의 기재로 볼 수 없어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하고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취지의 여섯 분의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다. 【평 석】1. 序 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하여 위와 같이 변경된 大法院判決은 필자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하여 왔던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拙稿, 『어음.手票要件으로서의 「發行地」의 再檢討, 「民事判例硏究(VII)」, 143∼148면; 同, 『發行地의 記載가 欠缺된 어음』,「法律新聞」, 제2070호 (1991.10.21), 15면; 拙著, 「事例硏究 어음.手票法」, 法文社, 1987, 217∼220면; 同, 「第2改訂版 어음.手票法 講義」, 弘文社, 320면 外). 이와 같이 변경된 판결에 의하여 앞으로 많은 선량한 어음소지인 (어음상의 권리자)이 보호받고 어음의 엄격한 要式證券性을 악용하거나 또는 자기의 어음채무를 면탈하는 구실로 삼는 어음채무자를 규제할 수 있게 되어 한없이 기쁘게 생각하면서, 이러한 大法院判決이 이제야 나오게 된 것에 대하여 만시지탄의 감을 금할 수 없다. 위의 大法院判決에 대한 원심은 본건 어음의 표면 우측 상단에 어음용지를 교부한 은행 점포를 관할하는 어음교환소명으로 기재된 「부산」을 발행지로 보아 X의 본건 어음의 지급제시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는데, 이와 같이 어음면상의 다른 기재에서 억지로 발행지를 의제하는 것도 무리라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이러한 기재를 발행지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大法院判決의 多數意見과 少數意見은 모두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多數意見은 위의 기재를 발행지로 볼 수 없어 발행지가 없는 어음이라도 국내어음인 경우에는 有效어음으로 본 것이고 少數意見은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이 白紙어음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이의 보충이 없는 지급제시는 적법한 지급제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본건 大法院判決에서 多數意見에 대한 세 분의 대법관의 보충의견은 필자가 그동안 주장하여 왔던 이유와 대부분 일치하므로 다시 多數意見이 타당한 이유를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少數意見에 대하여 필자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을 간단하게 추가하고자 한다. 2. 少數意見에 대한 평석 (1) 少數意見은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법규가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 또는 합헌적인 해석의 요청에 의하여 그 법규의 적용범위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사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모름지기 국회의 입법작용에 의한 개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지 명문의 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문제가 있고 또한 실제 생활과 괴리되어 계속적.반복적으로 선량한 어음소지인에게 피해를 주고 오히려 어음채무자에게 어음채무를 면탈하는 구실만을 주는 조항을 法條文에만 얽매이고 또 이를 文理解釋하여 부당한 결론을 내는 것은 너무나 소극적이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또 多數意見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사회현실에 맞고 또 당사자간의 본래의 의사에도 맞는 해석이며, 이것이 法的 安定性을 해하거나 또는 社會秩序에 반하는 해석도 아니라고 본다. (2) 少數意見은 다수의견이 입법정책상의 문제 또는 사실인정의 문제를 법률해석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 어음법이 1995년12월6일 법 제5009호로 개정되어 어음요건에서 종전의 「기명날인」에서 「기명날인 또는 서명」으로 바꾼 바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당시 발행지의 요건에 대하여 이를 존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를 하였고 또 이를 제외할만한 사회 경제적 여건의 변화나 국내.외 상거래관행이 있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존치시킨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즉 그 당시 법개정의 과정에서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 및 관련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빠짐없이 수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필자도 그와 같이 어음법이 변경된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게 되었다). 또한 국내어음의 발행지가 외국환관리법상 당국의 허가 등 일정한 제한 하에서 외국에 수출하는 경우 등에 의미가 있다는 것은, 거의 발생하지도 않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을 국내에서만 유통된 사실이 명백한 국내어음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외국에 수출되는 국내어음이 발행지가 기재되어야 하는 점 때문에 당사자간에 발행지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유통되고 또 그 어음이 국내(한국)에서 발행된 것이 당사자간에 자명한데 그 어음상에 「한국」이라고 기재되지 않았다고하여 위의 외국에 수출되는 어음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요컨대 법원이 거래관행과 당사자의 의사에 맞게 법률을 해석하는 것을 가지고 형식논리를 내세워 입법정책의 문제라거나 사실인정의 문제로 돌려 소극적으로 해석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결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민의 사법부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원인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3) 少數意見은 다수의견이 우리 어음법의 운용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키고, 어음이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경제실정에도 맞지 아니한다고 한다. 우리 어음법이 제네바통일법계에 속하는 입법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것이 국제조약이나 국제법은 결코 아니다. 제네바통일조약 제1부속서 (어음법안) 및 제2부속서 (유보조항)를 참고하여 제정한 국내법이다. 따라서 이를 우리 실정과 관행에 맞게 입법하거나 해석하는 것이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킨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의 관행을 이해하고자 하고 또한 당사자간의 의사에 합치하는 해석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신뢰감을 주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은 미국에서 통일상법전 (Uniform Commercial Code)이 각 주에서 채택될 때 그대로 채택되기도 하나 변경되어 채택될 수도 있고 또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점과도 유사하다고 본다. 또한 다수의견은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국내어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이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경제실정에도 맞지 아니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만일 우리나라가 1988년에 제정된 「국제환어음.국제약속어음에 관한 유엔협약」을 비준하고 또한 同협약이 발효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어음에도 同협약이 적용되어,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음에는 현행 어음법이 적용될 것이고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어음에는 위 협약이 적용되어 어음법이 二元化가 될 것이다. (4) 少數意見은 다수의견이 어음의 절대적 요식증권성을 무시한 견해이며 또한 지금까지 일관되게 발행지의 기재를 어음요건으로 하는 대법원의 견해를 특별한 상황의 변화도 없이 갑자기 성문법주의 법체제하에서 어음요건에 관한 명문규정을 정면으로 거슬리는 결론을 끌어 내려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음.수표에서 발행지에 대한 요건에 대하여는 발행지의 존재 의의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어음.수표의 경우)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鄭熙喆, 「商法學(下), 博英社, 1990, 141면; 鄭東潤, 「어음.手票法(四訂版)」, 法文社, 1996, 378∼379면)」,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을 有效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필자외에도 있었다 (梁承圭, 「商法事例硏究 (增補版)」, 三英社, 1983, 239∼240면; 金敎昌, 「發行地의 기재없는 어음」, 「司法行政」, 1986. 7, 22면 이하; 朴鍾衍, 『發行地.受取人 등의 기재가 누락된 경우 약속어음.수표所持者의 救濟方法』, 「法律新聞」, 제2061호 (1991년9월26일) . 제2062호 (1991년9월19일)). 우리 大法院에서도 발행지의 기재없는 手票에 대하여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부정수표단속법상의 수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大判 1983년5월10일, 83도340〕. 이와 같이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어음.수표요건으로 존치시킬 필요가 있는가에 대하여 學說.判例에서는 과거부터 많은 고심을 한 것이 역력한데, 이를 절대적 요식증권성에만 얽매여 불합리한 결과의 판결만을 반복할 것인가는 극히 의문이다. 이번 大法院의 多數意見과 같이 불합리한 성문법의 강행규정을 시정하는 판결을 내고 이러한 判決의 반복에 의하여 하나의 (商)慣習法이 형성되면 이는 (商)慣習法의 變更的 效力에 의한 成文法의 변경의 면에서도 수긍될 수 있다고 본다. 3.結 語 위에서 본 바와 같이 少數意見은 너무나 法條文의 文理解釋에 집착한 해석이며 또한 현실을 너무나 무시한 소극적 해석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多數意見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이러한 大法院의 多數意見에 따른 변경된 判例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국내어음의 경우 이제는 어음소지인이 發行地를 보충하지 않고 약속어음의 발행인 (주채무자)에게 지급제시하여도 발행인은 어음요건흠결을 이유로 지급거절을 할 수 없고, 어음소지인이 지급제시기간내에 발행지를 보충하지 않고 지급제시한 경우에도 이는 적법한 지급제시가 되어 所求權이 保全된다고 본다. 그러나 어음소지인은 發行地를 보충하여 지급제시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이러한 大法院의 變更判例는 약속어음의 발행지에 관한 것이나, 換어음 및 手票의 발행지에 관하여도 동일하게 해석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98-05-11
1
2
3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