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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포와 2차 증거(소변검사)
1. 사실관계 및 하급심 판결의 경과 피고인의 지인인 공소외인은 2012년 5월5일 01시경 피고인이 투숙하고 있던 '○○○모텔' 업주를 통하여, 전날 피고인이 정신분열증 비슷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등 정신이 이상한 것 같은 행동을 목격하여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하였거나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이에 경찰관들이 피고인이 있던 위 모텔 방에 들어갔는데, 당시 피고인은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모텔 방안에서 운동화를 신고 안절부절 못하면서 경찰관 앞에서 바지와 팬티를 모두 내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마약 투약이 의심되므로 경찰서에 가서 채뇨를 통하여 투약 여부를 확인하자고 하면서 동행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이 "영장 없으면 가지 않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고인을 북부경찰서로 데려갔다. 피고인은 같은 날 03시25분경 위 경찰서에서 채뇨를 위한 '소변채취동의서'에 서명하고 그 소변을 제출하였는데(이하 '제1차 채뇨절차'), 소변에 대한 간이시약검사결과 메스암페타민에 대한 양성반응이 검출되어 이를 시인하는 취지의 '소변검사시인서'에도 서명하였다. 경찰관들은 같은 날 07시50분경 피고인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였고, 23시경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과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 등에 대한 압수ㆍ수색ㆍ검증영장을 청구하여 2012년 5월6일경 영장이 발부되었다. 경찰관들은 2012년 5월7일 피고인에게 압수 영장을 제시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였다(이하 '제2차 채뇨절차'). 이를 송부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에서 메스암페타민에 대한 양성반응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사건 소변 감정서 및 모발 감정서(이하 '이 사건 각 감정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고, 피고인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물건손상죄로 기소되었다. 제1, 2심 모두 유죄판결을 내리고 징역 1년6월,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했다. 2. 대법원 판결 먼저 대법원은 동행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강제연행 한 행위는 위법하고,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제1차 채뇨절차'도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영장에 기하여 이루어진 '제2차 채뇨절차' 및 그 결과를 분석한 '이 사건 각 감정서' 등 2차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 "설령 수사기관의 연행이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그에 이은 제1차 채뇨에 의한 증거 수집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후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되었고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여 2차 채뇨 및 채모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그와 같은 2차적 증거 수집이 위법한 체포·구금절차에 의하여 형성된 상태를 직접 이용하여 행하여진 것으로는 쉽사리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은 체포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를 희석하게 할 만한 정황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 국민과 사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 … 의 수사를 위하여 피고인을 경찰서로 동행하는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법원의 영장 발부에 기하여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마저 부인한다면, 이는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참작될 필요가 있다." 그 근거로는 (i) 피고인의 비상식적 행동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한 긴급한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 (ii)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피고인을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었고, 실제로 경찰관들은 그 임의동행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는 등 절차의 잘못을 시정하려고 하였던 바 "관련 법규정으로부터의 실질적 일탈 정도가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 원칙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iii) 경찰관들로서는 피고인의 임의 출석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일의 경과에 따라 피고인의 신체에서 마약 성분이 희석·배설됨으로써 "증거가 소멸될 위험성이 농후"하였으므로 달리 적법한 증거수집 방법도 마땅하지 아니하였다, (iv) 수사기관은 법원에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청구하여 이를 발부받았다, (v) 메스암페타민 투약 범행은 "국민과 사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등을 제시했다. 3. 평석 '제1차 채뇨절차'의 위법성과 그에 따른 '소변검사시인서'의 증거능력 배제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당연한 요청이다. 문제는 '제2차 채뇨절차'의 위법성과 그 결과를 분석한 '이 사건 각 감정서'의 증거능력이다. 2차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근거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피고인에 대한 긴급한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은 피고인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해당되어 경찰관에 의한 '보호조치'가 가능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분열증 유사 행동을 보이고 자살 우려가 있다는 제보가 있었고, 모텔 안에서 비상식적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지적은 타당하다. 둘째, 모텔에서 피고인의 행동은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를 제공한다는 점, 동의한다. 그리고 경찰관들이 임의동행의 불법을 깨닫고 이 흠결을 시정하려 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 이상의 점에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주관적 선의를 강조하고 있다. 생각건대, 대법원은 미국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선의의 신뢰의 예외"(good faith exception)의 취지를 원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예외는 원래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선의를 가지고 신뢰하면서 획득한 증거는 이후 그 영장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는 예외였는데, 이후 텍사스주 등에서 영장 없는 대물적 강제처분 상황에까지 확장·적용되었다[조국,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중판, 2006), 322-327면].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가 존재했다면 임의동행의 불법성이 사후적으로 제거된다는 예외 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은 일단 위법한 임의동행을 감행하고 사후 긴급체포하거나 영장을 청구하는 전략을 쓰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영장 없으면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지만, 경찰관들은 이를 묵살하고 강제로 경찰서로 데려갔다. 이를 영장주의 원칙을 현저히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안이하며, 이후 경찰관들이 이 불법을 시정하려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 사후적 조치로 '오염'이 제거된다고 볼 수 없다. 당시 경찰관들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보호조치'를 하거나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을 수 있었고, 또 밟았어야 했다. 셋째, "시일의 경과에 따라 피고인의 신체에서 마약 성분이 희석·배설됨으로써 증거가 소멸될 위험성이 농후하였다"는 판단도 동의하기 어렵다. 마약 성분은 1~2주일 내 체외로 배출되므로 그 이후에는 소변검사로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모발감식을 하면 투약 이후 6개월~1년이 지난 후에도 확인될 수 있다. 즉, 수사기관은 합법적 긴급체포 후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를 확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넷째 논거는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던 바, 불법체포의 '오염'이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법관의 영장에 따라 이루어진 '제2차 채뇨절차'에서는 그 이전의 '오염'과의 단절이 이루어진다는 점, 동의한다. 다섯째, 메스암페타민 투약이 "국민과 사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대법원이 거론한 "범죄의 중대성" 기준은 주의를 요한다. 이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인정한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이 주장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판결(대법관 양승태, 김능환, 안대희의 별개의견). 별개의견의 기준은 다수의견의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 침해" 기준에 비하여 증거능력 배제의 범위가 좁아져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조국,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재론', 사법발전재단, 『사법』제3호(2008.3), 214면]. 평석대상 판결이―필자가 동의하지 않는―상술 두 번째, 세 번째 논거를 제시하면서까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이러한 "범죄의 중대성" 기준이 작동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요컨대, 필자는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여 이루어진 '제2차 채뇨절차'를 통해 획득된 이 사건 각 감정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결론에 동의하지만, 그 몇몇 논거에는 동의할 수 없다.
2015-03-23
스탠딩 법리의 부정
Ⅰ. 사안 D(S유흥주점의 영업실장), D2(S유흥주점의 업주)는 식품위생법(제44조, 제97조)위반혐의로 기소되었다. D는 2008. 1. 30. 22:25경 위 S유흥주점 4호실에서 위 업소 종업원인 O2로 하여금 손님으로 온 O와 함께 일명 티켓영업을 나가도록 한 후 그 대가(20만 원으로 추정)를 받은 혐의로, D2는 종업원인 D가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였다. 괴산경찰서 생활안전계는'S유흥주점'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소속 경사 2명이 2008. 1. 30. 21:30경부터 같은 날 22:25경까지 위 유흥주점 앞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중, 같은 날 22:24경 위 유흥주점 입구에서 O(남, 손님)와 O2(여, S유흥주점의 종업원)가 같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미행하여 위 남녀(O, O2)가 위 주점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M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경사로부터 위와 같은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위 P등 4명의 경찰관은 여관 카운터에 있던 업주를 상대로 위 남녀가 몇 호실로 들어갔는지를 문의하며 협조를 요청하였고, 여관 업주는 예비열쇠를 이용하여 O, O2가 들어간 여관방의 문을 열어 주었다. 당시 O와 O2는 침대에 옷을 벗은 채로 약간 떨어져서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경찰관들은'성매매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점과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고(다만, P는 제1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본인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였는데, 진술거부권은 고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위 둘을 서로 분리하여 상호간의 관계 및 여관에의 입실 경위 등을 구두로 조사하였다. O와 O2는 경찰관들의 위 질문에 '성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답하였다. 당시 O와 O2가 실제 성행위를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 방 내부 및 화장실 등에서 성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화장지나 콘돔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위 둘을 성매매의 현행범으로 체포 하지 못하고(성매매 미수는 그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성교행위에 나가지 않은 이상 성매매로는 처벌할 수 없다), 괴산경찰서 증평지구대로 임의동행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동행을 거부할 수도 있으나,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이에 대하여 경위 P는, O와 O2를 분리하여 조사할 당시 O와 O2는'성행위는 아직 안하였으나 2차를 나온 사실'은 인정하였기 때문에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고지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O와 O2는 증평지구대로 가서 각 자술서를 작성한 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자술서에서 O는'양주 1병을 같이 먹고 여관에 들어가 누워서 서로 이야기 하던 중이었고, 대금은 45만 원을 결제하였으며, 그 내역 확인은 안 했으나 2차비가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기재하였다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는'성행위는 안하였고, 양주 2병을 마시고, 대금 45만 원을 결제하였으며,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45만 원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O2는 일관하여 '양주 2병을 마시고 서로 맘에 들어 여관에 온 것일 뿐, 대가를 받고 여관에 온 것은 아니고, 성행위는 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경찰은 술값과 테이블 봉사료 이외에 대가를 수수하였는지에 관하여 보완수사를 하였으나, 추가 증거를 더 이상 발견하지 못하였다. 검사는'양주를 1병만 시켰다'는 O 작성의 자술서와 경찰이 O를 상대로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를 주된 증거로 삼아 공소를 제기하였다(공소사실에는'시간적 소요의 대가가 약 20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되어 있다. 이는 O가 계산한 45만 원 중 양주 1병 값 20만 원과 테이블 봉사료 5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그 대가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O 작성의 자술서와 경찰이 O를 상대로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여부'가 주요쟁점이 되었다. 제1심과 항소심은 "이 사건 당시 경찰관들이 O와 O2를 임의동행 함에 앞서 '동행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고지한 사실은 있으나, 그에 부가하여 '동행을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O2가 화장실에 가자 여자 경찰관이 O2를 따라가 감시하기도 하였으므로, 사법경찰관이 O, O2를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에 해당"하여 "위 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Ⅱ. 쟁점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O)당하지 아니한 자(D, D2)에게도 위법수집증거는 배제되는가?(긍정)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참조). 또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O)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고인(D, D2)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참조). (중략) 비록 사법경찰관이 O와 O2를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이들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이들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불법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O와 O2가 작성한 위 각 자술서와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O, O2에 대한 각 제1회 진술조서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201조 등이 규정한 체포·구속에 관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하여 수집된 증거로서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Ⅳ. 평석 1. 이 판결은 미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스탠딩(standing) 법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주목되는 판결이다. 사안에서 문제되고 있는 사건은 D, D2의 식품위생법위반피고사건(이하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D'만 문제삼겠다)이다. O, O2(이하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O'만 문제삼겠다)는 피고인이 아니다. 피고인 D의 입장에서 볼 때 O는'피고인 아닌 자'이다. 스탠딩(standing) 법리란 '위법수집증거배제규칙은 절차적 기본권이 침해된 자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는 취지의 발상이다. 이 법리를 위 사안에 적용하여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사안에서 경찰의 O에 대한 임의동행이 실질적으로 강제연행이라면 이 강제연행으로 기본권침해를 받은 사람은 O이지 D가 아니다. 따라서 경찰이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진술증거는 O의 형사피고사건에서는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지만, 스탠딩 법리를 인정하면 O의 형사피고사건과 무관한 D의 형사피고사건에서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진술증거는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여 D는 자신의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경찰의 O에 대한 강제연행과 그 이후의 채증활동을 탄핵할 지위(standing)에 있지 아니하고 따라서 경찰이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증거는 D의 형사피고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라는 것이 스탠딩 법리의 요점이다. 대법원 1992.6.23. 선고 92도682 판결(이른바 한국형 미란다 판결)은 대법원의 '스탠딩 법리의 불채용' 입장이 간접적으로 표출된 판결인데 본 판결에서 그 취지가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재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2. 위법수집증거배제규칙을 창안해 낸 것은 미국연방대법원인데 1990년대 이후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대법원의 그것은 미국의 그것보다도 훨씬 그 포섭범위가 넓다. 피고인측의 동의가 있어도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사인의 불법수집증거도 경우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게 한 것이 그 예이다. 이제 그 목록에 스탠딩 법리의 불채용이라는 지침이 명시적으로 덧붙여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대법원이 주도하는 형사사법혁명이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이 형사사법혁명을 지속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11-14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 제한
Ⅰ. 사안 유흥주점 업주인 D, D2는 ‘2002년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사이에 그들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방문한 Y 보도방 소속 접객원인 B, C로 하여금 부근 숙박업소에서 각 윤락행위를 하도록 직접 알선’한 혐의(윤락행위방지법위반)로 기소되었다. D, D2는 수사 초기부터 일관하여 ‘평소 Y 보도방 소속 접객원들을 불러 접객행위를 하도록 한 사실은 있지만 윤락행위를 알선한 사실은 없다. 특히 공소사실 일시경 B, C를 D, D2가 운영하는 유흥주점에 접객원으로 부른 사실이 있는지 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B, C가 공소사실 일시경 D, D2 운영 유흥주점에 접객원으로 불려 간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이다. D, D2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B, C의 법정출석과 D, D2에 의한 반대신문 기회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였지만 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B, C의 법정출석과 D, D2에 의한 반대신문은 성사되지 못하였다. D, D2는 재판의 장기화에 따라 9회, 10회 공판기일에 부득이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 제1심은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여 D, D2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항소심은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D, D2가 상고하였다. Ⅱ. 쟁점 본 사안에서 공소사실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는 참고인(B,C)의 수사기관 면전에서의 진술(수사기관 작성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이다. 피고인(D, D2)은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수사기관 면전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그 참고인들(B, C)의 법정출석과 그들에 대한 반대신문기회 부여를 주장하였으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그 참고인들의 법정출석은 성사되지 못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사실인정자(법원)는 참고인들의 수사기관 면전에서의 진술내용(수사기관 작성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가? 제1심은 부정하였지만 항소심은 긍정하였다. Ⅲ. 관련법원리와 법규정 형사소송법은 제161조의2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포함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제310조의2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 의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진술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공판중심주의론은 이 두 규정을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근거규정으로 원용하고 있다.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Ⅳ. 재판요지(파기환송)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는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주요원리로 삼고 있다. 수사기관이 원진술자(참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원본증거인 원진술자의 진술을 대체하는 증거방법으로, 원진술자의 진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 그 중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요부분의 취지를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원진술자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 조서 작성자의 선입관이나 오해로 인하여 원진술자의 진술 취지와 다른 내용으로 작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조서에 기재된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불가결한 요소가 되는 진술 당시 원진술자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법관이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서에 기재된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은 그 신빙성 평가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략) 따라서 D가 공소사실 및 이를 뒷받침하는, 수사기관이 원진술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 내용을 부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진술자의 법정출석 및 D에 의한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면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구체적인 경위와 정황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구태여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정확한 취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등 신빙성에 의문이 없어 조서의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강한 증명력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그 조서에 기대된 진술의 신빙성과 증명력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유력한 증거가 따로 존재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그 조서는 진정한 증거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주된 증거로 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는 원진술자의 사망이나 질병 등으로 인하여 원진술자의 법정출석 및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물론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함에 피고인이 동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본 법리에 위 인정사실을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B, C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법관의 올바른 심증 형성의 기초가 될 만한 증거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Ⅴ. 평석 1. 유니크한 ‘한국형 실질적 직접주의’의 선언 이 판결은 종래 다소 그 내용이 애매한(elusive) 상태에 머물러 있던 공판중심주의의 중심내용을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로 명시한 점에서 한국형 공판중심주의론의 실체를 한층 구체화시킨 의미가 있다. 본 판결은 한국형 공판중심주의론의 실체를 ‘사실인정자가 증인의 태도증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반대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에게 반대신문권을 행사 하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도 본 판결과 비슷한 내용을 판시한 바 있지만 거기서는 공판중심주의의 중심내용을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로 명시하지는 못하였다. 본 판결이 선언한 내용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는 외관상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와 유사(신동운, 형사소송법(제3판, 법문사, 789면), 이재상, 형사소송법(제6판, 박영사, 504면))하나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에는 ‘반대당사자의 반대신문권 보장’이 약하므로 내용적으로는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와도 차별되는 매우 유니크한 ‘한국형 실질적 직접주의’이다. 2. 공판중심주의 혁명의 토대를 구축한 또 하나의 판결 이 판결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성립의 진정’(형식적 성립의 진정 외에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포함)은 원진술자의 공판정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판결(공2005, 173)]에 이어 수사기관(사법경찰관과 검사) 작성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 제한을 선언한 것이어서 설사 형소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판례에 의한 공판중심주의 혁명’의 토대를 구축한 또 하나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3. 종전의 [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과의 연속성 이 판결은 반대신문에 답변하지 아니한 증인의 수사상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한 판결[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에 이어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을 제한하여 반대신문권을 강화시킨 의미가 있다. 4.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법적 약점의 명시 현대한국의 형사재판에서는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written records, 주로 수사절차상 수사기관에 의하여 작성된 수사서류이거나 수사기관의 감정위촉·사실조회에 응하여 수사기관에 송부된 서류)가 피고인의 유죄인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실인정자(법원 혹은 배심원)가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판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의 용어가 ‘조서재판’(調書裁判)이다. 조서재판의 극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 논의의 핵심화두이다.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법적 약점을 명시한 점에 있다. 그런데 ‘조서재판이 왜 나쁜가’ 하는 강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본 판결은 이런 반론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판시한 셈이다. 한국의 피의자나 일반국민이 ‘수사기관의 조서작성’을 가리켜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조서의 원천적 불공정성의 핵심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다음에 제기되는 반론은 ‘조서재판을 시정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반론이다. 이 반론은 매우 솔직한 반론이다. 조서재판의 현실을 생성시킨 물적 조건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판사와 검사 등 司法官의 정원을 줄여 예산을 절감하려는 사법현실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예산절감의 對價로 ‘사법경찰관의 고문자행과 부패현상의 漫然’이 방치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한국의 현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체적 진실발견 및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이유로 종래의 조서재판의 정당성을 변호하려는 논증은 일제강점기의 조선형사령이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예심판사에 버금가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한 논리’를 연상시킨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의 국민’을 ‘윽박지름에 혼이 나가 조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서명날인·간인하는 소극적 신민(臣民)’이 아니라 ‘책임 있는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려면 그 정도의 비용은 부담하여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준수에는 감당하기에 부담스런 비용이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본 판결은 법조문과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전문법칙의 예외조건 충족(법 제314조) 혹은 피고인의 동의(법 제318조 제1항)가 있으면 조서의 증거능력을 긍정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근거로 증명력을 제한하는 절묘한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다.
2007-01-04
법률간의 부정합과 금지착오
I. 문제상황 청소년보호법은 종래 ‘청소년’의 정의를 18세 미만의 자에서 19세 미만의 자로 변경하여 규정하고 있으며(제2조 제1호), 또한 비디오물감상실업을 ‘청소년유해업소’를 규정하고[제2조 제5호 가목 (2)] 이러한 업소의 업주 및 종사자에게 청소년의 연령을 확인하여 청소년이 당해 업소에 출입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함을 규정하고(제24조 제2항),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제51조 제7호). 그런데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반법’으로 약칭) 및 시행령은 비디오감상실업을 영위하는 자를 ‘음반·비디오물·게임물 유통관련업자’로 규정하고[제2조 제5호 나목 (1)], 같은 법 시행령은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제2항 다호에서는 “출입자의 연령을 확인하여 연소자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하고 출입문에는 ‘18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표지를 부착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비디오감상실 출입허용연령에 대한 이러한 양 법률간의 차이는 본 사안과 같이 ‘연소자’가 아닌 ‘청소년’, 즉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에 대한 비디오감상실 출입이 허용되는가를 둘러싸고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입법자의 불철저함으로 야기된 이러한 법률간의 ‘체계적 부정합성’은 법해석자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 II. 출입허용 연령에 대한 법률간의 부정합과 해석방법론 첫번째 입장은 제1심 법원의 판결(수원지방법원 2000고단7715)의 입장으로 두 법률 사이의 부정합 문제를 두 법률의 조화적 해석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 입장은 음반법 및 시행령의 관련 조문을 반대해석하면 ‘연소자’ 아닌 ‘청소년’에 대하여는 비디오 감상실에 대한 출입을 아무런 제한없이 허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법령에서 청소년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요컨대,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에 대한 비디오감상실 출입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법이 음반법에 맡겨 놓았다고 보는 것이다. 두번째 입장은 제2심(수원지방법원 제3형사부 2001노915) 및 대법원의 입장으로 청소년의 범위를 확장하고 비디오감상실을 청소년 유해업소로 규정한 개정 청소년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하는 목적론적 해석이다. 항소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음반법 및 시행령은 청소년보호법의 개정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채 종전의 규정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청소년보호법이 개정·시행됨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였으며, 또한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19조의 위임규정은 모법의 위임근거도 없이 새로운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파악한다. 대법원은 상세한 논지전개를 하지 않은 채 항소법원의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두 법률을 조화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도출한 제1심 법원의 문제의식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는 부정합을 일으키는 법률조문에 대한 해석은 해당 법률의 목적을 전제로 하여 전개되어야 하며, 피고인의 이익도 그 범위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청소년보호법의 기본목적이 청소년보호라면, 음반법의 기본목적은 관련사업의 촉진에 있다고 할 때, 비디오감상실 출입허용연령에 대한 법률간의 차이 해소는 전자의 입장을 중시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청소년유해업소’인 비디오물감상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청소년보호법의 입법취지임은 분명히 확인되는 바, 청소년보호법이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를 통하여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의 경우는 비디오감상실 출입을 허용할 것을 상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항소법원의 지적처럼 이 시행령 제19조의 모법상 위임근거가 모호함은 물론이고, 시행령 제19조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조문에 의한 타 법률에의 위임이 청소년보호법 자체의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위임까지 포괄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이 개정·시행됨에 따라 음반법의 관련 시행령이 바로 효력을 상실하였다는 항소법원에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연령의 혼동을 일으킨다는 점 외에 출입문에 ‘18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표지를 부착하라는 요구가 청소년보호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음반법 및 시행령의 규정은 청소년보호법 위반행위에 대한 예외사유로서 청소년의 출입을 허용한 특별한 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항소법원과 대법원의 결론에 우리는 동의한다. III. 법률의 부정합성으로 인한 금지착오와 ‘정당한 이유’의 해석 이상과 같이 비디오감상실 업주는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해서는 비디오감상실에의 출입 또는 이용을 금지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은 문제는 청소년보호법과 음반법의 체계적 부정합성으로 피고인이 금지착오를 일으킨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금지착오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조국, ‘법률의 부지 및 착오 이론에 대한 재검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 제12권 제2호(2001/6) 참조]. 1.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의 해석기준 현재 학계의 통설은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를 독일 형법 제17조의 ‘회피가능성’ 개념을 차용하여 설명하는데, ‘회피불가능성’ 유무를 불법통찰의 주의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이 의무의 핵심은 통상 ‘조회의무’라고 파악한다. 우리는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시민이 국가기관이나 자격있는 전문가에게 자신의 행위의 위법여부를 성실히 조회하여 그 답에 의존하고 행동하였다면 위법성인식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통설에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는 ‘회피가능성’이 명문화되어 있는 독일 형법 제17조와는 달리 우리 형법 제16조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형법 제16조에 의하면 행위자에게 위법성을 인식할 능력(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행위자가 ‘조회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달리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면 다시 책임조각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법률의 착오’에서의 과실의 기준은 구성요건단계에서의 과실의 기준과 달리 책임단계에서의 문제이므로 행위자를 둘러싼 구체적 사정이 보다 많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사안 분석 대상판례는 법률간의 체계적 부정합성이 있는 경우 시민이 ‘조회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금지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는데 의미를 갖는다. 먼저 법률전문가인 판사도 비디오물감상실의 출입금지대상에 대하여 음반법 및 시행령의 반대해석으로 18세 이상 청소년에 대하여는 출입금지의무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였으니 만큼,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도 마찬가지 오인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리고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19조 자체의 문언이 음반법 및 시행령 규정과의 연관해석을 통하여 청소년보호법에 의하여 부과된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한 출입금지의무는 면제된다고 해석할 여지를 애초에 제공하고 있다. 법률간의 부정합으로 인하여 야기된 착오에 대한 기본책임은 국가이지 시민이 아니다. 충돌하는 두 법률이 피고인에게 착오의 소지를 제공하고 피고인이 이 중 하나의 법률에 대하여 ‘선의’(good faith)의 ‘합리적 의존’(reasonable reliance)을 한 결과 착오가 발생한 경우 그 금지착오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학계의 통설에 따르자면 왜 피고인이 국가기관이나 자격있는 전문가에게 자신의 행위의 위법여부를 조회하여 그 답을 구하지 않았는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국가기관이나 관계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문화관광부 주관으로 개최된 음반법 개정 공청회에 참석하여 음반법상 출입금지대상을 18세 미만의 자로 유지하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안이 마련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상술하였듯이 우리는 행위자가 통설에서 요구하는 식의 ‘조회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 금지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면책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으며, 이 때 행위자의 인식능력, 직업수행상황, 행위정황 등을 고려하며 책임조각을 판단하면 족하다고 본다. 특히 국가의 과실로 법률의 부정합이 발생한 경우 국가는 시민에 대하여 과도한 불법통찰의 의무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을 청소년보호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항소법원과 대법원의 결론은 타당하다. IV. 맺음말 우리는 (1) 행위자가 국가기관 또는 법률전문가에게 자신의 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하여 성실하게 조회하고 그 회신에 의존하여 행위하였다면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보아야 하며, 또한 (2) 행위자가 이러한 조회를 다 하지 않았더라도 법률의 내용 또는 법원의 판례, 행정기관의 공문이나 지침 등 국가기관의 결정이나 조치―행위자가 처해 있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사인 또는 사적 기관의 의견―에 대하여 선의를 가지고 신뢰·의존하였던 것이 합리적이었던 경우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바, 대상판례는 우리의 두 번째 논지를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 중요한 판결이다.
200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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