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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재판에서의 공무상비밀누설
Ⅰ 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이고, 피고인 B와 C는 그 법원의 영장전담판사이다. 2016.4.경부터 소위 정운호 게이트(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와 전·현직 부장판사의 유착 의혹 등)가 불거져 검찰수사가 진행되었다. B, C와 또 다른 영장전담 한모 판사는 2016.5.~8.경 각자의 영장재판기일에 정운호, 전직 부장판사인 최모 변호사, 현직 김모 부장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청구서 등과 그 수사기록을 검토하였다. 그 검토를 토대로 다음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을 직접 복사하여 A에게 보고하였다. 즉, ①"수사기록에 의하면, 수원 사건 관련 최모 변호사가 항소부 배당 전에 보석으로 빼낼 수 있는 재판부 등을 언급하였고...(생략)...보석 확답도 받았으며 보석청구서 접수 당일 담당재판부와 식사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정운호 중앙 사건 관련해서도 자신은 작업할 줄 아는 변호사라면서 50억원을 요구하였고, 배당 담당직원에게 작업하여 원하는 재판부로 배당한 다음 인사권자를 통해 재판부에 얘기하겠다거나, 관련 부장판사나 주심판사도 잘 알고 지내면서 자주 식사하는 사이라는 말도 하였다고 한다", ②"수사기록에는 최모 변호사와 법원 관계자 사이의 통화내역이 붙어있지 않고, 이모 부장판사와의 문자메시지만 첨부되어 있다...(생략)...", ③"수사기록에 의하면, 최모 변호사의 남편은 대여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다액의 현금, 수표, 3만달러, 메모지, USB(9개)를 검찰에 임의로 제출하였고...(생략)...", ④"수사기록에 의하면, 관련자는 차량대금 5,000만원을 포함하여 모두 2억원을 김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현재 혐의내용은 합계 2억 1,500만원을 수수한 것인데 계좌추적 결과 현금 2억 5,400만원이 김모 부장 측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정운호 측의 민사소송 관련하여 정운호 측 담당자는 정운호로부터 담당 재판부에 작업을 다 해놓고 골프접대를 했다는 말을 수회 들었다고 한다" A는 위와 같의 4차례의 보고를 토대로 각 그 다음날 보고서를 작성하여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송부하였다. (위 개요는 공소사실 중 제1심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부분만을 요약하였음) 2. 판결요지 A, B, C가 공모하여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함으로써 공무상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A와 B, C간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그 보고내용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공무상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법행정상의 필요에 따른 정당한 직무행위로서의 보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Ⅱ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 2016년 부장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고액수임 및 현직 법관에 대한 뇌물수수나 로비의혹 등이 보도되면서 소위 정운호 게이트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직 법관의 연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법원행정처와 영장전담판사가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기록 상의 수사기밀을 공유하는 등 누설했는지 여부가 극렬하게 다투어졌다. 이하에서는, 재판부가 무죄이유로 삼은 부분, 즉 ①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이 공무상비밀인가, ②그러한 보고가 직무행위로서 정당한가, ③피고인들간 공모가 인정되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재판과정에서 다루어졌던 기타 쟁점들에 대하여는 논외로 한다. 2. 공무상비밀누설 여부 가. 법의 규정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A가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수사정보는, 언론에서 이미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인 기사와 유사했고, 검찰의 언론브리핑이나 수사담당검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과도 유사했으므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유지·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A는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만 보고하였고 그 자료가 법관징계나 언론대응 등의 사법행정 용도로만 이용되었으므로, 그 누설로 수사기능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비밀의 보호필요성 유무 영장재판은 심리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밀행적으로 처리될 뿐만 아니라 그 발부·기각에 대한 이유도 상세하게 기재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영장재판을 위해 제출된 수사기록상의 정보들은 수사담당자 및 영장전담판사와 그 필수조력자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아니된다. 일부 녹취자료나 수사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이었더라도, 사적인 취재·추측에 의한 언론보도는 수사기록에서 확인된 공적정보와 그 신뢰가치 면에서 차이가 크다. 또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이 친분을 이용해 수사담당검사로부터 얻어낸 상세한 수사상황 정보는 또다른 공무상비밀누설 행위로 얻어낸 비밀자료일 뿐으로서, 그렇게 사적으로 확보한 정보와 수사기록상 공적정보가 유사하다고 하여 실질적 보호가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록상의 정보는 객관적·일반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보고서에 담은 수사기밀은 비밀로서의 보호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 국가기능의 위협 초래 여부 재판부가 인정했듯이,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될 즈음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몇몇 보고서에는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과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이나 언론의 관심을 법원에서 검찰로 돌리는 방안 및 그 실행을 위한 일부 과격한 표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사대상이던 김모 부장판사는 그 즈음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 조사를 통해 수사상황 중 일부를 알게 되어 선제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 보고서들의 내용대로 수사가 방해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보고서들이 사법행정권의 최고 정점인 법원행정처에서 다수 판사들의 관여하에 작성된 사정 등을 더해보면, 수사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추상적 위험범). 3. 직무상 정당행위 여부 재판부는, B·C의 보고와 A의 보고는 그 목적과 단계를 달리하는 별개의 직무행위로서 각기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A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건의 경위와 실체를 신속·정확히 파악하여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필요가 있었고, B와 C는 A의 요구에 응하거나 통상적인 예에 따라 사법행정사무의 일환으로 주요내용을 보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각종 법원예규와 지침은 법관 비위 등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상급 사법행정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보고에 관한 예규(2018년 폐지)’는 법관 등 관련사건에서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그 사건의 요지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보고의 범위와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수사의 밀행성이나 영장재판의 비공개 및 재판의 독립 등의 견지에서 그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더구나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모두 현직 법관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법관비위에 대한 수사상황은 그 비밀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 사건 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은 사법행정사무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의 보고에는 관련자의 자세한 진술내용이나 증거의 내용, 그 확보상황 등까지 포함되어 있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이 복사첨부까지 되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법행정상의 보고와는 무관한 내용임이 명백하다. 나아가 위 예규의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규정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의 보고시점이 적절했는지에 관하여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보고행위는 사법행정상의 직무행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4. 공범 성립 여부 재판부는, 공소장의 ①법원행정처의 의도(수사기밀을 빼내어 수사 무마 및 검찰 압박 등), ②A의 의도(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사기밀을 수집하여 보고), ③A의 지시에 따른 B와 C의 승낙이라는 각각의 사실과 그 연결고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즉 법관비위에 관한 사항은 사법행정담당자가 관련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야 하므로, 수석부장인 A는 그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고, B와 C도 통상적인 예에 따라 해당법원의 공보업무 등의 책임자인 A에게 주요사항을 보고했을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B와 C는 자신들의 보고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B와 C로서는 A에게 보고된 내용이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되는 것을 사전에 전제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각종 예규와 지침에 따라 수석부장은 사법행정상 중요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법행정상의 보고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 C는 자신들이 A에게 먼저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보고하는 것에 대한 공모에 가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A, B, C 3인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목적범이 아닌 이상, 검찰수사의 무마·압박 등의 ‘의도’와는 별론, 수사기록 상의 비밀을 순차 보고하는 방식으로 그 누설자체를 공모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3인의 공모 대신에 A와 B, A와 C간의 2인 공모 여부도 검토되어야 한다. Ⅲ 결론 제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고가 통상적인 예에 따른 사법행정상의 정당한 직무보고라고 보았지만,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재판내용에 관한 사법행정상의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수사의 밀행성이 요구되는 영장재판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통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신광렬
공무상비밀누설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4-02
교사의 체벌과 정당행위
I. 사실관계와 경과 여자중학교 체육교사 겸 태권도 지도교사인 피고인은 자신이 체육교사로 근무하는 여중학교 운동장에서 피해여학생들이 “무질서하게 구보한다”는 이유로 손이나 주먹으로 두 차례 머리 부분을 때리고, 자신이 신고있는 슬리퍼로 피해여학생의 양손을 때렸으며, 같은 달 태권도대회출전과 관련해 질문하는 유모양 등 2명에서 낯선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욕설해 폭행·모욕혐의로 기소됐다. 제1심과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교육목적상 정당한 징계행위이므로 정당행위”임을 주장하며 상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피고인이 행한 체벌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II. 판결요지 대법원은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르면 교사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교육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징계를 할 수 있고, 징계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를 할 수 있는데, 그 지도에 있어서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방법인 이른바 체벌로 할 수 있고 그 외의 경우에는 훈육, 훈계의 방법만이 허용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가 학생을 징계아닌 방법으로 지도하는 경우에도 징계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교육상의 필요가 있어야 될뿐만 아니라 특히 학생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 비하하는 말 등의 언행은 교육상 불가피한 때에만 허용되는 것이어서, 학생에 대한 폭행, 욕설에 해당되는 지도행위는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했던 경우로서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던 경우에만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III. 대상 판결의 의미 1. 초중등교육법시행령상 ‘지도’로서의 체벌의 법적 지위 확인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 제1항은 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퇴학처분 등 학생에 대한 ‘징계’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7항은 ‘징계’ 외의 ‘지도’를 규정하고 있다. 제7항은 “학교의 장은…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지도’는 원칙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체벌’은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의 일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전의 판례나 학설의 경우 ‘징계’와 ‘지도’를 혼동해 논의를 전개하고 있었던 바, 대상판결은 이 점을 바로 잡고 있다. 2. 학교장의 ‘위임’에 따른 교사의 체벌권의 인정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생에 대한 지도권은 학교장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현실에서 통상 체벌은 학교장이 아니라 교사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전의 판례나 학설은 이러한 교사의 체벌이 어떻게 정당화되는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르면 교사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체벌을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3. 체벌의 위법성 판단기준의 종합적 제시 한편 대상판결은 교사의 체벌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종전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어떤 경우에 예외적 인정범위를 벗어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보다 정리되고 구체화된 지침을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이전 관련 판례와 같이 교육상 체벌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체벌이 최후수단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교사의 체벌이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는 예로 ①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도 않은 채 지도교사의 성격 또는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행위, ②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도할 수 있음에도 낯선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체벌·모욕을 가하는 행위, ③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 또는 교사가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④ 학생의 성별·연령·개인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준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VI. 비 판 필자는 원칙적으로 체벌은 그 교육적 효과가 의심스럽고, 교육목적달성을 위해 학생의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의 비례성 및 보충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폭력에 의한 통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학생의 자율과 책임감의 형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강하게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한국 정부에 대해 1996년과 2003년에 걸쳐 “모든 형태의 체벌을 명백하게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2007년 12월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체벌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해석하고자 한다. 1. ‘직접체벌’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대상판결이나 기존의 학설에서 모두 고민하지 않고 있는 점이 있다. 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 제7항의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에 도구나 신체를 사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는 ‘직접체벌’과 도구나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학생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함으로서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간접체벌’-통상 ‘얼차려’로 불림-이 모두 포함되는가의 문제이다. 평석자는 대상판결에서 제시하는 여러 허용요건이 충족할 경우 ‘간접처벌’은 법령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장기적인 교육정책의 관점에서 볼때 ‘간접처벌’도 궁극적으로는 없어져야 하겠지만, 우리 교육현실에서 ‘간접체벌’도 금지한다면, 교사는 오히려 ‘직접체벌’로 바로 나아가 버릴 수 있으므로 ‘간접처벌’은 허용하는 것이 학생의 인권 보호와 교사의 학생규율 확보 사이에 균형점을 확보할 수 있다(물론 ‘간접체벌’도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지도’를 선행하지 않고 바로 시행되었거나, 그 정도가 심하여 학생에게 심각한 고통이나 상해를 야기했거나 한다면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체벌’은 달리 취급돼야 한다. ‘직접체벌’은 교사의 신체나 도구를 사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직접 고통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나 인격적 모멸감이 ‘간접처벌’에 비해 매우 커진다. ‘직접체벌’에서는 학생의 반응에 따라 교사가 흥분할 가능성과 그에 따라 체벌이 과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직접체벌’의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간접체벌’에 더하여 ‘직접체벌’을 반드시 가해야 할 교육적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이상의 점에서 볼 때 동 시행령이 전제하는 체벌에는 애초에 ‘직접체벌’을 포함하지 않고 ‘간접처벌’만 포함될 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직접체벌’은 법령에 의해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다만, 형법 제20조의 논리상 ‘직접체벌’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정당화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나, 이 때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특히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지도’나 ‘간접체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방법을 선행되지 않은 ‘직접처벌’은 ‘직접처벌’의 종류, 방식, 강도 및 결과 등을 따질 것도 없이 바로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 2. 교사의 체벌자격은 인정돼야 하는가?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교장’의 지도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은 교사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체벌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동 조항은 지도를 행함에 있어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바, 이는 학교장에게 적극적으로 ‘체벌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체벌이라는 ‘지도’는 매우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는 취지로 읽혀야 한다. 그렇다면 이 조항의 취지는 과거 통상 교사들에 의해서 행해지던 체벌을 학교장이라는 비교적 객관적인 주체에게 제한적으로 허용하여 체벌의 오·남용을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교사가 체벌을 해야할 상황이면 바로 자신이 직접해서는 안 되며, 교사는 학교장에게 학생의 문제점과 체벌의 필요성을 보고하고, 학교장은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학교장이 체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동 조항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이 점에서 원칙적으로 교사는 법적인 체벌자격이 없고 학교장만이 법적인 체벌자격을 가지며, 이 체벌자격은 교사에게 위임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해석은 체벌을 행하는 순간 발생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감정적 대립과 긴장, 이로 인한 과도한 체벌 초래라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교육정책적 차원에서도 타당하다. 다만 교사가 학교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적정한 정도의 ‘간접처벌’을 행하였다면, 예외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학교장의 체벌자격이 교사에게 위임된다는 논리는 위헌의 문제가 있다. 판례의 논리대로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이 학교장에게 체벌권을 부여하는 적극적인 근거 규정이 된다면, 이는 학생의 신체의 자유의 침해를 수반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률에 의하여 이뤄져야 할 신체의 자유 제한을 포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한 것이기에 위헌이 된다. 사실 현행 교육관련법에서는 체벌에 대한 적극적인 허용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도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제한원리 내지 예외조항으로서 보는 편이 합헌적인 해석이다.
2008-01-24
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형법해석정책
Ⅰ. 대상판결 1. 사안 피고인은 S 카드회사로부터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 받아 2년여 동안 사용하여 오다가 변제능력에 문제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에 의한 무보증카드론 방식으로 7백만 원을 대출받고, 3천여만 원 가량 카드를 사용한 후 대출금과 카드대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유죄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3.6.18. 선고 2003고단276판결)을 하였으나 항소법원은 무죄판결(대전지방법원 2003.8.29. 선고 2003노1492)을 하였다. - 판 결 요 지 -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해 오다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대금결제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위 신용카드를 이용 하여 카드론 대출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항소법원의 판결요지 카드회원이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자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카드회사에게 카드사용 당시의 재산상태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불고지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전화자동응답시스템에 의한 카드론의 이용도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 대출이 기계적으로 처리될 따름이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그런 신용의 범위 내에서는 카드 소지인과 명의인이 동일한 이상, 지급능력의 유무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망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카드 발급 당시의 약정에 고지의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여 ‘국가의 형벌권이 사경제영역에 속하는 금융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개인의 자유영역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신용조사 등에 관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사회상규에 기초한 고지의무는 인정될 수 없다. - 연 구 요 지 -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 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무죄판결은 바로 이 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 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준다 Ⅱ. 평석 위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대금결제의 능력과 의사가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해 온 대법원 판례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고, 사기죄 해석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에 대한 형법정책, 두 차원에서 각각 의미있는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 사기죄의 해석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착오, 재산처분행위, 재산상 손해발생, 재산상 이익취득의 다섯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판례에서 항소법원이 주로 문제 삼은 요건은 기망과 착오 부분이므로 평석도 이에 국한한다. ① 흔히 작위범 성립을 검토하고 부작위범 성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론에 의하면 결제능력의 상실을 고지하지 않고 자기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한 것이 作爲의 기망행위인지가 문제된다. 항소법원은 카드사용행위를 표시중립적 행위로 보았지만, 그 행위는 독일학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설명가치 있는 행동’(schluBiges Verhalte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다수의 학자들과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법원 판례는그런 행위를 작위범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항소법원의 판단처럼 일단 결제능력과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적어도 카드신청을 할 때처럼 회원이 자신의 재정상태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담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작위의 기망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안에서 피고인의 계속된 카드사용행위는 일단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취급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판결의 정당성에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수록 법원은 자신의 결정을 더욱 자세히 근거지워야 하고, 따라서 작위범에 비해 논증부담이 더 무거운 부작위범의 형태로 논증해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이 사안에서 카드사용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되려면 제18조의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가 피고인에게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카드회원가입계약에 그런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보통거래약관으로 정해져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런 특약이 불공정거래약관의 하나로 취급될 수 있는 이상, 계약상 유효한 고지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제20조)와 다소 혼동될 여지를 무릅쓰고 항소법원이 사용한 표현인 사회상규, 그러니까 학계에서 말하는 條理나 신의칙에 의한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로서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는 있다. 항소법원은 이 신의칙에 의한 고지의무를 형법정책과 내적으로 연결짓는 탁월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해석은 단지 인식이 아니라 정책과 착종되는 것임을 통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보듯이 적절한 방향의 형법정책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항소법원의 해석에 대해서는 정책과 해석은 별개라는 전통적인 법인식론이 비판을 가해올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양보하여 그런 전통적인 법인식론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카드회원에게 그런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해석은 가능하며, 또한 더 타당하다. 즉, 결과방지의무에 대한 機能說의 해석론으로 제18조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에는 국가기관이나 사경제기구와 거래하는 개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론을 들 수 있다. 거대기구는 일반 개인에 비해 우월한 조직적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과 거래하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 속에서 스스로 위험을 방어하는 태세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에 의하면 신용카드회사와 거래하는 개인에게도 그 회사에 대한 “위험발생을 방지”할 의무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즉 국가나 사경제기구의 재산손해방지의무)가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해석과 정책을 분리하더라도 항소법원의 판단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③ 만일 이 사안을 삼각사기로 본다면 회원의 고지의무는 피기망자인 가맹점에 대해서도 인정될 여지가 있다. 가맹점은 카드회사와 같이 거대한 조직력과 지배력을 갖지 못한 작은 상점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가맹점은 카드사용자의 지급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계약상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카드소지인과 명의인의 동일성을 확인할 계약상 의무마저 무관심한 것이 거래현실이다. 이 현실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고지의무를-따라서 항소법원이 판시하듯 기망행위를-인정할 필요도 근거도 없게 된다. 하지만 다시 한 걸음 양보하여 카드회원에게 법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더라도 피기망자인 가맹점은 지급능력에 관해 무관심과 무의식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가맹점에게 사기죄의 두번째 요건인 착오가 발생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이럴 경우 (삼각)사기의 미수가 성립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가맹점이 착오를 갖지 않는 현실이라면 고지의무위반이라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는 불능범(제27조)으로 처리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④ 카드회원이 결제능력 없이 전화자동응답시스템으로 대출을 받은 행위도 가맹점에서 물품과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한, 기망행위로 파악될 수 없다. 설령 기망행위로 인정한다 해도, 피기망자가 사람이 아니라 정보처리장치이므로 착오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착오요건의 충족은 기계를 의인화하는 수사학적 차원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또한 기망행위 요건의 충족은 인정하더라도 가맹점을 피기망자로 하는 삼각사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카드론이용행위는 사기미수범이 아니라 사기불능범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2. 신용카드체계와 형법정책 이 사안에서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다. 특히 항소법원이 지적한 카드회사의 모럴헤저드는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타인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이 불법유형에서 차별적임을 전제로 한다. 후자는 외부로부터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서 그 불법유형이 절도나 사기 등과 매우 유사하다. 이에 비해 전자는 신용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의 일탈행위이며, 그 불법유형은 계약위반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그런데 세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3가지 종류의 신용카드계약에 내재된 도덕원칙(Moralprinzip)은 그런 계약과 거래를 통해 모두가 권리와 의무, 기회와 부담을 형평있게 누리게 된다는 점에 있다. 회원은 포괄적 신용을 얻되 회비와 결제대금이자를 부담하고, 가맹점은 수수료를 부담하되 대금지급을 안정적으로 제공받고 회원의 소비성향증대에 터 잡은 매출의 증가라는 이익도 얻는다. 이에 비해 카드회사는 가맹점에게는 대금지급을 보장하되 수수료를 얻으며, 회원에게는 포괄적으로 신용을 공여하되 회비를 얻는다. 그런데 이때 카드회사가 누리는 이익은 무엇보다도 포괄적인 신용공여를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 기초한다. 바꿔 말해 카드회원자격의 부여는 카드회사가 스스로 자신의 거대조직을 활용하여 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위험은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카드회사는 신용공여실패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는 신용공여로부터 어떤 이익도 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항소법원이 펼친 해석정책은 바로 이런 도덕원칙에 지향되어 있다. 카드회사의 신용카드남발은 불량회원과 부실채권을 증가시키고, 결국에는 카드회사가 스스로를 재정위기에 빠뜨림으로써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므로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도덕원칙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라는 목적에서 보더라도 역기능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형법해석은 그와 같은 모럴헤저드를 촉진시키는 카드회사의 후견인 역할을 거두어들이고, ‘스스로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는’ 피해자학적 관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거시적으로 신용카드형법은 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들이 스스로 일탈행동을 예방하고, 손실위험을 조정하는 자율적 조절메커니즘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구조정책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형법의 보충성원칙은 그런 방향의 형법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형법정책이 그런 요구에 응할 때 형법의 정당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바로 그와 같은 이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2003-10-27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근로자의 지위
法律新聞 第2017號 法律新聞社 解雇의 效力을 다투고 있는 勤勞者의 地位 金裕盛 (서울大法大敎授) ============ 15면 ============ 大法院全員合議體 90年11月27日宣告, 89도1579判決 이 판결에 대해서는 이봉구변호사의평석이 1991년1월31일字 법률신문에나와 있으므로 사실관계는 생략하였다. 1, 판결요지 【다수의견】 근로자가 해고된 후 해고의 효력을 다투면서 노동쟁의에 참여한 것은 쟁의행위에 관하여 직접근로관계를 맺고있는 근로자로서의지위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보아야지 제3자로서 개입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반대의견】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한 때에는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므로 법원의 가처분등에 의하여 해고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한 노동위원회에 그구제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근로자의 지위가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고 볼수없다. 2, 판결의 검토 이번 대법원판결의노동법적 쟁점은 근로자가 해고된후 해고의효력을 다투면서 쟁의행위에 참가한경우 그근로자를 노동쟁의조정법제13조의 2가 쟁의행위에의 참가를 금지하고 있는 제3자로 볼수있는가하는 문제였다. 이에 관련하여 특히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를 근로자가 아닌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제3조 단서 4호의 단서조항이 노동쟁의조정법의 해석에 적용되는가 하는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간에 이견을 보였던 것도 이문제에관한 견해의 상이가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있는 근로자가 쟁의행위에 있어서 「제3자」인가의 문제를 고찰하는데 있어서는 먼저 염두에 두어야할것이 있다. 그것은 이른바 「제3자 개입금지」를 어떻게 볼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노동쟁의조정법제13조의 2등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동조항등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1990년1월15일). 그러나 그 결정은 동조항등의 적용현실로 보나 법논리적으로 보나 수긍하기 어려운점이 많았다.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요컨대 쟁의행위의 위험성과최후수단성에 비추어 쟁의행위는 원칙적으로쟁의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부담하는 당사자의 책임하에 자주적으로이루어져야하고, 동조항은 근로자들이 전문가등의 상담이나 조력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것이 아니므로 이는 헌법상근로3권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를 규제하기위한 입법일뿐이고 또한 노동관계당사자가 아닌 쟁의행위에 개입한 제3자는 헌법제33조의 제1항의 권리주체도 아니고, 제3자의 개입금지는 근로자측으로의 개입뿐만아니라 사용자측으로의 개입도 규제하고 있으므로 평등의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도 동조항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조종, 선동, 방해와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적어도 조종, 선동, 방해의 결과에준하는 영향을 미칠 목적이어야 하고 개입의 정도도 조종, 선동, 방해에 준하는 것이어야 함을 알수있어 헌법제12조의1항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다른것들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다음의 점에서 찬성할수 없다. 즉 쟁의행위가 노사관계당사자사이에서 자주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주장에는 동조하지만 이 자주성이 논리적으로 제3자의 개입을 금지하는 것과연결될수 있겠는가하는점에서 의문이 있다. 즉 쟁의행위라는 것이 산업사회의 보편적 현상이고, 쟁의행위의 자주성도 근로3권이 보장되고 있는 국가들에서 본질적으로 요구되는것이지만 제3자개입금지와 같은 규정은 쉽게 외국의 입법례를 찾을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자주성과 제3자개입금지가 법논리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힘들고 도리어근로3권을 보장하여 노사간의 힘의 대등을이루도록 하려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본다면외부의 조력을 받을권리가 근로3권에 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할것이다 (개입하는 제3자의 표현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라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더구나 노동조합법제12조의 2와 노사협의회법 제27조등을 함께 고려한다면 제3자개입금지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규정되고 있는바 이는근로3권의 보장의의를 극히 해하는것이라 아니할수 없다. 집단적 노사관계의 법원리라고 할수있는 노사자치주의에서 요구하는 자주성은 주로 불필요한 국가의 개입 특히 司法의 개입의금지를 요구하는 것이었지 사인의 개입금지를 요구한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있다. 또한 이 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주장은 이 조항의 규정형식과 법적용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것이다. 이상과 같은 논거와죄형법정주의등에 비추어 본다면 헌법재판소의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가 가지고 있는 위헌적 개연성으로 인하여 동조항의 저용이나 해석에 있어서는 고도의 신중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대법원판결을 살펴보자. 먼저 동조항의 목적과 취지를 해석함에있어서 반대의견은 쟁의행위의 노사관계와 국민경제에 대한 부정적 파급력만을 부각시킴으로써 동조항의 의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이에따라 동조항의 해석에 있어 제3자의 예외를 넓게 인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즉 반대의견은 『쟁의행위에 있어서 제3자의 개입을 금지한 이유는 쟁의행위는 노사의 대항관계속에서 실력에 의하여 노동관계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것을 목적으로하는 집단행위로서 이로인한노사쌍방의 손실은 물론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전체에 미치는 영향이크기때문에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개입하여 상대방에게 압력을 가함으로써 노사분쟁이 사회전체에 확대되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려 함에 있다고 할것이다. 따라서 업무의 정상적인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는 노사의 양식에따라 가급적 회피되어야 하며 쟁의행위가 발생한 때에도 노동관계당사자의 자주적인 노력에의하여 평화롭고 신속하게 해결되어야 할것이다』고 하면서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제3자의 범위는 법문에 명시된대로 엄격히 해석하여야 하며 그 의미를 확장해석하거나 다른 법규정으로부터 유추해석하여 제3자의예외를 넓게 인정하는것은 위 법률의 입법목적에도 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동조항의 위헌적개연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쟁의행위가 가지는 긍정적 요소, 즉 잠재적노사갈등을 해결하여 산업민주주의와 건전한노사관계로의 발전가능성 및 국민분배구조의 개선책의 하나라는 점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쟁의행위에대한 부정적 면만을 전제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다수의견 역시 동조항이 가지고 있는 위헌적 개연성에 대한 적시가 없는점에서 아쉬움이 있으나 동조항을 집단적 노사관계법상의 다른 조항들에의해 제한하려 한 점에 있어서는 상당한 합리성이 엿보인다. 다음으로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근로자의 제3자여부에 관해서보면 반대의견은 앞서말한 동조항의 취지에비추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용자가 근로자를해고한 때에는 근로자의 지위는 상실하게 되는것이므로 그 해고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별론으로 하고 법원의 가처분등에 의하여 그 해고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한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신청하거나 법원에 해고무효소송등을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자의지위가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수 없다』 또한 그이유로서 다음의 것들을 부가하고 있다. 『사법상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데 기한의제한이 없는 우리의실정법하에서는상당한시간이 지난후에도 해고의 효력을 다툴수가있는것인데, 이와같은 경우에 해고의효력을 다투기만 하면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여 제3자라고 할수없다고 한다면 제3자에 대한예외를 넓게 인정하게됨으로써 쟁의행위의 신속한 해결을바라는 법의 정신에도 어긋나게 될뿐 아니라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게 되고』, 『사용자가노동조합의 설립이나 존속을 저지하는것을 방지하기위한 장치로 규정된 노동조합법 제3조4호의 단서조항을노동관계의 공정한 조정과 노동쟁의 예방 또는 해결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노동쟁의조정법에까지 그대로 유추하여적용하는것은 무리한 법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위의 주장은 지면관계상 다른것에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다음의 점에서 전혀 타당하지 못하다. 그것은 노동조합법 제3조4호의 단서규정의 의의에 관한 것이다. 산업별노조가 주종을이루는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별 노조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 개별 사용자의 해고권남용에의해 조합설립을 비롯하여 모든 조합활동이현실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받을수 있고 실제로 그러했던 경험에비추어 조합원 및 노동조합을 보호하기위해 만들어진 확인적 규정인 동규정은 노동쟁의조정법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그것은 노동법의통일적 운용 특히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통일적 운용이 법 자체에 예정되고 있기때문이다. 노동조합법의 총칙규정들은 (목적조항은 제외하고)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총칙적 규정들로서 비록 노동쟁의조정법등 다른법에 준용규정이 없다하더라도 특별규정이 없는한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므로 노동조합법제2조 (정당행위),제3조 (노동조합의 의의),제4조 (근로자의 의의),제5조 (사용자의 의의)등은 노동쟁의조정법에 그대로 적용되는데 유독 제3조4호 단서만이 노동쟁의조정법에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수의견의 주장이 타당하다. 즉, 근로자가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되었다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내에 그 해고가 부당노동행위이거나 무효라고 주장하고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이나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그가 근로자의 신분이나 당해노동조합의 조합원 또는 임원의 신분을 계속 보유함을 주장하면서 당해 노·사관계내부에서 쟁의행위를 하는 근로자는 여기에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상으로 간략하게이번 대법원판결을 살펴보았지만, 요컨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의 제3자여부에 관해 다수의견에 찬동하면서도 다시한번 지적하고 싶은점은 제3자의 쟁의행위에의 개입을 금지한 규정자체가 상당한 정도로 위헌적 계기를 가진 조항이라는 점과 그렇기때문에 동규정의 적용에있어 행위주체, 행위태양등 모든 면에 걸쳐 매우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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