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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한 피수용자의 당사자적격 상실 여부
1. 사실관계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12년 4월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하 ‘피고’)가 시행하는 본건 보금자리주택사업에 관하여 주식회사 씨○○○○○(이하 ‘원고’)가 운영하는 공장 영업시설을 이전하게 하고 원고의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68억2575만 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수용재결을 하였다. 원고는 위 보상금을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한 뒤 2012년 5월 22일 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의 채권자들은 본건 소 제기일 이후부터 원심판결 선고일 이전까지 사이에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추심명령(이하 '본건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받았다. 2. 소송의 경과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2심 선고시까지 본건 추심명령에 관하여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아니하였으나, 2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면서 추가적으로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였다. 3. 본 사안의 쟁점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가 본건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여부이다. 4.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i)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토지소유자 등이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때 사업시행자를 피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는 당사자소송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재결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 (ⅱ)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문은 (항고소송인)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재결에 대하여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 법률상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ⅲ)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은 토지보상법 제34조, 제50조 등에 규정한 재결절차를 거친 뒤 그 재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만 제기할 수 있다는 점, (ⅳ) 손실보상금 채권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또는 행정소송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존부 및 범위가 확정된다는 점, (v) 채권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채권의 확정을 위한 절차에 참여할 자격까지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대상판결은 종전에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경우 원고인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는 취지로 판단한‘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두9526 판결’(이하 ‘종전 대법원 판결’)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소제목 5.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추심명령에 의한 채무자의 이행의 소 당사자적격 상실 여부 금전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만 이루어진 경우 채무자는 제3채무자로부터 현실적으로 급부를 받는 것이 금지될 뿐이고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 한편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은 “추심명령이 있을 때에는 압류채권자는 대위절차 없이 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전채권에 대하여 추심명령이 이루어진 경우, 압류채권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추심권한을 취득한다는 점에서는 다툼이 없을 것이나 채무자가 이행의 소에 관한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채무자의 이행의 소에 관한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면서 별도로 추심채권자도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은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례는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만 판시하였을 뿐,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고 있어 의문이 남는다. 안상철 대법관도 대상판결에서 보충의견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판례의 법리는 그 자체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판시하며 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나. 종전 대법원 판결 요지 종전 대법원 판결은 위 민사소송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며, ‘원심판결 선고 당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었으나 원심 판결 선고 이후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회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종전 대법원 판결의 판단이유 손실보상금 증감 청구의 소는 실질적으로는 재결의 효력을 다투는 형식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를 하는 경우, 법원은 민사소송상 금전지급을 명하는 이행판결의 주문과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손실보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라고 선고한다. 추측건대 종전 대법원 판결은,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라는 차이는 있지만 손실보상금 증액청구의 소의 승소판결과 민사소송상 금전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보아, 손실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에서도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시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는 민사소송 판결의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라. 종전 대법원 판결에 의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1)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불가능 토지수용으로 인한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채권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나, 사업인정의 고시가 있으면 수용대상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금의 지급이 확실시된다 할 것이므로 사업인정 고시 후 수용재결 이전 단계에 있는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채권은 피압류채권의 적격이 있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7514 판결 등).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용재결 이전에 손실보상금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경우, 피수용자는 변제 등의 방법으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 또는 해제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여 손실보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피수용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상태에서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 중인 과정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이루어진다면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소 각하 판결 이후 피수용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 또는 해제한 뒤 다시 소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토지보상법 제85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재차 소 각하 판결을 할 것이다. 결국 채권자의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피수용자는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2) 채권자의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 제기 가능 여부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추심명령 이후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취득하거나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의 당사자를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 사업시행자로 정하고 있다. 관계인이란 “사업시행자가 취득하거나 사용할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사용대차 또는 임대차에 따른 권리 또는 그 밖에 토지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를 가진 자나 그 토지에 있는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이나 그 밖의 권리를 가진 자”를 말한다(토지보상법 제2조 제5호). 추심채권자는 금전채권자에 불과하고 토지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가 아니므로 관계인에게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채권자대위권은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상 권리라는 점에서, 공법관계인 행정소송을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하여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된 대법원 판결이기는 하지만, 대법원 1956. 7. 6. 선고 4289행상33 판결은 ‘행정소송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으로부터 위법한 처분을 받은 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그 이외의 자가 대위하여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도 ‘토지소유자 등에 대하여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 토지소유자 등을 대위하여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서울고등법원 2015. 4. 21. 선고 2014누7291 판결’(피고가 상고를 하지 아니하여 항소심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은 ‘수용으로 인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토지의 매수인이 손실보상금의 반환청구권(대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하여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타당한지 의문이다. 6. 결어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 당사자를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으로 정하고 있고,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토지소유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볼 근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토지소유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보면, 토지소유자나 추심채권자는 손실보상금 증액을 청구할 수 없어서 위법·부당한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다툴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대상판결의 논리가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OCI 주식회사)
압류
손실보상금
토지보상
추심
배상현 변호사(OCI 주식회사)
2023-03-23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도시계획시설사업에 따른 협의취득의 당연무효와 환매권의 행사 가능 여부
1. 대상판결 개관 가. 사실관계 ○○시장은 1997년 11월 5일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를 신설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결정이 내려진 ○○시 일대에서 주거시설, 골프장, 의료시설, 상업시설, 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시장은 2005년 11월 14일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7. 1. 19. 법률 제8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및 제88조에 따라 피고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실시계획을 인가·고시하였다(이하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합하여 '이 사건 인가처분'이라 한다). 피고는 사업시행지 내의 토지소유자들과 사업부지의 협의매수를 진행하였고, 2006년 5월 18일 원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및 지장물을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토지에 관하여 2006년 5월 19일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피고는 그 무렵 원고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토지를 수용당한 토지소유자들이 이 사건 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인가처분 등 총 15개의 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그 소송의 제1심 법원은 2017년 9월 13일 이 사건 인가처분 등 위 15개의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2018년 9월 5일 항소기각 판결을, 대법원이 2019년 1월 31일 상고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제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 원고는 2016년 4월 20일 관련사건에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로 확인되었음을 들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환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이 사건의 쟁점은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 그 협의취득도 효력이 없다고 볼 것인지 여부와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당초의 토지소유자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제1심 법원과 원심 법원은 이 사건 사업이 원시적인 불능인 경우에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의 요건인 '해당 사업의 폐지', '필요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환매권 행사를 받아들였다(제1심 판결 : 원고 청구 인용, 원심 판결 : 항소기각).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하는 이상 그 협의취득도 무효로 보아야 하고, 협의취득이 무효인 경우 협의취득일 당시의 토지소유자가 소유권에 근거하여 등기 명의를 회복하는 방식 등으로 권리를 구제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인 경우 협의취득의 효력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은 재산권의 공권력적·강제적 박탈임에 반하여 협의취득은 사업시행자와 토지 등 소유자 간의 사법상 매매계약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고, 대법원도 이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두51719 판결). 대법원은 그 논리적 귀결로 협의취득으로 인한 사업시행자의 소유권 취득은 승계취득이고(위 2016두51719 판결), 당사자 간의 합의로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손실보상의 기준에 의하지 않는 매매대금을 정할 수도 있으며(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2242, 2259 판결),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그런데 협의취득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협의취득을 사법상 매매계약으로만 취급할 수는 없게 하는 속성을 찾게 된다. 첫째, 토지 등 소유자가 사업시행자와 협의를 하게 되는 배경에는 꽤나 강력한 심리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자와 협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사업인정을 받아 곧바로 수용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토지보상법 제20조, 제30조, 제45조). 토지 등 소유자로서는 토지 등을 스스로 내어 놓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Take it or Leave it' 상황에서 한 선택을 온전히 자발적 또는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둘째, 토지보상법 시행령 제8조에서는 협의의 절차 및 방법 등을 규율하고 있고, 토지보상법 제29조에서는 협의가 성립된 경우 사업시행자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협의성립 확인을 받아 재결과 같은 법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협의취득의 경우에도 그 사업이 폐지·변경되어 토지 등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경우 환매권을 인정한다(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 이처럼 협의취득에도 여러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이를 사법적 규율의 영역에 머물게 하는 것은 자칫 관련 문제의 해결에 있어 구체적 타당성을 흠결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정책적인 측면에서 사법상 매매계약의 형식을 빌려 필요 이상의 과다한 토지 등을 취득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협의취득을 사적 자치의 영역에 온전히 맡겨둘 수는 없다고 새기는 것이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이념에 부합한다(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2헌가15 내지 17, 20 내지 24 결정). 결국 토지보상법에 따른 협의취득은 공법적 규율을 받아야 하고,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가 되더라도 그 협의취득은 어디까지나 사법상 매매계약일 뿐이므로 그 처분의 당연무효가 매매계약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구성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에서는 협의취득의 경우에도 공익적 필요성이 있고, 법률에 의거하여야 하며,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위 요건을 결한 경우 그 협의취득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협의취득이 사업시행자가 아닌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은 법률에 의거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라는 것은 공익적 필요성 요건을 각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처분이 당연무효이므로 협의취득도 무효라는 법리가 아니라 헌법상 공용수용의 정당화 기제에 준하여 협의취득의 요건을 구성하고서 그 요건을 흠결하였기 때문에 협의취득이 무효로 된다는 법리를 구축한 것은 협의취득의 공법적 성격을 잘 살려낸 것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나.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환매권의 행사 가능 여부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는 공익사업의 폐지·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에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대상판결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다. 첫째, 문리해석의 관점에서 '폐지'나 '필요 없게 된'은 처음에는 필요하던 것이 후발적인 사유로 필요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이들 어휘는 그 자체로 '사정변경'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협의취득 당시와 환매권 행사 당시에 사정의 변경이 없이 애당초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이들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새기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나아가 '그 밖의 사유'는 같은 항 제2호에 따라 사업의 완료를 전제로 하므로,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여지도 없다. 둘째, 권리구제의 관점에서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토지소유자는 계속 보유하고 있는 소유권에 기하여 등기명의를 회복하거나 점유를 이전받을 수 있어 환매권의 이론상 근거인 공평의 원칙을 거론할 필요가 없고, 환매권의 불인정이 토지소유자의 권리구제에 공백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셋째, 법관념의 측면에서도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는 소유권이전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그 효력이 없는 경우와 같다고 볼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 소유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자가 소유권을 돌려받는 환매계약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어색하고 지나치게 의제적이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토지보상법에 따른 협의취득은 실질적으로 수용의 전단계로서의 공법적 의미를 갖는다. 대상판결에서 이 점을 확인하고 협의취득의 요건을 공용수용의 헌법상 정당화 기제에 기반하여 구성한 것은 자칫 '당사자의 자유의사'라는 도그마에 갇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우려가 있는 '협의취득의 남용'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정기상 고법판사(수원고법)
토지
토지보상
환매권
도시계획시설
정기상 고법판사(수원고법)
2022-05-02
행정사건
하천수 사용허가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인가
1. 대법원의 판시 내용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하천법 제33조에 의한 하천점용허가권과 마찬가지로 특허에 의한 공물사용권의 일종으로서,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이 양도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민사집행법상의 집행 역시 가능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구체적인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6조 제1항이 손실보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 2. 평석 1) 하천수 사용허가의 법적 성격과 재산적 권리성 하천법 제50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하천수 사용허가는 허가를 받은 자에게 일정 기간 하천수라는 일종의 자연공물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설정해 주는 형성적인 특허처분이다. 하천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서 생활·공업·농업·환경개선·발전·주운(舟運) 등의 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하천법 제33조에 따르는 하천점용허가에 비하여 제55조의 하천수 사용허가에 대한 판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하천점용허가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례를 근거로 하여 하천수 사용허가를 형성적 특허처분으로 정의한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다만, 필자는 기존에 판례와 학설상 특허처분으로 인하여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가 형성된다는 일종의 교조적(敎條的)인 법리가 가지는 타당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가 댐건설사업 과정에서 원고의 용수시설을 포함한 발전설비 일체를 토지보상법에 따라서 수용하였는데, 원고의 이 사건 댐을 구성하는 지장물 및 영업권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졌으나 하천수 사용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금이 산정·지급되지 않았다. 원고는 그에 관한 재결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처분이 공물에 대한 특별사용권을 설정하는 특허처분으로서 강제집행의 대상으로서 독립된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권리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미시적으로는 양도가 자유로운 권리와 민사집행법과 같은 민사법 영역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또는 공공부문이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인의 권리를 수용하고 그에 따라 제기되는 보상이 원인이 된 헌법과 토지보상법 등의 공법적 문제임을 간과할 수 없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가 권리이며 민사집행의 대상이 되는 가의 문제와 동시에 하천수 사용허가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해당하는지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우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댐건설을 위한 헌법상 공공필요와 토지보상법의 수용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하천수 사용허가에 따르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라는 재산적 권리가 침해되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사적 유용성과 임의적인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보다 세부적으로 ‘사적 유용성’, ‘임의적 처분권’, ‘구체적인 권리’라는 세 부분의 구성요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하여 발생한 법적 지위는 특정한 하천수의 물량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 유용성을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권리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임의적인 처분과 관련하여서는 하천수 사용허가를 대상으로 하여 이를 매매하거나 담보제공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시장이나 장외거래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는 이를 임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개념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천수 사용허가가 이루어지는 경우 허가신청자가 상당한 액수의 부담금 등을 하천관리청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이는 일종의 자기기여금(自己寄與金)으로서 하천수 사용허가가 재산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하천관리청이 하천수 사용허가를 하는 경우 신청인은 행정업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수수료조차 지급하지 않는 것이 실무상의 관행이다. 향후 입법적인 조치에 따라서 호주나 미국의 텍사스주 등과 같이 하천수 사용허가권을 자유롭게 사고 파는 시장이 법제화 되어 일정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모르되, 단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허가량을 사용하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머무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하천관리청이 공익의 실현자로서 하천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자원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의 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하는데 그 제도적인 설계의 중심이 두어질 뿐 이를 거래의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인에게 재산권과 같은 고착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는 취지를 달리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기득화된 권리의 보장보다는 미래의 수자원 예측에 따르는 행정의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의 원리가 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천법 제53조에 따라서 환경부장관은 가뭄의 장기화 등으로 하천수 사용 허가수량을 조정하지 아니하면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등 하천수의 적정관리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하천수 사용자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하천수 허가수량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향후 기후변화와 건천화(乾川化)에 따르는 수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고 산업활동에 필요한 수자원의 전반적인 이용배분을 재조정하려고 하여도 하천수 사용허가를 재산적 권리로 인정하는 경우 손실보상에 필요한 국고부담은 물론 기득하천사용권자의 저항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2) 하천관리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운 양도가 가능한가? 대법원은 하천법 제5조와 제33조 제1항을 거론하면서 하천수 사용허가를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천법 제5조는 ‘권리·의무의 승계’라는 표제 하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허가 또는 승인으로 발생한 권리·의무를 가진 자가 사망하거나 그 권리·의무를 양도한 때 또는 그 권리·의무를 가진 법인의 합병이 있는 때에는 그 상속인, 권리·의무를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이 그 지위를 승계한다(제1항). 제1항에 따라 권리·의무를 승계한 자는 국토교통부령 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관리청 또는 환경부장관에 신고하여야 한다(제2항). 물론 이 규정에는 ‘양도, 양수’라는 용어가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양도와 양수는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권리와 의무가 상속이나 법인의 합병 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것이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를 매매하거나 임대차의 대상으로 하는 등 적극적인 양도나 양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허가수리권이 거래되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허가수리권을 매매하거나 임대차, 담보제공 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상황이 아니다. 하천법 제5조의 제목 자체도 ‘권리·의무의 양도’가 아니라 단순 ‘승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가 실무상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A라는 회사가 하천관리청으로부터 공업용수의 사용을 위하여 하루 10톤의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A회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공정에서 물사용을 효율화한 결과 상당 부분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고 남는 물 전부 또는 일부를 최근 설립한 자회사인 B회사와의 계약을 통하여 유상으로 양도하였다. B회사는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고 하천관리청에 신고만하면, 양자 간의 계약은 유효한가?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긍정적인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긍정한다면 사인간의 약정으로 하천수 관리라는 국가의 자원관리행위를 우회하고 잠탈하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며, 하천관리행정은 무력화되고 강행규범인 하천법 제50조는 형해화된다. 3. 맺는 말 기본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만 할 생각은 없다. 법원은 국회나 정부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일정한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기관은 아니고 일차적으로는 당해 소송사건에 집중하여 심리하고 법률적인 판단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헌법상 권한과 의무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이 하천수 사용허가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에너지원과 자연자원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허가나 특허처분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과도한 법적 지위를 설정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는 전향적인 입장선회를 기대한다. 굳이 공공신탁이론(公共信託理論)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헌법 제120조 제2항에 따라서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므로 그 누구도 이를 독점하거나 과용(過用)할 수 없으며, 미래세대와 자손만대를 위하여 세대 간의 정의와 형평성을 우리 기성세대가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하천수
사용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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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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