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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텔레비전방송수신료부과처분취소'에 대한 헌법적 고찰
Ⅰ. 서설 최근 대법원은 “시원적 행정주체인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처분청은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매우 유의미한 판결(대법원 2023.9.21. 선고 2023두39724판결, 이하 ‘본 판결’이라 약칭합니다)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본 판결에 대한 사건의 경위 및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 헌법재판소에서 강조한 행정작용에 대한 적법절차원칙의 중요성 그리고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당사자라는 지위로서의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원칙이라는 논리와의 정합적 맥락에서 본 판결의 헌법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Ⅱ. 사건의 경위 대한민국은 “한국방송공사(KBS)로부터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공사가 공군 부대에 TV 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의무(§21), 의견제출기회의 보장(§22) 및 행정처분의 이유제시 (§ 23)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하다”라는 이유로 한국방송공사(KBS)를 피고로 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영내 독신자숙소 및 외래자숙소에 위치한 TV 수상기에 부과된 수신료 260여 만원의 부과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Ⅲ. 판결의 내용 원고 대한민국은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습니다. 이에 피고 한국방송공사(KBS)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인의 범주에서 국가를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행정절차법의 예외 사유에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바,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처분도 행정절차법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논지 하에 한국방송공사(KBS)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절차법의 규정과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국가를 일반 국민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라는 1심과 2심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입니다. Ⅳ. 판결의 의미 1. 적법절차원칙의 보편적 규범성 확인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 법제에 있어 영미법계의 적법절차원칙은 다소 어색한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 제331조 단서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 (헌재 1992. 12. 24. 92헌가8) 결정에서 적법절차원칙을 과잉금지원칙과 독립된 위헌심사기준으로서 신체의 자유 영역을 넘어서 국가의 모든 공권력 작용을 지도하는 헌법 원리로 설시한 이래로 행정작용 전반에 대한 제한 및 심사기준으로서 적법절차원칙를 원용하고 있습니다. 적법절차원칙은 현재 형사절차와 관련된 사건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공무원의 징계처분 등에서 적정성의 통제원리로, 조세법률주의 같은 실체적 합법성의 통제원리로 각각 적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국회의 입법 작용에 대해서도 적법절차원칙의 준수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즉 적법절차원칙은 우리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국가작용 전반에 관한 일반적 규범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최근(2023. 3. 24.) 개정 및 시행되고 있는 행정절차법(§22①3호)은 ‘인허가 등의 취소, 신분·자격의 박탈 등의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청문을 시행’하도록 개정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하에 ’적법절차원칙의 일반적 규범성’과 ‘사전적 권리구제 수단으로서의 행정절차의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적법절차원칙은 행정의 법률적합성(행정기본법 §8)을 구성하는 핵심적 통제원리로서 그 체계적 지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 판례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적법절차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의무가 준수되어야 함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당사자인 국가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실현 최근 헌법재판소 (헌재 2022. 2. 24. 2020헌가12)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가집행선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행정소송법 §43는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라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재산권의 청구가 공법상 법률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만으로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에서 국가를 우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집행가능성 여부에 있어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국가가 당사자소송의 피고인 경우 가집행의 선고를 제한해, 국가가 아닌 공공단체 그 밖의 권리주체가 피고인 경우에 비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본 결정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서 대등한 지위의 당사자에 불과한 국가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본 판결은 통상적으로 행정기관의 국민에 대한 침익적 처분에 의해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가 아니라, 국가가 행정기관의 침익적 처분의 수범자가 되는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적 수범자와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최근 판례의 흐름은 국가가 침익적 행정처분과 소송의 당사자인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 판결은 그러한 판례의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TV수신료
방송법제64조
국가
당사자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2023-11-05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제한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의 규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 … 피고(대한주택공사)가 2002.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Ⅱ. 問題의 提起 판례는「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國家契約法’이라 한다) 제27조에 따른 입찰참가제한조치, 즉, 행정청이 행한 것은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에(대법원 1999.3.9. 선고 98두18565결정 등), 정부투자기관이 행한 입찰참가제한은 사법적 효력만을 갖는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부3결정 등) 그런데 1999.2.5.자 政府投資機關管理基本法(이하 ‘政投法’이라 한다)의 개정에서 입찰참가제한행위에 관한 규정(동법 제20조 제2항, 제3항)을 둔 이후엔 그것의 처분성이 주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개정법상황에선 판례가 당연히 처분으로 볼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물론 최근 행정심판사건(2006. 4. 10. 의결 행정심판재결례 200601311. 여기서의 피청구인이 한국전력공사인데, 대법원 99부3결정의 피고 역시 한국전력공사이다)에서도 그것의 처분성이 인정되었다. 근거규정의 마련만으로 법적 성질의 180 ?변화가 초래되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관건은 처분성인정이 과연 현행 행정절차법 등에서의 처분개념정의에 터 잡은 행정법도그마틱에 합당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앞의 행점심판사건에서 기각재결이 내려졌는데, 이에 청구인이 불복하여 입찰참가제한을 소송대상으로 삼아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 쟁송법적 물음이 제기된다. 여기선 공론화를 도모하는 정도에서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處分性 여부의 물음 1. 處分性認定의 論據 한정된 지면에서 주장의 논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개정 政投法에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정부투자기관이 본래적 의미의 행정청의 지위에 있진 않지만, 고권적 규율을 예정한 개정 政投法 규정에 의해서 그 한도내에선 행정권한의 대리 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리에 의하여 일종의 행정청(준행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다른 국가기관 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즉, 법개정과 관련없이 준처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같은 공법인은 기능적 자치행정주체로서 행정조직법상 행정주체이어서, 이들의 공권력행사는 그 법적 근거의 유무와 무관하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홍준형,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법적 성질, 법제, 1997.7., 13면 이하; 이광윤,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법제, 2001.6., 3면 이하; 김남진, 공사 등의 입찰참가자격정지의 성질, 고시연구 2001.10., 133면 이하; 이원우,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의 개념요소로서 행정청, 저스티스 제68호, 2002.8., 160면 이하; 박정훈,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법적 제문제, 서울대 법학, 제46권 제1호, 2004.12., 282면 이하 참조). 2. 管見 1) 공공계약의 법적 성질에 따른 問題點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의 성질은 관련 논의에서 결정적이다. 그것이 사법관계에 해당하면, 관련한 논의는 원칙적으로 사법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판례(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는「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國家契約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이 판례에 대한 공법적 관점에서의 비판으로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2005, 163면 이하 참조). 따라서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는 사법관계이고, 이런 기조는 정부투자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경우에도 정부투자기관의 법적 성질을 떠나서 당연히 통용된다. 법률관계의 법적 성질과 무관하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의 법적 성질을 논하는 것이 문제된다. 특히 해당 법률관계가 사법관계일 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을 따로 공법행위(행정행위)로 구성하는 것이 주장된다(이른바 二段階理論). 二段階理論은 과거 독일에서 50년대 초에 ‘이브닝드레스의 에바’란 제명의 영화제작지원(채무보증)거부사건의 감정의견에서 H.P. Ipsen이 주장한 것이다. 이는 권리구제확대를 위해 사법관계에 어떤 식으로 든 공법적 통제를 개재시키기 위한 고심의 소산이었다. 한편으론 법치국가적 구속을, 다른 한편으론 형성된 사법관계의 유지를 견인한다 점에서 二段階理論은 이상적 해결방안인 양 여겨져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제적인 이원적 구성에 따른, 법리상의 태생적 취약점(구분곤란함 등)이 지적되면서, 그것은 급속히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지금엔 일원적 구성이 지배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공법계약에 관한 인식이 고조되었고, 더불어 行政私法理論의 등장으로 사법적 행위방식에 굳이 공법적 성립행위(행정행위)를 삽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계약을 사법상 계약을 볼 때, 명문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는 식으로 구태여 二段階理論의 성립을 규정하지 않는 한, 낙찰자결정(國家契約法 제10조)은 물론 입찰의 참가배제(제한) 역시 공공계약의 사법적 준비행위에 불과하다(이 점에서 國家契約法상의 행정청에 의한 참가제한행위를 처분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再考되어야 하며((同旨: 이상규,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Ⅰ, 1992, 127면 이하)), 특별사법적 효과를 지닌 國家契約法을 行政私法的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우리의 공공계약 및 입찰참가제한에 해당하는 공공발주 및 발주제한을 비롯한 전체 과정을, 유럽공동체법에 따라 관련 법규정에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으론 여전히 사법적 견지에서 바라본다). 여기서의 논증은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통용된다. 2) 처분의 개념적 징표에 따른 問題點 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행정청, 공법행위, 직접적 법효과의 발생과 관련하여 논증상의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여기선 행정청과 관련해서만 보고자 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과 행정절차법 제2조 제1호에서의 행정청 개념은 실질에 맞춰지기에, 권력분립하의 행정조직에 속한 것(조직법적 의미)만이 아니라 입법부나 사법부에 속한 것(기능적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그것의 실질적, 기능적 의미는 간접적 국가조직인 공공단체나 공무수탁사인까지도 행정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명히 발휘된다. 그런데 법인체형공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은 정부가 출자하며,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근거법률에 의해 성립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행정청형공기업과는 달리 국가의 행정조직밖에 위치하며 그 존재형식은 사법인(사법주체)이다(이런 사법인을 독일에선 ‘사법적으로 조직된 행정주체(Verwaltumgstrager)'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법적 조직을 행정주체에 귀속하여야 하는지의 물음은 행정주체개념의 廣狹에 따른 개념형성의 문제라고 한다. Vgl. Maurer, Allg.VerwR, 15.Aufl. 2004, §21 Rn.15ff.). 공법의 작용형식을 사용할 권능이 결여되기에, 이런 기관은 사법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Ehlers, in: Erichsen/Ehlers, Allg.VerwR, 12.Aufl., 2002, §2 Rn.47). 즉, 조직형식과 작용형식의 구분에 따른 작용형식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요컨대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는 일종의 형식적 또는 조직적 私的化(민간화, 민영화)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임무 그 자체는 여전히 공적이지만-그러나 고권적이진 않다-, 임무의 조직이 사적화되었다. 이런 기관을 다시금 기능적, 실질적 의미의 행정청개념으로 포섭하면, 자칫 私的化를 무색케 하는 公的化(Publifizierung)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법률에 의해) 고권적 권능이 이들 사법주체인 기관에게 위탁된 경우에는 법상황이 다르다. 이런 경우엔 공무수탁사인의 지위를 갖는다. 3) 政投法의 성격에 따른 問題點 본래의 행정청이 아닌 기관(사인)이 행정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있어서, 관건은 법령에 의한 행정권한의 귀속이나 위임(위탁)이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개정 政投法에서의 근거규정의 마련이 처분성인정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과연 政投法 제20조 제2항을 통해서 행정권한이 정부투자기관에게 성립하였는가? 國家契約法상의 당해 행위의 처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이런 기조와는 무관하게 政投法상의 당해 행위 역시 처분성을 갖지 못한다. 처분개념정의상의 공권력행사의 의미는 행정행위가 고권적 조치이어야 함을 나타낸다. 여기서의 “고권적”이란 것이 공법적인 것을 뜻하는지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판례는 독일에서의 지배적 입장과 비슷하게 바로 공법행위를 대입시킨다(한편 현대민주국가에선 官憲國家의 殘痕인 ‘고권적’이란 표현은 ‘공권력행사’, ‘행정적’, ‘공법적’이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Vgl. Emmerich-Fritsche, Kritische Thesen zur Legaldefinition des Verwaltungsakts, NVwZ 2006, 762ff.). 그런데 政投法 자체는 일종의 정부투자기관까지도 널리 포함시킨 간접적 국가조직을 규율하기 위한 內部法일 따름이다. 따라서 內部法에 불과한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규정만으론 국민에 대한 직접적 개입 즉, 공법적 효과를 성립케 하는 근거로 삼을 순 없다. 설령 한국전력공사법 등과 같은 개별법률에 규정을 두었더라도, 입찰참가제한 그 자체가 공권력행사가 아니기에 변함이 없다. 결국 당해 행위로 비롯된 법효과는 결코 공법적 차원의 것이 되지 못한다. 판례는 國家契約法 및 그 시행령상의 입찰절차나 낙찰자 결정기준에 관한 규정의 성질을 ‘국가의 내부규정’으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4.28. 선고 2004다50129 판결 등). 이에 동법상의 입찰참가제한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再考되어야 한다. 한편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위임입법의 법리를 國家契約法 제27조 제1항과 政投法 제20조 제2항에 그대로 투영한, 헌법재판소 2005.6.30. 2005헌가1 전원재판부결정과 2005. 4. 28. 2003헌바40 전원재판부결정은 문제가 있다. Ⅳ. 行政審判裁決의 拘束의 물음 처분인 행정심판재결은 실질적으로 당초의 행정행위(원처분)와 더불어 통일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수소법원으로선 행정심판재결과는 달리 당해 입찰참가제한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을 땐,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즉, 재결을 통해서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처분의 옷을 입힐 수 있는지 여부이다(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 Aufl., 2001, §35 Rn. 272).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의 대상은 처분이다. 따라서 재결청으로선 비처분적 대상을 실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 행정행위로 변환시킬 순 없다. 즉, 당해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대상적격성을 인정하여 내린 재결은 권한하자로 위법하게 된다. 事項的 無權限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법하다. 그런데 재결의 위법성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비처분적 행위의 처분성)는 분리해서 고찰하여야 한다. 후자는 재결청에 의해 조성된 법적 외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행정심판재결이 준사법적 작용인 점에서 그것의 법효과는 고양된 존속력을 누린다. 피청구인이 재결 자체의 위법을 문제 삼아 그것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땐, 행정소송의 차원에서 별 문제가 없다. 반면 처분성이 부인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얻지 못한 청구인이 당초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을 땐, 사정이 다르다. 수소법원으로선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지 않는 한, (설령 위법할지 언정) 조성된 법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일종의 행정행위의 구성요건적 효력). 이는 원처분주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딜레마이다. 하지만, 이상에서 본 것처럼 여기서 재결을 무효로 보면 요령부득의 상황은 손쉽게 정리되고, 이런 식의 대처는 후일 유사사안에서도 주효할 것이다. 한편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면, 당초 행위의 처분적 외양은 제거되고 본래의 법적 성질(비처분성)이 부활한다.
2006-08-31
물적분할에 있어서의 연대 책임의 배제
I. 사안의 개요 피고 한국전력공사는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에 따라 그 발전사업부문을 상법 제530조의12의 규정에 의하여 권역별로 6개의 별도 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분할하기로 하고, 분할계획서를 작성하여 2001. 3. 16. 정기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은 다음 2001. 3. 30.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피고의 발전사업부문을 6개의 신설회사로 분할한 사실, 피고는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의 규정에 기하여 위 각 신설회사가 피고의 채무 중에서 출자 받은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승계하여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피고의 분할계획서 제6.1.조(총칙)에서 "피고가 도서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의 지역에서 영위하고 있는 기존의 발전사업부문에 속하거나 주로 관련되는 일체의 적극재산(재산적 가치 있는 사실관계를 포함한다.)과 소극재산, 본 분할계획이 별도로 명시하는 소극재산 그리고 동 사업에 주로 관련되는 피고의 권리와 의무 일체는 각 신설회사에 이전되며, 이전되는 적극 및 소극재산 기타의 권리의무와 사실관계 일체에 대한 계산은 설립등기일로부터 신설회사가 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규정하고, 제6.2.1.조(계약의 승계)에서 "종전의 본부, 처, 발전소, 건설소 등 사업소의 장 명의로 체결된 모든 계약, 약속, 합의, 양해각서, 의향서 또는 입찰, 입찰참가제안, 오퍼 등에 관한 피고의 권리?의무는 당해 신설회사가 승계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 산하 하동화력본부에 속하는 재산과 권리?의무는 제4신설회사인 소외 한○남부발전 주식회사(이하 '남부발전'이라 한다)가 이를 승계하기로 정하였고, 남부발전은 같은 해 4. 2. 그 설립등기를 마쳤다. II. 판결의 요지 1. 원심 판결 요지 원심 법원은 피고가 하동화력본부에 속하는 모든 재산을 출자하여 남부발전을 신설하였고, "설립되는 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 있다."라는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분할계획서에서 하동화력본부에 속하는 모든 권리?의무는 남부발전이 승계하는 것으로 정하여 상법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에서 정한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그 분할절차를 완료한 이상, 피고의 원고 하동군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한 이 사건 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손실보상채무는 분할로 인하여 설립된 신설회사인 남부발전에 이전되었고, 분할되는 회사인 피고는 이제 그 채무를 면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가 분할 전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변동이 생기게 되어 채권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분할되는 회사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으로 이를 최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의 채무관계가 분할채무관계로 바뀌는 것은 분할되는 회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제대로 거쳤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만약 그러한 개별적인 최고를 누락한 경우에는 그 채권자에 대하여 분할채무관계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원칙으로 돌아가 신설회사와 분할되는 회사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하면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가 회사를 분할함에 있어 원고에 대한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가려본 다음에 피고의 회사분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변제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단순히 피고가 회사분할을 하면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써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손실보상채무를 피고로부터 남부발전으로 이전하기로 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이제 그 채무를 면하였다고 단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회사분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III. 물적 분할과 연대책임 1. 물적 분할시의 존속 회사와 신설회사의 책임 상법 제530조의 9 제1항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또는 존속하는 회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회사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대법원이 대상 판결에서 적절히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상법은 회사가 분할되고 분할되는 회사가 분할 후에도 존속하는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책임재산은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의 소유로 분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분할 전 회사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가 분할 전의 회사채무에 관하여 連帶責任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는 바]’, 만일 이러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분할채무를 부담하도록 하면, 회사의 분할이라는 사정으로 인하여 회사의 채권자는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하여 자신의 이익이 손상되게 되므로, 분할로 인하여 분할회사의 채권자의 이익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와 같이 규정한 것으로 이러한 태도는 독일의 기업재편법 제133조의 규정에 근접한 것이라고 한다.(권기범, 기업구조조정법 [제3판] 삼지원, 395면) 이와 같이 분할당사회사들이 연대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회사가 분할되더라도 채권자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으므로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하여 따로 이를 최고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다만 만약 이러한 연대책임의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한다면 회사분할제도의 활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연대책임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신설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 받은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분할되는 회사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써 정할 수 있게 하면서, 그 경우에는 신설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그 부분의 채무만을 부담하고, 분할되는 회사는 신설회사가 부담하지 아니하는 채무만을 부담하게 하여 채무관계가 분할채무관계로 바뀌도록 규정하였다고 해석[된다.]’고 할 것이다. 2. 분할당사회사들의 연대책임의 배제를 위한 요건 상법 제530조의 9 제2항에서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분할되는 회사가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결의로 분할에 의하여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설립되는 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분할되는 회사가 분할 후에 존속하는 때에는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가 부담하지 아니하는 채무만을 부담한다.’고 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분할합병의 경우에 분할되는 회사는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결의로 분할합병에 따른 출자를 받는 존립중의 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제2항 후단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여, 위와 같은 분할당사회사들의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에 대하여, 예외를 두고 있다. 이러한 예외는 회사의 분할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신설되는 회사가 종전 분할 전 회사와의 관계에서 채무를 계속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면, 분할을 통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선택하여야 할 동기를 현저히 떨어뜨리게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한 규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상법 제530조의 9 상의 연대 책임 배제 규정의 문제점 앞에서 본 상법 제530조의 9 제2항 및 제3항에 의한 연대책임의 배제는 분할합병계약서나 분할계획서에 분할회사로부터 승계한 채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뜻을 기재하여 분할승인주주총회의의 결의를 거친 때에는 연대책임이 배제된다는 것으로 만일 본 대상 판결의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상법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에서 정한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그 분할절차를 완료하기만 하면, 피분할회사는 연대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새기면, 일견 이러한 해석이 법문의 문리해석에는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분할회사의 채권자로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주주들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결론은 채권자의 재산권이 타인에 의하여 처분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며, 입법자의 의도로 본 연대책임의 배제 규정을 통하여 이와 같은 결론은 도모하려고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만일의 상법 제530조의 9 제4항 내지 530조의 11 제2항에서 상법이 분할합병이나 물적분할의 경우 허용하고 있는 채권자 이의제출권의 적절한 보장을 위한 최고절차 등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외의 또 하나의 요건으로 요구되지 않는다면, 이를 채권자의 이익을 절차보장 없이 박탈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일부 견해는 이러한 제도가 프랑스 상사회사법 제386조 제1항을 본받은 것이라고 하면서, 법리적으로 볼 때 정작 이해당사자인 회사채권자를 배척하고 주주들이 이를 결정한다는 모순은 있으나 어쨌든 실무상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제도라고 하면서, 입법론으로 이때 채권자이의제출의 공고와 개별최고시에 연대책임이 배제된다는 뜻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상법 제530조의 7의 규정에 의한 분할계획서와 분할합병계약서의 비치 열람제공만으로는 연대책임배제의 공시방법으로서 불충분하므로, 영업양수인의 면책등기처럼 이를 등기에 의하여 공시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권기범, 앞의 책, 401면) IV. 본 판결의 의의 이러한 관점에서 본 대상 판결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이루어 졌으므로, 분할채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해석론으로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의 채무관계가 분할채무관계로 바뀌는 것은 분할되는 회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제대로 거쳤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만약 그러한 개별적인 최고를 누락한 경우에는 그 채권자에 대하여 분할채무관계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원칙으로 돌아가 신설회사와 분할되는 회사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하여, 법문의 흠결을 보완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의하면, 연대책임 원칙에 대한 예외가 인정되어 연대책임을 배제하기 위하여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외에 분할되는 회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거칠 것이 요구되므로, 이를 통하여 채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는 판결이다. 아울러, 향후 상법 개정 과정에서 입법적으로 좀더 명확한 채권자보호절차를 강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2004-12-02
공해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
I. 事案의 槪要 한국전력공사는 1983. 3.경부터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소재 서해안 부근에 서천화력발전소를 설치, 가동하여 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서천화력발전소로부터 2 내지 8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서면 앞바다인 비인만 해역에서 김양식어업에 종사하여 왔다. 서천발전소에서는 발전기를 냉각시키는 공정에서 온배수를 배출한다. 서천발전소는 1983. 3. 가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이 온배수를 배수구를 통하여 인근 바다로 배출하여 왔고, 그 배출량은 발전량의 증가와 함께 매년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김은 저온성 생물로서 수온상승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피해자들 주장에 의하면, 위 온배수가 해류를 따라 밀물시에 하루 6시간씩 피해자들의 김양식어장에 유입되어 해수온도를 상승시켰고, 그로 인하여 수온상승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아 그곳의 김수확량이 현저히 감소되었다. 서천발전소의 온배수 배출로 인한 김수확량 감소가 처음 문제된 것은 1986년이었다. 당시의 피해자들(이하 ‘1987년 피해자들’이라 함)은 1983. 3. 서천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시작된 이후 김수확량이 감소되었다는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였고, 가해자는 1987년 피해자들의 동의 하에 군산수산전문대학교 부설연구소에 용역조사를 맡겨, 1987년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피해액이 산정되었다. 그리고 이 용역조사결과에 따라 1987년 피해자들은 원고로부터 피해배상금 및 지원금으로 1,520,000,000원을 지급받으면서 비인만 해역 김양식 피해를 원인으로 한 나머지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권리포기조항을 포함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이하 ‘1987년 손해배상합의’라 함). 그런데, 1987년 피해자들을 포함하여, 피해자들은 그 후 온배수 배출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피해지역이 확대되어 왔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여 왔다. 특히 1993년산 수확량의 급격한 감소를 문제삼았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온배수 배출량 증가와 피해지역 확대는 1987. 11. 24.자 합의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므로, 1987. 11. 24.자 합의에도 불구하고 배상청구할 수 있다고 다투었다. 판결요지 과거는 물론 앞으로 영구적으로 피해보상에 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 권리포기조항은 합의당시 실제로 예측이 되었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해석, 합의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는 것은 그 실 손해액을 배상청구 할 수 있다. 연구요지 대상판결은 예견가능성까지 정면으로 부정하기 곤란하므로 실제 예견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으며 또 연도에 따라 책임액 제한을 달리 인정한 것이 타당한 지도 역시 의문이다 . II. 各級法院의 判斷 대상사건의 심리에 있어서는 인과관계의 유무도 문제되었는데, 각급법원은 피해자의 과실 내지 자연력의 기여분에 대한 판단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는 일치된 태도를 보였다. 그 근거는 원인물질의 배출, 원인물질의 유해성, 원인물질의 피해물건에의 도달, 그리고 손해의 발생이라는 간접사실이 각각 입증되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사실상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1. 一審判決(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1995. 12. 22. 선고 93가합1753, 2428) 1심법원은 1987년 손해배상합의에 의하여 ‘……과거분은 물론이고 앞으로 영구적으로 원고를 상대로 하여 위 비인만 해역의 김양식장에 대한 피해보상에 관하여 일체의 민, 형사상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고 하면서도, 1987. 11. 24.자 합의서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포기조항은 그 합의 당시에 실제로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위 1987. 11. 24.자 합의는 당시의 온배수 배출량을 고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나타날 김수확량감소율을 전제로 한 합의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1993년산 김양식 흉작은 1987. 11. 24.자 합의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므로,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그 실손해액 전부를 배상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1심법원은 원고의 채무부존재확인청구를 전부기각하고, 피고(반소원고)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과실상계 및 손익상계를 인정하여, 일반적으로는 총 10%의, 1987년 합의서에 의하여 배상받은 해당 어장에 관해서는 총 20%의 책임제한을 인정하였다. 즉, 그 근거의 하나로서 ‘……피고들은 위 1차 분쟁 당시 위 군산수산전문대학 수산과학연구소의 용역조사결과에 따라 위 발전소로부터 배출되는 온배수가 위 비인만 해역에 유입되어 김의 생육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는 해수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기 때문에 그후 원고가 위 발전소의 발전량을 늘릴 경우에는 온배수 배출량이 증가하여 위 온배수의 영향권 즉 피해해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을 들었다. 2. 原審判決(대전고등법원 2000. 10. 25. 선고 96나738, 745 판결) 항소심에서는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의 범위에 관한 1심법원의 법률론 및 사실판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만, 책임액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손익상계에 대한 언급을 없애고, 과실상계만을 근거로 하였다. 그리고, 과실상계의 근거로서, 자연적 요인과 함께 피해자들이 손해발생가능성을 ‘이미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사항의 하나로 언급하였다. 그리고, 책임제한의 비율을 다소 높여, 대개 20%(1987년 손해배상합의에서 문제되었던 어장의 경우에는 30%)로 정하였다. 3. 對象判決 대법원에서도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의 범위에 관하여 1심법원과 항소심 법원의 태도를 지지하였다.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손해배상합의에 포함된 권리포기조항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는 항소심법원의 판시를 인용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책임액제한에 관해서도 항소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지지하되, 근거설시에 있어서는 자연적 요인만을 근거로 하고, 피해자들의 예견 내지 예견가능성이라는 점은 고려대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실상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III. 評釋 1. 損害賠償合意의 拘束力이 미치는 法律關係의 범위에 관한 일반론: 교통사고·의료사고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1) 문제제기 교통사고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후 당해 교통사고나 의료사고 등으로 인한 일체의 손해에 관한 배타적 합의손해배상의 합의를 작성하는 예가 많다. 그런데, 그 합의 당시에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후유증에 대해서도 그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는가 라는 문제가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에 관해서는, 손해배상합의 당시 피해자가 예견할 수 없었고 따라서 실제로도 예견하지 못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도록 한다는 의사 없이 손해배상합의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라는 의사해석의 원칙이 판례에 의하여 확립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되어 왔다. 公害不法行爲의 경우에도 이미 벌어진 공해물질 배출행위로 인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의사해석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영업행위에 수반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사안유형에서는 문제상황이 다르다. 손해배상합의의 당사자는 향후에 동일양상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손해배상합의를 한 것으로 의사해석할 것인가? 이와 같이 의사해석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합의 이후 유해물질의 배출량이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손해발생의 정도가 확대되는 경우에 관해서는 손해배상합의를 어떻게 의사해석해야 할 것인가? 아래에서는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판례의 법률론을 먼저 개관한다. (2) 權利抛棄約定의 制限的 解釋: 不測의 後發損害論 교통사고와 의료사고 인한 후유증에 관해서는, 판례의 법률론이 매우 유효적절한 도구로서 이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즉,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에 대하여 손해배상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측의 후유증에 대하여 추가로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배상액의 합의당시에 당사자 사이에 배상범위내에 들어갈 손해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의사일치가 있었어야 하며, 후발손해는 합의 당시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예견불가능하였어야 하며, 그 후발손해는 객관적으로 볼 때 피해자가 그 사실을 당시에 알았더라면 그러한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될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70. 8. 31. 선고 70다1284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423 판결 등). (3) 權利抛棄約定의 解釋上 否定: 損害賠償金의 一部支給論 손해배상합의에 권리포기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할 것인지 문제되는 경우 이를 해석에 의하여 부정하고, 당해 손해배상합의에 근거하여 지급된 손해배상금은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론이 타당한 경우도 있다.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4108 판결은 이러한 해석론을 적용한 예이다. (4) 錯誤를 이유로 한 取消 손해배상합의도 화해의 일종이므로 민법 제733조 단서의 소정범위 내에서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사건과 같이 가해자가 장래에 새로 행하는 가해행위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런 후발손해의 발생 여하는 가해자의 의사라고 하는 주관적인 요소에 달린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가해자의 의사 여하에 대하여 일방당사자가 착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취소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5) 不公正行爲 대상사건에서 1987년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하여 공동보조를 취하고, 가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의 비용으로 조사용역을 의뢰하게 하였으며, 가해자, 피해자 쌍방이 모두 조사용역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여 손해배상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법 제103조의 불공정행위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경우로 보인다. 2. 對象判決의 檢討 가. 實際 豫見與否를 기준으로 하는 不測의 後發損害論 대상판결은 不測의 後發損害論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1987년 손해배상합의에 의하여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요건에 대한 설시는 교통사고 및 의료사고에 대한 기존 판례의 설시와 지극히 흡사하다. 다만, 1987. 11. 24.자 합의서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포기조항은 그 합의 당시에 실제로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상판결의 태도이다(1심법원, 항소심법원도 동지). 따라서, 손해배상합의 당시 피해자의 예견가능성 여하는 문제되지 않는다. 1심법원에서는 피해자들의 예견가능성이 있었음을 지적하여 과실상계의 이유로 삼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항소심법원 및 대법원은 과실상계가 아니라 자연적 요인을 고려한 책임액 제한이라고 성질규정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논리적 일관성을 기하고자 한 듯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기존의 손해배상합의시에 나타나고 있던 온배수배출량이 ‘고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만 예상하였고, 결코 그 이상 조금도 온배수배출량이 증가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는 의사해석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서천화력발전소의 온배수배출량은 차차 증가하여 왔으며 그 점을 1987년 피해자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상판결은 예견가능성까지 정면으로 부정하기 곤란하므로 실제 예견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것이 타당한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나. 責任額制限論 대상판결은 책임액제한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우회적으로 공해불법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형평을 기하고자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대법원의 판지를 선해한다면, 다음과 같은 법률론으로 볼 수도 있다. 첫째, 이 사건과 같이 장래 가해행위(특히 그 폭)가 가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예견 내지 예견가능성을 이유로 한 과실상계는 인정할 수 없다. 둘째, 이처럼 인과관계 여하가 다소 불분명한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일단 긍정하되, 자연적 요인을 비율적으로 배제하여 책임액을 제한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근거에 기한 책임액 제한은 1987년 피해자와 기타의 피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이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한편, 대법원은 1987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30%의 책임액 제한을, 기타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20%의 책임액 제한을 인정하였는데, 책임액제한이 자연적 요인에만 근거를 둔 것이라면, 이는 그 타당성은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온배수 배출지점으로부터 가까운 곳(1987년 피해자들 해당구역)일수록 자연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적고, 먼 곳(기타 피해자들 해당구역)일수록 자연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3. 對象判決의 意思解釋論에 대한 代案 향후 가해자의 계속적 영업활동 등으로 인하여 지속될 것임이 예상되고, 따라서 향후의 배출량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는 공해불법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합의를 하면서 향후의 손해배상청구를 영구적으로 포기한다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을 때 이러한 손해배상합의를 어떻게 의사해석할 것인가? 이러한 형태의 공해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손해배상합의에 표시된 당사자의 효과의사 자체를 보다 면밀히 해석하는 일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며, 또한 실제 사례의 해결에 있어서도 유효적절한 해결방법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의사해석이 유력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첫째, 손해배상합의 당시의 공해물질 배출량이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한(또는 그로 인한 손해의 범위가 손해배상합의 당시의 수준으로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일체의 향후손해의 배상청구권은 포기한다. 둘째, 그 범위내인 한 향후손해가 그보다 적게 발생하거나 아예 방지된다 하더라도 가해자는 이 손해배상합의에 여전히 구속된다. 셋째, 반면에 그 범위를 넘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손해배상의 합의도, 권리포기의 약정도 아직 성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손해배상합의의 의사해석 여하는 구체적인 사례별로 상이할 수 있음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2003-06-26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
[사 안] 피고 제삼특장 주식회사(이하 제삼특장이라 한다)의 피용인인 소외 박현○는 1993. 1. 13. 19:30경 미금시 도농동 소재 주차장에서 제삼특장 소유의 유류수송용 12톤 카고트럭을 주차시키기 위하여 후진을 하던 중 위 주차장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순차로 설치되어 있던 피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 한다) 소유의 전봇대 1개를 충격하여 넘어뜨리는 바람에 위 전봇대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던 전봇대 2개를 연쇄적으로 넘어뜨려 파손케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일반수용가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고는 미금시 지금동 소재 답 2,000㎡에서 비닐하우스 2동을 설치하여 서양란, 벤자민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위 화초들은 모두 최저온도 영상 7도 내지 8도, 최고온도 영상 30도의 기온을 유지하여야 하는 바, 원고는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이용하여 겨울철이던 이 사건 사고 당시 전기온풍기를 가동하여 위 비닐하우스 내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로 위와 같이 정전됨으로써 원고가 약 12시간 30분 가량 전기온풍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복구가 완료되어 다시 전기가 공급될 무렵에는 위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외부 온도인 영하 1.4도 내지 4.4도와 비슷하게 되어 위 화초의 적정 최하온도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위 화초들이 동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제삼특장 및 한전을 상대로 위 동해로 인한 손해배상(약 3천만원)을 청구하였다(이 평석에서는 제삼특장에 대한 부분은 생략하고 한전에 대한 부분 중 약관법 관련 사항만을 다루기로 한다). [판례요지] (1) 원고는 한전과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전기공급규정 제51조 제3호, 제49조 제3호에는 한전의 전기 공작물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전은 부득이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한전은 수용가가 받은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한전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호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전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내에서는 유효하다. (2) 위 면책규정을 한전의 고의·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한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면책규정의 이러한 사항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평석]1. 약관의 설명의무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하며(약관법 제2조 제1항),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동법 제3조 제2항). 사업자에게 이러한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여한 것은 상대방인 고객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대판 1998. 11. 27. 98다32564, 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9. 7. 98다19240 등 참조). 2. 중요한 내용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만 설명의무가 있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설명의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항이 중요한 내용인지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데, 대법원판례는 고객이 당해 약관내용에 관하여 설명을 들어 알았더라면 당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사실을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있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본건 대법원판결도 이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은영 교수도 당해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약체결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당해 사항의 知·不知가 계약체결의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설명의무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있다(이은영, 약관규제법, 박영사, 1994, 118면). 3.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는 사항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을 판례를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보험상품의 내용·보험료율의 체계·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리인의 고지의무(대판 1995. 8. 11. 94다52492). (2) 보험자의 면책사유(대판 1999. 3. 9. 98다43342·43359) (3) 보험계약의 승계절차(대판 1994. 10. 14. 94다17970) (4) 안전설계보험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 자동차의 등록명의자만이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6. 6. 25. 96다12009). 4.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사항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않아 설명의무가 없다고 본 것을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대인배상보험)상 면책조항의 배우자에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2)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출어음보험계약 약관에 규정된 수출계약의 의미(대판 1999. 9. 7. 98다19240). 5. 설명의 방법 설명은 현실적으로 하여야 하며, 보험약관의 내용이 추상적·개괄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청약을 유인하는 안내문의 송부만으로는 약관에 대한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와 같은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는 보험료율이 낮다거나(납입보험료가 소액) 보험계약의 체결방식이 통상의 경우와 다르다(통신판매 방식)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권오승 교수는 「대법원은, 납입보험료가 소액이라거나 보험계약 체결의 방법이 통신판매의 방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자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른 통상의 경우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하였다」고 하면서 98다43342·43359 판례를 인용하지 않고 다른 판례(대판 1999. 2. 23. 97다53588)를 인용하고 있는데(권오승, 경제법, 법문사, 1999, 482면), 의문이다. 왜냐하면 97다53588 판결의 내용은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고 아파트분양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6. 설명의무의 예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없다(동법 제3조 제2항 단서). 즉, 이 경우에는 설명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어떤 경우가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 해당되는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계약관계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의 예외는 명시·교부의무와는 달리 계약체결당시는 물론 그 후의 설명의무도 면제된다는 점에서(동법시행령 제2조 제2항 참조) 예외인정에는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7.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도 사업자에게 약관의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1)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3. 9. 98다43352, 43359) (2)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3) 약관내용이 당해 보험계약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4)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8. 11. 27. 98다32564) (5)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대판 1998. 11. 27. 98다32564) (6)당해 거래계약에 당연히 적용되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은 그것이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자가 이를 따로 명시·설명할 의무는 없다(대판 1999. 9. 7. 98다19240). (7) 어느 약관 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약정의 취지를 명백히 하기 위한 확인적 규정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약관법 제3조 제2항에 위반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판 1998. 2. 27. 96다8277). 8. 설명의무위반의 효과 사업자가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동법 제3조 제3항). 따라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았으면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대판 1995. 8. 11. 94다52492). 또한, 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500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동법 제34조 제2항). 9. 결 론 본건 대법원판례는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그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의 면책규정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판시내용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판례의 경우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알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은 면책규정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전이 전기의 독점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었다면 전기수용가는 위와 같은 면책조항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도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은 약관의 불공정성 또는 설명의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약관을 작성·사용하는 사업자가 독점 공급자인지 여부를 가려서 사업자가 독점공급자인 경우에는 그 점을 판단에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즉, 본건에서 전기수용가는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 면책조항의 내용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에 관한 한 한전 외에 다른 공급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며, 법원은 위 면책조항의 내용을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한국전력공사가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위 면책조항이 전기공급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았다고 판시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본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고(예컨대, A, B, C) 이들의 전기공급계약서 또는 전기공급규정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면책조항과 같은 조항이 있다면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며(동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시정조치(동법 제21조)와 과징금납부명령(동법 제22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사법상으로도 무효가 된다(동법 제19조 제4항).
200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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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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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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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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