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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상품의 병행수입과 부정경쟁행위
I. 들어가기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란 "상표권자가 국내와 국외에서 동일한 상표를 각 국내법에 따라 등록한 경우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외국에서 그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된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행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일한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다르므로 값이 싼 국가에서 수입하여 값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한다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수입이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영역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본 평석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관련된 부분이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모두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 후에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정당한지 논하고자 한다. II.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9.24.선고 99다42322, 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도7462)의 요지 1. 상표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행수입업자가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상표권자는 상표권에 기하여 그 침해의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써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2002년도 버버리 제품의 병행수입에 관한 판결에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 볼 수 없거나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어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되는 반면에, 사무소·영업소·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2009년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판매점의 외부에 설치된 현수막 등에 국내에 널리 인식된 나이키의 표장을 사용하여 영업한 것은 위 표장의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부여받아 영업을 하는 주식회사 나이키스포츠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III. 판례평석 1.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 가. 일본학설 일본에서는 병행수입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와 관련하여 세 가지의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첫째, 진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진정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해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는 견해. 둘째, 진정상품과 관계없이 상표를 사용한다든가, 판매점 간판에 표시하는 행위와 같이 상표권자의 대리점 또는 라이선스판매가 있다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써 금지되어야 한다는 견해. 셋째, 병행수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범위에서 상표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나. 유럽연합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입장 유럽연합법원(사건번호 C-63/97)은 '상표와 관련한 회원국가의 법을 수렴시키기 위한 지침(First Directive 89/104/EEC of the Council, of 21 December 1988, to Approximate the Laws of the Member States Relating to Trade Marks)' 제7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병행수입한 상품의 판매자와 상표권자 간에 어떤 상업적 관계가 있다는 인상, 특히 판매자의 영업이 상표권자의 공급망의 일부 또는 양자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 경우에는 위 지침 제7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광고는 상표권자의 경쟁자가 상표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것을 금지하여 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판시하여 우리 대법원의 입장과 유사하다. 참고로 위 지침 제7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표의 권리소진을 부인하고 상표권자가 제3자의 상표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가. 상품주체혼동과 영업주체혼동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는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쌓은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에서 상품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주체혼동행위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언어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실에서는 분명한 기준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예들 들어 나이키라는 이름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결과 나이키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별시키는 기능과 함께 나이키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표시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가 영업의 출처를 표시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키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게 되면 상품의 출처와 영업의 출처를 동시에 표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광고가 모두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여 금지된다는 것은 병행수입의 적법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 나. 대법원 해법과 그 문제점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법원은 외부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이 매장외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하면서도 매장내부 또는 포장지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그러한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매장내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영업주체혼동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품주체의 혼동을 유발하지 않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에 대하여 기존의 영업주체혼동행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이러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매장외부 광고와 매장내부 광고가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병행수입업자가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한다면 매장외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매장내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관계없이 구매자로서는 영업주체를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 새로운 해법의 제시 원점으로 돌아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타인의 영업을 자신의 영업인 것처럼 표시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영업주체혼동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혼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면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판매점의 영업주체가 상표권자의 한국 내 지점 또는 지사이든 아니면 상표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독점수입판매를 하는 한국회사이든 관심이 없다. 구매자의 관심은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의 품질이 좋다거나 제품의 명성이 높다는 등 상품의 출처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품에서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의 '상품주체혼동'이지 나. 목의 '영업주체혼동'이 아니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대법원이 버버리 제품이나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혼동'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반면에 전자제품의 경우에서는 구매자는 상품의 품질이나 명성에도 관심을 갖지만 애프터서비스에도 높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상품과 독립된 무형의 서비스 영역이므로 상품판매와 별도로 독립된 영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애프터서비스영업의 주체에 대하여 혼동을 유발하여 자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애프터서비스의 제공자인 것처럼 구매자를 오인시켰다면 부정경쟁행위가 될 것이다. 이때 외부간판이나 현수막에 의한 광고는 금지되지만 매장내부의 광고는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구매자에게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병행수입된 제품의 광고의 한계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매자를 기준으로 볼 때 상표권자가 영업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대하여 이익을 갖고 있는지를 살핀 후, 만일 그러한 이익이 존재한다면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2010-09-02
실용신안권 침해금지 가처분과 형법상 공무상 표시무효죄
Ⅰ. 공소사실의 요지 고소인이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은 별지 목록 기재 현수막설치대를 생산·양도하거나 양도의 청약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받은 후, 집행관이 위 결정 정본에 의하여 ‘피신청인은 가처분결정 현수막설치대를 생산·양도하거나 양도의 청약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뜻을 고시하는 방법으로 가처분결정을 집행하였음에도 피고인은 고소인의 실용신안권을 침해한 현수막설치대를 생산하여 판매함으로써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강제처분의 효용을 해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시 형법 제140조 제1항의 공무상 표시무효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봉인, 동산의 압류, 부동산의 점유 등과 같은 구체적인 강제처분을 실시하였다는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집행관이 법원으로부터 피신청인에 대하여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되었음을 고시하는 데 그치고 나아가 봉인 또는 물건을 자기의 점유로 옮기는 등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단순히 피신청인이 위 가처분의 부작위명령에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공무상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Ⅲ.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실용신안권침해금지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부작위 의무만이 부과되고, 위 의무가 고시된 경우에 위 부작위 의무에 위반한 행위가 공무상 표시무효죄를 구성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기존 판례 및 실무의 태도 대법원은 평석 대상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 가처분 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공무상 표시무효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채무자의 행위와 제3자의 행위를 구분하여, 채무자의 행위 또는 이와 공모한 제3자의 행위에 한하여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단순한 제3자의 부작위 명령 위반행위는 공무상 표시무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함으로써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확장을 제한하고 있었을 뿐, 가처분의 집행에 있어서 ‘봉인, 압류 및 법원의 보관명령에 의하여 집행관의 부동산 점유’등과 같은 구체적 집행행위가 존재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사안은 찾아 볼 수 없다. 즉, 대법원은 ‘제3자가 법원으로부터 받은 건축공사중지명령의 가처분집행은 어디까지나 ‘갑’ 회사에 대하여 부작위 명령을 집행한데 불과한 것이므로 가처분집행이 완료뒤 피고인이 본건 시공 중인 건축허가 명의를 자기가 대표이사로 있는 ‘을’ 회사로 변경하여 위 가처분집행을 그대로 둔 채 그 건축공사를 계속하였다는 사실자체만으로는 위 가처분집행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부작위를 명한 가처분은 피신청인이 아닌 피고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를 판시하고(대법원 1976. 7.27. 선고 74도1896 판결 [집24(2)형,72;공1976. 10.1. (545) 9333]), ‘출입금지가처분은 그 성질상 가처분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 등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비록 가처분결정이나 그 결정의 집행으로서 집행관이 실시한 고시에 그러한 취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처분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그 건조물 등에 출입하는 경우에는 출입금지가처분 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가처분 채권자의 승낙을 얻은 행위는 가처분 표시의 효용을 해하지 않는 행위라고 보았으며(대법원 2006. 10.13. 선고 2006도4740 판결[공2006. 11.15. (262), 1942]), ‘가처분은 가처분 채무자에 대한 부작위 명령을 집행하는 것이므로 가처분의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그 부작위 명령을 위반한 행위는 그 가처분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11.16. 선고 2007도5539 판결[공2007하,1987])고 판시하였다. 반면 채무자에 대한 부동산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결정 정본에 기하여 점포에 대한 채무자의 점유를 해제하고 집행관이 이를 보관하되 채무자가 그 현상을 변경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채무자에게 사용을 허가하고, 채무자는 그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하거나 또는 점유명의를 변경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고시문이 위 점포 안 유리창에 부착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채무자와 공모하여 이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위 가처분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05. 10.27. 선고 대법원 2005도4796 판결[미간행]). 3. 평석 대상 판결의 의의 평석 대상 판례 이전의 실무에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전체적인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가처분에 기한 구체적 집행행위 또는 집행처분의 존재 여부를 따져보지 아니한 채, 가처분에서 부작위 의무의 부과가 있고, 이에 대한 고시가 이루어진 경우 고시된 가처분의 내용을 안 채무자 또는 채무자와 공모한 제3자가 위 명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를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행위’로 보고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에 의한 부작위 명령에 관하여는 민법상의 간접강제 등의 방법으로 그 집행력을 보장하면 족하지 굳이 형벌권을 행사하여 강제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존재하고, 부작위 명령이 집행관 등에 의하여 고시된 경우와 그것이 고시되기 전에 부작위 명령으로만 존재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고시로 인하여 그 후의 부작위 명령 위배행위의 가벌성이 특히 증대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존 실무가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은 작위 의무 또는 부작위 의무를 부과하는 판단 그 자체를 형법 제140조 소정의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봉인 또는 압류 기타 강제처분’ 중에서 기타 강제처분에 해당한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봉인, 압류 또는 법원의 보관명령에 의한 집행관의 부동산 점유’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집행되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와 그 직무집행행위의 전제가 되는 공무원의 일정한 판단작용(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의 부과)은 그 성질이 전혀 다르고, ‘의무의 부과’라는 판단작용은 집행적인 실시행위에 해당하는 형법 제140조 전단의 ‘봉인 또는 압류’ 등과 같은 반열의 ‘기타 강제처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 또한 규율의 필요성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일정한 판단작용에 따라 실행된 공무원의 구체적 직무행위를 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공무기능을 유지하고 이를 통하여 공무원의 판단작용을 간접적으로 보호하면 족하지, 공무원의 판단작용 자체를 형법의 직접적 보호 대상으로 할 필요성까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만일 공무원의 판단작용 자체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면 그 판단이 공시되기만 하면 원칙적으로 그 판단에 위배되는 행위 모두가 공무상 표시무효죄에 해당하게 되어 형사처벌 대상이 크게 확대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공무원에 의한 부작위 의무의 부과행위를 형법 제140조 소정의 ‘기타 강제처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처분은 크게 채무자에 대한 부작위 의무의 부과와 함께 목적물에 대한 집행관의 점유를 명하는 가처분과 단순히 부작위 의무만을 부과하는 가처분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는 바, 집행관 점유명령과 공시명령 및 고시판을 통한 위 명령의 게시가 이루어진 경우 집행관의 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대한 방해행위가 존재하므로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성립을 긍정할 수 있지만, 단순히 부작위의무만을 부과하는 내용의 가처분만이 행해진 경우에는 비록 이를 공시하는 명령이 있고 공시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반하는 행위의 실체는 가처분에서 부과된 의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대한 방해 행위라고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기존 판례에서는 공무원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와 이에 대한 표시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가처분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경우에는 채무자와 공모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이론구성함으로써 제3자에 의한 공무상 표시무효행위에 대하여는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었는 바 당사자 사이의 채권, 채무에 기한 본안 판결의 집행으로써 집행관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동산에 봉인이 행해진 경우에 봉인을 훼손한 제3자가 채무자와 공모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처벌됨이 원칙적이라는 점과 대비하여 볼 때, 처벌의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가처분의 집행에 의하여 집행관의 점유, 압류 또는 기타 강제처분 등과 같은 공무원에 의한 구체적 집행행위가 이루어지고 그 집행행위가 이루어졌음이 표시된 경우에는 국가의 공무집행기능의 보호를 위하여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성립을 긍정해야 하고, 가처분 주문이 단순히 부작위를 명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구체적 집행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설령 그 부작위명령이 집행관 등에 의하여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보호되어야 할 구체적인 집행행위 및 이에 대한 표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부작위 명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일본 형법 제96조(봉인파기 등)에 관한 판례에서 “가처분의 경우에 대하여 말하면 집행관이 물의 점유를 자기에게 이전하지 않고, 그 물에 대한 처분금지의 가처분의 집행을 한 경우에는 만일 타인이 위 금지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적어도 집행관의 점유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므로 압류표시무효의 문제는 생길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집행관이 가처분의 집행으로서 물의 점유를 자기에게 이전하고 그 취지의 표시를 시행한 경우에는 만일 타인이 권한 없이 그 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다면 압류표시 무효죄가 성립하며, 이 경우 타인의 행위가 가처분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인지 여부, 또 그 행위의 결과 가처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불능 또는 곤란하게 되었는지 여부는 본죄의 성부와 무관하다”고 판시하고, 학설도 이에 찬성하고 있는 바, 집행관의 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처벌하고 있을 뿐 가처분 주문에 따른 ‘단순한 부작위 명령’에 대한 위반행위를 위 죄로 의율하지 않는 입장이라 할 것이다. 평석 대상 판례는 가처분상의 부작위 명령이 발령되어 고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명령 위배 행위를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하여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구성요건을 공무의 집행행위라는 국가기능 보호에 필요한 한도 내로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단순한 부작위의무의 위반행위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다만, 평석 대상 판례는 공무상 표시무효의 성립에 있어서 공무원의 집행행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따져보지 아니하였던 종래 판례의 태도와는 정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판례의 명시적인 재정립이 기대된다.
20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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