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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명의신탁과 수탁자의 형사책임
I. 평석 대상판례: 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2722 [사건개요]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부동산취득을 위한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은 후, 이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 약정을 알지 못하는 주식회사 효성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피고인은 이 부동산이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있음을 기화로 이○○등과 공모하여 임의로 주식회사 홱스텍에 매도하고, 그 매각대금 중 일부는 주식회사 효성에 매수잔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금 805,000,000원을 임의로 소비하였다. II. 대법원의 판결요지 대법원은 수탁자에게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 및 배임죄의 성립을 부인하고 있다 :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 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및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유효하고, 한편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므로, 결국 수탁자는 전소유자인 매도인 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러한 경우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별론이나 수탁부동산의 반환이나 처분대금의 반환은 물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등도 할 수 없게 된다」 III. 評 釋 필자가 1997년 형사판례연구회에서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형사판례연구」 6, 266면 이하)에 관한 글을 처음 발표한 이후 적지 않은 학자와 실무가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관련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계약명의신탁과 관련해서는 본 평석 대상 판결을 포함하여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판 2000.3.24, 98도4347 참조). 특히 이번 판결은 수탁자의 배임죄 성립여부에 대하여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다수학설의 결론과 달리 필자의 견해와 동일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대상 판결은 사건개요에서 알 수 있듯이 명의수탁자가 계약명의신탁방식으로 약정사실을 알지 못하는 선의의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하고 이후 수탁자가 이 부동산을 임의 처분하고 매각대금을 소비한 경우의 형사책임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수탁자의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①횡령죄설과 ②배임죄설(다수설) 및 ③수탁자에게 어떠한 형사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견해가 대립되어 있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③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 1. 수탁자에게 橫領罪를 인정하는 견해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는 위탁매매의 법리가 적용되어서 수탁자가 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소유권이 신탁자에게 유보된다는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백재명,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 「형사판례연구」 7, 382면). 즉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는 것은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를 제외한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원소유자와 수탁자 사이 또는 제3자에 대한 관계 등 외부적인 관계에서만 소유권의 귀속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 즉 내부적 관계에서는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결과 계약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취득부동산을 임의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백재명, 위 논문).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제2조 및 제4조 제2항 단서규정에 따라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의 매도인(원소유자)이 명의신탁약정을 모르는 경우 매매계약과 이에 따른 부동산물권변동은 유효하므로 수탁자가 유효한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외부적 효력규정으로만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수탁자는 타인(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0.3.24, 98도4347). 그러므로 수탁부동산의 처분대금도 당연히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하더라도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2. 수탁자에게 背任罪를 인정하는 견해 이 견해는 법률행위가 무효인 경우에도 사실상의 의무관계만 있으면 신임관계가 인정되는 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매입의 위임이라는 사실상의 신임관계는 부정되지 않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신임관계를 어기고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는 배임행위에 해당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견해로서 다수설에 해당한다(배종대, 형법각론, 478면: 송경호,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비교형사법연구」 2(2000), 343면; 이재상, 형법각론, 337면; 임 웅, 형법각론, 387면; 장영민, ‘명의신탁된 부동산영득행위의 죄책’, 고시계, 1997/12, 40면: 최상욱, ‘명의신탁부동산의 처분과 형사책임’, 「형사법연구」, 13(2000), 201면; 한석리,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의 성부’, 「비교형사법연구」 2(2000), 366면). 이 견해 역시 신탁자의 재산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견해의 논거를 추가적으로 보충해보자면 배임죄에서 신임관계의 근거가 반드시 법적 위임관계일 필요는 없으며 사실상의 신임관계에 기초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에서 이 경우 수탁자에게 합법적인 소유권취득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신임관계를 근거로 수탁자의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즉 법적으로 유효한 수탁자의 소유권취득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모순인 것이다. 또한 소유권자인 수탁자에게 동일 부동산에 대한 신탁자의 소유권취득을 위한 사무처리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 역시 실체 없는 사무처리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수탁자에게는 부동산의 임의처분이나 처분금액의 취득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이러한 결론에 대해 손동권, ‘명의신탁부동산을 임의처분한 경우의 형사책임’, 「형사법연구」 15(2001), 179면도 같은 견해이다). 평석 대상판결도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는 전 소유자인 매도인 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부동산의 처분대금도 당연히 수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하는 이상 신탁자는 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별론이나 수탁부동산의 반환이나 처분대금의 반환은 물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등도 할 수 없게 된다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동 판결은 나아가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단지 부당이득반환의무만을 부담하는 수탁자인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위 피해자의 허락 없이 매도하여서는 아니되고, 매도하더라도 그 대금을 위 피해자에게 전달해 주거나 위 피해자를 위하여 사용할 임무가 있는 등 위 수탁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에 대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전.관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임의로 매도하여 그 처분대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소비하였다 하여 이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은 타당하다. 3. 결 론 계약명의신탁에서 신탁자의 부동산을 임의 처분한 수탁자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견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고 있다. 즉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실권리자의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는 것에 있는 것이지 신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부동산실명법이 목표로 하는 것은 오히려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신탁자의 부동산소유권 취득을 법적으로 막고자하는 적극적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는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하기보다는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부동산거래와 취득을 금지하는 데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므로 계약명의신탁에서 취한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IV. 餘 論: 賣渡人의 惡意와 형사책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매도인의 선의를 전제로 하여 부동산물권변동을 유효하다고 규정한 것은 매도인 보호를 위한 것이다. 즉 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는 부동산실명법 규정에 의하여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매도인까지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수탁자의 부동산 혹은 그 매각대금 임의 처분행위를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 것인가? 이 경우 매매계약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의 취지에 비추어 무효라고 보아야 하므로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복귀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매도인에게 그가 바라는 부동산매각이라는 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매도인이 악의였다는 점에 대한 對價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수탁자에게 賣渡人에 대해서만 橫領罪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해서는 매도인으로의 소유권 복귀가 매도인이 원하지 않은 결과이므로 이러한 결론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매도인 소유의 부동산을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한 것도 사실이므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에도 충실한 적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에 수탁자에게 신탁자에 대한 배임죄를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손동권, 181면; 장영민, 280면 등).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신탁자와 수탁자 그리고 매도인간의 상호협조를 통한 법률관계의 형성, 즉 신탁자의 부동산취득과 수탁자의 명의대여라는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전제 하에서나 가능한 결론이다. 즉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률관계의 실현을 무산시킨 것을 이유로 수탁자에게 배신성을 인정하고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결론이 타당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2001-12-17
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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