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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공직선거에서 인터넷언론을 이용한 표현의 자유 확대
헌법재판소는 2019. 11. 28. 인터넷언론사에 대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1. 12. 23.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9호로 제정되고, 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2항 본문과 그 현행 규정 제8조 제2항이 공직선거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 사건의 개요 인터넷언론사인 ○○는 저명인사에게 블로그를 개설하여 블로거로 활동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청구인은 ○○당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서 ○○의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2014. 12. 18.부터 2016. 1. 29.까지 15회에 걸쳐 ○○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청구인 명의의 칼럼을 게재하였다. 청구인은 2016. 1. 11.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구선거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였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에 게재된 청구인 명의의 2016. 1. 20.자 및 2016. 1. 29.자 칼럼이 선거일 전 90일부터 제한하고 있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을 게재한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조의2(인터넷언론사의 공정한 선거보도)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6. 2. 1. ○○에게 ‘공정보도 협조요청’을 하였다. 청구인은 ○○ 담당자로부터 위와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칼럼 게재를 중단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와 같이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근거규정인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및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 2. 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 요지 ▷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제9항,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17조 등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의 효과와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의 취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모법에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을 포함한 이 사건 심의기준 규정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어느 시기부터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할 것인지를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라면, 이를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90일을 기준으로 다양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는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도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하여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에도 선거일 전 90일을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인터넷 선거보도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를 불공정한 선거보도로 간주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보도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한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언론사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한데,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이 정하고 있는 일률적인 규제와 결합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인터넷언론의 특성과 그에 따른 언론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비추어 볼 때, 인터넷언론에 대하여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 수단 또한 헌법의 틀 안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한다.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제약적인 다른 방법들이 이 사건 심의기준 규정과 공직선거법에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 해설 ▷ 심판대상의 확장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인터넷 선거보도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공표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인터넷언론사에 일정 기간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시기제한조항으로 인한 것이므로,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여 각하하였다. 그리고 청구인을 규제하고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것은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1. 12. 23.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9호로 제정되고, 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었으나, 그 이후 개정되었는데, 구‘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 본문이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과 달리 현재 시행 중인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논평, 기고문, 저술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으나, 양자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동종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현행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도 심판대상에 포함시켰다. ▷ 법률유보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시기제한조항의 효과와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의 취지, 이 사건 심의위원회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법조항 등 모법에서 시기제한조항을 포함한 심의기준 규정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즉 선거일에 임박한 기간 동안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게재될 경우 해당 보도는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심의기준 규정에서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인터넷 선거보도의 심의는 관련 법규 및 이 사건 심의위원회가 정하는 심의기준 등에 따르므로, 심의위원회가 심의기준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의위원회가 어느 시기부터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할 것인지를 정할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라면, 이를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데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을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모법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90일로 정한 것으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표현의 자유 침해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과열선거라고 할 수 있다. 선거비용이나 선거 열기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에 있어서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와 관련하여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에서는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인터넷의 발달과 매스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선거분야에서도 새로운 패턴의 선거운동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새로운 규제도 필요하게 되었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인터넷언론사에 대하여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선거나 정치적 의사표현과 상관없는 내용인 경우에도 그 게재를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즉 선거보도의 공정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하였고, 선거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대신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를 통해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하여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공직선거법의 규율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게재됨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홍보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대중이 중요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으로서 후보자가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거나 후보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 특유한 지식 등을 갖고 있어, 이에 관한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그러한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이 허용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3인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여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그 논거는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터넷언론이 후보자 이미지 강화효과를 특정 후보자에게만 부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고, 후보자가 직접 작성한 칼럼 등은 후보자 개인의 주관적인 사상이나 감정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 광고효과를 가지게 되므로, 공직선거법상 광고 금지 등의 규정을 잠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관한 여론이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투표권행사가 이루어지는 민감한 시기인,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인터넷언론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의 게재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이론적으로만 보면 인터넷언론사에 대하여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너무 획일적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그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현실적으로 선거와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한 규제가 어려우며, 선거에 미친 불공정한 영향력을 사후에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타당성이 있는 논거로, 선거규제에 있어서 이론적인 면과 현실적인 측면을 어느 정도로 고려할 것인지에 따라 의견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인용의견 6인, 반대의견 3인으로, 1인의 재판관이 더 반대의견에 합류하였더라면 인용으로 결정날 수 없었던 결정이었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선거
표현의자유
인터넷선거보도심의기준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9-12-30
민사일반
사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의 채무를 보증한 아내가 보증인보호법상 보호되는 보증인인지 여부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생수 총판 대리점을 운영하던 남편의 채무를 아내가 보증한 사안에서, “기업 대표자의 배우자라 할지라도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아닌 때에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보증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7. 16. 선고 2018나2033075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A는 2009년부터 생수 회사인 원고와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원고로부터 공급 받은 생수를 하부 대리점 및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 2012년경 A는 원고와 대리점 계약을 새로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A가 원고로부터 월 평균 40,000통, 계약기간인 5년 간 총 240만통의 생수 제품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원고는 할인된 가격으로 생수 제품을 공급하고 일부 물량은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A는 당초 매입하기로 한 물량에 훨씬 미달한 수량의 제품을 매입하고 외상 대금 채무를 결제하지 못하는 등 위 계약에서 정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A는 2014. 5. 경 원고에게 4억5,000만원 상당의 채무를 분할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변제계획서를 제출하고, 2015. 3. 경 A의 처인 B의 인감증명서(B 본인이 발급 받음)를 첨부하여 ‘원고와 A가 약정한 대리점계약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를 A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연대하여 지급책임을 질 것을 확인하고 이에 서명날인 합니다’는 내용의 연대채무확약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A가 외상 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원고는 A와 B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B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보증인보호법에는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증의 방식, 보증채무 최고액의 특정, 보증기간 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이는 편면적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보증인보호법에 반하는 보증으로서 보증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그러나 보증인보호법의 위와 같은 규정들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에 해당하여야 한다(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이 아니라면 보증인보호법의 규정에 위반된 보증이라고 하여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증인보호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에 의한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증인보호법은 일정한 사람을 보호대상인 보증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가령, 보증인보호법 제2조 제1항 다목은 “기업의 대표자, 이사, 무한책임사원, 국세기본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과점주주 또는 기업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가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직접·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를 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보증인이 채무자와 특수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특수 관계 요건)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므로(경제적 이해 공동체 요건) 무상성, 호의성을 결여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한편, 보증인보호법 제2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민법에 따른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자를 보증인이라고 규정하면서 다음 각목에 정하는 자를 제외한다는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2심 법원도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는 원고가 ‘아내인 B가 A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2심 법원은 아내 B가 남편이 총판 대리점 개업 훨씬 이전인 199년부터 어린이집 등에서 보육교사, 원장 등으로 종일 근무하는 등 별도의 소득활동을 한 점, 특히 남편이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어린이집 근무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한 점에 주목했다. 원고로서는 2009년 총판 계약 체결 후 영업이 잘되었기 때문에 2012년에 5년간 계약을 연장하였고 월 평균 40,000통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한편, B가 운영하는 대리점의 매출, 당기순이익 등 자료, B의 대리점 계좌에서 생활비가 송금된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제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을 증명 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쌍방 모두 소송대리인 없이 소송을 진행하였다). 이제 보증인보호법의 규정을 위반 했는지가 문제되는데, B 명의의 연대채무확약서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B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기재는 전혀 없이, B의 인감도장만 날인되어 있다(남편인 A가 날인한 것이다). 보증인보호법 제3조는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의 서명은 보증인 본인의 서명 이어야 하나(대법원 2016다233576 판결), 기명날인은 타인이 대행할 수 있다(대법원 2018다282473 판결). 연대채무확약서의 날인은 남편인 A가 했으나 B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를 보증인보호법상의 기명날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보증인보호법 제6조는 근보증의 경우 그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연대채무확약서에는 ‘원고와 A가 약정한 대리점계약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를 A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연대하여 지급책임을 질 것을 확인’하는 내용뿐이어서 최고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B의 보증은 무효이다. 2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지 않아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연대채무
보증인보호법
채무자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19-09-25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형사일반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에 근거한 운영진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법리 판단
- 춘천지법 2019.1.31. 선고 2018고정191 판결 - 1. 들어가면서 현재 많은 사람들이 SNS 단체 채팅방을 이용하여 상호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SNS는 단체 가입을 하는 경우 운영진에서 채팅방의 질서 유지를 위해 공지사항을 정해 놓고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특히 단체 채팅방의 경우 소위 ‘강퇴’를 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공지사항에 일정 조건을 위반하면 ‘퇴장’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퇴장’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본 판례는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을 어긴 사람에 대하여 운영진이 ‘퇴장’을 요구하였으나 응하지 않자 부가적으로 정해 놓은 ‘사진’과 ‘신상공개’를 한 경우 과연 이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처벌될 것인지에 대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 2. 사건의 개요 홍보 도우미들의 일거리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약 500여명의 프리랜스 도우미와 매니저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 운영진은 채팅방 질서 유지를 위해 운영진 공지사항을 가입자들에게 알렸다. “실명공개, 경력 2년이상, 펑크나 불미스런 일에 대한 책임으로 퇴장 원칙, 이에 더해 개인정보, 사진 공유 등”을 공지(1차), “펑크는 무조건 퇴장... 무개념한 행동,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시는 분들 이유 불문 퇴장 및 문제가 생겼을 시 단방에 공개하는 걸 동의함을 원칙으로 함”(2차), “불미스러운 일, 펑크 등의 제보가 들어올 경우 단톡방 탈퇴가 원칙이며, 펑크시 사진과 신상공개가 되니 이점 양지해 주시고요”(3차)를 통해 펑크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장을 하지 아니하면 신상이 공개된다는 점을 공지글 형식을 빌어 알렸다. 3. 사건의 경과 단체 채팅방의 가입자 A가 물의를 일으키자 운영진은 2017년 10월 25일 단체 채팅방에서 나갈 것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다시 개인톡으로 채팅방에서 퇴장 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다시 2017년 10월 27일에 최종적으로 2017년 10월 27일까지 채팅방에서 나가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그럼에도 가입자 A가 나가지 아니하자 2017년 10월 28일 11:49경 가입자 A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였다. 이에 검사는 운영진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4. 법원의 판단 법원은 공지사항은 채팅방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채팅방에 있는 사람을 강제로 탈퇴시킬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또한 피해자 행동(퇴장을 종용하자 피해자는 이러한 ‘룰’이 어디 있느냐는 반응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달라’, ‘수일 안에 스스로 나가겠다’는 반응을 보임)을 살펴보면 피해자도 채팅방의 규정을 알고 이에 묵시적으로 동의하면서 활동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개인정보 공개는 그 정보주체인 피해자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령 달리 보더라고 피고인의 개인정보 공개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5. 판례의 해설 본 판례는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에 근거한 운영진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법리 판단” 으로 향후 많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 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공지글에 대한 정당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지의 글이 가입자에게 심히 불공정한 규정이라면 그 자체로 당연 무효로 구속력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지의 글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법익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단체 채팅방 질서유지를 위해 일정한 ‘규칙’은 필요하며, ‘규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퇴장’이라는 것을 담보하기 위한 일정한 ‘페널티’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본 사건 ‘공지글’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강퇴’의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관련 업종의 단톡방이 아닌 가입자가 있는 그 단톡방에서만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나름 적정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퇴장’을 담보하기 위한 페널티는 채팅방의 질서유지 목적의 관점에서 엄격한 법익의 균형성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개인정보공개와 질서유지라는 법익 중 질서유지가 월등히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 설사 질서유지가 월등히 높은 법익이라 할 지라도 개인정보를 공개할 때, 피해의 최소성의 관점에서 사진,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향후 파장을 고려한다면 공지글이 정당성이 가질 수 있는 요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본 판결에서는 피해자가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 없다는 점에서 묵시적 동의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살폈다. 여기에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 ‘수일 안에 스스로 나가겠다’는 피해자의 말을 고려되었다. 그러나 과연 진정으로 피해자가 개인의 신상공개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했을까? 논리측과 경험칙에 의하면 동의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운영진을 개인정보보호위반으로 고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진이 피해자 승낙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즉 본 사안은 단순히 묵시적 동의 혹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위법성 조각사유 전제사실의 착오’(오상 승낙) 사례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법원은 승낙의 존재에 대한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 위법성 조각여부를 논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학설 중 ‘법효과제한적책임설’에 따라 책임고의 탈락에 의한 무죄를 인정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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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9-03-18
지식재산권
실시허락을 받은 자도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가
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이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특허권의 실시권자도 실시 대상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그와 배치되는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77. 3. 22. 선고 76후7 판결,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후58 판결 등(이하 통칭하여 '구 판례')을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및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 대상판결의 사건은 동영상 관련 표준특허풀에 포함된 여러 표준특허에 대해 표준화기구를 통해 실시 계약을 체결한 피고(표준특허에는 피고의 특허도 포함되어 있음)가 그 표준특허 중 원고의 특허[UHD 고화질 영상 압축을 위한 고효율비디오 부호화(HEVC) 기술에서 적용된 화면간 움직임 벡터 예측 기술, 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으로서,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 모두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무효의 주된 이유는 원고가 우선권 주장을 함에 있어 자신의 '선출원'을 기초로 '모출원'을 하고 이후 그 '모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다시 '자출원'을 하고, 그 '자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분할출원'하면서 출원서에 '우선권 주장의 취지 및 선출원의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분할출원'이 구 특허법 제55조에 따라 '선출원'의 우선권 주장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특허법원 2015. 1. 29. 선고 2014허4715 판결 등), 이 사건 특허발명이 '선출원'보다 늦게 출원된 선행발명들과 비교되면서, 그 선행발명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그 선행발명들로 인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것이었다. 대상판결의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원고는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실시권자이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을 하였다(원고는 특허심판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고, 특허법원에서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물론 원고는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의 판단 시점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최초 모출원의 우선권 주장일, 즉 선출원의 출원일로 소급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무효 판단의 기준 시점과 실질적인 이유는 본 해설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3. 종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 판례에는 그간 실시권자는 무효심판 청구의 이해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는 입장이 상존하였다. 일부 대법원 판결에서는 실시권자이기만 하면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지만, 대법원은 1980. 3. 25. 선고 79후78 판결에서 "실시권설정등록을 마쳤다 할지라도 그 사실만으로써 심판청구인이 그 등록의장이 무효임을 심판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상실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 1983년까지는 실시권자의 무효심판 청구인 적격에 대해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1984. 5. 29. 선고 82후30 판결에서 '실시권을 허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제품판매액의 일정 퍼센트에 해당하는 대가의 지급조건이 붙어 있어 실시권에 수반하는 의무이행을 하여야 한다면 실시권 허여 자체만으로 당사자간의 모든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으니 특허무효심판을 구할 이해관계가 있다'라고 판단한 이래 대상판결을 선고하기까지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처럼 실시허락 받은 자의 무효심판이익에 대해 대법원은 초기에는 소극적이었다가 점차 무효심판이익을 인정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구 판례의 판단은 이미 1983년 이후부터 사실상 폐기된 법리였던 것이다. 4. 대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정리 없었음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로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그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으나, 대법원의 판단 자체에서 그 이유를 찾자면 이는 "이해관계인"의 판단기준과 논리적으로 연관되어 보인다. 즉, 구 특허법(2013. 3. 22. 법률 제116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3조 제1항 전문은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현행 특허법 역시 위 규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러한 특허법 조항에서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그간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어 그 피해를 받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자도 포함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후1022 판결, 대법원 2009. 9. 10. 고 2007후4625 판결, 대법원 1984. 3. 27. 선고 81후59 판결, 대법원 1987. 7. 7. 선고 85후46 판결 등 참조)"라고 계속 판시하여 왔다.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그 논리일관성상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은 염려가 없는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실시권자"의 경우 허여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결국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포함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그 결과 사실상 폐기된 법리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 것이고, 대상판결의 원심인 특허법원에서도 특허권자인 원고가 실시권자인 피고의 청구인 적격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명확한 입장정리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을 통해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소멸에 관하여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사람도 포함된다."라고 판단하면서, 이해관계인 판단의 기준을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에서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꿨다. 그 결과 대법원은 논리일관성상 자연스럽게 변경된 이해관계인 판단기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는 판시를 하면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즉, '①특허권의 실시권자에게는 실시료 지급이나 실시 범위 등 여러 제한 사항이 부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통해 특허에 대한 무효심결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②특허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특허권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함부로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며, 무효심판을 청구하더라도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설정받지 않고 실시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우선 특허권자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아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그 무효 여부에 대한 다툼을 추후로 미루어 둘 수 있어 실시권을 설정받았다는 이유로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점'. 그리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국적으로 대상판결 사건의 무효심판이익을 판단하였다. 6.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의 의의는 이해관계인에 대한 판단기준을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꾸고, 그 기준에 따라 "특허권의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개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를 검토해서 이해관계인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상판결이 밝힌 2번째 이유를 보면 '당사자간에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무효심판청구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향후 특허권자와 실시권자간의 라이선스 또는 라이선스 이후의 과정에서 '부쟁의무' 관련 협의가 중요해 질 것이고, 이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과 접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특허법
실시권
특허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9-03-08
노동·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손해배상 사건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4세인 유아(幼兒) A는 2015. 8. 9. 물놀이를 위해 수영장에 방문했다 사고를 당해 2015. 8. 15.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가족인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인 회사 B,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C, 수영장 사용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D를 상대로 ① A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및 위자료, ② 원고들 본인의 위자료 합계액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D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수영장 운영회사 B 및 안전관리책임자 C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60%의 책임제한을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종래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인 60세를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원고들은 B 및 C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60%의 책임제한 비율은 과다하다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인 원심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60%의 책임제한은 타당하다고 밝히고, 가동연한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재차 가동연한을 60세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대신 원심 법원은 A와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를 제1심보다 다소 높여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에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및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또는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으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가동연한 법리오해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대법관 다수의견은 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 여자 85.2세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② 1인당 GDP가 1989년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 2017년 30,000달러로 늘어난 점, ③ 육제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이 1989년 만 58세에서 2013년 만 60세로 늘어났고, 민간부문에서도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된 점, ④ 우리나라의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고 60세 내지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89년 52.0%에서 2015년 61.7% 2017년 61.5%로 상향된 점, ⑤ 현행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자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 점, ⑥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 이르게 되는 점, ⑦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점, ⑧ 고령자 인구분포 등 각종 고령자 관련 통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제하고, 원심 판단에는 막연히 종래의 경험칙에 따라 A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하여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들의 패소 부분은 파기 환송되었다. 둘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 60세 이상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65세가 아닌 63세여야 타당하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① 60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60% 정도이고 그 연령대 이후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② 피해자가 어릴수록 위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 ③ 일반적인 법정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3세를 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63세가 육체노동의 적정 가동연한이라는 것이다. 셋째, 일부 대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63세 등 특정 연령으로 선언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일률적인 가동연한의 선언 대신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법정정년 이상”이라는 등 포괄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개별 사안에서 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할지 여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넷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가동연한을 63세로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통계청 기준 건강수명 및 각종 연금수급개시연령·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65세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박하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선언하면 안 된다고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특정 연령으로 정한 경험칙상 가동연령을 선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언된 것보다 많거나 적은 가동연령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저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박하였다. 3. 대상판결의 해설 일실수입(일실이익)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이다.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고 당시 수입을 산정하고, 상해를 입은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밝히며, 가동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가동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기대여명과 가동연령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중 가동연령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에 개시되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시점에 종료된다. 가동기간의 종료시점을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판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또는 피해 당사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① 정년이 보장된 자(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 보장된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고, ② 특수직업종사자(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등)의 경우 그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가동연한을 산정하며, ③ 일용노동자의 경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해왔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발전됨에 따른 제반사정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이제 일반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한 이래로(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일용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만 60세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의 경험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년 만에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시킨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만 65세는 적정한 가동연한으로 볼 수 없다거나 대법원이 특정 연령을 가동연한으로 선언하는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들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동연한이 국민들의 고령화, 경제상황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학계 및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 대상판결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에 의한 가동연한의 상향조정으로, 당장 A의 가족들 및 그와 동일·유사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인정될 일실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배상 소송 외의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대상판결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거시적으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될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의 2018. 11. 29.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상향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는데, 실제로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등 관련 손해보험 상품의 약관내용 및 보험료, 보험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경험칙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인을 가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고도의 개연성을 말한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인은 실제로 65세까지 육체노동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상 입법·행정도 그에 발맞춰 전체 법질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전원합의체
육체노동
가동연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9-03-08
형사일반
[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국선변호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사선변호인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헌법사건
[판례해설] 법원 100미터 시위제한
- 헌재 2018. 7. 26. 2018헌바137 결정 - 1. 사건개요 및 신청요지 청구인은 대법원 청사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 위치한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검찰수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구호를 제청하는 등 집회금지 장소에서 집회를 주최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각급법원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조 제1호 중 ‘각급 법원’ 부분 및 제23조 제1호 중 제11조 제1호 가운데 ‘각급 법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위 규정이 법원을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구체적 재판과 관련되지 않은 집회·시회 또는 재판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해할 구체적 위험성이 없는 집회·시회의 경우에도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를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2. 결정결과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9. 12. 31. 시한으로 이를 잠정적으로 적용하기로 하였다. 3. 집회의 자유 침해여부 재판관들은 법원 인근에서 옥외집회나 시위가 열릴 경우 해당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협이 존재한다는 일반적 추정이 구체적 상황에 따라 부인될 수 있는 경우라면, 입법자로서는 각급 법원 인근일지라도 예외적으로 옥외집회·시위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법원 인근에서의 집회라 할지라도 법관의 독립을 위협하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는 집회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경우 입법자로서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가능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법관의 독립과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옥외집회·시위는 허용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현행 집시법은 심판대상조항 외에도 집회·시위의 성격과 양상에 따라 법원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규제수단을 마련하고 있으며 따라서 각급 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시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수단을 통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어 규제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예외적으로 허용 가능한 옥외집회·시위까지도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4. 결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국회의사당 100미터 시위금지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2013헌바322)을 내린 것의 연장선에서 이번 사건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법원 앞 100미터 시위금지에 대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올해와 달리 2009년에는 법원(2004헌가17) 및 국회(2006헌바20)앞 시위금지규정에 대하여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와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견해가 완전히 바뀌었다. 10년전 국회 앞 시위제한이 필요하다는 근거 중 ‘국회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는 이해관계나 이념이 대립되는 여러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물리적 충돌로 발전할 개연성 또한 높아, 사후적 규제만으로는 국회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표현이 있다. 10년전 헌법재판소가 바라보았던 집회·시위는 언제라도 폭력사태로 변질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상태였다. 헌법재판소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통제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2017년 촛불집회는 그 규모가 계속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우려와 달리 극단으로 치닫거나 물리적 충돌로 발전하는 대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성숙된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 이번 헌재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성숙된 시위문화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시위
집회금지
옥외집회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8-08-13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가상화폐
비트코인
범죄수익
음란물사이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판례해설] '국정농단' 최순실, 징역 20년… 신동빈 법정구속
비신분자가 뇌물 전부를 받은 경우, 신분자인 공무원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하여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닌 일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되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184 등 판결) 1. 사안의 개요 최근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몰고 온 주범이자 박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에게 중형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최씨가 박대통령과 공모하여 삼성 측으로부터 승마지원 관련 뇌물을 받은 것이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제3자뇌물수수죄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그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일반 뇌물수수죄에 해당되는지였다. ‘부정한 청탁’에 관한 입증이 매우 까다롭다는 측면에서 어느 죄로 의율되는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형법이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와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으나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으므로,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신분자와 비신분자 사이의 구체적인 실행행위의 분담내용, 그들 사이에 수수한 뇌물의 처분, 분배 내용 등은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인 이상 뇌물이 비공무원에게 전부 귀속된다고 하여도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니라 (일반)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3. 평가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아니하고 제3자에게 그것을 공여하도록 하고 그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성립된다. 제3자뇌물수수죄의 본질은 공무원이 스스로 뇌물을 수수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수수하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다만, 공무원과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이고도 실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 제3자에게 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자가 아닌 단순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가령, 뇌물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그밖에 평소 공무원이 다른 사람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사회통념상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니라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도 특검이 초기에 박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인 점을 주목하여 수사를 한 것도 제3자뇌물수수죄 의율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판결에서는 박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따질 것도 없이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 즉 뇌물수수죄에 있어 비신분자인 최씨가 신분자(공무원)인 박대통령의 뇌물행위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한 것이므로, 모두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뿐, 둘 사이에 그것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배분했는지 등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둘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고, 일반 뇌물수수죄이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 여부도 심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법리적인 모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다. 뇌물의 귀속주체가 공무원 또는 그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실질적으로 있는 자이면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어야 하고, 그러한 귀속주체가 그와 다른 사람이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더라도, 승마 지원을 통한 뇌물의 귀속주체는 공무원인 박대통령이 아니라 비신분범인 최씨의 딸인 정씨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형법이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범죄의 구성요건을 다르게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3자뇌물수수죄가 의율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박대통령이 위 죄의 공동정범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함이 옳다. 그럼에도 위 판결은 해당 사안이 어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하기 전에 박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정범 관계인지를 따지고, 공동정범의 관계라면 비신분자인 최씨가 받은 뇌물도 박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논리로 구성하고 있다. 아마도 위 판결은 공동정범자(비신분범)에게 뇌물을 보내는 것은 공무원인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도 아닌 공동정범자에게 뇌물을 보내는 것까지 공무원인 자기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공무원이 친구 모르게 뇌물을 주도록 하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되는데, 친구와 단지 공모한다고 해서 단순수뢰죄가 성립된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나아가 친구가 단순히 방조하기만 하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만, 가담정도가 공동정범에 이르면 일반 뇌물수수죄가 된다는 것인데, 공범의 관여 정도에 따라 해당 구성요건이 달라지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형법에서 제3자뇌물수수죄라는 구성요건을 따로 둔 이유는 뇌물의 귀속주체가 공무원이 아닌 경우 공무원 스스로 받는 것보다 불법성이 감경되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단순히 공동정범의 관계에 있다고 하여 공무원이 뇌물 귀속주체가 아닌데도 뇌물수수죄로 처벌하는 것은 제3자뇌물수수죄를 규정한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와 같이 위 판결은 공동정범의 법리에 치중하여 뇌물수수죄의 범위를 근거 없이 확장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순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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