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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형사일반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미수죄의 성립 요건
피고인은 시행사 대표이사로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피해자 조합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였다. 본건 도시개발사업구역의 환지예정지는 진입이 어려운 ‘차폐형’이었으나, 2011. 8.경 진입이 용이하고 시야가 확보되는 ‘개방형’으로 실시계획변경이 이루어져 그 가치가 수십억원 상승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1. 12.경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퇴사하였고, 피해자 조합은 이후 2015. 12.경에야 재감정평가를 의뢰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았다. 항소심은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등 피해자 조합이 적절한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사해 이 사건 환지예정지를 받기로 한 사람들에게 토지가치 상승액의 이익을 취득케하고 피해자 조합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함에 따라 미수에 그쳤다”고 하여 1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업무상배임미수를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보려면 작위의무 미이행 시 임무를 부여한 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환지예정지가 차폐형인지 개방형인지 여부는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므로 2011년 실시계획변경에 따라 가치 재평가의 필요가 생겼다는 사실은 의사결정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피고인이 퇴사한 후에도 환지업무 담당 직원 등은 계속 근무했을 뿐 아니라, 청산금 확정은 환지처분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데 2011년 당시에 환지계획변경을 서두르지 않으면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즉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상황은 아니어서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무죄취지로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부작위범 중 구성요건이 부작위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예 : 퇴거불응죄 등)는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거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나, 행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는 그 성립요건인 작위의무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아주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본건과 같은 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에는 행위자에게 결과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 즉 작위의무 있음이 필요하고, 작위의무는 법령, 계약,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도 해당되나, ‘법적 안정성’면을 고려할 때 단순한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의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부진정부작위범의 미수와 관련해 문제되는 것은 실행착수 시점이다. 부작위범은 작위범과 달리 외적으로 드러나는 구성요건적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통설은 대법원 판시내용과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 내지 증대됐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두어 피해자 조합이 정당한 청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시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착수를 인정하였으나, 이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한 나머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법원은 피고인이 퇴사하더라도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환지계획변경인가 신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퇴사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못하였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되었거나 증대되었다고 볼 수 없어 작위의무를 위반하였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작위의무를 광범위하게 인정하지 않고 법적 안정성을 위해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실시계획변경과 피고인의 퇴사 사이의 간격이 단 4개월에 불과하였고,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환지계획변경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퇴사한 뒤로부터 4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후에도 정당한 청산금을 받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으며, 피고인이 절차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달리 폐기 내지 은닉했다는 사정이 없었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한 것을 두고 피해자 조합에 대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입장이 명백히 타당하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에서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선행되어야 함을 물론이고, 검찰에서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 대해 한층 신중하게 검토한 후 기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업무상배임
부작위범
도시개발사업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2022-06-16
국가배상
민사일반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경찰서 접수 당직으로 근무하던 경찰관 A가 민원인 甲이 제출하려는 고소장의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고 하면서 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하였다. 이에 민원인 甲은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피고소인은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위 약식명령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민원인 甲은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위 고소장 접수 반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관 A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여 민원 사건을 접수하였고, 수일 후 다시 위 청문감사실 소속인 경찰관 B에게 전화하여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방문하겠다고 얘기하였으나 경찰관 B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甲은 경찰청에 경찰관 A, B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경찰관 A는 ‘절차위반’을 이유로, 경찰관 B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등을 이유로 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에 甲은 경찰관 A, B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신에게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하면서, 경찰관 A, B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시 내용 이 사건 법원(수원지방법원 2019나56678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은 “경찰관 A는 민원인 甲이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경찰관 B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3. 관련 법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한편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4521 판결 참조). 4. 검토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이 주권을 가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천명하고 있고, 그러므로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은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국가공무원법 제59조),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같은 법 제56조). 즉,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1항). 특히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을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은 직접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의무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는바, 특별한 사정 없이 국민이 제출하는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접수를 거부한 경찰관은 국민이 입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경찰관
직무행위
국가배상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6
민사일반
지자체행사중 사고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면책여부
1. 책임보험의 의의·기능과 사안의 쟁점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책임보험이라 한다. 각종 책임사고로 인한 손해를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면 기업은 도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개인도 회복불가능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곧 불법행위법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손해의 공평분배를 실현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고안된 제도가 책임보험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보험보호를 누리고 가해의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어 파생되는 책임보험의 역기능을 억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책임보험에서는 일부 자기부담금을 부과하고 있고 다양한 면책사유를 두고 있다. 책임보험 중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인명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혀 발생한 법률상 배상책임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가해자의 범위에 따라 크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자녀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나주어진다. 비교적 적은 보험료로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배상책임을 보장받을 수 있어 유용한 보험종목이다. 손해보험회사의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안에서 문제되는 점은 다음의 3가지이다: ① 피보험자 소속 지자체 행사 중 사고가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직무상 배상책임 면책이 불공정약관이어서 무효인지여부, ③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 인정과 그 법적 성질. 2. 사실관계 서울시 공무원인 A씨와 C씨는 2016년 1월 춘천 강촌으로 '2016년 액션미팅'을 떠나 족구경기에 앞서 같은 팀에서 연습경기에 참여하였다. 좌측 후방을 맡고 있던 A씨는 같은 쪽 전방을 맡고 있던 C씨와의 사이에 공이 떨어지자 "마이, 마이"라고 외치며 헤딩을 하려다가 공을 걷어내려던 C씨의 발에 머리를 걷어차여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이 사고로 비골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A씨는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어 이틀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여러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통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좌측 반신 부분마비로 일상생활이나 동작에 제한이 생겼다. 이 사고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요양급여를 받은 A씨는, C씨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계약을 체결한 B사를 상대로도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우연한 사고가 일어났으니 배상하라"고 하면서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의 요지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국가 등이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액션미팅은 중점 현안과제 토론을 통해 직원 업무 몰입도 향상·주요 시책 성과제고를 위해 평일에 실시된 행사로서 A씨와 C씨가 근무하는 부서 전 직원이 필수적으로 참석하도록 시행되었고, 대형버스로 강촌에 도착한 다음 도착 후 직원별 소통과 현안업무 토론, 친선 족구경기 순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사고는 공무원인 C씨가 일과시간에 직무로서 체육활동을 하는 중 발생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통상적으로 있을 법하게 C씨가 공을 차려고 하였던 것"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또 "C씨가 가입한 보험계약 약관에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족구경기가 C씨의 직무수행에 해당된다고 보는 이상 B사는 보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4. 판례평석 현대에는 책임보험이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을 하고 있다. 책임보험에서 보험자와 제3자와의 관계는 타인을 위한 보험은 아니다. 배상관계와 보상관계의 분리원칙(Trennungsprinzip)을 철저히 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인 피보험자에게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험금은 경제적으로 제3자에게 귀속되므로 피해자는 보험자와 관계를 갖는다. 상법은 책임보험의 경우 피해자인 제3자에게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한다(제724조 제2항 본문). 이 직접청구권은 보험금청구권이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을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본다(대법원 2010.10.28. 선고 2010다53754 판결 등).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실수로 한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하였을 때 배상하여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물건이 파손되어 원상 복구할 때 드는 비용과 보상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그런데 동 보험은 국내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가정생활안심보험 등 패키지 보험을 통해서 일상생활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보상대상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 외국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근거는 우리보다 사고발생에 대한 배상을 하여주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강하고 또 일반인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에 대하여 더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포함한 책임보험은 손해보험에 속한다. 손해보험의 경우 고의·중과실에 의한 사고는 보험자 면책사유로 되어 있다(상법 제659조). 하지만 책임보험에서는 그 특수성과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때문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만이 면책사유가 된다고 하여야 한다. 본 평석에서 문제가 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건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보험자에 대하여 피해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쟁점의 사안은 공무원이 주간에 소속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행사 일정에 포함된 족구 연습경기에 참여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이었다. 즉 공무원이 소속 지자체의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피해자가 ‘마이’를 외치고 헤딩을 하려는데 순간적으로 가해자가 공을 걷어차려다가 피해자의 머리를 차서 다친 경우이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해자 측에게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직장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경위로 사고가 난 경우로서 결국 해당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 면책사유로 규정을 하고 있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그리고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을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이 약관의 규제 법리상 무효로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무수행중의 위험은 일상생활에서의 위험과는 그 위험률의 정도가 달라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으로서 해당 보험의 보장내용을 공허한 것으로 만드는 면책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어떠한 위험을 인수할 것인가 및 어떠한 사유를 면책사유로 정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보험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34956, 2015다34963 판결)을 취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한 판단이 설득력이 있다.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본 다음에는 이 보험에 대한 약관 설명과 보장내용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 본 사안의 경우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기인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평석의 대상인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다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대상과 면책사유(직무수행으로 인한 배상책임, 같이 살고 있는 친척에 대한 사고, 자신의 물건이나 빌린 물건에 대한 사고, 정신질환에 의한 배상책임보험, 살고 있는 집이 아닌 다른 부동산에 대한 배상, 폭행·구타로 인한 배상책임 등)를 보험가입시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여 주어 가입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또한 보험자의 상품 광고에서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장범위를 명확하게 알려 보험가입자들이 판단하고 보장 흠결에 대한 대비책(예를 들어 ‘사용자배상책임보험’에의 가입 등)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하여 이 보험의 보장 흠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보험을 통하여 보상을 받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 과정에서의 사고에 대하여 보상을 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보험제도가 선진 외국처럼 많이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는 다양한 면책약관을 규정하고 있다. 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다툼이 발생한다. 앞으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하여 면책사유의 내용과 그 면책사유에의 해당여부에 대한 보다 정치한 연구가 진행되어 이 분야에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공무원
족구
직무수행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2020-09-10
행정사건
첫 영구제명된 변호사에 대한 1심 판결 검토
1. 영구제명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년 부장판사로 퇴임하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로 대한변협에 등록하였다. 원고는 영구제명 징계결정을 받기 이전에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변협 징계위)로부터 3회 정직 징계를 받았다. 변협회장은 ① 제2017-218호: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중 24,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② 제2018-27호: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 및 법무법인자금, 공탁금 등 돈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③ 제2018-50호: 반환하기로 한 선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④ 제2018-59호: 정직 중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원고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하였다. 변협 징계위는 2018. 8. 20. 징계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원고에게 영구제명의 징계 결정을 하였다. 2.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결정 피고는, 원고가 ① 변호사징계 제2017-218호와 관련하여 금원을 추가 반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 변호사징계 제2018-27호와 관련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③ 변호사징계 제2018-59호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경위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접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으로 원고의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3.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징계사유가 된 징계혐의사실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징계양정이 위법하므로 이 사건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은 영구제명의 사유로 제1호와 제2호 사유를 정하고 있고, 원고는 제2호 사유에 따라 영구제명이 결정되었는데, 위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여 이 경우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속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협 징계위는 징계개시 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는바, 결국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비행인 제2호 사유에 대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2호는 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변호사법 해석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제8조 제1항),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제8조 제1항)뿐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판단 요약 1) 평등원칙 위반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각 규정의 입법 취지, 제재 대상을 달리하여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의미있는 비교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심신미약의 경우나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4호의 규정의 문언상 심신미약 내지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와 병렬적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예시하거나 부연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영구제명 처분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 1) 2000년 영구제명 신설 배경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후 사법사상 최초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하였다. 또한 의정부지원 판사 전체를 교체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여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하였다. 국회는 2000년 이런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법조풍토를 쇄신한다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려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제명을 신설하였다. 2)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제도와 법조비리와 관계 영구제명이 도입된 것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직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검사는 재직 중 퇴직 후에 취업할 곳을 물색한다. 판사가 장차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재판도 한다. 그리고 정기인사 때 사직을 하고 그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불공정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은 취업을 목적으로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거나 취업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법관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실효성 없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판·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니까,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판·검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업무정지명령 대상자임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공소제기되거나 제97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그 재판이나 징계 결정의 결과 등록취소, 영구제명 또는 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대로 두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징계위원회에 그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와 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변호사법 102①). 원고는 징계 결과 영구제명을 받을 정도로 징계혐의사실이 심각하고, 정직 기간 중에도 수임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의뢰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은 징계에 대한 불복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하였어야 한다. 4)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등은 형사처벌 대상임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에 경중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고가 범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반면, 원고가 명의대여금지의무 및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5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변호사법 109). 변호사법이 정하는 벌칙 중에서 변호사의 명의대여 및 동업금지행위는 변호사법상 법정형이 가장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변호사 자격을 비변호사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이득을 챙겼던 가장 무거운 비리에 해당된다. 5) 변호사 결격사유 있는 자에 대한 징계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는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의 행사이므로,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변호사 자격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그 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징계권이 없다면서, 그런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소된 변호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에 진행된 징계에서 영구제명이 예상되면, 업무정지명령을 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징계혐의 변호사가 징계청구된 징계혐의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절차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사유에 관한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변호사징계규칙 19). 그 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시효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3년이므로, 결격기간(징역형은 5년)이 도과한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자는 징계를 면하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되지 않은 경미한 비리행위자만 징계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격기간 중의 변호사는 자격상실이 아니라 ‘일시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변호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는 1심 판결선고 후 제명을 당했다. 6) 변협 징계위 징계양정 문제 및 1심 판결의 의의 만약 변협이 원고가 2회 정직을 받고서도 다시 징계청구되었을 때 그때 영구제명을 했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도 형사처벌을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변협이 온정주의 입장을 취할수록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의 피해는 가중되고,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은 훼손된다. 원고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1심 판결은 영구제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가 징계적격자임을 확인하면서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시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영구제명
비위행위
변호사
변호사징계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09-10
민사일반
법인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 개념의 병존가능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인간은 상정할 수 없고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그 덕분에 인류는 현재의 문명생활을 누리게 되었으나 사회 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비례하여 나의 권리가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거나 타인의 다른 권리와 충돌되는 영역이 늘어만 가는 것도 현실이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됨에 따라 익명화되지 않은 개인정보의 보호 문제가 더욱 대두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입법되었고 산업발전과 사회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현재도 부단한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 사건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한 위자료배상을 다룬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는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동의 여부,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 A와 B가 주식회사 형태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여 A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A는 위 상담센터의 설립자이자 실질적 운영자이고 B는 A의 아내이자 대표자이다. 위 상담과정에서 A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상담내용을 녹취한 후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 등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하였다. A가 녹취한 상담내용에는 원고의 신상정보를 포함하여 온갖 내밀한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위 상담센터는 유료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다수의 세미나 참가자에게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하였다. 또한 위 상담센터에서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C는 원고의 상담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이용하여 책자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에 충격을 받은 원고는 A와 B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3천만원의 위자료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결과를 먼저 말하면, 1심법원은 1천만원의 일부인용판결을 선고하였고 2심법원은 원,피고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법 제39조 제1항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일반적 불법행위책임에 비하여 책임의 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로 한정되어 있으며 고의,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다. 본 사건의 핵심은 피고 A와 B가 법 제2조 제5호가 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법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의무주체로 상정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의 예외사유가 없는 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개인정보를 수집,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이용,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제15조, 제17조)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제18조) 사상,신념 등 민감정보를 처리할 경우에도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23조) 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하는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피고 A는 위 상담센터의 실질적 운영자이기는 하지만 대표자는 아니므로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고 다투었다. 또한 주식회사 등 법인 형태의 사기업의 경우 법인 자체가 아닌 법인의 기관에 불과한 대표이사 등이 의무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원고의 상담내용은 익명화되어 있지 않은 원고의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파일’이란 종이파일, 전산파일 형태를 불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개인정보의 집합물을 말하고, 원고를 포함하여 위 상담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담자들의 신상정보파일은 이에 해당한다. ‘처리’란 개인정보의 수집부터 파기에 이르는 모든 행위 유형을 포괄하는 용어이고, 위 상담센터에서 A가 스스로 또는 직원을 통하여 원고의 상담내용을 수집, 저장, 편집, 이용, 제공, 유출한 행위는 모두 ‘처리’에 해당한다. A가 원고의 상담내용을 녹취,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 세미나 참가자에게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 C에게 상담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명시적 동의는 전혀 없었다. 상담센터의 대표자인 B 또한 위 일련의 과정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식회사 형태의 위 상담센터는 그 심리상담 업무를 목적으로 회사 내부의 업무분장을 통해 개인정보인 상담자의 상담내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였으므로 원칙적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다수의 판례에서 법인 자체가 배상책임의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대법원 2011다60797, 2014다235080, 2018다223214, 2018다219352 판결 등) 자연인 피고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법 제28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등을 말한다. 본 사건에서 A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만들고 외부에 메일을 보낸 직원 등은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하며 법 제59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 판례도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전혀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5도 8766 판결) A와 B는 누구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가 아니므로 ‘개인정보취급자’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또한 위 상담센터가 법인격없는 사업체였다면 내부에서 자기의 계산으로 사업을 경영하면서 최상위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법인의 경우 법인과 함께 법인의 기관에 해당하는 대표자 등이 모두 ‘개인정보처리자’가 될 수 있는가? 본 사건의 재판부는 이 점을 긍정하면서 A와 B가 회사 내부에서 수행한 역할과 지위 등을 고려할 때 모두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므로 공동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추측컨대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에 ‘법인’과 ‘개인’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 제74조는 양벌규정을 두어 법 제71조 제1호 내지 제4호 등에 의하여 징역형 등으로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그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인 법인 또한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은 병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판례도 경품행사를 가장하여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판매한 사건에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이는 팀장과 회사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처벌하였다.(대법원 2016도13263 판결)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법원에서 법인의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이 문제된 대부분의 사건은 법인 자체의 책임 문제를 다루었고, 임직원 등이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 판단을 한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본 판결은 회사의 임직원도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시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판결이다. 이를 긍정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법 제39조 제1항 위반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는 회사와 임직원 모두를 피고로 하거나 또는 선택적인 피고로 하여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해석이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피해자 보호에 유리한 점은 자명하다. 향후 판례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본 사건으로 돌아와 위자료 액수와 관련하여서는 수집된 정보가 원고의 민감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 분업적으로 처리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책자 배포에 따른 2차에 걸친 유출이 이루어진 점 등이 고려되어 1천만원이라는 비교적 고액의 배상액이 인정되었다. 다만 재판부가 법 제39조 제3항이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을 명한 것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개인정보유출
정신적손해배상
녹취록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2020-03-03
노동·근로
민사일반
불확정적 조건을 붙인 해고 예고는 무효, 해고예고수당 지급해야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경력직 사원으로서 2017년 11월 6일 피고회사에 채용되어 3개월간 수습기간을 마쳤으나, 피고회사는 2018년 1월 22일 평가 후 원고의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업무적극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업무태도가 개선되면 2차 수습기간 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하였다(당초 원고와 함께 채용된 2명의 수습직원은 당시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나. 피고회사는 2018년 2월 23일 원고에 대한 평가 후 해고하기로 한 후 2018년 2월 28일 원고와 면담하여 "수습평가를 1개월 연장하여 기회를 주었으나 경력직인데도 업무수행능력과 조직문화 적응이 부족하여 해고한다"는 수습결과를 통보하고, 다시 원고에게 2018년 3월 2일 같은 취지로 2018년 3월 2일부로 해고한다는 통보를 하였다(이 해고를 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다. 원고는 해고무효확인 및 복직시까지의 급여상당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1심에서 전부 패소 후 항소심에서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제1심 법원의 판단(수원지법 2018가합14420) : 해고예고 유효 피고회사가 이 사건 해고를 통보하기 30일 전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알린 이상, 이는 잠정적이기는 하나 해고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수습기간 후의 평가결과에 따라 채용 여부가 불확정적이어서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할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이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 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서울고법 2019나2013832) : 해고예고 무효 근로기준법 제26조에서 정한 해고예고 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16778 판결 등)이라는 해고예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해고의 예고는 그 일자를 정하여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피고회사가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라고 불확정한 조건을 붙여 한 해고의 예고는 효력이 없다. 원고가 수습기간 중에 있었다 하더라도, 수습 사용한 날인 2017년 11월 6일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근로한 이상 해고의 예고가 30일 전에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피고회사는 원고에 대한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원고에게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해고예고제도 근로기준법은 제26조에서 해고예고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나(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현재 대법원은 해고사유가 정당한 이상 해고예고를 거치지 않더라도 해고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누20115 판결 등). 나. 해고예고의 방법 해고예고제도의 규정취지가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 또는 경제적 여유를 주려는 것이므로, 이러한 해고예고는 일정 시점을 특정하거나 언제 해고되는지 근로자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이에 대법원은 해고날짜를 명확히 하지 아니하고 '당분간 근무를 계속하며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라'고 한 사안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13833 판결) 및 '회사가 사업자등록을 마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보도본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한 사안(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1다53638 판결) 등에서 적법한 해고예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거나 해고예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조건을 붙인 예고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수습 중의 근로자이기는 하지만, 2019년 1월 15일 법률 제16270호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수습 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수습근로자의 경우에만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수습기간 3개월을 도과한 원고에게는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된다. 그런데 수습기간을 다시 1개월 연장하면서 연장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 그 조건 성취 여부에 따라 해고여부가 결정되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이 수습기간 종료 후 해고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부적법한 해고예고로서 무효라 본 판시는 종래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근로기준법
해고
수습기간
업무태도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0-02-03
행정사건
전문지식이 있어도 '전문변호사' 광고를 할 수 없는가?
1. 사건의 개요 A 법무법인(원고)은 홈페이지에 소속 변호사를 소개하면서 '중국법 전문 변호사' 등의 문구를 표시해 업무광고를 하였다. 변호사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변호사업무광고에관한규정'에 의하면, '전문' 표시의 경우 대한변협의 '변호사전문분야 등록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문분야 등록을 한 변호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원고에게 과태료 200만원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피고)에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받았다. 2. 주요 쟁점과 판결의 요지 가. 주요쟁점 원고는, 중국법 분야는 '전문분야 등록규정'상 전문분야로 등록할 수 없음에도 '전문' 표시를 사용하여 광고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직업의 자유는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헌법 제37조 제2항), 특히 영업의 자유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폭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한바(헌재 2001.6.28. 선고 2001헌마132 결정), 변호사가 전문분야 등록을 할 수 없는 분야에서도 '전문'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광고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나. 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①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업무광고에 검증되지 않은 '전문' 표시를 허용하면 공정한 수임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합리적 기준에 따라 규제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③ 변호사 업무광고에 '전문' 표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주로 취급하는 업무에 대하여 자유롭게 광고할 수 있어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변호사 업무광고의 제한취지에 비추어 해당분야의 전문지식 보유 여부에 따라 위법성의 정도를 달리 평가해야 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사유로 전문분야 등록을 할 수 없는 분야에서도 '전문'이라는 용어를 광고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영업의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3. 판결의 의의 1) 변호사 업무광고는 소비자의 알권리와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허위·과장광고의 등장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변호사 업무광고에 대해서는 자유와 규제가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기준과 한계가 중요하다. 2) 이 사건 판결은 대한변협에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아니한 분야에 대하여는 '전문' 표시를 하여 업무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한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은 공정한 수임질서와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위한 것으로 영업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정당한 제한이라고 판시하였다. 3) 대한변협의 전문분야 등록제도가 마련된 이상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아니한 변호사가 '전문'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면 전문분야 등록을 한 변호사로 오인케 할 염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규정의 합리성이 일응 인정되더라도 전문분야 등록제도의 미비로 인하여 실제로 변호사들이 진출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법률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의 필요성도 있음에도 전문분야 등록제도에 반영되지 아니한 법 분야가 있다면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변호사에 대한 영업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 침해와 평등권 침해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변협은 전문분야 분류의 합리성 유지 및 전문변호사 등록제도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박태준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광고
전문분야
변호사업무광고규정
박태준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2-03
민사일반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
1.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2019. 11. 12. 2018나2071008 해고무효확인 판결에서, 피고(강북문화원)가 원고(사무국장 A씨)에 대하여 한 면직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부당하게 면직된 기간 동안 지급하여야 할 임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판시를 하였다. 즉, 쌍방 간에 합의된 월급여 350만 원 중에서 업무교통비 명목의 100만 원은 지급하여야 하지만 나머지 25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먼저 쌍방 간에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한 후, 위 약정 중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의 부분(이하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이는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관은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17조, 제4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헌법 및 근로기준법의 위 각 조항이 임금에 관하여 일체의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할 수 없고,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다면 그 조건은 유효하다고 설시한 뒤, (i)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지방문화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보조금 및 회원회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데 연간 사업예산 편성내역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연 임금 중 3천만 원(= 250만 원 x 12월)을 보조금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관을 붙이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이 사건 부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부관은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ii) 원고는 피고로부터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으면 월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고지받고도 이를 승낙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등의 사정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 하에 이 사건 조건을 승낙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서론 -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임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정지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해당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을 설정·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즉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임금의 경우에 어째서 그와 같은 추가적인 유효요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고, 임금에 관한 부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건으로서 적절한지(임금의 종류에 따라, 또는 부관의 종류·내용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도 불분명하므로 약간의 검토를 요한다. 3. 이 판결의 판례상의 자리매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요건이 판례상 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2012다64643) 이래 하계휴가비, 설·추석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등에 붙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고정성 결여를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고, 2017. 9.에는 정기상여금에 관하여도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다(2017다232020). 이처럼 대법원은 임금의 종류에 상관 없이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음에 반하여, 최근의 몇몇 하급심 판결들은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을 무효라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긍정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고등법원은 2018. 12. 28. 세아베스틸 사건에서(2017나2025282), 급여를 ‘발생’시키는 조건과 급여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별하면서, 전자에 속하는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과는 달리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여부만을 결정하는 조건으로서 이는 ‘지급’에 관한 조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일부 하급심과 대법원의 입장이 상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은 기본급(약정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붙은 정지조건의 일반적 유효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 판결의 해당 판시 부분을 그대로 읽는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판례를 보면 상여금(매년 회사의 업적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기본급이 아님)에 붙은 지급일재직요건의 유효성을 긍정하고 있다(자발적 퇴직자의 경우 최고재판소 소화57.10.7. 大和銀行사건, 퇴직일을 선택할 수 없는 정년퇴직자의 경우에도 동경지방재판소 평성8.10.29. カツデン사건 등). 4. 종래의 학설 상황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성을 논하는 학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여금에 붙은 재직일 요건의 유효성에 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보여지는데, (i) 적법유효설은 상여금에는 여전히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의 장려의 성격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고 지급조건이나 지급방법이 다양하여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이나 노사간 협약의 방법으로 상여금의 내용과 지급조건(재직일조건 포함)을 정할 수 있다고 함에 반하여 (ii) 위법무효설은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그 지급기일 전에 퇴직했다 하여 그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이나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해당 근로자의 실제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분할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 한편 (iii)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견해에서는, 임금항목에 재직자 조건,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부지급 조건은 합리적 필요성 및 금액비중의 적정성을 갖추어야 유효하다, 재직자 조건은 근로제공과 무관한 시점이 있는 복지수당·기간근속수당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 일정 근무일수 조건은 만근수당·출근장려수당·휴일근로추가수당·변형된 성과급 등에서 유효하다, 금액비중이 적정한가는 1임금지급기에 지급되는 임금과 비교하여 부지급 조건으로 상실되는 1임금지급기 내의 임금 총액 또는 1임금지급기로 평균한 균등액이 20%를 넘으면 과도한 급여 상실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한다. 5. 판시요지의 평가 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의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지 이상의 여러 판례, 학설 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i) 기본급 내지 기본급적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인지 그렇지 않은지, (ii)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인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인지, (iii)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iv) 금액비중, (v)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성 등의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전액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무노동무임금과 같은 특유의 강행규정 내지 법리가 있으므로, 이들을 구현하기 위한 일반요건의 필요성과 적절성이 문제되겠다. 하나씩 살펴보면, 기본급에 정지조건을 붙인다면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 기본급 없이 일하는 셈이 되는데 조건의 성취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는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에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강제근로금지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해제조건을 붙인다면 이는 이미 발생한 임금지급의무를 사후에 조건부로 소멸시키는 것을 사전에 약정하는 것으로서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에 임금전액지급원칙 및 정기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때에도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기한을 붙인다면 이는 전액지급원칙, 정기지급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이에 비하여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은 퇴직위로금에 대한 불확정기한을 인정한 사례). 기본급 이외의 (정기)상여금 기타 각종 수당의 경우에도 임금인 이상은 근로대가성이 있으므로 기본급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으로 타당할 것이나, 한편으로 기본급 이외의 임금항목들은 성과급, 계속근로의 장려, 복리후생 등 그 개별적인 지급 목적·취지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론으로서는 유효요건을 일정 정도 완화하여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응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동관행이 있으면 유효하다고 보면서, 금액비중이 2~3할을 초과하고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등으로 해당 임금항목이 기본급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때에는 위에서 살펴본 기본급의 엄격한 유효요건 내지 그에 준하는 요건을 요구하는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위에서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과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그러한 구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민법상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의 구별에 유사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지급’에 관한 조건으로 볼 경우 임금포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나 어디까지나 ‘조건부’ 포기라는 점에서 ‘포기’보다는 ‘조건’의 적정성 쪽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하는 데에서 조건의 내용을 감안하기로 하고 ‘발생-지급’의 구분없이 유효요건을 설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관계와 같은 요소들 역시 해당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할 때에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종합해 보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일반적인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의미하나 임금항목의 성질(기본급성, 특정목적 지향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정·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 이 판결이 제시한 유효요건의 평가 이 사건 판결은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대하여 ‘사용자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사안으로서 (i) 기본급에 대하여 (ii) 정지조건을 붙였으며 (iii) 근로자가 조건의 성취 여부를 컨트롤할 수 없고 (iv) 금액비중이 70%에 달하며 (v) 기본적인 생활자금이라는 기본급의 지급목적과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조건의 내용 사이에 상관성이 없다. 그러므로 당해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와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를 요구함이 타당하다. 여기서 (ii)의 요건은 묵시적인 동의의 경우에 이를 일률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판결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을 설시하면서 임금항목의 성격을고려하지 않은 채 부관의 유효요건을 일반적으로 파악한 태도는 정밀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이 사안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와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승낙이라는 요건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6. 판시요지의 사정거리 이 사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사무국장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딱히 없는 비영리법인에서 당해 근로자와 일대일로 교섭하여 정지조건 등 근로조건을 교섭하여 정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조건 부가의 합리성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승낙이라는 두 가지 요건 모두를 비교적 용이하게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제시된 유효요건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주식회사에서 사규나 노동관행에 의하여 설정된 부지급 조건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다양한 사례들에 문자 그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나, 기본급의 일부에 대하여 정지조건이 붙은 유형의 사안에 대해서는 하급심 선례로서 일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7. 남겨진 과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여부를 어떤 잣대로 심리·판단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와 별개로 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 월 350만 원 중 정지조건이 붙은 250만 원을 제외하면 100만 원밖에 남지 않아 최저임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물론 추후 정지조건이 성취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해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건은 본질상 그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강북구를 상대로 보조금교부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월 100만 원씩만 지급되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해도 괜찮은가. 아니면 이러한 사정 역시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조건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 참작해야 하는가. ※ 이번 기고문은 저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함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근로계약
보조금
임금지급의무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1-28
노동·근로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 ‘카마스터’의 개별적 근로자성
1.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인 A자동차 회사는 원래 직영점에 자신이 직접 고용한 판매사원을 두고 자동차판매업무를 맡겼으나, 자동차판매대리점제도를 도입한 뒤 대리점주에게 판매대리권을 주고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개별 체결한 카마스터가 판매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왔다. 카마스터인 원고들은 주위적으로는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를 직접 사용·지휘하는 등 원·피고 간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다면서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였고, 예비적으로는 원·피고 간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다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 및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 회사는 독자적인 사업기반을 갖춘 대리점주와 판매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② 대리점주는 카마스터를 개별 모집해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 회사에게 해당 카마스터의 등록을 요청한다. ③ 등록된 카마스터는 당해 대리점에 출근하여 자동차판매업무를 담당하고, 대리점주와 개별 체결한 판매용역계약에 따라 판매수당을 받는다. ④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제시하고, 판촉활동 이행 및 업무지침 준수를 지시하며, 그 달성 및 이행준수여부를 대리점 및 카마스터 평가에 반영한다. ⑤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전산망 및 전산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해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⑥ 피고 회사는 카마스터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리점평가에 반영한다.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대상판결은 당해 대리점에 피고 회사와 구별되는 사업자로서의 실질이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의 업무수행에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피고 사업장 또는 직영점에서 피고 회사의 판매사원과 함께 근무하지 않은 점, 대리점이 카마스터의 채용·근태관리 등을 독자적으로 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자동차판매업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직영점 판매직원들과 경쟁한 점 등의 사실인정을 토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2. 판례해설 우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명시적 및 묵시적으로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위 사건에서 묵시적 근로계약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대리점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피고 회사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카마스터가 피고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피고 회사가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피고 회사이어서 카마스터와 피고 회사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실무상 대리점주가 카마스터들과 개별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근로계약서가 처분문서로 존재하는 이상 그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이미 근로계약의 주체가 특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편, 파견법은 ①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법 제7조), ② 파견법이 정한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 또는 파견이 금지되는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한 경우(법 제5조), ③ 파견기간이 최대 2년을 초과한 경우(법 제6조) 등을 불법파업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여한다(법 제6조의2). 판례는 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유무, 명칭, 형식 등과 관계없이 근로관계에 실질에 따라 판단해왔고, 특히 2015년 대법원 판례는 그 판단기준을 ①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② 사용사업주등의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③ 인사·노무 관련 결정 권한 행사, ④ 계약 목적의 확정 및 업무의 구별, 전문성·기술성, ⑤ 계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업 조직·설비 등 보유 5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9. 12. 30.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위 5가지 판단기준을 참조하여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15년 대법원 판례가 밝힌 5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카마스터인 원고들이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의 자동차판매업무를 해온 것이 파견법에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했고,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는 근로자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만약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들이 항소할 경우, 항소심에서는 대상판결의 판단과 일견 모순된 것으로 보이는 기존 사실관계들 예컨대, 피고 회사가 직영점 및 대리점이 통일적으로 운영·관리될 수 있도록 대리점에 사실적인 지휘·명령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회사가 대리점에 제공한 각종 전산시스템은 지휘·명령의 중요한 징표일 수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에 대한 교육 및 평가를 시행해온 점 등을 재검토하고,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 노동법 분야의 판례는 집단적 근로관계법에서 이른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사용자로 보았고(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 8881 판결),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카마스터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한 사건에서 카마스터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으며(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하급심에서 교섭상대방으로 사용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았고(대전지방법원 2011.6.10. 결정 2011카합782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 12. 17. B전자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 등 형사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B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9. 12. 17. 선고 2018고합557등 판결). 따라서, 2020년 현재 개별적 근로관계법, 파견법에서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의 카마스터들에게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또는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피고 회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노동법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판결이 나올지 기대해본다. 끝.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현대자동차
파견근로자
딜러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2020-01-28
행정사건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
판시 내용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행정법원은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사건은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이하 ‘택배기사 노조’)을 설립하여 사측에 교섭을 요구를 하였는데 사측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교섭요구 공고기간이 끝난 후에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하지 않자 발단이 되었다. 이에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택배기사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정신청을 인용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행정법원까지 유지된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구분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개념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하여, 법원은 노동조합법이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해석기준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여부는 근로기준법과는 다른 관점에서 판단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법원은 골프장 캐디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학습지 교사의 경우 종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다가 2018년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어려운 방송 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보호대상으로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위 특례에 따라 택배사업에서 집화 또는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도 법 적용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개념에 대해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학습지 교사, 자동차 판매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법원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택배기사와 관련된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위 기준에 따라 항목별로 비교적 상세하게 판단하면서 택배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였다.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직업이 생겨나고 노무제공 형태, 대가 지급방식도 다양해지면서 근로자성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급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계약형식을 불문하고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지,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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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률)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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