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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검사적격심사제도의 구체적 심사기준
서울고등법원 2017. 11. 21. 선고 2017누35358 퇴직명령취소 판결 2004. 1. 20. 법률 제7078호로 개정된 검찰청법(이하, 법)은 검사의 직무상 독립 및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하여 검사의 직급 및 승진제도를 폐지하였다. 다만, 법에서는 검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검사단일호봉제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검찰조직의 노령화나 일부 검사들의 무사안일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법 제39조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하되(제1항), 검사, 법률전문가, 변호사, 법학교수 등 9인으로 구성된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두어(제2항), 위원회가 검사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고(제4항), 법무부장관은 그와 같은 건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제청하도록(제6항)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에서는 위와 같이 퇴직명령의 사유를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7누35358 퇴직명령처분취소사건에서 “검사적격심사제도는 그 심사결과에 따라 검사의 직을 박탈하는 신분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미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적격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심사절차의 공정을 기할 필요가 있음에도 법무부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검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점은 검사의 능력 및 적성을 장기적이고 누적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검사의 인사관리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검사적격심사에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결여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복무평정과 사건평정결과 또는 평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고 그 밖에 당해 검사가 담당한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용, 업무처리상의 과오 정도, 평정의 세부 항복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균적인 검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가 일응의 심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법 제35조의2는 평정을 위한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고, 검사복무평정규칙 제4조은 평정항목은 1. 청렴성·조직헌신 및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 2. 치밀성· 성실성, 3. 추진력·적극성, 4. 판단력·기획력, 5. 보고·의사소통 능력, 6. 인화협조·조직관리 능력 및 친절성, 7. 자기통제·자기계발 능력을 포함하여 법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이 적격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검사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퇴직명령을 받은 검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그 동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왔으므로 소속 청 검사들 사이의 상대평가인 복무평정 결과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사건평정 결과와 특정사무감사 결과로 해당검사의 과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검사들의 과오의 정도 및 그에 따른 조치에 관하여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특정사무감사 결과는 어떤 기준에 의해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된 것인지 그 경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퇴직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위 사건 당시 법무부는 적격심사의 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를 일응의 심사기준으로 삼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검사근무성적 평정은 원칙적으로는 인사관리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건처리 등에 있어 과오는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근무성적 평정이 단순 인사기준을 넘어 퇴직명령의 심사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퇴직 심사 전 충분한 인사조치가 먼저 행해져야 하고 교육기회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검사
검사적격심사
탈락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1-03
산재·연금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의 전향적 검토
1. 판결의 요지 가. 제1심 및 항소심의 판결 원고는 2002. 11.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 LCD공장에서 LCD패널 검사작업을 담당하다 2007. 2. 퇴사했고, 2008. 6.경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자, 2010. 7.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0. 9.경 공장을 방문한 후 ‘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의 역학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11. 2. 위 역학조사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요양승인신청에 대하여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는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잦은 연장근무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누적, 햇빛을 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장애, 유기용제 사용, 전자파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다발성 경화증을 발병되거나 악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 법원은 원고가 전자파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업무상 과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 하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단하였다. 다발성 경화증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악화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제대로 규명된 병이 아니고, 원고가 주장한 유해물질 노출 등 여러 요인들이 발병·악화요인이 된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도 부족하며, 원고가 자신이 주장한 발병·악화요인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도 불분명한데다, 오히려 원고가 해온 흡연과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대법원 상고심의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① 첨단산업분야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고, ②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의학수준에서는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으며, ③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거부 등으로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고, ④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원고 근무시점으로부터 수년 후에 이루어진 한계가 있고 근로자의 유해화학물질 노출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측정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점,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원고의 입증곤란을 야기한 점, 원고가 주장한 여러 발병·악화요인들이 다수 중첩되어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입사 전 병력·가족력도 없던 원고가 입사 후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르게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점 등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유리한 사정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다. 판례는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고 줄곧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여기에 ① 희귀질환에 대한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 사업주의 협조거부나 관할 행정청의 조사거부·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을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하였고, ②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가능성을 넓혔다. 판례가 채택하고 있는 상당인과관계론은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보통 인정되는 관계를 말하고,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률상 인과관계에 관하여 특별한 대안이 없어 현재까지 실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단 불승인처분이 나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가뭄에 콩 나듯이 선별적으로 인정되고, 하급심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대상판결의 하급심인 제1심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주치의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과 작업환경은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밝혀진 연구는 드물다는 의견, 연세대학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의 수준상 단일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고, 항소심 역시 위 의학적 견해에 기초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언제까지 업무상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하급심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올라가야 상당인과관계 존재라는 혜택을 입어 몇몇만 구제 받는 현실이 지속되어야만 하는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와 시간, 인내가 있는 사람은 선별적으로 구제 받겠지만,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평생을 낙담하며 억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약자들은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 공단이 내세우는 여러 의학적 견해를 무시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의학적 견해라는 외투에 들어가 과잉 자기보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그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 하급심에서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획기적,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동시에,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의 가입의사와 무관하게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법 제6조),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는 사업주의 보험관계성립 신고나 보험료 납부여부와 무관하게 사업개시일에 자동으로 발생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외에는 구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없고(법 제87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등 급여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법 제84조). 업무상 질병으로 급여가 필요한 사람이 억울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급심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되, 잘못된 판단은 상급심에서 선별적으로 파기함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좁은 해석론은 사회보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산업재해를 당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보다는 피고 공단의 재원 누수를 걱정하는 데 치우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하급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오히려 상고심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 기사가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근로자
삼성
LCD
공장
다발성경화증
산업재해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9-15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공기업에서 성과연봉제를 담은 개정된 연봉제규정 등의 효력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6가합566509 판결)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에서, 위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게 되는 임금의 총액이 기존의 급여 체계에 비하여 증가하였다 하더라도 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 개인에 따라 그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위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야 하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통념상 합리성 또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무효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2.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란, 근로자의 기득권을 박탈하여 근로조건을 낮추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기존의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 불리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취업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1726 판결). 또한,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은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에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요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같은 개정에 의하여 근로자 상호간의 이, 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들을 고려할 때에, 이 사건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 근로자들은 위 규정의 개정으로 인하여 기준연봉 및 성과연봉의 등급 분류 결과에 따라 지급받게 되는 총 임금의 액수가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되는 등 개인에 따라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게 되었으나, 특히 하위평가를 받게 되는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이와 같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은 불이익하다고 한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판단에 관한 사항으로써 그 자체로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임금체계의 개편이 전체적으로는 불이익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근로자의 임금 감소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 사건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3.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함을 판시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나,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경영상의 필요 등으로 인하여 취업규칙의 변경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변경하고자 하는 취업규칙의 내용에 불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사용자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 사용자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고, 근로자 역시 이에 따라 고용 불안정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판결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에,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는 2016. 5. 9.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데 조합원 90%가 이를 반대하여 명백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위 공기업은 이 사건 성과연봉제 규정 등의 개정을 강행한 점, ②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비율, 연공서열 하에서의 소극적 업무수행 태도, 과다한 비용지출 등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근로자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지급받았고, 성과연봉제 미도입으로 인한 평가등급 하락이나 임금동결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고 이는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지속적인 불이익에 비하여 일시적인 대상조치에 불과한 점, ④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 사건 공기업과 같이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반발이 상당하였고 이 사건과 같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사건 판결은 판시하고 있는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고려할 때에 이러한 판시는 일응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대법원은 2005. 6. 23. 선고 2004다68953 판결에서 ‘위 개정은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할 것이지만, 통신사업이 무선통신과 인터넷 위주로 변화하면서 종래 유선통신사업을 주도하던 피고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경쟁 업체에 비하여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 비율은 높은 반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뒤떨어짐에 따라 피고 회사의 조직을 축소개편 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점...인사규정 제13조 제2항의 개정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도 있는 등, 이 사건 판결이 최근 공기업에서의 일명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최초의 본안에 관한 사법 판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용자 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과 관련해서도 더욱더 면밀한 검토를 한 후에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근로기준법
노조
성과연봉제
2017-06-16
산재·연금
행정사건
[판례해설]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업무상재해 판단방법
- 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가입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이 계속 바뀌는 경우가 많다. 현재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작업 중 한 번의 사고로 재해를 입은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사업장에서 업무를 하며 쌓여서 생긴 재해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일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만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일을 하면서 몸이 상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으려고 하면 2가지 장벽을 만나게 된다. 첫째는 사용자의 반대(방해)이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산재신청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용자는 산재가 발생하면 ① 산재로 인한 보험료 인상 ② 관급공사 수주 제한 ③ 근로자로부터의 손해배상소송청구 위험 등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으므로 산재인정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둘째는 법률적인 문제이다. 법조인들조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누10103 판결 등)’라는 판례 문구를 떠올리며,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해’ 사업장에서의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상판결 1, 2심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여러 개의 건설공사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질병에 걸린 경우 그 건설공사 사업장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이라면 당해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그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그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생각할 때, 일을 하면서 생긴 재해라면 사업장을 옮겼다고 해서 보상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므로 대상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466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등)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이 판결이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를 좁게 해석하는 습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는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결이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약간의 불합리가 남아 있다. 근로자는 복수의 사용자 아래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와 관련하여 보상을 받지만, 산재발생 사업장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과 책임은 그 근로자가 거쳐 간 복수의 사용자들이 공정하게 나눠서 지는 것이 아니라 최종 근무한 시점의 사용자가 모두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근로자의 재해가 여러 사업장의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근로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되 사용자는 부당하게 과도한 책임을 지지는 않도록, 최종 사용자를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보험료 인상율, PI점수에 반영하는 등)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대상판결이 널리 알려져서 ‘당해 사업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오해가 해소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업무상재해
미장공
일용직
일용직근로자
2017-06-16
노동·근로
민사일반
판례해설 - 수 년간 소속 용역업체를 변경한 경우 불법파견 인정
- 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 1. 들어가며 기업들이 경비절감이나 관리상의 용이함 등의 이유로 건물관리나 청소, 경비 등의 업무를 용역업체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경우 위탁계약이 종료하여 새로운 용역업체로 변경되더라도 해당 건물에서 위탁업무를 수행하던 기존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에 채용되어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기업 내부의 전산시스템 위탁 관리를 외부 IT업체에 맡겨 관리하는 형태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당 IT업체(용역업체)와의 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전산시스템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판결(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역시 피고가 방범용 CCTV에 관한 모니터링 업무를 용역업체 위탁하여 운영하면서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매년 종료됨에 따라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던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해 온 사안이었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피고(군포시)는 관내 범죄취약지역에 설치한 방범용 CCTV에 관한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면서 관제센터에서 모니터링 업무를 2008. 6. 1. A회사에 위탁하였다. 원고들은 A회사에 2008. 6.경 또는 2008. 8.경 입사하여 관제센터에서 CCTV 모니터링 요원으로 근무하였고, 피고가 용역업체를 변경할 경우 계속해서 새로운 용역업체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동일하게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해 왔다(총 4개 용역업체에서 약 3년 6개월 정도 근무). 그런데 새로운 용역업체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자 원고들은 불법파견임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근로자파견과 관련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의 5가지 판단지표 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 파견여부를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의 근무지시를 받고 매일 근무상황을 피고에게 보고하고, 휴가ㆍ병가등을 관제센터장에게 보고하였다는 점, 용역업체의 경우 모니터링결과를 보고받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최초 업무교육도 시키지 않았으며 관제센터에 상주하는 직원도 없는 점, 피고가 모니터링 용원 간 업무 인수인계사항에 관해 관제센터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고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을 지시한 점, 용역업체가 매년 변경되었음에도 원고들이 새로운 용역업체로 소속만 변경하면서 모니터링 요원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점 등을 바탕으로 원고들의 경우 피고의 관제센터에 파견되어 피고의 지휘ㆍ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모니터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피고가 원고들을 사용한지 2년이 초과된 시점에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용역계약이 변경됨에 따라 용역업체만을 바꾸면서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 형태를 근로자파견의 부정적 요소 중 하나로 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대상판결이 위 요소 하나만을 이유로 근로자파견으로 본 것은 아니므로, 건물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소속 근로자를 해당 건물이나 위탁업자의 사업장에 보내어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많은 위탁계약이 곧바로 근로자파견 관계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가 현장대리인도 없이 위탁인의 사업장에 자신의 근로자만을 보내어 놓고 위탁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고 오히려 위탁인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지휘ㆍ감독을 하면서 용역업체가 변경되었음에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면 이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에서는 건물의 주차관리 등을 용역업체에 위탁하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해당 건물에서 주차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역업체가 아닌 위탁자(건물소유자 등)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 경우가 많고, 용역계약이 종료하거나 해지될 경우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채 기존과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업들의 전산시스템을 관리해 주는 IT 업체 소속 근로자 역시 전산시스템 관리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소속 IT업체에 복귀하지 않은 채 새로운 IT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존과 동일한 업무(특정 업체의 전산시스템 관리)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주차나 전산시스템 관리를 위탁하는 업체는 용역업체로 하여금 현장관리인을 두도록 하고 현장관리인이 직접 소속 근로자에 대한 근태관리, 업무 지휘ㆍ감독 등을 하도록 하여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의 원심판결 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다79439 판결)을 근거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휘ㆍ명령을 한 것은 경비업법 등의 법령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은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경비업무'의 경우 경비업법에서 엄격히 국가중요시설의 시설주, 경비업자, 특수경비원의 직무ㆍ의무에 대해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시설주가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지휘ㆍ감독과 마찬가지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실무에서도 경비업무를 위탁한 경우 위탁자가 경비업법을 이유로 경비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탁업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인지, 경비업법의 취지가 무엇인지 등 경비업법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불법파견
노무
근로자파견
2016-08-22
노동·근로
판례해설 - 용역업체 소속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는 파견 근로자인가?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과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KTX 여승무원 사건 2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건, 남해화학 사건 등 총 4개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5가지의 근로자파견 관계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 즉,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해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 투입 근로자 선발, 근로자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고, 그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 갖추는지 등이다. 그런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고,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상판결 이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의 비교를 통해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기준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들(22명)은 용역업체인 A, B 소속으로 대부분 피고 은행의 임원 전속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될 경우 피고와 A, B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관할 구역에 따라 A에서 B로, B에서 A로 소속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 은행은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들도 있었고, 원고들과 동일한 임원 차량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피고 은행으로부터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 은행과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고,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원고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 및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다. 나. 원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7. 9. 선고 2012가합525166 판결) 원심판결은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이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부터의 손해배상 청구는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이나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다.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할 담당 임원을 결정하고 소속 회사까지 변경하게 하는 등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ㆍ변경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가진 점, 피고가 직접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게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로부터 직접 근태, 운행실적, 사고 여부 등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②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③ 위탁업무의 내용이 차량운전 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용역계약서에 포괄적인 규정까지 두어 업무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수수료 산정방식이 일의 완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일체의 기준이 없어 일반적인 위탁 또는 도급계약의 보수 산정방식과 다르다. ④ 피고가 차량,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 사무실과 집기까지 무상으로 부담한 반면, 용역업체는 고유기술이나 설비,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또한,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고용의무발생일부터 직접 채용시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액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 상당액이고,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피고)의 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임금 상당액으로 보았다. 3. 검토 대상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얼마 전에 대법원에서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 이 판결은방송사의 임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사실관계에 있어서 대상판결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과 방송사 판결의 사실관계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위 사실관계의 비교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는 도급(용역)계약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자파견으로 볼만큼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방송사 판결의 경우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용역업체 현장사무소 직원 4명이 차량 배차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사 판결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피고(도급인) 직원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야 구체적인 행선지, 이동거리, 대기시간을 알 수 있어서 사실상 구체적인 배차는 피고 직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는 대상판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방송사 판결에서는 대상판결보다 파견 관계로 추정될 사실관계도 존재하는데, 용역계약의 종료로 새로운 용역업체가 선정되었으나 기존 운전자 대부분이 새로운 용역업체로 소속을 변경한 점, 임원 차량 운전자의 경우 용역업체가 후보 운전자를 3-5배수로 선발하면 그 임원이 직접 운전자를 선정한 점, 방송사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을 감행하기도 한 점, 피고 직원이 운전기사에게 운전업무가 아닌 피고의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 점, 원고(운전자)이 직접 피고로부터 회식비 지원을 받은 점, 원고들이 피고의 체력단련실ㆍ구내식당을 이용한 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승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운전업무의 특수성 때문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운전업무의 특성상 피고 임원들이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점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것'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근로자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조차도 근로자파견의 실질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예측하거나 그 결론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KTX 여승무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원심판결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판결을 통해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형성적 판결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 특히, 계약 관계가 단순히 민법상 도급이 아니면 파견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비전형계약이 상당히 존재하고, 사업의 특성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도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불법파견의 문제는 실무상 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법원(법관)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① 법원이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근로자 파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②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여 적법한 파견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③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물론 위 3가지 방식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한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하나의 운전인력 단위로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는 단순히 원청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만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예시로 ①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② '직접 공동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같은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거나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이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그 업무에 투입되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단순히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만으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이 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오히려 전형적인 민법상 도급계약보다는 도급, 위탁, 위임 등 여러 가지 성격이 복합된 비전형 계약이 더 많이 체결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판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될 적극적인 점이 입증되어야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판례(방송사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 )에서는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의 인정 근거로 삼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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