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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보호자의 부당한 간섭행위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대한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1. 레드카드·교실청소로 야기된 사건 2021년 4월 20일 전주○○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 중에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냈다. 담임교사가 하지 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교사는 그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그 교실 칠판에는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을 붙이고 수업 시간에 잘못한 아이들의 이름표를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 옆에 붙인 후 이름표가 부착된 아이들이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정리를 한 후 하교하도록 하였다. 이 레드카드 제도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약속으로 시행 중이었고, 이름표가 부착된 학생은 교사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교실에 남아 청소를 했다. 그날 레드카드를 받았던 학생은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교사는 학생에게 하교하라고 하였다(헌재 2022헌마1119). 이와 달리 법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하였다고 했다(대법원 2023두37858). 학생의 어머니는 당일 오후부터 지속적으로 그 초등학교 교장 등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였고,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였으며, 2회에 걸쳐 12일간 학생을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에 실려 입원하였고, 열흘간 병가를 내고 치료받았다. 반면 학생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였다. 학교장은 학생 어머니에게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를 조치이유로 하고,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침해행위 유형으로 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침해자 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다(이 사건 조치). 학생 어머니(원고)는 이 사건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을 청구했다. 한편 검사는 담임교사에 대하여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후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담임교사는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2. 법원의 판결 항소심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한 것이어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임이 분명하여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교원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광주고등 2023. 2. 15. 선고 (전주)2022누1550 판결). 대법원은 원고의 간섭 대상 행위는 ‘레드카드 벌점제’가 아니라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인데 담임교사는 법률상 자격 있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원고가 간섭한 담임교사의 직무수행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고, 원고의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제4호 등에 따른 보호조치의 주체, 절차, ‘정당한 교육활동’과 ‘반복적 부당한 간섭’의 의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3.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① 청구인(초등학교 교사)이 방과 후 피해 아동을 하교시키지 아니하고 남긴 후 교실을 청소하도록 지시하였는지 여부, ② 청구인이 레드카드 옆에 피해 아동의 이름표를 붙인 행위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각각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검사)이 청구인에게 아동학대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헌재 2023. 10. 26. 2022헌마1119). 4. 학생, 보호자, 학교의 장·교원의 권리와 의무 (1) 학생의 보호와 의무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따라서 학교는 국제인권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인권까지 보장해야 한다.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학생이 담임교사나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빈발하여 신설된 조문이다. 학교가 교육공간이 아닌 범죄장소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 보호자의 권리와 의무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교의 장과 교원의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의 장에게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내용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2회 이상 답변하고 그 이후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17조). 최근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이 보호자의 민원 처리를 전담하도록 했다. 따라서 보호자는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의견을 학교장에게 제기하여야 하고, 담임교사를 직접 만나 시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호자가 담임교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지속적인 민원제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보호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즉, 보호자는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3) 교원의 지위와 책무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교육기본법 제14조).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학교의 장이 정하는 교육계획 및 교육방침에 따라 학교의 안팎에서 학교장의 관리·감독하에 행하여지는 수업·특별활동·재량활동·과외활동·수련활동·수학여행 등을 말한다(학교안전법 제2조).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여야 한다(교원지위법 제2조). 이를 위하여 교원 보수 우대, 불체포특권, 신분보장을 배려하고 있는데, 학생과 보호자가 교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교원의 교육적 판단이 무시되고 공격당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학생과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제재조치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중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가 있는데, 여기서 “반복적으로” 요건은 교원이 보호자에게 오랫동안 시달릴 수 있으므로 폐지하는 것이 좋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교육부 고시)에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얼마나 다양하게 침해당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사교육을 우선시하고 학교는 졸업장 받는 기관으로 취급됨에 따라 교원에 대한 태도는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원은 아직은 미숙한 학생의 인권을 섬세하게 보호하면서 교육활동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5. 마치면서 항소심 판결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하고, 방과 후 학생에게 청소하도록 한 것을 강제노동으로 판시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교육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2023. 9. 27. 개정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은 학교가 범죄 없는 평화로운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내용을 신설했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자와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를 금지하는 선언적 내용과 그 위반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라서 한계도 분명하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아동학대행위가 아니라는 규정도 신설했지만, 교원에 대한 고발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교원에 대한 공격행위를 범죄화하고 이를 가중처벌하는 입법 움직임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교권
반복적부당한간섭
아동학대
교사
교육활동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2024-01-20
국가배상
민사일반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경찰서 접수 당직으로 근무하던 경찰관 A가 민원인 甲이 제출하려는 고소장의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고 하면서 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하였다. 이에 민원인 甲은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피고소인은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위 약식명령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민원인 甲은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위 고소장 접수 반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관 A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여 민원 사건을 접수하였고, 수일 후 다시 위 청문감사실 소속인 경찰관 B에게 전화하여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방문하겠다고 얘기하였으나 경찰관 B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甲은 경찰청에 경찰관 A, B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경찰관 A는 ‘절차위반’을 이유로, 경찰관 B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등을 이유로 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에 甲은 경찰관 A, B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신에게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하면서, 경찰관 A, B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시 내용 이 사건 법원(수원지방법원 2019나56678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은 “경찰관 A는 민원인 甲이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경찰관 B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3. 관련 법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한편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4521 판결 참조). 4. 검토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이 주권을 가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천명하고 있고, 그러므로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은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국가공무원법 제59조),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같은 법 제56조). 즉,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1항). 특히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을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은 직접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의무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는바, 특별한 사정 없이 국민이 제출하는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접수를 거부한 경찰관은 국민이 입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경찰관
직무행위
국가배상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6
형사일반
긴급체포시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의 증거능력
2019. 5. 1.경 경찰은 피의자 甲을 2019. 4.경 마약제공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甲이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를 확보하였다. 경찰은 甲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은 후 2019. 5. 1.경 마약매매와 관련해 주고받은 甲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촬영하였다. 2019. 5. 3.경 경찰은 甲의 차량과 주거지 등에서 긴급 압수한 물건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甲의 휴대전화와 메시지 내용 등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았다. 甲은 경찰에서 혐의사실을 자백하였고, 검찰은‘甲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출력물 1권’에 대한 압수조서(임의제출)를 작성하고 甲으로부터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받은 다음 甲을 기소하였다. 이 사건 재판부는“수사기관이 피고인으로부터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 및 메시지 내용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한 것인지 등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내 전자정보 출력물을 임의 제출하는 것에 동의한다는‘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제출하고‘압수조서(임의제출)’가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수집 과정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재판부는 ‘휴대전화’ 자체와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를 구분하여 “설령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내 전자정보의 탐색이 적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 하였다. 영장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실상 전자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색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근거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이상, 그 기회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함께 청구해야한다고 하였다. 결국 재판부는 위와 같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임의제출 압수물인 휴대전화 전자정보 촬영물 및 이를 기초로 수집된 2차 증거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하여 피고인의 2019. 5. 1.경 마약매매의 점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2019. 4.경 마약제공 범행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였다.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긴급체포에 따른 대물적 강제처분시 수사기관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긴급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에 관하여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으므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에서 정하는‘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특히 임의제출 압수물중 휴대전화 안에 있는 파일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내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어 종전의 일반적인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보다 대상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고, 무제한적인 수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통해 휴대전화를 손쉽게 입수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등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한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2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 체포 현장에서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 긴급체포 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48시간내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압수한 물건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에 규정된 임의 제출물에 대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후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긴급 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 또는 검증에 관하여 위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수사 편의를 위해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제출 형식이나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상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결(2009도14376, 2009도10092,2007도3061)의 취지에 따라, 휴대전화 및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특수성에 입각하여 객관적 진실 규명이 저해되거나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헌법이 정하는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에서 추구되어야 할 가치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향후 수사기관은 대상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된 증거물에 대하여서는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 동의서를 받아야함은 물론이고, 이에 추가하여 원칙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반드시 발부받아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관련 수사준칙을 마련하여 일선 수사실무에 적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압수수색
긴급체포
휴대폰압수
증거능력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0-01-20
형사일반
대법원 법창조,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 대법원 2017도3443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2015. 1. 9.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라는 유흥주점에서 여자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중 손님으로 찾아 온 유부남인 피해자를 만나 그 때부터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성관계도 하고 그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내연관계로 지내온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6. 1. 21.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주점에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피해자와 성관계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해 두었던 동영상 파일을 피고인의 컴퓨터에 복사하여 놓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위 동영상 파일을 재생한 뒤 컴퓨터 모니터 화면상으로 재생된 성관계 장면을 다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처의 휴대전화로 발송한 사건이다. Ⅱ. 사건의 쟁점 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조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 사건의 쟁점이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과 제2항이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 사건에서 제3자에게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성관계 동영상은 처음에는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것은 아니지만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촬영물이라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후단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일견 당연히 처벌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제공한 방법에 때문에 1심과 원심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동의하에 촬영된 성관계 영상물이 담겨 있는 매체를 통하여 전자송신 혹은 p2p의 방법으로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저장된 매체에서 그 영상물을 재생하고 난 뒤 그 재생된 영상물을 다시 촬영하고 난 뒤 그 촬영된 영상물을 저장하고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전자송신의 방법으로 제공한 점이다. Ⅲ. 1심 및 원심 법원의 판단 1심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가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촬영물의 시중 유포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그 주체가 반드시 그 촬영물을 촬영한 자와 동일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은 누가 촬영한 것인지를 묻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1),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나중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각주1]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6172 판결 참조 또한 원심 역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가 촬영된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도 처벌하여 그 촬영물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행위’에는 촬영물 자체를 직접 반포하는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 촬영물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그 밖에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후 이를 반포·판매·전시하는 등의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자체를 반포하는 등의 경우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Ⅳ.대법원의 판단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각주2]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한편,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여 촬영한 촬영물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행위 등을 규율 대상으로 하면서 그 촬영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제1항의 촬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촬영’의 의미를 해석할 때 위 제1항과 제2항의 경우를 달리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만이 위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Ⅴ. 대법원 판결의 함의 – 법창조와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본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의 죄형법정주의 유추금지원칙에 충실하게 따른 판결로 볼 수 있다. 법원은 법률 문언이 가지고 있는 가능한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처벌 흠결로 인하여 국민이 해당 사건 판결 결과에 대해 선득 납득을 할 수 없을 때, 법원은 법의 해석을 넘어 금지된 유추를 통해 법을 창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법의 창조는 일시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모르나, 법의 해석이라는 원칙과 철학을 저버리면 인권과 정의 그리고 신뢰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얻지 못할 수 있다. 사실 본 사건의 결과는 이미 2013년 6월 27일 대법원 판결에서 예견되었다. 그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 갑(여, 14세)과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카메라 기능이 내재되어 있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갑의 유방, 음부 등 신체 부위를 갑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는데,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화상카메라에 비추었고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상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피고인의 컴퓨터에 전송되었으며, 피고인은 수신된 정보가 영상으로 변환된 것을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갑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갑의 신체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법 제13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벌법규의 목적론적 해석도 해당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내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도 위 규정의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3) 이 판결을 현 대법원은 원용하면서 본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각주3]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묻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대법원은 수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과연 이 사건에서 법을 창조하여 원심의 취지대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판결이 일반국민에게 범죄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고민으로 판결을 또 고치고 또 쓰면서 밤잠을 자지 못하였을 것이다. 법원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에 그쳐야 하고 법률의 잘못으로 인한 처벌의 공백은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법원이 법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넘어 유추를 통하여 법을 창조하는 순간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 없으며,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소급효 금지 원칙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법은 국민을 처벌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법은 국민에게 법이 정해 놓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치원리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통치구조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 제도이다. 판결이 난지 이미 5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하루 속히 입법이 이루어지길 소망하고 소원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카메라
전송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성관계동영상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9-27
전문직직무
[판례해설] 형사사건 수임료를 분할 지급하는 경우 성공보수의 판단 기준
1.사건의 개요 (1)A변호사는 2016년 11월 B씨와 수임계약을 체결한 뒤 B씨의 1심 변호를 맡았다. 위 수임계약에 따르면 (1) 수임료는 기본보수를 3580만원으로 하되, 이 가운데 절반인 '계약금'으로 수임계약 체결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인 1790만원은 '잔금'으로 이 사건 위임사무 종료 시(당해 심급 판결 선고 시)에 지급하기로 하고, (2) 사건 수임 및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며, (3)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1심 판결 후 B씨는 변호사 보수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A 변호사는 B씨를 상대로 잔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제1사건”). (2)C변호사는 2017년 2월 D씨로부터 D씨 아들의 강제추행 사건을 수임했다. 변호사 보수는 '착수금'으로만 1250만원을 정하되 착수금을 2회로 분할해 1차로 550만원은 '수임 계약 시'에 지급하고 나머지 700만원은 '사건 종료 시'에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했다. 여기에 무죄나 무혐의가 아닐 때에는 2차 착수금 700만원을 모두 D씨에게 반환하고, 기소유예일 때는 그 중 300만원만 반환하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D씨의 아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자 C 변호사는 D씨에게 4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하였으나, D씨는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C 변호사는 D씨를 상대로 위 착수금 4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제2사건”). 2.대상 판결의 요지 법원은 위 제1사건에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염려가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전제한 후, "잔금 지급 약정이 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잔금 지급 액수도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위 수임료약정은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성공보수 약정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원은 위 제2사건에서도, “착수금 2회 지급 약정은 성공보수를 받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비록 착수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도 착수금의 성격을 규명해 수사나 형사재판의 결과와 결부돼 있다면 이는 성공보수 약정으로 봐야 한다"고 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3.대상 판결의 검토 위 두 개의 하급심 판결은 모두 2018년 5월에 2주 간격으로 같은 재판부에서 선고된 사건으로,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구체화한 첫 하급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제2사건의 경우 위임계약서상 착수금을 2차례 나누어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사건 결과에 따라 착수금 반환 조건을 달리 정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형사사건에서 금지되는 성공보수약정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제1사건의 경우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보수의 지급시기를 '판결 선고 시'로 정하여 사건 결과가 나온 이후에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였다면 이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금지되는 성공보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위임계약서는 ‘처분문서’로서,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1. 2. 27. 선고 99다23574 판결). 위 제1사건의 위임계약서는 “사건 수임 및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었고, 그와 동시에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는바,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 위임계약상 보수약정이 형사재판의 결과와 변호사 보수가 결부된 성공보수약정으로 해석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변호사 보수가 실제 변호사의 업무량에 비례하여 사후적으로 정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액으로 책정되다 보니, 실제 수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당초 예상보다 업무량이 작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재판이 장기화되고 예기치 못한 쟁점이 붉어져 업무량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도 있는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위임계약서에 상호 협의 하에 변호사 보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결코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이러한 점에서 위 잔금 조정 규정을 성공보수약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이고, 오히려 당사자들은 위 조정 규정이 성공보수약정으로 오해될 것에 대비하여 “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제1심은 "진정으로 (성공보수가 아닌) 잔금을 받기로 했다면 판결 선고 전에 지급받는 것으로 약정했어야 하고, 선고 결과를 보고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법원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성공보수약정을 폭넓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을 근절하겠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표명된 판결이라 생각된다.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변호
잔금
성공보수
변호사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7-06
형사일반
[판례해설] 국방사업 수주 실패 불만… 대낮 ‘판문점 월북’ 시도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2009. 9.경 방탄소재 개발 및 군 특수전략장비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방탄복 성능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이 방탄기술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등의 이유로 실험 기회를 얻지 못하여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방탄복 성능실험 및 방탄복 제작을 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 제작 방탄복의 성능시험을 국내에서 받지 못하는 등 국방부에서 협조를 받지 못하고 방탄기술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자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위와 같이 몽골을 방문할 때마다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의 대남 공작거점 식당을 방문하여 북한 종업원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가지던 중 2010. 3.경에는 북한에 대한 찬양ㆍ고무 등 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 혐의로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쇄된 인터넷 네이버「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카페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북한에 대한 게시글을 읽는 등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0. 4.경 ‘보호 패널 적층체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방탄기술을 개발하고, 해양경찰청 함정용 방탄판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방탄장비 제조업을 지속하여 오던 중 2012. 1.경 육군전력지원체계 사업단 방탄복 연구개발사업 제안요청에 따른 예산소요 1,460억 원 상당(사업기간 5년)의 사업수주를 위하여 사운을 걸고 방탄성능 분석을 위한 북한 실탄을 구하려 하는 등 북한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149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였으나, 2012. 3. 말경 위 사업수주가 무산되고 기존 군에 대한 방탄장비를 수주하여 왔던 방탄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가자, 대한민국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 급속도로 북한 김일성 체제에 대한 동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방탄기술을 북에 제공하여 남한 사회를 전복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2012. 5.경 개성공단 이동인구로 인하여 입북이 용이한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탈북하기로 결심하고 피고인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1번국도 남문 초소에 도착하여 잠시 출입차량 검문에 소홀한 틈에 개성공단 출입허가 차량 2대를 뒤따라 가 검문을 받지 않은 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통제보호구역의 기점인 통일대교를 통과하여 DMZ 최후 방책선인 1사단 관할의 5통문을 통하여 북한으로 탈출하려 하였으나 발각되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방탄플레이트 등 방탄장비 개발ㆍ제조업체 운영자로서 방탄복 연구개발사업의 수주가 실패하자 그 과정에서 정신병적 조증과 더불어 국방부 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② 피고인은 “반갑습니다” 문건에 적은 바와 같이 자신이 북한 지역으로 탈출할 경우 위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기술은 비록 군사기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북한에 유출될 경우 북한에 유리한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또한 보안서약서 작성 과정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인 점, ④ 피고인은 정신질환적 발작상태에서 세상의 종말을 피하기 위하여 폐쇄적인 북한에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탈출 실패 후 담당 수사관들의 조사 당시 탈출 동기로 세상의 종말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등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지위 및 당시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북한 지역으로의 탈출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고, 피고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대상판결의 해설 국가보안법은 1991년에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취지(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를 반영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죄, 찬양·고무죄, 회합·통신죄 등의 구성요건에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일컫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모든 잠입ㆍ탈출행위, 특히 북한으로의 밀입북행위가 모두 국가보안법상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잠입ㆍ탈출행위만이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국방사업 수주에 실패하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방탄장비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북한지역으로 탈출하려던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월북
국가보안법위반
초소침범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4-24
행정사건
[판례해설] 강제퇴거명령 받은 외국인, 보호시설에 무기한 보호… 가까스로 "합헌"
1. 사건개요 및 제청요지 중국국적의 재외동포들이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형이 확정되어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위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소하였다가 기각된 후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심리 중 직권으로 이들에 대한 적용 법률인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이 보호의 개시나 연장단계에서 중립적인 기관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청문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적법절차에 위배되며,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제한 없는 보호를 가능케 하여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강제퇴거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여 위법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결정결과 4인의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표시하였고 다수인 5인의 재판관은 위헌의견을 표시하여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 6인에 미치지 못하여 해당 법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지 못하였다. 3. 송환기한 미설정에 대하여 합헌의견측은 각 나라의 사정이나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송환에 소요되는 기간이 달라져서 피보호자의 송환이 언제 가능해질 것인지 미리 알 수가 없으므로, 보호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위헌의견측은 구금기간의 상한을 정하고 있는 국가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보호기간의 상한을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으며 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무기한 보호를 가능케 한 그 자체만으로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합헌의견측은 심판대상조항에 보호기간의 상한을 규정하면 송환 가능시점이 지연되어 보호기간의 상한을 초과하게 되었을 때 강제퇴거대상자를 석방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석방된 강제퇴거대상자들이 잠적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위헌의견측은 이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막연하고 잠재적인 가능성에 불과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실증적 근거도 충분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막연한 추정만을 근거로 ‘기한의 상한이 없는 보호’와 같이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조치가 정당화되기는 어려우며 강제퇴거대상자 전체를 모두 잠재적 도주자 내지는 잠재적 범지자로 보는 과도한 조치라고 하였다. 4. 사후구제 및 통제절차에 대하여 합헌의견측은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대상자가 보호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위헌의견측은 피보호자는 법무부장관에게 보호 또는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소장 등은 보호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 보호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무부장관은 사실상 보호명령을 발령·집행하는 행정청의 관리감독청에 불과하여 외부의 중립적·객관적 기관에 의한 심사제도가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최근 5년간(2013년부터 2017년까지) 보호 또는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 신청이 인용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으며, 보호기간 연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 역시 강제퇴거집행이 지연되는 상태에서 소장 등이 승인신청 서류를 제출하면 거의 예외 없이 승인되는 것을 보더라도, 법무부장관의 심사 및 판단은 보호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통제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5. 결정에 대하여 합헌의견과 같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수용시설에 구금하여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단 한 차례도 보호 또는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 신청이 인용된 적이 없다는 점은 사후구제 및 통제절차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금기한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당장의 인권침해발생을 막기 위해 사후구제 및 통제절차에 대하여 빠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강제퇴거명령
외국인
출입국관리법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8-04-24
행정사건
[판례해설] 검사적격심사제도의 구체적 심사기준
서울고등법원 2017. 11. 21. 선고 2017누35358 퇴직명령취소 판결 2004. 1. 20. 법률 제7078호로 개정된 검찰청법(이하, 법)은 검사의 직무상 독립 및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하여 검사의 직급 및 승진제도를 폐지하였다. 다만, 법에서는 검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검사단일호봉제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검찰조직의 노령화나 일부 검사들의 무사안일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법 제39조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하되(제1항), 검사, 법률전문가, 변호사, 법학교수 등 9인으로 구성된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두어(제2항), 위원회가 검사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고(제4항), 법무부장관은 그와 같은 건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제청하도록(제6항)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에서는 위와 같이 퇴직명령의 사유를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7누35358 퇴직명령처분취소사건에서 “검사적격심사제도는 그 심사결과에 따라 검사의 직을 박탈하는 신분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미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적격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심사절차의 공정을 기할 필요가 있음에도 법무부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검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점은 검사의 능력 및 적성을 장기적이고 누적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검사의 인사관리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검사적격심사에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결여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복무평정과 사건평정결과 또는 평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고 그 밖에 당해 검사가 담당한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용, 업무처리상의 과오 정도, 평정의 세부 항복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균적인 검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가 일응의 심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법 제35조의2는 평정을 위한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고, 검사복무평정규칙 제4조은 평정항목은 1. 청렴성·조직헌신 및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 2. 치밀성· 성실성, 3. 추진력·적극성, 4. 판단력·기획력, 5. 보고·의사소통 능력, 6. 인화협조·조직관리 능력 및 친절성, 7. 자기통제·자기계발 능력을 포함하여 법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이 적격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검사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퇴직명령을 받은 검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그 동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왔으므로 소속 청 검사들 사이의 상대평가인 복무평정 결과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사건평정 결과와 특정사무감사 결과로 해당검사의 과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검사들의 과오의 정도 및 그에 따른 조치에 관하여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특정사무감사 결과는 어떤 기준에 의해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된 것인지 그 경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퇴직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위 사건 당시 법무부는 적격심사의 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를 일응의 심사기준으로 삼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검사근무성적 평정은 원칙적으로는 인사관리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건처리 등에 있어 과오는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근무성적 평정이 단순 인사기준을 넘어 퇴직명령의 심사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퇴직 심사 전 충분한 인사조치가 먼저 행해져야 하고 교육기회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검사
검사적격심사
탈락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1-03
행정사건
[판례해설]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 기르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지
- 서울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누50206 판결 - 1.들어가며 과거 직장인들은 양복 수트, 넥타이를 매는 것을 기본적인 복장으로 생각해 왔고, 심지어 여름에도 양복 수트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러한 직장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변경되어 왔고, 최근에는 다수의 기업에서 캐주얼 비니지스 드레스코드를 적용하여 정통 양복 수트가 아닌 복장을 허용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 완전히 캐주얼한 복장(청바지, 티셔츠 등)을 허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직들에게는 여전히 정통적인 복장을 입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는 인식이 있다.항공사 역시 승무원들에게 엄격한 복장과 용모를 요구하고 있고, 승객들은 일반적으로 항공 승무원을 생각할 때 잘 맞는 드레스와 단정하게 동여맨 헤어스타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한 항공사 취업규칙이 헌법 제11조(평등권)와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 대상판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원고는 내부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상 운항승무원의 경우 수염을 기를 수 없도록 하되,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 운항승무원의 경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턱수염을 기르던 비행기 운행 기장(이하 ‘A’)에게 턱수염을 기르는 것이 규정 위반이므로 턱수염을 기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A는 외국인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 규정이라고 하면서 위 지시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원고는 A의 비행일정을 변경하여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이하 ‘이 사건 비행정지’)시켰다. A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서울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를 제한하는 규정이 위헌ㆍ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비행정지도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 규정은 노조 또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유효성에 논란이 있고, 용모 규정이 유효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1심은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해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거나 국내 타 항공사와 달리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평등권)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 등을 기준으로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은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무효인 이 사건 조항의 준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위법하다. 3.검토 가. 헌법 제11조 위반 관련 대상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에도 적용이 되고 하나의 법률관계를 두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그러면서 이 사건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을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여 헌법 제11조를 위반하였고, 수염의 정돈상태나 형태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의 경우 수염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보았다. 그런데 평등권과 같은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공권력의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이고, 사법적 법률관계에는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칠 뿐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를 언급하면서 헌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의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도 근거로 삼았다. 이는 대상판결이 이 사건 조항의 무효로 본 근거를 헌법 제11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라고 삼았다기 보다는 헌법 제11조가 일반원칙으로 발현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로 삼은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대상판결이 헌법 제11조만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라면 이는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간접적 효력)에서 볼 때 문제가 있고, 헌법 제11조의 내용이 입법화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라 그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대상판결의 1심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닌 사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헌법 제11조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헌법의 기본권 효력의 제3자적 효력을 정확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관련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거나 특정 외국의 국적을 가진 근로자와 다른 외국국적을 가진 근로자 사이의 차별을 포함한다.그런데 대상판결은 반대로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외국인근로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근로자에게는 불허)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으로 판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과거에는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외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되었는데, 대상판결은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에도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하여 무효화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는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논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하였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여 무효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시 형사처벌이 된다 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용모(면도 금지)에 대한 제한이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한데, 대상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면도를 금지한 이 사건 조항이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았다.물론 근로자의 용모나 복장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이를 규정할 수 있고, 이러한 용모나 복장에 대한 취업규칙 조항도 근로조건이라고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조건이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말한다(제17조).판례 역시 “구 근로기준법 제23조(현 제17조) 소정의 근로조건이란 사용자가 근로계약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명시한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이라고 판단하였다.그렇다면,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수염 기르는 것과 관련된 이 사건 조항을 ‘근로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으므로 추후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이 나올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1심판결은 외국인에게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콧수염을 허용하는 것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 중 소수자에 대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 것으로 합리성 사유가 있다고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인용하면서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는 재량이 회사에 있는 이상 소속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하여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한 것을 재량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그러나 대상판결은 엄격하게 외국인 승무원이 소수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외국인승무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승무원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적에 의한 차별로 판단하여, 추후 대법원에서 외국인 승무원에게 수염을 허용한 것을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볼지, 국적에 의한 차별로 볼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턱수염
취업규칙
수염
복장
항공
승무원
근로기준법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3-03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례해설 -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인 인과관계의 의미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 1. 기초사실 재판의 전제가 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오원춘의 범행에서 비롯되었다. 오원춘은 2012. 4. 1. 22:32경 귀가하던 피해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 하려다 실패하자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피해여성이 살해되기 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오원춘이 2012. 4. 1. 22:50경 피해자의 양손을 묶은 후 화장실에 간 사이, 피해자는 결박을 풀고 방문을 닫아 잠근 후 22:50:12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112 신고센터 접수원은 피해자와 약 58초가량 통화했고, 오원춘이 창문을 통해 다시 방으로 들어 와 피해자를 폭행하는 소리까지 7분 33초 동안 연결된 전화로 전달되었다. 관할경찰서 강력팀장은 23:45경 신고내용 녹취파일 청취를 시도했으나 재생 프로그램 오류로 듣지 못했고, 다음 날 01:11경에야 녹취된 내용을 들었다. 01:53경 강력팀장은 형사계장에게 사태가 심각하니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2012. 4. 2 06:00경 녹취파일을 청취한 형사계장은 형사과장에게 당시 상황이 위중해 보이니 강력팀 전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알렸다. 강력팀 소속 경찰관들은 다음날 09:40경부터 교차수색을 하다가 10:00경 인근 가게를 방문해 피해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인근 집을 수색하다 11:40경 오원춘의 집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고 11:50경 그 자리에서 오원춘을 체포했다. 원고들은 피해여성의 부모와 언니, 남동생이다. 만일 경찰관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범행현장을 일찍 발견하고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과실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피해자 사망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소를 제기했다. 2. 판결요지 원심은 경찰관들이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행위가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네 가지 위법행위를 적시했다. ① 피해장소가 어느 '집 안'이고 다급한 상황임을 112 신고센터 접수원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범죄신고접수 처리표를 작성하면서 범행장소가 '집 안'이라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행위, ② 경험이 없고 전문교육도 받지 않은 접수원을 112 신고센터 접수요원으로 배치하고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행위, ③ 112 신고센터의 녹취파일 청취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지 못한 데다,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해 문제될 때까지 보름 넘게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행위, ④ 피해자가 매우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112 신고센터에서 좀 더 분명히 알렸어야 하는데도 부실하게 지령을 전달한 행위 등은 경찰관들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근거로, 다시 말해 공무원들의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경찰관들의 위 4가지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2012. 4. 1. 22:50:12경 '○○초등학교를 조금 지나 ○○놀이터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의 집 안'이라고 범행장소를 분명하게 신고했고, 전화를 통해 피해자가 애원하는 소리와 비명소리, 테이프 뜯는 소리, 범인이 화를 내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112 신고센터에서 신고내용과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전달하고 신고내용대로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면 수색범위를 한정해 탐문하고 가옥 위주로 수색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납치 현장 인근에서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은 2012. 4. 2. 00:30경까지 가게 문을 열고 있었으며, 경찰관들이 본격적으로 탐문을 시작한 2012. 4. 2. 09:40경부터 20분이 지나지 않아 피해자 비명을 들은 가게 점원의 진술을 확보한 점에 비춰보면, 만일 2012. 4. 1. 23:00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112 신고내용과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범행현장 부근에서 그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는 가게에 들러 수사의 단서를 얻고 2012. 4. 2. 00:00경 이전에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했다. 한편, 범인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사망시간을 추정해 보면, 2012. 4. 2. 00:20에서 00:30경이며, 오원춘이 2012. 4. 2. 02:00~03:00경에 깨어나 다시 강간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면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아무리 빨라도 2012. 4. 2. 03:10경 이후로 늦춰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정에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경찰관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이 사건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자와 유가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3. 판결의 의미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었는지 문제된 사건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중, 이 사건에서 다툼이 된 주요 쟁점은 법령위반 여부와 인과관계 존부였다. 국가배상법은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학설은 '위법 일반'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며 판례 역시 일반적인 위법행위를 뜻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73. 1. 30. 선고 72다2062 판결 등). 따라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요건은,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는데도 위반한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해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까지 아우른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나아가 경찰의 직무행위와 관련해서는, 범죄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의무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려된다.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여러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어떤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부작위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다20427 판결 등). 위와 같은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볼 때, 원심과 대법원은 공히 직무행위의 위법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았다. 전문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도 부족한 112 접수원이 신고내용과 범죄상황의 위중함을 현장의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데다 녹취파일 재생오류 때문에 수사관이 직접 들어보는 데에 2시간 반 가까이 소요된 직무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되었다. 수사에 대한 중요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은, 직무행위를 할 때에 마땅히 따라야 할 준칙에 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잘못이라고 판단된 셈이다. 문제는 인과관계 인정여부였다. 판례는,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요구한다. 즉, 위반이 문제되는 직무상 작위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 규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야 한다.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위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 43466 판결 등). 이처럼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강조하는 태도는 손해를 입은 자가 직무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인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판례는,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하면서, 상당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10194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과관계를 부인한 근거로 사익보호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를 명시적으로 든 것은 아니다. 다만 원심으로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비롯해 수사를 할 때 지켜야 할 준칙이나 객관적 정당성은, 어떤 특정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데에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살해라는 범죄피해가 발생하는 데에 직무상 위법행위가 어떤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112 신고 내용과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2012. 4. 2. 00:00경 이전, 즉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색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는 '집 안'이라는 핵심 정보가 전달과정에서 누락됐고 녹취파일을 재생하는 장치가 고장 나 신고상황의 심각성이 현장과 곧바로 공유되지 못한 위법행위는, 피해자를 생존단계에서 구조하지 못한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고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잘못과 피해 정도의 중대함을 함께 고려해 그 연결고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규범의 목적, 수행하는 직무의 목적 내지 기능으로부터 예견가능한 행위 후의 사정 및 가해행위의 태양이나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36285 판결 등). 이와 같은 기준은 이 사건에도 구체화되어 적용되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잔혹한 범죄로 살해당하고 시신이 훼손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피해의 정도는 인과관계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중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당위가 아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신고정황의 심각성이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합당한 현장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데에 핵심적인 위법성이 있다. 현장 수사를 방해한 것과 다름 없는 위법사유는 중대한 피해와 직접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가 곧 저질러 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를 제대로 신속하게 전달하지 못한 행위는 단지 위법성을 구성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수사관들이 더 적극적이고 긴급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살해라는 중대한 범죄피해를 낳는 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범죄 피해의 중대함은 112 신고센터에서 놓친 신고정황의 심각성에 이미 담겨 있었다.
오원춘
국가배상
경찰직무태만
20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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