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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한명숙, 국가 상대 손해배상 패소…법원 "배상 책임 있으나 시효 지나"
<사진=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국정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지만 시효가 지나 한 전 총리에게 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효연 판사는 지난 24일 한 전 총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2021가단5086036). 한 전 총리는 국가정보원이 2009년 '특명팀'을 조직해 자신에 대한 뒷조사를 하고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해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등 불법 사찰을 했다며 3100 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전 총리의 손해배상 채권이 이미 소멸해 청구권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정원 공무원들의 사찰행위 중 가장 늦은 행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불법행위 시점은 2012년 5월인데, 이 사건 소송이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1년 4월 제기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손해배상 채권이 소송 제기 전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사찰이 은밀히 이뤄져 장기 소멸시효 적용이 배제돼야 하며 소멸시효 기간이 청구권 성립 당시가 아니라 원고가 객관적으로 청구권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로부터 기산돼야 한다"는 한 전 총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 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청구 사건에서 법관이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개별 사안마다 소멸시효를 적용할지 여부와 그 요건 충족 여부를 달리 판단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법 자체의 존재이유를 상실시키며 법원이 입법 권능까지 행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 사찰행위가 은닉성을 갖고 조작 및 은폐돼 그 존재 자체를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점, 헌법재판소가 2018년 8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서 규정한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채권 소멸시효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제166조 제1항 적용이 위헌결정 했다는 점 등의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5년의 소멸시효 적용이 배제된다거나 소멸시효 기산점을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홍윤지 기자
2024-05-29
[판결] 특수고용 근로자 골프장 캐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져… 사업주도 "주의 의무 소홀 책임 있다"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서 관련 사업주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골프장 캐디 A 씨의 유족 측이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4다207558)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2019년 7월부터 건국대가 운영하는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던 A 씨는 캐디 100여 명 전체를 지휘하는 총책임자인 상사 B 씨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씨 등 캐디들은 손님들에게 수고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골프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특수고용직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의 유족은 건국대 법인과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피고 측이 유족에게 1억7000만 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면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B 씨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아울러 건국대 법인에 대해서도 "B 씨가 경기 진행 중 무전으로 A 씨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나 공개적 질책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후 A 씨가 B 씨에게 항의하는 취지의 인터넷 게시판 글까지 남겼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게시판 글을 삭제한 뒤 A 씨를 카페에서 탈퇴시켰다"며 B 씨의 사용자로서 주의 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한 괴롭힘에 대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도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사업주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이었던 A 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 제공을 받는 사업주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건국대 법인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상고된 사건 가운데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 사건을 대리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지 못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형식상으로는 자영업자,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업주에게 종속 내지 의존하고 있어 근로자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규정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대부분의 개별적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배달노동자는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으므로 이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부연했다.
박수연 기자
2024-05-26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가능하다"
이미 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처분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단이 나왔다. 부부가 이미 이혼했다면 혼인 무효 처분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던 대법원 판례가 40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조희대 코트에서 선고한 첫 전합 판결이다. 이번 전합 판단으로 이미 해소된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현재의 법률관계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따질 필요 없이 일반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게 됐다. 이는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 온 당사자의 실질적 권리구제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3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혼인의 무효 소송(2020므15896)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 판단을 파기자판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2001년 12월 혼인 신고를 했던 A·B 씨는 2004년 10월 이혼 조정이 성립돼 이혼했다. 그런데 A 씨는 이후 "혼인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강박 상태에서 혼인에 관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혼인무효 확인을 청구했다. A 씨는 주위적으로는 혼인 무효 확인을, 예비적으로는 혼인 취소를 청구했다. 1심은 A 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항소심도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혼인관계가 이미 이혼신고로 해소됐다면 해당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를 확인하는 것일뿐이라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82므67)에 따른 것이다.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이미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해소돼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에 대해 상고했다. 이 사건에서는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된 이후에도 과거 일정기간 존재하였던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이혼으로 이미 해소된 혼인관계의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 종래 대법원 판결(82므67)의 변경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에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여자인 청구인이 혼인하였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되어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는 청구인의 현재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이혼신고로써 해소된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이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 전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됐다면 기왕의 혼인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가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신분관계인 혼인관계는 이를 전제로 해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되고 그에 관해 일일이 효력의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인 혼인관계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고 판결했다. 혼인 무효와 이혼, 법적 차이는 무효인 혼인은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혼은 이혼 후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혼 전 혼인을 전제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혼인 무효와 이혼의 법적 효과가 달라 이혼 후에도 혼인관계가 무효임을 확인할 실익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혼인이 무효라면 민법상 인척간의 혼인금지 규정 및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민법상 일상가사채무에 대한 연대책임도 물을 수 없다. 대법원은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 혼인관계가 해소된 경우 혼인관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가사소송법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이혼 후 제기된 혼인무효 확인의 소가 과거의 법률관계라는 이유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관계등록부의 잘못된 기재가 단순한 불명예이거나 간접적·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봐서, 기재의 정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재 내용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하는 것은 혼인무효 사유의 존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방법을 미리 막아버리는 것으로 국민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이혼 후 혼인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 포괄적 법률분쟁을 한 번에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해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등 국민의 법률생활과 관련된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권리구제방법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2024-05-23
[판결] 재산관리인 없이 북한주민 상속소송 맡은 로펌 “남북가족특례법 따라 보수약정 무효”
로펌이 북한 주민과 위임·보수 약정을 체결한 뒤, 업무 수행 후 성공보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해당 보수약정은 무효지만, 위임 약정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4일 A 법무법인이 B 씨 등을 상대로 낸 보수 약정금 소송(2023다29867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3월 C 씨가 사망하자 그 상속인은 한 달여 뒤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B 씨 등은 2015년경 고(故) D 씨에게 자신들의 C 씨에 대한 상속재산 일체에 관한 처분과 관리, 변호사 선임, 소송 권한 등을 위임했다. 위임을 받은 고 D 씨는 2016년 초경 A 로펌과 친생자확인소송, 상속회복 청구 소송 등에 관한 위임약정과 보수약정을 체결했다. 수임인이 소송이나 화해, 합의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한 경우 위임인은 수임인에게 성공보수로 ‘총 상속 지분의 30%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해야 하고, 친생자확인 및 상속회복 청구 소송 등의 결과로 수령하는 돈에서 성공보수를 먼저 지급하도록 약정하는 내용이었다. A 로펌은 이후 B 씨 등을 대리해 친생자확인소송, 상속재산분할심판 등을 수행했고,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B 씨 등을 포함한 상속인들 사이에 화해가 성립했다. A 로펌은 화해에 따른 B 씨 등의 상속지분 평가액이 각 196억2426만6000원 상당이라고 주장하면서 보수약정에 따라 그 30%에 상응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 2심은 “해당 보수약정은 B 씨 등의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고 체결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라며 “나아가 보수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위임약정도 민법 제137조에 의해 무효”라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는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아니하고 상속·유증재산 등에 관해 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보수약정이 무효인 것은 맞지만,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는 위임약정을 체결·유지하려는 가정적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위임약정까지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북한 주민이 취득한 남한 내 재산이 북한으로 유출되어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남북가족특례법상의 북한 주민 상속·수증재산 등 관리제도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면, 북한 주민이 상속 등으로 취득한 재산 그 자체는 물론이고 그 재산을 처분한 대가로 얻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역시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으면 무효이고, 그러한 법률행위가 재산관리인이 선임되기 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면서 보수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위임약정에 대해선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위임약정이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북한 주민인 B 씨 등으로서는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A 로펌에 사건을 위임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일 뿐 아니라 남한 내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A 로펌과의 위임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보수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수연 기자
2024-04-28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의 재산을 상속받을 법적인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은 민법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달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2020헌바494). A 씨는 사실혼 배우자와 11년간 함께 살다가 2018년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사별했다. 그는 법원에서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았다. 민법 제1003조는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존·비속)와 같은 수준의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비율만큼 유류분(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정한다. 직계 존속이나 비속이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권을 갖는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배우자는 법률혼 배우자일 뿐 A 씨와 같은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망인의 재산은 법정상속인인 형제자매 등에게 돌아갔다. A 씨는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10년 전인 2014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도 똑같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상속권 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파악해 분쟁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A 씨는 한쪽이 사망하면서 혼인 관계가 종료될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입법하지 않은 것(부작위)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입법자는 이혼과 같이 쌍방 생존 중 혼인이 해소된 경우의 재산분할 제도만을 재산분할청구권 조항의 입법사항으로 했다"며 A씨의 청구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적법한 청구로서 헌재가 판단을 내려야 하고, 사실혼 관계에서 일방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세 재판관은 "현재의 법체계 및 재산분할 제도 하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입법 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해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홍윤지 기자
2024-04-01
[판결] 투자신탁형 부동산 집합투자기구가 투자한 건물에서 화재… "투자회사·신탁회사 공동으로 공작물 책임 부담"
투자신탁형 사모부동산집합투자기구(펀드)가 투자하고 신탁사가 소유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투자 회사와 신탁회사가 공동으로 건물 임차인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부동산 관리회사는 점유보조자에 불과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월 15일 A 사 등이 B 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9다20872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5년 12월 성남시 분당구 한 건물의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내부 일부와 외벽이 전소됐고, 6~12층까지 입주한 A 사 보유의 각종 전산 장비와 집기 등이 훼손됐다. 당시 이 건물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투자펀드 신탁(자산관리 위탁) 계약을 체결한 은행이 2013년부터 매수해 보유하고 있던 상태였다. A 사와 소속 임직원은 "화재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각종 전산장비 등이 훼손된 손해를 입었다"며 자산운용사와 은행, 건물 관리회사를 상대로 2016년 4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자산운용사와 은행이 공동으로 A 사에게 46억4500만 원을, 임직원에게는 1인당 각 16만~61만 원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건물 관리회사를 상대로 한 청구는 기각했다. 2심도 마찬가지로 판단했다. 2심은 "화재가 발생한 주차장의 직접점유자로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는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라며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가 투자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법에서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도 2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B 사는 C 사에게 건물에 관한 관리 등의 업무를 지시하고, C 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정해둔 예산 범위 내에서 건물의 유지·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화재가 발생한 공작물인 주차장 천장 부분에 관한 직접점유자로서 B 사는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고 했다. 이어 "은행은 소유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건물의 보관·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건물의 일부를 나누어 임대한 당사자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B 사와 함께 공동의 직접점유자로서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며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가 점유자로서 부담하는 공작물 책임은 투자신탁재산의 취득·처분 등과 관련한 이행 책임이 아니므로, 고유재산으로도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 관리회사인 C 사에 대해서는 "B 사 등의 점유를 돕기 위해 건물을 사실상 지배한 것이어서 민법상 점유보조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공작물 점유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수현 기자
2024-03-11
[판결] 김한석 등 '라임사태' 피해자들 대신증권 상대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최종 확정…"대신증권, 투자금 중 80% 반환해야"
1조6000억 원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으로 큰 손해를 본 개그맨 김한석 씨와 아나운서 이재용 씨 등 투자자들이 대신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신증권 측이 투자금 중 80%만 반환해야 한다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에서는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했는데, 2심에서 인정액이 줄었고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한 것이다. 이번 확정 판결은 소송제기 4년여 만에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김 씨 등 투자자 4명이 대신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사건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원고일부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다294043). 2심은 작년 9월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대신증권은 김 씨에게 2억9900여만 원을, 이 씨에게 8억1400여만 원을, A 씨에게 2억7400여만 원을, B 씨에게 5억65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김 씨 등은 2020년 2월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손실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완전히 안정적', '확정 금리형 상품' 등의 표현을 사용해 펀드를 판매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투자자들과 대신증권 간 계약을 매매계약으로 봤고, 투자자들이 민법 제110조에 따라 각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가 표시된 소장부본이 대신증권에 도달했다는 것이 명백하므로 대신증권은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투자자들이 지급한 매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대신증권을 라임자산운용의 위탁매매인이 아닌 독립된 당사자로서 각 펀드의 가입대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받아 각 펀드에 가입하게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신증권의 직원이었던 장 씨가 '연 8% 확정금리형 상품', '은행예금처럼 발생 가능한 위험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하고 각 펀드 중 일부가 모(母) 펀드에 재간접투자됐다는 등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투자자들이 대신증권의 고의적인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져 펀드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심은 "투자위험은 원칙적으로 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임에도 투자자들은 대신증권의 장 씨로부터 펀드의 수익과 위험성의 수준에 관해 간략한 설명만 들었을 뿐, 구체적으로 각 펀드의 투자대상 및 투자구조, 운용방식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을 문의해 스스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와 그 가능성, 투자손실 규모 등을 파악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 등이 장 씨의 설명만 듣고 펀드의 수익률 및 위험성 등에 관해 착오에 빠져 대신증권과의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펀드 가입 이후 대신증권 해피콜 통화 시 '펀드 투자 시 투자위험성에 대해 설명 들으셨습니까' 등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장 씨의 설명만 듣고 펀드에 가입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2심 재판부는 이들 간 판매계약을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각 펀드의 수익률 등은 직접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불확실한 요소로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에 불과해 김 씨 등 투자자들로서는 장래 수익 내지 투자손실 위험 수준 등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판매계약을 체결한 데 지나지 않으므로 이를 착오로 다룰 순 없다"며 "그런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했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인 김 씨 등이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대신증권의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한 이상재(46·사법연수원 38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라임펀드와 관련해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판매계약의 취소를 인정하지 않은 최초의 확정 판결"이라며 "자본시장법상 투자신탁에서 투자중개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매매계약이 아닌 '무명계약'이라고 설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판결의 확정에 따라 라임펀드를 비롯한 여러 펀드 판매계약의 취소가 문제된 분쟁 사건에서 자본시장법상 투자신탁에서의 투자중개업자와 투자자 사이 법률관계 및 계약 취소에 관한 법리가 명확하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수현 기자
2024-03-07
[판결] 법원 "공정위, 쿠팡에 부과한 30억 원대 과징금 취소하라"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상대로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부과한 30억 원대 과징금 처분 등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1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소송(2022누36102)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쿠팡에 부과한 과징금 32억9700만 원과 시정명령(통지명령) 전부를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일시적인 할인 판매 등으로 내려간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라고 요구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128개 납품업자에게 자사 최저가 매칭 가격 정책에 따른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213건의 광고 구매를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쿠폰 등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행사를 하며 참여 납품업자들에게 할인 비용 57억 원을 전액 부담시켰다고 봤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거래당사자 사이에 모든 조건이 동등한 경우는 오히려 이례적이므로 거래상 지위는 민법이 예상하고 있는 통상적인 협상력 차이와 비교할 때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며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행정권의 고권적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거래당사자 사이에 현저한 협상력의 차이가 있을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처하고 있는 시장의 상황, 당사자 간의 전체적 사업능력의 격차, 거래 대상인 상품의 특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거래의존도가 높고 대체거래선이 없어 거래상대방이 행위자에게 사실상 종속돼 있다고 인정되지 않은 이상, 행위자가 거래상대방에 비해 사업능력 면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거래상 지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거래상 지위의 존부는 현재 시점이 아니라 문제된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 사건 위반행위는 2017년~2020년까지 걸쳐 있으므로 해당 기간 동안 쌍방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원고의 사업능력이 납품업체들의 사업능력보다 더 우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원고의 사업능력이 더 우월하다고 보더라도 적어도 그 사업능력의 격차가 원고가 제조업체들을 착취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판매가격 인상요구 행위가 단순한 제안을 넘어 최소한의 강제성을 가진 행위로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제출된 증거 등에 비춰 쿠팡이 납품업자들에게 광고게재를 요구한 행위, 판매촉진비용 부담을 전가한 행위, 판매장려금을 수취한 행위 등을 했다는 공정위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쿠팡은 선고 직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단은 빠르게 뒤바뀌는 유통시장의 변화를 고려한 판단이라 생각되며 유통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용경 기자
2024-02-01
[판결] “상호명의신탁 해지 했어도 등기 없이 제3자에게 소유권 주장 못 해”
상호명의신탁이 합의로 해지된 상황이어서 실질적인 소유자가 따로 있더라도, 등기 이전 없이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승계 취득한 제3자에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A 씨(소송대리인 이시훈 변호사)가 B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토지지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다260972). B 씨의 부모는 1970년경 서울시 성북구 일대의 토지 중 일부를 취득한 후 건물을 신축하고 1984년 10월경 공유지분 절반씩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이 토지는 분할 전 B 씨의 부모를 비롯한 공유자 여러 명의 공유로 등기돼 있었으나 내부적으로는 각 공유자가 분할 전 토지 중 특정 부분을 소유하는 구분 소유적 공유관계에 있었다. 1998년경 공유자들은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를 해소하기로 하고 각 소유 부분에 관해 분필등기를 바친 후 2000년 1월 각 소유 부분에 관해 상호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는 내용의 재판상 화해를 했다. 공유자 중 한 명인 C 씨는 2000년 5월경 해당 토지의 일부에 관해 화해조서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B 씨의 부모는 화해조서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해당 토지는 여전히 공유자들의 공유로 등기가 된 상태로 있었다. C 씨는 그 토지의 일부에 관해 지분등기가 된 상태에서 사망해 그 상속인들이 협의분할 상속을 원인으로 해당 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상속인 중 일부의 지분을 A 씨가 2020년 11월 경매로 취득하고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쳤다. B 씨의 부모도 사망 이후 자녀들에게 5분의 1지분씩 상속했고, B 씨는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공유자들의 공유지분 전부에 관해 2000년 1월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A 씨는 “해당 토지의 일부 지분의 소유자인데, 토지상 이 건물의 소유자인 B 씨 등에 대해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전제로 지료 혹은 건물 성립 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랐으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음을 전제로 지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 중 하나의 소유자가 바뀌었을 때, 토지 소유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법률에 따라 건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1심은 “등기부상 공유지분을 갖는다고 해도, 그 공유지분등기는 명의인이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않는 목적물에 관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며 “이를 승계 취득한 A 씨 또한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도 “해당 토지에 관한 C 씨와 B 씨 등 사이의 구분 소유적 공유관계는 이미 해소됐다”며 “등기부상 C 씨 또는 그 상속인들 명의의 공유지분등기가 남아있어도 명의인이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않는 목적물에 관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고, 이를 승계 취득한 A 씨 또한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유자들 사이에 상호명의신탁이 해지됐더라도 B 씨 등이 일부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받지 않았으므로 외부 관계에서 해당 지분에 관한 소유권은 C 씨의 상속인들에게 있고 그 상속인으로부터 경매로 지분을 취득한 A 씨가 그 지분의 소유자”라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B 씨 등이 해당 지분의 소유자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명의신탁 해지의 효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A 씨를 대리한 이시훈(40·변호사시험 2회)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변호사는 “민법 제186조는 소유권의 변경에 대해 등기해야 효력이 생긴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민법 제187조에서는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만을 등기 없이 물권변동이 일어나는 예외 사유로 삼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등기에 기초한 물권변동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리를 다시금 널리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명의신탁이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명의신탁 법리’에 따라 대외적으로 소유권 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는 안 되고 대내적인 소유권 변동만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대법원에선 상호명의신탁에서만 등기에 기초한 물권변동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현 기자
2024-01-24
(단독)[판결] 외국서 유언공정증서 작성後 그 국가법 적용했다면… “사망시까지 상거소 유지 땐 해당 국가법 적용 가능”
유언공정증서 작성 당시 상거소(常居所)가 외국에 있었고 사망 시까지 그 상거소가 유지된 가운데, 유언자가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상거소가 있는 곳의 법률을 적용한다고 기재했다면 유언 작성 이후 한국에서 체류했더라도 국제사법 해석상 해당 국가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강상욱·이동현 고법판사)는 10월 19일 A 씨가 B·C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2022나2040001)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판결은 원고 측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A·B·C 씨의 아버지 D 씨는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을 하는 비상장회사의 지배주주였다. D 씨는 생전에 배우자와 자녀 및 손자 등에게 상당한 재산을 증여했으며 2013년 7월 일본에 있는 공증사무소에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이 유언증서에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토지, 예금 등을 장녀와 차녀인 B 씨, C 씨에게 균등한 비율로 상속하고 장남인 A 씨에게도 토지 및 예금을 상속시킨다는 내용이 있었다. 특히 유언증서에는 ‘대한민국 국제사법 제49조 제2항에 기해 유언자의 상속에 관해선 유언자의 상거소가 있는 일본의 법률을 적용함을 지정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구 국제사법은 상속에 관해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한다 △피상속인이 유언에 적용되는 방식에 의해 명시적으로 다음 각 호의 법 중 어느 것을 지정하는 때에는 상속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법에 의한다 △유언의 방식은 유언자가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국적을 가지는 국가의 법 혹은 유언자의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상거소지법 또는 유언 당시 행위지법으로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2018년 5월 D 씨는 일본에서 사망했다. 이후 장남인 A 씨는 “유언공정증서에 일본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2011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의 기간 중 일본으로 출국한 7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한국에 거주했다”며 “유언공정증서 작성에 따른 준거법 지정 당시 아버지의 상거소가 일본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류분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D 씨가 일본으로 출국한 7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한국에 거주했더라도,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일본법으로 지정한 유언공정증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 씨가 파친코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상사의 소재지는 일본이고, 파친코 사업 등을 주된 경제활동으로 주요 자산을 형성했다”며 “D 씨는 한국에 체류하던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 일본 소득세법상 ‘거주자’의 지위에서, 한국 소득세법상 ‘비거주자’의 지위에서 각각 양국에 소득세 등을 납부한 것은 그 당시 항구적 거주 및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일본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D 씨는 (지배주주인) 회사 임시이사회 다음날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는데, 그 작성 당시에 D 씨의 의사능력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나 유언공정증서가 유효하지 않다는 점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D 씨 등은 모두 2013년 7월 당시 D 씨의 한국 체류를 휴양 상태로 파악하고 있던 점, D 씨는 2016년 5월 한정후견 개시심판 이후에 자신의 생활기반이 구축돼 있던 일본으로 복귀를 희망했고, 이를 토대로 2017년 12월 일본으로 최종 출국한 점, 주요 자산이 대부분 일본에 있고 공동상속인 전원이 주로 일본에 거주하면서 그곳에서 생활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 D 씨의 상거소지를 일본으로 보고 이 사건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일본 민법으로 파악하는 것이 공동상속인들의 이해관계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수현 기자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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