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와 서울특별시 사이에 용수공급계약을 둘러싼 법적분쟁에서 1·2심의 희비가 엇갈렸다.
갈등의 시초는 지난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암사취수장을 건설하면서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충주댐의 생·공용수를 취수하기로 하는 용수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시는 자양·풍납·강북취수장에 대해서도 공사와 용수공급계약을 차례로 성사시켰다.
당시 계약에서는 서울시가 이미 사용하고 있던 한강 유수 219만6,000톤(하루당 취수량)을 '기득사용물량'으로 정해, 그 부분을 초과하는 취수량에 대해서만 용수료를 납부하기로 정했다(취수장별 공제방식). 그러던 중 2000년 말부터 취수장 폐쇄·취수량 변경 같은 상황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별다른 기득사용물양의 배분·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63만6,000톤의 잉여기득사용물량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공사는 취수장별로 용수료를 산정했고, 이에 서울시가 잉여물량이 포함된 채로 용수료를 납부한 결과, 기득사용물양을 공제받지 못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때마침 2003년 10월 있었던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는 2001년 이후 연간 146억원의 원수비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시는 공사에게 기득사용물량을 취수장별이 아닌 총량으로 인정해 전체 취수장의 취수량을 합한 물량에서 기득사용물량 총량을 공제한 것을 잔여 물량으로 하는 용수사용료 산정(총량 공제방식)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인 대전지법은 수자원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서울시는 항소했고, 사건을 담당한 대전고법 민사2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는 12일 원심을 취소하고 서울시에 승소판결했다(2006나12112).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용수계약이 비록 취수장별로 체결됐지만, 복수의 용수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닌 내용을 보충하거나 변경하는 하나의 합의로써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도 "용수료 산정방식에 있어서는 취수장별 기득사용물량 공제방식으로 용수료를 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관계법령과 수자원공사가 제정·시행한 댐용수규정 등을 보면 이용자의 요구에 의해 이용자별로 용수사용량을 통합해 요금을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댐저수 사용자에 대한 용수료산정에 있어서는 각 취수장별 기득사용물량 공제방식이 아닌 사용자별 기득사용물량 총량 공제방식에 따르는 것이 규정이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용수계약상의 용수료를 취수장별 공제방식과 총량 공제방식을 각각 비교해 보면 연간 100억원의 용수료 차이가 발생한다"며 "용수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면 서울시는 동질의 물을 공급받으면서도 막대한 요금을 추가납부하게 돼 이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