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와 대검찰청 등지에서 불법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지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2019고합648). 함께 기소된 민주노총 조합원 16명 중 2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3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나머지 조합원 11명에게는 각각 벌금 100~2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지회장이 다른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전 지회장 등은 2018년 9월 현대·기아자동차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며 보름 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점거해 농성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검찰청 로비에서 현대·기아차의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의 수사를 촉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인 혐의도 있다. 이들은 이듬해 1월에도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100m 이내에서 기습 시위를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비정규직 또는 불법파견 문제로 오랜 기간 동안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며 "이 사건 각 범행은 이러한 비정규직 또는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하려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집회 및 표현의 자유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행사돼야 하고, 법률에 위배되는 폭력적인 집회는 정당한 의사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공공기관의 민원실과 같이 일반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청사 또는 대검찰청 청사를 출입하거나 점거한 방법은 통상적이지도 않고, 달리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불법침입 또는 퇴거불응으로 인해 각 기관들에서는 청사관리를 위해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가 발생했다"며 "이는 다른 민원인들의 피해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각 범행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불문하고 수단의 상당성 또는 보충성이 인정될 수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그 정당성 또는 불가피성만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피해를 입은 공무원 또는 경찰관들에 대한 사과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진정으로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