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의 침출수 오염농도가 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다면 수인한도 내에 있는 손해이므로 매립한 공사는 어민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김창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강모씨 등 김포와 강화 어민 274명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8나40467)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사의 침출처리수는 관련법령이 정하는 규제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배출되고 있고 어장에 영향을 미쳤다해도 그 정도는 미미하다”며 “강씨 등 어민들에게 보상받지 못한 피해가 있고 그것이 공사의 침출처리수 배출로 인한 것이라 해도 수인한도 내에 있는 손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강씨 등의 매립지 인근 어장에 대한 권리는 면허어업권자의 권리와 달리 어장을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며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회피해 조업할 수도 있었다”며 “공사는 폐기물매립장으로 인한 인근주민들의 환경조건개선을 위해 여러가지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강씨 등이 주된 어업장소라고 주장하는 매립지 인근은 인천국제공항 및 공항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인한 어업피해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며 “그 피해범위에 속하는 어업권에 관해서는 개인별 또는 어촌계별로 이미 손실보상이 이뤄졌거나 보상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인과관계와 피해율 추정에 관한 감정인들의 감정내용의 비신뢰성 등을 고려할 때 공사가 침출수처리장에서 유해한 어떤 물질을 배출했고 그것이 강씨 등의 소유의 피해물건에 도달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입증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해도 강씨가 입은 손해는 수인한도 내의 범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포와 강화 인근에 거주하며 어업에 종사해온 강씨 등은 “공사가 지난 1992년께부터 지금까지 수도권매립지를 운영하며 침출수를 제대로 정화처리하지 않고 배출해 매립지 인근 어장을 황폐화시켰다”며 지난 2003년2월 소송을 냈다. 매립지에서 나온 침출수는 정화처리장에서 처리된 뒤 인근 하천인 시천천에 배출돼 하류의 장도수유지에 저류됐다가 썰물시에 배수갑문이 개방되면 방출된다.
한편 1심 재판부는 “강씨 등 202명의 어민에게 184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지난 2007년10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었다. 재판부는 “수도권 매립지에서 배출하는 침출처리수의 오염물질농도가 폐기물관리법의 허용기준치 이하라도 공법상의 기준을 준수하는 것은 행정적인 제재를 받지 않을 뿐 사법상의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