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호스가 1개인 탱크로리로 경유를 주입하던 중 같은 탱크로리에 저장돼 있던 등유의 저장 밸브를 열어 주입한 혐의로 기소된 석유판매업자에게 법원이 미필적고의를 인정, 유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관구 부장판사)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석유판매업자 A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2019노238).
울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게차에 경유 55리터를 주유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자신의 이동판매차량(탱크로리)에 경유를 실어 지게차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주유했다. A씨의 탱크로리는 주유호스가 1개였는데, 탱크로리에는 경유 외에 등유도 저장돼 있었다. A씨는 35리터의 경유를 먼저 주유한 다음 나머지 20리터는 유류호스의 잔량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명 '밀어내기 방식'을 활용했다. 남은 경유를 밀어내기 위해 A씨는 등유 밸브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등유가 함께 주유됐다. 이에 A씨는 등유를 자동차의 연료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46조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탱크로리에 두 종류의 석유제품이 있고 주유호스는 1개일 경우 밀어내기 방식을 사용하면 혼유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같은 주유 방법이 위법하다고 볼수 없다"며 "경유와 등유의 리터당 단가를 비교하면 A씨가 등유를 팔았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크지 않은 반면 과징금은 중대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A씨가 고의로 등유를 판매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미필적 고의 인정
벌금 100만원 선고
하지만 항소심은 "A씨는 밀어내기 방식이 혼유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밀어내는 양을 최대한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유류호스를 통해 나오는 석유의 종류가 경유에서 등유로 달라지는 예상 시점부터 나오는 기름을 별도로 담아내는 등의 혼유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석유관리원의 사실조회 회신 결과, 지게차에 주입된 석유의 약 35%가 혼유됐는데 혼유된 등유의 양을 봤을 때 과실로 등유 일부가 혼유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A씨는 지게차에 경유를 주유하는 과정에서 등유가 상당량 섞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감행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