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송금하다 전송 오류가 발생해 코인을 모두 잃어버린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14단독 이현석 판사는 이모씨가 A거래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가단119312)에서 3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12일 오전 5시 32분경 암호화폐인 '트론' 180만개를 A거래소 전자지갑에서 B거래소의 전자지갑으로 송금했다. 이씨는 B거래소 전자지갑 주소를 컴퓨터 키보드의 Ctrl+C를 이용해 복사한 다음 A거래소 사이트의 '출금주소'란에 붙여넣고 출금 신청을 했다. 하지만 실제 송금은 이씨의 계좌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이뤄졌다. 암호화폐의 특성상 전송 오류가 발생하면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씨는 "전송오류는 A거래소의 오류로 인한 것이며, 설령 트론의 내재적 불완전성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거래소 측은 이러한 오류가 발생할 위험성을 미리 고지했어야 했다"며 "트론 180만개의 시가에 해당하는 918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이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전자지갑 주소를 정확하게 입력했는데도 거래소의 오류, 또는 트론에 내재한 불완전성에 기인해 다른 전자지갑 주소로 트론이 전송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2018년 5월 23일부터 같은해 6월 14일까지 A거래소에서 B거래소의 동일한 전자지갑으로 총 44회 트론을 전송했다"며 "사고 당일 전송 횟수도 6번이고, 전송 후 불과 한 시간만에 전송하기도 했는데 나머지 전송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전자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전송에 사용한 컴퓨터 자체의 오류나 해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권오훈(36·변호사시험 1회) 오킴스 블록체인 센터장은 "암호화폐 전자지갑 주소인 퍼블릭키는 특성상 매우 복잡하여 오타로 다른 전자지갑 주소로 전송할 확률은 높지 않다"며 "암호화폐 전송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소비자가 인지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책임 소재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