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상습적인 허위신고자를 폭행하고 이같은 사실을 현행범인체포서에 누락시켰다면 폭행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지난 5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5311220)에서 "국가는 A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12월 술에 취해 자택에서 신변을 비관하며 경찰에 자살을 암시하는 신고를 했다. A씨는 2019년 7~12월 27차례에 걸쳐 상습 신고 전력이 있었다. 경찰관이 출동한 것은 총 13차례였는데, 모두 A씨가 술 취한 상태로 횡설수설하거나 욕을 했다. 이날도 A씨는 총 7차례의 신고를 했다. A씨의 욕설에 화가 난 B경사는 "왜 112 신고를 해 사람을 오고가게 만드느냐"며 발로 A씨의 몸을 약 5~7차례 걷어찼다. 폭행 직후 A씨는 "출동 경찰관으로부터 폭행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신고를 접수한 범죄신고센터는 "이미 출동한 경찰관이 있으니 다른 경찰관의 출동은 어렵다"고 했다. A씨가 휴대폰으로 B경사의 머리를 내리치자, B경사와 C순경은 A씨를 112신고에 관한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C순경은 다음날 오전 B경사의 폭행사실을 누락시키고 'A씨가 이유 없이 B경사를 폭행했다'는 취지로 현행범인체포서를 작성했다. A씨는 2020년 2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A씨는 2020년 1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A씨는 2020년 12월 B경사를 독직폭행죄로 고소했다. C순경의 삭제된 바디캠 영상 일부가 복원되며 독직폭행 사실 등이 밝혀지자, B경사는 직위 해제됐다. B경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C순경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2021년 4월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이후 A씨는 202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B경사의 독직폭행과 상해 행위, 이를 옆에서 제지하지 않고 은폐하려 한 C순경의 직무유기 행위, B경사와 C순경의 위법한 현행범 체포 행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은 모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는 이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A씨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술에 취해 반말이나 욕설 등으로 독직폭행과 상해 사고 발생에 기여해 국가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