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28부(재판장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6개사 25건의 보험에 가입한 후 일요일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모씨의 유족들이 동양화재, 동부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2001가합53429)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보험모집인이 다른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다른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지를 묻는 보험청약서 질문사항을 보험가입자에게 설명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 사건에 있어 망인이 가입한 총 21건에 이르는 농협 및 우체국보험은 전산망조회로도 보험자가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했지만 보험계약자의 다른 보험계약체결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자의 지배영역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게 고지해야 할 사항이지 보험자가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보험모집인이 보험청약서를 작성, 망인은 다른 보험계약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대신 작성한다해도 고지 및 통지의무는 존재하는 것”이라며 “망인의 재산상태를 고려할 때 보험가입금액이 지나치게 다액인데다 적극적으로 고액보험에 가입하려 했던 점 등 다른 보험계약체결여부를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납입보험료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99년12월말 D화재에 교통사고시 1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계약하는 등 6개 회사에 총보험금 17억여원 25건의 보험에 가입한 후 일요일인 2001년1월 본인소유인 1톤 포터 화물차량을 운전하다 고속도로 지하통로 입구 콘크리트 옹벽을 들이받아 사망했다. 동부화재와 동양화재는 이씨의 재산이 3억원 정도로 농업인인데 월 보험료가 1백30여만원에 이른 점, 스스로 보험사무실을 찾아가 계약하면서 보험금 10억원에 가입하려 했으나 직업급수가 낮아 1억원에 가입하게 된 사실 등을 들어 보험금지급을 거절해왔고 유족들은 나머지 23개 보험의 보험금을 이미 지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