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자가 그 음란물을 소지한 때에는 음란물제작·배포죄와 음란물소지죄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지죄가 제작·배포죄에 흡수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10년간 취업제한 명령, 스마트폰 2대 몰수 등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2021도2993).
A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B(13)양과 C(13)양에게 성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유도한 뒤 이들이 글을 올리자 얼굴 사진과 대화 내용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가슴과 성기 등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지시한 다음 이를 전송받아 휴대폰에 저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밖에도 성명 불상자로부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276개를 전송받아 휴대폰에 저장한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A씨가 B양 등에게 촬영해 전송하도록 한 파일 162개와 관련해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죄와 음란물 소지죄를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징역 7년 등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자가 그 음란물을 소지하게 되는 경우 음란물소지죄는 음란물제작·배포죄에 흡수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자가 제작에 수반된 소지행위를 벗어나 사회통념상 새로운 소지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별도의 소지행위를 개시한 경우에는 별개의 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음란물소지죄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처벌규정으로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인 반면, 음란물제작·배포죄는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이라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행위에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 행위가 수반되는 경우 이를 제작한 자가 자신이 제작한 음란물을 소지하는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정의 관념이나 해당 규정의 기본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A씨가 음란물제작죄로 처벌받는 파일 162개에 대한 음란물소지죄 부분에 대해 새로운 소지가 있었는지 살피지 않고 음란물소지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음란물제작죄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 오해"라며 "원심판결 중 162개 파일에 대한 음란물소지죄 부분을 파기해야 하는데, 원심은 해당 파기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이들 모두에 하나의 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기 때문에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