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단체 운영자 등이 노인 급식지원사업비로 받은 국고 보조금 일부를 단체 운영비로 전용해 사용했다면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더라도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58)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6388).
재판부는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조금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부족을 메우기 위해 보조금을 전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보조금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이상 불법영득의 의사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 등은 급식지원사업에 사용하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는 보조금을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직원으로 근무했던 조모씨에게 식자재 납품업체를 설립하게 한 다음 식자재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 외관을 가장하는 방법으로 보조금 중 상당부분을 빼돌려 이를 단체 운영비 등으로 전용했다"며 "조씨가 영업이익을 단체에 증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노인복지단체를 운영하는 김씨 등은 2012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급식지원사업 용도로 받은 보조금 가운데 2억여원을 빼돌려 단체 운영 경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해당 단체에서 근무했던 조씨가 세운 식자재납품업체에 대금을 과다 지급하고 그 중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보조금 횡령은 국가재정 누수로 재산상 피해를 초래할뿐만 아니라 보조금 지원을 통해 추구하려던 국가정책적 목적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하는 위험을 초래한다"며 김씨 등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다만 횡령금이 모두 노인 지원 관련 경비 등으로 사용됐고 개인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며 김씨 등에게 벌금 500만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보조금을 실제로 납품받은 식자재 수량에 대해 적절하게 책정된 가격에 따라 식자재 대금으로 지급하는데 사용한 이상 보조금을 용도대로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조씨가 식자재 대금 중 자신이 취득해야 할 영업이익을 김씨 등이 운영하는 노인복지단체에 지급해 운영비로 사용하게 했더라도 이는 조씨가 소유한 금원을 단체에 증여한 것일 뿐이므로 횡령으로 볼 수 없다"며 1심을 파기하고 김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