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된 사람이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 등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민주화운동관련자로 보상을 받은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는지는 하급심 판결이 엇갈렸다. 재판상 화해는 당사자 사이에 화해가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고 다시 다툴 수 없게 된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은 지난 13일 강모씨와 유족 등 2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소송 상고심(2012다4560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생활지원금이 지급됐더라도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김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주화운동보상법 시행령은 보상 신청인은 보상금을 받은 때에는 화해계약을 하는 것이고, 그 사건에 관해 어떤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도록 돼 있다"며 "신청인이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해 보상금 지급결정절차를 통해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또 "강씨 등은 2001~2010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됐고, 생활지원금 4000여만~5000만원 지급결정을 받아 모두 수령했다"며 "강씨 등이 민주화운동으로 강제해고, 노조활동 방해 등에 대해 입은 손해는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데 동의한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해당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미치고 다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
강씨 등은 동일방직에서 근무하던 중 1972년 '알몸시위' 진압, 1978년 '똥물 투척' 사건 등 동일방직의 조합활동 방해를 겪다 집단 해고당했다. 강씨 등은 해고당한 뒤에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회사에 취업하기 어려웠고, 취업하더라도 곧 해고됐다. 강씨 등은 2001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을 받아 생활지원금 명목의 보상금 4000여만~5000만원을 받았다. 강씨 등은 위자료 1000만원씩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2010년 12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