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居所)가 없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현행 국민투표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4일 사단법인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등이 낸 헌법소원사건(2009헌마256등)에서 "국민투표법 제14조1항은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오는 2015년 말까지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민투표법 제14조1항은 국민투표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 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만 투표인명부에 올리도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재외국민에게만 국민투표권을 주었지만, 2007년 헌재가 이 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주민등록이 없어도 국내거소를 신고한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국내거소를 신고하지 않은 재외국민은 여전히 국민투표권 행사가 제한됐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민투표는 선거와 달리 국민이 직접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돼야 하는 권리"라며 "국민의 본질적 지위에서 도출되는 국민투표권을 추상적 위험 내지 선거기술상의 사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진성·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헌법 제72조 국민투표의 대상인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은 외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분야"라면서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를 한 국민에게만 국민투표권을 인정한 것은 입법부의 합리적인 입법형성의 재량범위 내에 있으므로 국민투표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며 합헌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재외선거인에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재외선거 투표 시 반드시 공관을 방문하도록 한 선거법 조항 등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