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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2020년 6월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한 남양주시를 특별조정교부금 배분 대상에서 제외한 조치가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부여된 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22일 남양주시가 경기도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2020헌라3)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권한쟁의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상호 간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으면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2020년 3월 30일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에 동참하는 시·군을 대상으로 인구 1인당 최대 1만 원에 상당한 재원을 도지사 특별조정교부금 사업으로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라고 설명됐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같은 해 5월 1일부터 남양주 시민들의 신청을 받고 같은 달 4일부터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약 70만 명의 남양주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경기도는 같은 달 20일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한 남양주시를 제외한 채 경기도 내 29개 시·군에 대해서만 각 시·군별 인구수당 1만 원 상당의 특별조정교부금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남양주시는 "경기도의 권고에 따라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했다"며 경기도에 특별조정교부금 총 70억 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2020년 6월 4일 남양주시를 특별조정교부금 배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남양주시는 2020년 7월 28일 특별조정교부금을 배분하지 않은 행위가 남양주시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기도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심판 대상은 경기도가 남양주시를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에서 제외한 행위가 헌법 및 법률에 따라 부여된 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였다.
헌재는 "이 사건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은 경기도가 지역화폐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에 동참한 시·군에 대해 일정 금액의 특별조정교부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남양주시는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우선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재정법 관련 규정의 문언과 특별조정교부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남양주시가 특별조정교부금을 신청했다고 해서 경기도가 이를 반드시 배분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고, 경기도가 광역행정 정책인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에 동참하지 않은 남양주시에 이 사건 특별조정교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남양주시의 자치재정권에 대한 침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경기도가 지역화폐의 경기부양 효과 등을 고려해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유도하기 위해 이를 특별조정교부금 우선 배분의 기준으로 정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거나 현저하게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배분 제외행위로 남양주시의 재정자주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남양주시도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이 사건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의 요건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경기도가 남양주시를 이 사건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에서 제외한 행위가 남양주시의 지방재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은애, 이종석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은애 재판관은 심판 청구가 부적법해 각하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지방재정법 관련 규정에 따르면, 특별조정교부금의 배분 여부는 경기도가 심사해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고, 남양주시가 이에 대해 자기 책임하에 수입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자치수입권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경기도가 그 권한에 의해 어느 시·군 및 사업에 특별조정교부금을 배분할 것인지를 심사해 선별하고, 그 결과 신청한 특별조정교부금을 배분받지 못하는 시·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배분되는 특별조정교부금에 대해 그 시·군의 권한, 즉 자치수입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남양주시를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에서 제외한 행위로 인해 헌법 또는 법률에 따라 부여받은 남양주시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지 않아 각하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경기도의 특별조정교부금 배분 제외 행위가 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경기도는 도 차원에서 구상하고 추진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에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도내 시·군으로 하여금 지역화폐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조건으로 이 사건 특별조정교부금을 배분한 것"이라며 "이는 특별조정교부금의 법령상 목적인 시·군의 재정 수요 충당이 아닌, 사실상 도의 정책 추진을 위해 특별조정교부금 제도를 남용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 "특별조정교부금을 배분함에 있어 경기도 조례의 규정에 따라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조건으로 붙이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지역 내 상인 보호나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현금과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남양주시가 현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고 해서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에서 일절 제외해 약 70억 원 상당의 예상치 못한 재정적 손실을 입힌 것은 자의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의 배분은 법령상 허용되는 배분 기준을 위반한 자의적인 배분으로서 위법한 것이므로 배분 제외 행위는 남양주시의 자치재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와 남양주시 간 권한쟁의 사건에 관한 헌재 결정은 지난 8월 31일 자치사무 감사에 관해 선고된 남양주시와 경기도 간 권한쟁의 사건(2021헌라1)에 이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