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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전문 대법원 2021도7942

    사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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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20217942 사기

    피고인A

    상고인피고인

    원심판결의정부지방법원 2021. 6. 3. 선고 2020851 판결

    판결선고2021. 8.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의 월수입이 200만 원이 되지 않았고, 피고인 명의로 된 별다른 재산도 없는 반면 약 35,0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2015. 2. 1.경 피해자에게 돈을 융통할 곳이 없는데, 2,000만 원을 빌려주면 한 달 뒤인 2월말까지 갚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5. 2. 2. 피고인의 은행계좌로 2,000만 원을 송금 받아(이하 이 사건 차용이라고 한다)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이에 대해 원심은, 1심이 인정한 모든 사실이 그대로 인정되므로,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피고인이 자력 부족으로 차용금을 2015. 2.말까지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차용을 감행함으로써 변제불능의 위험을 용인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사기죄에 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소비대차 거래에서, 대주와 차주 사이의 친척·친지와 같은 인적 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 등에 의하여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14516 판결 등 참조).

    . 위 법리에 기초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1) 피고인과 피해자는 2000년경 B라는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직장동료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피해자는 2004년경 홍보 및 행사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창업하였고, 피고인도 2007년경 방송국으로 이직하면서 서로 근무처가 달라졌으나, 둘은 업무상 종종 연락하였다. 특히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차용 직전인 2014년 피고인이 이직한 방송국의 외주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10개월 정도 같이 일한 적도 있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사정이나 경제적 형편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이 2015. 2. 1.경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피해자에게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등으로 피해자를 기망하거나, 피해자를 착오에 빠뜨린 것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자신의 신용부족 상태를 미리 고지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2월 말까지 갚겠다고 말한 것을 기망으로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변제기나 이자 등, 변제조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고, 피해자가 2015. 2.말 피고인에게 변제독촉을 하거나 피고인이 그 무렵 피해자에게 변제기 유예를 요청한 적이 없는 점, 피고인이 방송국에서 퇴사한 이후인 2017. 4. 27.경에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비로소 변제독촉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조속한 변제의 다짐 내지 추상적인 변제가능성을 고지하는 차원에서 “2월 말까지 갚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일뿐, 피해자와의 사이에서 이 사건 차용금의 변제기를 2015. 2.말로 확정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피고인은 방송국에서 과장으로 일하면서 2014년에 연봉 7,550만 원, 2015년에 6,940만 원가량의 소득을 올렸다. 피고인이 비록 그 무렵 2700여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나, 그 채무 전액에 관하여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거나 변제독촉을 받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일로부터 2개월 정도 지난 2015. 4. 15.2015. 4. 16. 다수의 대부업체로부터 합계 5,800만 원을 대출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는 이 사건 차용일 이후의 일인데다가 아래에서 살펴보는 사정들에 비추어 그와 같은 추가 대출사실만으로 이 사건 차용 당시에 이미 피고인에게 변제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 사건 차용금 채무는 변제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2017. 4. 27. 피해자의 변제독촉으로 비로소 변제기에 도래한 것으로 보이고, 이후 피고인의 채무불이행은 실직으로 인한 경제사정의 악화라는 사후적 사정변경 때문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5) 피고인의 경제사정은 피고인이 방송국에서 해고된 2016. 12. 26. 이후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이 사건 차용일로부터 110개월 후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당시 자력 부족으로 차용금을 2015. 2.말까지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그럼에도 차용을 감행함으로써 변제불능의 위험을 용인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설령 피고인이 변제불능의 위험을 인식·용인하였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자신의 신용부족 상태를 미리 고지한 이상 피해자가 변제불능의 위험성에 관하여 기망을 당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움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

    .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변제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적어도 차용금 편취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사기죄에 있어 기망행위, 착오, 편취의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