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하는 배우자의 휴대폰에 몰래 통화를 녹음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획득한 파일 등은 민사 소송에서도 부정행위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가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및 손해배상 청구의 소(2023므16593)에서 "B 씨는 A 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자신의 배우자 C 씨와 외도를 저지른 B 씨를 상대로 “이들의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파탄에 이르렀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C 씨의 휴대폰에 설치한 이른바 ‘스파이앱’을 통해 B·C 씨의 전화 통화를 녹음한 파일들을 부정행위의 증거로 제출했다.
1심과 항소심은 “민사소송법상 가사소송 절차에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위법수집 증거의 증거능력 배체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상대방 동의 없이 증거를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증거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면서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결론을 유지하면서도, 제3자인 A 씨가 C 씨와 B 씨 사이의 대화를 녹음했으므로 이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3자가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고 이처럼 불법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 내용은 제4조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러한 법리는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