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분양가를 담합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면 이후 최종분양가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담합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건설사별 최종분양가가 외형상 동일하지 않더라도 아파트의 브랜드 이미지, 단지내 입지조건, 회사별 특성 등 개별요소로 인해 차이가 생긴 것이라면 부당공동행위가 외형상 일치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H건설 등 경기도 용인의 죽전·동백개발지구 건설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7두4742)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9일 확정했다.
H건설 등 경기도 용인의 죽전·동백지구 14개 건설업체는 지난 200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아파트 분양가를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35억원을 부과하자 이에 반발, 소송을 냈었다.
이에 서울고법 특별7부는 “동백지구 아파트 건설사들이 40여차례의 회의를 걸쳐 분양가를 논의하고, 소형 및 대형 평형을 제외하면 700만원선에 평당 분양가가 몰려있는 사실 등을 볼 때 분양가 담합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었다.
재판부는 또 “죽전지구 아파트 건설사의 경우 동시분양에 참여한 6개 건설업체들이 회의를 하고 분양가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며 “이는 동시분양하는 신규 아파트시장의 특성상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건설사들이 공통으로 중도금이자후불제를 실시한 것이 실제로는 아무런 합의나 요해없이 각자의 경영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마침 우연한 일치를 보게 됐다거나 합의에 따른 공동행위가 아니라고 수긍할만한 정황이 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특별1부는 같은날 죽전지구 건설업체인 D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 취소소송 상고심(2007두5387)에서도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각 회사별 평당 평균분양가 중 최고가 및 최저가와의 차이도 30평형대는 최대 8만7,000원, 40평대는 17만8,000원, 50평형대는 최대 17만6,000원에 그치고 이러한 차이를 아파트 분양가로 환산해도 최대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각 아파트의 상표가치, 품질, 단지 내 입지조건 등 회사별·상품별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고 분양가가 종전에 각 회사들이 예정했던 평당 분양가에 비해 모두 650만원 이상으로 인상된 금액이면서 동시에 상호간 상당히 근접한 금액인 점에 비춰보면 외형적 일치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