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사건】 2020구단5444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21. 3. 17.
【판결선고】 2021. 5. 12.
【주문】
1. 피고가 2019. 12. 5.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서울 중구 **로 소재 주식회사 ◆◆◆◆◆(이하 ‘◆◆◆’라 한다) ▼▼영업본부 ◇◇◇본부팀 ▽▽▽ 담당 과장으로 근무하며 ☆☆☆☆☆ 식자재 납품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나. 2018. 10. 18. ☆☆☆☆☆ 식자재 활성화 TF 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 한다)가 ◆◆◆ 사옥에서 개최되었는데, 회의 종료 후 ◆◆◆ 인근식당에서 18:00부터 21:04까지 1차 회식(이하 ‘이 사건 1차 회식’이라 한다)이 진행되었다. 이 사건 1차 회식 후 원고, 원고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AAA, ◇◇◇ 유통팀에서 근무하는 BBB, CCC 4명은 인근 통닭집에서 같은 날 23:00까지 술을 마셨다(이하 ‘이 사건 2차 회식’이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2차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신길역 앞 편도 4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2018. 10. 19. 00:58경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미만성 뇌신경 축삭, 지주막하 출혈 외상성, 경막하 혈종 외상성, 광대뼈 및 상악골의 기타 골절, 안와골절 상부, 안와골절 하부, 상악골 골절’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아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마. 피고는 2019. 12. 5. 원고에 대하여 ‘원고는 퇴근 후 사적모임을 가지며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고, 이후 방화역까지 출퇴근 경로 일탈도 있어 이후 통상의 경로에 복귀하였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퇴근 중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2차 회식은 사적 모임이 아닌 업무담당자들 사이의 업무 협의를 위한 회식이었고, 원고는 이 사건 2차 회식 후 퇴근하는 과정에서 택시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너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피고의 주장
이 사건 2차 회식은 사업주가 주관하지 않은 친목도모 성격의 사적모임에 불과하고, 원고는 퇴근 중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평소 퇴근하던 경로를 벗어나 당초 내려야 하는 신길역을 지나쳐 방화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산업재해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3항에서 정한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원고의 무단횡단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1차 회식과 인과관계가 단절되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인정사실
1) 이 사건 회의는 전국의 ☆☆☆☆☆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식자재 점포 매출 활성화를 목표로 2018.부터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회의로서, 당일 회의에는 원고, 전국의 ☆☆☆☆☆ 식자재 직거래 영업담당 직원 등 총 8명(원고, DDD, EEE, BBB, CCC, FFF, GGG, HHH)이 참석하였다.
2) 원고는 ◆◆◆ 식자재 본부영업 담당으로 이 사건 회의 준비를 총괄하고, 당일 회의에서 진행과 발표를 맡았다.
3) 이 사건 회의는 2018. 10. 18. 13:30부터 17:30까지 진행되었고, 회의 종료 후 ◆◆◆ 인근 식당에서 21:04경까지 진행된 이 사건 1차 회식에는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한 8명을 포함하여 조직장(본부팀장) 및 옆 부서의 부서장 등 총 11명(원고, DDD, EEE, BBB, CCC, FFF, GGG, HHH, AAA, III, JJJ)이 참석하였다.
4) 이 사건 1차 회식 후 원고, AAA, BBB, CCC 4명은 인근 통닭집에서 2018. 10. 18. 23:00까지 술을 마셨는데, 이 사건 1차 회식 비용(353,000원)은 ◇◇◇ 본부장인 JJJ이 자신이 소지한 ◆◆◆ 법인카드로 결제하였고, 이 사건 2차 회식 비용(58,000원)은 ◇◇◇ 서울유통파트장 DDD가 소지한 ◆◆◆ 법인카드로 결제되었다. DDD는 이 사건 2차 회식에 참석한 ◈◈◈◈ 소속 BBB, CCC의 직속 상사로서 BBB에게 자신이 소지한 법인카드를 전달하여, BBB로 하여금 이 사건 2차 회식비용을 결제하게 하였다.
5) 원고는 이 사건 2차 회식 종료 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2018. 10. 18. 23:09경 승차 태그를 찍고 지하철 5호선에 탑승하였으나 잠이 들어 2018. 10. 19. 00:05경 5호선 종착역 방화역에서 하차하였다. 원고는 2018. 10. 19. 00:08경 방화역 지하철 게이트에서 승차 태그를 찍은 이후 2018. 10. 19. 00:55경 신길역에서 하차하였다. 이후 원고는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가 택시에 탑승하기 위하여 신길역 앞 편도 4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2018. 10. 19. 00:58경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6) 평소 원고는 퇴근 시 ◆◆◆(서울 중구 **로) 인근 지하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탑승 후 5호선 신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한 다음 1호선 안양역에서 하차하거나,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탑승 후 4호선 범계역에서 하차하여 자택(안양시 **구 *****로 ***)으로 귀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 을 제10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증인 BBB, AAA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두9812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두25276 판결 등 참조).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3두25276 판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 을 제10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증인 BBB, AAA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하에 있던 이 사건 1, 2차 회식에서의 음주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이러한 주취상태가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① 이 사건 1차 회식은 이 사건 회의에 전국의 ☆☆☆☆☆ 식자재 직거래 영업담당자들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개최된 회식인바, 이 사건 1차 회식에는 옆 부서의 부서장(DDD)과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원고의 직속 상사(본부팀장)도 함께 참석하였다. 회식의 개최 경위 및 참석인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1차 회식 당시 상사 및 부서장 등의 격려를 받으며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2차 회식은 1차 회식에 비해 소수의 인원이 참석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회의를 주관한 원고와 서울유통파트 소속 BBB, CCC가 참석한 점, ☆☆☆ 서울팀 유통파트장인 DDD가 자신의 부서원인 BBB에게 법인카드를 전달하여 2차 회식 비용을 결제하도록 한 점, 평소 원고와 별다른 친분이 없던 BBB 역시 이 사건 2차 회식에 참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2차 회식은 단순한 사적모임이 아닌 서울 지역 담당자들이 본부의 업무담당자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봄이 상당하다.
③ 원고는 이 사건 회의를 직접 주관한 담당자로 이 사건 회의 직전까지 회의 준비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회의의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며 발표까지 맡았다는 점에서 그 무렵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고는 강도 높은 업무 직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이 사건 1, 2차 회식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적은 양의 음주로도 쉽게 만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작성한 사실확인서 기재 내용 등을 근거로 이 사건 1, 2차 회식 과정에서 원고의 음주량이 많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상태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당초 하차하려 했던 5호선 신길역에서 무려 15개역을 지나친 5호선 종착역 방화역에서 하차한 점, 원고가 과중한 업무 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이 사건 1, 2차 회식에 참여하여 술을 마신 사정 등을 고려하여 보면, 설령 원고의 절대적인 음주량이 많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무렵 원고는 상당한 정도로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1).
[각주1] 지하철 5호선 방화역은 별도의 하차 태그 없이 반대 방향(신길역 방향)의 지하철 승차가 가능한 양방향 승하차역임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게이트에서 하차 태그를 찍고 나와 다시 승차 태그를 찍어 지하철에 탑승하기도 하였다.
⑤ 원고는 왕복 7차로 도로를 무단횡단 중 편도 1차로 위치에서 주행 중이던 자동차와 충돌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장소는 바로 인접한 지점에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중앙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무단횡단을 하기에 위험한 장소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 무렵 원고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상태였다면 쉽사리 무단횡단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3)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신청을 승인하지 아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