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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 블랙아웃 피해' 국가·한전 배상책임 첫 인정
지난 2011년 여름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에 대해 국가와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배상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인천 서구에 사는 김모(당시 9세)양은 지난 2011년 9월 15일 여동생과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가 갑작스런 정전으로 30여분간 엘리베이터에 갇혀있어야 했다. 같은 날 경북 경산시 압량면에서 식혜공장을 운영하던 이모씨는 공장의 온도조절장치가 고장나 제조중이던 식혜를 모두 폐기했고, 양계장을 운영하는 임모씨는 무더위 속에서 닭 1600여마리가 몽땅 폐사하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봐야했다. 한전은 지난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예고없이 순차적으로 전력공급을 중단했다. 이날 전력공급 중단으로 전국 각지에서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이 발생해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엄청난 재산적·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임씨 등 피해자 6명을 모집해 한전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단113238)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이순형 판사는 지난 24일 "한전과 국가는 723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한전이 지식경제부, 전력거래소, 6개 발전회사들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정보를 상호 공유해 전력공급의 안전을 도모했어야 한다"며 "순환단전에 관한 사전예고나 홍보를 해 고객들에게 순환단전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주의의무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순환단전도 단순히 전력거래소의 전력계통 운영에 관한 협조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실행한 것이 아니라 주의의무 위반으로 전력수급조절 실패해 최후의 수단으로 실행한 것"이라며 "매뉴얼에서 정한 업무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전기사용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전기사업법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세미 기자
2013-12-30
형사보상청구권 행사했으면 손배소청구권도…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피고인은 무죄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고,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청구권을 행사한 경우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2일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 김상순(57) 씨와 가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3다201844)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인 김씨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며 "이 경우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애사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때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했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앞서 그보다 간이한 절차인 형사보상청구를 먼저 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동백림 간첩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돼 1983년 대구 보안부대 수사관들에게 불법 체포·구금된 뒤 각종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김씨에 대해 재심 결정을 내렸고 법원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김씨는 무죄를 확정받은지 한달여 만인 2011년 2월 형사보상을 청구해 같은해 12월 법원으로부터 형사보상 결정을 받았고, 지난해 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김씨가 불법 체포·구금·가혹행위로 허위자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는 김씨와 그 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김씨와 가족들에게 2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좌영길 기자
2013-12-23
"'중곡동 주부 살해 사건' 국가 책임 없다"
중곡동 주부 살해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18일 피해자 남편 박모(34)씨와 자녀가 "서씨의 추가 범행을 제대로 막지 못한 국가가 1억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12438)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인 서진환이 직전 범행을 저지른 뒤 단기간인 13일만에 박씨의 부인이 살해당했고, 직전 범행 이후 수사과정 등에서 미흡한 점이 있긴 하지만 박씨의 부인에 대한 범행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서씨의 이 사건 직전 범행에 대해 재판했던 재판부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적용은 간과했어도 누범 적용 자체를 간과한 것은 아니어서 법 적용에 부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관이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그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상의 위법한 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진환은 지난해 8월 서울 중곡동에서 박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온 박씨의 아내 이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2004년 법원이 서씨에게 누범가중을 잘못 적용하는 바람에 서씨가 3년 이상 일찍 출소했다"며 "범행을 제대로 막지 못한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지난 1994년에도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복역을 마친 뒤 2년만에 흉기로 피해자를 위협해 강간하고 상해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또 재판을 받았다. 당시 서씨는 특례법 상의 누범가중을 적용받아 10년 이상의 형을 받았어야 하는데도 담당 검사와 원심이 일반 형법상의 누범 규정만을 적용하는 바람에 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인 서울고법이 "원심이 누범가중을 잘못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긴 했지만, 검찰이 아닌 서씨가 항소했기 때문에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에 따라 원심과 동일한 7년형이 선고됐다.
홍세미 기자
2013-12-18
"인혁당 피해자, 초과 국가배상금 국가에 반환" 첫 판결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사건으로 국가로부터 배상금을 과다 지급받은 피해자와 가족은 초과 지급받은 부분을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23일 국가가 김종대(77)씨 등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2013가합529974)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심 판결이 대법원 판결로 변경됐으므로 김씨 등은 1심 판결로 국가에서 받은 돈 가운데 대법원 판결로 취소·변경된 범위 내의 돈을 반환해야 한다"며 "김씨는 1심에서 받은 돈 10억여원 중 부당이득액 4억9600여만원을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차영자씨는 2억8900여만원을, 김정아씨 등 3명에게는 1억6500여만원씩을 국가에 반환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집행선고부 판결로 집행을 했더라도 나중에 본안판결의 일부 또는 전부가 실효되면 이전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하여는 집행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1974년 인민혁명당(인혁당)에 가입해 반국가단체활동을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1982년까지 복역했다. 김씨 등은 2009년 국가가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는 등 증거를 조작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1974년부터 이자를 계산해 배상금을 정했고 김씨는 1심 판결이 나자 가집행선고로 배상액 일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법원이 과잉배상을 우려하며 지연손해금 계산 시점을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로 정하면서 미리 받은 배상금이 확정된 손해배상금을 초과해 버렸다. 이에 국가는 김씨 등을 상대로 "초과로 받은 배상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가지급한 배상금은 490억원이고 대법원은 정한 확정금액은 279억원이다. 국가는 인혁당 피해자와 가족 77명에게 지연손해금 등을 포함해 모두 251억원을 반환하라며 16건의 소송을 냈다.
홍세미 기자
2013-10-23
오원춘 사건 '경찰 늑장대응' 국가에 1억 배상책임
법원이 '오원춘 살인사건'에 늑장대응한 경찰의 책임을 인정해 국가가 유족들에게 1억원대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28일 오원춘(42)에게 납치·살해된 A씨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합70628)에서 "국가는 A씨의 부모에게 각각 4890만원, 언니와 남동생에게 100만원씩 모두 998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이 상당한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돼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을 뿐이고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가해자에게 있는 점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지난해 4월 1일 자신의 집 앞에서 귀가하던 A씨를 납치해 집으로 끌고 간 뒤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내 훼손하고 피해자의 귀걸이와 반지, 금목걸이 등 16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혐의로 같은 달 26일 구속기소됐다. 당시 A씨는 납치된 이후 경찰에 전화로 구조요청을 했지만 경찰이 이를 듣고도 늑장 출동한 사실이 알려져 책임 논란이 불거졌다. 유족들은 지난해 "112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해 A씨가 생명을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오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좌영길 기자
2013-08-28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 항소심에서 자살로 뒤집혀
1980년대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건'은 타살이 아닌 자살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로 유족이 입은 고통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강민구 부장판사)는 22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2010나30166)에서 "유족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전문). 유족은 "사망 현장에 출혈 흔적과 사체의 파편이 없었다"며 허 일병이 총상을 입고 살해당하자, 군이 사건 은폐를 위해 시신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 일병의 사체 주변에 출혈 양이 많지 않고 사체의 골편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흉부에 먼저 두 군데 총창을 입어 부검 당시 흉강 내에 상당량의 혈액이 고여 있어 두부의 출혈량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체 이동 시 나타날 수 있는 끌린 흔적이 없고 비교적 단정한 복장 상태로 발견된 점 등 허 일병이 첫 총상 후 이동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외부와 엄격히 격리된 군대 내 사고에 대해 군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 규명 의무는 일반 수사기관보다 더 높아 피해자의 유족들에게는 철저한 조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타살이 아닌지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음에도 군 수사기관이 이를 밝히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자살로 결론지어, 부실 수사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983년 입대해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은 다음 해 4월 2일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의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육군은 허 일병의 "중대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등 심한 강박감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의 선임 중사가 허 일병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우발적으로 허 일병을 쏴 살해하자 사건 은폐를 위해 허 일병을 옮겨 총상을 입히고 살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해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허 일병 사건은 자살로, 2004년 의문사위는 타살로 재발표했다. 허 일병의 유족은 2007년 4월 "1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1심은 허 일병이 타살됐다고 판단해 "유족에게 9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신소영 기자
2013-08-22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에 국가가 배상해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는 13일 김씨(대리인 법무법인 청맥 남성원·최강욱 변호사)가 불법사찰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와 이영호(49)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2가합79328)에서 "피고들은 김씨에게 총 4억259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이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이 불법적 내사·강요로 김씨로 하여금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케 한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인멸·은닉 부분은 김씨에 대한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 금액은 김씨가 타의로 사임하지 않았다면 3년간 받을 수 있었던 급여 3억 8592만원과 위자료 4000만원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KB한마음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주식매도로 인한 시세차익, 경영상 프리미엄 상당의 손해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에 대한 손해를 배상함으로써 가족들의 손해도 배상될 수 있으니 가족들의 청구는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씨는 "국가가 대통령과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동원해 위법한 사찰을 실시했다"며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으로 14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청구했다. 한편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비서관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는 등 관련자들은 유죄가 인정됐다.
홍세미 기자
2013-08-13
연필한자루에 강간살인 누명 15년 복역… "26억 배상"
군사독재 시절 경찰 간부의 어린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원섭(79)씨가 국가로부터 26억원대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1972년 9월 27일, 춘천경찰서 파출소장의 아홉살 난 딸이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로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논둑에서 발견됐다. 내무부는 사건을 '4대 강력사건'으로 규정하고 검거 시한을 10월 10일로 정한 뒤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동네에서 만화가게를 운영하던 정원섭(79)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피해자가 자주 방문했다는 게 주 이유였다. 정씨는 처음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의 가혹행위가 이어졌고 결국 정씨는 검거 시한 마지막 날인 10월 10일 자백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파란색 연필을 물증으로 제시하며 연필이 정씨의 아들 소유라고 주장했다. 당시 아홉살이던 정씨의 아들도 "그 연필이 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정씨의 부인은 "경찰이 아들의 필통을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 준 일이 있다"며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범행 현장의 최초 목격자 이모씨도 1심 재판에서 "현장에서 목격한 연필은 파란색이 아니라 누런 빛깔이었다"고 말했지만 이 진술을 한 뒤 위증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 상태로 법정에 선 이씨는 "파란색 연필을 봤다"며 말을 바꿨다. 정씨는 이듬해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15년여 동안 교도소에 수감된 정씨는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된 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해 재심 권고결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는 16일 정씨와 그의 가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합540547)에서 "26억3752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평온한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연행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며 "석방 후에도 무죄가 확정될때까지 40년 가까이 사회적 냉대와 경제적 궁핍을 당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금 1년도 안 돼 아버지가 충격으로 사망했고 가족들도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동네를 떠나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며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당시 법원도 강압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담당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으로 재판을 했거나 허위자백이 충분히 의심되는데도 심리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세미 기자
2013-07-16
"죽은 사람은 명예훼손 위자료 청구 주체 될 수 없다"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한 병사를 군이 월북한 것으로 처리한 것은 사자(死者)명예훼손에 해당되지만, 죽은 사람은 위자료 청구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유족은 병사 본인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13일 군복무 중 사고로 숨진 서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나2004096)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자료 청구권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적 배상으로 회복을 꾀하는 것으로 정신적 고통을 전제로 한다"며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이미 사망한 본인의 정신적 고통을 관념하기 어려워 사자 본인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법 제3조가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라고 규정해 사자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며 "사람은 사망한 후에도 생존 당시의 명예나 인격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법적 보호를 부여해 사망 후 명예훼손에 대해 살아있을 당시에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으로 의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1955년 6월 입대한 서씨는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하던 중 같은 해 가을 벌목작업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그러나 부대는 서씨의 사망사실을 가족에게 사실대로 알리지 않고 "서씨가 잦은 보직 변경에 불만을 품고 친구의 선동으로 함께 월북했다"는 내용의 허위문서를 작성하고 가족에게도 이같이 알렸다. 하지만 유족들은 서씨가 월북한 것이 아니라 군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05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1억4700여만원을 위자료로 받았다. 서씨의 가족들은 "유가족들에 대한 위자료는 받았지만, 정작 망인에 대한 위자료는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5월 또다시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서씨가 국가를 상대로 갖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소멸됐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승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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