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안기부의 재일유학생 간첩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발표,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 중 일부만 과거사정리법 적용 부정 못해"
[대법원 판결]
안기부 및 보안사가 재일유학생 간첩 사건 관련자들과 관련해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고 이에 기초해 이뤄진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는 모두 피해자에 대한 수사절차의 일환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위법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은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므로 그중 일부 행위만을 떼어내어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2021다202903(2023년 3월 9일 판결)
[판결 결과]
A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사건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
[쟁점]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지명수배 조치만 따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지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불법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사실관계와 1,2심]
안기부 등은 B 씨에 대한 위법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A 씨가 조총련 대남공작조직에서 활동하면서 B 씨에게 지령을 내린 간첩'이라는 취지로 1987년 수사발표를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A 씨에 대해 1993년 지명수배를 했고, 이로 인해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던 A 씨가 입국하자 1998년 불법구금해 수사했다. 이에 A 씨와 그 친족들은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은 A 씨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인정했지만 지명수배에 대해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A 씨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불법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과거사정리법 적용을 부정하고 그 부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안기부가 관련자들에 대한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했고 이에 기초해 이뤄진 수사발표, 보도자료 배포, A 씨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A 씨에 대한 수사절차의 일환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한편 이 사건에서 불법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A 씨에 대한 수사발표,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은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그중 일부 행위만을 떼어내어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
"A 씨에 대한 지명수배 조치를 포함한 수사기관의 행위 및 A 씨의 귀국 직후 불법구금에 대해 그 위법 여부, 과거사정리법 적용 여부는 수사기관의 일련의 행위 내용과 성격 및 A 씨에게 미친 실질적인 영향 등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성을 강조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