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 판결
【사건】 2019나2038473 손해배상(기)
【원고(재심원고), 피항소인】 1. 김A, 2. 안B, 3. 송C, 원고(재심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신동미
【피고(재심피고), 항소인】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이산해
【재심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l6. 1. 8. 선고 2015나2028874 판결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12. 선고 2018재가합5129 판결
【변론종결】 2020. 5. 14.
【판결선고】 2020. 7. 9.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재심대상판결 중 원고(재심원고)들의 각 고유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3. 피고(재심피고)는 원고(재심원고) 김A에게 77,426,400원, 원고(재심원고) 안B에게 46,368,800원, 원고(재심원고) 송C에게 77,683,2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20. 5. 14.부터 2020. 7. 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4. 원고(재심원고)들의 각 고유의 위자료 청구 중 제3항에서 인용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5. 재심 전후의 소송 총비용 중 2/3는 원고(재심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재심피고)가 각 부담한다.
6.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재심청구취지】
1. 청구취지
피고(재심피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원고(재심원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김A에게 416,666,667원, 원고 안B에게 356,153,846원, 원고 송C에게 963,716,486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78. 11. 2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재심청구취지
재심대상판결 중 원고들의 각 고유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김A, 원고 안B에게 각 150,000,000원, 원고 송C에게 3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78. 11. 2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5. 9. 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3.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에 대한 형사판결 확정 전 사건의 경위
1) 원고 김A
가) 원고 김A 및 양D 안E은 ◇◇대학교 내 시위를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1978. 11. 14.경 인천경찰서로 연행되어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1978. 11. 28.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1978. 12. 23. 서울지방법원 인천지원 78고합165호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라고 한다) 제9호1)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의 요지는 ‘안E은 조H 등과 공동하여 1978. 9. 25. 유신헌법을 철폐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작성하고 같은 달 21. 위 유인물 약 400여 장을 등사한 후 같은 달 28. 위 유인물을 ◇◇대학교 강의실과 복도에 살포하여 대한민국헌법의 폐지를 주장·선동하고, 원고 김A은 조H, 곽I 등과 공동하여 유신헌법 폐지를 주장하는 유인물을 작성할 것을 모의하고 같은 달 12. 위와 같은 내용의 유인물을 작성하고 같은 달 14. 위 유인물 약 300장 가량을 등사하여 같은 달 17. ◇◇대학교 강의실에 살포하여 대한민국헌법의 폐지를 주장·선동하고, 안E, 양D은 조H 등과 공동하여 학교장의 사전허가 없이 유신헌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유인물을 살포한 혐의로 구속된 ◇◇대학교 학생 김F 외 3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로 모의하고, 같은 날 그와 같은 내용의 시위를 선동하는 문안을 작성하여 500장 가량 등사한 후 같은 달 14. 위 유인물을 ◇◇대학교 내에 배포하여 시위를 벌이기로 하였으나 학생들이 모이지 않아 유인물만 위 대학교 강의실에 살포한 채 도주하여 시위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각주1] 국가안전과공공질서의수호를위한대통령긴급조치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1975. 5. 13., 제정, 시행]
1. 다음 각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 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다. 학교당국의 지도,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2.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3. 재산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될 재산을 국외에 은익 또는 처분하는 행위를 금한다.
4. 관계서류의 허위기재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이주의 허가를 받거나 국외에 도피하는 행위를 금한다.
5.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위반자·범행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명령이나 조치를 할 수 있다.
가. 대표자나 장에 대한 소속임직원·교직원 또는 학생의 해임이나 제적의 명령.
나.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다. 방송·보도·제작·판매 또는 배포의 금지조치.
라. 휴업·휴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마. 승인·등록·인가·허가 또는 면허의 취소조치.
6. 국회의원이 국희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은 이 조치에 저촉되더라도 처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그 발언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한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7.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8.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9. 이 조치 시행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賂物罪의 加重處罰)의 죄를 범한 공무원이나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 또는 동법 제5조(國庫損失)의 죄를 범한 회계관계직원 등에 대하여는, 동법 각조에 정한 형에, 수뢰액 또는 국고손실액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병과한다.
10. 이 조치위반의 죄는 일반법원에서 심판한다.
11. 이 조치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주무부장관이 정한다.
12. 국방부장관은 서울특별시장·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부터 치안질서 유지률 위한 병력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할 수 있다.
13. 이 조치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나) 위 법원은 1979. 2. 2. 원고 김A 및 양D, 안E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김A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79. 7. 4. 79노331호로 위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하고 원고 김A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6월의 형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1979. 7. 18.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고 김A은 1979. 7. 4. 위 집행유예 판결의 선고로 석방될 때까지 219일간 구금되었다.
2) 원고 안B
가) 원고 안B 및 이G는 △△대학교에서 유신헌법 철폐에 대한 시위에 참석하였다는 이유로 1974. 3. 28.경 연행되어 마포 경찰서에서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1974. 4. 1.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긴급조치 제1호2)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비상보통군법회의 74비보군형공 제22호). 공소사실의 요지는 ‘원고 안B은 1974. 3. 25. 박J 등으로부터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철폐를 위한 데모를 하자는 제의를 받고 이에 찬동한 후 같은 달 26. 유신헌법 철폐를 내용으로 하는 유인물 인쇄에 가담하고, 이G는 같은 달 26, 위 유인물 200매를 함께 등사하는 등 박J 등과 공모하여 데모를 주도하기 위한 준비를 분담하여 이를 완성한 다음 같은 달 28. △△대학교 씨관 라운지에서 학생 약 150명이 운집한 가운데 유신헌법 및 대통령 긴급조치 철폐를 위한 성토대회를 열어 대한민국헌법의 반대 및 폐지를 학생들에게 선동하는 한편 대통령 긴급조치를 비방하였다’는 것이다.
[각주2]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시행 1974. 1. 8., 1974. 1. 8., 제정]
1.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전 1,2,3호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언동을 금한다.
5.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6.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나) 비상보통군법회의는 1974. 8. 8. 원고 안B 및 이G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안B에게 징역 7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비상고등군법회의는 1974. 9. 23. 74비고군형항 제22호로 위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하고 원고 안B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고 안B은 1974. 9. 23. 위 집행유예 판결의 선고로 석방될 때까지 약 173일간 구금되었다.
3) 원고 송C
가) 원고 송C 및 조K, 김L, 김M, 이N은 소위 ‘김O 양심선언문 사건’으로 ◇◇여 원고 송C 및 조K는 각 1975. 10. 14.경, 김L은 1975. 10. 13.경, 김M, 이N은 각 1975. 10. 16.경 중앙정보부로 연행되어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원고 송C 및 조K, 김L, 김M, 이N은 1975. 10. 23.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1975. 11. 22.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형사지방법원 75가합921호). 공소사실의 요지는 ‘원고 송C 및 조K, 김L, 김M, 이N은 1975. 9. 17. 내란 선동, 긴급조치 4호 위반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되어 재판 계속 중인 김O가 서울구치소 내에서 자신은 공산주의자가 아님에도 정부에서 관제 공산주의자로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작성하여 몰래 내보낸 양심선언문을 등사하여 각 대학의 학생들에게 은밀히 배포할 것을 모의하고. 공동하여 같은 달 23.부터 같은 해 10. 6.까지 위 양심선언문 177부를 등사 제본 완료한 후 같은 해 10. 13. 김L은 그중 10부를 받아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조K는 같은 해 10. 16.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강의실 빈 책상 서랍 속에 2부씩 넣어두는 등 긴급조치 제9호에 위반된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 배포, 소지하였다’는 것이다.
나) 위 법원은 1976. 4. 9. 원고 송C 및 조K, 김L, 김M, 이N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송C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76. 8. 19. 76노1020호로 위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하고 원고 송C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고 송C은 형기종료로 1976. 10. 28. 석방될 때까지 372일간 구금되었다(아래에서 살피는 것과 같이 원고들의 위 형사판결은 모두 재심으로 취소되었다. 이하 원고들의 재심 전 형사판결을 일컬어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나.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의 지급
원고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았다. 구체적으로 원고 김A은 2007. 10. 19. 8,799,420원을, 원고 안B은 2005. 8. 8. 6,549,780원을, 원고 송C은 2009. 2. 16. 50,000,000원을 각 지급받았다.
다. 긴급조치의 위헌성에 관한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
1) 대법원은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고, 2013. 4. 18.자 2011초기689 결정으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 132, 170 결정으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라. 원고들 형사판결에 관한 재심판결의 확정
① 원고 김A은 2011. 3. 31.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44호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3. 7. 4. 재심개시 결정을 한 후 2013. 9. 5.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13. 9. 13. 그대로 확정되었다. ② 원고 안B은 2011. 5. 24.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85호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3. 5. 24. 재심개시 결정을 한 후 2013. 7. 5.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13. 7. 13. 그대로 확정되었다. ③ 원고 송C은 2011. 3. 31.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47호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3. 8. 12. 재심개시 결정을 한 후 2013. 9. 3.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13. 9. 11.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형사보상금의 지급
서울고등법원은 2013. 12. 6. 2013코146호 결정으로 원고 김A에게 42,573,600원의, 2013. 9. 9. 2013코75호 결정으로 원고 안B에게 33,631,200원의, 2014. 1. 27. 2013코133호 결정으로 원고 송C에게 72,316,800원의 각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바.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1) 원고들은 2013. 9. 17. 피고를 상대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직접 입은 고유의 손해에 대한 배상과 원고들의 가족에게 인정되는 위자료 중 원고들의 상속분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44409). 위 법원은 2015. 4. 28. 이 사건 소 중 원고들 고유의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각하하였다. 각하의 이유는 원고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등을 지급받으면서, ‘보상결정에 이의가 없으며 원고들이 생활지원금을 받은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하는 것이고,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하겠음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동의 및 청구서에 서명·날◇◇였으므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원고들이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였다는 것이었다. 위 법원은 원고들의 나머지 원고들의 가족에게 인정되는 위자료 중 원고들 상속분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는 원고 김A에게 5,000,000원, 원고 안B에게 13,846,153원, 원고 송C에게 11,363,634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원고들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2) 이에 원고들과 피고 모두 항소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5나2028874), 항소심 법원은 2016. 1. 8. 제1심법원과 같은 취지(다만, 원고들의 가족에게 인정되는 위자료 중 원고들의 상속분 청구 부분을 일부 감액하여 ‘피고는 원고 김A에게 3,333,333원, 원고 안B에게 9,230,769원, 원고 송C에게 7,575,756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들의 항소를 각 기각하고, 피고의 항소는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3) 원고들과 피고 모두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대법원 2016다 208549), 대법원은 2016. 5. 24. 심리불속행으로 원고들 및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같은 날 확정되었다.
사. 원고들의 헌법소원심판청구 인용과 재심청구
1) 원고들은 항소심 계속 중인 2015. 11. 18. 서울고등법원에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울고등법원 2015카기20155)을 하였으나, 위 신청은 2016. 1. 8. ‘위 조항이 원고들의 재판청구권과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2) 이에 원고들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헌법재판소 2016헌바49)를 하였고, 헌법재판소는 관련 사건을 병합심리한 후 2018. 8. 30. “구 민주화보상법(2000. 1. 12. 법률 제6123호로 제정되고, 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헌법재판소 2014헌가10, 18, 20, 22, 25, 2018헌가1(병합), 2014헌바180, 304, 305, 2015헌바133, 283, 284, 357, 434, 435, 436, 437, 441, 442, 2016헌바23, 49, 64, 67, 73, 98, 165, 215, 244, 308, 348, 375, 393, 2017헌바251, 281, 374, 395, 468, 2018헌바94, 157(병합). 이하 ‘이 사건 위헌결정’이라 한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위헌결정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 기하여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9호증, 제11 내지 14호증, 제28, 29, 36, 37, 60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사실조회 회신, 변론 전체의 취지
2. 직권판단 - 제1심판결의 관할위반
가. 항소심에서 사건에 대하여 본안판결을 했을 때에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므로 항소심 판결이 아닌 제1심판결에 대하여 제1심법원에 제기된 재심의 소는 재심 대상이 아닌 판결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재심의 소송요건을 결여한 부적법한 소송이며 단순히 재심의 관할을 위반한 소송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재심소장에 재심을 할 판결로 제1심판결을 표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재심의 이유에서 주장하고 있는 재심사유가 항소심 판결에 관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항소심판결과 제1심판결에 공통되는 재심사유인 경우도 같다)에는 그 재심의 소는 항소심 판결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재심을 할 판결의 표시는 잘못 기재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재심소장을 접수한 제1심법원은 그 재심의 소를 부적법하다 하여 각하할 것이 아니라 재심 관할법원인 항소심 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6. 19.자 94마2513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제1심법원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 본안에 대하여 심리한 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고 이에 대하여 재심원고의 항소로 사건이 항소심 법원에 적법하게 계속된 때에는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제1심판결을 전속관할 위반을 이유로 취소하고 제1심법원으로부터 이송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재심사건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9. 10. 27. 선고 88다카3344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제1심법원에 ‘재심대상판결의 제1심판결’을 재심대상 판결로 특정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의 재심사유에 기하여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한데, 재심대상판결과 그 제1심판결의 이유를 대비하여 볼 때 원고들 주장 재심사유는 두 판결 모두에 공통되므로, 이 사건 재심의 소는 항소심 판결인 재심대상판결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제1심법원은 항소심 법원으로 이 사건을 이송하지 아니한 채 직접 심리·판단하였으므로 제1심판결은 전속관할 위반으로 취소되어야 한다.
다. 한편 앞서 살핀 법리는 제1심법원이 본안에 대하여 심리한 후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재심피고가 항소하여 사건이 항소심 법원에 계속된 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법원은 이 사건에 관하여 제1심법원으로부터 이송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심리·판단하기로 한다.
3.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
이 사건은 헌법소원을 통한 위헌결정의 계기가 되었던 당해 사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이 정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라는 재심사유가 있다.
나. 법원의 판단이 이 사건 위헌결정에 기속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법률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법률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에 관하여는 그것이 법원을 기속할 수 없다는 태도이나(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 판결 등 참조), 한정위헌결정 중에서도 법률조항의 해석을 전제로 하여 단순히 ‘그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단순 적용 배제)로서[‘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법률 해석을 전제로 한 적용 배제)가 아닌] 이른바 양적 일부위헌결정의 경우에는 그 기속력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8176 판결, 대법원 2005. 8. 2.자 2004마494 결정,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09도8586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로 나누는 이른바 손해 3분설의 입장에 서 있는데, 이 사건 위헌결정에서는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부분을 적극적·소극적 손해 부분과 분리하여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위헌결정은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른바 양적일부위헌결정의 성질을 갖는 것이고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따라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다.
4.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가. 주위적으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및 이에 근거한 위법 수사·재판·구금 등 일련의 행위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나. 예비적으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원고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가혹행위를 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증거가 관련 형사판결 법원에서 유죄판결의 근거가 되었다.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 김A, 원고 안B에게 각 1억 5,000만 원, 원고 송C에게 3억 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5. 이 법원의 심판범위
가. 원고들의 위 청구취지 금액 중 고유의 재산상 손해배상(일실이익) 청구 금액과 원고들의 가족에게 인정되는 위자료 중 원고들의 상속분 청구 금액 부분은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재심대상판결의 상고심 판결(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6다208549 판결) 선고로 확정되었다. 원고들은 재심대상판결 중 원고들의 각 고유의 위자료 청구 부분에 관하여 재심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이 부분에 한정된다.
나. 제1심에서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한 때에는, 이심의 효력은 사건 전체에 미치더라도 원고로부터 부대항소가 없는 한 항소심의 심판대상으로 되는 것은 예비적 청구에 국한되는 것이라 할 것이나(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다29065 판결), 병합의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는 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항소심에서의 심판범위도 그러한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두 청구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위적·예비적으로 순위를 붙여 청구하였고, 그에 대하여 제1심법원이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만을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피고만이 향소를 제기한 경우에도, 항소심으로서는 두 청구 모두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다96868 판결).
다. 이 사건에서 제1심법원은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을 배척하고 예비적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만 항소하였다. 원고들의 주위적·예비적 주장은 양립가능하여 청구의 성질상 선택적 병합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이 법원으로서는 두 청구 모두를 심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6.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국가배상청구권의 의의
1) 국가배상청구권이라 함은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재산 또는 재산 이외의 손해를 받은 국민이,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하여 주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국가배상제도는 나라마다 그 내용이나 발전과정이 한결같지는 않지만, 오늘날 실질적 법치국가에서는 과거와 달리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점차 국가배상청구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법치국가원리는 국가에 의한 적법한 공권력 행사를 전제로 하므로, 국가에 대해 위법한 행위의 결과를 가능한 광범하게 제거할 것과 위법하게 행사된 공권력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국민에게 효과적인 손해보전을 행할 것을 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배상책임제도는 법치국가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바395 전원재판부 결정).
2)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의 주체가 국가라는 점에서 경제적 손해의 회복이라는 일반적인 재산권 보장의 의미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위와 같이 별도의 규정을 두어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80 등 참조). 그리고 이를 구체화한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피해자가 국가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① 공무원의 행위일 것, ②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일 것, ③ 공무원의 행위가 고의·과실에 의한 것일 것, ④ 그 행위가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일 것, ⑤ 손해가 발생할 것, 그리고 ⑥ 손해와 공무원의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 등의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3) 한편, 국가배상청구권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인정되는 권리라는 점에서, 국가의 위법행위를 사후적으로나마 금전으로 회복·구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최종적으로 담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입법부가 국가배상청구권을 구체적으로 형성할 때뿐만 아니라 사법부가 그 법률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나.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위헌성
1) 긴급조치 제l호의 위헌성
대법원은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긴급조치 제1호가 유신헌법뿐만 아니라 현행헌법에도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유신헌법 제53조3)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각주3] 유신헌법(1972. 12. 27. 시행) 제53조
①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② 대통령은 제1항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정할 때에는 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를 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④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⑤ 긴급조치의 원인이 소멸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⑥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의 해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으며,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 유신헌법도 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1호의 내용은 대한민국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 대한민국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 및 이와 같이 금지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언동을 금하고(제1항 내지 제4항), 이 조치를 위반하거나 비방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제5항)는 것으로, 유신헌법 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함으로써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위 긴급조치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1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결여한 것이다.
○ 한편 긴급조치 제1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1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1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배되어 위헌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1호에 의하여 침해된 위 각 기본권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이다.
2)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
대법원은 또한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위 판결과 같은 취지로, 긴급조치 제9호 역시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라고 판시하였다.
3) 소결론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고 주권자이자 헌법개정권자인 국민의 헌법개정 주장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규범으로서,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히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의 또 다른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신·구 어느 헌법에 의하더라도 위헌·무효라면 그 위헌성은 명백하다고 할 것이고(헌법재판소 1989. 12. 18. 선고 89헌마32, 3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아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 132, 170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가 거의 동일한 사유로 일치하여 긴급조치의 위헌을 선언한 점도 긴급조치의 위헌성이 명백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긴급조치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조차 지켜지지 않아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였고, 죄형법정주의와 영장주의에도 반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극도로 침해하는 등 그 침해의 정도도 매우 심각하였다.
다.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1) 공무원의 직무집행 행위
가) 입법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침해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헌성을 지닌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와 사법부가 이처럼 입법된 바를 그대로 집행하거나 그것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국민은 이러한 일린의 침해행위를 공무원의 직무집행행위로 구성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유신헌법에 대하여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그 위반자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정하였는데 이러한 처벌법규의 제정행위는 국가시스템을 통한 수사와 재판 그리고 형의 집행이라는 일련의 질차를 자연스레 예정하고 있으므로 위 처벌규정에 내재한 위헌성은 위와 같은 단계적 집행행위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고들도 위 각 긴급조치 위반을 이유로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되었으며, 구속된 상태로 기소되어 장기간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거나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복역하였다.
다)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위헌성은 앞서 살핀 것과 같은데, 결국 이러한 긴급조치의 중대한 위헌성은 수사 내지 재판 및 형의 집행 단계에서 이를 적용·집행한 공무원의 직무 행위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발현되었다고 볼 수 있고, 국민이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반드시 개별적 직무집행행위만을 특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보이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라 위와 같은 일련의 국가작용을 국가배상법 제2조 요건에 해당하는 공무원의 직무집행행위로 인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2) 법령위반
가)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 되고, 설령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 법령적합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은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에서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어떠한 법령이 제정 당시에는 정의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었으나 이후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에 관하여 달리 볼 여지가 생겼다거나 또는 여러 법익 간의 균형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어 위헌이라고 평가되는 경우에도, 위 법을 적용·집행한 공무원의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게재되지 않은 이상 위 법령에 근거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곧바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법치주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법령을 준수하고 법령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법령 자체의 위법성의 정도와 그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그 법령의 발령 당시부터 심대하고, 그 정당성의 기초가 객관적으로 상실될 정도로 규범과 정의 사이에 감내할 수 없는 충돌이 있는 예외적인 규범에 대해서는 그 준수가 마땅히 부인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체 헌법 질서의 관점에서 법치주의가 요 청하는 정의의 명령이다.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바로 그러한 예외적인 규범에 해 당한다. 따라서 국가의 긴급조치 제1호, 저19호의 발령·적용·집행을 통한 일련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공무원 개인의 법령준수의무와 같은 일반적인 법 논리에만 의지하여 국가의 면책을 용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헌법의 기본 이념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고, 결국 법치주의에 큰 공백을 허용하고 말 것이다.
다) 국가배상법이 말하는 법령위반이라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위반뿐만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 공서양속 등의 위반도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0다22607 판결). 이 사건 각 긴급조치는 앞서 살핀 것과 같이 그 발령 당시부터 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어서 이미 목적상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그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여 비례성의 관점에서 도저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등 그것이 국민 통제의 도구에 불과하였다고 판단된다. 이를 그대로 집행하고 적용한 일련의 공무집행행위들은 모두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고 판단되고 결국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위법하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라)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불법행위를 직접 수행한 개별 공무원에게 규범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할 권한도 없었고 불법적인 국가작용에 저항할 것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그 불법행위를 수행한 공무원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개별 공무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와 그 공무원의 행위가 객관적 법질서의 관점에서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는 논의의 평면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앞에서 살펴본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마) 한편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4)하고 있어서 긴급조치의 발령행위 내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에 관하여 법원의 심사가 제한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유신헌법 제26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5)하고 있는바, 긴급조치의 발령에 대한 사법적인 심사를 전면적으로 배제한다면 이는 같은 유신헌법에 의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긴급조치의 발령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 제1항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를 국가긴급권의 발동 요건으로 규정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제1호, 제9호가 유신헌법 제53조가 정한 발동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 132, 170 전원재판부 결정). 따라서 헌법 규범의 조화로운 해석상 위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헌법상의 발동 요건을 갖추고 정당한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법원이 그 결단에 대한 사법적인 심사를 자제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유신헌법에 기초하더라도 명백히 위헌적인 내용의 긴급조치 발령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일련의 공무집행행위가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위법하다는 판단은 충분히 가능하다.
[각주4] 유신헌법 제53조
①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② 대통령은 제1항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다.
④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각주5] 유신헌법 제26조
①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3) 공무원의 고의·과실
가) 국가배상법 제2조는 제정 당시부터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으로 하고 있다.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고의란 “누군가 타인에게 위법하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인용”을 의미하고, 과실이란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위가 누군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다는 것을 부주의로 예견하지 못하였거나(예견의무 위반), 손해 방지를 위한 조치가 부주의로 객관적으로 보아 적절치 못하였거나 불충분한 상태(회피의무 위반)”를 의미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보통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 혹은 “담당 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라고 판시하고 있다. 근래에는 국가배상법상의 과실관념을 객관화하거나 조직과실, 과실 추정과 같은 논리의 개발을 통하여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폭을 넓히려는 추세에 있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바395 전원재판부 결정).
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위헌성이 명백하고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심대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긴급조치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형식적인 법령을 준수하여 행위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동시에 직무집행의 상대방에 대한 위법한 침해행위 내지 손해의 발생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용인 또는 묵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 과실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국가가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을 통하여 일련의 절차를 통해 행한 불법행위는 국가가 개별 공무원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였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이 스스로의 의지나 생각에 따라 그 행위를 회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불법행위는 공무원 개인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가 조직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불법행위를 실제로 수행한 공무원은 교체 가능한 부품에 불과하였다고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엄격하게 요구한다면, 국가가 국가의 시스템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오히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국가배상을 통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제도적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과실의 인정 범위를 폭넓게 확대해 국민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경향성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이다.
다) 결국 이 사건 불법행위 태양을 위헌적 긴급조치 발령과 그에 따른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구성하는 이상 공무원의 고의·과실은 넉넉히 인정된다.
4) 소결론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불법행위는 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9호에 근거하여 수사를 진행하거나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와 유죄판결을 한 법관의 직무행위 그리고 유죄판결에 따라 형을 집행한 행형당국의 직무행위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절차는 모두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행위이고 그 과정에서 개별적 공무집행을 행한 공무원의 고의·과실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라.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대법원은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에서 ‘긴급조치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만이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피고는 위 법리가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수사과정에서의 위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다툰다.
2)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법원은 위 법리를 그대로 따를 수 없다.
가)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당해 법조를 적용하여 기소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고(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도3003 판결), 나아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 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같은 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대법원의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선언 이후 긴급조치 위반 재심사건의 절대다수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로 판단되고 있는데, 대상판결의 선고 이후 이제는 재심무죄판결이 도리어 권리구제의 장애가 되고 있다.
나) 대상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하려면 사실상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에 관한 증거들은 이미 수사 당시 은폐되었을 것이 분명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증거들도 이미 4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대부분 산일 되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결국, 원고들에게는 당사자 본인신문 결과나 가족의 증언이 거의 유일한 증거방법이 될 터인데, 법원으로서는 그 진술의 허위성을 판단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증거방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 위 판결상 설시는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되고, 또 일률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원고들에게 불가능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는 사법부가 갖는 재량의 범위를 감안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될 것이고 이는 하급심의 심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 긴급조치의 선포와 그에 따른 수사 및 재판, 형의 집행 등 일련의 국가작용에 있어 불법성의 핵심은 긴급조치 자체에 있다. 긴급조치가 갖는 내용의 포괄성과 단순성에 비추어 볼 때, 긴급조치에 따른 수사 및 재판은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오로지 일련의 국가작용의 최하단에 있는 수사기관의 고문 등 가혹행위에 대해서만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그와 같은 불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지시 내지는 용인한 책임 있는 기관에 대하여 면책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책임주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7.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한 가정적 판단
이 법원이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청구원인(객관적 성질상은 선택적 청구원인이다)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약 피고의 주장과 같이 대상판결이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면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이 이 사건에 적용된다는 가정하에 예비적 청구원인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 대상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관련 형사판결의 재심절차에서 원고들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갑 제5, 7,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는 긴급조치 제1, 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이므로, 원고들의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4, 8, 11, 12, 28, 36, 43, 48, 53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에서의 원고 김A에 대한 당사자신문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의 경우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서 정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원고들에 대한 가혹행위 등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1) 유신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처벌·강제노역과 보안처분을 받자 아니한다(제1항).’, ‘체포·구금·압수·수색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3항 본문)’고 각 규정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함께 법률 및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되지 아니할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었다. 한편, 구 형사소송법(1980. 12. 18. 법률 제3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피의자를 구속한 경우 48시간 혹은 72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고(제207조),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구속기간을 각 10일로 정하면서(제202, 203조) 검사의 경우 1차에 한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제205조). 한편,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각각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한다(제5항)’거나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제8항)’고 규정하면서도 구속기간이나 사후영장에 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1, 9호 위반으로 구금하는 경우에도 구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구속기간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고, 그 기간을 넘어서 구금한 경우 그 자체로 불법구금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갑 제11, 12호증, 제28호증의 2, 제36호증, 제48호증 1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에서의 원고 김A에 대한 당사자 신문결과에 의하면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각주6] 이 법원에서의 원고 김A에 대한 당사자 신문 녹취서요지 2쪽
[각주7] 갑 제28호증의 2
[각주8] 갑 제11, 12호증(원고 김A의 재소자신분카드는 증거로 제출되어 있지 않으나, 함께 기소된 소외 안E, 양D의 재소자신분카드의 기재에 의해 인정된다)
[각주9] 갑 제48호증의 12쪽
[각주10] 갑 제36호증
[각주11] 갑 제53호증의 11쪽
[각주12] 갑 제28호증의 7
[각주13] 갑 제28호증의 7
위 표에 기재된 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체포 혹은 긴급구속 후 영장 없이 48시간을 초과하여 구금되었고, 나아가 원고 김A, 송C의 경우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법정 최고기간인 30일을 넘겨 기소되었다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불법구금상태에서 수집된 수사과정에서의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2) 원고 김A은 이 법정에서 ‘강제연행 당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하여 전혀 고지받지 못하였다. 당시 수사관들이 없는 얘기를 자꾸 인정하도록 강요하면서 구타를 하였고 밤에 잠을 안 재우기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가족들에게 통지도 되지 않아 가족들은 동생이 학교에서 교수님을 만나고 나서야 자신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14)갑 제48호증의 1, 제53호증의 1의 각 기재에 의하면 나머지 원고들의 경우 역시 체포 사실이 가족 등에게 통지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진술서를 통해 이들은 진술을 강요당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당한 가혹행위의 태양과 내용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원고들은 모두 불법구금 중 수사관들로부터 구타·불리한 진술 강요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으며 변호인의 조력이나 가족과의 접견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원고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모두 임의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각주14] 이 법원의 원고 김A에 대한 당사자 신문 녹취서요지 2, 3쪽
3) 원고들에 대한 재심 전 형사판결문에는 원고들의 법정진술과 공동피고인들의 법정진술도 유죄의 증거로 거시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법정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법정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1. 29. 2010도3029 판결 등 참조). 거기에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김A의 경우 제1, 2심 재판과정에서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되고,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안B의 경우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가 항소이유로 범죄사실을 공모하거나 그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그의 법정진술이 유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라고 볼 수 없다. 특히 갑 제5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송C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중앙정보부에서 있던 일을 향후 일절 발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그렇다면 위 수사과정에서의 심리적 압박감이 재판과정에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유로 관련 형사판결에서의 공동피고인들 법정진술도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4) 위 형사판결에서의 범죄사실들은 모두 원고들이 유신헌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유인물을 작성·등사·살포하여 유신헌법의 폐지를 선동하였다거나, 김O의 양심선언문을 등사하여 긴급조치에 위반된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반포하였다는 것인데, 갑 제43, 48, 5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들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 아니고 시위나 수업 후에 강제연행된 사실이 인정된다. 결국 원고들에 대한 범죄사실은 원고들 및 그들과 모의한 자들의 진술을 통해 구성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이 증거능력 없는 진술증거를 배제하면 각 범죄사실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
5) 위 형사판결들은 유죄의 증거로서 참고인들의 진술과 압수물도 들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불법구금 중 수사관들로부터 구타·불리한 진술 강요 등 가혹행위를 당한 상황에서 참고인들(다른 시위참여자 내지 목격자, 원고들의 체포에 관여한 자인 것으로 추측된다)의 진술만으로 원고들의 범죄사실이 증명되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해 보이고, 참고인들의 진술이 증거가치가 높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전단지 등 압수물만 남게 되는데 원고들이 수사과정 또는 재판과정에서 압수물인 전단지를 제시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에 비추어 압수물인 전단지만으로 원고들의 범죄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더군다나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의 자백 진술이 필수적이었고 압수물들은 단순한 정황증거에 불과하였을 것으로 보여 증거가치가 높다고 할 수도 없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 소속 수사관들이 수사과정에서 행한 가혹행위 등의 위법행위와 원고들에 대한 각 유죄판결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원고들의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 손해에 대하여 피고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
8.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원고들이 석방된 때로부터 30년 이상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나아가 당시에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더라도 문민정부가 출범한 때(1993. 2.),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때(1998. 2.), 참여정부가 출범한 때(2003. 2.),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시행된 때(2006. 1. 1.), 대법원이 긴급조치 제1호를 위헌무효라고 판결한 때(2010. 12. 16.)에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종료되었다 할 것인데, 위 각 시점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인 6개월이 경과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민주화운동관련자로서 보상 또는 생활지원금을 신청하여, 원고 김A이 2007. 10. 19., 원고 안B이 2005. 8. 8., 원고 송C이 2009. 2. 16. 각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았으므로, 적어도 이때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것인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3. 9. 17.에서야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한다.
나.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 규정에 따른 배상청구권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2항, 제1항이 적용되므로 이를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한 때에는 시효로 소멸하고, 이 사건 소가 원고들이 석방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인 2013. 9. 17.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러나 소멸시효 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에도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데(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등 참조),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뒤늦게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고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것이므로 그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는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권리의 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며, 비록 채권자가 그 기간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을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때에도 그 기간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들에 대한 각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원고들이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면, 그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원고들에 대한 각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원고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런데 원고 김A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2013. 9. 13., 원고 안B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2013. 7. 13., 원고 송C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2013. 9. 11. 각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6개월이 되지 않은 2013. 9. 17.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9.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각 고유의 위자료
1)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때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불법행위 이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참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배상이 변론종결시까지 장기간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에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도 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의 불법행위 내용과 그 불법성의 정도, 원고들에 대한 선고형과 구금기간, 원고들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유사 사건의 재발을 예방할 필요성, 유사 사건에서 인정된 위자료와의 형평성에 더하여,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이 사건은 불법행위시로부터 장기간이 경과하여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여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위자료 원금을 산정함에 있어 특별히 참작할 필요가 있는 점 및 원고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을 수령한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들의 각 고유의 위자료를 원고 김A에 대하여 1억 2,000만 원, 원고 안B에 대하여 8,000만 원, 원고 송C에 대하여 1억 5,000만 원으로 각각 정함이 상당하다.
나. 형사보상금의 공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갑 제29호증의 2, 4, 5의 각 기재에 의하면, 형사보상금으로 원고 김A이 42,573,600원, 원고 안B이 33,631,200원, 원고 송C이 72,316,800원을 각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들에 대하여 인정된 위 각 위자료에서 위 각 형사보상금을 공제하기로 한다.
다. 손해액 산정
원고들에 대하여 인정된 위 각 위자료에서 원고들이 받은 위 각 형사보상금을 공제하면, 원고들이 최종적으로 지급받을 위자료는 원고 김A의 경우 77,426,400원(= 120,000,000원 - 42,573,600원), 원고 안B의 경우 46,368,800원(= 80,000,000원 – 33,631,200원), 원고 송C의 경우 77,683,200원(= 150,000,000원 – 72,316,800원)이 된다.
라.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 시점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는 오랜 세월이 지나 그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 통화가치와 국민소득 수준 등이 크게 변동되었고, 이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지급할 위자료의 액수를 새로이 정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0. 5. 14.부터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의 각 고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원고 김A에게 77,426,400원, 원고 안B에게 46,368,800원, 원고 송C에게 77,683,2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0. 5. 1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0. 7. 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0.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1심판결은 전속관할을 위반하였으므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기로 한다. 재심대상판결 중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 청구 부분에는 재심사유가 있으므로 이를 취소하고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두(재판장), 박원철, 윤주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