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사건’에 대해 국가배상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실미도에 끌려가 북파공작훈련을 받다 동료공작원들의 구타로 사망한 이모씨의 동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35300)에서 “1억8,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는 이씨가 실미도부대의 특공요원 양성과정에서 국가 산하 공군부대 간부의 지시에 의해 살해됐음에도 불구하고 35년이 경과하도록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았다”며 “사망원인은 고사하고 사망사실조차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아 유족들로 하여금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가 불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족들로서는 국가가 진상을 규명해 통보해주기 전까지는 국가 산하 군부대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특공요원 훈련과정에서 발생한 이씨 사망사건의 실체를 알아내 국가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했다고 여겨지는 만큼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군 간부의 지시를 받은 동료 공작원들의 무수한 구타에 의해 살해된 처참한 경위와 사망 후 수십년 동안 생사여부를 알지 못한 채 겪었을 유족들의 고통을 고려해 국가의 이씨 본인에 대한 위자료는 1억원, 이씨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는 5,000만원, 이씨 동생의 위자료는 1,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며 “국가는 원고 본인분의 위자료 1,000만원에다가 원고가 부모로부터 상속받거나 또 다른 형제들로부터 양도받은 위자료청구권에 기한 손해배상액을 합해 총 1억8,6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설명했다.
지난 68년 당시 최고정보기관이었던 중앙정보부는 북한의 경제적, 군사적 요충지를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31명을 실미도에 보내 극비리에 특수임무를 위한 훈련을 받도록 했다. 당시 26세였던 이씨는 훈련을 받던 중 동료 공작원들의 구타에 의해 사망했고 국가는 이 사실을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2006년 이 사실을 통보받은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