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 판결
【사건】 2019고합1028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 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이DD (6*-1), 전(前) 고등군사법원장
【검사】 박경섭(기소 및 공판), 송태원, 장태형(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율전 담당변호사 전병관, 이언주, 이수진,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이보현
【판결선고】 2020. 5. 22.
【주문】
피고인을 징역 4년 및 벌금 6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94,100,000원을 추징한다.
위 벌금 및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범 죄 사 실1)
1. 기초적 전제사실
피고인은 1994년경 제11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한 후 1997년경 육군본부 검찰관으로 임명되었고, 2013. 12.경부터 2015. 12.경까지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이하 ‘제1 군사’라 한다) 법무참모, 2015. 12.경부터 2016. 12.경까지 육군본부 고등검찰부장, 2016. 12.경부터 2018. 1.경까지 국방부 법무담당관, 2018. 1.경부터 2018. 12.경까지 육군 법무병과장 겸 육군본부 법무실장을 거쳐 2019. 1.경부터 2019. 11. 18.경까지 제12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으로 근무하였다2).
[각주1]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의 일부를 수정하였다.
[각주2] 피고인은 2019. 11. 18. 이 사건으로 인하여 파면 처분되었다.
정EE은 2007. 12.경부터 수산동물 훈제, 조리 및 유사 조제식품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2015. 11.경 ‘주식회사 ◇◇수산’에서 변경된 상호로, 이하 ‘◇◇’라 한다)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여 왔다.
장FF은 정EE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2006년경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 대위로, 정EE이 2013년경 ◇◇의 자회사로 설립한 수산물 가공식품 도매업을 목적으로 하는 □□리테일 주식회사(이하 ‘□□리테일’이라 한다)에서 2014. 12. 9.경부터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정EE과 함께 ◇◇의 군납 관련 각종 민원 해결, 공무원 로비 및 청탁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왔다.
2. 범죄사실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뇌물)
1) ◇◇의 군부대 납품 관련 문제 발생
◇◇는 2015. 7.경 인천 ○○구 소재 육군 제*군수지원사령부(이하 군수지원사령부 명칭을 번호를 포함하여 ‘제*군지사’와 같은 형태로 약칭한다) **급양대를 포함한 군부대에 돈가스, 불고기패티2형 등의 식재료를 공급하였다.
그런데 ◇◇가 납품한 돈가스는 2015. 7. 8.경 제*군지사 식품검사대 수납 검사 시 ‘원자재(등심) 저급품 사용 의증’으로 반품 조치되었다. 장FF, 정EE은 그 무렵 담당자인 식품검사대장 중령 주GG을 찾아갔는데 위 주GG으로부터 돈가스 등심 함량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질책을 받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가 납품한 불고기패티2형 역시 같은 해 7. 15.경 양주시 소재 제*군지사 *급양대로부터 전분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문제제기를 받았다. ◇◇가 납품한 돈가스의 원자재(등심)에 대해 2015. 7. 13.경 공인기관인 전주 국립축산과학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같은 해 9. 3.경 기준치에 미달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같은 해 9. 16.경 돈가스 원자재 및 완제품이 폐기처분되었다. 위 불고기패티2형은 군 시험기관에서 배합비율 및 성분분석 결과 전분 함량이 기준인 5%를 초과한 7~7.5%로 측정되었는데, ◇◇에서는 공인시험기관(한국식품과학연구원 부산지소)의 분석 결과 전분 함량이 2.5~4.5%로 측정되었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였다.
위와 같이 돈가스 등심 함량 미달 및 불고기패티 전분 함량 초과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자, 장FF, 정EE을 비롯한 ◇◇ 임직원들은 이를 ‘비상사태’라고 인식하였고, 정EE은 장FF에게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자’는 취지로 말하는 등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였다.
그러던 중 장FF, 정EE은 그 무렵 평소 알고 지내던 박HH로부터 당시 육군 제1군사 법무참모로 근무하고 있던 피고인을 소개받았는데, 피고인에게 부탁하여 위 돈가스 등심 함량 미달 및 불고기패티 전분 함량 초과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2) 구체적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5. 7. 17.경 장FF, 정EE, 박HH 등과 함께 사천시 소재 횟집에서 술을 마시고, 같은 날 2차로 △△시 소재 상호를 알 수 없는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숙소인 △△시 ○○길에 있는 ○○관광호텔로 돌아왔다.
피고인은 위 ○○관광호텔에서 자신을 데려다 준다는 명목으로 따라온 장FF으로부터 ‘형님, 우리 ◇◇하고 군납 좀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취지의 말과 함께 현금 30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건네받고, ‘응, 고마워’라고 말하는 등 이를 승낙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장FF, 정EE으로부터 ◇◇에서 군대에 납품하는 식품과 관련하여 원재료 함량 미달, 품질 저하, 불량식품 민원 등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3)담당 군인들에게 부탁하여 이를 원만히 해결해 줌으로써 ◇◇가 식품류의 지속적인 납품 계약을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그 무렵부터 2018. 12. 17.경까지 사이에 이들로부터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시, ▽▽시 등지에서 총 11회에 걸쳐 현금 2,500만 원, 별지2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지정하는 친형 이II 등 명의 계좌로 총 10회에 걸쳐 1,350만 원, 별지3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장FF의 사실혼 배우자 홍JJ 명의 농협 계좌로 총 15회에 걸쳐 2,060만 원을 송금받는 등 합계 5,910만 원을 수수하였다.
[각주3] ◇◇는 2016. 4.경 방위사업청에서 발주한 새우패티, 감자튀김 입찰에 참가하였는데, 새우패티는 기술능력 분야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아 적격심사에서 탈락하였고, 정EE은 위 감자튀김 납품 계약을 낙찰받기 위해 위·변조한 세금계산서로 허위의 납품실적을 만들어서 제출하기도 하였는바, 장FF, 정EE은 위 새우패티, 감자튀김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또한 SBS가 2017. 11. 20.경 ◇◇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어묵을 재활용하여 군부대에 납품했다는 의혹을 보도하여 장FF, 정EE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는데, 정EE은 2018. 12. 7.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식품위생법위반죄로 불구속 기소되어 현재 재판계속 중이다(위 법원 2018고단1556).
이로써 피고인은 육군 법무병과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군법무관, 납품 및 계약 담당 부서 소속 군인 등에게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
나.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또한 누구든지 범죄수익 등의 취득, 처분,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금품을 수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피고인은 2016. 3. 21.경부터 같은 해 9. 20.경까지 피고인의 친형 이II 명의 우체국 계좌(계좌번호 010447-02-******)를 사용하면서 장FF, 정EE으로부터 총 7회에 걸쳐 합계 1,050만 원을 송금받았다.
또한 피고인은 위 이II 명의 우체국 계좌가 2016. 9. 28.경 압류되자, 같은 해 10.경 장FF으로부터 홍JJ 명의의 농협 계좌(계좌번호 352-****-****-83)와 연결된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건네받은 뒤 이를 사용하면서, 2016. 10. 20.경부터 2018. 12. 17.경까지 장FF, 정EE으로부터 총 15회에 걸쳐 합계 2,060만 원을 송금받았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2018. 7. 25.경부터 같은 해 9. 21.경까지 지인 신KK의 모친 이LL 명의 국민은행 계좌(계좌번호 782301-01-******)를 사용하면서 장FF, 정EE으로부터 총 3회에 걸쳐 합계 300만 원을 송금받았다.
피고인은 현금카드 등을 이용하여 위와 같이 수수한 금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피고인이 사용하는 다른 계좌로 송금하여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별지2, 3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알선뇌물수수로 취득한 불법재산의 은닉 그 밖의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이II, 홍JJ, 이LL 명의로 된 차명 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함과 동시에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
다.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6. 11.경 자신이 속한 ‘옹○○’이라는 봉사단체 회원인 주식회사 엘○○종합건설4)대표이사 이MM에게 ‘경제적으로 어렵다, 도와 달라, 한 달에 100만 원씩 계좌이체를 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하였고, 이MM이 이를 승낙하였다.
[각주4] 주식회사 엘○○종합건설은 2013. 6.경부터 2019. 11.경까지 총 86회에 걸쳐 방위사업청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공개 입찰경쟁에 참여하였고, 실제로 2016. 11.경 ‘특수전사령부 일반창고 신축공사’를 낙찰받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2016. 11. 11.경부터 같은 해 12. 30.경까지 당시 사용하던 차명계좌인 홍JJ 명의 농협 계좌(계좌번호 352-****-****-83)로 100만 원씩 3회에 걸쳐 합계 300만 원을 이MM으로부터 송금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2017. 1. 26.경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이MM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 명목으로 위 홍JJ 명의 계좌로 100만 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같은 해 12. 1.경까지 별지4-1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매월 100만 원씩 지급받아 2017 회계연도에 합계 1,200만 원을 송금받았다.
또한 피고인은 2018. 1. 2.경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이MM으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홍JJ 명의 계좌로 100만 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같은 해 12. 31.경까지 별지4-2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매월 100만 원씩 지급받아 2018 회계연도에 합계 1,300만 원을 송금받았다5).
[각주5] 피고인은 이MM으로부터 2018. 11. 1. 같은 해 11. 30. 같은 해 12. 31. 각 100만 원씩 송금받은 다음 2019. 1.경 송금받은 내역이 없는데, 그중 2018. 11. 30. 송금한 100만 원이 2018. 12.분, 2018. 12. 31. 송금한 100만 원이 2019. 1.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2019. 2. 1.경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이MM으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당시 사용하던 차명계좌인 이LL 명의 국민은행 계좌(계좌번호 782301-01-******)로 100만 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같은 해 11. 1.경까지 별지4-3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매월 100만 원씩 지급받아 2019 회계연도에 합계 1,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2017 회계연도부터 2019 회계연도까지 이MM으로부터 각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았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박HH, 노NN, 이OO, 강PP, 김QQ, 박RR의 각 법정진술
1. 증인 장FF, 정EE, 이MM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및 군검찰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
1. 장FF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
1. 정EE, 이MM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
1. 장FF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각 첨부서류 포함)
1. 임SS, 박TT, 김UU, 노NN, 장VV, 정WW, 서XX, 김QQ, 박RR, 송YY, 이OO, 박HH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이MM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김ZZ, 주GG, 강PP에 대한 각 군검찰 진술조서
1. 장FF 작성의 자수 및 진정(수사요청)서(첨부서류 포함)
1. 정EE, 박TT 작성의 각 진술서
1. 압수조서(첨부서류 포함), 공판조서
1. 홍JJ 명의 농협계좌 금융거래내역 원본, 현금 인출내역
1. 통화 녹음 파일 4개가 저장된 CD 1개, 각 녹취서(증거목록 순번 제50 내지 53, 98 내지 100, 290 내지 292번), 녹취서 음성파일(CD 1매)
1. 허위 기술사 등재 관련 ◇◇ 기술인력 운영현황, 새우패티 적격심사 관련 ◇◇의 이의신청 자료, ◇◇ 퇴직 직원 이AB, 구AC, 장AD의 통화 녹음 파일 3개가 들어 있는 CD 1개
1.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제5, 8, 13, 20, 23, 29, 33, 35, 55, 62, 64, 66, 73, 80, 89, 91, 101, 130, 139 내지 141, 146, 148, 153, 157, 165, 168, 183, 187, 189, 192, 201, 205, 237, 252, 253, 255, 257, 262, 263, 265, 269, 278, 288, 297번, 각 첨부서류 포함)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132조(알선뇌물수수의 점, 포괄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 따라 벌금형 병과), 각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3조 제3항,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차명계좌 거래의 점, 계좌별로 포괄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범죄수익 가장의 점, 포괄하여), 각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1항(매 회계연도별 300만 원 초과 금품등 수수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각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죄와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상호간, 형 및 범정이 가장 무거운 홍JJ 명의 계좌 거래로 인한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죄, 각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죄에 대하여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에 정한 형에 형법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경합범가중을 한 징역형에 위 죄에 정한 벌금형을 병과]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제6호(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추징
형법 제134조 후문,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4항 단서, 제1항 제1호[추징금 94,100,000원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으로 수수한 59,100,000원 + 각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으로 수수한 35,000,000원]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알선뇌물수수 등 부분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불특정 여부(판시 제2의 가항)
1) 피고인 측은 판시 제2의 가항 공소사실에 알선뇌물수수에 관한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태양, 범행의 수단·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으므로,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장소·방법·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6222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872 판결 등).
3) 이 부분 공소사실은 2015년경부터 2018년경까지 피고인이 육군 법무병과 내에서 역임한 직위를 적시하면서 ◇◇의 군납문제가 생길 경우 피고인이 장FF, 정EE의 부탁을 받아 그 지위를 이용하여 이에 관한 법무질의6)등을 담당한 법무관 등에게 ◇◇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알선 명목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며 피고인의 행위를 특정하고 있고, 특히 별지1 범죄일람표 순번 제1번 범행의 경우 “피고인이 장FF으로부터 ‘형님, 군납 좀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현금 3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받은 다음 장FF에게 ‘응, 고마워’라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범행의 수단·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위와 같은 공소사실의 내용에다가 별지1 내지 3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일시, 장소, 금액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장FF, 정EE으로부터 ◇◇의 군납문제 알선에 관한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그 명목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와 같은 공소사실의 기재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각주6] 육군규정 174 법제업무처리규정 제30조, 제31조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법령의 해석이 두 가지 이상으로 대립되는 경우에 당해 부대 또는 법무참모부(법무실)가 편성된 차상급부대의 법무참모부(법무실)에 서면으로 질의하는 절차’로서 위 규정에서 정한 공식적인 명칭은 ‘법령질의’이나, 이하 이 사건에서는 ‘법무질의’라 호칭하기로 한다.
나. 피고인이 그 지위를 이용하였는지 여부
1) 피고인 측은 ◇◇의 군납문제에 관한 법무질의 등을 담당한 법무관 등에게 피고인이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형법 제132조 소정의 알선수뢰죄에 있어서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라고 함은 친구, 친족관계 등 사적인 관계를 이용하는 경우이거나 단순히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 있다는 것만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나, 다른 공무원이 취급하는 업무처리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고 그 사이에 반드시 상하관계, 협동관계, 감독 권한 등의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같은 부서에 근무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852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460 판결 등).
3)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관계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의 군납문제에 관한 법무질의를 담당한 법무관 등에게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군법무관은 통상 법무참모, 군판사, 군검찰관 등 직책을 번갈아가며 담당하는데, 2016년 기준 육군 전체 병력 약 49만 명 중 법무관은 총 333명(= 장기법무관7)175명 + 단기법무관8)158명)이었고, 그중 가장 높은 계급인 준장은 2명(법무병과장 겸 육군본부 법무실장, 고등군사법원장)이었다(증거기록 제12권 제1349, 1350쪽). 피고인은 2013. 12.경부터 2015. 12.경까지 ‘군사법원 운영 및 예하대 검찰행정업무 지도·감독 등’ 권한이 있는 제1군사 법무참모(대령), 2015. 12.경부터 2016. 12.경까지 ‘육군본부 군검찰부 및 예하부대 보통검찰부의 검찰행정사무 등 지휘·감독 등’ 권한이 있는 육군본부 고등검찰부장(대령)으로 각 근무하는 등 육군 법무병과 주요 간부로서 근무부서나 관할구역과 무관하게 1997년경부터 시작한 오랜 법무관 경력과 인맥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다른 법무관의 직무에 관하여 법규상·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증거기록 제12권 제1189 내지 1199, 1463, 1464쪽). 특히 이 사건 범행이 시작된 2015년경 제2작전사령부 예하 제*군지사 법무실장이었던 대위(진) 박AE9)는 그 직전인 2014. 4.경부터 2015. 2.경까지 피고인의 지휘·감독을 받던 제1군사 예하 제**사단 군검찰관으로, 2016년경 육군본부에서 방위사업청 법률소송담당관실로 파견된 법무장교였던 소령 서AF는 2015년경 피고인의 지도·감독을 받던 제*군사 군판사로 각 근무한 이력이 있다.
[각주7] 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정하여진 과정을 마친 사람,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정하여진 과정을 마친 사람 중에서 대위 계급으로 임관한 다음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는 자를 의미한다.
[각주8]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사법연수원 수료생 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중위 계급으로 임관한 다음 3년간 복무하여 대위 계급으로 전역하게 될 자를 의미한다.
[각주9] 위 박AE는 2014. 4. 단기법무관으로 임관하여 2015년경 2년차 복무를 하고 있었고, 이후 2017. 3. 31. 전역하였다.
나) 위 박AE는 2015. 9. 7. 업무상 직접 관련이 없는 피고인에게 ‘충성, 참모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의 군납문제에 관한 법무질의 회신결과를 보고하였다(증거기록 제3권 제2045, 2061쪽). 또 피고인은 2016. 4.경 장FF에게 ‘(방위사업청 법률소송담당관실에) 친한 동생들을 다 모아놨고, 어떻게 회신하더라도 형(피고인을 지칭함)이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 빨리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증거기록 제3권 제1998, 1999쪽). 피고인이 당시 위 박AE, 서AF와 관할을 달리하는 단위의 부대에 근무 중이었더라도 군내 계급에 따른 상명하복 규율 및 문화, 육군 내 소규모 병과로서의 법무병과의 특수성과 결속력, 피고인의 직책과 권한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의 군납문제 관련 법무질의를 담당한 박AE 등 법무관에 대한 전보인사나 인사평가에 간접적이나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해당 법무관들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육군 군수병과 소령 김ZZ은 2016년경 육군본부 소속으로 방위사업청 급식 유류계약팀에 파견되어 있으면서 2016. 4.경 ◇◇의 감자튀김 군납 입찰업무를 담당하였다(증거기록 제8754, 8768, 8770쪽). 당시 피고인은 장FF, 정EE의 부탁을 받고 김ZZ이 ‘육사 **기’임을 알아낸 다음 장FF에게 ‘법무관 육사 **기들을 통해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김ZZ은 검찰에서 “육군본부 법무실이라고 하니, 누군가로부터 ‘육사 **기 출신인 법무관 윤AG, 노AH과 동기이구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0권 제8778쪽). 소속 병과가 서로 다르더라도 계급과 출신, 기수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군 내부의 특수성에 피고인이 당시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에 대한 수사권 등이 있는 고등검찰부장(대령)으로 근무하였던 점, 김ZZ이 당시 육군본부에 소속되어 방위사업청에서 파견근무 중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의 군납 관련 입찰업무를 담당한 김ZZ 등 담당군인에게도 그들의 직무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다. 피고인의 현금 수수 여부
1) 주장 요지
피고인 측은 별지1 범죄일람표 순번 제3, 5, 8번 금원(이하 현금수수 부분은 순번만으로 특정한다)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관련 법리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하되(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도6089 판결,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4도2121 판결 등 참조), 증뢰자의 진술이 상당 정도 객관적인 금융자료와 부합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없이 섣불리 그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도2167 판결,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도845 판결 등 참조).
3) 장FF 진술의 신빙성
피고인이 장FF, 정EE으로부터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 각 금원을 수수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요증거로는 공여자인 장FF, 정EE의 각 진술이 있다. 이하에서는 장FF 진술의 현금 교부 부분에 관한 신빙성 판단을 위하여 다른 객관적 증거 등의 부합 여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 ◇◇는 2007년경부터 2019. 4.경까지 어묵 등 식재료를 군납하였는데 매출액 중 약 16%가 군납거래를 통하여 발생하였고(증거기록 제1권 제46 내지 51, 220쪽), 군납거래가 타 거래보다 수익률이 높아 ◇◇의 임직원들은 군납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여 왔다(증거기록 제2권 제1668쪽). ◇◇가 2015. 6.경 군납한 새우패티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어 군납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자, 장FF은 그 무렵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인 박HH에게 부탁하여 법무관(대령)인 피고인을 소개받아 피고인과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실제로 피고인의 2015. 6. 23.자 일지에는 ‘박HH/장FF’으로 표시된 부분에 ◇◇가 직면한 새우패티 이물질 발견에 관한 내용 및 제5군지사 법무실장 박AE의 연락처 등이, 같은 달 24.자 일지에도 ‘박HH/장FF, 전화(장FF)’라는 취지가 각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제13권 제335쪽).
나) 장FF은 수사 단계부터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다음과 같이 ‘피고인에게 뇌물로 총 11회에 걸쳐 합계 2,500만 원을 공여하였다(아래에서 무죄로 판단하는 공소장 별지1 범죄일람표 순번 제8번 기재 현금 200만 원 부분 제외)’는 취지로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그에 부합하는 객관적 증거 등은 다음과 같다.
(1) 순번 제1번(현금 300만 원)
[각주10] 당초 장FF, 정EE 모두 ‘불고기패티2형, 돈가스 등심 문제해결을 위하여 피고인을 소개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장FF은 검찰 제4회 진술조사 당시 ‘착오였다’며 ‘새우패티 이물질 문제로 피고인을 소개받았던 것이 맞다’는 취지로 정정하여 진술한 뒤(증거기록 제4권 제2712쪽)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이 진술하고 있다. 앞서 피고인의 2015. 6. 23.자 일지 기재내용에 비추어 보면, 장FF, 정EE이 그 무렵 거의 동시에 발생한 군납 이슈에 관하여 위와 같이 혼동하여 진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와 같이 자연스러운 진술의 변화를 들어서 장FF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순번 제2번(현금 300만 원)
(3) 순번 제3번(현금 100만 원)
[각주11] 당초 ‘피고인과 함께 단란주점에 갔고, 그곳 화장실에서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제2회), 이후 ‘착오’였다며 ‘피고인과 저녁식사를 한 식당 화장실에서 피고인에게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FF이 수차례에 걸쳐 화장실 등에서 피고인과 단둘이 있게 된 틈에 현금을 교부하였던 점, 장FF의 최초 진술이 위 범행일로부터 약 4년이 경과한 시점에 이루어졌던 점, 그럼에도 장FF이 당시의 행적, 참석자 등에 관하여 비교적 소상히 진술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자연스러운 진술의 변화를 들어서 장FF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순번 제4번(현금 200만 원)
(5) 순번 제5번(현금 100만 원)
(6) 순번 제6번(현금 800만 원)
(7) 순번 제7번(현금 200만 원)
(8)순번 제8번(현금 100만 원)
(9) 순번 제9번(현금 200만 원)
(10) 순번 제10번(현금 100만 원)
[각주12] 피고인 측은 피고인이 아는 정신과 의사인 군의관은 손○현 뿐이라며 위 손○현이 위 일자에 계룡시에 있지 않았으므로, 장FF의 이 부분 진술을 전체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장FF이 ‘당시 동석한 정신과 의사인 군의관음 처음 보았기 때문에 성명 등 인적사항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아는 정신과 의사인 군의관이 위 손○현 뿐인지 여부에 관하여도 밝혀진 바 없다.
(11) 순번 제11번(현금 100만 원)
다) 피고인은 2019. 10.경 자신을 찾아온 홍JJ으로부터 ‘◇◇의 군납 관련해서 (피고인에게) 현금이 전달됐으니까 생각을 해보셔야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홍JJ에게 ‘예, 그 말씀 맞아요’라고 답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715쪽). 피고인은 그 무렵 장FF으로부터 ‘군납 터질 때마다 형님에게 현금으로 드린 돈이 5,000만 원 미만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장FF에게 ‘어, 정EE과 최대한 빨리 만나봐라’라고 답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724, 725쪽). 피고인은 2019. 10.경 장FF과 다음과 같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았다(증거기록 제2권 제1372 내지 1406쪽, 제4권 제2779 내지 2790쪽).
라) 살피건대, 장FF 진술은 ① 각 범행별로 전후 상황, 참석자, 피고인과 주고받은 말의 내용, 피고인에게 전달한 현금의 액수 등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구체적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점, ② ◇◇의 군납내역과 사건의 발생경과 등이 범행 동기를 뒷받침하는 점, ③ 피고인을 만난 행적, 참석자 등 범행 당시의 상황이 피고인의 일지나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등 객관적 증거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단둘이 있게 된 틈에 현금이 든 봉투를 전달하는 등 범행방법에 관한 진술이 경험칙에 어긋나거나 의심스럽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④ 행적, 참석자, 피고인에게 수회에 걸쳐 현금을 주었던 상황 등이 아래에서 보는 정EE 일부 진술로도 상당 부분 뒷받침되는 점, ⑤ 무엇보다 법률전문가인 피고인 스스로 과거 장FF, 정EE으로부터 수수한 현금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 성격을 ‘뇌물’로 표현하기까지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빙성이 높다.
한편 피고인 측은 장FF이 ◇◇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며 정EE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되자 위 고소를 막거나 피고인에게 준 뇌물 액수를 늘려 자신의 횡령금을 축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뇌물 액수를 허위로 또는 과장되게 진술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장FF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장FF이 ◇◇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2019년경 정EE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되자 피고인에게 연락하여 위 고소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였던 점,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형님(피고인을 지칭함)께 드렸던 현금도 횡령하였다고 하니, 정EE을 말려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던 점, 장FF이 2019. 9.경부터 피고인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캡처하여 보관하고, 피고인이 장FF 등과 나눈 대화를 녹취하였던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장FF이 피고인에게 처음 언급하였던 뇌물 액수 약 3,000만 원은, 장FF이 횡령하였다고 정EE이 주장한 약 20억 원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는 지나치게 적은 점, ② 장FF은 ◇◇에서 나온 돈을 받은 피고인을 통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거나 정EE과 중재하여 달라는 동기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하거나 증거자료를 보관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회사의 이사 등이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 중인 회사의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하였다면 그 이사 등은 회사에 대하여 업무상횡령죄의 죄책을 면하지 못하므로(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1도9238 판결 등 참조), 뇌물의 액수가 늘어난다고 하여 횡령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관계에 있지 않은 점, ④ 피고인이 수수한 뇌물 액수는 대향범 관계인 장FF 자신의 뇌물공여 범죄사실에 직결되므로, 뇌물 액수를 과장하여 진술하는 것이 장FF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⑤ 피고인이 마지막까지 장FF 입장에서 정EE과 중재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장FF이 원망 등 감정으로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를 알 수 있는 구체적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장FF이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허위 진술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정EE 진술의 신빙성
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등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상 검찰진술보다 법정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증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없는 사정 아래에서 단지 증인이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금원을 피고인에게 뇌물로 공여하였다는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으므로,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정EE은 수사 단계 및 이 사건 공판절차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다) 살피건대, 정EE 진술 중 ‘일관된 진술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신빙성 있는 장FF 진술 및 객관적 증거 등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신빙성이 높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현금 교부 여부 및 액수’에 관한 부분은 ① 그 자체로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는 점, ② 진술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는 점, ③ 정EE이 2016. 2. 12. 처음 만난 이후 특별한 교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래 계좌이체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 측이 대가관계를 부인하는 근거로 드는 남AI과 관련된 순번 제4번이나 자신의 식품위생법위반 혐의가 직접 문제된 상황이었던 순번 제9번의 경우 종전 진술과 달리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러 ‘절대로 현금을 주지 않았다’며 확신하는 태도로 증언하였는데, 이러한 정EE의 태도, 이해관계에 비추어 보면 정EE이 위 각 범행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동기를 가졌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라 희미해지기 마련인 기억의 특성·한계에 비추어 상당히 이례적인 것임에도 위와 같이 진술이 변화된 이유를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는 점, ④ 정EE이 자리를 피한 틈에 장FF이 피고인에게 따로 현금을 교부하였던 다른 범행과 달리 정EE 자신이 동석한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현금이 교부되었던 순번 제6, 7번 범행에 관한 진술을 불투명하게 함으로써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는데, 여기에는 ◇◇ 자금의 대규모 횡령을 둘러싼 장FF과의 갈등, 고소·고발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에 관한 언론보도 이후 변호사 허우영 사무실에서 피고인 구명을 위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자리에는 종래 피고인과 주로 연락하여 왔던 장FF이 아니라 정EE이 참석하였고, 그 후 정EE에 대한 진술조사가 이루어졌으므로, 정EE이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진술을 최대한 감추려는 동기도 가졌던 것으로 여겨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판절차에서의 법정 증언이라는 점만으로 선뜻 신빙하기는 어렵다.
5) 소결론
장FF 진술과 정EE 일부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 일시, 장소에서 장FF, 정EE으로부터 총 11회에 걸쳐 위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 현금 합계 2,500만 원을 수수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피고인 측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대가관계 인정 여부
1) 피고인 측은 현금수수 부분(별지1 범죄일람표) 및 계좌이체 부분(별지2, 3 범죄일람표) 모두 알선과 무관하여 대가관계가 없고, 특히 계좌이체 부분의 경우 피고인이 정EE 측으로부터 전(前) 국정원장 남AI의 사무실 운영비 등 명목으로 건네받아 실제로 남AI에게 전달하였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형법 제132조에서 말하는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다’라고 함은,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로서 반드시 알선의 상대방인 다른 공무원이나 그 직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알선행위는 장래의 것이라도 무방하므로, 뇌물을 수수할 당시 상대방에게 알선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하여야 할 현안이 반드시 존재하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위와 같은 알선의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였다면 실제로 어떤 알선행위를 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위 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당해 알선의 내용, 알선자와 이익 제공자 사이의 친분관계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며, 알선자가 수수한 금품에 그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그 밖의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알선뇌물수수죄에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수하였다는 범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는데, 간접 사실에 비추어 수수하는 금품이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는 사정을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서 묵인한 채 이를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알선뇌물수수의 범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도15589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8070 판결 등 참조).
3) 판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관계 및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과 장FF, 정EE 만남의 경위 등
(1) 장FF, 정EE은 2015. 6.경 ◇◇가 군납한 새우패티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지인 박HH를 통하여 피고인을 소개받았다. 앞서 본 피고인의 2015. 6. 23.자 및 같은 달 24.자 일지 기재내용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은 장FF으로 부터 전화로 ‘◇◇에 군납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 해결방안으로 ‘법무질의’를 권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2015. 7.경 ◇◇가 군납한 돈가스 및 불고기패티2형의 품질문제가 연달아 발생하였고, 장FF, 정EE이 피고인을 처음 만난 2015. 7. 17. ◇◇의 주간회의를 통하여 위 문제가 ‘비상사태’로 인식되고 있었다.
(2) 첫 만남에서 현금 300만 원을 수수한 이후(순번 제1번) 피고인은 2015. 7. 21. 및 같은 달 30. 작성한 일지에 ◇◇의 위 문제가 진행되어온 경과와 문제점 등을 자세히 기재하였고, 2015. 8. 5. 장FF, 정EE으로부터 현금 300만 원을 재차 수수하였다(순번 제2번). 피고인은 ◇◇의 불고기패티2형 전분 함량초과문제가 제기된 52군수 지원단 급양대가 법무질의를 의뢰하기도 전에 제5군지사 법무실장 박AE와 수회 통화하면서 장FF 등 ◇◇ 임직원이 위 박AE를 면담하도록 주선하였고, 장FF 등은 2015. 8. 28. 박AE를 직접 만나 ◇◇의 입장을 설명하였다. 그 후 ‘위 문제로 ◇◇에게 감액조치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법무질의가 의뢰되자, 박AE는 같은 해 9. 7. ‘전분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의 차이 문제일 뿐 ◇◇의 귀책사유가 없어 감액조치할 수 없다’는 취지로 회신하면서 같은 날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알려주었고, 피고인은 이를 장FF에게 전달하여 주었다.
(3) 피고인은 2015. 10. 초순경 장FF으로부터 ◇◇의 돈가스 등심 함량미달 문제를 전달받은 다음 장FF 등이 박AE를 면담하도록 주선하였고, 장FF 등은 같은 해 10. 20. 박AE를 직접 만나 ◇◇의 입장을 설명하였다. 그 후 ‘위 문제로 ◇◇에게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법무질의가 의뢰되자, 박AE는 같은 해 11. 2. ‘하자를 원인으로 한 별도의 제재조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해진 일자에 납품한 이상 위 문제를 이행지체로 보아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이후 ◇◇는 위 각 법무질의 회신에 따라 불고기패티2형 및 돈가스 등심의 군납에 관한 별도의 제재조치를 받지 않게 되었다.
(4) 위 사실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장FF, 정EE에게 단순히 규정이나 절차에 관한 안내를 한 것을 넘어 ◇◇의 군납문제를 법무질의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의 입장을 담당법무관 박AE에게 전달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현금을 수수하기 시작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그 이후 2016. 3. 경까지 금품 수수 경위
(1) 피고인은 2015. 12. 2. 자신이 주관하는 제1군사 법무성과분석회의에 장FF, 정EE을 참석하도록 하면서 장FF, 정EE이 식비 등 경비를 부담하도록 요구하였다. 피고인은 장FF, 정EE으로부터 위 회의에 초청된 이○니 등에게 줄 경비로 현금 100만 원을 받았는데(순번 제3번), 장FF은 당시 피고인에게 ‘형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시점이 ◇◇의 군납문제가 법무질의를 통하여 해결된 직후로서 향후 군납문제의 발생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점, 피고인이 지출할 경비를 장FF, 정EE에게 부담하도록 요구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현금 100만 원도 알선의 대가로 수수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 측은 장FF, 정EE이 피고인이 사무국장으로 있던 봉사단체 ‘옹○○’에 후원하는 명목으로 위 현금 100만 원을 지급하였던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현금 100만 원이 ‘옹○○’ 모임을 위하여 지급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법무참모로 있던 제1군사 법무성과분석회의를 위하여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장FF은 2016. 2. 12. 피고인에게 현금 200만 원을 주면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순번 제4번), 피고인은 같은 달 24. 장FF으로부터 현금 100만 원을 받았다(순번 제5번). 정EE은 2016. 3. 20.부터 매월 20.경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명계좌로 150만 원을 송금하기 시작하였는데(별지2, 3 각 범죄일람표), 이에 관하여 ‘피고인 부탁으로 송금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장FF에게 매월 150만 원씩 송금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장FF, 정EE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의 군납문제를 법무질의 등을 통하여 해결해준 데 대한 고마움 및 향후 생길 군납문제도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던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3) 앞서 피고인과 장FF, 정EE 만남의 경위 및 그 후 법무질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한 장FF, 정EE이 실감했을 피고인의 위상, 금품 교부 명목에 관한 장FF, 정EE의 일치되고 일관된 진술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의 군납문제에 관한 알선의 대가로 위와 같은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봄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한다.
다) 새우패티, 감자튀김 군납입찰 과정
(1) 새우패티 군납입찰 과정
(가) ◇◇는 2016. 4. 초순경 방위사업청 새우패티 군납입찰에 참가하여 1순위 업체로 지정되었다가 적격심사(계약이행능력심사평가) 중 ‘기술인력보유’ 항목(3점 만점)에서 2.7점(= 기본점수 1.5점 + 기사 또는 산업기사 2명 보유13)1.2점)을 받음으로써 합계 94.93점으로 부적격 처리(적격 기준점수 합계 95점)되었다. 위 ‘기술인력보유’ 항목은 ‘최근 12개월 내 상시고용 대상자 수’를 기준으로 하여 기본점수 1.5점에 기사 또는 산업기사를 3명 이상 또는 기술사를 2명 보유할 경우 1.5점 가산, 기사 또 는 산업기사를 2명 또는 기술사를 1명 보유할 경우 1.2점 가산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 당시 ◇◇의 기술인력보유 현황은 다음 표와 같았다.
[각주13] 아래 표에서 기술사 B의 고용관계가 식품산업기사 C의 고용관계로 연속되었다는 전제에서 식품산업기사 A와 식품기사 C의 2명을 보유하였다고 평가된 것이다.
(나) 정EE 등 ◇◇의 임직원들은 위와 같은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여 2016. 4. 25. 피고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담당자 박RR에게 ‘◇◇가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다’며 ‘식품기사 C, E 및 식품산업기사 F가 기술사 B의 고용관계를 승계함으로써 상시 4명의 기술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처리하여 3점 만점(= 기본점수 1.5점 + 기사 또는 산업기사 3명 이상 보유 1.5점)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에 관한 법무질의를 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피고인이 그 무렵 작성한 일지 및 녹취서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6. 4. 25. 장FF, 정EE으로부터 위와 같은 상황을 전달받은 후 법무질의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방위사업청 법률소송담당관실에 근무하던 법무 장교 서AF에게 연락하여 ‘법무질의 회신을 빨리만 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해 4. 29. 위와 같은 취지로 법무질의가 의뢰되었는데, 위 박RR은 검찰에서 ‘◇◇ 외에 입찰 참가업체에서 위와 같이 법무질의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4권 제3096쪽).
(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은 2016. 4. 25. 장FF, 정EE으로부터 현금 800만 원을 받았고(순번 제6번), 장FF은 ‘당시 새우패티 낙찰문제의 해결을 부탁하면서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당시 ◇◇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 및 태도, ◇◇ 측 요청에 응한 피고인의 대응 등에 비추어 보면, 위 800만 원은 ◇◇의 새우패티 낙찰문제를 법무질의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의 입장을 담당법무관 서AF에게 전달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알선 명목으로 교부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이후 ◇◇의 희망대로 새우패티 낙찰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알선과 금원 수수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2) 감자튀김 군납입찰 과정
(가) ◇◇는 2016. 4. 초순경 방위사업청 감자튀김 군납입찰에 참가하여 1순위 업체로 지정되었다가 적격심사 과정 중 ‘최근 3년 내 납품실적’ 항목(10점 만점)에서 9.7점(C등급, 예정가격 대비 납품실적의 비율이 10% 이상 50% 미만)을 받음으로써 합계 95.02점으로 적격 처리되었다. 그런데 ◇◇가 제출한 최근 3년 내 납품실적을 증명할 매출세금계산서는 모두 정EE 지시로 위·변조된 것이어서, 실제 ◇◇는 다음 표 기준상 ‘D등급’으로 적격심사 합산결과 94.87점[= 95.02점 - (9.7점 - 9.55점)]이 됨으로써 부적격 처리(적격 기준점수 합계 95점)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나) 담당자 김ZZ이 적격심사 과정에서 주력제품이 ‘어묵 등 수산물가공품’인 ◇◇가 제출한 ‘감자튀김’ 매출세금계산서의 진위에 의심을 품고 매입세금계산서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자, 장FF, 정EE은 매출세금계산서가 위·변조되었다는 사실이 적발될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을 통하여 적격심사가 신속히 진행되게끔 압력을 행사하기로 하였다. 피고인이 그 무렵 작성한 일지 및 녹취서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6. 4. 26. 장FF, 정EE의 부탁을 받고 김ZZ의 연락처를 알아낸 다음 김ZZ에 게 ‘내 아우가 ◇◇라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이번에 서류를 넣었다고 하니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는 2016. 5. 12. 감자튀김 입찰에서 적격 처리되어 방위사업청과 군납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은 장FF, 정EE으로부터, 2016. 4. 25. 이미 현금 800만 원을 받은 바 있고(순번 제6번), 같은 해 4. 28. 현금 200만 원을 받았으며(순번 제7번), 장FF은 ‘당시 감자튀김 낙찰문제의 해결을 부탁하면서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당시 ◇◇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 및 태도, ◇◇ 측 요청에 응한 피고인의 대응 등에 비추어 보면, 위 200만 원은 적격심사 과정에서 위·변조된 매출세금계산서를 적발당하지 않을 목적으로 ◇◇의 입장을 담당자 김ZZ에게 전달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알선 명목으로 교부되었다고 할 수 있고, 당시 피고인이 ◇◇의 매출세금계산서가 위·변조되었음을 알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알선과 금원 수수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라) 2017년, 2018년 금품 수수의 경위
(1) ◇◇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어묵 등 식재료를 군납하였고, 장FF, 정EE은 2017. 1. 19.부터 같은 해 10. 20.까지 총 10회에 걸쳐 1,500만 원(= 매월 150 만 원 × 10회)을 피고인의 차명계좌로 송금하고 있었다. 장FF, 정EE은 2015. 6.경 이후부터 수회에 걸쳐 ◇◇의 군납문제 해결을 피고인에게 부탁하여 왔는데, 피고인은 2017. 4. 17. 현금 100만 원을 받았다(순번 제8번).
(2) SBS 방송국이 2017. 11. 20. ‘◇◇가 유통기한이 지난 어묵을 재활용하여 군납하였다’는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수사가 예상되는 등 군납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자, 장FF, 정EE은 그 무렵 피고인에게 ‘◇◇가 문제없이 군납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였다. 피고인은 ‘방위사업청 등에 알아보겠다’는 취지로 승낙하면서 현금 200만 원을 받은 다음(순번 제9번)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파견근무 중인 검사와 학연이 있는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들을 알아보기까지 하였던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알선 명목으로 위 금원을 수수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후 피고인이 실제로 방위사업청 등에 ◇◇의 군납문제를 알아보았는지 여부는 대가관계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3) 이후 ◇◇는 2019. 4.경까지 군납을 계속함으로써 종전과 같은 군납문제 발생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었고, 피고인은 2018. 4. 27. 현금 100만 원(순번 제10번), 같은 해 10.에서 12. 사이에 현금 100만 원을 받았다(순번 제11번). 정EE은 ‘2018. 4. 27. 당시 2018년 방위사업청의 감자튀김 적격심사 중 ◇◇가 과거 사천시청으로부터 과태료처분을 받았다며 감점당한 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주었던 것’이라며 위 현금(순번 제10번)이 알선의 대가였다는 취지로 명확히 진술하였고, 정EE이 2018. 12. 7. 위 보도에서 문제된 식품위생법위반으로 기소되기까지 하였으므로 순번 제11번의 경우에도 전체적·포괄적으로 ◇◇의 군납문제 해결을 위한 알선 명목으로 현금이 수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계좌이체 부분의 대가관계 여부
가) 정EE이 ‘남AI의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쓴다며 피고인이 매월 150만 원을 요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피고인이 2016. 6.경부터 2017. 6.경까지 사이에 남AI의 주거지 인근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적이 있었던 점은 대가관계를 부인하는 피고인 측 주장에 일응 부합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판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관계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계좌이체 부분도 알선의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정EE은 2016. 2. 12. 남AI을 처음 만나게 된 이후 피고인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명계좌로 돈을 송금하였는데, 그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 요구가 아니었으면 송금할 이유가 없었고, 이후 피고인 없이 남AI을 따로 만났을 때에도 돈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 정EE 지시로 2016. 4.경부터 2017. 10.경까지 돈을 송금한 장FF은 ‘남AI에게 가는 돈인지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2016. 9.경 이II 명의 계좌가 압류되자, 2016. 10.경부터 장FF의 사실혼 배우자 홍JJ 명의 계좌로 매월 20.경 150만 원을 송금받았는데, 장FF이 위 돈이 남AI에게 전달되는 것임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피고인 측 변소를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송금을 중단하게 된 계기에 관하여도 장FF, 정EE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피고인 측 주장처럼) 남AI이 2017. 11. 별건으로 구속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의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현금 인출내역 외에 피고인이 남AI에게 매월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쓸 150만 원을 실제로 전달하였음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인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인출하였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이 장FF, 정EE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인출하여 남AI에게 일부 전달하였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앞서 본 남AI과 정EE의 관계, 송금의 경위에 관한 장FF, 정EE의 진술내용에다가 송금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피고인이 신KK 등에게 송금하는 등으로 소비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피고인이 뇌물을 소비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봄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한다.
라) 피고인은 위와 같이 송금받은 돈에 관하여, 군검찰에서 ‘주로 생활비로 사용하였다’거나(증거기록 제12권 제1474, 1488쪽) 검찰에서 ‘장FF, 정EE이 봉사단체 ‘옹○○’의 후원금으로 쓰라며 도와준 것(지원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을 뿐(증거기록 제6권 제5101쪽) 남AI에 관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돈을 차명계좌로 받은 이유에 관하여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등록재산 변동신고에서 소명할 수 없는 돈이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제6권 제5098쪽), 2019. 10.경 장FF에게 ‘(계좌이체 부분은) 뇌물공여로 다 같이 공범으로 걸리게 되니까, 내가 받은 게 아니라 정치인한테 전달했다는 식의 핑계를 대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734, 735쪽). 피고인의 위와 같은 언동은 피고인 측 주장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위 주장과 달리 처음부터 위와 같이 송금받은 돈이 알선 명목의 뇌물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5) 계좌이체 부분 중 별지2 범죄일람표 순번 제8 내지 10번 및 별지3 범죄일람표 순번 제3, 15번의 경우(이하 이 항목에서 순번으로만 특정한다)
가) 장FF이 위 각 금원을 보낸 이유에 관하여, 정EE 지시로 ‘순번 제8번은 피고인 여름 휴가비, 순번 제9번은 추석 인사, 순번 제10번은 피고인이 보낸 화환에 대한 답례, 순번 제3번은 피고인 아들의 수능시험 관련 초콜릿 값, 순번 제15번은 피고인 사무실 직원들 회식비’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11권 제9635, 9636쪽), 또 ‘정EE이 2017. 11.경 정기적 송금을 중단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에 비추어 위 금원들은 일응 알선과 무관한 의례적인 금원 수수로 볼 여지도 있다.
나) 그러나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관계 및 사정, 즉 ① 위 각 송금시기가 2016. 11. 22.부터 2019. 4. 3.까지로 ◇◇가 군납을 계속하던 기간에 포함되어 있어 언제든 군납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② 군납문제 해결이라는 현안을 두고 처음 알게 된 피고인과 장FF, 정EE의 관계에 의하면 장FF이 정EE 지시 없이 자신의 계산으로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할 만한 이유나 동기가 없어 보이는 점, ③ 명절이나 휴가 등 사교상 의례 차원에서 위 각 금원이 송금되었더라도 그 이전에 피고인이 이미 알선 명목의 뇌물을 수회에 걸쳐 수수하였던 상황이었고, ◇◇의 군납문제 해결이라는 현안이 상존하고 있음을 피고인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위 각 금원에는 불가분적으로 알선 명목의 대가라는 성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④ 피고인이 이LL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순번 제8 내지 10번의 경우, 피고인이 검찰에서 ‘홍JJ 명의 계좌로 타인들이 입금해주는 돈을 장FF이 알면 도와주지 않을까봐 이LL 명의 계좌로 송금하여 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까지 하여(증거기록 제6권 제5100쪽) 피고인 스스로도 종전의 계좌이체 부분과 위 각 금원의 성질이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였다고 보이는 점, ⑤ 순번 제15번의 경우, 피고인이 직전 송금일(2018. 9. 21.)부터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장FF에게 홍JJ 명의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의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달라고 요구한 이후에 송금되었던 것으로 위와 같은 이유로 위 금원에도 알선 명목의 대가라는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각 금원의 경우에도 전체적·포괄적으로 알선의 대가로 수수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6) 소결론
따라서 현금수수 부분(별지1 범죄일람표) 및 계좌이체 부분(별지2, 3 범죄일람표) 모두 알선의 대가로 지급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군납문제 해결 등 알선의 대가로 별지1 내지 3 범죄일람표 기재 각 금원 합계 5,91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판시 제2의 가항 범죄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있다.
마. 판시 제2의 나항 부분 주장에 관한 판단
1)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는지 여부
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규제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항 제1호에서 처벌하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계좌에 범죄수익 등을 입금하는 행위와 같이 범죄수익 등이 제3자에게 귀속되는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6079 판결 참조).
나) 판시 제2의 가항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는 범죄수익규제법 제2조 제2호 가목, 별표 제19호에서 정한 ‘중대범죄’이고, 별지2, 3 범죄일람표 기재 각 금원은 위 범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인 ‘범죄수익’이며, 이II, 홍JJ, 이LL 명의 계좌는 모두 피고인이 위 범행 당시 사용하던 차명계좌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각 차명계좌로 알선의 대가인 뇌물을 수수한 것은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임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불법재산의 은닉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하였는지 여부
가) 불법·탈법적 목적에 의한 타인 실명의 금융거래를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금융거래를 범죄수익의 은닉이나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자금세탁 등 불법·탈법행위나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목적이 있으므로, 위와 같은 탈법행위의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면 이로써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참조).
나) 별지2, 3 범죄일람표 기재 각 금원은 범죄수익규제법상 범죄수익으로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에 해당되고, (불법재산의 일종인) 범죄수익의 은닉은 범죄수익의 특정이나 추적 또는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통상의 보관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를 말하므로(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도10857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차명계좌로 알선의 대가인 뇌물을 수수한 것은 범죄수익의 추적 또는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알선뇌물을 차명계좌로 수수한 피고인에게 불법재산의 은닉 목적이 있었음을 추인할 수 있다. 이와 다른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판시 제2의 다항 부분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여부
1) 피고인 측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이MM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엘○○종합건설의 군납 입찰참가 등 내역이 기재된 각주 부분이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여사기재이므로, 이 부분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2)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외의 사실로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 금지’에 관한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도2957 판결 등 참조), 공소사실 첫머리의 기재부분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경위나 사건관련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해당 기재가 법원에 예단을 가지게 하는 사항을 적시하여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 등 참조).
3) 살피건대, 위 각주 부분은 피고인과 공여자로 지목된 이MM의 관계, 범행이 계속된 기간을 더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각주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 부분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피고인 측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 수수 금품의 차용금 여부
1) 피고인 측은 별지4-1 내지 4-3 기재 각 금원이 이MM으로부터 차용한 것이어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라 한다) 제8조 제3항 제3호에서 정한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등’에 해당하여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살피건대,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관계 및 사정을 종합하면, 위 각 금원이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도 제재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과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청탁금지법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됨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피고인 측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인은 2014년경 자신이 소속된 봉사단체 ‘옹○○’에서 이MM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 2016. 11.경까지 이MM과 단둘이 만나거나 대여 등 금전거래를 한 적이 없었다. 이MM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는 피고인과 차용증 등 아무런 처분 문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매월 1.경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명계좌로 100만 원씩 송금하였다거나 이자나 대여기간에 관한 약정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래관념상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피고인은 2015. 8. 6.부터 2016. 12. 22.까지 위 이LL 명의 계좌로 지인 이OO로부터 매월 100만 원씩 총 17회에 걸쳐 합계 1,700만 원을 송금받았고, 2016. 4. 22.부터 같은 해 9. 8.까지 이II 명의 계좌로 지인 박HH로부터 매월 100만 원씩 총 5회에 걸쳐 합계 500만 원을 송금받았는데, 위와 같이 이OO, 박HH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에 관하여 검찰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받은 도움 또는 지원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6권 제5124 내지 5127쪽).
나) 피고인은 검찰에서 장FF, 정EE이 차명계좌로 보낸 알선 명목의 뇌물과 이MM이 차명계좌로 보낸 돈의 성격도 모두 ‘도움’이라고 지칭하였고(증거기록 제6권 제5106쪽), 2018. 2.경 카카오톡 ‘비밀채팅’ 기능을 통하여 이MM에게 ‘송금받을 계좌를 이LL 명의 계좌로 바꾸겠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신세 좀 지겠다, 변호사 개업하면 은혜를 갚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등록대상재산에 위 각 금원에 관한 내용을 등록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
우선 이MM이 답하지 않은 피고인의 일방적 문자메시지 내용만으로 피고인과 이MM 사이에 해당 금원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이는 인사치레에 불과함을 상대방도 알고 있는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할 것이다. 또 금전소비대차거래를 하는 당사자 사이에 ‘신세’나 ‘은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이지 않다. 피고인이 언급한 ‘변호사 개업하면’의 의미 역시 장래의 불확정기한이라기 보다는 언젠가 변호사 개업을 해서 돈을 갚을 만큼 수익을 얻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수의조건부 의사표시에 불과하여 이 점에서도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언동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MM으로부터 수수한 돈이 차용금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이MM은 검찰에서, 위 각 금원의 반환에 관하여 ‘돌려받을 거란 기대는 많이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증거기록 제6권 제5078쪽), 2019. 11. 1.을 마지막으로 송금을 중단한 이유에 관하여 ‘피고인과 장FF, 정EE의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제7권 제6032쪽), 만약 위 각 금원이 차용금이었다면 이MM이 위와 같은 이유로 송금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이MM도 피고인이 수수하지 말아야 할 성격의 돈을 받아왔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고, 그것이 향후 문제될 것을 우려하였다는 전제에서 보아야 이MM의 위와 같은 행동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 6월 ~ 22년 및 벌금 59,100,000원 ~ 147,750,000원
2.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음14): 판시 제2의 나항 기재 범죄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고, 판시 제2의 다항 기재 범죄에 관하여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각주14] 참고로 판시 제2의 가항 기재 범죄에 관한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유형의 결정] 뇌물범죄 > 1. 뇌물수수 > [제4유형]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5년 ~ 7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4년 및 벌금 60,000,000원
○ 불리한 정상
피고인은 육군 법무병과의 고위직을 거쳐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으로 근무하여 누구보다도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사실상 영향력 아래에 있는 법무관 등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는 대가로 군납업체 임직원들로부터 합계 5,910만 원이라는 거액을 수수하였고 그 사실을 가장하거나 은닉하기 위하여 그중 일부 금원을 차명계좌로 받았으며, 실제로 위와 같은 알선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까지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약 3년 동안 동일인으로부터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원으로 합계 3,500만 원을 수수하였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군사법체계의 공정성 및 청렴성, 그에 대한 일반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군법무관들의 명예와 자긍심에 상처가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속적인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군인 등 공무원의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여야 한다는 공익상 요청 또한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 유리한 정상
피고인이 초범으로, 장기간 군법무관으로 나름대로 성실하게 재직하여온 점,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보직해임 후 파면 처분된 점, 피고인의 가족 및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참작할 만하다.
위와 같은 정상들에 피고인의 성행, 가족관계,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6년 가을경 계룡시 이하 불상지에서 ◇◇의 군납문제 해결을 위한 알선 명목으로 장FF, 정EE으로부터 현금 200만 원을 수수하였고(공소장 별지1 범죄일람표 순번 제8번), 2019. 9. 10. 위와 같은 명목으로 장FF, 정EE으로부터 피고인이 사용하던 이LL 명의 계좌로 100만 원을 송금받아,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함과 동시에 불법재산의 은닉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하였다(공소장 별지2 범죄일람표 순번 제11번)’는 것이다.
2. 현금 200만 원 수수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사정
장FF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2016년경 계룡시에 있는 낙지전골 식당 앞에서 정EE으로부터 현금 200만 원이 든 봉투를 전달받았고, 위 식당에서 피고인과 함께 저녁식사 후 그곳 화장실에서 피고인에게 위 봉투를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피고인이 2016. 9. 7. 작성한 일지에 ‘정EE 방문(한우○○/장FF, 강PP, 최AJ 등)’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증거기록 제13권 제207쪽)은 인정된다.
나. 구체적 판단
장FF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비교적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기초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관계 및 사정, 즉 ① 장FF이 최초 위 범행 일시를 ‘2016. 1.경 또는 같은 해 2.경’이라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제1권 제31쪽), 제2회 진술조서에서 ‘2016년 가을경’으로 변경하였고(증거기록 제1권 제461쪽), ‘위 범행 장소가 낙지전골 식당이었음은 명확히 기억하는데, 당시 동석했던 사람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증거기록 제4권 제2742, 2743쪽), ② 앞서 본 별지1 범죄일람표 순번 제10번(2018. 4. 27.) 외에 피고인이 장FF, 정EE을 계룡시에 있는 ‘낙지전골’ 식당에서 만났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의 일지 기재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 점, ③ 정EE이 ‘피고인, 장FF과 함께 2016년 가을경 계룡시 소재 낙지전골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④ 판시 별지1 범죄일람표 현금수수 부분과 달리 장FF이 동석자나 전후 상황에 관한 구체적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⑤ 이 부분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표지인 범행의 일시·장소에 관한 장FF 진술 자체가 별다른 근거 없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술 자체에 의문점이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도 있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현금 200만 원을 수수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계좌이체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사정
장FF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정EE 지시로 2019. 9. 10. 피고인이 사용하던 이LL 명의 계좌로 100만 원을 송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장FF이 위 일자에 피고인으로부터 위 계좌의 계좌번호를 전달받은 다음 자신 명의 계좌에서 위 이LL 명의 계좌로 100만 원을 이체하였던 점(증거기록 제1권 제480, 481쪽)은 인정된다.
나. 대가관계 여부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관계 및 사정, 즉 ① 장FF이 검찰에서 ‘위 일자가 정EE과 (◇◇의 횡령 문제로) 심하게 다툰 이후로, 느낌이 좋지 않아 피고인에게 위 계좌의 계좌번호를 물어본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관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증거기록 제1권 제256쪽), 송금의 시점 및 경위가 의심스러운 점, ② ◇◇가 2019. 4. 이후 군납입찰에서 전부 탈락하여 위 일자 무렵 ◇◇의 군납문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정EE도 검찰에서 ‘과거 입찰담합을 한 것이 적발되어 2019. 6.부터 군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증거기록 제2권 제1696쪽), ③ 정EE이 2018. 12. 7. (군납 식자재에 관한) 식품위생법위반으로 기소됨으로써 가까운 장래에 ◇◇가 군납을 계속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법무질의 등의 알선을 부탁할 현안의 개연성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장FF과 횡령 문제로 다툰 정EE이 피고인에게 위 금원을 송금하라고 지시하였다는 것은 사회관념상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정EE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알선의 대가로 100만 원을 수수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금융실명법위반 및 범죄수익규제법위반 여부
피고인이 송금받은 100만 원의 성격이 알선 명목의 뇌물이 아니므로, 위 100만 원은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불법재산 및 범죄수익규제법에서 정한 범죄수익에도 해당되지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위 각 부분에 대하여), 판시 금융실명법위반죄 및 범죄수익규제법위반죄(계좌이체 부분에 대하여)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않는다.
판사 손동환(재판장), 박성민, 강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