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가단5209485 매매대금반환
【원고】 대한민국
【피고】 A
【변론종결】 2021. 4. 12.
【판결선고】 2021. 9. 14.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1,001,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9. 10. 23.부터 2021. 9. 1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80%는 원고가, 나머지 2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7,701,088원과 그중 33,570,725원에 대하여는 2016. 12. 2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나머지 14,130,363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6. 9. 21. 피고로부터 터빈엔진용 윤활유(규격 MIL-PRF-6081) 8,116쿼트(QT)(이하 ‘이 사건 윤활유’라 한다)를 1쿼트(QT)당 미화 3.74 달러로 계산하여 총 미화 30,353,84 달러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2016. 12. 21. 피고로부터 제조자 ‘*’, 제조일자가 ‘2016. 9. 30.’로 된 이 사건 윤활유 8,116쿼트(QT)를 모두 인도받고 피고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다. 피고가 인도한 이 사건 윤활유의 포장용기 캔 표지에는 ‘생산일로부터 36개월이 지나면 성분테스트를 하고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Test date is 36 months from DOM”)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다. 원고 소속 공군 군수사령부 제81항공정비창에서는 2019. 3. 14. J79엔진 정비 후 엔진에 이 사건 윤활유를 주입하는 작업을 준비하던 중 이 사건 윤활유 덮개와 상단 부분에서 이물질을 발견하였고, 이후 추가로 이 사건 윤활유 중 18쿼트(QT)를 개봉하여 샘플링 검사를 한 결과 같은 부위에서 동일한 이물질이 발견되었다. 이후 원고가 공군 군수사령부 항공기술연구소에 의뢰하여 이 사건 윤활유에서 발견된 이물질의 성분을 분석하였는데, 철산화물(Fe2O3)인 녹(Rust)으로 확인되었다. 이물질이 발견되기 전까지 원고가 사용한 이 사건 윤활유의 양은 702쿼트(QT)였다.
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때 원고와 피고는 ‘2016년 국외조달(수리부속) 계약 일반조건’(이하 ‘일반조건’이라 한다)과 ‘2016년 특수윤활유 계약특수조건’(이하 ‘특수조건’이라 한다)을 계약내용에 편입시키기로 합의하였다. 그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수조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 원고는 2019. 3. 20. 피고에게 이 사건 윤활유에 하자가 있음을 통보하고 교환·환불 등의 조치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2019. 3. 25. 원고에게 이 사건 윤활유의 제조사(*)가 이 사건 윤활유의 이물질(녹) 발생 원인은 ‘캔 안에 들어 있는 오일은 캔의 위쪽 끝까지 차지는 않고, 제품이 포장된 환경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도 있는데 습기항목은 적합성 시험의 필수조건이 아니어서 제품생산이나 포장 중에 검사하지 않는다. 제품은 외부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열을 받아 수증기를 방출할 수 있는데, 캔 안의 공간에 미량 포함되어 있던 습기가 캔의 위쪽 표면과 반응해서 캔의 부식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창고에게 (30개월간 움직이지 않은 캔 내부의) 오일과 닿지 않은 캔의 위쪽의 부식으로 증명된다’고 한 문서를 제출하면서 이에 대한 교환이나 환불을 거절하였다.
바. 원고는 이물질을 발견한 다음 2019. 5. 17.경 이를 대체하기 위하여 *인터내셔날로부터 윤활유 총 960쿼트(QT)를 1쿼트(QT)당 14,000원으로 계산하여 총 14,784,000원(부가가치세 10%를 더한 금액이다)에 매수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6, 8 내지 10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계약일반조건 제9조 및 제11조에 적합한 계약목적물을 납품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윤활유의 포장용기의 재질을 녹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청재질로 용기를 만들든지 최소한 용지의 내부 표면에 방청피막을 처리하는 등으로 녹이 발생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여 하자 있는 윤활유를 공급하였다. 그로 인해 보존기간 3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윤활유 포장용기인 캔에 부식이 발생하여 보관 중인 윤활유 7414쿼트(샘플링 검사분 18쿼트 포함)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피고가 공급한 윤활유가 직접 제조하여 납품한 것이 아니라 제조사로부터 구매한 그대로를 납품한 것이더라도 계약일반조건 제9조 및 제11조를 위반한 경우에는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 이에 원고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을 통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남아 있는 윤활유 7,414쿼트에 대한 매매대금을 원화로 환산한 33,570,725원(=7,414쿼트 × 3.74 달러 × 1,210.7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피고가 7,414쿼트를 구매하면서 지급한 부가가치세와 부대비 4,127,950원[=(부가가치세 4,217,464원 + 부대비 30353.84달러 × 0.0082 × 1210.70원) × 7,414/8,116]과 피고가 이 사건 윤활유를 대신하기 위해서 구매한 960쿼트의 매매대금 차액 10,002,413원[=14,784,000원(960쿼트 × 14,000원 × 1.1) - 4,781,587원(960쿼트 × 3.74달러 × 1210.70원 × 1.1)]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상회복 내지 손해배상으로 합계 47,701,088원(=33,570,725원 + 4,127,950원 + 10,002,413원)과 그중 33,570,725원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지급한 날인 2016. 12. 2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나머지 돈에 대하여는 채무불이행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계약일반조건에서 정한 이 사건 윤활유의 품질보증기간은 1년이다. 1년이 지난 후 이 사건 윤활유 캔에 발생한 녹에 대해서는 피고의 책임이 없다. 윤활유 캔에 표시된 3년의 보존기간은 이 사건 윤활유를 정해진 보관 방법에 따라 보관할 경우 최대 3년간 보존 가능하다는 것일 뿐 이로써 피고의 품질보증책임 기간이 3년으로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물품을 공급한 뒤 1년이 지나 3년 이내에 발생한 녹에 대해서는 피고 측 지배영역인 제조상 결함이 아니라 원고 측의 지배 영역인 보관 등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원고가 검사한 18쿼트의 선정절차나 수량에 비추어 나머지 윤활유 전부에 대하여 하자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설령 일부 하자가 인정되더라도 이 사건 윤활유는 항공기에서 떼어낸 엔진을 지상에 보관할 때 녹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이므로 윤활유를 정제함으로써 손쉽게 하자를 제거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계약해제와 손해배상 청구는 부당하다.
3. 판단
가. 품질보증기간이 지나 윤활유를 담는 캔의 부식을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
1) 계약일반조건 제11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부정)
계약일반조건 제11조는 계약상대방인 피고가 이 사건 윤활유를 최종 수요자인 피고에게 운송하는 과정에서 변질, 파손, 도난, 유실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포장의 종류(단위포장, 내부포장, 외부포장), 표시, 재질 등에 관한 의무를 정한 것이다. 계약일반조건 제11조는 ‘물품이 안전하게 운송인에게 인도되고 운송인에 의하여 안전하게 최종 수요자에게 수송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적정한 포장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당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포장 방식과 요건을 충족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윤활유를 운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윤활유의 포장용기인 캔의 내부에서 발생한 부식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변질이나 파손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계약일반조건 제11조를 위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2) 계약일반조건 제9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긍정)
가) 계약일반조건 제9조(도색 및 보호피막)는 ‘본 계약에 의해 공급되는 물품, 그 결합체 및 부품 등은, 물품이 안전하게 운송되고 물품의 성능이 방위사업청의 사용목적을 충족시키도록, 그 표면에 도색 및/또는 보호피막 처리가 되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이 사건 계약에 의해 공급되는 물품은 윤활유지만 공급되는 물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 물품과 결합된 물건이나 물품을 구성하는 부품 등’도 물품이 안전하게 운송되고 물품의 성능이 사용목적을 충족시키도록 도색이나 보호피막 처리가 되어야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일반조건 제9조는 윤활유를 공급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포장 용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급 물품인 윤활유가 액체인 이상 이를 담는 포장용기의 사용은 필수적이고, 윤활유 공급이라는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윤활유 자체의 성분과 품질 뿐만 아니라 포장용기가 윤활유의 성분과 품질에도 영향을 주어 보존기간과 사용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적절한 포장용기의 선택과 사용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피고의 의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갑 제5, 6호증, 을 제8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를 비롯하여 앞서 든 증거에 따르면, 계약일반조건 제19조는 이 사건 윤활유에 대한 품질보증기간을 ‘12개월’로 정하고, 계약특수조건 제2조는 물품은 신품이어야 하고, 제작자 완제품이어야 하며, 포장용기에 대한 재포장이 전면 금지되어 있고, 품목별 제조일자는 방위사업청 지정운송인 물품접수일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제조된 신품으로 공급하도록 하고, 제작자가 직접 검사를 실시하고 품질을 보증하는 제작자검사증명서(MIC: Manufacturer Inspection Certificate),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s) 및 원산지증명서(Certificate of origin)를 선적서류 제출 시 포함하여 매수인과 수요군에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윤활유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등급은 ‘C’ 등급으로서 품질보증기간과 이행보증기간은 ‘12개월(1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2016. 12. 21. 공급한 이 사건 윤활유는 위에서 제시된 품질보증 사항을 준수하였고, 인도된 때부터 품질보증기간(12개월)이 지나 2년 6개월간 원고가 702쿼트를 사용하는 데 품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다) 그러나 갑 제7호증의 기재를 비롯하여 앞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사건 윤활유에 대한 보존기간(Shelf life)은 36개월인데[미국방목록 FLIS(Federal Logistics Information System)상 표시된 보존기간인데, 계약특수조건 제2조 바.항은 부품번호가 미국 국방규격으로 요구된 물품의 경우 미국 국방규격으로 승인된 제작사의 제품임을 입증할 수 있는 품목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존기간의 사전적 의미는 ‘해당 물질이 사용에 적합한 상태로 남아 있거나 보관될 수 있는 기간’(the period of the time during which a material may be stored and remain suitable for use)을 뜻한다. 나아가 피고가 납품한 이 사건 윤활유 캔 표지(을 제2호증)에는 ‘생산일로부터 36개월이 지나면 성분테스트를 하고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Test date is 36 months from DOM)’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이 사건 윤활유에 대하여 36개월의 보존기간 동안에는 그 윤활유에 대하여 따로 성분테스트를 거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표시(보증)하는 측면과 위 보존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사용자가 성분테스트를 거쳐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매도인)가 제조자가 표시한 보존기간이 설정된 물품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고(매수인)는 통상적인 보관 방법에 따라 보관하였을 때 보존기간 까지는 사용에 적합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포장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신뢰하게 되고, 이러한 매수인의 신뢰에 대하여 피고(매도인)는 이를 묵시적으로라도 보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윤활유를 공급하면서 캔 내부의 공간에 미세한 수분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캔 내부의 부식 방지를 위하여 정기적으로 캔을 흔들어 줌으로써 캔의 상부에 윤활유 피막이 형성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고지하였다거나 원고가 이러한 사항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윤활유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 앞서 본 사실관계와 사정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피고가 이 사건 윤활유를 공급하는 매도인으로서 비록 제조사가 제조한 신품을 그 상태대로 공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윤활유 제품 표지에 표시된 보존기간까지 사용에 적합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제조자로 하여금 적절한 포장용기를 선택하도록 하거나 도금이나 보호피막 등과 같은 특수처리를 하도록 하는 것(만일 포장용기의 사양을 변경할 수 없다면, 매수인인 원고에게 적절한 보관 및 관리방법을 고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피고의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매수인인 원고가 제조자와 사이에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어 제조자를 상대로 직접 계약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런데 피고는 이와 같은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윤활유에 대한 보존기간(2016. 9. 30.~2019. 9. 29.)이 지나기 전인 2019. 3. 14.경에는 이 사건 윤활유 캔 표면에 부식(녹)이 발생하는 상황에 이르게 하였다. 이는 이 사건 계약일반조건 제9조에 정한 ‘물품의 성능이 사용목적을 충족시키도록 물품(물품을 담는 용기 포함)의 표면에 보호피막 처리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피고의 일반조건 제9조 위반을 일반조건 제15조에서 정한 계약불이행(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
가) 계약일반조건 제15조는 ‘계약불이행’이라는 제목으로 본 계약상의 주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계약불이행으로 정의하고, 계약불이행에 해당하는 9가지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나아가 일반조건 제16조는 계약불이행이 있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효과로 계약해제 등을 정하고 있다. 반면 이와는 별도로 계약일반조건 제19조와 특수조건 제2조는 품질보증 및 담보책임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나)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에서 채무불이행과 품질보증은 구별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품질보증기간 동안 해당 이 사건 윤활유의 품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더라도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품질보증에 따른 담보책임이 아닌 일반적인 채무불이행 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일반조건 제15조에서 정한 계약불이행(채무불이행) 사유를 정한 규정을 열거 규정으로 볼 것인지는 다소 명확하지 않으나 제15조 나.항 (9)에서 ‘기타 계약상대자가 본 계약상의 주요 의무를 기본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여 일반조항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1) 내지 (8) 등에 준하는 사유로서 (9)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계약불이행(채무불이행)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나아가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일반조건 제9조에 정한 물품에 대한 보호피막 처리를 할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윤활유의 보존기간 전에 윤활유에 녹이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계약일반조건 제15조 나. (9)에서 정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나. 남아 있는 윤활유 전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이 있다고 할 것인지 여부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같은 보관조건과 장소에 보관되어 있는 이 사건 윤활유에서 무작위로 18쿼트의 윤활유를 개봉하였는데 18쿼트 연속으로 녹이 검출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무작위로 추출한 18쿼트에서 연속으로 녹이 검출될 확률에 비추어 보면 나머지 윤활유에 대해서 일일이 개봉하여 확인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윤활유 전체에 대한 포장 용기의 보호피막 장치 의무 위반의 채무불이행을 인정할 수 있다.
다.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1) 이 사건 계약해제가 가능한지 여부
이 사건 윤활유의 경우 일정한 보존기간의 정함이 있는 물품으로서 최종인도된 날로부터 품질보증기간 내에 어떠한 하자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보존기간을 약 6개월 남겨 둔 상황에서 녹이 발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그로 인한 계약해제는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윤활유에 대한 보존기간이 일부라도 남아 있다는 이유로 계약해제를 허용할 경우, 이 사건 윤활유에 대한 보존기간을 원래의 상태로 복원시키는 것이 불가능 하여 원고가 현재의 상태대로 반환하더라도 이를 진정한 원상회복이라고 볼 수 없다. ②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품질보증기간(12개월)을 넘어 약 2년 6개월간 이 사건 윤활유를 보관, 관리하면서 그 사용 가능성에 따른 이익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③ 원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을 통해서 계약해제를 통지하였는데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시점은 보존기간(2019. 9. 29.)을 약 20여일 남겨둔 시점이고,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시점은 2019. 10. 22.로서 보존기간이 이미 지난 시점이었다. 나아가 소송에 따른 시간의 경과로 이 사건 윤활유에 대한 보존기간이 이미 경과한 지 오래되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과 그 범위
가) 피고는 제조자가 표시한 보존기간(36개월) 전에 녹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막처리를 한 포장용기에 든 윤활유를 공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계약일반조건 제9조를 위반하여 이 사건 윤활유 중 7,414쿼트에 대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윤활유가 비행 중인 항공기 엔진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항공기 엔진에 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1미크론 필터링 장비를 통해 정제하여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그 정제비용을 손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윤활유의 포장용기에 녹이 발생하여 이 사건 윤활유에 혼합되어 있는 상태이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필터링 장비를 사용해서 윤활유를 정제하여 사용할 경우 이 사건 윤활유가 쓰이는 항공기 엔진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고 항공기의 운항 등 안정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점에 관하여 신뢰할 만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형태의 하자보수를 생각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한편,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거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민법 제396조,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다82944, 82951 판결 등)
라)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25%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윤활유의 보존기간은 3년인데, 원고는 이 사건 윤활유를 공급받은 지 2년 3개월(제조일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녹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하였고, 그 이전에는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② 그때까지 원고가 사용한 윤활유는 702쿼트로 전체 물량(8,116쿼트)의 약 8.65%에 불과하고, 보존기간인 3년간 대체 구입한 물량(960쿼트)을 포함하더라도 전체 물량의 약 20%정도에 불과하여 보존기간 내에 원고가 공급받은 이 사건 윤활유를 모두 사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③ 이 사건 윤활유 제품 표지에는 36개월이 지나면 테스트를 거쳐서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야 사용할 수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로서도 남은 보존기간 6개월 내에 통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물량 외에는 품질 이상의 위험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전체 물량의 80%에 해당하는 7414쿼트에 대한 모든 손실을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인다. ④ 원고는 2019. 5. 17.경 이 사건 윤활유를 대체하기 위하여 960쿼트를 쿼트당 단가를 14,000원(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단가의 2배 이상이다)으로 계산하여 구매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약 2년 3개월 동안 사용했던 702쿼트를 초과하는 양이고(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입찰을 통해서 윤활유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기간 동안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에 대해서만 높은 단가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불이행 당시 통상적으로 구입가능한 단가를 적용해야 한다), 원고는 대체구매를 통해서 윤활유의 새로운 보존기간 3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⑤ 피고는 이 사건 윤활유를 제조하거나 다시 재포장을 한 것이 아니고 제조사에서 제조한 것을 그대로 공급하였던 것으로, 피고가 포장용기의 취약성에 관해서 고의적으로 숨겼다고 볼 수 없고 그 과책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마) 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 다음과 같다.
손해발생일 당시 남아 있던 이 사건 윤활유 물량(7,414쿼트)에 미화 1달러의 매매기 준환율을 곱한 금액인 33,570,725원[= 7,414쿼트 × 쿼트 당 대금 3.74달러 × 1,210.7원(이 사건 손해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2019. 8. 20.경의 매매기준율임)]과 이 사건 윤활유를 대신하기 위하여 원고가 대체 구입한 윤활유 960쿼트에 대한 매매대금 차액 10,437,103원[=14,784,000원(960쿼트 × 14,000원 × 1.1) - 4,346,897원(960쿼트 × 3.74달러 × 1210.70원)]을 더한 금액인 44,007,828원에 피고의 책임비율 25%를 적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책임을 지는 금액은 11,001,000원(44,007,828원 × 0.25, 천원 미만 버림)이 된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해제를 전제로 이 사건 윤활유를 구입하는데 들었던 부가가치세와 부대비용에 대한 배상도 구하고 있지만 앞서 본 것과 같이 계약해제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들 비용도 손해로 인정하기 어려워 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1,001,000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9. 10. 23.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9.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