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 판결
【사건】 2017가합523431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4. D
【피고】 1. E, 2. 대한민국
【변론종결】 2021. 5. 27.
【판결선고】 2021. 7. 22.
【주문】
1. 피고 E는 원고 A, B에게 각 199,536,840원, 원고 C, D에게 각 5,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4. 4. 7.부터 2021. 7. 22.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청구와 피고 E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E 사이에 생긴 부분은 그 중 2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E가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청구취지
피고 E는 원고 A, B에게 각 229,536,840원, 원고 C, D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4. 4. 7.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취지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A, B에게 각 50,000,000원, 원고 C, D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4. 9. 2.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 A, B는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모이고, 원고 C, D은 망인의 누나들이다.
2) 망인은 2013. 12. 9. 육군에 입대하여 2014. 2. 18.부터 제2*사단 포병연대 9** 포병대대 본부포대 의무병으로 근무를 시작하였고, 피고 E와 G, H, I(이하 ‘G 등’이라 한다)은 망인의 의무대 선임병들이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1) 피고 E는 망인과 G 등과 함께 의무대 내부반에서 생활해 왔는데, 망인이 의무반으로 전입한 2014. 3. 초순경부터 행동이 느리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망인에 대한 폭행을 주도하였고, G 등도 피고 E의 지시나 권유 등으로 이에 가담하였다.
2) 피고 E는 2014. 3. 8.부터 망인에게 폭행을 가하고 가혹행위를 하였으며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망인은 피고 E와 G 등의 위와 같은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 행위로 인해 복부와 가슴, 허벅지 등 신체 전반에 피하출혈이 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3) 피고 E는 2014. 4. 6. 00:00경 전후로 망인으로부터 ‘피고 E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감명 깊었다’는 말을 듣고 이에 화가 나 주먹과 발로 망인의 가슴을 수회 때리고 망인의 러닝셔츠를 2회에 걸쳐 잡아 찢기도 하는 등 폭행이나 가혹행위의 정도가 급격히 심해졌고, 2014. 4. 6. 00:00경부터 16:00경까지 G 등으로 하여금 망인을 등 뒤에서 잡게 하거나 망을 보게 하면서 망인의 복부 등의 부위를 수십회 폭행하다 지친 나머지 G 등에게 망인을 때릴 것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4) 피고 E는 2014. 4. 6. 16:00경 망인 및 G 등과 함께 충성클럽에서 구매한 냉동식품을 먹던 중 16:07경부터 전날 망인이 피고 E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는 이유를 비롯하여 망인이 대답을 늦게 하거나 반말을 했다는 등의 갖은 이유로 주먹, 손바닥, 발, 무릎 등으로 망인의 얼굴, 옆구리, 복부 부위를 약 30회 이상 때렸고, 망인은 위와 같은 거듭된 폭행으로 쓰려져 오줌도 샀다. 그럼에도 피고 E는 발로 망인의 복부 부위를 강하게 걷어찼고, 이에 망인이 침상으로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5) 2014. 4. 6. 16:40경 망인이 심장정지 및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렀고, 이에 피고 E와 G 등은 구급차를 불러 망인을 연○의료원으로 후송하였는데, 망인은 연○의료원에서 국군양○병원을 거쳐 의정부 J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위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4. 4. 7. 16:20경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제2*사단 보통검찰부는 2014. 5. 2.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피고 E와 G 등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하였는데, 1심 계속 중인 2014. 9. 2.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상해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는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해 제3군 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이 이를 허가하여 공소장이 위와 같이 변경되었다.
2)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2014. 10. 30. 피고 E와 G 등에 대하여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살인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1)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 E 등과 검찰관이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은 2015. 4. 9. 피고 E와 G 등에게 살인죄를 인정하여 피고 E에 대하여 징역 35년에 처하는 판결2)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 E와 G 등 및 검찰관이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2015. 10. 29. 피고 E에 대해서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나, G 등에 대해서는 살인죄의 고의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3)을 선고하였다.
[각주1]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14고13, 14(병합)
[각주2] 고등군사법원 2014도315
[각주3] 대법원 2015도5355
3) 파기환송 후 항소심 법원4)은 2016. 6. 3. 피고 E에 대하여 징역 40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에 대해 쌍방이 상고5)하였으나 2016. 8. 25.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위 파기환송 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각주4] 고등군사법원 2015노403
[각주5] 대법원 2016도8612
[인정 근거]
○ 피고 E: 자백간주
○ 피고 대한민국: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호증, 갑 제8호증의 1, 2, 6, 갑 제11호증의 6, 7, 갑 제12호증, 을 제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O, M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피고 E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의 표시
1) 피고 표는 2014. 3.초경부터 망인에 대하여 지속적인 폭행과 구타를 하였고, 2014. 4. 6. 망인에 대하여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하여 망인이 2014. 4. 7. 속발성 쇼크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 E는 불법행위자로서 원고들에게 망인의 사망으로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한편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은 일실수입으로 309,073,680원과 위자료 50,000,000원의 손해를 입었는데, 망인의 부모인 원고 A, B가 망인의 재산을 상속하였고, 이와 별도로 망인의 부모인 원고 A, B에게 각 50,000,000원의 위자료가, 원고 C, D에게 각 10,000,000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어야 한다.
3) 따라서 피고 E는 원고 A, B에게 각 229,536,840원[망인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각 1/2씩 상속한 금액 179,536,840원{= (309,073,680원 + 50,000,000원) × 1/2} + 원고들의 고유 위자료 50,000,000원], 원고 C, D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적용법조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제2호, 제150조 제3항 제1호)
다. 일부 기각의 이유
피고 E는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아 원고들 주장을 자백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일실수입액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309,073,680원을 인정하되, 위자료 액수는 직권조사사항으로 그 존재 여부 자체가 자백이나 자백간주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고의 경위, 피고 E의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망인의 나이, 당시 망인의 건강 상태, 망인과 피고 E의 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망인의 위자료를 50,000,000원, 원고 A, B의 위자료를 각 20,000,000원, 원고 C, D의 위자료를 각 5,000,000원으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원고들의 각 위자료 청구는 이를 각 기각한다.
라.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인정하는 망인의 손해액: 합계: 359,073,680원
= 원고들이 주장하는 일실수입 309,073,680원 + 망인의 위자료 50,000,000원
2) 상속
가) 상속대상 금액: 359,073,918원
나) 원고 A, B: 각 179,536,840원(= 359,073,918원 × 1/2)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E는 손해배상으로 원고 A, B에게 각 199,536,840원(= 상속금 179,536,840원 + 고유 위자료 20,000,000원), 원고 C, D에게 각 5,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14. 4. 7.부터 피고 E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7. 22.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군복무 중인 장병이 사망하는 경우 피고 대한민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그 사고 경위를 정확히 밝혀 가해자가 군인인 경우 가해자에게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지도록 하여야 하며, 가족에게 사고 경위와 그에 대한 조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 대한민국은 망인이 의정부 J병원에 도착한 2018. 4. 6. 18:47경부터 2014. 4. 7. 10:00경까지 망인이 피고 E와 G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망인의 사망원인이 ‘과다출혈로 인한 속발성 쇼크’ 또는 ‘횡문근융해증’인데도 망인에 대한 부검이 있기 전 근거 없이 섣불리 언론에 사망원인을 ‘질식사’로 알렸으며, 부검의 K도 이에 맞추어 부검감정서를 작성하였고, 이로 인해 제2*사단 검찰관이 피고 E를 상해치사죄로 기소하는 등 수사 및 재판에서 사고 경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또한 피고 대한민국은 그 과정에서 수사서류 열람을 요청하는 원고들의 요청을 무시하여 유족인 원고들의 알권리를 침해하였는바, 원고들은 위와 같은 피고 대한민국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위자료로 원고 A, B에게 각 5,000만 원, 원고 C, D에게 각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갑 제8호증의 1, 6, 9, 10, 11, 16, 9, 10, 감 제11호증의 6, 7, 갑 제12 내지 16호증, 을 제5, 8호증의 각 기재에 감정인 L의 감정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은 인정된다.
가) 2014. 4. 7.자 군 보도 자료에 ‘현재 사망원인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발생한 뇌 손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 폭행한 선임병들은 군 수사기관에서 긴급 체포하여 현재 조사 중에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2014. 4. 8.자 국방부 조사본부 작성 ‘중요사건보고’에 ‘육군일병이 생활관에서 냉동식품 취식 중 선임병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고 쓰려져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하였으나,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1일 만에 사망함. 민간병원(J병원) 의사에 의하면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임’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제2*사단 헌병대 수사과장 M이 2014. 4. 15. 작성한 ‘상해치사 등 피의사건 조사결과보고’에 ‘부검관계-부검결과, - 생략- 과다출혈, 뇌출혈 등은 없으며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 부검의 K는 2014. 4. 8.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후 2014. 5. 12. ‘망인의 사인은 기도폐색성 질식사로 추정된다’라는 내용의 감정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헌병대장인 N에게 제출하였다.
다) 제2*사단 보통검찰부는 이 사건 사망사건에 관하여 조사한 뒤 사망원인에 대하여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한 후, 2014. 5. 2. 피고 E 등에 대하여 ‘피고 E와 G 등은 2014. 4. 6. 냉동식품을 먹던 중 망인을 때려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함으로써 상해를 가하였고, 그로 인해 다음 날 망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고, 이후 재판 계속 중인 2014. 9. 2. 위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 E 등은 망인에게 폭행을 가하였고 계속되는 폭행으로 인해 망인이 사망할 것을 예견하고도 망인을 때려 망인으로 하여금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는 살인죄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추가·변경하였다.
라) 그런데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작성된 감정촉탁의뢰 회보에는 ‘망인의 사망원인으로 광범위한 다발성 좌성에 의한 속발성 쇼크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으나,6)오랜 기간의 육체적 및 정신적 가혹행위에 기인한 허탈 혹은 쇼크 상태에서 초래된 위 내용물의 역류 및 흡입이 복합적인 사망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 법원의 감정인 L은 망인의 사망원인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횡문근융해증’7)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었다.
[각주6] 제출된 자료만으로 사인을 속발성 쇼크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망인의 좌상 범위 및 깊이를 고려할 때 속발성 쇼크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하고, 망인의 상황은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허탈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로 판단되고 이러한 가혹행위가 지속적으로 망인에게 가해진 상태에서는 사소한 충격이나 자극으로도 사망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주7] 외상이나 운동, 수술 등의 원인에 의해 근육이 괴사되는 것을 말한다. 이때 발생한 독성 물질은 신장의 세뇨관을 파괴하여 급성 신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2)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위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군 수사기간의 수사과정, 수사결과 및 그에 따른 조치 등을 더하여 보면, 군 수사기관이 행한 수사내용과 망인의 사망원인, 공소제기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 등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각 청구는 이유 없다.
가) 2014. 4. 7. 08:53경 9**포병대대장이 헌병대에 망인에 대한 폭행과 관련된 신고를 하였고, 이에 같은 날 09:18경 수사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피고 E 등의 망인에 대한 폭행과 관련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4. 4. 6. 연○의료원과 국군양○병원, 의정부 J병원을 동행한 수사관인 증인 O은 당시 망인이 심각한 폭행을 당한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하고 있는 점, O이 병원에서 헌병대로 복귀한 2014. 4. 7. 22시경 헌병대 수사관들이 토의를 하던 중 수사과장 M이 망인의 타박흔 사진을 보고 폭행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심하게 되었고, 그 다음 날 피고 E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점, 사건 발생 직후 피고 E와 G 등은 입을 맞추어 망인에 대한 폭행사실을 은폐하였던 점, 원고 A 등이 헌병대가 2014. 4. 7. 09:00까지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헌병대장 N을 고소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군검찰은 불기소처분(혐의없음)을 하였고, 원고 A 등이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이 또한 기각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병원으로 후송된 당일 피고 E 등의 폭행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잘못 등은 있으나, 망인이 병원으로 후송된 때부터 그 다음 날인 2014. 4. 7. 10:00경까지 망인이 피고 E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사정 등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제2*사단 헌병대 수사관들의 수사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을 정도의 부실수사가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군수사기관이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결과가 나오기 전임에도 이 사건 사고 다음 날 망인의 사망원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추정하거나 발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당시 헌병수사관들로부터 파악·조사된 결과를 전해 듣고 이를 중요사건보고서 등에 기재하거나 외부에 발표한 것으로 보이고, 사후에 추가 조사절차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에 의하여 망인의 사인이 달리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들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군수사기관이 2014. 4. 7. ~ 4. 8.경 보고서 작성 및 보도자료 작성 등을 통해 고의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 헌병대 소속 군사법경찰관은 2014. 4. 8.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였다. 국방부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소속 부검의 K가 작성한 감정서에는 사망의 원인과 관련하여 ‘후두, 기관, 기관지에 음식물이 관찰되는 점, 직접적인 사인이 될 만한 외상 및 질병이 관찰되지 않는 점, 폐표면의 일혈점, 암적색 유통 심장혈, 내부 장기의 울혈 등 질식사 및 급사의 일반적 소견을 보이는 점, 민간병원 의사에 의하면 최초 사망자 기도에 음식물이 차있었고,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인 점, 사망자가 생활관에서 취식 중 선임병들에게 폭행을 당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사망한 정황 등을 종합할 때, 사인은 기도폐색성 질식사로 추정됨’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이 법원의 감정인 L의 감정 결과에 의하면 망인의 왼쪽 12번 갈비뼈의 경우 그 주변에 피하출혈이 있었으므로 부검과정에서 심폐소생술 이외 다른 외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감별해지 않은 잘못이 있긴 하나, 그러한 잘못이나 사후에 망인의 사망원인이 ‘기도폐색성 질식사’가 아닌 ‘속발성 쇼크’ 또는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K가 장관으로부터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원인을 고지 받고서 사인을 질식사로 꽤 맞춘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 오히려 감정인 L의 감정결과8)에 비추어 볼 때, K가 망인의 사체를 부검할 당시 과다출혈에 의한 쇼크로 심정지가 발생한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거나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한 것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K가 망인의 사인을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아 질식사로 왜곡·은폐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각주8] ① 망인과 같이 특별한 병력이 없는 젊은 남성에게도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의 다발성 골절이 발생할 수 있고, 가슴과 배 앞쪽에서 심폐소생술만으로는 흔히 나타나지 않을 법한 광범위한 피하출혈이 함께 관찰되었다는 점에서, 골절의 원인이 심폐소생술인지 다른 외력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12번 갈비뼈를 제외한 갈비뼈가 폭행에 의하여 부러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제시된 자료만으로 가슴 혈흉의 원인이 심폐소생술인지 별도의 외력인지 감별학기는 어렵다. ② 원발성 쇼크의 원인은 단순하고 경미한 것에부터 매우 다양하므로, 외력의 크기에 따라 원발성 쇼크의 진단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③ 부검 당시 확인된 의미 있는 출혈 등은 대부분 근육 등의 연부조직에서 발생한 것을 보인다. 연부조직은 최종적인 출혈량을 측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다출혈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고, 제시된 자료에서 망인에게 과다출혈이 있었음을 뒷받침할만한 생전의 증상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 ④ 망인의 사망원인은 원인일 수 있는 외상이 신체 여러 부위에서 확인되고, 신장 기능을 포함하여 사망 즈음 나타난 증상, 혈액검사에서 확인된 소결 등에 비추어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병원을 내원하였을 때 혹은 부검 당시 이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횡문근융해증 진단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환자에서 신장 기능의 저하나 붉은 색의 소변, 혈액 또는 소변 내의 마이오글로빈을 확인하여 의심할 수 있는데, 망인의 경우 자세한 병력이 제시되지 않았고, 일상적인 경우에 비해 매우 빠른 임상경과를 보였고 적절한 검사가 모두 시행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라) 또한 원고 A이 K에 대하여 부검감정서에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사인은 기도폐색성 질식사로 추정됨’이라고 허위로 기재하고 이를 헌병대장에게 제출하였다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로 고소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군 검찰은 불기소처분(혐의 없음)을 하였고, 원고 A 등이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이 또한 기각되었다.9)
[각주9] K는 최초 의료진의 소견 및 부검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기도폐색성 질식사라고 추정하고 부검감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부검감정서 등에 대해 다시 감정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폭행으로 인해 의식이 저하된 상태에서 위 안의 음식물이 역류되고 기도내강으로 흡입되면서 기도폐색성 질식이 초래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부검소견과 의무기록에 나타난 위 내용물의 열규 및 흡인 소견만으로 사인을 단정하여 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감정서에서도 사인을 기도폐색성 질식사로 단정하지 못하고 단지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경우 각 좌사의 범위 및 깊이를 고려할 때 비록 정확한 출혈량을 측정하기는 어려우나 속발성 쇼크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부검을 직접 시행하지 않은 사건이며, 의무기록 등의 정보가 제한적이라서 자료 검토만으로 속발성 쇼크를 사인으로 단정하기로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하여, 망인의 정확한 사망원인에 대해 복합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K가 부검감정서에 ‘본시의 사인은 기도폐색성 질식사로 추정됨’이라고 기재한 부분을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
마) 군 검찰관이 2014. 5. 2. 피고 E 등을 상해치사죄로 의율하여 기소하였고, 2014. 9. 2. 비로소 망인의 사망 원인을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로 변경하여 살인죄로 공소사실을 변경하였으나, 군검찰부가 망인의 사인을 고의로 은폐하기 위해 조작했다고 보기 부족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형사사건에서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는 검찰관의 직무권한에 속하고, 군 검찰관은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와 그때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피고 E 등에 대해 상해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기소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후 추가적인 보강수사를 거쳐 공소장을 위와 같이 변경한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 군검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거나 처음부터 망인의 사망 원인을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로 보고 피고 E 등을 살인죄로 기소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10)
[각주10] 살인죄로 공소사실을 변경하였으나, 1심에서는 피고 E 등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살인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바)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이 군 수사기관에 수사자료의 공개를 요청하였으나 재판이 확정되어야 열람·등사신청을 할 수 있다며 위 신청을 거부함으로써 망인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등 알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사법원법 제64조, 제338조의3은 소송계속 중인 사건의 관계 서류 또는 증거물에 대한 피고인과 변호인, 피해자 등의 열람·등사권 내지 열람·등사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공소 제기 전의 관계 서류 또는 증거물에 대한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들이 수사시관에 수사자료의 공개를 요청하였다고 하더라도 군수사기관이 반드시 수사자료를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원고들이 군수사기관에 어떠한 수사자료를 요청하여 거부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 또한 군수사기관이 원고들의 알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이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이에 위법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피고 E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와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철민(재판장), 오지애, 김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