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 음주운전사고에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되는 근거가 되는 상법 제732조의2는 합헌이라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음주운전사고로 인한 자기신체사고에 대해서는 음주운전면책약관을 앞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온 손해보험사들의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汶熙 재판관)는 지난 23일 동부화재보험(주)등이 낸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수원지법이 위헌제청한 상법 제732조의2에 대한 위헌제청사건(98헌가12)과 현대화재해상 등이 낸 헌법소원사건(99헌바65등) 등에서 이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법률조항이 보험자의 영업·계약의 자유와 보험계약자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 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입법목적이 '보험수익자 유족의 생활보장'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고, 특히 중과실과 경과실의 구별경계가 모호한데다 보험계약자측이 현저히 약자의 지위에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조항은 비례의 원칙을 지키고 있으므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정문 말미에 이례적으로 이 법조항의 문제점을 꼬집었는데 첫째, 무면허나 음주운전등 반사회적인 행위에도 면책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와 이러한 위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으며, 둘째 '무고한 피해자의 보호'라는 현대사회의 보험정책목표에 비추어 볼 때 형평에 맞지 않고, 셋째 보험에 관한 국가의 후견적 기능을 점차 줄여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면책약관에 대한 사적자치의 범위를 보다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동부화재(주)는 97년8월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옹벽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은 피보험자 허모씨를 상대로 음주운전면책약관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며 수원지법에 채무부존재확인소송과 함께 위헌제청신청을 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제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