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에 '원본' 표시가 없는 경우, 신용장 대금을 지급해줘야 하는지에 관해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윤우진·尹又進 부장판사)는 6일 가방수출업자인 이연수씨가 일본의 신용장 개설은행인 (주)제일권업은행을 상대로 "상업송장 등에 원본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가방 6만4천여개의 수출대금 18만4천여달러를 지급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신용장대금 청구소송(2000가합95518)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국제상업회의소의 98년 권고안에 따른 것으로, 이 권고안은 신용장통일규칙의 규정을 수정한 것이어서 앞으로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c항 ii에는 신용장에서 수통의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 그 중 한 통은 원본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이 사건 신용장이 요구하는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에는 발행인인 이씨의 서명이 스탬프로 날인돼 있으나 원본표시는 없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신용장통일규칙에서 신용장 관련서류의 요건을 규정하는 제20조 b항은 서류의 원본과 사본을 구별하는 배타적인 조항이 아니고,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는 선하증권과 같은 유가증권과는 달리 반드시 원본이 제시되느냐에 따라 권리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서류발행자가 원본으로 취급하려는 의도로 스탬프 방식의 서명을 했다면 원본으로 취급, 신용장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용장 관련 서류에 원본 표시를 하는 방법은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서류상에 "원본(original)"이라고 조각된 고무도장을 찍어서 만드는 것이 거래현실인 점에 비춰보면 '원본표시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서류발행자가 원본으로 취급하려는 의도만 나타내면 충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 민사합의21부는 98년 의류원단 수출업체인 (주)성산양행이 중국은행을 상대로 "신용장이 요구하는 상업송장 4통과 포장명세서 3통중 원본표시가 돼 있지 않다"며 "원단 수출대금 38만2천여달러를 지급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신용장대금 청구소송(97가합65746)에서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c항에는 수통의 관련 서류 중 1통은 '원본'표시가 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 사건 서류들에는 '원본' 표시가 되어 있는 서류가 없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