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33민사부 판결
【사건】 2019나2054956 구상금
【원고, 피항소인】 1. 현○ 재산보험(중국) 유한공사(Hyun** Insurance (China) Co. Ltd.], 2. 중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 3. 중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 4. 중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 5. △△ 재산보험(중국) 유한공사[△△ Insurance (China) Co. Ltd]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A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13. 선고 2016가합553091 판결
【변론종결】 2020. 12. 15.
【판결선고】 2021. 1. 19.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 현○ 재산보험(중국) 유한공사에게 6,442,013,359원, 원고 중국◇◇ 재산보험 주식유한공사에게 4,509,409,351원, 원고 중국□□재산보험주식 유한공사에게 644,201,335원, 원고 중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에게 644,201,335원, 원고 △△ 재산보험(중국) 유한공사에게 644,201,335원을 각 지급하라.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85%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현○ 재산보험(중국) 유한공사(이하 ‘원고 현○재산보험중국’이라 한다)에게 50,000,000,000원, 원고 중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이하 ‘원고 ◇◇재산보험’이라 한다)에게 35,000,000,000원, 원고 중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이하 ‘원고 □□ 재산보험’이라 한다)에게 5,000,000,000원, 원고 중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이하 ‘원고 ☆☆재산보험’이라 한다)에게 5,000,000,000원, 원고 △△ 재산보험(중국) 유한공사(이하 ‘원고 △△중국’이라 한다)에게 5,00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5. 5.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들은 중국에서 보험업을 영위하는 중국법인들로 2013. 8. 1. B(중국) 유한공사 및 B(무석) 유한공사(이하 통틀어 ‘B중국’이라 한다)와 사이에 보험기간 2013. 8. 1. 부터 2014. 7. 31.까지, 보험목적물 재물 및 기업휴지 손해, 보상한도액 미화 23억 달러(이하 ‘미화’를 생략하고 ‘달러’라고만 한다)로 정한 재산종합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피고는 산업설비 시공, 발전·화공플랜트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국내법인이고, C(중국)유한공사[변경 전 상호 C유한공사, 이하 ‘C’이라 한다]는 피고의 100% 자회사로서, 2004. 7.경 중국에서 산업설비 시공, 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중국법인이다.
나. B중국과 C 사이의 도급계약 및 가스공급설비의 시공
1) B중국은 2013. 7. 8. C과 사이에 중국 강소성 D시 수출가공구 K7 구역에 위치한 B중국의 반도체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고 한다) 내 가스공급설비 설치 공사(장비 추가에 따른 배관의 추가 연결)를 C에 계약금액 중국화 2,740,792위안(이하 ‘중국화’를 생략하고 ‘위안’이라고만 한다), 준공예정일 2013. 9. 30.로 정하여 도급 주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C의 공사에는 일산화이질소(N₂O)의 공급을 조절해주는 TV23호 가스캐비닛(Valve Manifold Box, 이하 ‘VMB’라고 한다)에 고순도 질소가스 (PN₂) 배관을 질소 배관 밸브에 연결하는 작업이 포함되어 있었다.
3) B중국은 손○를 공정감독원(현장감독관)으로 파견하여 질소가스 배관 연결 작업에 관하여 C의 배관책임자인 E와 함께 현장 확인 후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당시 C의 현장소장은 F, 공사과장은 G이었다. E는 조공인 H(배관공)에게 지시하여 TV23호 VMB까지의 거리 및 굴곡에 맞추어 배관을 제작하도록 하였고, 2013. 8. 22. 현장에서 배관 연결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2013. 8. 23. 작업을 마치고 현장에서 철수하였다.
4) 2013. 8. 26. 압력 테스트와 누설 여부 점검 등을 거쳐, 2013. 9. 4. 가스공급이 요청되어 같은 날 09:30경 가스가 공급되었다.
다. 화재사고의 발생
1) 이 사건 공장 작업장 F04 2층에서 2013. 9. 4. 15:25경 화재가 발생하여 2층과 3층 사이에 있는 그리드 바닥을 타고 3층으로 번졌고, 배기 덕트를 통해 4층에 있는 스크러버까지 화재가 번져 피해 면적 총 약 2,500㎡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화재사고’라고 한다).
2) 중국의 무석시 공안소방지대는 조사를 거쳐 이 사건 화재사고의 최초 발화 지점은 TV23호 VMB이고, 발화 원인은 TV23호 VMB에 G1-31 기둥의 질소 배관 밸브를 연결하여야 함에도 G1-33 기둥의 수소 배관 밸브를 잘못 연결하여서, VMB에 수소가 분출되어 폭발성 혼합물이 형성되고 정전기를 만나 점화되어 폭발하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3) 이 사건 화재사고로 인하여 B중국의 이 사건 공장 구조물 일부와 기계, 재료 등이 훼손되고, 피해복구 기간 동안 공장 일부의 가동이 중단되었다.
라. 보험금의 지급
1) B중국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재물손해 및 휴업손해로 합계 1,064,811,729달러를 보험금으로 청구하였고, 손해사정회사인 **험 ** 차이나(**ham ** China Co., Ltd)의 조정(잔존가액 및 면책금액을 공제한 최종적으로 조정된 손해액 합계 890,474,641달러)을 거쳐 원고들이 B중국에 최종 합의금으로 8억 6,000만 달러(면책금 100만 달러 공제 반영)를 지급하기로 합의되었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상 원고들의 부보비율(원고 현○재산보험중국 50%, 원고 ◇◇재산보험 35%, 원고 □□재산보험 5%, 원고 ☆☆재산보험 5%, 원고 △△중국 5%)에 따라, 원고들은 B중국에 위 보험금으로 2014. 1. 2.부터 2014. 2. 27.까지 합계 3억 달러(1차), 2015. 1. 28.부터 2015. 4. 10.까지 합계 5억 6,000만 달러(2차)를 각 지급하였다.
3) 원고들은 위 배상보험금의 한도 내에서 B중국이 이 사건 화재사고에 관하여 책임이 있는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받았다.
마. C의 배당 실시
1) C은 이 사건 화재사고로부터 약 4개월 뒤인 2014. 1. 18.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미분배 이윤 총 7,800만 위안을 피고에게 배당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회계 처리를 하였다.
2) 이에 따라 실제로 피고에게 2014. 12. 11. 4,367,199.65달러, 2015. 8. 24. 3,121,049.92달러, 2016. 4. 14. 4,323,289.41달러 등 합계 11,811,538.98달러를 배당금으로 모두 지급하였다.
바. 중국에서의 관련 소송
1) 원고들은 2016. 11.경 보험자대위에 따라 C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 이 사건 화재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재물손해 중 일부로서 3억 위안 및 이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중국 강소성고급◇◇법원은 2018. 6. 29. 이 사건 화재사고로 인한 재물손해 665,950,883달러 중 60%는 B중국의 자체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확대 손해이고, 나머지 40%의 재물손해 관련해서는 C과 B중국이 각 50%의 비율로 과실이 있어, C은 원고들에게 128,632,020달러[= 665,950,883달러 × (860,000,000달러 ÷ 890,474,641달러) × 0.4 × 0.5, 즉 보험금 지급액 중 재물손해의 20%에 상응하는 금액]의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다만 배상금의 이자 손실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아, 그 범위 내로서 원고들이 구한 합계 3억 위안을 판결 발효일부터 10일 이내에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2016)소민초50호]. C이 위 판결에 불복하여 최고◇◇법원에 상소하였으나, 2019. 10. 22. 동일하게 판단되어 상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2018)최고법민종1334호].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 15, 19, 27, 28호증, 을 제1 내지 7, 21, 10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준거법의 결정
가. 이 사건은 중국에서 설립된 외국 법인들인 원고들이 중국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관련하여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으로서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한다.
나. 원고들은 보험자대위에 따른 구상권으로 선택적으로 불법행위 사용자책임(중국법 상 용인단위책임)과 법인격부인(중국법상 법인격 및 주주권 남용)에 따른 손해배상 연대책임을 구하고 있다.
1) 계약은 당사자가 선택한 법에 의하므로(국제사법 제25조),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에 따른 대위권 행사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준거법으로 정한 중국법에 따른다.
2)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데(국제사법 제32조),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장소로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되는 곳은 중국이므로, C 직원들의 불법행위와 그에 대한 C 및 피고의 사용자책임에 관하여 중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3) 법인은 그 설립의 준거법에 의하므로(국제사법 제16조), C의 법인격 및 주주권 남용에 따른 피고의 연대책임 여부는 중국법에 의한다.
3. 용인단위책임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
가) C의 임직원인 I(총경리, 대표자), F, G 등은 모회사인 피고로부터도 일부 급여와 사회보험 혜택을 받았고, C은 자회사의 형식을 취했을 뿐 사실상 지사(Branch)와 같이 피고의 지시에 따라 운용되었으므로, 이들은 피고의 공작인원(工作人員)이고 피고는 그 용인단위(用人單位)이다. C과 피고가 모두 이들에 대해 용인단위의 지위에 있는 중국법 상 이른바 혼합용공관계(混合用工關係)에 있다.
나) 공작인원인 위 임직원들이 용인단위인 피고의 업무 집행 과정에서 이 사건 화재사고를 발생시켜, B중국에 약 1조 1,71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질소 배관과 수소 배관을 혼동하는 등 극히 초보적인 과실로 발생하였고, I, F, G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다) 따라서 피고는 중국 침권책임법 제34조의 용인단위책임 규정에 따라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원고들은 중국 보험법 제60조의 보험자대위 규정에 따라 지급한 보험금의 범위 내에서 구상권을 행사하여 피고에 대하여 위 손해배상의 일부로 합계 1,000억 원 및 지연이자의 지급을 구한다.
2) 피고
가) 이 사건 배관공사가 이루어진 반도체 공장에는 수많은 기존 배관이 얽혀 있어서, C은 독자적인 판단 없이 B중국의 지시에 따라 단순 노무 제공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다. 중국 판결에 불구하고 이 사건 화재사고 발생에 C의 책임은 없다. E와 H가 당시 손○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채 임의로 잘못된 밸브에 배관을 연결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고, F, G 등은 구체적인 현장 인력 배치 등을 담당하지 않고 상급 관리자로서 관리·감독만 하였다.
나) 나아가 C의 직원들과 피고 사이에 용공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F, G 등은 C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실질적으로도 C의 직무를 수행하였을 뿐이고,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은 바가 없다. 피고가 C의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 일부(기본급의 약 30% 상당액) 등을 지원한 것만을 들어 용공관계 내지 혼합용공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C과 피고는 완전모자회사 관계에 있을 뿐 사업과 재산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었고, 이 사건 배관 공사는 C의 사업이지 피고의 사업이 아니므로 업무관련성도 없다.
다) 설령 책임이 있더라도, 중국법상 영업중단 손실은 간접손해에 해당하고 C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중국법상 보험자대위 청구에서 이자는 배상범위에서 제외되고, C에 대한 중국 판결에서도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가 기각되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나. 중국 침권책임법 규정과 관련 판례
갑 제31, 32, 33, 36, 44 내지 51호증, 을 제114 내지 121, 126 내지 13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 감정증인 J, K의 각 증언을 비롯한 이 법원에 현출된 모든 자료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중국 침권책임법상 용인단위책임에 관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중국 침권책임법 제34조는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이 공작 업무 집행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용인단위가 권리침해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 규정에 따른 용인단위책임은 피용자의 침권행위에 대하여 고용자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용인단위에 해당할 것, ② 침해행위자가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일 것, ③ 공작인원의 침해행위가 해당 용인단위의 공작임무 수행으로 인한 것일 것, ④ 공작인원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할 것의 4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위 4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용인단위가 직접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한편 노무파견의 경우에 대해서는 ‘노무파견을 받은 용공단위가 권리침해책임을 부담하고, 노무파견단위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 그에 상응한 보충책임을 부담한다’고 같은 조 2문에서 명시하고 있다.
3) 침권책임법과 노동법은 입법취지와 보호 대상 등이 다르지만,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이라는 용공관계의 의미는 대체로 유사하게 이해되고 있다. 다만 침권책임법은 중국의 민사기본법에 해당하여 ‘용인단위’의 의미는 노동계약법 등이 아닌 민법총칙에서 정한 의미로 이해함이 타당하므로 경내(국내)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작인원’은 사기업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가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인원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용공관계는 외관상 제3자가 보기에 피용자인 공작인원이 그 용인단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객관설에 따라 판단한다.
4) 객관설에 따른 용공관계의 존부는 실질적인 지휘·감독 내지 지배·통제, 급여와 사회보험 등의 지급, 노동성과나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귀속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용공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5) 혼합용공이란 여러 용인단위가 중첩적으로 해당 공작인원과 용공관계를 형성한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서, 중국에 이에 관한 법률 규정은 없으나 판례와 학설에 의하여 인정되는 개념이다. 복수의 기업에 대하여 혼합용공에 따른 용인단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회사가 독립적으로 침권책임법 제34조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6) 창고 지붕의 수조를 보수하는 전기용접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한 사안에서 직원 관리 측면에서 상호 연관성이 존재하는 3개의 회사에 대하여 혼합용공관계를 인정하여 용인단위 책임을 인정한 판결[복건성 천주시 중급◇◇법원 (2018)민05민종7637호], 자회사 소속의 직원이 자회사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였으나 실제로는 모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모회사에 대해 용인단위 책임을 인정하고 자회사의 책임을 부정한 판결[귀항시 담당구 ◇◇법원 (2015)담민초자제661호] 등 침권책임법상 용인단위책임에 관한 중국 법원의 많은 판례들이 있다. 혼합용공을 인정한 사례는 주로 노동분쟁 사안에서 근로자들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침권책임법 관련해서도 위 복건성 판결 등이 드물게 발견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중국 내에서 발생한 침권행위 관련하여 외국의 모회사에 대하여 침권책임법 제34조의 용인단위 책임이 문제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중국대학의 권위 있는 민법학자들로서 이 법원에서 증언을 한 감정증인 J, K도 이에 관한 사례는 찾지 못하였다고 증언하였다).
다. 판단
1)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와 갑 제37, 43, 61 내지 64호증, 을 제66, 67, 68, 112, 113, 122, 128, 140, 145호증의 각 기재, 제1심증인 F, G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 F, G 등 C의 임직원들이 피고의 공작인원이라거나 실질적으로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용공관계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F과 G 등은 원래 피고의 직원이었으나 2005년 B중국의 무석 공장의 최초 건설 당시 C로 파견되어 C의 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고, 2008. 12. 31. 피고에서 퇴직하고 C로 입사하였다.
나)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2013. 9.경 F과 G 등이 객관적·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 당시 C이 이들에 대한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인사, 노무, 급여, 교육 등 모든 관리를 하였다. 이들의 제1심법원에서 증언 내용까지 모두 살펴보아도 F, G 등에 대한 피고의 업무상 지휘·감독이나 지배·통제 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와 C은 완전모자회사 관계로서 기업집단을 구성하여 경영전략을 공유하고, 기업집단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모기업인 피고가 100% 주주이자 중첩적 경영진 구성을 통하여 C의 주요 경영 판단에도 영향력이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각기 다른 나라에 설립된 별도의 법인으로서 이 사건 화재사고에 이르기까지 수년 동안 원칙적으로 각 사업과 자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들의 문서제출명령 신청에 따라 피고가 임의 제출한 이메일 등 자료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연결 결산보고서 제출을 위한 자료 교부, 전략 공유, 인력 채용 관련 조언 등 통상적인 완전모자회사 관계에 따른 소통과 관여 등이 나타날 뿐이고, 원고들 주장과 같이 C이 사실상 비독립적인 지사로 운영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위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이 사건 공사는 C이 B중국과 체결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서, C은 중국 내 관련 면허를 보유하고 자체의 물적·인적 설비를 기반으로 배관공, 용접공, 조공 등 여러 근로자들을 사용하여 위 공사를 수행하였으며, 그에 따른 공사대금도 수령하였다. F은 현장소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 현장을 총괄하고 발주처와의 관계 유지, 계약 체결, 전체적인 일정 수립 등을 주로 담당하였고, G은 공사과장으로서 견적서 작성, 공사 관련 재무 관리, 공사의 구체적 일정 관리 등을 주로 담당하였는데, 이러한 현장 관리업무 수행의 성과와 이익은 모두 일차적으로 C에 귀속되었다. 피고가 C의 100% 주주로서 결과적으로 C의 성장과 경영 수익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은 지분의 소유관계와 기업집단 구성에 따른 것이지, 이 사건 공사 관련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의 이익이 직접 피고에 귀속된 것이 아니다.
라) 원고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F, G 등 C의 한국인 직원들에게 피고가 기본급의 약 30%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돈이 피고에 대한 근로 제공의 대가로 지급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이들이 피고를 위하여 위 돈과 대가관계에 있는 별도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피고는 이에 대해 위 직원들의 한국 내 가족들의 4대 보험 유지 등을 위한 것으로서 자회사인 C을 위한 보조·지원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이는 제출된 유사 사례 등 자료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다. 급여의 지급이 근로관계 인정을 위한 주요 요소이기는 하나, 실질적 지휘·감독관계나 노무의 수령 없이 단지 계열사 지원 성격의 일부 급여 보조만을 들어 자회사의 직원들과 모회사 사이에 직접 용공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그밖에 외관상 제3자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F, G 등이 이 사건 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것이 C이 아닌 피고를 위한 직무 수행이었다고 인식할 만한 자료도 제출된 바 없다.
2) 피고와 C 모두가 I, F, G 등에 대한 용인단위에 해당한다는 이른바 혼합용공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중국법 내용에 따르면 복수의 용인단위가 각각 중국 침권책임법 제34조의 용인단위책임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에 대해서는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일 것’(용공관계)과 ‘해당 용인단위의 공작임무 수행으로 인한 것일 것’(업무관련성)이라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혼합용공관계도 인정될 수 없다.
3) 따라서 이에 관한 원고들의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법인격부인에 따른 연대책임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
가) C은 이 사건 화재사고 관련하여 그 공작인원인 E, H의 잘못으로 B중국에 약 1조 원을 넘는 손해를 입혔다. 보험자인 원고들에 대한 C의 합계 128,632,020달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그 일부로 3억 위안(약 500억 원 상당이다)의 지급을 명한 중국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그런데 C은 이 사건 화재사고 발생 직후인 2014. 1. 18. 7,800만 위안(약 1,181만 달러)을 그 100% 주주인 피고에게 이익 배당하기로 결의하였다. 화재사고 관련한 채무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실채권 등 분식회계를 통해 배당가능이익을 최대로 산정하여 사실상 C의 돈을 피고가 전부 빼내갔다. 원고들은 중국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C의 무자력으로 인해 전혀 변제받지 못하였다. 이처럼 피고의 주주권 남용행위로 채권자인 원고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중국 회사법 제20조, 민법총칙 제83조에 따라 C의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다) 또한, 중국 회사법 제63조의 증명책임전환 규정에 따라 1인 주주인 피고는 피고의 재산이 C의 재산과 독립적인 것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C과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라) 위와 같은 중국법상 법인격 부인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특정 채권자를 보호하여 예외적으로 주주에 연대책임을 지우는 규정으로서, 그 범위는 법인으로부터 이전받은 자산에 한정되지 않고 주주는 무한 연대책임을 진다.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위 손해배상의 일부로 합계 1,000억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2) 피고
가) C은 2013년 기준으로 직원이 약 357명이고, 중국에서 사업을 위한 각종 면허와 자격을 갖추고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실체가 있는 독립된 기업이다. 그리고 C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중국 판결은 소방당국의 서류에만 의존하였을 뿐 재판과정에서 증인신문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실제로는 B중국 측의 잘못만이 있었을 뿐 E 등 C 직원의 과실은 전혀 없다.
나) C은 중국 회사법상 배당의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 적법하게 배당결의를 하였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투자하고 이익을 배당받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다. C이 피고에 대한 이익배당을 결의한 2014. 1. 18.은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훨썬 전이다. 분식회계를 통해 배당했다는 주장은 중국의 회계원칙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서, C이 당시 이 사건 화재사고 관련 채무를 인식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회계원칙에 부합한다.
다) C의 피고에 대한 업무보고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모기업에 보고하는 통상적인 기업활동에 해당한다. 나아가 M 회장이 C의 동사장으로, L 사장이 C의 동사로 재직하고 있었으므로, C의 총경리인 I이 그들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모회사로부터 인력을 추천받거나 파견받는 것은 다른 기업 집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라) C 설립 초기에 모회사인 피고가 여러 도움을 주었던 것은 통상적이고 당연한 일이고, 그로부터 한참 지난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2013년 즈음에는 C은 이미 충분한 자립을 이루어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
나. 중국 회사법 및 민법의 규정과 관련 판례
갑 제34, 35, 36, 52 내지 60호증, 을 제126, 127, 128, 137 내지 13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 감정증인 J, K의 각 증언을 비롯한 이 법원에 현출된 모든 자료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중국 회사법 및 민법의 주주권 남용에 따른 법인격부인에 관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은 ‘회사의 주주가 회사법인의 독립지위 및 주주의 유한책임제도를 남용하여 채무를 회피하고 채권자의 이익을 엄중히 침해한 경우에는 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중국 민법총칙 제83조 제2항도 ‘법인의 독립지위와 출자자의 유한책임을 남용하여 채무를 회피하고 법인 채권자 이익을 엄중히 침해한 경우에는 법인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중국 회사법 제63조는 ‘1인 유한책임회사의 주주는 회사의 재산이 주주 자신의 재산과 독립적인 것임을 입증할 수 없을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2) 회사법 제20조 제3항에 따라 법인격을 부인하기 위한 요건은, ① 회사의 주주가 회사의 법인의 독립지위와 주주의 유한책임을 남용하여 채무를 회피할 것, ② 채권자의 이익이 엄중한 침해를 받을 것, ③ 주주의 남용행위와 채권자의 이익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것의 세 가지이다(황미 편찬, 「중화◇◇공화국 민법전 총칙편 주해」, 법률출판사 2020년판, 210면).
3) 위 법률 규정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채권자 보호에 균형을 상실하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해당 회사의 법인격을 일반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서 특정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 유한책임의 일반 규칙을 깨고 예외적으로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채권자의 이익을 해친다는 것은 주주가 권리를 남용해 회사의 재산으로 회사 채권자의 채권을 상환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인격 혼동(회사의 재산과 주주의 재산이 혼동)뿐만 아니라 과도한 지배와 통제(회사의 의사결정과정을 조종하고 지배주주의 껍데기로 전락하게 함으로써 채권자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침) 등의 경우에도 위 주주권의 남용이 인정될 수 있다(최고◇◇법원, 「전국법원 민상사심판업무 회의기요」, 2019년, 8 내지 10면 참조). 위 법인격 부인 요건이 성립할 경우 주주가 부담해야 하는 책임은 무한 연대책임이다(황미 편찬, 위 책, 210면).
4) 이처럼 명문으로 법인격 부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중국법상으로도 법인격 부인은 주주 유한책임 제도의 예외이므로 구체적인 사실 인정에 근거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다른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채권자평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회사에 대한 계약상 청구권을 가진 채권자만이 아니라 남용행위가 있기 전에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 채권자도 위 법인격 부인에 따른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
5) 특수관계의 두 법인 사이에서 인원, 경영범위 및 재무자금의 실질적인 혼동이 나 타났고, 회사의 대외 채무변제 능력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쳤으며 채권자의 합법적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보아 연대책임을 인정한 판결[최고◇◇법원 (2018)최고법민신2964호], 주주가 합법적인 원인이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회사의 자금을 이체해 회사의 변제능력을 상실하게 한 사안에서 법인격과 주주의 유한책임을 남용하여 투자리스크를 채권자에게 전가하였다고 보아 연대책임을 인정한 판결[최고◇◇법원 (2019)최고법민종1069호] 등이 있고, 중국 회사법 제63조는 1인 유한책임회사의 재산독립의 사실에 대해 입증책임을 전환한 규정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모회사의 연대책임을 인정한 판결[최고◇◇법원 (2019)최고법민종1093호] 등이 존재한다. 반면 적법·유효한 배당이고 배당결정 당시에는 채무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주권 남용 주장을 배척한 판결[강소성 고급◇◇법원 (2016)소민종1263호]도 있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자회사의 침권책임법 제34조 용인단위책임 관련하여 법인격 부인이 문제된 사례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이 법원 감정증인 J, K도 관련 판례를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증언하였다).
다. 판단
1)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C의 1인 주주인 피고의 자산은 피고가 2004. 7. 설립한 C의 자산과 오랜 기간 독립되어 관리 운용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중국 회사법 제63조에 따른 연대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과 원고들의 문서제출명령 신청에 따라 피고가 제출한 자료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피고와 C의 전면적인 인격 혼동을 인정하거나 C의 법인격이 원래부터 형식에 불과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그러나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와 갑 제42, 43호증, 을 제14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는 C의 1인 주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여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직후 C이 거액의 배당을 함으로써 C의 위 화재사고 관련 배상채무를 회피하고 채권자인 원고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쳤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에 따른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가) 이 사건 공장에 배관연결 작업을 실시한 것은 C므로, 기본적으로는 B중국의 현장감독관 손○의 지시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화재 발생에 손○의 과실이 가장 크다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에 C 측의 과실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배관의 연결점(POC) 지정확인서는 발주처인 B중국과 C이 함께 최종 확인하는 서류인데, 여기에는 ‘PN₂ 100A 무번호 4EA G1-31'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실제 G1-31 기둥에는 4개의 질소 배관 밸브가 있는 반면에 거기서 약 12m 떨어진 G1-33 기둥에는 질소 배관 밸브가 없으며, 질소배관의 직경은 l00mm, 수소배관의 직경은 25mm인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E 등이 주의를 더 기울였더라면 질소 배관이 아닌 수소 배관이 연결되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E 등은 C의 공작인원으로서 C은 중국 침권책임법상 용인단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인다. 그 손해배상의 범위 내지 책임의 한도에 대해서도 중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데(손해액 산정과 인과관계 판단 등에서 우리나라 법과 일부 다른 점이 있다), 이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중국 법원에서 C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이 선고되어 최상급심의 판단을 거쳐 확정되었다. 그러므로 적어도 C의 중국 내에서의 원고들에 대한 위 판결금(합계 3억 위안) 채무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다투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1심판결문 제11쪽 9행부터 제16쪽 9행까지를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인용한다.
나) 이 사건 화재사고의 발생에는 손○ 등 B중국 측의 과실이 더 크게 개입되었고, 실제 중국의 관련 확정 판결에서도 전체 재물손해의 60%가 B중국으로 인한 것으로 보았으며, 나머지 재물손해 40% 중에서도 절반은 다시 과실상계를 하여 최종적으로 C의 책임을 전체 재물손해의 20%로 제한하였다. 그러므로 C로서는 중국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 책임의 존부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상당하고, 이를 회계상 상당 기간 미확정 채무로 본 것도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화재사고의 경위와 규모 등 제반 사정에 의할 때, C에도 일부 배상책임이 있을 가능성 및 보험회사들의 구상금 청구 가능성, 그에 따른 중국 법원에서의 일부 패소판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C이나 피고 모두 사고 발생 직후부터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다) 이 사건 화재사고는 C이 수행한 이 사건 공사 현장이 위치한 B중국의 반도체 공장이 폭발하여 그 공장 구조물과 기계, 재료 등이 크게 훼손되고 총 8억 6,000만 달러(약 1조 원이 넘는다)의 보험금이 지급된 매우 큰 규모의 사고였다. 사고 이후 피고는 모회사로서 사고 수습을 위한 조력을 하였고, 화재 직후부터 공안소방지대의 발화 부위와 발화 원인에 대한 조사가 실시되었다. 그리고 B중국은 2013. 11. 29.경 C에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배관 공사의 시공 착오로 인한 것으로 보이므로 중국 법률에 따른 배상책임을 져야 함을 통지하였다. 원고들도 B중국의 보험금 지급 요청에 따라 손해사정을 거쳐 2014. 1. 2.경부터 1차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는 C의 100% 주주였고, C의 집행기관인 동사회는 동사 3인으로 구성되는데, 피고의 회장인 M가 대표자인 동사장, 피고의 &&사업본부장 L이 동사의 지위에 있었다. 전문경영인 I이 C의 운영을 맡고 있었지만, 피고는 적어도 C의 배당결의 등 주요 경영 판단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마) 피고는 2004. 7.경 C을 설립한 이래 많은 자금을 투여하였는데, 이 사건 화재사고 이전에는 정기적인 이익배당이 실시된 바가 없다(피고 제출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도에 배당이 검토되었다가 다른 긴급자금 지출로 실시되지 못한 것으로는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화재사고로부터 불과 2개월 뒤인 2013. 11.경부터 논의하여 2014. 1. 18. 동사회결의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된 미분배 이윤 명목으로 총 7,800만 위안이라는 거액의 이익배당(당시 보유하고 있던 자금 규모를 초과한다)을 결정하였고, 실제로 2014. 12. 11.부터 2016. 4. 14.까지 사이에 3차례에 걸쳐 합계 11,811,538.98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였다. 위 배당 결정 이후 C의 자본총계는 2013년도 26,071,965,000원에서 2014년도 6,746,006,000원(피고 공시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크게 감소하였고, 2018년도에는 0원이 되었다.
2013년도에 C이 특히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규모 화재사고가 발생하여 직원들이 소방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고 B중국으로부터 배상청구 예고를 받은 상황에서, 모회사인 피고가 기존에 투여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필요가 있었더라도 이처럼 거액의 이익배당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 사건 화재사고로 인한 채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개입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바) C의 당시 재무제표 내용의 일부 진실성이나 그에 기초한 배당가능이익의 산정에도 의문이 있다. 예컨대, C은 파산절차가 진행 중인 거래처(♤♤전자유한공사)에 대한 장기 미회수 채권 46,924,117.6위안(약 77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에 대하여 대손 인식을 하지 않았다(반면 피고가 국내에서 작성한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위 채권을 회수 불가능으로 인식하였다). 한국과 중국의 회계 관행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회수가능성이 없는 불량 채권에 대해서는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은 기업 회계의 원칙상 당연하고 일반적인 것이다. 또한 C의 피고에 대한 2,413,418.61위안(약 4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상당의 미지급 채무(과거 피고가 C에 인력을 파견한 대가로 수취하는 인건비)도 당시 재무제표에 누락되어 있었다. 2014. 1. 18. 이루어진 C의 7,800만 위안(약 1,181만 달러)의 이익배당 결정은 위와 같은 회계 처리를 기초로 한 것이다.
사)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때 C의 중국 침권책임법상 채무도 비록 구체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미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원고들이 보험금을 지급한 시점에 C의 원고들에 대한 구상채무도 성립하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중국법상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은 C과 그 모회사인 피고 모두 인식하고 있었고, 다만 장부상으로 아직 인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C은 앞서 본 회계 처리를 기초로 배당가능 이익을 과다하게 산정하여 피고에 대한 거액의 배당을 결정하고 이를 실시하였다.
아) 위와 같은 이 사건 화재사고의 발생 경위와 규모, 배당결정의 시기와 경위, 피고의 C에 대한 지배관계 등에 의할 때, 이 사건 화재사고로 인한 C의 채무를 회피하고자 피고의 주주 권한을 남용하여 위 배당이 실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은 C을 상대로 한 중국에서의 확정 판결에 불구하고 그 채권을 전혀 회수할 수 없게 되는 피해를 입었다.
3) 다음으로 피고의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본다.
가) 원고들은 C의 구상금 채무액 전부에 대하여 피고가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이 이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지 않고, 주주의 남용행위와 채권자의 이익 침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그 요건으로 하고 있는바, 앞서 살펴본 관련 중국의 판결례와 중국 교수들의 의견서를 비롯한 학술 자료들을 살펴보아도 침권책임법 제34조의 용인단위 책임을 지는 회사의 채무 관련하여 주주권 남용이 인정될 경우 그 남용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는 손해에 대해서까지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설령 중국법상 주주권 남용이 인정되어 법인격이 부인되는 경우 언제나 주주의 무한 연대책임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피고의 주주권 남용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그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배를 이념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제도에 비추어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제사법 제32조 제4항은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경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성질이 명백히 피해자의 적절한 배상을 위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그 범위가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적절한 배상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는 때에는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에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에 그 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손해에 대해서까지 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적절한 배상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본질적으로 초과하는 징벌적 성격이 된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와 C이 설립 이래 줄곧 인격 혼동의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이 사건 화재사고 직후에 그로 인한 채무를 회피하고자 부당 회계 처리에 기초해 거액의 배당이 이루어진 것을 중국 회사법상 주주권의 남용으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라 부담하는 피고의 연대책임은 그 남용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손해 부분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다만 위 배당액 전체에 상응하는 C의 채무에 대해서 무한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므로 원고들은 C에 대하여는 3억 위안의 중국에서의 확정판결금 채권을 가지고 있으나, 피고의 주주권 남용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피해는 배당액 합계 11,811,538.98달러 상당으로 인정하고, 위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의 남용행위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채권자가 외화채권에 대한 대용급부의 권리를 행사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원고가 청구취지로 구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는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하는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 시로 삼아 그 당시의 외국환 시세를 기초로 채권액을 다시 환산한 금액에 대하여 이행을 명해야 하고(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다77754 판결 등 참조), 이 법원 변론종결일인 2020. 12. 15. 기준 1달러당 환율이 1,090.80원임은 공지의 사실이므로,1)이에 따라 산정한 손해배상액 합계는 12,884,026,719원(= 11,811,538.98달러 × 1,090.80원,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 된다.
[각주1] 금융결제원 산하 서울외국환중개 주식회사(www.smbs.biz)에서 고시한 매매기준율을 따른다.
위 손해배상액을 원고들의 B중국에 대한 각 보험금 지급액 상당의 구상권 비율에 따라 안분하면, 원고 현○재산보험중국에 6,442,013,359원(= 12,884,026,719원 × 0.5), 원고 ◇◇재산보험에 4,509,409,351원(= 12,884,026,719원 × 0.35), 원고 □□재산보험, ☆☆재산보험, △△중국에 각 644,201,335원(= 12,884,026,719원 × 0.05)이 된다.
4) 한편 피고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보험자대위 구상금 청구 중 원고들이 2014. 2. 28.까지 1차 지급한 3억 달러의 보험금에 관한 청구는 중국법상 2년의 소송시효(訴訟時效)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이 피고의 책임이 배당액 범위로 제한된 결과 원고들의 2차 지급 보험금 합계 5억 6,000만 달러만으로도 위 금액을 훨씬 초과하므로, 이에 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
5) 끝으로 지연손해금 청구에 관하여 본다.
가) 지연손해금은 채무의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채무에 부수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4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본 채무는 중국 침권책임법에 따른 채무로서 피고는 C의 침권책임법상 용인단위 책임에 대하여 위에서 인정한 금액 한도 내에서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그 지연손해금의 준거법도 중국법이다.
나) 감정증인 J, K의 각 증언 등 이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① 중국 민법에는 법정이자가 없고 은행 간 시장이율로 이자를 확정할 수는 있지만 그 전제로 해당 채권이 확정되어야 지연이자가 인정되며, ② 보험자대위 구상금 청구의 경우에도 대위 구상권의 발생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여 법원에서 소송을 통해 그 구체적인 채무액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금액이 결정된 이후에는 판결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계산할 수 있으나, 단순히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부터 바로 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고, ③ 원고들이 주채무자인 C을 상대로 중국에서 제기한 구상금 소송에서도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인용되지 않고 원금의 배상만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다) 그렇다면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채무도 이 법원 판결에 의하여 그 존부 및 범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지체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이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청구취지 기재의 2015. 5. 1.부터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 채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C과 연대하여 손해배상금으로 원고 현○재산보험중국에게 6,442,013,359원, 원고 ◇◇재산보험에게 4,509,409,351원, 원고 □□재산보험에게 644,201,335원, 원고 ☆☆재산보험에게 644,201,335원, 원고 △△중국에게 644,201,335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오(재판장), 박성윤, 이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