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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 거부에 대한 소비자단체소송
1. 서론 원고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소비자가 피고 (주)한국스마트카드의 홈페이지에 등록한 티머니카드(선불식 충전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경우에 피고가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하였다(소비자기본법 제70조).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소비자단체 등에게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소권을 부여한 '소비자기본법' 상의 제도이다(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의의 및 소송의 현황에 관하여는, 서희석, '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발전적 확대방안-집단적 소비자피해의 구제를 위한 소송제도의 정비-', 사법 제53호(2020. 9.), 53면 이하를 참조).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1심 및 2심 판결도 같음). 이 판결은 소비자단체소송에 관한 대법원으로서의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카드를 피고의 중앙서버에 등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당하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런 결과가 되고 말았다. 본고에서는 본건 소비자단체소송이 어떠한 이유로 제기되었고, 대법원은 어떠한 논리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지를 살펴본 후, 그 문제점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사견을 언급하기로 한다. 2.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주장 피고는 티머니카드의 이용약관 제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약관조항'이라 한다)에서 '고객의 T-money 분실 또는 도난 시 기 저장된 금액과 카드 값은 지급 받으실 수 없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0조(접근매체의 분실과 도난 책임) 제1항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접근매체의 분실이나 도난 등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때부터 제3자가 그 접근매체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대통령령은 "법 제10조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라 함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의 통지를 하기 전에 저장된 금액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 그 책임을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 이용자 간에 미리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9조). 티머니카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서 접근매체의 일종이다.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따라 티머니카드의 분실 등의 경우에 사업자가 면책된다는 취지를 합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고의 주장 법 제10조는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통지시점을 기준으로 분실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무권한거래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분담의 룰을 정한 것이다. 즉 통지시점 이전에 제3자의 무권한거래로 발생한 이용자의 손해는 이용자가 부담하고 통지를 하면 그 시점부터 금융회사 등이 그 손해를 부담한다. 통지가 이루어지면 금융회사 등은 당해 접근매체의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여 무권한거래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무기명 카드의 경우에는 분실 등 통지를 하여도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정지 등의 조치도 불가능하다.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에 대해 면책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카드가 무기명식으로 발행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티머니카드도 대부분의 경우 무기명식으로 발행된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 카드의 경우에는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서 피고의 중앙서버에 개인정보 및 카드번호 등의 등록이 필수적이다. 또한 일반카드라 하더라도 중앙서버에 등록을 하면 마일리지 적립 및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등록에 의하여 카드가 특정되고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등록카드를 분실 등 하였을 경우 사업자는 카드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사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잔액환불은 물론 분실 등 통지(신고)의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원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의 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피고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하면서, 그 논거로서 (1) 중앙서버에 등록된 카드의 경우 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적용되어야 하고, (2) 설사 단서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분실 등에 따른 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하는 피고의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9조 제1호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에도 그대로 설시되었다. 3. 대법원의 판단 및 검토 (1) 등록 티머니카드에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는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은 그 특성에 비추어 기명식이든 무기명식이든 금융회사 등을 면책시키는 약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법 제10조 제1항 단서의 ‘선불전자지급수단’에는 기명식과 무기명식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것은 (대법원도 그 판결문에서 설시하고 있는) '법과 그 시행령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를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여 발행권면 최고한도와 양도방법 등을 달리 정하고 있는 점'(따라서 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규율에 관하여 기명식과 무기명식의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및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기술적 특성’을 전혀 무시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기명식으로 발행했다 하더라도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의한 면책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경우에 무권한거래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그 본문의 사정범위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은 (기명식, 무기명식을 불문하고) 처음부터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것이다. 다만 법 제10조 제1항은 면책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의 운용 여하에 따라서는 위와 같은 불합리함이 상쇄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 약관조항의 유효성 여부 시행령은 면책의 범위를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약정에 의하도록 계약자유에 다시 위임하고 있다(제9조). 이 사건 약관조항은 그 결과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하면서, 나아가 “이 사건 약관조항은 티머니카드 소유자가 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경우를 대비하여 그 위험부담에 관하여 정하고 있을 뿐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데도 원심이 이 사건 약관조항이 결과적으로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이용자에 의한 분실 등의 통지는 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책임분담의 기준시점을 정한 것이지만, 나아가 더 이상 카드이용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이용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것은 카드 이용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법 제10조 제1항은 이를 보장한 조항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등의 기명식 카드라 하더라도 분실 등의 경우에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바, 이것은 기명식 카드의 경우에도 이용자의 해지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다. 이것은 법과 시행령에 의해 위임된 계약자유의 한계, 즉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 내에서의 자유'라는 내재적 한계를 넘는 것이다.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분실 등 통지 및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약관규제법 제9조). 4. 결론 및 향후 과제 (1) 대법원의 결론은 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분실 등 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동 단서가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여 동 단서에 따른 면책약관이 유효하다는 논리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등록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달리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본인확인 내지 카드의 특정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잔금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이용내역(교통수단 및 가맹점 이용내역)을 1초 단위로 발급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중앙서버에 의한 카드이용에 대한 통제도 기본적으로 가능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카드의 분실 등 통지가 있을 경우 사용정지 조치를 취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다(원심은 신용카드와 같이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청구기각 사유로 들고 있으나, 사용정지 조치를 위하여 반드시 그와 같은 실시간 시스템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 법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면서 그 규율내용에 차등을 두고 있는 것(법 제18조 제2항, 제23조 제1항 등)에서 법 제10조 제1항의 규율이 제외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분실 등 책임에 관하여 규정하는 법 제10조 제1항에 있어서도 기명식과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취급은 달라져야 한다. 동 본문은 실지명의 확인이 가능한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동 단서는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분실 등 책임에 관한 그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다. (2)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에 의한 면책의 범위가 계약자유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위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건 대법원판결로 인해 법 제10조 제1항은 이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에 관한 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면책약관을 삭제하지 않는 한 무의미한 규정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향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론에 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입법론으로서 상정 가능한 방법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면책의 범위를 한정하는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가령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다만, 실지명의가 확인되지 아니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제16조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논의를 통해 창설된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통하여 해석론(=司法積極主義)에 따른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없이 그것이 좌절된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티머니카드
소비자단체소송
약관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2022-09-20
금융·보험
항공·해상
보험계약의 변경과 최대선의의무의 관계
1. 기초사실 원고는 원심 공동피고(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원고가 생산하여 브라질 소재 매수인에게 수출한 크레인 자재(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를 마산항에서 브라질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소외 회사는 실제 해상운송인인 피고 보조참가인과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보험자인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보험증권(이하 '이 사건 보험증권'이라고 한다)에는 "이 보험증권 하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책임 문제는 영국의 법과 관습에 의해 규율된다(All questions of liability arising under this policy are to be governed by the laws and customs of England)"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이 사건 선박의 일등항해사는 출항일에 이 사건 화물의 일부가 손상되어 있었다는 취지의 본선수취증(Mate's Receipt)을 발행하였다. 피고 보조참가인은 위와 같은 내용의 본선수취증이 발행되자 소외 회사에게 고장선하증권을 발행하거나 원고로부터 보상장(Letter of Indemnity, LOI)을 발행받아야 무사고 선하증권을 발급받을 것이라고 통지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소외 회사의 보상장 발행 요청을 거절하였다. 소외 회사가 선임한 검정인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적부와 고박이 통상적인 기후조건 아래에서 해상운송을 감당하기 적절하게 시행되었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검정보고서를 발행하였다. 그러나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검정보고서를 송부하면서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달리 "선적 전까지 이 사건 화물 상태가 양호 또는 정상으로 화물에 이상이 없고 고장 선하증권이나 보상장이 발행되었거나 그러한 사정이 없다"고 알렸다. 한편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반복하여 소외 회사에 대한 대위권 포기특약{Subject To Waiver Of Subrogation Right Against The Named Applicant(forwarder), 이하 '이 사건 대위권 포기특약'이라 한다}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대위권 포기특약을 추가하는 것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변경하였다. 피고 보조참가인의 대리점인 ○○종합물류는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무사고 선하증권의 발행을 요청하면서 '무사고 선하증권의 발행으로 인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게 되는 모든 책임에 관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을 면책시키고 자신이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보상장을 발행하고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을 대리하여 소외 회사에게 무사고 마스터 선하증권(Master B/L)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박이 브라질에 도착하여 하역작업을 개시하려고 할 때 이 사건 화물이 손상된 사실이 확인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이라고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수출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손상된 화물의 수리작업을 진행하고 그 비용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보상을 청구하였지만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보상하지 않겠다는 면책 통보를 하였다. 2. 판결이유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17조는 '해상보험계약은 최대선의(utmost good faith)에 기초한 계약이며 만일 일방당사자가 최대선의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은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는 해상보험계약의 체결·이행·사고 발생 후 보험금 청구의 모든 단계에서 적용된다. 특히 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요구된다. 즉 이러한 최대선의의 원칙에 기초하여 같은 법 제18조는 피보험자가 계약 체결 전에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항을 의미한다. 이처럼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 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공정거래의 원칙(a principle of fair dealing)으로 계약 전반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지만 계약의 이행 단계에서도 최대선의의무를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로 인정하면 피보험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계약관계의 형평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단 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는 계약 상대방의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일으키거나 계약관계를 해치지 않을 의무로 완화된다고 보아야 한다{Manifest shipping Co. Ltd v. Uni-Polaris shipping Co. Ltd.(The Star Sea), 2001 Lloyd's C.L.C.608}. 특히 영국 해상보험법상 보험계약 계속 중 기존 계약의 내용을 추가 또는 변경할 때에는 해당 변경사항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만 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것이지 제18조에 규정된 고지의무와 같이 모든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분석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보상장 발행 없이 무사고 선하증권이 발행될 것이라고 통지한 후 이 사건 대위권 포기특약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변경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계약체결 후 최대선의의무 위반이 되는지 문제 된다. 대법원은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가 보험계약의 전 과정에서 요구된다 하더라도 계약체결 이후 그 의무의 강도와 내용은 완화될 뿐만 아니라 계약변경과 관련해서는 변경되는 내용과 관련한 중요한 사정에 관하여만 고지하면 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The Star Sea사건의 영국 판례의 법리를 정확히 기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보험자 등의 보험계약 체결 후의 행위가 영국법상 계약체결 후 최대선의의무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Carter v. Boehm사건 (1766) 3 Burr 1911'에서 Mansfield경이 설시한 최대선의의무 내지 고지의무의 목적으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영국 법원은 보험계약상 고지의무가 요구되는 이유를 사기의 방지와 선의성 제고에 있다고 보고 있고 보험계약 체결 후의 고지의무위반 여부의 실정법적 근거를 영국 해상보험법 제17조뿐만 아니라 동 법 제18조 내지 제20조의 유추적용에서 찾고 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의 변경과 관련하여 고지의무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를 이 사건 보상장이 발행된 일련의 경위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변경된 사항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이 사건 보상장이 보험계약 변경에 있어 고지대상인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보상장이 송하인인 원고가 아닌 피고 보조참가인의 선박대리점이 소외 회사의 부탁을 받아 발행한 것이고 해상운송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보상장도 아니라는 점에서 피고의 계약체결에 결정적 역할을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 보상장의 제공 여부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위권행사의 전제가 되는 중요한 문제였다는 점에서 보상장 작성 주체가 원고가 아닌 제3자라고 하더라도 보상장의 발행여부는 신중한 보험자의 계약변경의 결정에 있어 일정한 기여를 할 수는 있다거나 다른 사실과 결합하게 되면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시는 영국법상 보험계약 체결 후 고지의무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영국 법원은 고지의무위반의 성립요건으로서 중요한 사항의 불고지 등으로 인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Induce)되었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 보상장이 발행된 일련의 경위는 신중한 보험자 입장에서 판단할 때 중요한 사항이지만 보상장 발행 여부가 피고의 보험계약 변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해석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의 경우 보상장 발행 여부는 계약변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지만 그러한 사정이 피고의 보험계약의 변경에 유인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정원 교수 (부산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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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교수 (부산대 로스쿨)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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