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23일 박모씨 등 의료 소비자 10명이 "제약사가 리베이트 비용을 약값에 포함시켜 부풀리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동아제약 등 3개 제약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37949)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의료기관과 공모해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그 액수만큼 약값을 올리는 등 담합 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개별 의약품별로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밝히지 않은 채로 손해를 입었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하고 있어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실거래가 상환제'를 시행한 뒤로 제약회사들이 영업활동을 할 때 의약품 가격을 따로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리베이트의 목적은 가격 경쟁에 있다기 보다 병원들이 자사 제품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고시 상한가에 따른 의약품의 가격 형성, 보험 재정의 부실, 사회적 비용의 증대 등 불합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며 "이를 손해배상청구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의약품의 유통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의료보험약가 제도를 손질해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적발시 엄정히 환수 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씨 등 원고들은 동아제약의 스티렌·가스터·오팔몬, JW 중외제약의 가나톤·뉴트리플렉스, 대웅제약의 푸루나졸 등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동아제약 등이 리베이트 비용을 들이고 이를 약값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통해 소비자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하며, 1인당 1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