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로 기소된 최태원(53) SK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이 기존과 같은 징역 6년형을 구형했다.
3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SK계열사 자금 횡령에 있어 여전히 최태원 SK회장이 주범이고 기존 공소사실과 비교해 피고인들의 지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최 회장에 대해 징역 6년을, 최재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2013노536).
재판부 요구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검찰 구형량은 1심과 달라지지 않았다. 공소장 변경이 '최 회장 형제가 2008년 채무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김 전 대표와 공모, 계열사 펀드 출자금 450억원을 빼돌렸다'는 내용에다 '최재원 부회장이 투자금 마련을 위해 김원홍과 공모해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도록 최태원 회장에게 요청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공소장 변경 후 열린 이날 공판은 김 전 대표에 대한 심문을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SK 계열사에서 450억원을 선지급 받은 것은 맞지만 그 돈을 횡령할 줄 알았느냐가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회장이 김 전 고문과 공모했다는 유일한 증거는 김 전 대표의 진술인데, 이는 김 전 대표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 측 변호인 역시 펀드 출자금 선지급 지시가 최 부회장과 김원홍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검찰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2007년 1월 이후 최 부회장이 자금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김 전 고문이 최 부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김 전 대표는 최 부회장이 재계 서열 3위 최 회장의 동생으로서 재력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며 "제3자가 보기에도 무일푼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부회장 변호인은 "선지급금이 김원홍에게 가는 것은 몰랐다, 과거 최 부회장의 원심진술이 허위자백이고 최 부회장은 주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문 부장판사로부터 "자백은 증거의 왕이라고 할만큼 무게가 있는데, 허위자백이라는 말을 가볍고 쉽게 쓰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받은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최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