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 공기업의 사장을 임명하기 전에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조례는 상위법에 근거 없이 단체장의 임명권을 제약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부실경영으로 인한 적자누적과 낙하산 인사 등 지방공기업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제도와 같은 공기업 사장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金龍潭 대법관)는 전라북도지사가 도의회를 상대로 낸 재의결무효확인소송(2003추44)에서 “피고가 지난해 9월 한 전라북도공기업사장등의임명에관한인사청문회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무효”라며 지난달 22일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위법령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기관구성원 임명·위촉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임명·위촉권의 행사에 대한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의 견제나 제약을 규정하고 있거나 그러한 제약을 조례 등에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한 당해 법령에 의한 임명·위촉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이라고 봐야한다”며 “따라서 하위법규인 조례로써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명·위촉권을 제약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지방의회의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대한 비판, 감시, 통제를 위한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권의 행사의 일환으로 위와 같은 제약을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전속적 권한인 지방공기업 사장인 전북개발공사 사장 등에 대한 임명권의 행사에 앞서 미리 피고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한 조례안 규정은 원고가 인사청문회 결과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기업 사장에 대한 행정적 감독책임을 궁극적으로 원고가 지게 되는 것임에 비춰볼 때 임명권에 대한 견제나 제약에 해당돼 지방공기업법 등 관련법령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전북도지사는 지난해 9월 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 및 출연한 법인 대표 등을 임명할 때 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를 했으나 도의회가 이를 재의결하자 대법원에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