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한 민간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5일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0가합40272)에서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각 800만원~1,500만원씩 총 1억 2,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무사가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특정한 군사법원 관할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평소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관리했다면 이는 헌법에 의해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96다42789)"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사찰행위가 군사보안, 군방첩 및 군수사 등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 신분의 민노당 당직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미행과 캠코더 촬영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진 점에 비춰볼 때 이는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위법한 행위"라며 "국가는 기무사 수사관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해 원고들에게 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진다"고 판단했다.
기무사 수사관 신모 대위는 지난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집회 현장을 촬영하다 집회참가자들에게 발각돼 수첩과 캠코터 테이프, 메모리칩 등을 뺏겼다. 이 메모리칩 등에는 민노당 당직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거주지와 사무실은 물론 기자회견 장면이나 일상생활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 등 사찰자료가 담겨 있었다. 이에 사찰 대상자들은 "불법사찰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가가 1인당 2,000만원씩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