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가 고졸로 학력을 낮춰 취업하는 이른바 '하향식' 학력사칭은 징계사유는 되지만, 해고사유로는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해고사유에 해당된다는 대법원판례(☞2003두5198 등)도 시대 흐름에 맞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어서 상급심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A사가 "학력을 속이고 무리한 노동조합 단체교섭을 요구한 이모씨를 해고한것은 정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2007구합31560)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종학력을 낮게 기재한 것을 이유로 한 해고문제의 연혁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을 때 고학력자들이 최종학력을 낮게 기재하고 생산직 근로자로 취업해 노동조합의 조직·조합활동에 적극적·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노사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과 판례는 학력을 허위기재한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된다고 사용자의 입장을 지지했다"며 "그러나 이는 헌법에 보장된 근로3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위법한 행위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고, 위와 같은 사용자의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근로권의 보장에 반하는 불합리한 것으로 타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고등교육의 대중화로 노동시장에서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의 비중이 현저하게 증가했고, IMF 이후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취업률이 감소하는 등 종래 고졸이하 학력을 가진 근로자들이 주로 취업하던 직장에 4년제 대졸자들이 취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원고회사가 4년제 대졸자를 채용하지 않는 이유로 들고 있는 직원간의 위화감 조성이나 담당업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불량하다는 내용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가정에 기초한 차별로 보이고, 이씨가 자세가 불량하다거나 직장의 인화단결에 저해를 주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학력사칭이 해고할 정도의 중대한 경력사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회사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노조원 명단을 제공하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한 채 단체교섭을 거부한 회사를 상대로 시위를 하고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원고회사로서는 노조가 정당한 단체교섭의 주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합원명단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하고 시위 등을 벌인 것은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정당한 징계사유가 되지만 해고는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2002년4월경 용접기술학원에 다니면서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2002년 생산직 근로자로 입사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사실만을 기재해 입사했다. 이씨는 2003년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원고회사는 2006년 이씨가 대학교 졸업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학력허위기재 및 복무규율위반을 이유로 징계해고했다.